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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090524 ~ 벳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by Wood-Stock 2009. 5. 25.
<공연리뷰> 아르헤리치가 차린 음악 성찬 ~ '벳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삶과 음악이 한껏 무르익은 거장과 한참 재능을 발휘하고 있는 '떠오르는 별'들을 한 자리에서 보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다. 24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벳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은 40년이 넘게 피아노의 '여제'로 군림해온 마르타 아르헤리치가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젊은 음악가들과 함께 차려낸 풍성한 음악으로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벳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은 아르헤리치가 음악을 통한 화합과 아시아의 젊은 음악인 발굴을 기치로 내걸고 일본의 온천도시 벳푸에서 11년째 이어온 음악 축제다.  2007년 처음 서울로 장소를 옮겨 재현됐던 이 행사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문화 교류 차원에서 이번에 한국 관객들과 두번째로 만나게 됐다.
 
이날 음악회가 특히 관심을 끈 이유는 아르헤리치가 전폭적으로 후원해온 '황금 손가락' 임동혁(25)과 '트럼펫의 파가니니'로 불리는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등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 연주자들이 함께 무대에 섰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세계 지휘계에서 무서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여성 지휘자 성시연(34)이 가세해 다채로운 음악과 볼거리를 선사했다.
 
음악회는 통영 국제음악제의 상주 실내악단인 팀프 앙상블이 연주하는 델리우스의 오페라 '페니모어와 게르다' 중 간주곡으로 막을 열었고, 이어 피아니스트 임동혁이 첫번째 협연자로 등장했다. 임동혁은 그의 연주를 눈여겨본 아르헤리치의 추천으로 2001년 클래식 명가 EMI에서 데뷔음반을 출시했고, 이 음반이 권위있는 클래식 음반상인 '황금 디아파종'상을 거머쥐며 세계가 주목하는 피아니스트로 성장했다.
 
이날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를 연주한 임동혁은 날렵한 기교와 풍부한 감성으로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라벨 작품에 내재된 특유의 화려한 색채감을 유려하게 표현해냈다.  10대 후반의 나이였던 2000년 아르헤리치의 실황 연주를 보고 이 작품을 쳐보기로 처음 결심했다는 그는 롱티보콩쿠르 우승 뒤 가진 피날레 연주를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로 장식하는 등 이 곡과 특별한 인연을 갖고 있다. 임동혁은 연주가 끝난 뒤 터져나온 관객의 환호에 유키 구라모토의 '세컨드 로맨스'를 앙코르로 들려주며 화답했다.
 
나카리아코프와 함께 음악회의 후반부를 이끌어간 아르헤리치는 당당하고, 원숙한 연주로 자신이 왜 40년이 넘게 '여제'의 권좌에 머물러 있는지를 입증했다. 그는 여성 피아니스트로는 드물게 종종 피아노 줄을 끊을 정도로 강력한 타건으로도 유명하다. 보통 강한 타건은 투박한 소리를 부르기 쉽지만 아르헤리치는 힘이 있으면서도, 영롱한 선율로 슈만의 '환상소곡집',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을 들려줬다.
 
아르헤리치와 교감하며 두 곡을 함께 연주한 트럼페터 나카리아코프는 풍부한 표현력으로 음악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두 사람은 연주가 끝난 후 열광하는 관객에게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협주곡 1번' 마지막 3악장을 템포를 빠르게해 다시 선사, 큰 박수를 받았다.
 
통영 국제음악제 상주 실내악단인 팀프앙상블을 이끌고 이날 연주를 진두 지휘한 성시연이 치밀한 해석과 유연한 지휘로 각각의 연주자와 작품에서 최대의 역량을 뽑아낸 것도 인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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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로만 끝난 벳부 아르헤리지 페스티벌

◇박승기의 공연 리뷰

음악 연주란 정말 어려운 것이다. 독주가 아닌 이상 대가(大家) 혼자서 잘하는 것만으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이끌어내기는 힘들다.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벳부 아르헤리치 뮤직페스티벌'은 음악에서 연주자간의 호흡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실히 보여준 연주회였다. 

올해 11회를 맞은 벳부 아르헤리치 페스티벌은 전체 일정의 마지막을 서울 공연으로 마무리한다. 서울공연은 3회째다.  연주가와 청중이 음악을 통해 서로 커뮤니케이션하고 또한 서로 음악을 즐기는 것에 의미를 두는 벳부아르헤리치페스티벌은 '피아노의 여제'라는 평가를 듣는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68·사진)와 여러 유명 연주자들이 출연하며 또한 다채로운 음악내용으로 음악애호가들의 큰 관심을 모으는 음악축제이다.

이번 서울 연주회에는 모두 5곡의 작품이 연주되었는데 영국, 프랑스, 독일, 미국, 러시아 출신 작곡가의 작품으로 기본적으로 축제의 성격에 맞는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다. 이중주에서부터 관현악곡과 협주곡까지 장르의 다양성과 여러 유명 연주자들의 출연 등으로 뮤직페스티벌이 표방하는 축제성에는 빠짐이 없다. 하지만 음악축제의 중심은 결국 그 연주 성과에 있다. 연주회에 단순히 연주자 얼굴만 보러 가는 것은 아니다.

첫 곡으로 딜리어스의 오페라 '페니모어와 게르다' 중 간주곡이 성시연(33)의 지휘와 TIMF 앙상블에 의해 연주되었다. 딜리어스의 음악적 특징은 화성의 모호함에 있다. 다양한 음악 사조가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호함과 혼탁함은 별개의 개념이다. 모호함을 잘못 연주하면 혼탁함이 된다.

TIMF앙상블의 연주는 처음에는 혼탁했다. 관악 파트의 미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빠른 시간 내에 제 페이스를 찾아갔다. 후반부로 가면서 투명함을 찾아갔고, 딜리어스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었다. 곡이 짧은 만큼 반전의 묘미마저 느끼게 했다.
이어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가 피아니스트 임동혁(25)의 협연으로 연주되었다. 이 날 가장 인상적인 연주였다.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노 파트와 오케스트라의 대조, 대립보다는 어우러지는 진정한 협연의 앙상블이 중요한 곡이다. 임동혁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일부인양 멋진 호흡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결코 그의 개성을 잃지는 않았다. 터치의 유연함과 다채로운 컬러를 표현하는 감각이 멋있었다. 또한 우아함과 빛남을 잃지 않았다. 무엇보다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청중에게 전달되어 진정 뮤직페스티벌이 주장하는 것이 구현되는 순간이었다. TIMF앙상블 또한 악장과 악장 사이의 대비감을 훌륭히 표현하며 강렬한 피날레로 청중들의 큰 박수갈채를 이끌어내었다.

임동혁은 일본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인 유키 구라모토(58)의 '로망스'를 앙코르로 연주하였는데, 곡의 선택은 생뚱맞았고 연주 또한 매끄럽지 못했다.

2부에서는 '트럼펫의 파가니니'라고 불리는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32)와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이중주로 슈만의 환상소곡집 Op.73이 연주되었다. 본래 클라리넷과 피아노를 위한 이중주곡이지만, 클라리넷 을 다른 악기로 대체해 연주되는 경우가 많은 곡이다. 나카리아코프는 부드러운 음색의 금관악기인 플루겔혼을 들고나와 멋진 레가토를 선보였다. 마치 연인의 어깨를 어루만지며 멋진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들렸다. 하지만 곡의 액선트가 애매모호했다.

그에 비해 아르헤리치의 피아노 연주는 슈만 전문가다운 매력적인 타건이 돋보였는데, 특히 3악장의 감정 고조는 훌륭했다. 하지만 나카리아코프의 플루겔혼 연주를 뒤에다 두고 혼자 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이어 미국 작곡가 아이브스의 '대답없는 질문'이 성시연 지휘, TIMF앙상블에 의해 연주되었다. 매끄럽지 못한 목관 앙상블에 의해 연주 성과는 반감되었지만 트럼펫 솔로는 곡을 이끌어가는 멋진 모먼텀이 되었다. 오케스트라의 섬세한 마무리는 정적인 아이브스 음악의 매력을 청중의 가슴에 심어놓았다.

이 날 마지막으로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 1번 c단조 Op.35가 연주되었다. 이 곡은 피아노와 협연하는 오케스트라에 관악기와 타악기가 모두 빠지는 독특한 편성의 곡이다. 대신 유일하게 트럼펫이 참여하여 피아노와 더불어 또 하나의 독주악기 역할을 한다. 당연히 독주파트는 아르헤리치의 피아노와 나카리아코프의 트럼펫이 맡았기 때문에 이 날 청중의 가장 큰 기대를 모으게 했던 곡이다. 하지만 많은 아쉬움이 남는 연주였다.

쇼스타코비치의 피아노 협주곡은 굳이 타악기를 오케스트라에 집어넣지 않더라도 충분히 피아노의 타악기적 울림을 만끽할 수 있는 곡이다. 그러한 요구에 맞게 아르헤리치의 피아노 타건은 강렬하였다. 부드러움과 세련미 또한 겸비하고 있었다. 나카리아코프의 트럼펫 연주 또한 기교적으로 나무랄 곳 없었다. 특히 2악장에서의 부드러움과 4악장의 화려함은 인상적이었다. 그리고 피아노와 트럼펫의 독주악기간의 대화도 훌륭하였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쇼스타코비치 음악 특유의 재미를 느끼기 힘들었다. 쇼스타코비치 음악은 무엇보다 리듬이 중요하다. 독주악기와 오케스트라의 호흡이 맞지 않아 조금이라도 리듬이 어긋나면 아주 이상해져버린다. 그러한 난제를 안고 있는 것이 쇼스타코비치 협주곡이다.

그런 면에서 이날의 연주는 좋은 호흡으로 청중을 편안하고 즐겁게 하는 앙상블은 아니었다. 서포트를 못한 지휘자와 오케스트라, 혼자 달린 독주자들 어느 쪽의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다만 의사소통의 문제이든 연습의 문제이든 협연자의 유명세에 비하여 만족할 만한 연주는 아니었다.

청중은 단순히 유명 연주자의 얼굴을 보러 연주회장에 가는 것은 아니다. 청중이 기대하는 것은 정말 '좋은 연주회'다. 벳부아르헤리치페스티벌이 음악의 즐거움을 강조하는 뮤직페스티벌인 만큼 좋은 연주가 뒷받침 될 때 그 축제성은 더욱 빛날 것이다.

음악칼럼니스트 bach@paran.com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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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피아노 여제와 젊은 천재들의 향연

» 벳푸 아르헤리치 페스티벌
“도대체 저 여인은 나이를 어디로 먹는 걸까?”
 

피아니스트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나 음반, 영상물을 접할 때면 나오는 감탄이다. 최근 연이은 내한 공연으로 ‘친숙한 카리스마를 가진 피아노의 여제’ 로 변신한 그의 연주는 진한 감동과 짜릿한 재미를 선사했다.

 

일본 벳푸 아르헤리치 뮤직 페스티벌의 하나로 2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펼쳐진 아르헤리치 공연은 이 축제 음악감독인 그의 의견대로 젊고 재능있는 음악가들과의 영감 넘치는 만남이 주제였다. 완숙한 연주가의 길을 넓혀온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천재 트럼페터 세르게이 나카리아코프, 미국과 유럽을 누비는 여성 지휘자 성시연, 명실공히 올스타 오케스트라인 팀프(TIMF) 앙상블이 호흡을 맞췄다.

 

아르헤리치의 음악적 ‘젊음’ 은 슈만의 <환상 소곡집 작품 73>을 나카리아코프와 연주하는 모습에서 감성적으로 흘러 넘쳤다. 유려한 흐름과 탄력 있는 악센트, 솔로 악기와의 긴장감 있는 대화에 이르기까지 원숙함과 여유, 충만한 열정으로 연주를 마무리했다. 쇼스타코비치의 초기작 <피아노 협주곡 1번>의 경우도 그는 작품에서 요구되는 화려함과 어두움의 공존, 기교와 센티멘탈한 분위기의 연출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해석을 보여주었다. 진폭이 큰 템포 설정에서 나오는 자연스러운 스케일, 불과 얼음이 공존하는 듯 무서운 탄력의 손놀림은 아르헤리치만의 장기라고 하겠다. 나카리아코프의 화답도 완벽했는데, 정확한 리듬감과 악기간의 적절한 균형감각이 탁월했다.

 

임동혁이 연주한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사장조>는 국내에서 그가 처음 선보인 야심작. 시종 스피디하게 설정된 깔끔한 템포가 정제된 피아니즘을 그려냈고, 때로는 선굵은 표정으로 건강미 넘치는 프랑스 서정을 표현했다.

 

성시연과 팀프 앙상블의 세련된 합주역시 이 날의 하이라이트. 딜리어스의 <오페라 간주곡>과 아이브스의 <대답없는 질문> 등은 공연 전반에 적절한 긴장과 이완을 제공한 선곡이었다. 성시연의 꼼꼼한 리더쉽은 오버 액션 없이 자신의 역할을 훌륭히 수행해냈다.

 

김주영/피아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