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해변’ 빠져나와 포도밭으로 | |
도시와 바다·전원을 한번에 느끼는 오스트레일리아 제2의 도시 멜버른 | |
남종영 기자 | |
오스트레일리아 제2의 도시 멜버른은 도시와 바다, 전원을 한번에 느끼는 흔치 않은 여행지다. 생각해 보라. 멜번 다운타운에서 아침 겸 점심(브런치)을 먹고 낮에는 남빙양에서 윈드서핑을 하고 저물녘에는 우아한 와이너리 투어 대열에 섞여 있는 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
◎ 그레이트 오션 로드
그러니까 이 바람은 남극에서 불어온 거야. 바람에서 살짝 빙하 냄새가 났다. 펭귄 냄새도 실려 있었다고 하면 억측이었으리라. 하지만 바다 너머는 얼음처럼 차가운 푸른색이었다. 금방이라도 남극에서 ‘우지끈’하고 떨어진 빙산이 펭귄 군단을 싣고 떠내려 올 것만 같았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빅토리아주의 남부 해안을 따라가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바닷길’(이라고 혹자는 주장하는)의 노상. 토키에서 와남불까지 214㎞를 바닷가 절벽을 깎아 만들었다. 비가 오고 바람은 창문을 때리고 무지개가 뜬다. 차창은 남빙양의 변화무쌍한 자연 다큐멘터리를 돌리는 영화관이 된다. 가끔 누런빛 모래사장과 코알라들이 사는 숲과 파도타기 삼각편대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처음에는 “동해안 7번 국도가 낫다”며 ‘애국적 평가’를 내릴지 모르겠으나, 길의 후반부에서는 텅텅 바닷가에 내려앉은 거대암석으로 숨이 막힌다. 이른바 십이사도상.
십이사도상이 있는 케이프 오트웨이에서 포트 페어리까지 120㎞ 구간을 ‘난파선 해변’(The Shipwreck coast)이라 부른다. 거친 파도와 짙은 안개, 비수처럼 숨은 암초가 지난 40년 동안 배 80척을 삼켰기 때문이다. ‘죽음의 해변’이 한눈에 조망되는 십이사도상 전망대에 오르면 바다가 굶주린 괴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 포트 캠벨 3㎞ 직전에 ‘12사도상 헬리콥터 투어’(12ah.com)가 있다. 약 9분 동안 비행하며 십이사도상을 돈다. 어른 100오스트레일리안달러(1달러=1000원). 절벽 산책길을 택하면 십이사도상을 여유롭게 본다. 멜버른에서 3시간30분 거리. 멜버른 주요 여행사에서 당일 투어를 운영한다. 그레이트 오션 로드 공식 홈페이지 greatoceanrd.org.au
‘죽기 전에 맛봐야 할 핫초콜릿’
◎ 멜버른 골목길
멜버른 중앙우체국 앞. 서울 강남역 뉴욕제과, 부산 서면 영광도서 같은 곳이다. 삐삐도 휴대전화도 없던 시절, 이런 ‘약속의 랜드마크’에 가면 사람들이 수십 명씩 서 있었다.
멜버른 우체국은 약속 장소로서 150년 이상 역사를 이어 온 유서 깊은 곳이다. 우체국은 1841년 세워졌다. 얼마 안 돼 식민지 본국에서 보낸 편지와 소포를 찾으러 멜버른 시민이 꼭 들르는 곳이 됐고, 이어 만남의 광장이 되어 갔다. 이듬해 설치된 시계탑도, 시계가 없던 시절 약속의 증표가 됐다. 이제 더는 이 곳에 편지를 찾으러 오는 사람은 없지만, 사람을 만나러 오는 사람은 많다. 여기에 브런치로 유명한 페더레이션 커피숍이 있다. 멜버른 시민들은 출근 직전 우체국 건물 회랑의 노천 카페에 앉아 간단한 아침 식사를 즐긴다. 스크램블 등 달걀요리와 베이컨이 함께 나오는 아침메뉴가 12~13달러 정도.
멜버른의 아케이드도 우체국만큼 오래됐다. 로열아케이드는 1870년 세워진 가장 오래된 쇼핑몰. 리틀콜린스 거리 건너편 블록아케이드는 1891년생이다. 에칭 글라스로 된 천정과 모자이크 문양의 바닥 등 19세기풍의 고전적인 쇼핑몰 양식을 잇는다. 다시 길을 건너면 센터웨이를 지나 센터플레이스다. 어두운 골목으로 비친 햇빛은 산란돼 흩어지고, 그 아래 노천카페가 옴팍옴팍 붙어 있다.
멜버른 시내, 아케이드와 아케이드 사이에는 골목이 있고, 어두운 골목에는 노천카페가 들어앉았다. 로열아케이드의 초콜릿 카페 ‘코코블랙’을 들러보길. ‘죽기 전에 맛봐야 할 핫초콜릿’(이라고 혹자는 주장하는)과 초콜릿 등을 판다.
‘세상에서 가장 절묘한 위치의 와이너리’
◎ 야라밸리 와이너리
멜버른에서 한 시간 떨어진 야라밸리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주요 와인 산지다. 70여 와이너리와 고급 레스토랑, 그리고 부티크 호텔이 모여 있다.
1838년 이곳에 처음 포도씨를 뿌린 건 라이리 형제. 지금도 국제와인경연대회에 단골로 입상하는 와이너리 ‘예링 스테이션’(yering.com)의 시초다. 예링은 원주민 말로 ‘홍수 나는 평원’이라는 뜻. 지금은 ‘와인 홍수’가 난다. 하룻밤 895달러짜리 스위트룸이 있는 포도밭 호텔 ‘샤토 예링’도 딸렸다.
도메인 샹동(greenpointwines.com)도 야라밸리의 대표선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샴페인 회사 ‘모엔 앤 샹동’(Moet&Chandon)이 1986년 ‘절묘한 위치’에 포도밭을 일궈 문을 열었다. 그런지라 와이너리 빌딩의 ‘그린포인트 룸’ 레스토랑에서 내려다 본 전망이 장쾌하다. 낙엽 진 노란 포도밭 뒤편에 강이 흐르고 섬이 떠 있다. 그리고 강 뒤의 언덕, 언덕, 언덕들. 오스트레일리아에서는 ‘샹동’이라 불리고 수출품에는 ‘그린포인트’라는 라벨이 붙어 팔린다. 피노누아(Pinot Noir), 샤르도네(Chardonnay), 피노뫼니에(Pinot Meunier) 등 세 품종이 사용된 2004년 빈티지 브뤼(Brut·31달러)를 홀짝거려 보시길. 달콤하면서도 상쾌하다.
※ 멜버른에서 동부고속도로(83번)를 타고 갔다가 종점에서 마룬다 고속도로로 갈아타고 릴리데일에서 내린다. 와이너리 투어 사이트 (wineyarravalley.com과 yarravalleywinerytours.com.au) 참고.
호주 빅토리아주와 멜버른 호주 멜버른이 뜨고 있다. 지난해 4월부터 1년동안 호주 멜버른과 빅토리아 주를 찾은 관광객은 3만3천6백47명. 1년 전보다 무려 49%나 증가했다. 사람들이 몰리는 여행지엔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는 법. 단지 풍광이 아름답다거나 값이 싸다고 해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는 없다. 그럼 멜버른과 빅토리아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돋보기를 대고 한번 살펴보자. 거긴 뭐가 그렇게 좋은지….
멜버른은 빅토리아 주의 주도다. 빅토리아 주를 찾은 것이 지금까지 다섯 번 정도. 그래도 누가 ‘거기 뭐가 좋아’라고 물으면 딱 한마디로 대답 못하겠다. 공원이 절반인 멜버른 시내, 그레이트 오션로드, 발라랏이나 소버린힐, 야라밸리와 단데농, 증기기관선을 타고 가는 머레이, 펭귄 퍼레이드로 유명한 필립섬…. 하나 둘 얘기하다보면 말꼬리가 길어진다. 멜버른과 빅토리아 주의 관광 매력은 ①관광자원도 풍부하고 ②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붙는 그레이트 오션로드가 있고 ③유럽풍의 분위기가 시드니와는 딴판이라는 것이다. ④관광객을 위한 무료 시티트램(전차) 등 편의시설도 완벽하다. 관광 일정이 1주일 안팎이라 수많은 관광지를 다 돌아볼 수 없는 게 아쉽기는 하지만 빅토리아 관광을 제대로 하려면 그레이트 오션로드를 꼭 끼워넣고, 멜버른 시내를 꼼꼼히 살피는 게 중요하다. 만약 남들과 똑같은 코스를 돌기 싫다면 야라밸리 포도밭 정도를 일정에 넣자.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 좋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하루코스다. 길이는 214㎞ . 토키에서 시작, 론과 아폴로베이, 포트캠벨 등으로 이어지는데 빅토리아 관광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그레이트 오션로드는 1차 세계대전 이후 퇴역군인에게 일자리를 주기 위해 만들었다. 삽과 곡괭이로 길을 닦아 14년의 공사끝에 1932년에 완공됐다. 원래 이 일대 바다는 거칠었다. 예측할 수 없는 기상변화로 인해 1800년대부터 수십년동안 160여척의 선박들이 침몰했다고 한다. 별명이 난파선 해안(Shipwreck Coast). 가장 아름다운 지역은 포트캠벨 국립공원 지역 12사도 바위인데 예수의 12명의 제자와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거대한 돌기둥이 바다에 하나씩 박혀있다. 문제는 파도에 깎여 절벽이 조금씩 무너져 내린다는 것인데 12사도 바위 중 하나도 지난해 쓰러졌다고 한다. 몇해전엔 런던브리지라는 바위벽의 한쪽이 무너졌다. 그런데 이런 거친 파도도 관광자원이다. 전세계에서 파도를 타기 위해 서퍼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하여, 토키의 별명은 ‘서핑의 수도’. 영화 ‘폭풍속으로’에서 키아누 리브스가 악당이자 서퍼인 패트릭 스웨이지를 바다로 보내는 장면은 벨스 비치에서 찍었다. 시내구경에선 두 가지를 명심하자. 조용하고 전원적인 것을 좋아한다면 가든(공원)에 집중하고, 젊은이의 문화나 멜버른 스타일을 알려면 플린더 스테이션과 야라강 주변을 돌아볼 것을 권한다.
빅토리아 주는 가든 스테이트로 불릴 정도로 공원이 많다. 주거공간 대 녹지 비율이 전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래서 어딜 가나 공원이다. 로열 보태니컬 가든은 우리의 현충원 같이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끼고 있고, 피츠로이 가든은 퀵선장의 기념생가가 복원돼있다. 로열 보태니컬 가든만 10만8천평이나 된다. 플린더 스테이션 앞은 멜버른의 중심. 맞은편에 있는 페더레이션 광장, 인근 야라강 주변에는 카페와 바가 많다. 조금 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라이곤 스트리트는 이탈리아 식당거리. 거기서 피자를 시켜도 되고, 숏블랙(에스프레소 커피) 한 잔에 케이크 하나 놓고 분위기를 즐겨도 된다. 브룬스윅 스트리트는 관광객은 잘 모르지만 앤티크숍과 복고풍 상가들이 밀집돼 있다. 히피들도 많다. 마지막으로 세인트 길다 해변을 거니는 맛도 빼놓을 수 없다.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거기서 찍었다.(실은 떠돌아 다니느라 그 드라마를 못봐서 소상히 어떤 장면인지 설명해주지 못하는 기자도 독자에게 미안하다). 세인트 길다로 가는 도로는 자세히 보면 신호등도 다 뽑아내게 돼있다. 호수를 끼고 도는 이 도로에서 F1 그랑프리가 벌어진다. 마지막으로 야라밸리 와이너리. 가이드는 약 150여개의 와이너리가 있다고 했다. 집집마다 자신이 만든 와인을 파는데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있고, 숙박을 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까지 끼고 있는 곳도 있다. 가장 유명한 곳은 세계 최고의 샴페인 브랜드인 모엣샹동의 호주 합작사인 와이너리 샹동이다. 와인을 잘 몰라도 탁트인 들녘에 펼쳐진 포도밭만 봐도 좋다. 아직도 그 모습만 떠올리면 즐겁다. 저녁놀이 포도밭을 물들이는 모습은 정말 장관이었는데…. ▶빅토리아주 관광 포인트
▲멜버른:한국식당은 많다. 대부분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장사한다. 그만큼 한국음식이 세계화됐으니 어깨가 으쓱할 것 같지만 정작 한국 관광객 입맛에는 조금 달다. 왜냐면 현지인들이 달짝지근한 것을 좋아해서 양념이 달다. 쇼핑으로는 멜버른 센트럴이 약 200개의 숍이 있는 호주 최대의 상가. 원래 총알 만드는 공장이었다. 그래서 돔이 총알 모양. 그라탄거리에는 멜버른 출신 디자이너들의 개인 부티크가 많다. 패션에 꽝인 기자에게 호주관광청 강인주씨는 “니콜안젤라(Nicolangela)는 매장은 작지만 대담하면서도 독특한 스타일 때문에 시드니는 물론 유럽에서 찾아오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고 알찬 정보를 줬다. 에스플러네이드(Esplanade) 거리는 카페와 레스토랑, 무명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크래프트 숍이 빽빽하게 들어선다. 매주 일요일마다 벼룩시장이 선다. ▲필립섬:팔뚝만한 펭귄들이 저물녘에 해안으로 돌아오는 모습은 귀엽고 앙증맞다. 모래틈에 집을 짓고 사는 펭귄이다. 그런데 단점은 펭귄 수가 일정치 않다는 점. 많을 때는 수백마리가 한꺼번에 들어오고, 적을 때는 몇마리 보이다가 끝난다. 수가 많고 적고는 오로지 펭귄에게 달렸으니 ‘복불복’. ▲머레이 증기선:머레이는 사실 한국관광객들은 많이 찾지 않는다. 분위기는 발라랏과 비슷해서 발라랏과 소버린 힐을 간다면 굳이 가지 않아도 될 듯. ▲그레이트 오션로드:현지에서 곧바로 버스투어 등을 할 수 있다. 그레이트 오션로드 원데이 투어는 호텔 컨시어지에 예약을 하루 전날 하면 정해진 시간에 버스가 호텔 앞에 온다. 또는 멜버른 시내 스완스톤 스트리트나 전화로 직접 예약해도 된다. APT 투어(1300-655-965), 그레이 라인(1300-858-687). ▲퍼핑 빌리:아이들이 있으면 꼭 한번 타보는 게 좋다. 기차에 걸터앉아 창문 밖으로 다리를 내밀고 달리는 전세계에서 유일한 기차. 〈호주정부관광청(www.australia.com)〉〈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입력 : 2006-07-05 10:42:46 ----------------------------------------------------------------------------------------------------------------
‘람의 조각가 억겁의 손길’…멜버른, 지구 반대편의 봄 멜버른은 이제 막 봄이 움텄다. 대자연의 웅장함을 간직한 호주의 봄은 축복의 계절이다. 호주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멜버른. 생동하는 호주의 봄을 느끼기에 손색 없는 곳이다.
끝도 없이 펼쳐지는 거대한 빅토리아 해안. 이를 따라 이어진 ‘그레이트 오션 로드(Great Ocean Road)’를 달렸다. 바닷가의 절벽을 깎아 만든 해안 고속도로다. 질롱 근교인 토키(Torquay)에서 와남불(Warrnambool)까지 약 214㎞다. 세계 1차대전 후 귀향한 군인을 기리기 위해 착공된 이 고속도로는 완공에만 13년이 걸렸다. ‘그레이트’라는 이름이 수사에 그치지 않는다.
멜버른에서부터 오랜 시간을 달려가면 거대한 자연의 조각품을 만날 수 있다. ‘12사도상(The twelve Apostles)’이다. 12사도상은 수천, 수만년 동안 거친 파도와 바람으로 육지와 분리된 일종의 섬이다. 혹은 거대한 바위다. 12사도상은 지금 이 순간도 자연의 힘에 의해 조금씩 다른 조각품으로 깎이고 있다. 12도상이란 이름은 예수의 제자 12사도상에서 유래했지만, 지금은 12개 중 7개만 남았다.
12사도상을 더욱 생생하게 느끼기엔 헬기투어를 이용하면 된다. 헬기를 타고 하늘로 솟아오르면, 말 그대로 ‘그림 같은’ 장관이 펼쳐진다. 순간 그림인지 실제 장면인지 헷갈릴 정도다. 10분에 90 호주달러란 요금이 아깝지 않다. 이외에도 원래 2개의 큰 아치형 다리 모양이었지만 1990년 하나가 붕괴돼 육지와 분리된 런던브리지(London Bridge), 1878년 54명의 이민자를 태우고 멜버른으로 가던 배가 난파돼 단 2명만이 살아남은 이야기를 간직한 로크 아드 고지(Loch Ard Gorge) 등도 장관으로 꼽힌다. 멜버른 근교 여행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자연과의 만남’ 정도가 될 듯하다. ‘나홀로 여행’보다는 가족여행이 어울리는 곳이다. 필립아일랜드는 자연친화적인 호주인의 면면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아니, ‘자연우선적’인 호주인들이라 하는 게 맞겠다.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는 펭귄 퍼레이드는 그 성격을 잘 보여준다. 펭귄 퍼레이드는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키 30㎝의 꼬마 펭귄들이 집으로 돌아오는 길을 구경하는 행사다. 아침에 바다로 나가 먹이를 저장해온 아빠 펭귄은 저녁이면 집인 필립 아일랜드로 돌아온다. 펭귄들은 일사불란하게도 10여마리씩 팀을 이뤄 집으로 향한다. 펭귄 행렬도 장관이지만, 관광객의 관람 태도도 수준급이다. 펭귄 눈에 치명적이라는 카메라 플래시 때문에 그 누구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보슬비가 내렸지만, 모두 숨을 죽인 채 그저 펭귄 행렬을 감격스럽게 지켜봤다. 코알라보호센터에서는 코알라를 가까이서 구경할 수 있다. 하지만 코알라를 안거나 만져볼 순 없다. 일부 관광지의 ‘사진 찍기용 서비스’는 금물이다. 그저 나무 아래에서 바라보기만 할 뿐이다. 온종일 잠만 자다 가끔 깨 유칼립투스잎을 따먹는 생활을 하는 코알라에게 멜버른은 천국인 셈이다. 단데농의 퍼핑밸리 증기기관차 체험도 흥미롭다. 퍼핑밸리는 목재 수송을 하던 100년 넘은 증기기관차다. 단데농산의 호주 원시림을 헤치며 운행하는 기차를 타면 싱그러운 유칼립투스 향에 흠뻑 취할 수 있다. 시속 10~20㎞로 달리는 기차는 석탄으로 땐 하얀 증기를 내뿜으며 그야말로 ‘칙칙폭폭’ 달려 운치가 그만이다. 창 없는 기차라 창 위에 다리를 쭉 뻗을 수도, 창가에 앉을 수도 있다. 마치 호그와트로 가는 해리포터가 된 기분이다. 아이들의 탄성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멜버른 시내는 19세기의 우아한 건축물과 자연이 어우러진 도시다. 플린더스 전철역이 중심이다. 고풍스러운 유럽풍 역사는 밤이면 오렌지빛으로 환하게 붉을 밝혀 로맨틱한 분위기를 풍긴다. 역 바로 옆에는 관광안내소가 있어 여행팁을 제공한다. 역 뒤편은 멜버른을 가로지르는 야라강.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물들이 야라강을 따라 줄지어 있다. ‘유레카 스카이덱 88’은 남반구 최고층 높이를 자랑한다. 평범한 전망대와 달리 이곳엔 이동식 유리방 ‘디 엣지’에서 아찔한 경험을 즐길 수 있다. 불투명하던 유리벽과 유리바닥이 갑자기 투명하게 변해 공중에 뜬 듯한 느낌을 준다. 야라강 주변에는 고급스러운 카페와 바가 많아 야경 아래 흐르는 강물을 즐기기에 그만이다. 야라강 북서쪽의 도크랜드 주변에도 감각적인 레스토랑, 바가 늘어서 있다.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여유 있는 점심식사 장소로 각광 받는 곳이다. 멜버른 도심은 정방형으로 돼 있어 지도 한 장이면 어디든 찾기 쉽다. 시내를 도는 진홍색 시티서클 트램만 타면 혼자서도 여행하기 쉽다. 설혹 반대 방향으로 잘못 타더라도 한바퀴를 도는 데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반면 속도는 느린 편이다. 멜버른은 ‘정원의 도시’다. 로열 보태니컬 가든, 트레저리 가든, 퀵 빅토리아 가든, 칼톤 가든 등 다양한 공원이 도심을 둘러싸고 있다. 대한항공(1588-2001) 직항노선은 매주 3회(월·수·금) 뜬다. 〈멜버른|이고은기자 freetree@kyunghyang.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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