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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090106 - 김광석 13주기 추모 공연...

by Wood-Stock 2009. 1. 7.

대학로에 가면 ‘학전’이라는 소극장이 있다. ‘아침이슬’을 만든 김민기씨가 대표로 있는 200석도 안되는 소극장인데

1990년대 TV와는 거리가 먼 언더의 라이브 가수들에게는 그들만의 열린 공간이자 ‘쌩음악’의 열기가 넘쳐 나던

라이브의 본거지였다.

 

최근 극심한 불황과 통기타 라이브의 퇴조(반대로 홍대 주변의 인디클럽 라이브는 활황)로 인해 겨우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곳에서는 매년 1월 6일을 전후하여 그때 그사람들이 모여 열띤 공연을 벌이는데 그 도화선은 바로 김광석의

자살사건이었다. (1996.1.6일 사망)

 

김광석은 솔로로 데뷔한 1990년부터 죽기 전해인 1995년까지 소극장 라이브 공연만 1천회를 돌파하여 화제가 되었었는데

1천회 공연의 대부분을 학전 소극장에서 치루었고 1천회 기념공연도 역시 그곳이었기에 그의 장례식 도중에 학전 소극장

무대에서 노제까지 지낼 정도였으며 대학로 학전의 터줏대감으로 라이브계를 평정했던 김광석이 사라진 이듬해부터는 매년

그의 기일이 되면 그의 동료, 선후배들이 모여 그의 노래를 부르면서 김광석과 그의 노래를 추모하게 된 것이다.

 

 

음반이 나올때마다 사인을 해서 나에게 주었던 김광석... 데뷔때는 변변한 사인도 준비하지 못했나 보다... (1,2,3집 LP, 4집부터 CD)

 

 

나는 노래패 출신인 친구의 기획실 일을 도와주다가 김민기, 노찾사, 동물원 등과 엮이면서 김광석과도 인연을 맺게 되었는데

대학 노래패, 노찾사,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 데뷔하던 1990년 그는 솔로 데뷔음반을 잔뜩 챙겨들고 사무실을 찾아와서는

콘서트를 할테니 도와 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능력과 가능성, 게다가 음악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성실함, 겸손함을 익히 알고 있었던 우리(나와 기획실 친구들)는

주변의 인맥을 총 동원하여 멋진 콘서트를 준비하게 되었다.

 

군입대 등으로 활동을 접고 있던 동물원의 잔여 멤버, 노찾사에서 잠시 나와 있던 안치환, 훗날 김건모 음반 프로듀서로

떼돈을 벌었던 김형석 등을 밴드로 영입하고 공연장을 섭외해서 일단 저지르고 말았는데 결과는 완전 쪽박이었다...

다 말아 먹은거다...

 

당시 동물원은 알아도 김광석은 사실상 무명이었고 일정을 잡고 보니 하필 당시 최고 인기그룹 해바라기의 공연일정과

정확히 겹쳐버린 덕분에 관객 쏠림이 확연하게 나타났고 결론은 화류계 정글의 수업료만 톡톡히 치루게 된 것이다.

 

3일간의 공연 가운데 마지막날 마지막 공연을 앞두고 그때까지 텅빈 공연장만 바라보던 우리는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대기실에서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고 ‘케세라세라’의 심정으로 무대에 올라간 그들은 마치 뽕맞은 환자들처럼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환상적인 연주를 펼쳤었다. 화끈한 마무리가 된 것이다.

 

그렇게 쓴맛을 본 김광석은 오히려 우리에게 미안해하며 도와줘서 고맙다고 몇 번씩 인사를 하고는 권토중래, 와신상담,

심기일전 라이브 극장돌기에 나서게 되었는데 기타 하나 달랑 메고는 음향도 변변치 않은 전국의 소극장을 누비면서 공연을

이어가던 그는 드디어 대학로 학전에 입성하여 둥지를 틀게 되고 그 이후로는 짭잘한 소득도 보장되는 잘나가는 라이브

가수로 입지를 다지게 된다.

 

그렇게 이어지던 공연이 마침내 1995년 8월 1천회를 돌파하게 되는데 1천회까지 가게 되는 첫 번째 콘서트가 바로 1990년에

말아먹은 그 공연이었기에 광석이와 나는 그 공연에 매우 큰 의미를 두게 되었고 1천번째 공연이 있던날 학전 소극장의

대기실에서 우리는 뜨거운 포옹으로 회포를 나누었다. 그리고는 불과 몇 달 후 그는 유명을 달리하게 된다.......

 

 

혹시 그가 있을법한 어딘가를 바라보는 김광석의 사진... 그 앞에는 소주가 한잔 있고 그 밑에서 그들은 김광석을 노래한다....

 

 

한대수, 서유석, 김민기 등이 한국 포크음악의 태두라면 김광석은 그 계보의 적자이자 20세기 한국 포크계 최후의 가객이라는

전설로 남게 되는데 그가 떠난지 13년이 흐른 지금까지도 그의 빈자리를 체워줄 수 있는 그 누구도 없었고 통기타의 낭만과

자유로운 영혼 같은 가치는 박물관의 박제가 될 지경에 이르렀다.

 

2009년에도 1월 6일을 전후하여 예전과 다름없이 그 바닥의 라이브 신공들이 모여 한바탕 살풀이를 벌였는데 금년에는 나도

실로 얼마만인지도 모를 만큼의 세월을 건너 뛰어 학전의 냄새를 맡게 되었고 오랜만에 그들과 밤새도록 취할 수 있었다.

 

금년에는 인디밴드까지 참여하여 포크의 범주를 벗어나 보다 다양한 언더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는데 학전 소극장 입구를 장식

하고 있는 김광석의 브론즈 앞에 놓여 있는 장미꽃 한송이가 그에 대한 그리움과 너무 일찍 가버린 아쉬움을 대변하고 있었다.

 

 

 

 

2009년의 출연진 : 동물원, 윤도현, 강산에, 유리상자, 여행스케치, 크라잉넛, 이은미, 권진원, 박학기, 한동준, 김광민, 이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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