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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080525 - Sonny Rollins

by Wood-Stock 2008. 6. 18.

Crusaders 공연의 흥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서둘러 달려간 곳은 그야말로 역사적인 내한공연인 재즈계의 거장

Sonny Rollins 내한공연이었습니다.


국내에서 재즈가 독립된 장르로 제대로 대접받고 인기를 끌기 시작한 이래 우리나라를 찾았던 수많은 재즈 뮤지션 가운데

감히 최고의 거장이라 이야기할 수 있는 생존하는 세계 최고수의 공연을 그냥 보낸다는건 도저히 용납할 수가 없었습니다.


소니 롤린스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1930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금년 79세의 테너 색소폰 연주자이자 찰리 파커-

존 콜트레인으로 대표되는 모던 재즈 색소폰의 대표 주자로 그 당시 세계 재즈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거장들이 모두 세상을

떠난 지금 단 하나 남은 그때 그사람이자 아직도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살아있는 전설이라 하겠습니다.


타고난 체력과 테크닉으로 역사상 가장 완벽하고 뛰어난 테너맨으로,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추구

하는 연주자로 추앙받는 그는 2001, 2005년에도 그래미상을 수상하였고 2007년에도 음반을 출시하고 세계를 돌며 연주를

할 정도로 그 끝을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Sonny Rollins World Tour Emblem

 

그리고 소니 롤린스는 라틴 재즈의 거장 스탄 게츠와 같은 발랄하고 말랑한 면도 없고 끈적한 발라드 재즈와는 다소 거리가

먼 정통 비밥-하드밥 스타일을 고수해온 인물이기에 국내에서 크게 인기를 얻지는 못하고 있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재즈

역사에 있어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 존 콜트레인(1926~1967) 등의 거장들과 동등하게 평가되는 인물입니다.


사실 표를 구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있을 정도로 한국 재즈계의 사건이라 할 수 있는 그 공연을 함께 할 수 있었던건 정말

영광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일요일 저녁공연 표를 간신히 구해 LG Art Hall로 가면서 혹시 그 모습을 담을 수 있을지, 혹시

사인 한 장이라도 받을 수 있을까 기대도 해 보았지만 모두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50년이 넘는 그의 재즈 세계를 골고루 접해볼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비해 그날 연주는 대부분 2000년 이후 출시한 음반

특히 2006년 발표한 음반에 수록된 곡들이어서 조금 아쉽긴 했는데 뒤뚱거리며 걸어 나오는 80 노구의

몸에서 뿜어 나오는 상상을 초월하는 파워와 열정은 모든 아쉬움을 날려버리기에 충분했습니다.


색소폰, 트롬본, 기타, 베이스, 드럼, 퍼커션의 (건반이 없는) 6인조는 소니를 빼고는 모두 젊은 연주자들이었지만 정말

눈을 감고 들으면 80 노인의 연주라고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파워에다가 마치 새로운 재즈의 방향을 제시하고 실험하는

젊은 음악도의 작품같은 변화무쌍하고 파격적인 연주 스타일까지 참으로 놀랍고 흥분되는 무대였습니다.

다만 기타리스트의 감이 좀 떨어지는듯한 아쉬움이....


100분 정도의 공연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를 정도의 열광의 모드는 아쉬움과 침묵속으로 빠져들었지만 정말 길이

기억해 두고픈 ‘일요일이 다가는 소리’였습니다.


 

* Sonny Rollins의 명반들...

 

만약 소니의 진면목을 제대로 알고 싶다면 Saxophone Colossus(1956), Tenor Madness(1956),

그리고 Live at Village Vanguard(1957) 3장이 가장 좋은 지침이 될겁니다.

최근의 모습을 접하고 싶다면 Without a Song(2005)을 권합니다... (맨 아래 맨 왼쪽)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공연 시작 전에 입구에서 만난 한국 재즈의 거장 류복성님과 기념사진 한 장....

 

 

1979, 1980년 휴교령 덕분에 갈곳 없는 불쌍한 20살 청년은 상대적으로 경찰 단속이 느슨한 이태원에

스며들어 재즈, 헤비메탈, 블루스, 컨츄리, 소울 등 주한미군을 위한 클럽을 전전하였고 거기서 수사반장

주제가를 작곡한 류복성이라는 한국 재즈계의 아웃사이더 한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분은 한창 재즈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나의 멘토가 되어 주기도 했다...

 

1980년대 한국에서 재즈가 조금씩 인기를 얻을 무렵 그분은 이화여대 부근에 봉고라는 라이브 카페를 열었고

나는 그곳에서 술 먹고 그분과 라틴 퍼커션 협연을 하기도 했다... 말이 협연이지 매일 파리 날리는 텅빈

업소에서 그분이 건네주는 라틴 타악기를 들고 음악에 맞춰 신나게 같이 흔들고 두드려대는 그런 해프닝이었다.

(개콘인가 웃찾사의 닥터 피쉬와 한명의 광팬 같은거라 생각하면 된다...)

 

결국 그 카페 다 말아먹고 그분은 어디론가 잠적.... 그러나 요즘 그분은 국내 재즈클럽의 최고의 귀빈이자

주요 재즈 콘서트, 페스티발의 게스트로 가장 잘나가는 거장이 되었다.


그날 류복성님은 “내가 죽기 전에 소니 롤린스 공연을 보다니... 드럼치던 ‘맥스 로치’도 함께 왔더라면 여한이

없겠는데...” 하시며 아쉬워 하셨다. (맥스 로치는 작년에 타계...)

 

20여년전 그때 내 모습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신 류선생님께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