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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081214 - 구스타보 두다멜 & 시본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by Wood-Stock 2008. 12. 15.

"젊음과 음악으로 청중을 감염시키다"

 

(서울=연합뉴스) 최은규 객원기자 = 터질 듯한 젊음에 청중 모두 감염됐다.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 위에는 순수한 열정과 뛰어난 실력으로 무장한 수많은 젊은 음악가들이 실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대고 있었다. 그날의 관객들을 짜릿한 감동으로 몰고 간 주인공은 바로 신세대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이하 SBYO)다.

 

SBYO는 베네수엘라의 저소득층 예술교육 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성공사례로 거론되며 큰 관심을 불러 모았고, 인터넷의 동영상으로 소개된 두다멜의 열정적인 지휘 모습과 베토벤 교향곡 음반은 국내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음반과 영상에 나타난 그들의 모습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실제 공연장에서 관객과 함께 호흡하고 청중 모두를 음악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교감능력이야말로 그들만의 특별한 힘이기 때문이다.

 

무대를 가득 채운 연주자들의 수는 거의 150명에 육박했다. 제 1바이올린과 비올라 등의 연주자 수가 20명이 넘었고, 그에 따라 관악기 주자들의 수도 대폭 보강돼 무대 위는 그야말로 입추의 여지도 없었다. 지나치게 많은 연주 인원으로 인해 자칫 앙상블이 산만해질 위험이 있었으나 막상 연주가 시작되자 그런 우려가 기우였음이 드러났다. 활털을 유난히 팽팽하게 조인 채 진지하게 연주에 임하는 현악 연주자들은 바짝 조인 활털만큼이나 앙상블의 긴장감을 유지했고, 금관악기 주자들과 황금빛 울림과 타악기 주자들의 생기 넘치는 리듬은 관객들에게 즉각적으로 호소했다.

 

전반부 연주곡목은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로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웨스트사이드 스토리'의 내용을 9곡의 짧은 음악으로 담아낸 작품이다. 음악적으로는 재즈의 요소와 남미 풍의 리듬이 가미되어 있어 베네수엘라의 음악가들의 감성과 잘 맞아떨어졌고, 특히 네 번째 곡인 '맘보'는 젊은 음악인들의 열기를 발산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정작 더한 감동을 준 것은 시끌벅적한 '맘보' 연주가 아니라 조용한 피날레 연주였다. 느린 템포로 시작되는 도입부에서부터 현악기군의 아름다운 음색이 빛을 발했다. 여주인공 마리아의 노래인 '나는 사랑을 가졌네'의 선율을 연주하는 오케스트라 소리에는 젊은이다운 거친 혈기가 아니라 잘 다듬어진 진지한 열정이 담겨있었다. 이윽고 피날레의 음악이 아름답고 조용한 결말에 이르자 오랜 시간 정적이 흘렀고 두다멜의 지휘봉은 한참 동안이나 허공에 머물러있었다. 거의 20초간 지속된 마지막 여운의 잔향이 콘서트홀에 흐르는 동안 연주자도 청중도 침묵을 지키며 그 특별한 감동의 순간을 함께 나누었다.

 

후반부에 연주된 말러 교향곡 1번에서 두다멜은 이 곡에 대한 예리하고도 독창적인 시각을 보여주며 시종일관 예상을 뒤엎는 흥미로운 진행으로 관객들의 귀를 사로잡았다. 그날 연주회의 전곡을 악보 없이 암보로 지휘한 두다멜은 확신에 찬 태도로 템포를 신축성 있게 진행시키는가하면 연주 효과를 위해서라면 악보에 없는 악기를 더하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본래 4관 편성인 이 교향곡을 6관 편성으로 늘려 음량을 보강한 것은 물론이고, 마지막 4악장의 절정인 승리의 테마를 더욱 감동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8명의 호른 주자 외에 트롬본과 트럼펫 주자 각 1명 씩을 추가로 배치해 기립 연주를 선보이는 등 음향이나 연출의 모든 면에서 세심하게 신경 쓴 흔적이 엿보였다.

 

압도적인 교향곡 연주가 모두 끝나자 객석 여기저기에서 열광적인 환호성과 기립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합창석에서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SBYO의 연주를 지켜보던 부산 소년의집 오케스트라 단원들도 SBYO 단원들에게 열띤 박수갈채를 보내는 모습이었다.

 

본 공연 후 계속된 두 곡의 앙코르 연주는 들뜬 분위기 속에 진행되었다. 두다멜과 SBYO 단원들은 베네수엘라 국기 모양의 점퍼로 갈아입은 채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 중 '맘보'와 남미의 작곡가 알베르토 지네스테라의 '말란보'를 앙코르로 연주하며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추거나 악기를 흔들어대며 음악의 기쁨을 만끽했다. 그들의 흥겨운 모습에 객석에 있던 청중 모두 뜨겁게 호응했고, 앙코르 연주 후 SBYO의 단원들이 입고 있던 점퍼를 객석을 향해 던지자 객석은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가 되었다. 지휘자 두다멜은 객석에 앉아있던 지휘자 곽승에게 직접 자신의 점퍼를 선물하는 정겨운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곽승은 매년 베네수엘라로 날아가 '엘 시스테마'에 참가해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두다멜도 그의 마스터클래스에 참가한 적이 있다. 두다멜과 SBYO의 공연은 15일 저녁 성남아트센터에서 계속된다.

 

최은규 객원 [herena88@yna.co.kr]

 

 

 

 

 

http://kr.youtube.com/watch?v=S6q7RCAcaBk 

 

 

 

고압전류 같은 젊은 음악, 희망의 선율에 감전되다

[리뷰] 두다멜 &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음악은, 희망은 얼마나 힘이 센지 이보다 더 강력하게 웅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베네수엘라에서 온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27)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SBYO)의 공연이 전한 메시지는 바로 이것이다. 이들의 내한공연 첫날인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은 극장이 떠나갈 듯한 환호성과 박수 소리에 파묻혔다.

 

무대를 꽉 채운 170여명의 단원들과 두다멜은 빈곤층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베네수엘라의 음악교육 '엘 시스테마' 출신. 수많은 아이들에게 희망의 날개를 달아준 엘 시스테마의 기적만큼이나 이들의 연주도 놀라웠다.

 

청소년 오케스트라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훌륭할 뿐만 아니라 젊음의 에너지가 넘쳤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음악을 몹시 사랑하고 즐기는 모습이 고스란히 느껴졌다는 점이다. 음악과 열애에 빠진 젊은 음악가들의 정열과 흥분이 객석을 감전시켰다.

 

이날 프로그램은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와 말러의 교향곡 1번. 스스로 "살사 DNA를 타고 났다"고 말하는 두다멜은 큰 동작으로 춤을 추듯, 때로는 껑충 뛰어오르며 정열적으로 지휘했다.

 

'심포닉 댄스'에서는 생생한 리듬감을 화려하게 과시했다. 말러의 교향곡 1번을 듣는 느낌은 마치 거대한 해일을 보는 것 같았다. 특히 금관과 타악기가 거칠게 포효하는 4악장은 한마디로 '고압 전류'였다. 너무나 뜨거운 말러에 가슴이 터지는 줄 알았다.

 

앙코르는 열광의 도가니를 연출했다. 단원들은 베네수엘라 국기의 빨강 노랑 파랑색으로 디자인한 점퍼로 갈아 입고 번스타인의 '맘보'와 히나스테라의 '말란보'를 신나게 연주했다.

 

악기를 이리저리 흔들고 던지질 않나, 나중에는 아예 일어서서 춤을 추며 연주했다. 무대는 즐거운 난장판이 됐다. 연주를 마친 뒤 두다멜과 단원들은 앙코르용 점퍼를 객석으로 던졌고, 그걸 받으려는 사람들로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두다멜과 SBYO는 15일에는 성남아트센터에서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5번과 라벨, 카스테야노스의 곡으로 한 번 더 공연한 뒤 일본으로 간다. 오미환 기자 mhoh@hk.co.kr

 

 

 

 

 

 

 

◇박승기의 공연 리뷰 ~ 축제·영화같은 무대, 두다멜과 시몬볼리바르 유스오케스트라

 

Fiesta! '축제'였다.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의 클래식 음악 콘서트는 엄청난 열광과 열정이 가득 찬 젊음의 무대였다. 이 무대의 주인공은 바로 차세대 선두주자로 가장 주목받는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27)이 이끄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SBYOV)다.

 

최근 클래식음악계의 대표 아이콘에 두다멜과 SBYOV가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2009년부터 로스앤젤레스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을 맡게 되는 등 최근 가장 각광 받고 있는 차세대 지휘자 두다멜과 베네수엘라 청소년 음악교육프로그램인 '엘 시스테마'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받는 SBYOV의 모습과 역량은 이미 인터넷과 음반을 통해 애호가들 사이에 널리 알려져 있다.

 

인기를 반영하듯 가득 채운 청중석과 마찬가지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도 단원들로 가득 찼다. 기본적으로 오케스트라 편성상 더블링을 한다는 것이고, 음의 진폭의 폭이 클 것이라는 예상을 하게 했다.

 

전반부에는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라 할 수 있는 번스타인의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주요 장면을 9곡의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한 '심포닉 댄스'가 연주됐다.

 

살사를 연주하는 트럼본 연주자를 아버지로 두었다는 사실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지휘자 두다멜과 SBYOV와는 잘 어울리는 곡이었다. 재즈적인 요소와 라틴리듬의 곡들은 그네들의 타고난 천성과도 같았다. 생생한 리듬과 어우러진 관현악의 향연이었으며, 때로는 극음악다운 긴장감이 돋보인 연주였다.

 

4곡 '맘보'와 8곡 '패싸움'에서의 리듬감과 격렬함은 돋보였다. 하지만 결코 파탄을 일으킬 정도로 지나치지 않음이 오히려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2곡 '어딘가에서'의 긴장감은 각별하였다.

 

9곡 '피날레(아다지오)'에서의 아름다움도 돋보였다. 느릿한 이 음악이 오히려 피날레로 사용되면서 청중들의 마음을 더욱 사로잡았다. 조용하게 마지막 음이 끝났다. 그리고 오랜 시간 정적이 흘렀다. 아니, 음악의 여운이 흘렀다고 해야겠다. 두다멜은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고 한참을 청중의 가슴가슴에 감동을 심었다. 하지만 그 시간이 너무 길었다. 오히려 너무 긴 침묵의 시간은 사람을 불안하게 하는 법이다.

 

후반에서는 말러의 교향곡 1번은 시작부터 남달랐다. 마치 독일 원시림에 가득 찬 새벽 안개 같은 느낌의 서주 부분을 아마존 밀림 속의 안개로 바꾸어 놓았다. 그렇다! 말러가 남미의 피에스타에 온 것이다. 전체적으로 섬세한 투명함 같은 느낌을 살리지 못하는 등 몇몇 부분에서 아쉬움을 주었으나 독창적이고 열정적인 말러의 연주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먼저 빛나는 금관과 치밀한 앙상블의 현 파트가 돋보였다. 특히 중저음 파트의 현악기들의 두터운 사운드는 발군이었다. 하지만 이들을 이끄는 두다멜의 지휘가 없으면 효과는 반감될 것이다. 마치 번스타인의 지휘모습이 연상될 정도로 열정적인 부분에서 춤 추듯 지휘하는 두다멜의 지휘는 오케스트라의 장악력이 무엇인지,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이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주었다. 특히 1악장의 코다 부분이나, 4악장 코다 직전 부분에서 신축적인 템포의 변화를 정확하게 이끌어 내는 모습은 아찔함마저 느끼게 하였다.

 

4악장 '천국' 주제에 의한 승리의 팡파르 부분에서 호른과 트럼본 주자를 세워서 연주하는 등 연출과 음향효과에 대한 배려는 커다란 감동의 회오리를 연주장에 휘몰아치게 했다. 그리고 청중들은 기립박수로 열광적 환호를 보였다.

 

다만 '심포닉 댄스' 피날레나 말러 교향곡 1번 4악장 2주제를 노래하는 선율의 소리결이 곱지 못한 것은 조금의 아쉬움으로 남는데, 이는 악기가 좋지 못한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한계일 것이다.

 

진정한 피에스타는 앙코르 무대에서 벌어졌다. 베네수엘라 국기 색깔의 점퍼로 갈아입은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번스타인의 '심포닉 댄스' 중 '맘보'와 아르헨티나 작곡가 알베르토 히나스테라의 '말람보'를 그들만의 방법으로 들려주었다. 악기를 돌리고 춤을 추고 소리를 지르는 등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남미 특유의 정열과 자유 분방한 젊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연주가 끝나고 이미 열광의 도가니가 된 청중들을 향해 SBYOV 단원들은 점퍼를 벗어 던지며 화답했다. 그러는 동안 두다멜은 객석의 노신사를 향해 다가가 점퍼를 입혀주고 포옹을 했다. 바로 '엘 시스테마'를 위해 매년 베네수엘라로 날아가는 스승인 곽승(대구시향 상임지휘자·67)에 대한 예우였다. 진정한 축제의 장은 이렇게 영화의 한 장면처럼 끝이 났다.

 

이들의 공연은 15일 오후 8시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서 계속된다.

 

음악칼럼니스트 bach@paran.com

 

 

 

 

스승 곽승, 장하다 청출어람 두다멜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곽승(67)씨가 베네수엘라의 지휘자 구스타보 두다멜(27)의 내한 공연을 바라보는 감회는 남다르다.

 

곽씨는 1992년부터 매년 베네수엘라로 날아가 현지 청소년 교향악단에게 지휘를 가르쳤다. 5~6년 전 두다멜도 곽씨의 지휘교실 수강생이었다. 이후 다시 만난 두다멜은 세계정상급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는 차세대 거장으로 성장했다. 에사 페카 살로넨(50)의 뒤를 이어 2009~ 2010 시즌 로스앤젤레스 필 상임 지휘자로 임명됐다.

 

  

14일 내한 콘서트에 앞서 열린 오픈 리허설에서 곽씨는 "당시 엘 시스테마의 창시자 아브레우 박사로부터 지휘를 가르쳐달라는 요청을 받고 베네수엘라를 방문하게 됐다. 사실, 두다멜을 내 제자라고 하기는 좀 그렇다. 2주 동안 하루 8시간씩 가르친 게 전부인데 이렇게 성장해 감회가 새롭다. 두다멜은 가르칠 것이 없는 천재"라고 회상했다.

 

두다멜은 베네수엘라 정부가 1975년부터 시행 중인 저소득층 예술 교육시스템 '엘 시스테마' 출신이다. 폭력과 마약이 끊이지 않던 베네수엘라 빈민가의 아이들은 엘시스테마를 통해 희망을 얻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베를린 필하모닉의 최연소 더블베이스 연주자로 활약 중인 에딕슨 루이즈(23) 역시 엘시스테마가 배출했다.

 

곽씨는 엘시스테마를 '기적의 사회운동'이라고 정의하며 교육적인 측면도 부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엘시스테마는 음악을 통해 어린 아이들의 미래를 바꾼 기적적인 사회운동이 아닌가 한다. 베를린 필의 단원인 루이즈의 홀어머니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런 환경에서 잘 자란다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하지만 엘시스테마 덕에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다. 이 곳을 거친 아이들은 음악가뿐만 아니라 변호사, 의사, 엔지니어로 훌륭히 성장했다. 음악의 힘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것을 넘어선다."

 

엘시스테마의 성공 뒤에는 이 프로그램의 창시자인 경제학자 겸 오르간 연주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69)의 헌신이 있다. 아브레우는 자신의 인생을 오직 엘시스테마에 바쳤다.

 

"아브레우는 가족도 없이 여동생과 살면서 자신의 인생을 헌신한 사람이다. 작은 방에 살면서 오직 이 프로그램 만을 생각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열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이런 프로그램의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내에도 저소득층을 위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다. "음악을 하는 사람은 건전하고 가치관이 바른 사람으로 자란다. 베네수엘라의 경우, 세살 아이도 엘시스테마를 통해 음악을 배울 수 있다. 돈이 없어도 되고 오디션도 필요 없다. 누구든 배울 수 있고 오케스트라에 입단하면 악기를 손에 쥐어준다. 우리나라를 이끌어가는 청소년들의 미래를 위해 우리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하다. 아브레우같은 분이 없다면 정부 차원에서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편, 이날 정오에 시작한 오픈 리허설에 곽씨가 모습을 드러내자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환호했다. 두다멜은 단원들에게 "나를 가르친 스승이다. 스승이 있는 서울에서 공연을 하니 너무 좋다"며 미소 지었다.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온 두다멜은 14일 오후 2시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을 마친 후 15일 성남 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무대에 오른다.

 

강경지기자 bright@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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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으로 일군 ‘베네수엘라의 기적’

 

이탈리아에서 프랑크푸르트를 경유해 (2008년)1월3일 서울에 돌아왔다. 이탈리아에서는 오랜만에 르네상스 미술을 넉넉하게 만끽했다. 경유지인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나흘 밤 연속으로 오페라를 감상했다. 섣달 그믐날 밤은 <피가로의 결혼>을 즐겼다. 공연이 끝나고 극장을 나오니 거리엔 사람들로 넘쳐났고 밤 하늘에는 폭죽불꽃들이 터졌다. 숙소에 돌아와 마음을 가라앉힌 뒤 텔레비전을 켰다. 뜻밖에도 거기서 본 것이 바로 조금 전에 본 오페라보다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멋진 장면이었다. 이번에는 그 얘기를 써 보고자 한다.

 

유럽 유선텔레비전 방송에 <아르테(Arte)>라는 예술프로 전문 채널이 있다. 섣달 그믐날 밤 <아르테>가 방송한 것은 어느 오케스트라의 새해맞이 콘서트 장면이었다. 연주자가 모두 젊고 지휘자도 아직 젊었다. 무엇보다 연주가 생생하게 살아 있었다. 그리고 참으로 뛰어난 기량이었다. 객석의 풍경도 여느 클래식 연주회와는 달랐다. 관객 중에는 어린이와 젊은이들이 많고 모두 편안하게 즐겼으며, 진정으로 음악에 열중하고 있었다. 화려하게 차려 입은 상류시민의 사교장 분위기와는 전혀 달랐다. 대체 이게 어디 오케스트라지? 나는 몹시 구미가 당겼다.

 

베네수엘라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Simon Bolivar Youth Orchestra of Venezuela)가 그 오케스트라 이름이었다. 그때 생각난 것이 이 오케스트라가 올해(2008년)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초대받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것을 음악제 공식 팸플릿을 보고 알았으나 별로 신경쓰지 않은 채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서울의 집에 돌아와 재빨리 잘츠부르크 음악제 팸플릿을 꺼내 보았다. 거기에 ‘하모니에 바친 대가족’이라는 글이 실려 있었다.(필자는 셜리 앱소프 Shirley Apthorp)

 

11살 때 에디슨 루이스(Edison Ruiz)는 어머니의 보잘것없는 수입에 보태기 위해 슈퍼마켓에서 포장일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러나 루이스의 행동은 나날이 폭력적으로 돼갔고 어머니는 마음이 아팠다. 술, 마약, 갱들의 싸움으로 가득찬 카라카스의 거리는 젊은이에겐 위험한 유혹이었다. 그때 어느 이웃사람이 루이스 가족에게 지역 음악학교 얘기를 해주었다. 다음은 루이스의 얘기. “그들은 내게 비올라를 주었다. 몇 달 뒤 그들은 나를 국립청년오케스트라에 들여보냈다. 첫 오케스트라 리허설은 차이코프스키 교향곡이었다. 물론 그때는 나는 전혀 연주를 할 줄 몰랐다. 그들은 나를 가장 깊은 곳으로 던져 넣었다. 이놈들이 미쳤다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들은 ‘너는 할 수 없어’라는 얘기는 결코 하지 않았다.”

 

15살이 됐을 때 루이스는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베이스콩쿠르에서 수상했고, 16살에 독일에서 콘서트를 열었다. 그리고 17살이 됐을 때 그는 베를린 필에 역대 최연소 멤버로 채용됐다. 글은 이렇게 이어진다. “예외라고? ‘예스’이자 ‘노’다. 베를린 필의 모든 연주자는 예외적이다. 그러나 오늘의 베네수엘라에는 국가적 음악교육시스템에 의해 길거리에서 구출돼 세계적 수준의 연주자로 거듭나는 젊은이들로 가득하다. 루이스는 고립된 예외가 아니다.”

 

베네수엘라의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는 국가적 음악교육시스템에 기반을 두고 있다. 아브류에 의해 창시된 이 교육시스템은 연간 2900만달러의 국가지원을 통해 빈곤층 수십만 어린이들을 음악가로 성공시켰다. 이는 음악을 통한 사회변혁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적”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국가적 음악교육시스템을 창시한 것은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Jose Antonio Abreu)라는 인물이다. 30년 전 그는 사회를 바꾸기 위해 뭔가를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당시 베네수엘라에는 오케스트라가 두 개밖에 없었다. 아브레우는 지하주차장에 11명의 젊은이들을 모아 놓고 최초의 리허설을 하고 함께 역사를 만들어가자고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아브레우는 이윽고 정부로부터 자금을 받아내는 데도 성공했다. 이렇게 해서 시작된 음악교육시스템은 지금 1만5000명의 음악교사를 보유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정부는 연간 2900만 달러의 자금지원을 해주고 있다. 이것은 국민 1인당 연간 평균소득이 3500달러 이하인 나라에서는 기적적인 일이다. 인구 2200만명의 베네수엘라에서 현재 25만명이나 되는 어린이들이 이 음악교육시스템에 가입해 있다. 그 90%는 저소득계층 출신이다. 많은 어린이들에게 음악은 빈곤과 고뇌에 찬 생활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길이다.

 

아브레우는 이렇게 말한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이것이 음악교육을 통한 하나의 사회적 프로젝트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다. 빈곤은 고독, 슬픔, 무명을 의미한다. 오케스트라는 기쁨, 의욕, 팀워크, 성공을 향한 열망을 의미한다. 이것은 하모니에 바친 하나의 가족인 것이다.”

 

세계적 음악가들도 주목하며 응원하고 있다. 베를린 필 상임지위자 사이먼 래틀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적이다. 흡사 숲 속의 버섯과 같다. 이것은 음악의 미래다. 그리고 사회를 바꿔가는 주체의 하나다.” 지휘자 클라우디오 아바도도 한 해 두 달은 베네수엘라에 머물며 이 오케스트라와 공연하고 있다. “아브레우가 음악을 통해 사회를 바꾸려 하고 있는 데에 나는 매료당했다. 그는 몇 십만명이라는 사람의 인생을 바꿨다. 베네수엘라의 빈부격차는 전세계적으로도 최악이다. 몇 백만의 사람들이 판잣집에서 살고 있다. 그들은 굶주림, 범죄, 매춘, 마약에 노출돼 있다. 얼마나 무서운 일인가. 하지만 지금 젊은 음악가들은 살아가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그 이유를 깨닫고 있다.”

 

이쯤에서 고백해 둔다.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게리치, 작곡가 아스토르 피아솔라 등을 배출한 아르헨티나를 빼고나면 다른 중남미 제국에는 이렇다 할 클래식 음악 작곡가나 연주자가 없는 것으로 나는 생각하고 있었다. 베네수엘라에 이토록 수준 높은 오케스트라가 존재하리라곤 생각지도 못했다. 무의식 속에 안고 있던 편견이다. 그 편견이 보기좋게 깨어진 것이다. 나는 매년 여름이면 잘츠부르크 음악제에 가는데, 올해는 시몬 볼리바르 유스 오케스트라를 직접 듣게 되는 특별한 낙이 하나 더 추가됐다.  

 

서경식/도쿄경제대 교수·성공회대 연구교수 / 번역 한승동 선임기자

 

 

  

 

 

나~안 거기(예술의전당) 있었을 뿐이고... 감동 먹었을 뿐이고... BRAV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