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ur/Tour - World

캐나다 & 록키

by Wood-Stock 2009. 6. 25.

천혜의 자연환경이 도심과 어우러진 캐나다 밴쿠버…

시내에서 30분이면 구름이 발밑으로, 예술가들 둥지 그랜빌 아일랜드도 색다른 재미

한겨레 현시원 기자 
» 높은 빌딩 뒤로 인간의 손 때가 덜 묻은 자연의 풍광이 눈에 들어온다.
더 멀리 더 넓은 풍경을 보고 싶은 게 원초적 욕망이라면 캐나다 밴쿠버는 그런 바람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몇 안 되는 도시다. 하얀 눈이 덮인 산봉우리가 높은 빌딩 뒤로 도시를 감싸고, 태평양과 마주 보는 서부 해안(웨스트 코스트)의 청명한 물 기운이 볼거리를 만든다. 눈이 호사스러운 기분이 드는 건 사람의 손때가 덜 묻은 자연의 풍광 때문. 밴쿠버는 원시 밀림이나 광활한 사막이 아니기 때문에, 도시와 자연을 왕래하며 볼 것을 찾기가 어렵지 않다.
 
 

» 태평양과 마주 보는 서부해안의 물 위로 저녁 해가 떨어지는 시간.

곤돌라 타고 1200미터 산 정상까지

 

밴쿠버 도심 지척에서 140m 길이의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현수교)를 통해 계곡을 건널 수 있고, 곤돌라를 타고 해발 1200m의 그라우스산을 오를 수 있다. 먼저 도심에서 30분 남짓 떨어진 카필라노 서스펜션 브리지에 들어서면 안구가 정화되는 느낌이다. 낮은 곳에서 두 발을 씻는 그림 <고사관수도> 속의 선비가 봤다면 기절할 만큼 아찔한 높이. 그 깊은 골을 그물로 된 다리를 부여잡고 건너야 한단다. 치솟은 나무들 사이로 뻗은 다리는 힘을 덜 주고 만든 듯 보인다. 기계음 소리가 나는 놀이기구와 견줄 수 없는 스릴이 있다. “무서워 보이기만 하는 거지, 이렇게 흔들어도 안전하다니까요.(웃음) 몇 해 전 나무가 허리케인 때문에 다 쓰러졌을 때도 다리는 안전했죠.” 15년 경력의 밴쿠버 여행가이드 잭 호(45)는 홍콩에서 이곳으로 이민한 뒤 적응의 노하우를 온몸에 새긴 경험가이자 호방한 만담가다.

 

잭의 예상대로였다. 겁먹은 첫발자국을 떼니, 발을 통통 튕겨볼 수 있게 됐다. 마침내는 두 줄을 흔들고, 아래를 내려다보는 용기도 생겼다. 좋은 것은 늘 그렇지만 너무 짧았다. 짧은 순간 계곡을 건너온 곳에는 삼나무와 전나무 등의 수풀이 우거져 있다. 우리로 치면 정자와 오두막의 중간이랄까. 높이에 따른 나무의 공기를 느낄 수 있게 타원형으로 이어지는 작은 구조물을 따라 나무를 봤다. 잭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나무는 껍질이 두꺼워서 불이 나도 타지 않죠. 안에 수분이 많아요. 그 에너지가 순환되니까요.”

 

도심에서 20분 남짓 떨어진 그라우스산에서도 해발 1200m에 자리 잡은 전망대까지의 수직 상승은 일상적인 일이다. 15분마다 수직 이동하는 곤돌라 티켓을 잃어버리면 내려갈 수 없다고 가이드가 말했다. 대체 어디까지 올라가기에 장난 섞인 겁을 주는 건가. 내 눈높이가 나무의 등줄기, 잎, 멀리 보이던 설원의 산봉우리와 비슷해지더니 이젠 구름 한가운데 올라왔다. 쾌적한 상태를 유지한 자연의 면적이 낯설었다. 양 닮은 구름, 생선 비늘 닮은 구름들에 익숙했는데. 이 높이에선 인간이 뭐라 말 붙이기 힘든 구름이 주인공이다.

 

여기 있는 산과 구름은 서울의 그것에 비해 얼마나 스트레스가 덜할까. 붉은색 곤돌라에는 스키, 스노보드 등 겨울철 레저를 즐기려는 이들의 들뜬 소리로 가득했다. 자연환경이 빼어난 것은 물론, 다운타운에서 30분이면 닿을 수 있다는 점에서 그라우스산의 인기는 매우 높다. 밴쿠버는 2010년 겨울올림픽을 개최한다. 스포츠에 열광하는 밴쿠버 주민들은 세계적인 스포츠 축제 개최에 대한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하나의 색감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노을이, 산 정상 전체를 잡아먹을 듯 덮고 난 후 금세 어두워졌다. 주머니에 있던 티켓을 보여주고 내려가는 곤돌라를 탔다. 밴쿠버의 밤은 산과 나무의 윤곽이 어둠에 가려져 까맣다. 아마도 여름에는 바이크를 타러 산 정상에 오를 밴쿠버의 한 주민이 “개스타운에도 가보고, 맛있는 식당이 많은 예일타운에도 가보라”고 귀띔했다.

 

다음날 도심의 개스타운에 들어갔다. 다운타운의 스팟으로 알려진 롭슨 거리가 젊고 세련된 가게들로 시선을 끈다면, 개스타운은 붉은 벽돌이 바닥에 깔린 운치 있는 곳이다. 롭슨 거리의 세련된 상점과 커피숍도 가볼 만하지만 낯선 도시에 대한 호기심을 품고 혼자 걷기에는 개스타운을 추천할 만하다. 게다가 이곳은 밴쿠버 도심이 형성된 역사적 장소. ‘수다쟁이 잭’으로 불리던 영국인 존 데이턴이 바다 건너 밴쿠버를 찾은 것은 19세기 말. 1867년 그가 이곳에 처음으로 바를 차리면서 카페, 술집을 갖춘 도시의 또 한 페이지가 쓰였다.


길에는 밴쿠버에서 유명한 원주인 미술품을 한데 모은 갤러리, 캐나다 출신 구두디자이너의 상점, 헌책방 등 과거 현재 미래가 과하지 않게 뒤섞여 있다. 개스타운의 헌책방에서 1950년대 밴쿠버 관광 소책자를 사고 싶었지만 그것만은 밴쿠버의 역사이기 때문에, 팔지 않는다고 했다.

 

밴쿠버 도심 남부 그랜빌 아일랜드(Granville Island)는 도심의 잘 알려진 보물창고다. 이곳을 찾는 현지인과 관광객은 각각 절반. 1980년대 초까지 공장지대였던 이곳에 지금은 다양한 물건을 저렴하게 파는 퍼블릭마켓(공공시장)과 공방들이 들어섰다. 유기농 먹을거리가 풍부하고 어린이들을 위한 시장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창고 또는 컨테이너였던 건물이 공동체의 사랑을 받는 공공공간으로 변모한 데는 협업의 힘이 컸다. 연방정부의 심사를 받은 가게나 개성 있는 스튜디오만이 들어올 수 있고 실험적인 일들을 지속적으로 꾀한다. 잭은 “최근엔 노숙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거용 컨테이너를 거리에 마련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

 

 

» 창고를 개조한 그랜빌 아일랜드. 지금은 공공마켓, 예술가 작업실 등이 들어선 지역 명소가 됐다.

개성있는 스튜디오와 가게들이 새로운 관광지 형성

 

이미 이곳은 별 다섯 개 관광지로 유명하다. 따라서 신선함이 떨어질 수도 있지만, 눈을 밝히면 자기만의 보물을 발견할 가능성도 크다. 캐나다의 여성 화가 에밀리 카(Emily Carr)의 이름을 딴 미술대학이 있고, 유리공예, 비즈공예, 가죽, 조각, 회화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이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곳에서 만난 조각가 피터 잭슨이 말했다. “그랜빌 아일랜드에서 작업하는 건 행운이에요. 야박한 갤러리를 통하지 않고, 내가 작업도 하고, 팔 수도 있으니까요. 가장 큰 기쁨은 세계 곳곳에서 온 관람객들과 대화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누구나 타인과의 대화를 원하는 건 아니다. 문패는 ‘가게’(store)여도 빼꼼 열어 보면, 자기만의 방 같은 곳도 많다. 작은 망치로 가죽을 다듬고 있는 장인의 모습을 창밖에서 보는 것도 나쁘진 않다. 이것이 그가 찾는 관계 맺기의 방식이기 때문이다.

 

 

» 잘 자란 식물들이 봄을 맞는 벤쿠버의 한 나절.

밴쿠버 여행쪽지

 

휘슬러에서 올림픽 미리 구경할까

 

◎ 에어캐나다가 밴쿠버로 직항 노선을 운영한다. 비행시간은 10시간30분, 한국과의 시차는 17시간이다.(4월부터 10월까지는 서머타임으로 16시간 차이) 관광 목적으로 방문할 때에는 무비자로 6개월 동안 머무를 수 있다.

 

◎ 밴쿠버를 찾았다면 세계 최고의 스키 리조트인 휘슬러와 유럽 정취의 고풍스런 도시 빅토리아도 놓치지 말자. 밴쿠버에서 2시간 남짓 떨어진 휘슬러는 북미 지역 최고의 스키 리조트로 선정될 만큼 인기 좋은 관광지이자 레포츠 천국이다. 휘슬러 블랙콤 스키장(whistlerblackcomb.com)은 말이 필요 없는 겨울 스포츠의 메카다. 밴쿠버 겨울올림픽을 준비하는 주요 도시로 휘슬러의 최근 움직임이 바빠졌다. 지난해 12월 휘슬러산 정상을 잇는 피크투피크(peak to peak) 곤돌라가 새로 제작됐다.

 

밴쿠버 도심은 걷기에 최적이다. 밴쿠버 전망대를 찾아 도심 풍경을 대략 익혔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심과 맞닿은 자연을 찾는 것이 좋다. 버스 요금과 노선의 자세한 정보는 트랜스링크를 참고한다. translink.bc.ca, +1-604-953-3333.

 

◎ 밴쿠버는 태평양 연안을 끼고 있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 있다. 관광 정보는 브리티시컬럼비아 관광청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다. hellobc.co.kr, tourismvancouver.com. 모두투어(02-728-8602)와 하나투어(02-2127-1207)에서는 밴쿠버, 빅토리아, 휘슬러를 묶는 브리티시컬럼비아주 여행 상품을 판매한다.

 

 

 

로키산맥에서 밴쿠버까지 20시간 기차여행
기차가 밀밭을 헤치고 로키산맥 건너면♬ 덜컹거리는 바퀴소리는 달콤한 자장가라네
한겨레 남종영 기자
» 대표적인 대륙횡단철도인 캐나다 횡단철도. 재스퍼역을 출발한 기차는 로키산맥을 넘으며 빙하와 호수, 초지 사이를 달린다. 비아레일 제공
우리는 여행이 목적지에서 시작되는 것으로 알았다. 버스·기차·비행기 등 교통수단은 여행에 이르는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때로는 여행 수단 자체가 훌륭한 여행의 목적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으레 속도는 희생되지만, 더 좋은 풍광과 한가로움을 얻는다. 장거리 기차여행이 대표적이다.
 

» 지붕이 창문으로 뚫려 있는 돔카. 낮에는 전망차 구실을 하고, 밤에는 별빛이 반짝인다.

비행기로 한 시간, 속도 대신 풍광을 선택하다

 

캐나다 로키산맥의 관광지 재스퍼. 여기서 세 시간 거리의 에드먼턴 공항에서 밴쿠버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재스퍼에서 밴쿠버까지 기차를 타면 20시간12분이 걸린다. 이 기차는 아메리카 대륙의 동쪽 토론토에서 출발한 비아레일의 대륙횡단열차 ‘캐나디안’이다. 토론토에서 꼬박 사흘을 달려 재스퍼까지 온다.

 

캐나디안은 원래 오후 2시5분에 들어와 3시30분에 떠날 예정이었다. 승객들로 역이 북적일 즈음, 재스퍼역의 역무원들은 대합실에 커피와 스낵을 가져왔다.

“죄송합니다. 연착이 됐어요. 좀 드시면서 기다리세요!”

 

장거리 대륙횡단열차는 연착하기 일쑤다. 그건 제3세계의 열차나 캐나다의 열차나 매한가지다. 하지만 기차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은 비행기 대신 열차를 탔다. 빠름 대신 느림을 선택한 것이다.

 

 

» 식당차 내부 모습. 침대칸 이상은 식사가 제공된다.
아메리카 대륙을 질러온 열차는 4시 넘어서야 재스퍼역에 들어왔다. 그러니까 이 기차는 번잡한 메트로폴리스 토론토의 소란과 프레리(아메리카 중부 평원) 밀밭의 고요를 통과해 해발고도 1000~2000미터의 로키산맥까지 헐떡이며 올라온 것이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객실 구경을 했다. 객실은 일반실인 컴포트클래스(comfort class)와 간이침대칸(berth) 그리고 개인공간이 보장된 싱글룸·더블룸 등으로 구분된다. 컴포트클래스는 항공권 가격 이하이지만, 침대칸 이상은 관광열차 성격이 강해 비쌀 때가 많다. 컴포트클래스의 승객들은 몇 겹의 담요와 먹을거리, 게임을 쌓아두고 장거리에 임할 태세고, 싱글룸 승객들은 수건을 들고 샤워실에 들어가며 여유를 부린다.

 

기차는 재스퍼역을 출발하자마자 가장 아름다운 구간을 통과한다. 지붕이 창문으로 뚫려 있는 ‘돔카’로 달려갔다. 승객들은 하늘 천장 아래서 책을 보다가 창문을 바라보다가 잠에 빠져든다. 그사이 기차는 시속 50㎞로 로키를 기어오른다. 해발 2470미터의 휘슬러산을 휘감은 뒤, 마이에트강을 거슬러올라 옐로헤드 고개에 이른다.

 

해발 1131미터, 북아메리카 대륙을 좌우로 가르는 대륙분수령(Continental divide) 가운데 가장 낮은 지점이다. 인디언 부족과 모피무역상들이 수 세기 동안 오르내렸던 앨버타주와 브리티시컬럼비아주를 잇는 고개. 여기서 손목시계의 시침을 한 시간 늦췄다. 해가 빙하 위로 떨어질 때까지, 기차는 옐로헤드 호수와 무스 호수 그리고 롭슨 마운틴과 알브레다 빙하를 차례로 휘감았다.

 

 

» 밥을 먹고 있는데, 화물차가 다가왔다. 레이크루이즈 스테이션 앤 레스토랑.
기차여행의 가장 큰 즐거움은 침대차에 누워서 잠을 청할 때다. 불을 끄면 세상은 암흑이 된다. 기차가 반달 모양으로 휘어질 때, 앞 객차에서 새어나오는 불빛이 아주 잠시 스칠 뿐이다. 덜컹덜컹 기차의 울림에 침대에 누인 몸도 가볍게 흔들린다. 약간의 진동은 오히려 숙면에 도움이 된다.

 

차장의 아침식사 안내 방송에 늦잠에서 깼다. 침대칸 이상 승객에게는 식사가 서비스된다. 식당차로 달려가 스크램블과 뜨거운 커피를 시키고 창밖을 바라봤다. 네모난 창문은 스크린이 되고, 스크린에는 풍경이 상영된다. 지난밤 스크린은 암전이었다가 해가 떠오르며 발랄해졌다. 이제 기차는 로키의 준봉을 내려와 밴쿠버를 앞에 두고 화려한 메트로폴리스에 진입하고 있다.

 

 

» 재스퍼역에 정차한 화물열차들. 뒤로는 로키의 연봉들이 펼쳐진다.

해가 뜨면 기차 창은 아름다운 풍경 화면으로 변신

 

컴포트클래스는 연중 붐비지 않는다. 젊은이라면 하룻밤 기차여행이 피곤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덜컹거리는 울림의 낭만을 기대하는 이는 침대칸 이상이 좋다. 기차를 여행의 목적으로 삼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예정된 시간보다 한 시간여 늦게 밴쿠버역에 도착했다. 비행기보다 스무 시간 늦게 도착했지만, 비행기로 날아왔으면 못 봤을 풍경을 기억에 담았다.

 

» 비아레일 여행지도

비아레일 여행쪽지

 

재스퍼에서 출발해야 로키 풍경 만끽

 

◎ 비아레일 홈페이지(viarail.ca)에서 티켓을 예약한다. 일주일에 세 차례 재스퍼를 오후 2시30분에 출발해 밴쿠버에 이튿날 오전 9시42분에 도착한다. 컴포트클래스 최저가 91달러(1캐나다달러=1150원). 침대칸(위칸) 311달러, 더블룸 704달러. 성수기·비수기 여부와 반환·취소 수수료 여부에 따라 값이 달라진다. 로키산맥의 풍광을 제대로 감상하려면 재스퍼에서 타야 한다. 밴쿠버 출발편을 타면 밤사이에 로키산맥을 지나가기 때문이다. 한국어 홈페이지(viarailcanada.co.kr)는 비아레일 노선과 운임, 시간표, 패스 정보를 제공한다.

 

기차를 탈 때 큰 짐은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따로 부쳐야 한다. 객차에서는 금연이다. 싱글·더블룸에는 화장실과 세면대가 있고, 비누·수건 등이 비치돼 있다. 샤워실은 함께 이용한다. 침대칸은 이층침대 구조로 커튼으로 구획돼 있다. 아래칸이 위칸보다 비싸다.

 

재스퍼는 캘거리나 에드먼턴에서 자동차를 타고 갈 수 있다. 캘거리나 에드먼턴으로 들어가서 밴쿠버로 나오는 항공권을 구입한다. 에어캐나다가 인천~캘거리·에드먼턴(밴쿠버 환승)을 운항한다. 80만~90만원대. 유류할증료 40만~50만원 안팎.

 

◎ 박경숙여행사에서 비아레일 상품을 판매한다. 재스퍼~밴쿠버 스노트레인 8박9일 상품이 200만원 안팎(항공·숙박 포함, 유류할증료 제외). 이밖에 캐나디안 전 구간을 탑승하는 토론토~밴쿠버와 캐나다 동부를 여행하는 토론토~몬트리올~퀘벡 등의 열차상품도 눈길을 끈다. 박경숙여행사는 15일까지 재스퍼~밴쿠버 항공·호텔 예약자를 대상으로 두 명을 추첨해 밴쿠버~재스퍼 침대칸 두 장을 제공하는 경품행사를 열고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oh-canada.co.kr) 참고. (02)3785-0127.


» 앵커리지역에 정차한 글레이셔 디스커버리. 2000년 이전까지만 해도 알래스카의 어촌마을 위티어를 잇는 유일한 육상교통수단이었다.

열차 타고 빙하를 건너볼까

 

북극곰과 고래 등 극지의 자연까지 즐길 수 있는 캐나다의 종단열차들

 

캐나디안이 아메리카대륙을 횡단한다면, 허드슨베이는 종단한다. 캐나다의 중부 프레리의 대도시 위니펙에서 허드슨만의 처칠까지 1700㎞의 종단선을 긋는다.

 

허드슨베이는 ‘북극곰 열차’로 유명하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 북극곰 1200마리가 종착역인 처칠 마을 근처를 기웃거리기 때문이다. 여름 또한 순백색 고래인 ‘벨루가’를 보러 가는 사람으로 열차는 붐빈다. 열차는 툰드라의 푸석푸석한 땅을 달린다. 군데군데 퍼진 호수와 땅 밑의 영구동토층 때문에 속도는 시속 50㎞ 안팎으로 떨어진다. 위니펙에서 처칠까지는 2박3일. 처칠과 연결되는 도로가 없기 때문에 허드슨베이 열차의 희소성은 더해진다. 그러므로 북극곰 철에는 예약이 필수다. 게다가 11월 말이면 북극곰은 하나둘씩 머나먼 북극 바다로 사냥길을 떠나니 서두르길. 티켓은 비아레일 홈페이지에서 예약한다. 일반실 164달러.

 

캐나디안이나 허드슨베이는 순수 관광열차가 아니다. 지역 주민의 이동수단에 관광객이 동승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매력적이다. 미국 알래스카의 글레이셔 디스커버리도 그러하다. 이 열차는 알래스카의 중심 도시인 앵커리지에서 인구 300명의 마을 위티어를 연결한다. 위티어 역시 2000년 이전만 해도 도로가 없어서 유일한 육상교통수단은 열차였다.

 

글레이셔 디스커버리는 이름 그대로 빙하를 ‘발견’하면서 간다. 앵커리지를 떠난 뒤 터너게인만으로 바짝 붙어가는 열차 좌우로 트웬티마일 빙하와 스펜서 빙하가 차례로 나타난다. 운이 좋으면 바다에서 물을 내뿜는 고래와 추가치산맥을 기어오르는 산양과 독수리를 볼 수 있다. 평소 ‘승객’이 적은 관계로 관광객이 많은 5월 중순부터 9월 중순까지만 운행한다. 편도 65달러. 2시간20분 걸리는 짧은 코스다. alaskarailroad.com

 


» 재스퍼역의 트레인스 앤 라테스. 캐나다의 기차 마니아들에게 유명한 카페다.

캐나다 횡단 철도 위의 아름다운 노천 카페들

 

무인역 카페에서 낭만 한잔

 

세상에 기차 카페는 많다. 하지만 거개는 객차를 레스토랑으로 개조한 키치적 카페다. 기차역 카페도 많다. 물론 거대한 민자역사 쇼핑몰에 입주한 커피전문점이다.

 

◎ 정말로 기차가 ‘스쳐 지나가는’ 기차역 노천카페가 캐나다 횡단철도상에 있다. 로키산맥 레이크루이즈의 ‘레이크루이즈 스테이션 앤 레스토랑’(Lake Louise Station & Restaurant). 기차를 타고 내리는 사람은 없지만 저녁 정찬을 즐기러 오는 사람은 많은, 이색적인 무인역 레스토랑이다. 1910년 건축된, 백년 가까이 된 기차역을 1994년 레스토랑으로 개조했다. 손님들은 역사 대합실과 철길을 따라 선 ‘키치형 기차 카페’에서 밥을 먹거나 역 뒤로 흐르는 보강(Bow River)을 산책한다. 스테이션 버거, 안심·연어스테이크에서 팟타이까지 15~35달러에 팔린다.

 

팟타이를 후루룩거리는데 기적이 울렸다. 순간 레스토랑 앞뜰로 기차가 흘러들어왔다. 밥 먹던 사람들은 카메라를 들고 플랫폼에 나갔다. 기차에서 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밴쿠버에서 출발한 화물열차였다. 열차는 디저트를 다 비울 때까지 서 있었다. 레스토랑 앞의 신호등이 파란색으로 빨간색으로 바뀌고서야, 기차는 그르릉 소리 내며 무인역 레스토랑을 떠났다. lakelouisestation.com, (403)522-2600.

 

◎ 유인역 재스퍼역에도 멋진 카페가 있다. ‘트레인스 앤 라테스’(Trains & Lattes). 재스퍼역 한쪽 귀퉁이에 붙은 조그마한 매점이지만 역사 밖 플랫폼을 노천카페로 이용한다는 점에서, 크다. 노천카페의 전망은 좋다. 재스퍼를 감싸는 로키의 연봉들이 펼쳐지고, 그 사이로 뻗은 철길이 인상적이다. 플랫폼에서 라테를 홀짝이다 보면, 바로 옆으로 열차가 스칠 듯 지나간다. 에스프레소와 드립커피 외에도 기차 프라모델과 관련 책, 셔츠 등을 판다. (780)852-7444.

 

기사등록 : 2008-11-12 오후 09:43:57 기사수정 : 2008-11-16 오후 02:19:47

========================================================================================================================================================

 

‘눈을 뗄 수 없었어’기차여행

출발지 재스퍼, 도착지 밴쿠버. 탑승 목적은? 기차여행.

사진제공/비아레일
창에서 눈을 떼는 사람은 좀처럼 없었다. 지금, 여기가 이 여행의 목적지니까. 교통수단으로만 생각했다면 기차를 타지 않았을 것이다. 빠르지도, 싸지도 않다.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기차로 73시간50분, 제일 싼 티켓 563캐나다달러. 비행기를 타면 5시간 250달러면 된다. 속도와 가격을 희생하고 얻은 것은 평생 가슴에 사무칠 풍경. 오후 3시30분 재스퍼역을 출발한 기차는 바로 로키산맥의 준봉 사이로 접어들었다.

자리에 가방만 던져놓고 기차 끝으로 달려갔다. 마지막량 열차엔 앞·뒤·천장에 유리가 달린 2층 돔카(Dome Car)가 달려 있다. 이미 만석이었다. 하긴, 토론토에서 밴쿠버까지 4467㎞ 중에서도 재스퍼부터 밴쿠버까지의 860㎞ 풍경이 가장 좋다. 특히 재스퍼역부터 3시간 동안은 창에서 눈을 떼면 안된다. 기차가 꼬리를 뿜으며 로키산맥을 넘는다. 시속 50㎞밖에 안된다는 것이 고마운 구간이다. 중턱에 케이블카가 있는 휘슬러산을 지나 기차는 옐로헤드 고개로 진입한다.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옐로헤드 고개는 앨버타주와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의 경계인 동시에 시간대가 바뀌는 곳입니다….”

해발 1131m의 옐로헤드 고개는 3000m가 훌쩍 넘는 로키의 준봉들 사이로 난 길이다. 옛날 원주민들이 이 길로 로키산맥을 넘었고, 유럽에서 들어온 모피무역상들이 뒤를 이었다. 그 길을 기차로 넘는다. 침엽수림을 배경으로 호수가 눈높이로 지나간다.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들은 이렇게 에메랄드 빛이다. 오른쪽으로 우뚝 솟은 산이 로키산맥의 상징인 롭슨 산. 산 머리의 만년설을 시야에서 놓치지 않고 기차는 동쪽으로 달린다.

어떻게 이 험준한 산맥에 철로를 놓을 생각을 했을까. 당초부터 관광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현 로키산맥의 관광 거점인 밴프에서 온천이 발견된 것은 1882년. 철도회사는 적자를 메우기 위해 이곳을 온천 휴양지로 개발하고, 전국의 부자들을 기차로 실어나르기로 했다. 4년 뒤 생긴 밴프 스프링스 호텔의 ‘스프링스’는 ‘온천’이란 뜻. 유럽의 고성을 닮은 고급호텔은 곧 로키의 상징이 됐다. 1911년엔 로키 관광의 또다른 중심지인 재스퍼에도 철로가 놓였다. 1925년 지은 재스퍼역사는 캐나다 ‘근대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부자’들은 부지런히 로키를 찾았지만, 철도회사는 1차 세계대전으로 닥친 불황을 이기지 못하고 도산했다.

철로의 역사는 100여년, 지금 앉아 있는 열차의 역사도 50년이 넘는다. 1955년 만들어져 수차례의 리노베이션을 거쳤다. 당시엔 달리는 특급호텔이었겠지만, 지금의 눈으로 보면 좁고 낡았다. 좌석 종류는 5가지. 우리나라와 같은 일반 좌석, 침대차, 유럽 열차처럼 문이 달린 작은 객실 형태의 싱글룸, 더블룸, 트리플룸이 있다.

객실은 하룻밤 50여만원이란 가격에 비해 ‘럭셔리’하지 않다. 싱글룸은 좌석과 변기가 마주보고 있다. 밤엔 벽에서 매트리스를 꺼내 침대로 만들어 준다. 개인 화장실이 달린 더블룸은 낮엔 팔걸이 의자 2개, 밤엔 2층 침대로 바뀐다. 가로·세로 2m가 조금 넘는 좁은 객실이지만 세면대, 옷걸이, 선풍기까지 있을 건 다 있다. 열차 로고가 찍혀 있는 비누를 들여다보고 있는데, 승무원이 문을 두드렸다. 이 객실 전담이니 불편이나 필요한 것이 있으면 언제라도 불러달란다.

갑갑한 객실보다는 공용 공간인 파크카가 기차 여행에 더 어울린다. 기차의 끄트머리, 돔카와 라운지가 달린 객차다. 부지런히 달려오는 철로를 보고, 밖을 내다보고, 책을 읽거나 커피를 마신다. 양복에 서류가방을 들고 신문을 읽는 사람은 없다. 두 아이를 데리고 여행 중이라던 캐나다인 션은 “아이가 있는 가족이나 은퇴한 노인들이 여행삼아 타는 노선”이라고 말했다. 게임을 하고 비디오를 볼 수 있는 액티비티 룸은 봄방학 여행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로 가득했다. 침엽수림 사이로 난 강을 따라 열차는 달렸다. 해가 지고, 저녁식사 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이 울렸다. 지도대로라면 여기쯤이 클리어워터 호수다.

오후 10시50분. 기차는 캠프룹스에 도착했다. 재스퍼~밴쿠버 구간의 유일한 정거장이다. 기차에 비치된 안내서엔 ‘황금을 찾아 로키산맥을 넘어 서쪽으로 전진한 이들이 만든 정착촌’이라고 설명돼 있었다. 선로 사이에 들어앉은 역사는 달랑 방 한칸이었다. 일없이 열차를 따라 걸으며 기지개를 켰다. 돔카로 돌아가서 밤하늘을 구경할까, 침대로 ‘변신’한 객실로 돌아가 잠을 잘까. 내일 아침엔 열차 안에서 해뜨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밴쿠버 도착 시간은 오전 7시50분이다.

▲여행가이드

재스퍼~밴쿠버 기차여행은 캐나다 로키산맥을 여행하는 방법 중 하나다. 기차에 앉은 채로 로키산맥을 넘으며 3시간에 걸쳐 주변 절경을 본다. 비용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로키 여행이 2번째거나, 색다른 여행을 좋아하거나, 특별한 기념일이라면 시도해 볼 만하다.

◇노선=재스퍼~밴쿠버 구간은 ‘캐내디언’ 라인으로 불리는 토론토~밴쿠버 구간의 일부다. 로키산맥을 제대로 보려면 재스퍼 출발, 밴쿠버 도착 방향으로 타야 한다. 재스퍼역에서 오후 3시30분 출발, 밴쿠버역에 이튿날 오전 7시50분 도착한다. 반대 방향은 로키 구간을 야간에 통과한다. 운행시간 17시간20분.

◇가격=재스퍼~밴쿠버 일반 좌석 기준 170캐나다달러(약 13만7700원). 성수기엔 227달러(18만3900원)로 올라간다. 6월1일부터 10월21일까지 성수기 요금이 적용된다. 침대칸 비수기 430달러(34만8400원) 성수기 683달러, 싱글룸 비수기 552달러(44만7200원), 성수기 876달러. 더블룸 비수기 828달러(67만2600원), 성수기 1314달러. 요금은 1인 기준. 세금 별도다. 침대칸 이상에서는 저녁·아침식사와 음료가 포함된다.

◇시설=싱글룸 이상에는 객실 내 화장실·세면대가 설치돼 있고, 비누·수건·구강청정제가 비치돼 있다. 샤워부스는 객차당 하나씩. 커피와 간단한 음료는 돔카·라운지가 있는 파크카에서 마실 수 있다. 식사는 식당칸을 이용한다. 전채·메인·디저트·커피가 순서대로 나온다. 열차를 예약할 때 식사도 함께 예약해야 한다.

비행기 기내 반입 사이즈보다 큰 가방은 객실에 갖고 들어갈 수 없다. 화물칸에 부쳐야 한다. 기차를 타기 전 짐 정리를 해둘 것. 전 객차가 금연 열차로 운행된다. 흡연은 캠프룹스 역에서만 가능하다.

◇이용방법=비아레일 홈페이지(www.viarail.ca), 비아레일 한국어 홈페이지(www.viarailcanada.co.kr)에서 예약·결제할 수 있다. 2명이 여행한다면 ‘로맨스 바이 레일’ 패키지(www.viarail.ca/romancebyrail)도 이용할 만하다. 더블룸 2개를 터서 하나의 객실로 만들어준다. 퀸사이즈 침대, 생화, 초콜릿, 샴페인 등을 준다. 패키지 전체가 비수기 1706달러(138만6500원)로 2명이 일반 더블룸을 사용하는 것과 비슷한 가격이다. 성수기엔 3554달러로 올라간다. 최명애기자

〈재스퍼(캐나다)|최명애기자 glaukus@kyunghyang.com〉

========================================================================================================================================================

 

 

빙하에선 설상차 드라이브를!
캘거리에서 로키산맥까지 렌터카로 680㎞를 달린 플라이 앤 드라이브 여행
한겨레 남종영 기자

 

» 렌터카를 이용한 플라이앤드라이브는 내 맘대로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다. 플라이앤드라이브의 최적지인 레이크 루이즈에서 재스퍼까지 이어지는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플라이앤드라이브’(fly&drive)는 항공과 렌터카를 결합한 여행 방식이다. 공항에 내리자마자 렌터카를 빌려 타고 여행하는 것이다. 여행지마다 짐을 부리고 버스 시간을 맞춰야 할 필요가 없다. 끌리는 곳에 멈추고 미련이 남는 곳에 남으면 그만이다. 해외 렌터카 여행도 겁낼 필요 없다. 낯선 교통문화와 어설픈 영어는 생각보다 큰 짐이 아니다. 양보심 많은 운전자들, 관대한 주차공간 등으로 한국보다 피로감이 덜하다.
 

» 야생동물과의 우연한 조우도 로키 여행의 즐거움이다. 선샤인 메도 가는 길에 만난 산양(mountain goat).

숙소 앞에는 마실 나온 사슴이

 

플라이앤드라이브의 매력을 가장 잘 구현해 주는 여행지가 캐나다 로키다. 타이가와 빙하 사이로 흐르는 도로의 부드러운 곡선감, 곰·사슴·산양 등 야생동물과의 우연한 조우, 운전하느라 긴장한 다리를 풀어주는 트레킹 코스가 운전자를 즐겁게 한다. 로키 플라이앤드라이브는 앨버타주의 주도인 캘거리 공항에서 시작한다.

 

◎ 캘거리에서 운전 준비하기 다운타운의 음반매장 HMV(TD Square, 8 Avenue & 3 St SW)에서 운전 중 들을 음악을 샀다. 지도는 시내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앨버타주 관광청이 펴낸 공식 도로교통지도를 챙겼다. 무료지만 훌륭하다. 하지만 하이킹까지 하려면 자세한 지도가 필요했다. ‘맵 앤 트레일 가이드’ 시리즈가 가장 적당하다. 여행·지도서점 맵타운(100-400 5th Ave SW)에서 밴프 앤 마운트 어시니보니(Banff & Mount Assinibonie), 레이크 루이즈 앤 요호(Lake Louise & Yoho), 재스퍼 앤 말린 레이크(Jasper & Maligne Lake)를 샀다. 하나에 8.95달러(1캐나다달러=1120원)씩.

 

캘거리는 서부 카우보이 문화와 세련된 도시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다. 캘거리의 정수를 느끼려면 글렌보 박물관(glenbow.org)을 추천한다. 원주민 빅풋과 캐나다 횡단철도의 건설, 석유도시로의 탈바꿈까지 역사가 망라됐다. 캘거리 다운타운은 건물과 건물이 다리로 연결돼 아케이드를 이룬다. 15피트 높이에 있어서 ‘15 플러스’라 불린다. 15피트 위 쇼핑몰을 걸어다니며 아이쇼핑을 하고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었다.

 

시내 도롯가 주차장에는 30분, 2시간 등 제한시간이 표시됐다. 자동발매기에서 주차구역 번호와 차량 번호를 입력한 뒤 신용카드로 결제한다. 요금은 지역마다 다르다. 시간당 3~4달러 정도. 주차료가 만만치 않으니 숙소에 차를 두고 돌아다니길.

 

◎ 밴프와 보밸리 파크웨이 캘거리에서 밴프까지 1시간30분 동안 주파수를 에프엠(FM) 95.9에 맞췄다. 시시껄렁한 잡담이 없는, 록·컨트리·팝 등 히트곡 취향자에게 맞는 방송 ‘케이엑스(KX) 96’이다. 사실 여기만큼 오랫동안 라디오를 켤 수 있는 구간은 많지 않다.


밴프는 로키의 중심지인지라 관광지 느낌이 과대하다. 보강 다리 건너에 숙소를 잡으면 소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소나무 언덕 앞에 자리잡은 펜션 테넨호프에 들어서니, 사슴 한 마리가 정원에 앉아 있다. “여기서 기르는 건가요?” 주인 리 오도널이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8월부터 일주일에 두어 번씩 저렇게 놀다 가요. 근처 숲에 사는 놈들인 것 같은데.”

 

 

»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센터에서 설상차를 타고 올라간 애서배스카 빙하.

슬리퍼 신고 빙하 앞에서 찰칵!

 

밴프의 전통적인 볼거리는 곤돌라를 타고 오르는 설퍼산, 설퍼산 기슭의 밴프 온천 그리고 미네완카 호수 등이다. 하지만 보강 근처 트레일로 아침 산책을 나가 보길. 펜랜드·선댄스 트레일 등은 엘크와 사슴이 뛰노는 조용한 숲길이다.

 

밴프에서 레이크 루이즈까지 이어지는 보밸리 파크웨이는 55㎞밖에 안 되지만 하루가 걸린다. 그만큼 잡아끄는 명소가 많다. 파크웨이 시점 부근의 선샤인 메도(Sunshine meadow)를 걸었다. 겨울에는 스키장으로, 여름에는 하이킹 트레일로 이용된다. 셔틀버스(왕복 25달러)를 타고 선샤인빌리지에 올라가 걷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록 아일(Rock isle) 호수. 록키 연봉을 배경으로 호수 속에 작은 섬이 솟았다. 이후 트윈 캐언스 메도(Twin cairns meadow)로 이어지는 고산 초원 길을 걸었다. 7.2㎞를 걷는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았다.

 

좋은 풍경이 나오면 잠깐 차를 세우고 사진을 찍어도 좋고, 호기심을 자극하는 호수 표지판을 보고 곁길로 빠져도 좋다. 작은 협곡으로 산책길을 낸 존스턴 계곡, 캐나다 지폐에 나온 빙하호 모레인 호수, 레이크 루이즈 등이 둘러볼 만 하다.

 

◎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타고 재스퍼로

 

모레인 호수에서 하루를 묵고 아이스필드 파크웨이에 올랐다. 보밸리 파크웨이가 아기자기한 타이가의 풍경이라면, 아이스필드 파크웨이는 장엄한 빙하의 경관이다. 보 호수, 크로풋 빙하, 페이토 호수 등 빙하 지형이 지나간다.

 

파크웨이 중간 지점의 컬럼비아 아이스필드센터에서 설상차를 타고 빙하를 ‘드라이브’할 수 있다. “세계 23대 가운데 미국이 남극에서 운행 중인 한 대를 빼곤 여기에 다 있다”는 설상차를 타고 애서배스카 빙하를 헤치고 나아간다. 10분 정도 가니, 관광객들을 위해 만든 널찍한 ‘빙하운동장’이 나왔다. 우산을 쓰고(빙하에서 우산이라니!), 추리닝을 입고(고어텍스 재킷은 못 될망정!), 슬리퍼를 신은(아이젠은 달렸나?)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는다. 영상 4도.

 

여기서 재스퍼까지는 1시간30분 거리다. 쭉 뻗은 파크웨이 대신 구도로인 93A도로를 탔다. 세월에 곰삭은 아스팔트는 울퉁불퉁하지만, 아무도 없는 도로를 혼자 달리게 돼 좋았다. 아직도 빙하에 미련이 있다면 마운틴 에디스 카벨 로드(Mt. Edith Cavell road)로 빠져 글래시어 트레일을 걸어보길. 호수에 빙산이 떠다닌다.

 

 

» 캐나다 지폐에 실린 풍광을 자랑하는 모레인 호수. 빙하에서 흘러내린 물이 고여 옥빛을 띤다.

21세기의 모험가는 렌터카를 타고 떠난다

 

19세기 후반 로키 탐험가 월터 윌콕스는 말을 타고 모험했다. 21세기 현대인들은 렌터카를 타고 여행한다. 로키의 도로에는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뉴욕주까지 아메리카 대륙의 자동차 번호판이 흘러다닌다. 나흘 동안 렌터카(마쓰다 왜건) 임차·보험비로 513달러를 썼고, 680㎞를 달렸다. 주유비는 82달러(1리터에 1.30달러) 들었다. 물론 패키지보다는 씀씀이가 컸을 것이다. 하지만 내 맘대로 돌아다녔다. 그 점이 마음에 들었다.

 

캐나다 렌터카 여행 ABC

 

좌회전 신호를 주의하세요

 

◎ 렌터카 여행은 어렵지 않다. 우선 에이비스·허츠 등 렌터카 업체에서 인터넷 예약한다. 현지 관광청 등 방문지 인터넷 사이트에서 지역 업체를 알아보는 것도 좋다. 지역 업체가 좀 싸지만, 공항에 없는 경우가 많다. 소도시인 경우 업체가 숙소로 렌터카를 배달해 준다. 캘거리의 경우 렌터카 업체와 차종, 패키지에 따라 가격이 다르긴 하지만, 소형차 기준으로 하루 70~80달러 정도를 예상하면 된다.

 

공항에 도착하면 렌터카 부스로 간다. ‘보증용’으로 신용카드로 가결제하고, 최종 결제는 반환 시점에 한다. LDW(Loss damage waiver) 보험은 옵션이다. 한국의 자차보험쯤 되는데, 도난·파손에 대해 일정액을 보상해 준다. 이번 여행엔 하루당 26.95달러가 들었다. 한국과 달리 직원은 차 열쇠만 건네준다. 주차장에서 찾아 타고 가면 된다.

 

◎ 캐나다 신호체계는 한국과 같지만 좌회전은 유의할 것. 보통 직좌회전 후 직진 신호가 떨어진다. 좌회전 신호가 따로 없을 경우 비보호 좌회전이다. 한국과는 달리 보행자 우선 원칙이 철저히 지켜진다. 횡단보도에 사람이 있으면 무조건 선다. 국제운전면허증도 챙겨라. 운전면허시험장에 운전면허증과 여권, 여권용 사진 한 장과 수수료 7천원을 내면 현장에서 발급받는다.

 

◎ 로키 플라이앤드라이브는 캘거리~밴프~재스퍼~캘거리나 밴쿠버~밴프~재스퍼~밴쿠버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밴쿠버 출발은 로키까지만 가는데 꼬박 하루가 걸려 피로감이 크다. 반납 지점을 달리할 수도 있지만, 이럴 땐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앨버타주 관광청 한국사무소(www1.travelalberta.com/KR-KO)의 튼실한 정보를 참고할 것. 여행안내서·지도도 볼 수 있다. 에어캐나다가 밴쿠버 환승편으로 캘거리를 매일 운항한다. 14~15시간 걸린다. 왕복 80만~90만원(유류할증료 40만~50만원 선).

 

 

기사등록 : 2008-10-01 오후 07:10:52 기사수정 : 2008-10-05 오전 10:18:36

 

====================================================================================================

 

 

 

곰이랑 숨바꼭질하고, 고래랑 서핑하고…캐나다 밴쿠버섬 ‘에코투어’

캐나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게 대자연이다. 국토는 남한의 약 100배 정도인데 인구는 3300만명밖에 되지 않으니 자연이 오염되지 않고 온전하게 보전됐다. 그래서 어딜 가든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대자연과 맞닥뜨리게 된다. 에코투어의 여행지로 캐나다만한 곳이 없다.
서퍼들이 보드를 들고 토피노의 롱비치 해변을 거닐고 있다. 가을과 겨울에는 폭풍우가 몰아쳐 캐나다 전역에서 서퍼들이 몰린다.

캐나다 밴쿠버 섬의 토피노에 다녀왔다. 밴쿠버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이지만 토피노를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토피노 전체가 태평양 해안 국립공원지역이다. 바다에서는 고래를, 해안에선 곰을 볼 수 있다. 겨울에는 바람이 거세게 불어 서퍼들이 몰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토피노 가는 길은 왕복 2차선의 좁은 도로였다. 도로 옆은 숲이 울창했다. 잘 생긴 삼나무들이 촘촘하게 자라서 햇살이 숲바닥까지 닿지 않았다. 숲 속은 대낮에도 어둑어둑했다. 곰이 산다더니 그럴 만했다. 이런 길을 4시간 달려 만난 토피노는 의외로 작은 시골마을이었다. 인구는 고작 7000명. 중심가에는 식당 몇 개와 가게, 갤러리가 전부였다.

곰과 고래의 관찰 투어를 예약했더니 “새벽녘에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고 했다.

“곰도 배 타고 보나요?” “여기서 쉽게 볼 수 있는 곰은 흑곰(Black Bear)인데 썰물 때 바다에 나와 조개나 홍합, 게를 주워먹습니다. 숲에 숨어있다가 해안으로 나오기 때문에 바다에서 관찰하기가 쉬워요.”

제이미스 여행사의 사장 데이브 크리스텐슨은 “바닷가에서 생생하게 야생곰을 볼 수 있다. 작년엔 딱 하루 빼고는 모두 곰을 관찰했다”고 했다.

이튿날 빗방울이 들이치는 바다에서 보트를 탔다. 배는 연안 사이의 섬을 여기저기 돌다가 곰 한 마리를 찾아냈다. 몸집은 한국의 반달곰과 비슷했다. 실제로 비슷한 종이다. 반달곰도 영어로는 Asiatic Black Bear다. 몸은 검었고, 코부분은 잿빛을 띠었다. 가슴에 반달문양은 없었다. 곰은 보트를 봤을 법도 한데 고개만 처박고 먹이를 찾느라 여념이 없다.

“겨울이 오면 곧 동면을 하겠네요.” “여기 곰은 동면을 거의 안해요. 며칠 잠 자는 게 전부죠. 그래서 겨울철에도 곰을 관찰할 수 있어요.”

토피노 앞바다의 쇠고래가 꼬리를 들어올린 채 유영하고 있다.
겨울철 토피노 지역의 눈오는 날은 5~6일밖에 안된다. 춥지 않고 먹을 것도 풍부하기 때문에 곰이 굳이 동면까지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가이드 크리스는 다른 섬으로 안내했다. 흑곰은 주로 섬에 사는데 주변에 약 200마리 정도가 있다고 한다.

고래 투어는 조금 더 깊은 바다로 간다. 토피노 연안은 리아스식으로 구불구불하다. 수만년 전엔 빙하였던 지역. 3월에 멕시코만 일대에서 새끼를 낳은 고래는 서서히 알래스카로 이동한다. 이 일대에서 볼 수 있는 고래는 쇠고래(Grey Whale)와 범고래(Killer Whale), 혹등고래(Humpback Whale). 4월부터 11월까지 관찰할 수 있다.

섬들이 많은 바다였지만 파도가 꽤 높았다. 노련한 선장은 파도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4마리의 고래가 이 바닷가에서 머물고 있다고 했다. 수면 아래 고래가 있을 때는 거대한 몸으로 파도를 눌러 오히려 잔잔한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고래는 2~3분에 한번씩 분수처럼 물을 뿜어 올리며 등을 드러냈다. 이날 관찰한 고래는 두 마리.

“무게가 20t, 길이가 35피트(약 10.5m) 정도 되는 쇠고래예요. 우리가 타고 있는 배가 4t이니까 고래가 어마어마하게 큰 거죠. 옛날 원주민들은 작살을 하나 들고 고래에 뛰어들어 잡았다고 합니다. 그렇게 잡은 고래를 캘리포니아까지 끌고가 팔았대요. 대단하죠.”

포경이 금지됐다. 현재 쇠고래는 전세계적으로 약 2만6000마리가 있다고 했다.

해안으로 돌아오면서 선장 로빈은 섬에 대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먼 바다에 있는 플로리스산은 트레킹 명소. 사화산이라고 한다. 포구로 돌아오는 길목의 작은 바위섬 이름은 ‘죽은 자의 섬’(Dead men’s Island). 원주민 추장들이 묻혔던 섬이다. 지금은 독수리가 18년 전부터 둥지를 틀고 살고 있단다.

“바다가 아름다워 할리우드 스타들도 많이 오죠. 얼마전 스칼렛 요한슨이 여기서 결혼했어요. 존 트래볼타도 가끔 찾아온답니다. 길거리를 가다가 스타들을 만날 때가 있다니까요.”

토피노 생태관광 중 만난 흑곰. 조개나 홍합 등을 주워먹고 산다.
토피노의 바다는 열대의 맑은 산호바다와는 많이 달랐다. 물빛은 까맸고, 섬들은 높지 않았다. 섬마다 키 큰 나무들이 빼곡했다. 토피노 앞바다는 보면 뛰어들고 싶은 그런 바다가 아니라 어딘지 모르게 경외심이 느껴지는 생명의 바다였다.

섬들로 가로 막힌 연안은 파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롱비치 앞바다는 파도가 거셌다. 뿌연 바다 안개 속에서도 파도는 거세게 몰아쳤다. 파도에 실려온 원목들이 해안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서퍼들은 보드를 들고 바다로 달려들었다. 가이드 릭은 겨울 파도를 찾아 캐나다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드는 곳이라고 했다.

폭풍우가 오는 겨울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호텔도 있다. 위커니니쉬 인은 바닷가 암벽 위에 세워진 최고급 호텔. 폭풍우 치는 모습을 보기 위해 캐나다 전역에서 관광객이 몰려든다. 리조트 천장 아래엔 마이크를 달아 놓아 생생하게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게 해놓았다. 호텔 앞 스파에선 비바람 속에서 바다를 볼 수 있다. 이 호텔 스파는 <여행전문지 트래블 & 레저>가 세계 최고로 뽑은 곳이다. 거친 파도가 관광상품이다.

대자연을 흔히 Mother Nature라고 표현한다. 세상의 모든 생물을 거둬 길러내기 때문일 터이다. 토피노는 바로 그런 대자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여행길잡이

● 밴쿠버까지는 에어캐나다가 매일 운항한다.
● 요즘 캐나다 달러가 강세다. US달러와 거의 비슷하다. 1 대 1 수준으로 보면 된다.
● 밴쿠버 섬에 가려면 호슈베이에서 페리를 타고 나나이모 항구로 가는 게 가장 빠르다. 1시간35분 걸린다. 페리터미널을 나오면 곧바로 버스정류장이 있다. www.bcferries.bc.ca
● 밴쿠버시티 퍼시픽센트럴역에서 곧바로 버스를 타고 나나이모로 가는 방법도 있다. 버스가 페리 안으로 들어간다. www.greyhound.ca
● 밴쿠버섬 나나이모 항구에서 토피노까지 가려면 버스나 렌터카를 이용한다. www.tofinobus.com
● 토피노 섬의 고래관광과 곰관광은 각 75달러. 고래관광은 11월까지, 곰관광은 연중 가능하다. 곰관광은 간조 때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매일 달라진다. www.jamies.com
● 빅토리아 관광청 www.tourismvictoria.com
------------------------------------------------------------------------------------------------------------------------------
 
로키산맥의 활강 ‘집트렉’ 짜릿…캐나다 휘슬러
 
2010년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캐나다의 휘슬러. 휘슬러 하면 스키장만 생각하기 십상이지만 실은 레저 천국이다. 하이킹과 산악자전거는 물론 집트렉, 경비행기 투어도 있다. 밴쿠버까지 갔다가 스키가 서투르다고 발길을 되돌릴 필요가 없다.

캐나다의 휘슬러산에서 관광객들이 집트렉을 즐기고 있다.
요즘 전 세계 스키장에서 유행하는 프로그램이 바로 집트렉(ziptrek)이다. 집트렉은 나라와 지역마다 이름이 다르다. 스위스에서는 플라잉 폭스(Flying Fox)라고도 한다. 뉴칼레도니아의 경우 스키장은 없지만 비슷한 레저 프로그램이 있다.

집트렉이란 나무와 나무 사이를 와이어로 연결, 도르래를 타고 활강하는 코스다. 병역을 마친 사람이라면 유격훈련을 떠올리면 된다. 나무 외다리 건너기나 출렁다리 등 다양한 코스를 섞어 놓은 곳도 있지만 휘슬러의 집트렉은 가장 스릴있는 하강만 모아놓았다.

집트렉을 신청하면 일단 간단한 안전교육을 받는다. 양다리에 로프를 끼운 뒤 캐러비너(쇠고리)를 찬다. 그리고 연습 구간에서 한 번쯤 타 본 뒤 실전은 숲 속에 설치해놓은 나무 위에서 한다. 로키산맥의 휘슬러는 나무들이 굵고 쭉쭉 뻗어있다. 더글러스 헛이라고 불리는 수령 400~500년 이상의 나무와 삼나무 중간에 쇠줄을 묶어놓았다. 최고 800년 수령의 고목도 있다. 계곡을 가로지르는 와이어는 모두 10개. 코스는 2개인데 각각 5개씩 숲과 계곡을 오가며 활강을 한다. 최고 30m 높이의 점프대에서 뛰어내려 천길 벼랑 사이를 건널 때 속도감은 짜릿하다. 가이드는 사이 사이 숲의 생태와 나무의 종류, 친환경적인 개발에 대해 설명을 했다.

중간에 완충장치를 해놓아서 도착 지점에선 저절로 속도가 줄어들게 돼 있다. 최고 시속은 60㎞. 최대 거리는 120m다. 처음 시작할 때는 아찔했지만 한 번만 해보면 겁많은 여자들도 신이 나서 두 손을 놓고 보기 좋게 탄다. 마지막 코스는 물구나무 서듯 거꾸로 매달려서 계곡을 건너는 코스인데 제법 재밌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처럼 도르래 하나로 계곡을 건너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비행기 투어도 재밌다.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로키산맥의 풍경은 지상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입체적이다. 그린 레이크에서 수상비행기를 탄다. 10~20인승 규모의 수상비행기가 정박해 있는 호수도 아름답다. 아직 단풍은 들지 않았지만 주변에는 골프장까지 끼고 있다. 풍광이 아름답다. 이륙을 하면 가장 먼저 숲 사이로 난 철길이 눈에 들어온다. 그 너머에 스키장이 있고, 스키장 너머로는 거대한 빙하까지 보인다. 빙하의 모습은 산 아래서는 볼 수 없는 풍경이다. 수많은 계곡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진 호수가 모두 5개. 산과 호수, 빙하 단풍 설산을 모두 볼 수 있다. 장관이다. 비행기는 고도를 여객기처럼 높이지 않는다.

로키산맥은 특이하다. 남아공 케이프타운의 테이블마운틴과 비슷하게 생긴 탁자 형태의 바위 봉우리도 있다. 기장이 헤드셋을 통해 간단한 설명을 곁들여 주는데 이 산의 이름 역시 테이블마운틴이란다.

로키는 캐나다 사람들에게 ‘축복’이다. 한국의 설악산처럼 캐나다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여행지가 로키산맥 일대라고 한다. 실제로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면 왜 사람들이 휘슬러를 찾는지 알게 된다.

여행길잡이

# 휘슬러 가는 길을 Sea To Sky라고 한다. 바다에서 하늘로 가는 길이란 뜻이다. 산은 갈수록 가팔라지고 계곡에서 흘러오는 물줄기는 강을 이룬다. 10월 말이면 강줄기에 연어가 올라오고, 그리즐리 곰이 연어를 잡아먹기 위해 강변까지 내려온다. 밴쿠버에서 렌터카로 여행해볼 것을 권한다.

# 휘슬러의 집트렉은 2시간30분 코스다. 코스는 두 가지. 두 코스 모두 5번 활강한다. 스릴이 있다. 99달러. www.ziptrek.com

# 경비행기 투어는 30분 코스와 40분 코스가 있다. 30분 코스면 충분하다. 대개 남태평양에서 헬기투어 30분에 수십만원씩 하지만 휘슬러는 그리 비싸지 않다. 30분에 129달러.

# 휘슬러는 북미 최고의 스키장으로 꼽힌다. 크게 2개의 산자락에 스키장이 있다. 휘슬러산과 블랙콤산이다. 11월 말 개장 예정이다. 올해는 두 산을 연결하는 4.4㎞의 곤돌라가 설치돼 12월28일부터 이용할 수 있다.

스키 코스의 최고점은 2182m, 최저점은 652m, 표고차는 무려 1530m. 최장 슬로프는 11㎞다. 휘슬러산은 초보자가 20%, 중급자가 50%, 상급자 코스가 25%로 돼 있다. 나머지는 최상급 코스. 블랙콤은 초보자가 15%, 중급자는 55%다. 시즌마다 가격이 다르다. 지난해 하루 리프트 이용료는 70달러였다.

www.whistlerblackcom.com 
www.tourismwhistler.com

<휘슬러 | 최병준기자 bj@kyunghyang.com> 
입력 : 수정 : 2008-10-09 17:36:40
--------------------------------------------------------------------------------------------------------------------------------
 
옛날 프랑스를 가다
캐나다 유일의 불어권 문화도시 퀘벡…축제 분위기 넘치는 여름밤 잊지 못할 풍경
한겨레

» 야외공연이 벌어지는 로열 광장.
1967년 12월24일. 프랑스 중부의 소도시 몽트리샤르에 에프비아이(FBI) 요원 칼 핸러티(톰 행크스)가 도착한다. 고요한 밤 거룩한 밤, 인쇄소에서 위조수표를 찍어대고 있는 희대의 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칼은 마침내 프랭크의 손목에 수갑을 채우는 데 성공한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의 한 장면이다. 근데 이 장면은 프랑스 현지에서 촬영된 게 아니다. 스필버그는 어디서 이 마을을 촬영한 것일까? 정답은 캐나다의 퀘벡이다. 할리우드에서 유럽까지 날아가지 않아도 프랑스보다 더 프랑스다운 풍광을 찍을 수 있는 곳.
 

» 〈태양의 서커스〉 공연.

갈아타고 갈아타고 16시간 걸려 도착

 

한국에서 퀘벡까지 가는 길은 정말 멀었다. 인천공항에서 밴쿠버공항으로, 이어서 몬트리올공항으로, 퀘벡공항으로. 오후 4시 즈음 한국 국경을 넘은 나는 자정에 이르러서야 서경 71도, 퀘벡시의 숙소에 도착했다. 비행기 좌석에 앉아 16시간이 넘게 잠을 잔 탓에 잠이 오지 않을 듯했지만, 해 지기도 전에 가게 문을 닫아버리는 퀘벡에선 자는 것 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었다. 다행히 이불과 베개가 비행기 안에서 내려다본 뭉게구름처럼 폭신했다. 그래서 난 곧 잠이 들어버렸다.

 

북위 43도. 해도 참 빨리 뜬다. 일찌감치 아침 식사를 하고 방으로 올라왔다. 창밖을 내다보니 온타리오호에서 뻗어 나온 세인트로렌스 강이 반짝이며 대서양을 향해 흘러가고, 호텔에서 빠져나온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올드 퀘벡을 향해 내려가고 있었다. 퀘벡시는 크게 아랫마을과 윗마을로 나뉜다. 세인트로렌스 강과 접한 언덕 아래 아랫마을(Lower Town)과 언덕 위의 윗마을(Upper Town). 윗마을은 다시 4㎞에 이르는 옛 성벽을 경계로 새 동네와 옛 동네로 구분되는데, 윗마을의 옛 동네와 아랫마을을 합해 올드 퀘벡(Old Quebec)이라 한다.

 

아랫마을의 노트르담 대성당 앞은 ‘퀘벡 서머 페스티벌’을 즐기기 위해 전세계에서 몰려온 관광객들로 붐볐다. 거리의 악사는 바이올린으로 프랑스 민요를 흥겹게 연주하고, 멈춰 선 사람들은 어깨춤을 추고 발을 구르며 장단을 맞춘다. 샹플랭 거리의 아기자기한 레스토랑, 부티크, 화랑들과 로열 광장의 고풍스런 건물들. 흠, 참 아름다운 마을이군. 아닌 게 아니라 유네스코는 올드 퀘벡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로열 광장에는 한쪽 벽 전체가 벽화로 뒤덮인 5층 건물이 있다. 벽화 앞에서 너도나도 사진을 찍는데 벽화는 퀘벡의 역사, 인물, 사계, 문화를 담고 있다고 한다. 1535년 프랑스인으로선 처음 퀘벡에 도착한 탐험가 자크 카르티에, 1608년 퀘벡에 모피교역소를 건립하고 도시를 세워 ‘뉴 프랑스’의 아버지로 불리게 된 사뮈엘 드 샹플랭 등 퀘벡을 대표하는 인물들이 창문과 발코니마다 모습을 드러낸다. 어, 근데 셀린 디옹이 안 보이는구나. 5살 때부터 샹송 가수로 활동, 많은 이들이 프랑스인으로 착각하지만 셀린 디옹은 퀘벡인들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는 퀘벡 출신 뮤지션. 벽화 속 아이들이 캐나다인의 종교라 일컬어지는 아이스하키 스틱을 휘두르는데 퍽이 날아올 것 같다.

 

» 세인트로렌스 강변에 자리잡은 퀘벡시 전경.

아랫마을에서 언덕 위의 윗마을로 올라가는 방법으로는 계단 길과 비탈길, 케이블카로 가는 방법이 있다. 언덕 위로 올라서면 퀘벡시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이 600개가 넘는 객실을 품고 위용을 자랑한다. 2차 대전 당시 처칠과 루스벨트 그리고 연합군 사령관들이 이 호텔에서 머리를 맞대고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수립했다고 하는데, 초록빛 지붕이며 외관이 무척 낯익다. 정선의 강원랜드 호텔이 벤치마킹했다고 한다. 호텔 앞 다름 광장에서도 흥겨운 거리공연이 벌어지고, 노천카페에 앉아 한가롭게 커피를 마시거나 신문을 보는 사람들. 흠, 정말 프랑스가 따로 없군! 트레조르 거리엔 이젤을 세워놓은 화가들이 자신만의 화풍으로 초상화를 그려주는데 나는 마이클 잭슨 초상화만 줄창 그려대고 있는 한 친구의 작품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건 정말 예술이군요!’가 아니라 ‘마이클 잭슨을 그리긴 했지만 이건 도무지 마이클 잭슨이 아니잖아요.’ 꼬불꼬불 이마 위로 내려오는 머리칼을 제외하면 미스터 빈을 그려놓았다고 해도 모를 초상화였다. 이렇게 그려도 그림 값을 받을 수 있다면 나라도 당장 화가로 나설 수 있겠군. ‘자, 이명박을 그려놓은 것 같지만 이 초상화는 가발 쓴 전두환이랍니다.’


나는 그 화가 덕분에 캐나다인은 무척 관대한 사람들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실제 캐나다는 다양한 인종과 민족이 뒤섞인 국가지만 별다른 사고 없이 인류의 역사를 항해하고 있지 않은가. 캐나다 20달러 지폐를 들여다보면 원주민을 중심으로 여러 동물들이 물고 물리며 뒤엉켜 있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자국의 지폐에 담기엔 너무 난폭한 그림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가 한 배를 타고, 함께 노를 젓고 있다는 것. 밉든 곱든 다같이 영차영차! 이것이 캐나다라고 단 한 장면으로 보여준다.

 

에이엠엘(AML)의 크루즈를 타고 세인트로렌스 강 위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대서양 연안 세인트로렌스 만에서 70㎞에 이르던 강폭이 1㎞ 이하로 좁아지는 ‘퀘벡’은 아메리카 원주민 말로 ‘강이 좁아지는 곳’. 프랑스를 떠나 대서양을 건넌 뒤 아메리카 내륙으로 들어오던 자크 카르티에도 이 길을 지나갔겠지. 크루즈는 항구에서 20여㎞를 내려와 사과와 사이다(원래는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술을 가리키는 말인데 우리나라에선 탄산음료의 대명사로 둔갑했다) 산지로 유명한 오를레앙 섬을 지나며 유턴을 하더니 몽모랑시 폭포를 끼고 지나간다. 비록 <업>에 등장하는 파라다이스 폭포만큼은 아니지만 나이아가라 폭포의 1.5배, 83m에 이를 정도니 멀리서 바라봐도 장관이다.

 

해는 여전히 쨍쨍, 크루즈에서 내려 퀘벡 문명박물관으로 향했다. 캐나다 이민의 역사가 고이 간직되어 있는 곳. 나는 박물관에 들어가면 늘 하는 의식대로 첫번째 유물을 들여다보며 환청이 들릴 때까지 기다렸다. 이물에 부딪히는 파도 소리, 갈매기 울음소리, 항해사의 외침 소리, 황금을 찾아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를 찾아온 사람들. 불행인지 다행인지 황금으로 가득한 장소를 알고 있다는 원주민 추장을 만났다지. 그래서 추장을 본국으로 납치해 갔는데, 알고 보니 그가 말한 휘황찬란한 보물이 숨겨져 있는 장소는 땅속이 아니라 하늘이었다던가. 밤하늘의 오로라 말이다.

 

 

» 1760년 영국군이 지은 퀘벡 성벽. 방문객들은 4㎞에 이르는 성벽 위를 따라 산책할 수 있다.

» 퀘벡의 랜드마크, 샤토 프롱트나크 호텔.

 

강원랜드가 흉내 낸 고풍스러운 호텔

 

퀘벡의 여름밤은 온통 축제 분위기, 곳곳에서 행위예술가와 뮤지션의 거리공연이 벌어진다. 오늘은 마침 ‘퀘벡 서머 페스티벌’을 축하하기 위한 서커스, ‘보이지 않는 길들’(The Invisible Paths)이 처음 무대에 올라가는 날. 텔레비전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로 인해 한국에서도 널리 알려진 바로 그 ‘태양의 서커스’사가 특별히 기획, 제작한 서커스다. 2013년까지 ‘퀘벡 서머 페스티벌’에서 만날 수 있다는데, 무엇보다 획기적인 건 무료 야외공연이란 점. 공연이 열릴 장소로 이동했다.

 

고가도로 교각 아래 서커스가 시작될 무대 주위는 군중들로 가득했다. 근데 좌석도 없고, 무대 세트라는 게 고작 고가도로에서 널어뜨려 놓은 천 조각이 전부라고 할 정도. 사람들을 이렇게 모아놓고선 뭘 하자는 수작이야! 투덜대는데 음산하고 장중한 음악과 함께 무대 위로 얼굴 없는 수도사들이 가면을 들고 등장했다. 기이한 장면이구나. 얼굴 없는 그들이 손에 쥐고 있던 가면을 관객들에게 내밀며 다가왔다. 내 야구모자를 벗겨 가면에 씌우기도 하고, 해괴한 소리를 내며 사람들의 동작을 거울처럼 따라 하기도 했다. 공연은 밤거리를 지나온 세 개의 퍼레이드가 도착하면서 점점 달아올랐다. 빨강, 하양, 파랑 의상을 입은 요정들이 제각각 환상적인 조명과 신비한 음악에 맞춰 현란한 묘기를 펼치자 관객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드디어 그들이 무대 위에 오르고 고가도로에서 내려온 천은 스크린이 되어 퀘벡의 밤하늘을 ‘물’과 ‘불’과 ‘숲’이 어우러진 풍경으로 만들어 놓았다. 그때부터 나의 벌어진 입은 도무지 닫히지 않았다.

 

공연을 보다 무심코 고개를 돌리는데 아빠의 목말을 타고 손뼉을 치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아이의 눈동자는 호기심과 놀라움으로 가득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깨에 문신을 한 청년, 코에 피어싱을 한 소녀, 수염 덥수룩한 아저씨, 돋보기를 쓴 할머니. 남녀노소 빈부귀천 가리지 않고 모든 이들이 어린아이의 눈망울을 한 채 공연을 보고 있었다.

 

» 퀘벡 서머 페스티벌의 꽃, 뮤직콘서트.

태양의 서커스 거리공연에 입이 안 다물어져

 

문득 <호밀밭의 파수꾼>의 마지막 장면이 떠올랐다. 뉴욕에서 타락한 어른들의 세계를 엿보다가 서부로 떠나려던 홀든과 키보다 큰 가방을 끌고 따라가겠다며 나선 피비. 여동생을 달래기 위해 ‘회전목마’를 태우고 벤치에 앉아 소낙비를 맞으며 누이를 바라보다 홀든이 깨닫던 장면. 나는 아이의 눈망울을 한 군중들 속에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어 아이들이 절벽에서 추락하지 않도록 보호하며 살고 싶다던 홀든의 소망을 떠올렸다. 그러다 나는 갑작스레 뭉클해졌다. 그래서 눈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때 어둠 속에서 ‘보이지 않는 길들’의 끝을 알리는 거대한 박수 소리가 사방에서 들렸다, 마치 어둠 속의 외침처럼. 세상은 이래야 해, 세상은 이래야 하는 거야.

 

» 야외공연이 벌어지고 있는 다름 광장.

퀘벡 여행 쪽지

사이다의 본래 의미는?

 

현재 퀘벡으로 가는 직항편은 없다. 가장 간편한 방법은 8월 중순부터 대한항공이 매일 운항중인 인천~토론토 직항편(13시간 소요)을 이용한 후 토론토~퀘벡(1시간 30분 소요) 항공편으로 갈아타는 방법이다. 아니면 밴쿠버~몬트리올~퀘벡 순으로 비행기를 갈아타야 한다. 토론토나 몬트리올에서 내려 퀘벡행 기차로 갈아탈 수도 있으나 토론토에서는 10시간, 몬트리올에서는 3시간30분가량 걸린다. 

 

◎ 시타델 | 1750년 프랑스군이 만들기 시작해서 1831년 영국군이 완성한 별 모양의 요새. 올드 퀘벡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잡은 이곳은 미국의 공격으로부터 퀘벡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었는데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지진 않았다. 캐나다에서 유일하게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제22연대의 본부가 있으며 현재 공원으로 이용한다. 진홍색 상의와 푸른 바지를 입은 병사들의 위병 교대식을 구경할 수 있다.

 

◎ 몽모랑시 폭포 | 퀘벡시에서 동쪽으로 7㎞ 떨어진 몽모랑시 폭포는 몽모랑시 강이 세인트로렌스 강으로 떨어지면서 생겼다. 프랑스 탐험가 사뮈엘 드 샹플랭이 자신의 후원자이자 뉴프랑스 총독이 된 몽모랑시 공의 이름을 따서 붙였다. 일대는 ‘몽모랑시 폭포 공원’으로 지정되어 소풍 장소로 쓰인다. 폭포를 구경하는 방법은 폭포 밑에서 올려다보는 방법, 케이블카를 타고 조망하는 방법, 그리고 폭포 위의 철교를 건너며 내려다볼 수도 있다. 높이 83m. 용소 깊이 17m.

 

◎ 오를레앙 섬 | 세인트로렌스 강 한가운데 섬. 길이 35㎞, 폭 8㎞의 작은 섬으로 육지와 이어지는 다리는 단 하나. 17세기 북프랑스 출신 농민들이 건너와 개척한 곳인데, 당시에 지은 집, 교회, 제분소 등 옛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퀘벡시가 프랑스 옛 도시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이곳은 프랑스 옛 시골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곳. 사과와 딸기를 비롯한 각종 과일의 산지로 유명하며, 메이플 시럽과 사과를 발효시켜 만든 술, 사이다(Cider)를 현지에서 살 수 있다. 2003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 중 하나로 선정됐다.

 

퀘벡시 관광정보 사이트

퀘벡시관광청(Quebec City Tourism) | www.quebecregion.com
퀘벡서머페스티벌(Quebec City International Summer Festival) | www.infofestival.com

퀘벡=글 노동효/여행작가,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 저자·사진 퀘벡시관광청 제공

기사등록 : 2009-08-19

--------------------------------------------------------------------------------------------------------------------------------

몬트리올은 1년 내내 축제중
전통과 현대가 절묘하게 조화 이룬 도시
주민에게도 여행자에게도 자전거 천국
한겨레
» 자크 카르티에 광장과 몬트리올 시청.
몬트리올이 캐나다에 있다는 것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었다. 뉴욕, 파리, 런던처럼 익숙한 이름이었지만 몬트리올이 마운트 로열(Mount Royal)이라는 산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물론 세인트로렌스 강 한가운데 섬이라는 건 더더욱 몰랐다. 그럼에도 몬트리올 하면 언제나 떠오르는 영화가 있었다. 드니 아르캉 감독의 <몬트리올 예수>. 칸 영화제 수상작이란 광고카피 아래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하늘을 향해 올라가고 있는 사내의 뒷모습이 그려진 포스터가 인상적이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영웅본색>류도 아닌 영화를 극장에 가서 본 까닭이 무엇이었을까? 10대 청소년이라면 누구나처럼 나 역시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갑갑한 현실로부터 당장이라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탈출하고 싶었으니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은 너무 멀고 길다.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해 달라, 당장!
 

» 자전거의 효율성과 택시의 편리성을 합친 몬트리올의 대중이동수단, 빅시(BIXI). 노동효 제공

디자인 도시, 자전거 전용도로 좀 배우시지

 

덜컹, 덜컹. 퀘벡에서 기차를 타고 몬트리올을 향해 출발했다. 3시간 반이 걸려 몬트리올 기차역에 도착해 숙소에 짐을 풀었다. 1405호. 커튼을 젖히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사방을 둘러싼 고층빌딩과 불 켜진 사무실 풍경. 서울의 테헤란로 한복판에 와 있는 것만 같았다. 퀘벡주에 속하지만 퀘벡시와 달리 몬트리올은 무척 현대적인 도시로구나. 하긴 특수효과 분야에서 세계 최첨단을 달리는 곳이라지. <토이 스토리>, <타이타닉>, <쥬라기 공원>, <투모로우>,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등의 특수효과가 이 도시에서 만들어졌고 심지어 아이맥스(IMAX) 기술도 캐나다인이 만들지 않았는가.

 

아침이 되자 여느 대도시와 다를 바 없이 출근하는 사람들로 거리는 분주했다. 검은 양복에 배낭을 메고 걷는 사람들. 그런데 교통체증 같은 건 눈에 띄지 않았다. 그건 몬트리올 시민들이 주로 비엠더블유(BMW)를 타기 때문이라지. 비엠더블유가 교통체증과 무슨 상관이냐고? 몬트리올 사람들이 말하는 비엠더블유는 버스와 바이시클의 B, 메트로 지하철의 M, 워크의 W를 합친 신조어. 몬트리올시가 빅시(Bixi)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비엠더블유로 불리는 이동수단은 더욱 활성화되었다. 빅시 시스템은 바이시클의 BI와 택시의 XI를 합친 말로 내비게이션이 장착된 최첨단 자전거 3000대와 도심 곳곳에 설치된 300개의 전용 주차대로 이루어진다. 자기 집 근처 빅시 주차대의 빅시를 타고 가서 회사 근처 빅시 주차대에 세우고 출근한다. 자전거가 도난당할까봐 염려할 필요도 없고, 자전거를 가지러 오갈 필요도 없다. 아무 주차대에서 빅시를 꺼내 타고, 아무 주차대에 세워두면 된다. 1년간 빅시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78캐나다달러. 물론 몬트리올 시민뿐만 아니라 관광객도 이용할 수 있다. 빅시 주차대에서 신용카드로 5캐나다달러를 결제하면 하루 종일 빅시를 탈 수 있으니까. 게다가 자전거로 출근하는 사람들을 위해 다운타운의 고층빌딩들은 샤워시설을 갖추었고, 북미에서 가장 긴 자전거 전용도로까지 깔려 있으니 몬트리올은 자전거 천국. 진정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싶다면 4대강 운운하면서 엉뚱한 곳에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들 게 아니라 도심의 자가용 이용자들이 자전거 이용자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린 시티’를 추구하는 몬트리올은 2006년 유네스코가 지정한 ‘디자인의 도시’이기도 하다. 30년에 걸쳐 공들인 결과라고 한다. 퀘벡이 옛 도시의 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반면 몬트리올은 전통과 현대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도시다. 가령 오래된 건물 옆에 새 건물을 지을 때는 반드시 오래된 건물의 모양을 따라 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그래서 올드 몬트리올에 새 건물이 들어서도 생뚱맞아 보이지 않는다. 올드 몬트리올의 대표적인 건축물은 노트르담 대성당. 69m 높이의 쌍둥이 탑 사이의 정문으로 들어서자마자 장엄한 아름다움에 순식간에 압도된다. 1829년 제임스 오도널이 네오클래식과 네오고딕 양식을 결합해 거대한 아치형의 공간과 3800석의 본당, 2개 층의 발코니를 만들고 1870년 빅토르 부르조가 스테인드글라스와 나무조각을 보수했다. 쇠못을 단 한 개도 사용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실내공간은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가장 공연하고 싶어 하는 장소다. 마침 오케스트라의 연습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나는 이름 모를 성악가의 소프라노에 발걸음을 멈추고 말았다. 제단에서 부르는 노랫소리가 성당 입구까지 크게 들렸다.

 

크루아상처럼 먹음직스러운 섬


»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몬트리올시 전경.

몬트리올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크루아상 빵처럼 생긴 평평한 섬이다. 그래서 몬트리올 전경을 보고 싶으면 마운트 로열에 올라가면 된다. 해발 234m에 불과하지만 몬트리올에선 유일한 산이다. <몬트리올 예수>에서 예수의 삶을 재해석한 <패션 오브 마운틴>이란 연극이 공연되던 장소도 이 산이었다. 마운트 로열에 자리잡은 성 요셉 대성당으로 향했다. 성 요셉 성당의 돔은 지름 38m, 높이 97m로 로마의 성 베드로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둘째로 큰 규모다. 성 요셉 성당을 세운 사람은 앙드레(1845~1937) 수사다. 문맹이었던 그는 신부가 되지 못하고 수도사가 되었다. 그러나 그가 하나님으로부터 치유의 은사를 받아 병자들, 특히 다리가 불편한 장애인들을 낫게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적의 치료를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그가 밭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틈틈이 짓기 시작했던 조그만 성소가 지금은 캐나다에서 가장 큰 성당이 된 것이다.

 

외관과 달리 안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현대적이다. 계단과 함께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는 까닭은 다리가 불편한 환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이겠지. 한쪽 벽에 앉은뱅이로 이곳에 왔다가 목발이 필요없어져 버린 사람들이 두고 간 목발 수백 개가 쌓여 있다. 문득 한쪽 다리가 불편했던 고등학교 동창이 떠올랐다. 그는 어려서 소아마비에 걸렸지만 병원비가 없어서 수술을 하지 못했다. 세월이 지나 병원을 찾았지만 치료 시기가 지나서 이젠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기적은 멀고 돈은 가깝다. 그러나 때로 어떤 이에겐 기적보다 돈이 더 멀다.

 

1976년 하계 올림픽이 몬트리올에서 열렸다. 주최국이 금메달을 단 한 개도 못 딴 첫 대회였다. 이번 2010년 밴쿠버에서 열리는 동계 올림픽에선 주최국 캐나다가 좋은 성적을 내겠지. 올림픽 공원엔 몬트리올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몬트리올 타워가 있다. 겨울철에도 활용하기 위해 지붕을 여닫을 방안을 강구했고, 그래서 스타디움 천장을 굵은 쇠줄로 연결하는 기울기 45도, 높이 175m의 타워를 세웠다. 지금은 지붕을 완전히 닫아버려 본래의 목적을 상실했지만 전망대는 몬트리올을 사방으로 조망할 수 있는 장소로 수많은 관광객들이 찾는다. 전망대에서 주경기장을 내려다보면 마치 평원에 착륙한 우주선 같기도 하고 거대한 곤충 같기도 하다. 대체 프랑스 건축가 로제 타이베르는 어디서 이런 형상의 아이디어를 얻었을까? 사이클 경기장으로 지어졌던 바이오돔은 자연생태체험관이 되었다. 캐나다 여러 기후대에서 사는 동물과 어종의 생태가 그대로 재현된다. 펭귄과 갈매기가 어우러져 놀고 있는 공간은 실외인지 실내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 매주 토요일 불꽃축제가 벌어지는 자크 카르티에 다리.

몬트리올에 사는 철수가 몬트리올 축제 담당자에게 오는 8월29일 토요일에 세인트로렌스 강변에서 어머니 생일을 축하하는 축제를 열겠다고 전화를 했다. 대중과 함께하는 축제는 최대한 허용해주는 곳이 몬트리올이니까. 예정대로 철수 어머니의 생일에 축제가 벌어진다. 근데 그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이듬해가 되면 ‘제2회 철수 어머니 생일축제’가 열린다며 같은 날, 같은 장소에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축제가 벌어진다. 그러곤 철수가 누군지도 모르는 채 매년 회를 거듭하여 30년 뒤엔 ‘제30회 철수 어머니 축제’가 열린다. 바비큐가 참 잘 익었군, 근데 철수 어머니는 아직 안 돌아가셨어? 뭐 웃자고 하는 말이지만 그 정도로 축제를 쉽게 열 수 있고, 축제를 즐기는 도시라는 거다. 하긴 전세계 관광도시 중 우리 도시는 축제의 도시가 아닙니다, 라고 할 곳이 어디 있겠는가? 그러나 몬트리올은 좀 심하다. 1년 내내 축제가 벌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까. 그래도 몬트리올 최고의 축제는 국제재즈페스티벌이다. 세인트데니스 거리와 세인트캐서린 거리는 페스티벌이 벌어지는 2주 동안 250만이 넘는 재즈 애호가들로 붐비고, 3000명의 뮤지션이 참가하는 콘서트가 400여 차례나 열리고, 야외에서 열리는 300여 차례의 콘서트는 공짜다.

 

» 몬트리올 식물원 풍경. 노동효 제공

 

»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열리는 세인트캐서린 거리.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여기 있구나

 

해질 무렵 몬트리올 국제재즈페스티벌의 중심, 예술의 광장으로 이동했다. 흥겨운 재즈 선율이 밤하늘에 울려 퍼지고 있다. 나는 퓨전 밴드 ‘위제브’(UZEB)의 베이시스트 알랭 카롱과 피아니스트 프랑수아 부라사의 퓨전 재즈 콘서트를 보기 위해 장 뒤세페 극장으로 들어갔다. 객석의 불이 꺼지고, 두 사람이 무대 위에 올라가 인사를 하고, 잠깐의 정적 그리고 스무 개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감미로운 재즈가 흐르자 여행자는 뒤늦게 깨닫는다. 아, ‘천국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가 따로 있는 게 아니었구나! 하고.

 

몬트리올=글 노동효/여행작가,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사진 몬트리올 관광청 제공

 

몬트리올 여행 쪽지

 

지상보다 쾌적한 지하

 

◎ 올드 포트 | 19세기 북미에서 가장 중요한 내항 중 하나였으나 20세기 들어서 대형 선박과 비행기가 등장하면서 쇠퇴했다. 1980년 후반 정부가 이곳을 몬트리올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공원으로 가꾸었다. 강변을 따라 12.5㎞에 이르는 산책로와 잔디광장이 주변의 아름다운 거리와 어우러진다. 몬트리올의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는 역사 자료를 멀티미디어로 감상할 수 있는 몬트리올 고고학 역사박물관(www.pacmuseum.qc.ca)과 가깝고, 박물관 2층에 자리잡은 레스토랑은 올드 포트를 감상하며 식사하기에 좋다.

 

◎ 언더그라운드 시티 | 겨울이 6개월이나 지속되고 1월 평균 기온이 영하 16도로 떨어지는 몬트리올. 시 당국은 겨울을 나기 위해 땅을 파 지하도시를 만드는 기발한 생각을 했는데 몬트리올 거리에 가득한 고층 빌딩들을 지하로 연결시켜 만든 곳이 언더그라운드 시티다. 33㎞에 이르는 길을 따라 늘어선 1600여개의 상점과 200여개의 식당을 비롯해 호텔, 극장, 콘서트홀, 아이스링크가 들어서 있고, 박물관, 쇼핑센터, 증권사, 컨벤션 센터와 지하철로 연결된다. 삼성동의 코엑스몰을 연상할 수도 있는데 그 규모가 비교가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높은 천장, 자연 채광을 이용한 시스템, 뛰어난 환기 시스템 덕분에 전혀 답답하지 않다.

 

◎ 몬트리올 식물원 | 몬트리올이 자랑하는 국제적인 규모의 식물원. 2만2000여종의 식물을 재배하고 있다. 14세기 명나라 왕조의 정원을 재현해 놓은 중국 정원, 섬세하고 평화로운 일본 정원을 비롯해, 퀘벡주의 자랑인 풍부한 산림을 느낄 수 있는 트리 하우스와 아메리카 인디언족과 이누이트족이 유지해 온 원주민 정원 등 30개의 야외 정원과 10개의 온실로 구성되어 있다. 올림픽 공원 옆에 있어서 몬트리올 타워와 함께 관람하기에 좋다.(www.museumsnature.ca)

 

◎ 몬트리올 현대미술관 | 1964년에 문을 연 현대미술관은 이름 그대로 캐나다에서 유일한 현대미술 전용 전시장. 몬트리올 시내에 있으며 퀘벡 출신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7000여점의 회화와 사진, 비디오, 설치미술 등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최고의 미술관상을 탈 만큼 넓고 우아한 전시장으로 조명 시설이 특히 우수하다. 상설 전시물 외에도 조각 공원에는 여러 작품들이 순환 전시되고 퍼포먼스, 현대무용, 실험극, 현대음악, 비디오와 필름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행사를 주최한다.(www.mbam.qc.ca)

 

몬트리올 여행 사이트

 

몬트리올 관광청 | www.tourism-montreal.org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 | www.montrealjazzfest.com

---------------------------------------------------------------------------------------------------------------------------------------------------
국회의사당 앞에서 진한 키스를
공관 잔디밭에서 여가 즐기는 오타와 시민들…
리도 운하는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
한겨레
» 1832년 완공된 리도 운하.
비버라는 동물이 있다. 겉모습은 다람쥐와 비슷하지만 작은 귀가 달려 있고, 꼬리는 배의 노와 같이 편평하며 비늘로 덮여 있다. 털빛은 밤색에서 검은색까지 다양하다. 하천이나 늪에서 살며 주로 야간에 활동한다. 앞니로 지름 1m가 넘는 나무도 단시간에 넘어뜨린다. 나뭇가지의 껍질이나 새싹 등을 먹고 산다. 동물학 박사도 아닌 내가 비버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오타와의 명물 중 하나인 비버꼬리빵 얘기를 하기 위해서다. 오타와에선 비버테일 페이스트리(Beavertail Pastry)를 꼭 먹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 비버꼬리를 다진 고기를 넣고 만든 빵일 거라고 생각했다. 소꼬리든, 비버꼬리든 맛있기만 하다면 닥치는 대로 먹어치우는 게 인류 아닌가? 인류의 왕성한 먹성이 동서양을 가리지 않는다는 점을 확신하게 된 것은 사실 몬트리올에서 거위간 요리를 먹으면서 들은 이야기 때문이다. “거위간을 더 크고 부드럽게 만들기 위해 프랑스인들은 거위 주둥이에 깔때기를 들이밀고 강제로 먹이를 먹이죠. 엄청난 스트레스와 고통으로 간을 부풀린 후에 도살한답니다.” 컥컥, 개고기를 그토록 비난하던 녀석들이? ‘제18조. 인간을 제외한 모든 동물은 인성이 없다, 그러나 개는 인성이 있다’라는 문장이 <프랑스혁명 인권선언문>에 씌어 있기라도 한 것일까? 다행히 비버꼬리빵에 비버꼬리는 없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그건 길고 편평한 비버꼬리를 닮은 빵에 불과했다. 호떡을 만들던 요리사가 밀가루 반죽을 지그시 누르려던 찰나 주방 바닥에 엎질러진 기름에 미끈 자빠지며 눌러놓은 빵 같았다. 아무튼 오바마는 왜 이딴 걸 먹고 “맛있다”고 해서 오타와에 온 관광객들을 줄 서게 만들어 놓은 것일까? 비버 털처럼 새까만 초코크림을 발라놓은 비버꼬리빵을 먹고 오타와 관광에 나섰다. 참 맛은 어땠냐고? 초코크림 바른 호떡 맛이지.
 

» 오타와의 명물, 비버테일 페이스트리. 노동효 제공

오바마도 녹인 비버꼬리빵

 

오타와는 비버테일빵집을 명물이라고 소개할 정도로 작은 도시다. 그러나 이 도시가 남한 면적의 100배가 넘는 캐나다의 수도라는 사실. 서울, 파리, 런던 같은 거대도시가 아닌 오타와가 캐나다 수도라는 점은 나에게 문화적인 충격이었다. 더구나 국회의사당은 대중에게 활짝 열려 있었다. 국회의사당 앞에 경찰차 두 대가 서 있었지만 비버꼬리빵이라도 사 먹으러 갔는지 경찰은 보이지 않았고, 시민은 잔디밭에서 캐치볼을 하고, 연인은 100m 거리에서도 들릴 정도로 쪽쪽 키스를 하고 있었다. 부러웠다. 잔디밭을 뒹굴며 키스를 하는 연인들 말고, 국회의사당 앞을 시민들의 여가 공간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실이. 총리는 국회의사당 정면 왼쪽 건물에서 일을 본다. 우리나라 실정으로 보자면 청와대다. 서울광장과 광화문광장의 답답한 현실, 청와대로 다가가는 사람들을 물대포와 컨테이너벽으로 가로막는 나라의 시민은 상상도 못할 풍경이다. 아마도 캐나다 총리나 국회의원들은 국민이 두렵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 두려워할 만한 짓을 식은 호떡 먹듯 할 정도로 간이 크지 않기 때문일 거야. 갑자기 거위간 요리가 다시 떠올랐다. 프랑스인들이여, 거위간을 키우고 싶으면 거위에게 뇌물을 먹이고, 위장전입을 시키게나!

 

»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뛰어노는 사람들. 노동효 제공

오타와의 명물 중 하나는 리도 운하다. 표고차가 다른 오타와강과 리도강을 이어서 물자를 나르기 위해 1827년에 만들기 시작했고, 1832년에 완공했다. 그런데 엄청난 돈과 공을 들여 만들고 나니 기차가 들어서고 자동차가 다니면서 이렇다 하게 운하를 통해 물자를 나를 일이 없어져 버렸다. 이거 참, 어떡하지? 그 후 한 세기가 넘게 지나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배들이 오가긴 한다. 여름휴가를 보내는 캐나다 갑부들이 요트를 올려놓거나 내려놓기 위해서 말이다. 총길이 200㎞, 수문은 총 47개로 오타와에 8개의 수문이 있다. 한 층마다 옮아가는 데 15분, 총 2시간이 넘게 걸린다. 운하가 어떻게 작동하나 보려고 지켜보다 지겨워졌다. 그나마 재미있는 건 19세기 기술이란 점을 강조하기 위해 수문 여닫는 작업을 일일이 사람이 직접 한다는 점. 위층의 물이 다 내려왔으니 이제 수문을 열어볼까. 늘어선 요트 옆에서 한 사람이 도르래를 돌려대기 시작했다. 운하의 용도가 하나 더 있긴 하다. 겨울은 유난히 춥고 유속도 느려서 운하가 얼어버리면 요트는커녕 카누도 오가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시민들은 꽁꽁 언 운하에서 스케이트를 탄다. 오타와 사람들은 원래 목적대로 사용해 보지도 못한 운하가 조금 낯부끄러운지 이렇게 말한다. “겨울이 되면 세계에서 가장 긴 스케이트장이 된답니다.”

 

» 세인트로렌스 강 위에 떠 있는 천여개의 아름다운 섬들.

오타와를 떠나 킹스턴 즈음에서 록 포트로 내려갔다. 천섬(1000 Islands) 크루즈를 타기 위해서다. 세인트로렌스강 위에 한 점, 한 점, 마치 꽃잎처럼 초록빛 섬들이 떠 있다. 캐나다와 미국이 국경을 정하면서 반반씩 나눴다고 한다. 이 섬은 네 섬, 이 섬은 내 섬. 그런데 캐나다 유람선과 미국 유람선이 말하는 천섬의 수가 정확하지 않은 것을 보면 네 섬, 내 섬 나누다가 한쪽이 졸기라도 한 모양이다. “꾸벅꾸벅” “이 섬은 내 섬, 이 섬도 내 섬….” “아이쿠 깜박 졸았네. 참 어디까지 나눴죠?” 천섬이라고 부르지만 무려 1860~1870개의 섬이 있다. 캐나다 국유지 20개 섬을 제외한 900개가 넘는 섬의 소유자는 개인이다. 어쩌면 캐나다 영토도 미국 영토도 아닌 무국적 섬이 하나쯤 있지 않을까? 전원주택 한 채가 겨우 들어갈 정도의 섬부터 종합운동장을 짓고도 남을 정도의 섬까지 크기는 다양하다. 조수간만의 차가 거의 없는 탓에 작은 섬이라 할지라도 물난리 걱정은 없다. 할아버지 한 분이 현관문을 열고 나오더니 잔디 깔린 정원을 가로질러 울타리 끝에 앉는다. 그러곤 낚싯대를 드리운다. 정말 전원주택 한 채만큼의 넓이가 섬 하나다. 천섬에서 가장 유명한 섬을 꼽으라면 볼트성이 있는 하트섬이다.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호텔의 주인이었던 조지 볼트가 사랑하는 아내의 생일 선물을 하기 위해 섬을 사들여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내는 생일인 밸런타인데이를 며칠 앞두고 숨을 거두고 만다. 그 후 볼트는 두 번 다시 섬에 발을 들여놓지 않았다고. 애틋하다. 그렇지만 영어, 프랑스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로 천섬 크루즈 스피커가 동네방네 떠들고 있는 이야기가 왠지 피부에 와 닿지는 않는다. 그래,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 고운 님 함께라면 즐겁지 않더냐고.


토론토에 도착한 뒤 예약해 놓은 페어몬트 로열 요크 호텔(Fairmont Royal York Hotel)로 들어섰다. 근데 하마터면 건너편 유니언 스테이션으로 잘못 들어온 줄 알고 나갈 뻔했다. 로비가 6·25 동란 때 피란민들로 가득 찬 기차역 같았다. 가만 보니 로비 의자를 차지하고 있는 건 온통 호호 할아버지. 전국 노인대회라도 열린 건가? 호텔 키를 받고 11층으로 올라갔다. 복도도 온통 노인들 차지다. 방문을 열고 닫았다. 닫았지만 한 떼의 노인들이 옆방으로 몰려가더니 떠드는 소리가 엄청나다. 헤이, 핍 반가워! 우와, 정말 오랜만인걸. 작년에 보고 딱 1년 만이야! 자, 맥주 한잔 마셔! 30분이 지나지 않아 내 방의 소음은 맨체스터와 첼시의 축구 경기를 방영중인 영국 펍 한가운데라고 해도 모를 지경에 이르렀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캐나다 방문을 했을 때도 그랬고,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까지 왜 토론토에 오면 이 호텔에서 묵는 것일까? 하긴 그들은 한 층 전체를 빌렸다지. 1929년에 문을 연 유서 깊은 호텔이 어느 노인네의 “골인!”이라는 느닷없는 헛소리에 무너지기라도 할까봐 급히 빠져나왔다. 저녁 식사 시간도 다 되었고.

 

토론토의 랜드마크, 시엔(CN)타워로 갔다.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당시 텔레비전 송신탑으로 쓰려고 만든 높이 553m의 타워. 목표는 당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던 러시아의 오스탄키노 타워보다 더 높게! 그러나 버즈 두바이가 생기면서 이젠 ‘가장 높은 타워’가 되었다. 화약 냄새로 총기류나 폭발물을 감지하는 검색대를 지나 초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타워 전망대 레스토랑으로 올라갔다. 1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자리를 잡고 창밖을 내려다보았다. 온타리오 호수와 접한 토론토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대한민국 면적의 5분의 1에 이르는 호수 저 건너편엔 나이아가라 폭포가 53m 아래로 쏟아지고 있겠지, <캐리비안의 해적 - 세상의 끝에서> 편에서 ‘세상의 끝’을 촬영했다는.

 

» 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즐길 수 있는 오타와 바이워드 마켓.

집 한채 딱 들어가는 개인 섬도 있네

 

레스토랑은 약 1시간에 걸쳐 한 바퀴 회전을 한다. 반 시간이 지나 ‘토론토 스타’가 들어 있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슈퍼맨> 시리즈를 처음 연재했던 신문사라던데. 그래, <슈퍼맨>의 원작자 조 슈스터의 고향이 토론토였지. 토론토의 마천루가 발아래 있다. 비쭉비쭉 솟은 빌딩들이 마치 슈퍼맨이 태어난 크립톤 행성의 수정 같다. 매년 크립톤 행성의 수정처럼 많고 높은 빌딩들이 솟아오르리라. 어쩌면 인류는 지구라는 행성에서 수정 같은 마천루를 육성하고 있는 유기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호텔로 돌아왔다. 로비는 조용했다. 복도도 조용했다. 1600개의 객실이 있는 호텔의 길고 긴 복도를 지나 내 방문을 열었다. 조용했다. 할아버지들은 모두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나는 문득 너무 적막해서 낮에 본 할아버지들의 떠들썩한 목소리가 그리웠다. 굿 바이, 미스터 노.

 

» 토론토에서 차로 한시간 반 거리에 있는 나이아가라 폭포.

오타와 여행 쪽지

나이아가라에선 아이스와인을

 

◎ 오타와 국회의사당 | 1855년, 캐나다의 양대 도시로 꼽히는 영국계 토론토와 프랑스계 몬트리올의 경쟁 관계를 고려하여 가운데 자리잡은 오타와가 캐나다의 수도로 정해졌고, 국회의사당은 1860년 오타와강이 내려다보이는 50m 높이의 언덕 위에 지어졌다. 빅토리아 고딕 스타일의 건축양식이나 건물 배치 등이 영국의 웨스트민스터를 연상시킨다. 7월에서 9월, 관광객들로 붐비는 여름엔 매일 저녁 캐나다 역사를 소재로 한 <사운드 앤 라이트 쇼>가 국회의사당 앞마당에서 펼쳐진다. 국회의사당 건물 전체가 스크린이 되는 쇼. 프랑스어편과 영어편이 번갈아 상영되는데 환상적인 빛과 소리가 어우러진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좋은 구경거리다.

 

◎ 오타와 바이워드 마켓(Byward Market) | 1855년 이름이 바뀌기 전까지 오타와는 바이타운이라고 불렸다. 리도 운하 건설 책임자였던 존 바이(John By) 대령의 이름을 따서 붙인 이름으로, 운하 건설 노동자들이 고된 노동을 마치고 술을 마시던 자리가 현재의 바이워드 마켓이 되었다. 당시엔 우범지역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수공예품 상점, 카페, 부티크, 선술집, 나이트클럽, 각종 과일과 채소 가게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싸고 맛있는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비버꼬리빵집도 바이워드 마켓 안에 있다.

 

◎ 킹스턴 헨리요새(Fort Henry) | 세인트로렌스 강변 언덕 위의 요새. 살아 있는 군사 박물관으로 인기가 높은 곳으로, 당시 군복을 입은 병사들이 행진하거나 집총 연습을 하는 등 옛 모습을 그대로 재현한다. 현재 위병교대식을 하는 군인들과 당시 상황을 재현하기 위해 전통 의상을 입고 오가는 사람들은 킹스턴 소재 대학의 학생들이다. 내부는 19세기 원형 그대로 보존돼 있는데, 군 장교들이 사용하던 방과 사병들의 내무반, 식당을 비롯해 제복, 총 등을 전시한 27개의 전시실이 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지정. 킹스턴 전경을 내려다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몰을 감상하기에 좋다.

 

◎ 나이아가라 폭포 | 토론토에서 차로 1시간 반 거리. 텔레비전, 영화, 사진 등으로 익히 본 풍광이라 식상하게 여겨질 수도 있으나 가서 보면 왜 나이아가라 폭포를 세계 3대 폭포라고 일컫는지 실감할 수 있다. 나이아가라는 원주민 말로 ‘천둥소리를 내는 물’이란 뜻으로, 감상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안개 속의 숙녀호’를 타고 폭포 아래까지 들어가서 쏟아지는 물방울을 흠뻑 맞으며 관람하는 방법(가장 실감난다)과 스카일론 타워에서 내려다보는 방법(사진 촬영을 하기 좋다), 헬리콥터를 타고 감상하는 방법(가장 스릴이 넘친다)등. 인근 나이아가라온더레이크엔 유명 와이너리들이 있으며 아이스와인이 특히 유명하다. 한국에도 알려진 이니스킬린 와이너리가 이곳에 있다.

 

온타리오주 관광 사이트

 

오타와 관광청 | www.ottawatourism.ca
킹스턴 관광청 | www.kingstoncanada.com
토론토 | www.torontotourismkorea.com
안개 속의 숙녀 | www.maidofthemist.com
스카일론 타워 | www.skylon.com
나이아가라 헬리콥터 투어 | www.niagarahelicopters.com
이니스킬린 와이너리 | www.inniskillin.com

오타와=글 노동효/여행작가, <로드 페로몬에 홀리다>·사진제공 오타와 관광청

기사등록 : 2009-09-02

----------------------------------------------------------------------------------------------------------------

‘캐나디안 로키의 보석’ 캐나다 밴프국립공원 탐방

설산 담은 호수·침엽수림에 넋을 잃다

 

거울 같은 호수들을 품은 설산 자락으로 황홀한 숲이 깔렸다. 이끼인 듯 잔디밭인 듯 바위산 자락을 부드럽게 에워싼 초록 풀밭. 이끼들이 이룬 평원처럼 보이는 이 숲은 실은 키가 30~40m에 이르는 전나무·소나무·가문비나무들이 빽빽하게 우거진 모습이다. 쪽빛 하늘과 흰 뭉게구름, 구름을 닮은 설산과 설산을 담은 호수, 호수를 안은 침엽수림이 펼쳐 보이는 그림에 탐방객들은 자주 할 말을 잃는다. 물가에서나 숲길에서나 산 위에서나, 눈 가는 곳이 모두 사진으로 봐오던 눈부신 풍경들이다.

 

밴프국립공원 루이즈 호수 주변 트레킹 길에 만나는 아그네스 호수. 탐방객들은 호숫가 찻집에서 허브차를 들며 물과 산을 오랫동안 감상한다.

 

키산맥은 멕시코에서부터 미국·캐나다를 거쳐 알래스카까지 남북으로 장장 4500㎞를 뻗은 북미대륙 중서부 지역의 거대한 산줄기. 캐나다 쪽 로키 중에서도 앨버타주 남서부 산줄기는 눈 덮인 바위산들과 설봉이 품은 크고 작은 호수들이 어울려 매우 아름다운 경치를 펼쳐 보이는 곳이다. 산골짜기마다 거대한 거울을 깔아놓은 듯 보이는 이 호수들은, 빙하가 쓸고 내려간 자리에 다시 빙하 녹은 물이 고여 이뤄진 것이다.

 

캐나디안 로키는 밴프·요호·쿠트니·재스퍼 등 4개의 국립공원과 4개의 주립공원으로 구성된다. 이 중에서 세계 10대 절경으로 꼽히며 유네스코 자연유산으로 등록된 루이즈 호수를 품은 밴프국립공원은 ‘캐나디안 로키의 보석’으로 불린다. 1885년 캐나다의 첫 국립공원이면서 세계에선 3번째로 국립공원이란 명칭을 얻은 곳이다.

 

 

인구 8천명 소도시 밴프…연간 400만명 관광객 넘쳐

 

인구 8천여명에 불과한, 깜찍한 소도시 밴프. 50개의 호텔과 상가들로 구성된 밴프는 밴프국립공원의 중심이자 탐방의 출발점이다. 해발 1400m에 자리한 고원도시다. 거리는 늘 인파로 넘친다. 전세계에서 해마다 4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 작은 소읍을 찾아온다. 청춘남녀에서부터 어린 자녀와 함께 온 가족, 지팡이를 짚은 노부부까지 함께 어울려 거리를 수놓는다. 남북으로 뻗은 밴프애비뉴를 중심으로 1시간이면 도심 구석구석을 둘러볼 수 있다. 밴프란 지명은 1886년 이곳에 철도가 건설되면서 당시 ‘캐나디안 퍼시픽 철도’ 총감독의 고향인 스코틀랜드 밴프셔 지방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다.

 

밴프가 유명세를 타게 된 건 그해 한 의사가 이곳 유황온천의 물치료 효과에 대해 발표하면서라고 한다. 캐나디안 로키엔 재스퍼의 마이엣 온천, 비시 주의 레이디엄 온천, 밴프의 어퍼 온천 등 이름난 온천이 세 곳 있다. 밴프 도심에서 10분 거리 설퍼산(유황산) 자락에 옛 온천은 아니지만, 자그마한 노천탕을 갖춘 어퍼 온천이 있어 탐방객들이 피로를 풀 수 있다. 온천에서 기념품가게를 운영하는 성기용(58)씨는 “5월부터 눈 녹은 물과 지표수가 섞인 미지근한 온천수가 솟기 시작해, 6월부터 9월까지 섭씨 47도의 뜨거운 물이 솟는다”고 말했다.

 

온천 옆에서 8분 동안 곤돌라를 타고 설퍼산(2285m) 정상에 오르면 빼어난 전망을 즐길 수 있다. 밴프 거리와 보강, 밴프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인 미네완카 호수, 120여년 역사의 페어몬트 밴프 스프링스 호텔, 그리고 눈을 뒤집어쓴 바위봉인 캐스케이드산(2998m), 브루스터산(2859m), 에일머산(3162m)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밴프 거리를 감싸고 흐르는 보강에선 카누·카약·래프팅을 즐긴다. 울창한 숲 사이로 굽이치는 강을 따라 새소리를 들으며 노를 저어볼 만하다. 밴프국립공원에서 가장 큰 호수는 미네완카 호수다. 1941년 댐을 건설하며 생긴 길이 27㎞, 폭 1~2㎞의 호수다. 물은 평균 섭씨 7도 이하로 늘 차갑고 깨끗하다. 1m를 훌쩍 넘는 송어를 낚으러 꾼들이 몰려드는 곳이다. 보트를 타고 물길을 따라 에일머산과 캐슬산 등 거대한 바위 봉우리들을 감상해도 좋다. ‘미네완카’란 인디언인 스토니 부족 말로 ‘물의 정령’이란 뜻이다.

 

 

 

밴프국립공원의 보석 중 보석은 두말할 것 없이 루이즈 호수다. 캐나디안 로키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방문객이 많은 곳이다. 빙하 녹은 물에 침식작용으로 바위들이 깎이고 물에 녹아들어 뿌연 초록 물빛을 지녔다. 바라보기만 해도 부드럽기 그지없는 질감이 느껴지는 호수다. 거대한 빅토리아 설산이 잠긴 호수를 바라보며 방문객들은 앉고 서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이 호수는 1882년 인디언 부족의 안내로 철도를 건설하던 윌슨이란 백인의 눈에 띄며 알려졌다. 인디언이 ‘작은 물고기 호수’로 부르던 이곳에 윌슨은 에메랄드 호수란 이름을 붙였으나, 뒤에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넷째딸이자 1870년대 캐나다 총독을 지낸 론 공작의 부인 이름을 따 루이즈로 바꿨다. 루이즈 호수 주변은 트레킹 천국이다. 울창한 침엽수림 사이로 뻗은 숲길을 따라 이어진 미러 호수, 아그네스 호수 등 또다른 아름다운 호수를 만나고, 장쾌하게 펼쳐진 로키의 전망을 즐기는 트레킹이다. 어느 방향, 어느 각도로 시선을 던져도 황홀한 경치가 펼쳐진다.

 

루이즈 호수 트레킹을 마치고 밴프국립공원 탐방의 관문인 캘거리로 돌아와 카우보이 축제를 만난 건 행운이었다. 때마침 로데오 축제 ‘스탬피드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날이다. 해마다 7월, 열흘 동안 펼쳐지는 세계 카우보이들의 축제다. 티브이 화면을 통해서만 보던 야생마·야생소 타고 길들이기, 역마차 경주 등을 볼 수 있다. 지난 7월9일 막을 올린 올해 스탬피드 페스티벌은 18일까지 계속된다.

 

 

 

보석 중 보석은 루이즈 호수…주변은 트레킹 천국

 

4박6일의 짧은 일정으로, 지도 펴들고 차를 몰아, 밴프국립공원의 진면목을 들여다보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부족한 일정에서도 대자연의 아름다움은 강렬한 인상으로 뇌리에 남았다. 아름다운 경치를 표현하려면 비교대상이 있거나 객관적이어야 그 진가를 인정받는다.

 

최근 <캐나디안 로키>라는 책을 쓴 캠핑 전문가 김산환씨. 세계 각국의 국립공원 100여곳을 캠핑으로 먹고 자고 걸으며 섭렵해온 그는 밴프국립공원을 비롯한 캐나디안 로키를 “모든 것을 갖춘 국립공원”이라고 주장한다. 밴프를 세번째 방문했다는 그가 단언했다. “내가 아는 한 이렇게 완벽한 국립공원은 지상에 없다.” 루이즈 호수를 백인으론 처음 만난 윌슨도, 당시 이 호수 앞에서 동료들과 담배를 피우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신에게 맹세컨대, 내가 탐험했던 모든 것들 중에 이처럼 아름다운 장면은 없었다.”

 

처음 가본 이도 많이 둘러본 이도 가장 아름답다 느꼈으니, 밴프국립공원이야말로 실로 ‘절경’이란 이름을 붙일 만한 곳 아닐까?

 

 

세계 톱스타들 무수히 영화 찍은 캐나다 ‘루이즈 호수’ 트레킹

회색곰 출현하는 ‘북쪽의 할리우드’

 

키다리 전나무숲이 갈라지고 호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호숫가에 늘어선 방문객들은 일제히 한 방향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키고 멈춰 서 있다. 그들 앞으로 펼쳐진 잔잔한 수면에 눈부신 설산이 거꾸로 박혀 있었다. 눈을 드니, 거대한 눈덩이를 조각해놓은 듯한 빅토리아산 봉우리가 푸른 하늘을 치받고 솟았다. 흰 구름과 흰 눈이 겹쳐지고, 물속 산 그림자가 겹쳐져 산과 물의 경계가 보이지 않는다. 물가에 앉아, 유키 구라모토 피아노곡 ‘레이크 루이즈’를 떠올린다. 몇 소절 따라갈 무렵, 10살 안팎 소년 둘이 키보다 세 배는 큰 카누를 메고 다가왔다. 배를 띄우자 물속 설산은 이내 가볍게 몸을 떨며 부서져버렸다.

 

루이즈 호수 주변 산길은 울창한 침엽수림과 설산, 호수 풍경을 한꺼번에 즐기는 길이다.

 

 

늑대·흑곰 등 서식…회색곰 나타나면 산길 폐쇄

 

카누들이 점령한 호숫가를 따라 완만한 숲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각국의 유명인들과 귀족들이 단골로 찾는다는 세계 최상급 호텔(1890년 건립)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 옆이 출발점이다. 간식을 준비하기 위해 들른 빵집 주인이 소식 하나를 전해줬다. “회색곰의 출현으로 아그네스 호수 주변 트레일은 폐쇄됐다.”

 

곳곳으로 뻗은 루이즈 호수 주변 트레킹 코스 중 산 중턱의 아그네스 호수 둘레를 도는 8시간짜리 트레킹을 할 예정이었다. 밴프국립공원엔 늑대·엘크·흑곰·회색곰 등이 서식하는데, 공격성이 강한 회색곰(80여마리가 산다)이 다가올 경우 산길은 즉시 폐쇄된다고 한다. 차라리 곰을 만나기 위해서라도 폐쇄된 코스를 걷고 싶다는 욕망을 누르고 다른 코스를 찾았다. 빅토리아 빙산 한 자락까지 볼 수 있는 그 코스를 포기하고, 미러 호수와 아그네스 호수를 거쳐 루이즈 호수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전망대 ‘리틀 비하이브’까지 다녀오기로 했다. 쉬고 먹으며 서너 시간이면 족히 왕복하는 코스다.

 

송진 내음 깔린, 침엽수림 빽빽한 흙길을 걷는 기분이 들머리부터 상쾌하다. 가끔씩 건초 냄새를 짙게 풍기는 말똥 무더기를 만난다. 산행길과 승마용 산길이 가끔 겹치기 때문이다. 로키 산행에선 말을 타고 둘러보는 트레킹이 일반화돼 있다. 말을 타고 며칠씩 걸려 캐나디안 로키 일대를 탐방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키다리 숲은 오를수록 나무가 굵어진다. 수종의 대부분은 ‘로지폴 파인’(천막 지주로 쓰기 좋은 곧은 소나무)이라는 소나무 종류와 전나무류, 가문비나무류의 나무들이다. 모두 옆으로 가지를 뻗지 않고 위로만 길게 자라오른 모습이다. 간벌한 나무들이 이끼에 덮인 채 숲에 방치돼 있어 숲 향기는 한결 짙은 느낌이다.


탐방객들은 대개 걸으면서 짤랑짤랑 소리를 낸다. 회색곰 등 야생동물의 접근을 예방하기 위해 안내소에서 권하는 방울을 달고 있기 때문이다. 나무 사이로 간간이 나타나는 루이즈 호수 한 자락을 보며 한동안 오르면, 마이산의 한 봉우리처럼 우뚝 솟은 바위절벽 앞으로 자그마한 호수 ‘미러 호수’가 나타난다. 루이즈 호수에서 2.6㎞ 지점. 말 그대로 거울처럼 맑은 수면에 산봉우리가 잠겨 있다. 말 타고 온 사람도 개 끌고 온 사람도 여기서 쉬며 말과 개에게 물을 먹인다.

 

800m쯤 산길을 오르면 눈에 확 띄는 또다른 호수가 자태를 드러낸다. 역시 눈 쌓인 봉우리를 담고 있는 ‘아그네스 호수’다. 탐방객들이 호숫가 나무의자들에 앉아 잠시 쉬어 가는 곳이다. 호수 옆엔 차와 간식을 파는 ‘티하우스’가 있어, 호수 전망을 즐기며 싸가지고 온 점심을 드는 이들이 많다. 폐쇄된 아그네스 트레킹 코스 갈림길을 버리고, 리틀 비하이브 전망대까지 1.4㎞ 숲길을 걷는 동안, 숲 사이로 모습을 드러내는 미러 호수와 아그네스 호수 물빛은 점점 더 투명한 초록빛으로 바뀐다. 변하지 않는 건 루이즈 호수 물빛이다. 초지일관 우유를 탄 초록빛이다. 점점이 떠 있는 카누 떼까지 선명하다.

 

 

» 리틀 비하이브에서 내려다본 에메랄드빛 루이즈 호수와 카누들.     » 리틀 비하이브 정상 전망. 오른쪽에 루이즈 호수가 보인다.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은 몇달 전에 예약해야

 

리틀 비하이브 전망대에선 루이즈 호수와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 좌우로 아득하게 멀리 펼쳐진 로키 설산들이 한눈에 조망된다. 아그네스 호수 옆 티하우스 시설 보수를 위해 오가는 헬기가 저만치 발아래로 장난감처럼 떠간다. 빅토리아 설산과 초록빛 루이즈 호수, 거울처럼 빛나는 미러 호수, 그 위쪽의 아그네스 호수 일부까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올려다본 바위절벽 모습이 벌통을 닮아 비하이브란 이름을 얻었는데, 빅 비하이브는 미러 호수 위쪽 절벽을 가리킨다. 멋진 풍경에 빠져 있는 동안 금세 땀이 식고 몸도 식는다. 트레킹 전에 긴팔옷을 준비하는 게 좋다.

 

하산길엔 팻말을 잘 보아, 말들이 다니는 길로 들어서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환경 훼손과는 무관하다지만, 말똥이 뒤범벅된 젖은 흙길을 걸어내려오는 맛이 그리 개운치는 않다.

 

루이즈 호수는 1920년대부터 ‘북쪽의 할리우드’라 불렸다. 할리우드 스타 수백명이 이곳에서 무수한 영화를 찍었기 때문이다. 더글러스 페어뱅크스, 앨프리드 히치콕, 마릴린 먼로, 크리스토퍼 리브, 앤지 디킨슨 등 영화인들과 영국 엘리자베스 2세, 덴마크 마르그레테 여왕, 요르단 후세인 왕, 모나코 왕자 등 유명인들이 이곳을 찾아 쉬거나 영화를 찍었다고 한다. 이들이 묵어간 페어몬트 샤토 레이크 루이즈 호텔은 몇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로 인기를 누린다.

 

캐나다 여행쪽지

야외 음주 불법…담배는 꼭 밖에서

 

◎ 항공편 | 인천~캘거리 직항 노선은 없다. 대한항공이 7월25일~8월26일 한달간 캘거리 직항 전세기를 띄운다. 11시간30분 소요. 밴쿠버까지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에어캐나다와 코드셰어)가 하루 1회 운항한다. 이 경우 밴쿠버~캘거리는 에어캐나다 국내선을 이용한다. 모두 인천에서 오후 출발해, 밴쿠버에 오전에 도착한다.

 

◎ 현지 정보 | 캐나다에선 모두 6개의 시간대가 운영된다. 캘거리의 경우 시차는 한국보다 15시간 느리다(4~10월 서머타임제 감안). 전압은 110볼트여서, 연결해 쓰는 코드 플러그를 준비해야 한다. 음주·흡연에 엄격하다. 야외에서의 음주는 불법이고, 담배도 밖에서 피워야 한다. 주류는 리큐어점에서만 판매한다. 캔맥주도 구입 뒤 바로 따 마시면 단속 대상이다.

 

◎ 현지 교통 | 현지에서 차를 빌릴 경우 각 운전면허시험장을 찾아 국제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한다. 캘거리 공항에 렌터카 회사들이 모여 있다. 출국 전 예약한 뒤 신용카드를 준비해 가도록 한다. 소형차량의 경우 하루 대여료는 성수기(6~9월) 52달러, 비수기엔 그 절반 수준이다.

 

◎ 레저 비용 | 자전거 대여료 1시간 10달러, 카누 1시간 30~40달러, 승마 1시간 40~60달러, 스탬피드 파크 입장료 25달러(로데오 경기 관람료는 별도 30달러부터).

 

◎ 여행 문의 | 캐나다관광청 한국사무소 (02)733-7790, 앨버타관광청 한국사무소 (02)725-0420.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 여행 - 별밤 속 오로라와 함께 춤을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 하늘에 나타난 오로라. 캐논 EOS 5D MⅢ, 16㎜, f3.5, ISO 1600, 노출 15초.



춤추는 신의 영혼이라니. 신을 본 적도 없는데, 신의 영혼을 본다고? 그것도 떼춤 추는 영혼들을. 하고 생각했던 건 착각이었다. 영하 30도 추위 속,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두꺼운 방한복으로 완전무장하고 찾아간, 북위 62도의 오로라빌리지. 캐나다 북부의 소도시 옐로나이프 북쪽,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오로라 관측 체험마을이다. 차에서 내려 머리를 드는 순간, 그것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달빛 별빛들만 초롱초롱할 줄 알았던 밤하늘은 온통 초록 형광빛 세상이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신의 영혼’이, 그것도 무리지어 눈부신 춤을 너울너울 추고 있었다. 그것은 소리 없이 서서히 하늘 끝에서 한 줄기 빛의 형상으로 나타나, 순식간에 온 밤하늘을 뒤덮으며 사람 세상을 뒤흔들었다. 별빛도 달빛도 제빛을 잃을 정도로 눈부신 거대한 발광체. 한자리에 머무는 법 없이, 일정한 형체도 없이 끊임없이 일렁이며 황홀한 춤을 선보였다.

그랬다. 신의 영혼 빛깔은 알고 보니 밝은 초록색이었고, 영혼의 크기는 알고 보니 수십킬로 또는 수백킬로쯤 돼 보였다. 그 형상은 신들 각자 마음대로였다. 얇은 초록 커튼이 드리워지는가 싶더니 어느새 돌돌 말리며 핑크빛으로 변해 사라졌고, 기다란 빛 몇 줄기가 번져와 몸집을 점점 키우며 거대한 얼굴 형상으로 바뀌기도 했다. 신의 영혼이 모습을 바꿀 때면, 깊이 모를 하늘의 틈 사이로 얼핏 보랏빛 속살이 드러나곤 했다.

밝은 초록색 커튼 드리우다 핑크빛 황홀한 춤사위 눈벌판 곳곳 탄성 ‘와’

사람들은 어둠 속 눈벌판 곳곳에 넋을 잃고 멈춰선 채 우주의 신비와 경이로움에 압도됐다. 새로운 춤사위가 펼쳐질 때마다, 감탄사를 터뜨리며 혀가 시린 줄도 모르고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와, 스고~이!” 오로라 관광객은 거의 전부가 일본인이었다.

오로라가 사그라지자 사람들은 장작 난로를 피운 ‘티피’(전통식 천막) 안으로 들어가 언 몸을 녹이며, 흥분의 여운을 즐겼다. 가이드는 “다섯 등급 중 4등급 이상의 멋진 오로라였다”고 했다. 일본 아이치현에서 왔다는 20대 여성 가마티니(26)가 얼어붙다시피 한 입을 겨우 벌려 말했다. “올겨울이 가장 예쁜 광경을 볼 수 있는 기회라고 해서 왔는데, 역시 환상적이다. 비록 최고 5등급은 아니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다.”

오로라(극광·노던라이트)는 태양 표면이 폭발할 때 방출되는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에 끌려 대기권 입자들과 부딪히며 빛을 내는 현상을 말한다. 본디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새벽의 여신’(아우로라) 이름이다. 1621년 프랑스의 한 과학자가 여신의 이름을 따 붙였다고 한다. 오로라가 활발하게 나타나는 위도 60~80도에 속한 옐로나이프는 사방 1000㎞ 안에 산맥이 존재하지 않는 평원지대로, 오로라 관측 최적지로 꼽히는 곳이다.

북위 62도 캐나다 옐로나이프 - 사방 1000㎞ 평원지대
12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오로라 관찰에 최적


옐로나이프에서 머문 나흘 중 이틀 밤이나 화려한 빛의 선율을 감상했다. 오로라빌리지에 머문 밤 10시~새벽 1시 사이 각각 3시간 동안에만, 다양한 모습을 여러 차례 만났다. 오로라는 맑은 날이라고 해도 줄곧 하늘에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별빛 초롱한 하늘 한켠이 갑자기 초록빛으로 물든다면 마음의 준비(물론 카메라 준비도)를 하는 게 좋다. 언제 어떤 형상으로 바뀌며 다가올지 예측불허다. 특히 좋은 사진을 찍으려면, 카메라를 삼각대에 장착해두고 초점·감도 등을 미리 설정해 놓는 게 좋다. 오로라가 한바탕 휩쓸고 간 뒤엔 곧 또다른 오로라가 시작되기도 하고, 몇 시간씩 전혀 보이지 않기도 한다. 혹한을 견디고 기다리며 즐기는 심야축제다.

이틀간 함께한 오로라 감상객 150여명 중 130여명이 일본인이었다. 대부분이 20~30대 젊은 여성, 신혼여행을 온 부부도 있었다. 가이드는 ‘오로라를 본 뒤 아이를 가지면 천재를 낳는다’는 속설이 있다고 귀띔했다. 일본에선 1990년대 말 오로라를 배경으로 한 방송 드라마가 방영된 이후 오로라 여행상품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해마다 1만명에 가까운 일본인들이 오로라를 보기 위해 옐로나이프를 찾는다. 이곳 전체 오로라 관광객의 80%를 차지한다. 그러다 보니 오로라 체험 프로그램 운영진도, 가이드들도, 왕복 차량 운전사도 모두 일본인 일색. 일본 여행을 온 느낌이 들 정도다.

3년 전부터 오로라빌리지 안내를 맡고 있는 유일한 한국인 가이드 박수진(27)씨는 “한국의 오로라 관광은 이제 시작 단계”라고 했다. 2010년엔 50명 정도였으나, 2011년엔 120여명으로 늘었고, 이번 겨울 들어서만(지난 11월 중순~12월 중순) 한달간 약 30명이 다녀갔다고 한다. 이날 취재진 외에 오로라빌리지를 찾은 유일한 한국인은 부산에서 온 조기철(34·회사원·해운대구 재송동)씨다. 조씨는 “사진으로만 보던 걸 직접 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감동적”이라며 “여자친구와 꼭 다시 보러 오고 싶다”고 말했다.

오로라가 화려해지는 시기는 태양의 흑점 활동이 활발해지는 시기와 일치한다. 2013년은 11년 주기로 활발해지는 태양 흑점 폭발 순환기에 들어선 때여서 오로라 감상의 최적기라는 게 오로라빌리지 쪽 설명이다. 옐로나이프의 겨울철 오로라 감상 시기는 11월말부터 이듬해 4월초까지. 특히 맑은 날이 절반 이상 되는 1~2월이 적기다.

오로라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면서, 누가 “오로라 멋있는 거 맞아?” 하고 물으면, 직접 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어려운 이 감동을 어떻게 표현해줄까 고민했다. 결론. “그건 신의 영역이었어.”

http://pictorial.hani.co.kr/slide.hani?seq=9&sec1=002&sec2=007&sec3=049&page=1&slide_pos=1&pos=8

http://pictorial.hani.co.kr/slide.hani?sec1=002&sec2=007&sec3=049&seq=0



오로라에 대한 궁금증들 - 2013년은 오로라 성수기

지난 12월 중순 캐나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에서 만난 오로라 모습들. 셔터속도 10초 안팎으로 찍은 사진들이다. 

초록색 구름띠 같은 빛줄기들이 나타나 둥글게 말리고 또 풀리며 다양한 빛깔과 모습을 보여줬다. 왼쪽 사진에 붉은 점선으로 나타난 부분은 비행기 궤적이다. 

일부 사진 오른쪽 아래 오리온자리가 보인다.



‘빛으로 연주하는 우주의 선율’. 이 신비로운 현상은 왜 어떻게 나타나고, 관측하기 좋은 장소는 어딜까. 오로라가 주로 관측되는 지역은 남·북위 60~80도의 부근이다. 한겨울이면 섭씨 영하 40도 이하까지 떨어지는 혹한 지역이므로 감상이나 사진 촬영 때 철저한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오로라에 대한 궁금증과 감상 때 주의할 것들을 알아본다.

태양 흑점 활동 활발해지는 11주년 주기에 해당. 오로라 한층 화려해질 듯



오로라란? 태양 표면의 일시적 폭발(플레어)에 의해 방출된 플라스마 입자가 지구 남북극의 자기장에 이끌려 상층 대기권의 산소·질소 등 입자들과 충돌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이 오로라다. 이때 자기장의 공명으로 빛이 주변으로 산란하며 다양한 오로라가 나타난다고 한다.

오로라 형태는 일정하지 않다. 엷은 구름띠 모양에서부터 지그재그형, 원형, 커튼형 등 다양하게 나타났다가 수시로 형태를 바꾼다. 움직이는 속도는 보통 구름이 빠르게 흘러가는 정도라고 보면 된다. 밝고 규모가 큰 오로라일수록 변화 속도가 빠르다. 색깔은 초록색을 기본으로 가장자리나 아래쪽으로 붉은색·노란색·보라색·흰색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어디서 볼 수 있나? 극지방보다 남북 위도 60~80도 지역에서 오로라가 관측되는데 이 지역을 ‘오로라대’(오로라 오벌)라 부른다.

캐나다 북부의 옐로나이프와 화이트호스를 비롯해 노르웨이 북부 도시 트롬쇠, 스웨덴 키루나의 아비스코 국립공원, 핀란드의 사리셀케, 알래스카 페어뱅크스, 러시아 키르케네스 등이 ‘오로라대’에 자리한 대표적 오로라 관광 도시로 꼽힌다.

캐나다 옐로나이프의 경우 북위 62도로 오로라대에 속한데다, 사방이 트여 있고 맑은 날이 많아 오로라를 보기 좋은 곳이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이 오로라 감상 최적지로 꼽은 곳이라고 한다. 옐로나이프 오로라빌리지 쪽은 “연간 240일 이상 오로라를 볼 수 있는 곳”이라고 자랑했다. “사흘을 머문다면 최소한 하루라도 볼 확률이 95% 이상, 나흘이면 98% 이상”이라고 한다.


오로라 촬영 때 삼각대 맨손 접촉 조심
촬영 뒤 실내 들여놓으면 카메라 작동 이상 생길 수도

멋진 오로라 감상 시기는? 오로라는 남북극 주변의 오로라대에서 1년 내내 나타난다. 하지만 낮엔 햇빛에 가려 볼 수 없고, 밤이라 해도 구름에 가려지면 보이지 않는다. 여름엔 백야 현상으로 오로라를 관측하기 어렵지만 겨울이면 밤이 길어져 그만큼 관측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오로라를 볼 확률이 가장 높은 때는 맑게 갠 겨울밤이다.

맑은 날 밤이라고 해도 언제나 보이지는 않는다. 태양의 흑점 활동이 미미하다면, 맑은 날이 이어져도 멋진 오로라를 보지 못할 수 있다. 올해는 태양 흑점 활동이 활발해지는 11년 주기에 해당하는 해로, 오로라 현상이 한층 화려해질 전망이다.

옐로나이프의 오로라 관측 시즌은 둘로 나뉜다. 여름 시즌으로 불리는 8월말~10월초, 겨울 시즌인 11월말~4월초다. 5~7월엔 백야 현상으로 오로라를 볼 수 없다. 겨울, 특히 1~3월이 오로라 감상 최적기다. 8월말~10월초엔 밤이 짧은 대신, 호수에 비치는 오로라가 아름답다. 오로라빌리지의 한국인 가이드 박수진씨는 “겨울에 더 자주 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호수에 비친 모습이 더 좋다”고 말했다.

오로라는 인체에 해로울까? 오로라가 만들어지는 원인이 태양에서 날아온 방사능을 띤 입자들과 대기권의 충돌인 점을 들어, 인체 유해 여부를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오로라는 외부 입자들이 지구 자기장(밴앨런대)과 최상층 대기권을 통해 걸러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빛 현상인데다, 생성되는 고도가 100~500㎞의 우주 공간이어서 지상에서의 인체 유해성은 입증된 바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단, 오로라가 화려한 건 태양 흑점 폭발 활동이 그만큼 활발하다는 뜻으로, 전파 교란 등이 일어날 가능성은 높아진다고 한다.



체온 유지, 카메라 관리 이렇게 겨울철 오로라 감상 땐 밤기온이 섭씨 영하 30~40도까지 내려가게 되므로 체온 유지에 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주요 오로라 관측지의 경우 오로라 체험 프로그램을 신청하면 두꺼운 방한복과 방한화·모자·장갑 세트를 빌려 준다. 핫팩 등 발열 제품을 준비하면 추위를 견디는 데 도움이 된다.

외부에선 얼굴까지 감싸는 모자를 쓰고 장갑은 벗지 않는 게 좋다. 피부가 오래 노출되면 동상에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진을 찍을 때 맨손으로 철제 삼각대를 만지는 건 금물이다. 차가워진 쇠붙이에 손이 달라붙어 동상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금속 안경테도 마찬가지.

오로라 사진 촬영에 삼각대·광각렌즈·릴리스 준비는 필수다. 실내나 차 안에서 미리 삼각대에 카메라를 장착하고, 초점·감도·조리개 등 기본 설정을 해두는 게 유리하다. 갑자기 화려한 오로라가 출현했을 때 실수를 줄일 수 있다. 조리개는 무한대로 열고, 오로라 밝기에 따라 감도는 ISO 800~1600, 셔터속도는 5~15초로 설정하는 게 적당하다. 카메라 조작을 위해 플래시를 쓸 경우 빛을 가려야 한다. 다른 이들의 사진을 망칠 수 있다.

일단 차가운 외기에 노출된 카메라는 휴식을 취할 때도 실내에 들여놓지 않도록 한다. 실내의 습기가 차가워진 카메라에 달라붙는데, 이를 다시 밖으로 옮기면 얼어붙어서 작동에 이상이 생길 수 있다. 촬영을 마친 뒤에도 카메라를 외부에서 비닐 등으로 밀봉한 뒤 가방에 넣도록 한다. 또 혹한 속에선 배터리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므로 예비 배터리를 충분히 준비해야 한다.

cover story tip

선크림 잊지 마세요

 직항은 없다.
 인천~밴쿠버 10시간30분. 밴쿠버~캘거리(1시간20분), 캘거리~옐로나이프(2시간). 밴쿠버~에드먼턴~옐로나이프 항로도 있다. 캐나다항공은 섭씨 영하 40도 이하 땐 운항을 중단한다.

 옐로나이프 시차는 한국보다 16시간 늦다(3~11월엔 서머타임 적용으로 15시간 차). 겨울 평균기온 영하 28.8도. 전원 110V(11자형), 선크림 준비 필수.

 오로라빌리지에는 오로라 감상객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다. 장작난로와 의자·탁자, 차·커피가 준비된 티피 텐트, 빵·수프 등 간식을 무료 제공하는 다이닝홀, 선물가게 등이 있다.

 오로라빌리지에선 오로라의 밝기·형태에 따라 1~5단계로 등급을 매겨 이해를 돕는다. 1. 잘 보이지 않지만 사진에는 찍히는 밝기. 2. 눈으로 구분할 수 있는 정도의 밝기. 3. 대부분의 사람들이 녹색으로 인식할 수 있는 밝기. 4. 모든 사람이 뚜렷한 녹색빛과 다양한 모양을 볼 수 있고 움직임이 있는 오로라. 5. 녹색 커튼 밑에 핑크색 오로라가 보이며 상공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는 화려한 오로라.

 오로라 여행상품은 3박5일 239만원부터 있다. 세계로여행(02-2179-2518), 롯데관광(02-2075-3004), 참좋은여행(02-2188-4074), 한진관광(02-726-5798), 온라인투어(02-3705-8325) 등.

 오로라 여행정보는 주한캐나다관광청(www.canada.travel) (02)733-7740, 오로라 사진 자료는 천체사진작가 권오철 블로그(www.astrophoto.kr) 참조.


옐로나이프(캐나다)=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