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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080505 - Seoul Spring Festival

by Wood-Stock 2008. 6. 18.

5월 4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비맞으며 Flower Power Concert를 보고 난 다음날인

어린이날은 유난히 날씨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그날 찾아간 공연은 5월 초 12일간

서울 각지에서 열렸던 클래식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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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제목은 Seoul Spring Festival of Chamber Music

국내외의 세계적인 클래식 연주자들의 작은 콘서트가 매우 싼 가격에 펼쳐졌는데 보고 싶은

공연이 몇개 있었지만 직장과 공연장이 좀 멀었고 시간도 여의치 않아 2개만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찾은 공연이 바로 5월 5일 덕수궁에서 열렸던 가족음악회...

실내악 중심의 행사였지만 유일하게 관현악단이 대거 참여한 고궁음악회였습니다.

유럽에서 흔히 열리는 古城음악회를 생각하고 찾았지만 어린이날에다가 하이서울

페스티발이 겹쳐지고 게다가 무료공연이 되다 보니 공연장은 아수라장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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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5mm 줌을 최대로 당겨도 오케스트라 반쪽밖에 안나올 정도로 인산인해.... 그런 난리통에 연주할 맛이 났을런지...

 

이날 공연은 SCPO(Seoul Classical Players Orchestra)를 중국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슈종'이 지휘를 했고

여기에 피아니스트 한동일, 첼리스트 조영창, 양성원등이 참여하여 약 90분 정도 진행되었는데 어지러운 객석만

아니었다면 봄바람과 어울리는 쾌적한 공연이었습니다.

 

특히 첼리스트 4명과 오케스트라가 함께했던 Popper 작곡의 현대클래식 작품과 거의 마지막 부분에 있었던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그리고 한동일 연주의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2악장)은 Goooooood, Coooo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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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첼로 4대의 육중한 울림은 고색창연한 고대 궁궐의 분위기와 잘 어울렸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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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의 마지막 저녁에 펼쳐졌던 고궁콘서트에 이어 보고 싶었던 공연은 마지막날의 All-Star Finale Concert나

핀커스 쥬커만 공연도 있었지만 심사숙고하여 선택한 공연은 Prazak 현악사중주단 내한공연이었습니다.

 

10일이 넘는 기간동안 다양한 실내악 공연이 줄줄이 이어졌지만 유독 이 공연을 고른 이유는

세계 유수의 현악4중주단이 거의 활동을 접은 상황에서 그나마 잘 나가는 연주단체이고

만약 단독 콘서트였다면 엄청난 비용을 지불해야 하겠지만 축제중의 하나였던 덕분에 겨우(?) 2만원에 볼 수 있었고

이들이 연주했던 곡이 스메타나 현악4중주 1번 'From my Life', 드볼작 현악4중주 12번 'America'

그리고 슈베르트 현악4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그야말로 세계 최고의 현악4중주 3곡을 한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흔치 않은 공연이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자국 전통음악의 색체가 강한 스메타나, 드볼작의 작품을 같은 체코 출신

음악인들의 연주라는 프리미엄까지...  (프라작은 프라하 + 드볼작이 아닐까 하는 예상을... 아님 말고...)

 

* Prazak String Quartet의 주요 음반들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드볼작, 스메타나) 

 

공연이 열리는 세종 체임버홀까지 전철을 3번씩 갈아타며 도착해서 짜장면 한그릇으로 미친듯이 한끼 때우고

공연장에 들어서자 겨우 200석 될듯한 작은 무대가 한눈에 들어왔고 2만원짜리 입장권이 안내한 자리는 놀랍게도

맨앞자리였습니다. 이럴수가.... 정말 클래식 공연을 맨앞에서 보는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실내악 전문 소공연장에는 단 하나의 음향시설, 장비도 없었습니다. 그야말로 Unplugged....

연주자와 눈을 마주치면서 증폭과 이펙트를 배제한 소리 그 자체를 맨앞에서 보고 듣게 된겁니다...

 

드디어 연주 시작... 스메타나의 우울하고 엄숙한 자전적 회고의 작품 From my Life...

연주가 끝나자 옆에 있던 어떤 관객 曰 'CD보다 더 훌륭한데...' 정말 그랬습니다...

 

곧 이어 드볼작이 미국 여행에서 채집한 미국 민요에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는 매우 특이한 작품 America....

체코 작곡가가 체코 민요와 미국 민요의 퓨젼으로 만든 작품을 체코 연주단이 퓨젼 마인드로 연주????

체코 국가대표 현악4중주단이었던 Smetana String Quartet의 연주에 버금가는 좋은 공연이었습니다...

 

인터미션 후에 마지막으로 연주한 슈베르트 최고의 현악4중주 '죽음과 소녀'는 프라작 4중주단이  

다른 나라 작곡가의 작품을 연주하는  그들의 진면목을 확인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워낙 심오하고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작품의 깊이와 해석이 남다른, 그래서 제대로 연주하기 참으로 어려운 

작품이라 걱정도 기대도 많이 했지만 결과는 'Bravo!!!' 나 혼자만 그런게 아니었습니다.

작은 공연장이 떠나갈 정도로 끝없이 이어지는 기립박수와 앵콜.... 저 정말 감동했습니다...

 

이런 훌륭한 작품들을 이런 훌륭한 공연장에서 이토록 성실한 연주단의 멋진 연주로 이처럼 저렴한 가격으로

하루밤에 모두 보고 듣게 된건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워낙 정숙한 공연장이라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여러 전문가 앞에서 주름잡고 삽질한 점 너그럽게 양해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