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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World

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by Wood-Stock 2009. 6. 24.

 

크로아티아의 호수엔 요정이 산다네

층층의 호수 16곳에 100여개의 폭포가 흐르는 클리트비체 국립공원의 거대한 신비
한겨레
» 플리트비체의 산책로는 호수와 폭포 사이를 지나간다.
벌써 20분째 걷는다. 갓길도 없는 국도를 여행용 가방을 끌고, 친구는 커다란 배낭을 멘 상태다. 자다르에서 출발해 플리트비체 2번 들머리에 내린 게 오후 네시께. 무슨 일인지 매표소도 상점도 문을 굳게 닫았다. 이야기를 나눌 사람도 안 보인다. 어쩔 수 없이 1번 입구까지 가야 한다. 이 길은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을 통과하는, 자다르와 자그레브를 잇는 주된 길. 원래는 계획에 없던 플리트비체를 찾은 것은 크로아티아에서 만난 여행자들이 이구동성 이곳을 추천해서다. <론리 플래닛> 크로아티아 편에서도 칭찬 일색! ‘그래? 그럼 내 눈으로 확인해 주지’ 하며 길을 나섰다.
 

자연 최고의 걸작품, 유네스코도 인정

 

» 이끼폭포, 실폭포, 천둥폭포…. 가지각색의 폭포가 호수와 호수 사이를 연결한다.
다음 버스가 오려면 두 시간은 기다려야 하니 그냥 걷기로. 가다가 운이 좋으면 차를 얻어 탈 수도 있지 않을까. 길은 구불구불하고 갓길은 없고 차들은 쏜살같이 지나친다. 아직 어두울 시간은 아닌데도 깊은 숲 속이라 햇살은 겨우 나무 꼭대기에 걸렸다. 차를 세우는 이도, 위험천만한 여행자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도 없다. 차를 조심하면서 최대한 빠른 걸음으로 걷는다. 땀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1번 입구에 도착하고 나서야 숨을 고른다. 30분 넘게 걸렸다.

 

다행히 여행자 안내소의 문이 열려 있다. 가까이에 민박할 수 있는 마을이 있단다. 숙소에 짐을 풀고서야 주변을 둘러볼 여유가 생긴다. 저녁을 집을 찾느라 방을 나선다. 1번 입구 옆에 매점과 카페·식당이 있다. 그새 여행자 안내소와 매점·카페가 문을 닫았다. 유일한 식당 리차쿠차로 간다. <론리 플래닛>에는 관광객이 주로 찾는 곳이라 했는데, 안에 들어가 보니 역시 그렇다. 우리 또한 관광객이 아닌가. 메인 요리는 70∼100쿠나 사이. 빵값에 팁까지 포함해 하룻밤 숙박비와 맞먹는 돈을 치르고 식당을 나섰다. 서비스나 분위기가 좋긴 했지만 음식은 입에 맞지 않았다. 식사 도중, 배낭을 둘러멘 아시아 커플이 카운터에서 이것저것 묻는 걸 보고 잠시 참견했다. 숙소를 찾는 것이 뻔한 듯해서. 민박 마을을 알려주니 얼굴에 화색이 돈다. 식사를 끝내고 나오려는데 그들도 이곳에 왔다. 역시 근방에서 유일한 식당임이 분명하다. 마을로 돌아가는 밤길에 올려다보니 까만 융단 위에 던져놓은 크리스털 알갱이처럼 별들이 반짝인다. 차고 투명한 공기가 기분 좋다.

 

자명종이 울리기도 전에 일어나 일찌감치 준비를 끝냈다. 저 넓은 공원을 언제 다 돌아보나 마음이 급했다. 설악산, 지리산 같은 우리네 국립공원은 얼마나 넓은가? 꾸물거리다간 여기서 하룻밤을 더 묵어야 할지도 모르니 서둘러야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공원은 그리 넓지 않았다. 아니, 넓지만 일반인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은 제한적이었다. 아침은 매표소 옆 카페에서 커피 한 잔에 빵 하나로 간단하게 해결하고, 점심용으로 샌드위치도 하나 샀다.

 

» 나무를 깔아 산책로를 만들었다. 나뭇길의 삐걱거림이 정겹게 들린다.

9시께 매표소 통과. 공원 안내도를 지나자 꼬불꼬불 비탈길이 칼루데로바치 호수까지 이어져 있다. 발걸음이 빠른 것은 에너지가 충만한 아침이어서만은 아니다. 햇살이 아직 수면에 닿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물빛이 예사롭지가 않다. “와!” “오호!” 감탄사를 토해 내면서도 걸음 속도는 여전히 유지한 채다. 마침 단체 관광객의 꼬리에 닿았다. 한 사람 제치고, 또 한 사람 제치고 ….

 

열심히 앞서가는데, 얼마 못 가 그들은 다른 갈림길로 접어든다. 갑자기 허탈한 웃음이 새어나온다. ‘왜 이렇게 서두는 거지? 이렇게 빨리 걸으면 주변을 둘러보지도 못하잖아.’ 그러고 보니 카메라를 꺼내지도 않았다. 들이대기만 하면 그림 같은 사진을 건질 수 있는데 꺼낼 짬도 없이 걸었던 것. 유람선 선착장(P3)에 닿자 비로소 카메라를 꺼내 들고, 걸음도 늦췄다. 호수 저쪽 편에서 배가 오기를 기다리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만산홍엽이 아니라 만호홍엽이라 해야 맞겠다. 작은 바람에도 붉은 단풍잎이 우수수 호수 위로 떨어진다.


플리트비체는 거대한 신비다. 자연 스스로 오랜 세월 빚어낸 아름다운 걸작품이다. 크로아티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그 명성이 알려져 1979년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깊게 팬 골짝을 따라 호수 16곳이 층층으로 자리 잡고, 호수와 호수 사이는 폭포로 연결되어 있다. 크고 작은 폭포들이 100여 곳에 이른다. 제일 아래 호수가 해발 503m, 제일 위에 것이 636m로 표차가 133m나 된다. 본디 하나로 이어진 강물이었는데, 물속에 포함된 탄산칼슘이 석회 침전물을 만들어 자연적으로 댐이 쌓여 호수가 생기고, 댐 사이로 물줄기가 떨어져 폭포를 이룬 것이다. 석회 침전물은 지금도 쌓이고 있다. 덕분에 댐은 해마다 손가락 한 마디만큼 높아진다. 자연의 기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폭포는 엄청난 높이에서 포효하듯 쏟아져 내리기도 하고 때로는 낮은 키로 속삭이듯 미끄러지기도 하면서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신비로운 호수의 물빛과 크고 작은 폭포를 차례로 둘러보는 것이 플리트비체 감상법이다.

 

 

» 라스토바차 민박마을. 최근에 만들어져 시설이 깨끗하다.
댐은 왜 해마다 손가락 한마디만큼 높아질까

 

나루터(P3)에서 유람선을 타고 코자크 호수(P2)를 건너간다. 이곳에서 산책로를 오르거나, 호텔들이 모여 있는 곳(P1)으로 가는 유람선을 타거나 하면 된다. 시간이 넉넉지 않은 단체 관광객들은 그쪽(P1)으로 가고, 우리는 목조 산책로에 발을 디뎠다. 방금 건너온 코자크 호수가 공원에서 가장 크고 넓다. 유일하게 유람선이 다니는 곳이기도 하다. 이 호수를 경계로 위쪽을 상부 호수, 아래를 하부 호수로 구분한다. 하부 호수는 1번 입구, 상부 호수는 2번 입구에 가깝다. 아래는 물빛이 아름답고, 위는 폭포가 장관이다.

 

아기자기한 볼거리는 위쪽에 더 많다. 무릎 높이의 작은 폭포에서부터 몇미터는 되는 폭포까지 크기도 모양도 제각각이다. 한여름에도 물 온도가 24도를 넘지 않으며, 한겨울에는 얼어붙는다. 11월이면 첫눈이 내려 다음해 3월까지 녹지 않는다고. 공원 산책로는 흙길을 제외하고는 모두 나무를 깔아 만들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람들의 발길을 견디며 낡아가는 나뭇길의 삐걱거림이 정겹게 들린다. 산책로는 아이들에서부터 노년층에 이르기까지 무리 없이 걸을 수 있을 만큼 평탄한 편이며 쉬어 갈 수 있는 긴 의자도 곳곳에 있다.

 

 

» 호숫가에는 들꽃이 피어 있다.
산책로는 호수를 빙 돌아가거나, 가로지르거나, 폭포 아래를 지나거나 시냇물 위를 건넌다. 고개를 돌릴 때마다 나타나는 비경에 정신없이 카메라 셔터를 눌러댄다. 또 어떤 때는 풍경에 취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마냥 바라만 보고 있다. 가장 재미있는 길은 그라딘스코 호수에서 갈로바치 호수로 사이에 나타나는 수많은 폭포들이다. 폭포와 폭포 사이에 구절양장으로 이어진 길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물속에 누운 고사목이며, 그 사이를 여유롭게 헤엄치는 송어 떼, 폭포 사이 넓게 깔린 이끼 침대, 그 위로 자란 들꽃 … 하나씩 떼어 봐도 예쁘기만 한데, 어우러진 풍경이 더 아름답다. 동화책에서 보았던 호수의 요정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에 살고 있지 않을까.

 

공원 입구로 돌아가는 길을 단축하기 위해 친환경 버스를 탈 생각이다. 두 군데(ST3, ST4) 정류장이 있는데, 더 높은 곳(ST4)까지 가기로 한다. 갈로바치 호수에서 그 위에 있는 비르·말로·베리코 호수로 이어지는 길도 멋지다. 작은 호수들이 연이어지는 산책로 옆으로 안개비 같은 폭포가 쏟아져 내린다. 바티노바치 호수를 돌아 올라가니 공원 산책로의 마지막 지점(ST4) 정류장이 나온다.

 

버스를 타니 3번(ST3)을 거쳐 2번 입구 앞(ST2)까지 순식간에 데려다 준다. 여기서 다시 버스를 갈아타고 2번과 1번 입구의 중간 지점(ST1)에서 내렸다. 여기서 1번 입구 사이는 절벽이 가파르고 길이 좁아 버스는 다닐 수 없어 걸어가야 한다. 산책로가 바위 절벽 위에 있어 호수를 내려다보는 전망이 일품이다.

 

 

» 유람선을 타고 호수를 건넌다. 가까이 들여다보이는 물빛이 예사롭지 않다.
바위 절벽에서 내려다보는 호수가 일품

 

공원 밖으로 나오니 세시 안팎. 자그레브 가는 버스를 타려면 한 시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한두 시간 정도 더 느긋하게 둘러봐도 좋았을걸, 뒤늦게 아쉽다. 버스에 오르고서도 눈길이 계속 골짝을 따라간다. 수풀 사이 언뜻언뜻 에메랄드 물빛이 스치더니 어느 순간 사라졌다. 강줄기는 있으나 물이 거의 없다. 플리트비체를 가득 채웠던 물들은 어느 바위틈 새로 갑자기 솟아올라온 것처럼 바위틈을 통과해 지하로 흘러들어가 버린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신비주의 콘셉트를 지키는 자세! 그저 놀랍다.

 

플리트비체(크로아티아)=김숙현/여행작가 pararang@empal.com

 

 

» 플리트비체 지도

플리트비체 여행쪽지

 

여유 있게 자그레브에서 1박을

 

⊙ 크로아티아는 체코 뒤를 이어 새로이 부상하는 동유럽 여행지다. 플리트비체를 포함한 동유럽 여행상품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직항편은 없다. 프랑크푸르트, 빈, 로마, 파리 등 유럽 주요 공항에서 크로아티아항공으로 갈아타고 자그레브로 들어갈 수 있다.

 

⊙ 공원 입장료는 4월부터 10월까지는 어른 110, 학생 55, 11월부터 3월 사이에는 각 70, 40쿠나를 내야 한다. 1유로는 약 7쿠나, 1쿠나는 약 190원이다. 공원 홈페이지는 www.np-plitvicka-jezera.hr

 

⊙ 1번과 2번 두 개의 공원 출입구가 있는데 여행자안내소는 1번 입구 옆에 있다. 입장권을 끊으면 공원에 대한 간단한 안내서를 준다. 자세한 공원지도(20쿠나)가 있으면 여러 갈래의 길을 골라가며 걸어볼 수 있다. 입구의 안내도에 몇 가지 추천 코스가 표시돼 있다. 코스를 결정한 뒤 각 포인트(P3, P2, ST3, ST4)만 외워두면 지도 없이 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1번 입구~P3~P2~ST4~ST2~ST1~1번 입구 코스는 5시간 정도면 충분하다.

 

버스로 자그레브에서 2시간, 자다르에서 2시간30분 걸린다. 1번 입구, 2번 입구에 각 버스정류장이 있으나 말하지 않으면 지나치므로 운전사에게 미리 내릴 곳을 말할 것. 호텔을 이용할 게 아니라면 1번 입구에서 내리는 게 좋다. 요금은 자그레브에서 75쿠나, 자다르에서 85쿠나.

 

⊙ 자그레브, 자다르 두 도시에서 당일여행도 가능하지만 여유 있게 보려면 1박을 하는 것이 좋다. 숙소는 호텔과 민박 두 가지 형태다. 2번 입구 안에 호텔 예제로, 호텔 플리트비체, 호텔 벨레뷰 등 세 호텔이 있다. 1번 입구에서 도보로 5분 거리에 민박이 가능한 라스토바차 마을이 있다. 호텔은 1박에 싱글 7만~10만원 정도, 민박은 기본이 2인용 더블룸으로 계산되며 1박에 4만원 정도. 취사시설 갖춘 곳은 조금 더 비싸다. 방은 트윈룸 구조로 되어 있으며, 욕실이 방마다 딸려 있다. 민박촌이 최근에 만들어진 덕분에 모든 민박이 깨끗한 상태다. 전날 예약하면 아침식사(약 6천~7천원)도 준비해 준다. 저렴하게 식사하려면 공원 입구 카페를 이용할 것.

 

⊙ 자연은 수려하지만 음식은 뛰어난 편이 아니다. 호텔을 제외하고는 1번 입구 맞은편의 리차쿠차가 유일한 식당이다. 가격이 비싼 데 반해 지방색이 강해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있다. 각 입구에 매점과 카페가 있어 샌드위치, 빵, 커피, 음료수 등을 구입할 수 있지만 가격은 비싼데 맛은 별로다. 자그레브나 자다르에서 출발할 때 미리 도시락을 준비해 가는 게 최선이다.

 

 

기사등록 : 2007-10-11 오후 03:5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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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숨은 보석에 반하다

고색창연한 명소들 사이에 박힌 소도시와 마을들 또다른 광채


크로아티아 주택의 지붕은 붉다. 옛날부터 달마티아 지역에서 나는 붉은 흙으로 지붕을 얹기 시작한 게 붉은 지붕의 기원이다.


햇살은 따사로웠다. 불어오는 바람은 한껏 부드러움을 품고 있었다. 크로아티아의 북쪽 도시이자 수도인 자그레브에서 남쪽 끝 유명 관광지인 두브로브니크까지 내내 하늘에선 저녁 사이 몇번의 비를 내렸을 뿐이었다. 모두 8곳의 여행지를 들르는 내내 축복은 이어졌다.

‘8곳? 그렇게나 많나?’ 의아하게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크로아티아 여행자들이 최근 많아지고 있지만, 그들이 짧은 여행 기간에 찾는 대표적인 여행지는 많지 않다. 수도 자그레브와 국립공원이자 세계자연유산으로 보호받고 있는 플리트비체, 디오클레티아누스가 지은 성이 위용을 자랑하는 스플리트와 아드리아해의 붉은 보석으로 꼽히는 두브로브니크 정도이다. 과연 이곳들은 크로아티아의 큰 보석이라 할 만한 곳이다.

하지만 그 사이 알알이 박힌 소도시와 마을의 정취는 유명한 관광지와는 또다른 매력을 선물한다. 그것은 여느 유명 관광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고즈넉함과 현지인들의 일상을 누려볼 수 있는 기회에서 찾을 수 있다. 자다르와 시베니크, 트로기르와 스톤. 이 4곳의 소도시와 마을은 소도시 여행에 푹 빠진 여행자들이라면 빼놓지 말아야 할 곳이다.


스톤 마을 뒷산의 옛 성곽.


아드리아 해안도시 자다르
히치콕도 극찬한 ‘석양’ 감동적
자유여행자 필수 탐방코스로

자다르. 내륙에 위치한 수도 자그레브로부터 서남쪽으로 쭉 달려오면 다다르는 곳이다. 크로아티아의 서쪽, 아드리아해의 바람을 처음으로 느낄 수 있었던 도시이다. 늦은 오후에 도착해서 곳곳을 둘러보지 못할까 걱정이 됐다. 해가 짧아진 때 여행하는 이들이라면 모두들 이 점이 걱정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자다르 옛 성곽과 성당, ‘카슈텔’이라 부르는 골목길은 환하게 여행자들을 반겨준다.

무려 9세기에 건설된 성 도나투스 성당 등의 내부는 들어갈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장엄한 외관과 더불어 고대 로마 시대의 광장인 ‘포럼’ 등을 둘러보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게다가 바다 오르간(파도의 움직임으로 공기를 밀어내 소리를 내는 오르간)이 내뿜는 배경음악은 야경이나 석양을 눈앞에 두고 즐겨야 더욱 감동적이다. 영화 찍을 곳을 찾으러 다니다 자다르에 들른 앨프리드 히치콕은 “자다르의 석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자다르는 중세에는 상업과 문화의 중심지였다. 크로아티아가 품은 여느 소도시들의 역사만큼이나 다양한 민족과 나라의 침략을 감내해야 했던 곳이다.


스플리트의 로마제국시대에 지어진 옛 성곽 안 풍경.


특히 2차 세계대전 때에는 자다르가 거의 대부분 파괴되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업을 중심으로 활기찬 모습을 띠고 있을 뿐 아니라, 자유 일정으로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사람들은 빼놓을 수 없는 여행지 가운데 한 곳이 되어 가고 있다.

역시 바닷가에 접한 시베니크. 이곳에서는 시로코라는 따뜻하지만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다. 이곳 사람들은 크로아티아의 두가지 바람을 설명해준다. 따뜻한 시로코, 그리고 아릴 정도로 차가운 바람 ‘보라’. 시로코가 분 뒤에는 비가 온다고 했지만, 여전히 하늘은 파랬다. 시베니크 역시 ‘올드 타운’으로 불리는 고성과 옛 골목 탐방을 빼놓을 수 없다. 언덕 위에 조성된 옛 마을들 사이로 놓인 계단은 2600여개나 된다. 지금도 마을 곳곳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르고, 빨래를 너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사진 찍는 이방인들을 무심한 눈으로 쳐다본다.


숙박시설 2곳뿐인 ‘작은 스톤’
인심 순박 풍광 아기자기
바로 건져낸 굴맛 매혹

고성 위로 올라서면 눈앞엔 청록빛의 바다와 빨간 지붕을 한 마을, 하얀색 보트와 요트가 정박한 항구가 펼쳐진다. 갈 길이 바쁜 여행자들의 발길을 자꾸만 붙잡는다. 시베니크에 머무른 시간은 겨우 3시간. 골목 곳곳, 올드 타운에 자리잡고 있는 3성급 숙박시설을 당장이라도 예약하고 눌러앉아 있고만 싶었다.

문제는 찾았던 모든 소도시와 마을에서 그런 유혹을 느꼈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가까워질수록 더욱 아기자기하고 고즈넉한, 알알이 박힌 작은 보석들은 더욱 눈에 많이 들어왔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북쪽으로 1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하는 스톤이 작은 보석의 정점이었다. 유적이랄 것도 없다. 마을 뒤 굽이굽이 펼쳐진 5.5㎞의 옛성 정도가 전부이다. 오래된 염전이 유명하다고 했지만, 정작 매력은 작디작은 마을 자체에 있었다.


 

스톤에서 5분 떨어진 작은 스톤(mali ston)에서는 싱싱한 굴을 맛볼 수 있다. / 소도시 시베니크의 골목 사이사이에는 노천카페가 문을 연다.


스톤에서 차로 5분 거리인, 바다에 접한 곳에 ‘작은 스톤’이 있다. 이곳에서밖에 나지 않는 굴이 유명한 곳이다. 작은 스톤의 숙박시설은 고작 두곳뿐이다. 스톤에도 몇 군데 더 숙박시설이 있기는 하다. 5분 거리이긴 하지만, 스톤과 작은 스톤 가운데 하루 머무를 곳을 고르라면 작은 스톤을 선택할 테다. 풍광은 웅장하다고 할 수 없지만, 아기자기하다. 마을 사람들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지만, 더욱 순박하게 느껴졌다. 게다가 이곳 바다에서 바로 건져낸 굴은 여행 매력 지수를 크게 높여 놓았다.

이밖에도 트로기르와 차브타트 등의 마을에서 한가하고 아름다운 크로아티아 여행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트로기르는 유명 여행지인 스플리트에서 40분, 차브타트는 두브로브니크에서 30분 거리이다. 이 두 여행지를 찾은 뒤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는 여유를 누리고 싶다면 꼭 들러보면 좋을 곳이다.



아드리아해의 붉은심장과 푸른눈 속으로


성곽·바다 어우러진 크로아티아 두브로브니크와 옥빛 호수 층층이 쌓인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

휴가가 길지 않은 국내 사정을 고려하면, 2주일 이상 되는 크로아티아 자유여행 일정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직이나 은퇴로 회사를 다니지 않는다면 모를까, 소도시와 마을 곳곳을 훑는 크로아티아 여행은 꿈에 가깝다. 그렇다고 1주일 안팎의 짧은 여정이 헐거울까, 지루할까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다. 단 두곳만 제대로 여행하더라도, 크로아티아 여행 목적의 절반은 달성했다고 할 수 있으니.

이탈리아 반도와 크로아티아 사이의 바다는 아드리아해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크로아티아 도시들은 해안에 자리잡고 있다. 맑은 바다와 밝은 햇살로 방문자들을 설레게 하는 아드리아해. 아드리아해 오른편에 펼쳐진 지역의 또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달마티아’이다. 이 지역에서 난 개의 품종이 달마티안이다. 달마티아의 해안선을 따라 아무 생각 없이 남쪽을 향해 내달리다 보면, 두브로브니크가 있다.


웅장한 성곽길 걸으며 해안 절경 감상. 중세 모습 골목길 탐방도 꼭

두브로브니크 성곽의 노천카페.

두브로브니크는 아드리아해를 낀 도시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도시로 손꼽힌다. 도시의 별명 또한 아드리아해의 붉은 심장이라는 자랑스러운 이름이다. 이곳을 가리켜 조지 버나드 쇼는 “지상에서 낙원을 찾으려는 사람들은 두브로브니크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 아시아권 여행자들의 발길이 늘고 있지만, 크로아티아는 독일과 스페인 등 서유럽권 사람들의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여행자들을 처음으로 맞았던 가이드 엘레나 불라트는 “크로아티아는 17~18세기부터 휴양, 관광지로 많이 찾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현대에 들어서는 예전의 영화만큼은 못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1991년부터 1995년 사이 발칸반도에서 발발한 세르비아와의 내전 등의 탓이다.

붉은 지붕을 올린 집들이 빼곡하게 들어선 언덕. 그 아래로 옛 시가지와 성벽이 웅장한 모습을 자랑하고 있다. 성벽과 맞닿은 바다는 옥색과 청색이 교차하며 빛난다. 성벽의 3분의 2는 바다를 끼고 있다. 이 성벽은 내전을 비롯한 전쟁에도 다행히 옛 모습을 거의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여전히 복구공사는 진행되고 있지만, 여행자들이 거니는 골목과 광장, 성벽 위 길에서는 그 흔적을 찾기 힘들다.

크로아티아가 유럽인들의 휴양지로 인기를 얻게 된 데는 휴양에 적합한 자연환경과 풍부하고 다채로운 역사 유적 등 볼거리의 영향도 있지만, 다른 유럽 휴양지에 견줘 비교적 저렴한 물가의 영향도 있다. 그래서 최성수기인 7~8월에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두브로브니크는 유럽에서 건너온 인파들로 성벽가 골목길이 북적댄다. 결국 결과는 물가 상승이었다. 작은 물병 한개 값이 1시간 떨어진 지역보다 3배나 비쌌다. 성벽 밖으로 조금만 벗어나도 이런 바가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성벽 밖 숙소 근처 식당이나 식품점 등을 이용하면 된다.


 

두브로브니크 성벽에서 내려다본 풍광. / 두브로브니크 옛 성곽 안의 대로인 플라차대로의 야경.


크로아티아의 다른 도시를 여행할 때와 달리, 두브로브니크 여행 안내자들은 ‘두브로브니크 공화국’ 시대를 자주 입에 올렸다. 다른 지역은 대부분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공화국 지배를 받았지만, 이곳은 무역을 기반으로 자체적인 해양 도시국가로 자리잡았던 곳이다. 성안의 성당을 비롯한 모든 건물과 골목길, 깎아지른 듯한 바닷가 절벽 위 세워진 성벽은 중세시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두브로브니크 사람들은 여전히 살아가고 있다. 크로아티아의 여행지 곳곳을 돌며 느꼈던 생소함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박제화된 여행지가 아니라 현지인들의 일상이 그 안에 숨쉬고 있었다.

꼼꼼하게 둘러보길 권할 만한 곳은 너무 많다. 그중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바로 성벽 길 걷기 투어이다. 성벽의 관문인 필레문에 들어서면 오른편에 티켓을 파는 곳이 있다. 이곳에서 시작해 성벽 일주를 하는 데는 적어도 1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1시간은 너무 부족하다. 길을 걷다가 햇살을 맞고, 또 성벽 아래 바다빛을 구경하다 보면, 서너시간을 봐도 모자랄 정도이다.

옛 시가지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플라차대로 양옆으로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 등이 늘어서 있다. 하지만 이 대로만 보고 돌아서서는 곤란하다. 대로 사이사이에 난 골목에는 아기자기한 노천카페와 아이스크림 가게 등이 즐비하다. 패키지 여행이라면 몰라도 자유여행자들에게는 이곳에서 잠깐의 여유를 꼭 누려보기를 권한다.


카르스트 지형 안에 16층 계단식 호수 탄성, 울창한 숲엔 야생 곰도 서식


두브로브니크를 붉은 심장이라고 한다면, 플리트비체 국립공원은 ‘푸른 눈’이라고 불러도 될 것 같다. 수도 자그레브에서 차로 3시간 넘게 걸려 도착한 플리트비체 국립공원. 미지의 세계, 어쩌면 요정이 살 것 같은 호수와 숲으로 둘러싸인 이곳에 한발을 내딛자마자 탄성을 낼 수밖에 없었다. 제1입구로 들어서자마자 만난 ‘빅 폴’(큰 폭포)은 세 갈래로 절벽에서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움푹 파인 절벽에 자리잡은 폭포의 웅장함은 이른 오전에 더욱 감동적이라고 안내자 헬레나 페트로비치는 설명했다.

시작에 불과했다는 말은 이런 때 쓰라고 있는 말이었다. 빅 폴에 이어 절벽 사이의 호수들은 계단처럼 펼쳐졌고, 그 호수 안에는 다양한 물빛깔이 반짝였다. 플리트비체 예제라(Plitvice Jezera·호수) 국립공원은 카르스트 지형이다.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땅속에 들어가면 석회를 녹여 구멍을 만든다. 이 구멍이 커져 지하에는 석회동굴이 생긴다. 플리트비체의 호수는 이 석회동굴이 함몰되어 만들어진 것이다. 호수 속 물빛이 다채로운 것은 석회 침전물의 색깔 때문이기도 하지만, 물속에서 무럭무럭 자라는 이끼를 비롯한 수생식물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플리트비체의 호수 생성의 비밀에는 카르스트 지형뿐 아니라 수변 식물들의 역할도 담겨 있다. 플리트비체의 호수는 모두 16개의 층으로 이루어져 있다. 호수 옆에 자라는 나무들은 비가 많이 올 때면 휩쓸려 댐을 만들었고, 이것이 쌓이고 쌓여 16개 층의 호수가 된 것이다. 나무에 붙어 자라는 이끼에 석회 성분이 엉겨붙어 이끼 돌이 된다. 이 돌은 아주 쉽게 부서진다.

헬레나는 플리트비체의 다양한 종의 생물들 이야기를 꺼냈다. 그 가운데 흥미로웠던 것은 바로 곰 이야기이다. 그는 “이 지역에는 가끔씩 곰이 출몰한다”고 말했다. 그는 곰이 새끼를 기르고, 겨울을 나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설명했다. 곰은 드물게 발견된다.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은 바로 송어다. 나무 데크가 놓인 호수 길을 걷다 보면, 인기척을 느낀 송어가 모여든다. 인천 앞바다의 갈매기처럼 입을

뻐끔거리고 있는 송어는 야생이라기보다는 사람의 손에 길들여진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무거운 가이드북 말고 가벼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활용 강력 추천

크로아티아는 국내 여행자들에게 이제 머나먼 미지의 여행지는 아니다. 여느 유럽 여행지처럼 다가서기에 큰 어려움이 없다. 여행 및 관광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지역이니만큼 여행자들을 위한 정보도 넘쳐난다. 그러나 막상 크로아티아를 향해 떠나기 전, 먼 거리만큼이나 막막함이 밀려오기 쉽다. 이런 막막함을 달래줄 여행 정보를 한데 모아 봤다.

하늘길 가운데 아직 직항편은 열리지 않았다. 극성수기에 국내 항공사에서 올해 전세기를 취항했지만, 내년에도 직항편이 열릴지는 미지수다. 크로아티아를 가기 위해서 국내 여행자들은 대부분 독일이나 오스트리아 등을 들렀다가 크로아티아로 입국한다. 국내 취항 외국 항공사 가운데 루프트한자는 뮌헨과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자그레브, 스플리트와 두브로브니크로 취항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인천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거쳐 자그레브, 스플리트로 떠나는 노선은 매일 있다. 크로아티아를 종단하는 여정이라면 자그레브로 입국해 두브로브니크에서 출국하는 일정을 추천할 만하다. 두브로브니크에서 독일을 거쳐 한국으로 떠나는 일정의 노선은 주 4회 있다.

크로아티아를 다녀온 여행자들은 차량을 대여해 여행하기를 권한다. 아름다운 풍광을 어쩔 도리 없이 지나치기에는 너무나 아깝기 때문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대부분의 유럽 지역이 그러하듯이 렌터카 가운데서도 수동 기어 차량이 더 많다. 값도 수동 차량이 훨씬 저렴하다. 자동 기어인 경우 값이 많게는 40% 가까이 뛴다. 스플리트에서 두브로브니크에 이르는 높고 깊은 2차선 도로를 고려한다면, 그리고 익숙하지 않은 수동 기어 운전 실력을 갖고 있다면 자동 기어 차량을 빌리는 게 낫다. 크로아티아 국내 버스 및 철도 노선도 발달해 있다. 예정에 없는 소도시 등을 찾아 여행하기에 버스나 기차만큼 좋은 교통수단은 없다. 기차보다는 버스가 더욱 다채로운 여행지로 발길을 이끈다.

크로아티아를 여행하는 데 가장 적합한 시기는 6~8월이라고 꼽는다. 이 시기에는 유럽에서 온 휴양객들이 넘쳐난다. 해변과 옛 성벽 밖 거리, 골목길 곳곳에는 노천카페가 문을 연다. 여행 일정이 아무리 빡빡하더라도 노천카페의 여유는 꼭 한번 즐겨보도록 하자. 한여름 아드리아해 위로 따가운 햇빛이 내리쬐지만, 내내 건조한 바람이 부는 덕에 여행하기에는 나쁘지 않다. 모든 물가가 최고로 오르는 극성수기를 피한다면 4, 5, 9월도 여행하기에 나쁘지는 않다. 자그레브에서는 4월부터 9월까지 내내 시내 광장에서 축제와 행사 등이 열린다. 플리트비체 호수 국립공원은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중에 보는 호수의 물빛이 가장 아름답다고 하지만 다른 계절에도 그 아름다움은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여행하는 도중 무거운 가이드북을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스마트폰을 사용한다면 크로아티아 여행 정보를 담은 애플리케이션(사진)을 내려받아 써보기를 권한다. 소도시 여행 정보까지 담고 있어 자유 일정의 여행자들에게는 더욱 쓸 만한 애플리케이션이다. 애플리케이션은 서너가지가 있는데, 이 가운데 크로아티아 관광청과 트리포소 여행 가이드 앱을 함께 활용하면 가볍고도 알찬 가이드북이 된다. 두브로브니크는 두브로브니크 카드를 선보이고 있다. 1일, 3일, 7일권이 있다. 대중교통 이용권과 주요 관광지 입장료 등이 포함되어 있다.


글·사진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기사등록 : 2012-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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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http://blog.daum.net/minoksig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