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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노래 이야기

김광석 탄생 50주년

by Wood-Stock 2014. 1. 22.

[故김광석 탄생 50주년①] '전파상 막내아들, 울림의 가객이 되다'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음악 팬들에게 1월은 유난히 시린 달이다. 1996년부터 매년 1월 6일은 '가객' 김광석을 떠나보낸 슬픔으로 가득하고 이 때문에 1월 22일은 그의 탄생이 유난히 애처롭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33살이라는 짧은 생을 마감하고 팬들 곁을 떠났지만 고 김광석은 여전히 우리에게 많은 울림을 던지고 있다.


특히 2014년 1월 22일은 그의 탄생 50주기라 팬들에게 더욱 애틋하다. < 스포츠서울닷컴 > 은 '가객 탄생 50주기'를 맞아 그의 모든 흔적을 찾아 나섰다. 여전히 그의 노래는 많은 이들에게 불리고 있으며 그가 노래하던 곳에는 손때 묻은 흔적이 남아 있다. 고 김광석은 '영원히 노래하는 청년'으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


 



◆'번개전파사 막내아들 노래쟁이가 되다'

어린 김광석은 1964년 경상북도 대구시 대봉동 방천시장 번개전업사에서 3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나 서울시 동대문구 창신동에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감수성 풍부했던 이 시절 그는 바이올린을 다루고 악보를 보며 음악적 역량을 키워나갔고 1982년 명지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해 동아리에서 민중가요를 부르며 소극장 공연을 시작했다.

1984년 12월 노래를 찾는 사람들 1집에 참여한 이후 2년 뒤 친구들과 함께 동물원을 결성했다. 동물원의 1집의 '거리에서'는 지금도 고인의 대표 히트곡이다. 2집까지 참여한 후 1989년 10월 솔로로 나와 첫 음반을 냈으며 1991년에 2집, 1992년에 3집, 1993년에 리메이크 앨범 '다시부르기' 1집을 냈다. 1994년에는 마지막 정규 음반인 4집을 발표했고 1995년 '다시부르기' 2집을 끝으로 그의 창작 활동은 멈췄다.



◆'듀엣 무대 약속하고 귀가한 광석이가 자살이라니!'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죽음이었다. 심지어 타살이 아닌 자살이었다. 그래서 가족과 지인들은 현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미망인인 서모 씨 측은 자살이 명백하다고 주장했지만 급기야 타살 의혹까지 제기됐다. 1996년 1월 6일 자택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숨진 김광석의 죽음은 그 정도로 허망한 일이었다.

함께 노래한 친구들에게는 더 청천벽력 같았다. 그가 얼마나 음악을 사랑하는지 잘 알기에 더욱 그랬다. 지난해 1월 30일 방송된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김광석 추모 특집'에서 가수 박학기는 "김광석이 떠나기 몇 시간 전까지도 함께였다며 "술 한잔 하자고 했는데 공연 연습 때문에 다음을 기약했다. 곧 공연하게 되면 듀엣곡을 부르자고 했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를 같이 부르자고 얘기했는데 몇 시간 후 비보가 들려왔다. 자살이라니. 더 받아들일 수 없었다. 오랫동안 힘들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광석은 떠났어도 그의 노래는 영원하리'

믿을 수 없었지만 사실이었다. 김광석은 그렇게 사랑하는 이들 곁을 떠났다. 그나마 다행인 건 그의 노래가 남았다는 것. '서른즈음에', '먼지가 되어',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했지만',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사랑이라는 이유로', '거리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곳', '이등병의 편지',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흐린 가을 하늘에 편지를 써', '그날들', '나의 노래', '일어나', '그녀가 처음 울던 날', '광야에서', '변해가네' 등 발표한 노래 모두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주옥같은 명곡으로 남아 있다.

그의 노래로 만든 뮤지컬만 해도 여러 편이다. 지난해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올해의 창작 뮤지컬상을 받은 '그날들'은 평단의 호평 외에 유준상, 오종혁, 지창욱 등 화려한 캐스팅과 볼거리로 흥행에도 성공했다. 이와 더불어 '디셈버'는 장진 감독과 JYJ 김준수가 힘을 합쳐 티켓 예매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JTBC '히든싱어-김광석 편'에 나온 배우 최승열의 인기에 탄력받아 연장 공연에 들어갔다.


각종 방송에서도 그의 노래는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지난해 신드롬을 일으킨 tvN '응답하라 1994'에서 극중 윤진(도희 분)과 삼천포(김성균 분)는 김광석의 콘서트에 놀러가 그의 라이브 공연을 감상했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변해가네', '사랑이라는 이유로', '안녕 친구여',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사랑했지만', '그날들' 등은 BGM으로 사용돼 그 시절 김광석의 저력을 입증했다.

후배들은 여전히 온 마음을 다해 그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2011년에 이어 또다시 KBS2 '불후의 명곡2'에서 탄생일에 맞춰 김광석 편을 준비했으며 에일리, 알리, 허각 등이 '전설' 김광석을 위해 노래했다. 최근에는 '히든싱어2-김광석 편'이 전파를 타 6.34%라는 시청률로 같은 시간대 지상파 프로그램들을 눌렀다. 이전에는 '슈퍼스타K4'에서 로이킴-정준영이 '먼지가 되어'를 멋들어지게 소화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추모 공연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2009년부터 시작된 '김광석 다시 부르기'는 다음 달 8일 경북대 공연을 앞두고 있다. 전국을 돌며 음악 팬들에게 김광석의 노래를 선사하며 독자적으로 브랜드화 됐다. 고정 멤버인 동물원, 박학기 등을 비롯해 유리상자, 자전거 탄 풍경, 박효신, 엠씨더맥스, YB, 윤종신, 홍대광, 성시경, 스윗소로우, 왁스, 이적, 알리, 장재인, 김조한 등 수많은 후배 가수들이 김광석을 노래로 추모했다. 공연의 수익금 전액은 김광석 추모사업회로 전달돼 기금으로 적립된다.




◆'여전히 당신이 그립습니다'

김광석은 떠났지만 그의 곁엔 많은 이들이 남아 그를 추모하고 있다. 매년 1월 6일, 기일에 맞춰 대구 방천시장과 서울 대학로 등에는 그의 흔적을 어루만지는 이들로 가득하다. 몇 년 전부터는 서울 대학로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김광석 따라부르기' 대회가 열리고 있으며 뮤지컬, 공연, 책, 방송 등에서 김광석은 많은 이들에게 추억되고 있다.

김광석은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을까?

김광석의 생전 마지막까지 함께 공연 얘기를 나눴다는 가수 박학기는 지난해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 나와 "광석아 잘 지내니? 내 휴대전화에 네 번호가 7년 정도 있었던 것 같아. 지우면 네가 섭섭해할까 봐. 그런데 지금은 너를 떠올리면 슬프기보다는 즐거워. 네 덕분에 이제 1년에 한 번씩 친구들도 만난다"는 영상 메시지를 띄우며 감동을 선사했다.

같은 방송에서 자신이 작곡하고 김광석이 부른 '사랑했지만'을 열창한 가수 한동준은 "광석이 형 잘 있지? '사랑했지만' 노래를 불러 줘서 정말 고마워"라며 "언젠가는 다시 만나서 소주 한잔 하고 싶다. 그리고 형이 늘 내 곁에 있는 것 같아"라는 말로 애틋한 마음을 내비쳤다.


김광석과 동물원 1집을 같이 만든 의사 겸 가수 김창기는 JTBC '히든싱어2'에서 김광석이 모창능력자들을 제치고 우승하자 "광석아 우승 축하한다. 내가 네 노래를 들으면 마음이 불편해서 안 듣고 있었는데 오늘 덕분에 원 없이 들었다. 사랑한다"고 말해 듣는 이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김광석 다시부르기' 공연을 마련한 예술기획 성우의 배성혁 대표는 한 인터뷰에서 김광석에 대해 "그는 어떤 악기보다 사람의 목소리가 아름답다는 말을 실감 나게 하는 가수였다"며 "'사랑했지만' '서른즈음에' '이등병의 노래' 등으로 누구나 한 번쯤 느끼고, 공감할 만한 사연을 진솔한 노랫말과 멜로디에 녹여낸 탁월한 우리 시대의 대표가수였다"고 기억했다.

그는 떠났지만 아주 떠난 건 아니다. 그의 히트곡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의 가사가 오늘따라 유난히 가슴을 파고든다.

'지나간 시간은 추억속에 묻히면 그만인 것을, 나는 왜 이렇게 긴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창 틈에 기다리던 새벽이 오면 어제보다 커진 내 방 안에 하얗게 밝아온 유리창에 썼다 지운다 널 사랑해'



[故김광석 탄생 50주년②] "그는 나보다 힘들게 산 것 같더라"(인터뷰)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 새와 작별하듯…'

코끝이 찡해지는 겨울이 오면 생각나는 노래가 몇 곡 있다. 개인적인 소회지만, 첫사랑과 이별했던 겨울, 돌아오는 길거리에서 흘러나오던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람의 아니었음을'이다.

김광석이 떠난 지 18년. 하지만 그가 남긴 주옥같은 노래들은 여전히 라디오를 통해, 드라마에서, 사람들의 입에서 조용히 흐른다. 지금도 입대를 앞둔 어떤 이는 '이등병의 편지'를 들으며 눈물을 흘릴 테고 서른이 된 이는 '서른 즈음에'를 들으며 씁쓸하게 담배 연기를 내뿜을지 모를 일이다.


우리가 사랑했던, 그리고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 가수 김광석의 탄생 50주기를 맞아 < 스포츠서울닷컴 > 에서는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함께 김광석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김광석으로 인해 열정적이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됐다는 뮤지컬 배우 최승열(34)과 가수 김선동(37)이 그 주인공이다.



◆ 최승열의 김광석 "나보다 힘든 삶을 산 사람"


뮤지컬배우 최승열, 그는 종합편성채널 JTBC의 '히든싱어2'에서 김광석의 노래를 완벽에 가깝게 따라 해 화제를 모았다.

그 덕분일까. 최승열이 김광석의 노래를 좋아하는 이풍세 역으로 출연하는 창작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의 관객석은 언제나 만석이다. 대학로에서 이제 막 공연을 마친 그를 직접 만나봤다.

"처음 김광석의 노래를 들었을 때 기억나네요. 그때 든 느낌은 '슬픈 목소리, 우울하다'였어요. 어릴 적 우리 집이 굉장히 가난했거든요. 조용히 LP판에서 흘러나오는 김광석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저 사람은 나보다 더 힘든것 같다' 싶었어요. 김광석의 목소리가 당시 제겐 굉장한 위로가 됐어요. 그 이후로 계속 김광석의 노래를 듣게 됐죠. 테이프가 늘어질 정도로 들었고 늘어져서 못 들을 정도가 되면 또 사서 들었죠(웃음)."

그는 김광석의 노래를 많이 들어서인지 김광석과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다른 뮤지컬을 할 때는 안 그러는데 김광석 씨 노래를 부르면 그런 목소리가 나와요. 내 목소리로 김광석 씨 노래를 부르면 어렵게 느껴지더라고요."


김광석을 기리는 뮤지컬을 하고, 김광석의 노래를 즐겨 부르고, 그 때문에 노래를 부르는 인생을 살게 됐다는 최승열. 그가 가장 사랑하는 노래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그날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이 두 곡이요. 가사가 처절해서 좋아요(웃음). 어렸을 땐 몰랐죠. 나이가 들어 갈수록 느껴요. 김광석이란 가수는 대부분 아픈 사랑, 과거에 대해 노래했어요.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 떠나간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죠."

◆ 김선동의 김광석 "생명의 은인"

김광석 때문에 노래를 시작한 이가 있다면, 김광석을 위해 자신의 삶을 길거리에 바친 이도 있다. 2011년 1집 '내 속에 내 가슴속에'로 데뷔, 하지만 길거리 음악 인생은 올해로 13년째다. 가수 김선동(37)이다.

최근 < 스포츠서울닷컴 > 사옥에서 만난 그는 김광석을 "생명의 은인"이라고 설명했다. 유년시절 태권도를 전공했던 김선동은 불의의 사고로 부상을 당한 뒤 꿈을 잃고 자살시도까지 하는 등 심각한 우울증을 겪었다. 그러던 와중 만난 것이 김광석의 음악이다.

"김광석 씨 목소리, 그리고 기타연주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묘한 힘이 있어요. 화려한 퍼포먼스와 웅장한 악기의 선율 없이 목소리와 통기타 하나로 감동을 주는 가수는 김광석 외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선동 씨는 김광석을 만난 이후 '김광석 모창 가수'란 이름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김광석의 노래를 불렀고 그를 좋아하는 팬들까지 생겼다. 그것을 인연으로 김선동과 팬들은 매년 김광석을 추모하는 조촐한 행사를 한다고 했다.

"지난 6일엔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서 김광석 18주기 추모행사를 조촐하게 열었어요. 김광석 노래를 부르고 추모 시를 낭독하고 김광석 씨를 사랑하는 분들과 함께 이야기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죠. 행사를 하면 좋은 점이 두 가지 있어요. 하나는 김광석의 노래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그의 노랠 들려줄 수 있단 것, 하나는 김광석의 노래로 과거의 저처럼 우울한 삶을 살던 혹자가 희망을 품을 수도 있단 가능성이죠."


김선동에게 '목표'에 대해 묻자 "김광석 노래를 부르는 것"이라는 간단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는 가수로서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리는 것보다 김광석을 추억하며 사는 삶이 행복한 듯했다.

"이해를 못하는 분들이 많겠죠. 하지만 김광석 씨에게 헌정하는 삶을 사는 게 제게 행복을 줘요. 김광석 같은 훌륭한 포크가수가 되고 싶어요.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이렇게 노래를 부르면서 모은 돈으로 작고 예쁜 김광석 추모공원을 만들고 싶어요. 김광석 동상도 만들고 기념관도 만들고요. 먼 훗날, 그런 좋은 날이 오겠죠."




[故김광석 탄생 50주년③] 대학로, '가객'의 아날로그 감성에 물들다


대학로가 1996년의 아날로그 감성에 물들었다. 좀 더 정확히 짚어낸다면 '김광석 열풍'이 빚어낸 복고 트렌드다. 이뿐만 아니라 탄생 50주년을 맞아 서울 동숭동 한쪽에 마련된 그의 흉상 앞에 아름다운 꽃들이 주기적으로 놓이고 있다. 가수 김광석이 하늘로 떠난지 벌써 18년이 지났지만 그가 남긴 노래들은 '느린 감성'으로 3040 세대부터 젊은 학생들까지 아우르고 있다.


16일 오후 < 스포츠서울닷컴 > 이 찾은 대학로는 1월의 찬 바람이 가득했지만 학전블루 소극장 앞 김광석 흉상에는 팬들의 관심으로 온기가 감돌았다. 칼날처럼 매서운 겨울 바람도 그의 노래를 멈추게 하진 못했다.




인근 상가 주민들은 평소 '김광석 열풍'이 대학로에 얼마나 퍼졌는지 입증했다. 한모 씨(29)는 "가게를 열 때마다 김광석 흉상을 보면 그 앞에 거의 매일 꽃이 놓여있다"며 "몇일을 주기로 꽃이 바뀐다. 팬들이 주로 놓고 가는데 그를 추모하는 의미의 국화꽃이 대부분이고, 가끔은 장미 꽃을 놓아 변함없는 애정을 표현하는 것 같더라"고 말했다.


생전 소극장을 사랑했던 이 가객을 위해 김광석 추모 사업회는 세상을 떠난지 18주기가 되던 지난 6일 학전블루소극장에서 '김광석 따라부르기 대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총 37개팀이 참여한 예선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9팀을 선출했고, 이들 가운데 동아방송대 실용음악과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 빨간의자가 우승을 차지했다.

공연관계자에 따르면 '김광석 따라부르기'가 펼쳐진 이 곳은 김광석이 생전 1000회 넘게 공연한 장소로 총 194개의 좌석은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열기로 분위기는 한층 뜨거워졌다.


뮤지컬 '바람이 불어오는 곳'이 '김광석 열풍'에 힘입어 공연 기간을 2주 연장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김광석에 대한 대학로의 사랑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지난해부터 그의 명곡을 재조명하며 다양한 창작 뮤지컬들이 제작돼 팬들의 마음을 울렸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연출 김명훈)', '그날들(연출 장유정)',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연출 장진)' 등 보석같은 노래들을 엮어 대학로 무대에 올라간 이 작품들은 김광석 팬은 물론 기존 뮤지컬 팬층까지 확보하며 '김광석 열풍'이 영역을 넓혀가는데 일조했다.

특히 이날 < 스포츠서울닷컴 > 취재진이 찾아간 '바람이 불어오는 곳' 공연 현장은 그에 대한 팬들의 사랑이 물씬 풍겼다.


최근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2' 김광석 편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주연배우 최승열의 인기에 힘입어 2주 연장 공연을 확정한 이 작품은 고인의 노래들과 꿈을 잃은 3040세대들의 자화상을 절묘하게 엮어내 뭉클한 감동을 전달했다. 김광석의 목소리와 100% 싱크로율을 자랑하는 최승열의 호연과 라이브 실력도 볼거리였다.


최승열이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2' 김광석 편 준우승을 차지한 뒤 그 명성에 힘입어 뮤지컬 흥행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이때문일까. 공연 시작 10분 전부터 만석을 이뤘고, 좌석이 모자라 계단에 간이 의자를 놓고 관람하는 상황을 빚어내기도 했다.관객 대부분이 중년층이었지만 불편한 관람 환경도 아랑곳하지 않고 노래 전곡을 따라부르며 열띤 호응을 보냈다. '서른즈음에', '바람이 불어오는 곳',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등 모두에게 친숙한 노래들이 흘러나올 땐 그 반응엔 더욱 불이 붙었다.


주인공 이풍세 역을 맡은 최승열 씨는 객석 반응에 대해 "매회 좌석이 꽉 차있다. 평일에도 계단까지 관객들이 점령할 정도"라며 "당연히 김광석 매니아 층에서 제일 많이 오고, 또 '히든싱어2' 이후 저를 보러 오는 분들도 많아졌다"고 답했다.

이어 대학로에 불어닥친 '김광석 열풍'을 아날로그 감성의 힘이라 진단하면서 "좋은 음악은 시대를 넘어선다고 생각한다. 김광석의 노래는 조명받는 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어떻게 건드리느냐가 문제였던 것 같다"고 소신을 밝혔다. 마지막으로 "좋은 정서와 좋은 노래를 남기고 가서 디지털 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는 것 같다"고 덧붙여 아름다운 가객에 대한 애정을 내비쳤다.

지난 1996년 1월 6일 새벽 4시 33살의 나이로 세상을 등진 김광석은 난초의 은은한 향처럼 앞으로도 오랫동안 '공연의 메카' 대학로를 물들일 것으로 보인다. 또한 거리 뮤지션에게 위안이 되고 3040 세대에게 애달픈 양식이었으며, 이제 막 자라나는 젊은 세대에게는 커다란 빛이 될 그의 음악 역시 긴 생명력을 계속 이어가며 모두의 마음을 적셔주지 않을까. 마치 "노래는 멀리 멀리 날아가리"라는 소박한 가사처럼.



[故김광석 탄생 50주년④] 뮤지컬, '김광석 바람'이 분다


브로드웨이 못지않은 국내 창작 뮤지컬들이 속속 등장해 추운 겨울 관객들의 허기진 감성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요즘은 이들 가운데 '김광석'이란 이름 석자가 큰 영향력을 내뿜고 있다. 지난해부터 그의 노래만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3편이나 무대에 올려진 것. '바람이 불어오는 곳(연출 김명훈)', '그날들(연출 장유정)',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이하 디셈버, 연출 장진)' 등 뮤지컬계에 부는 '김광석 바람'을 < 스포츠서울닷컴 > 에서 짚어봤다.


장진 감독(맨 왼쪽)이 연출하고 김준수, 오소연, 김예원, 박건형(왼쪽부터)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디셈버: 끝나지 않은 노래'가 스타 캐스팅을 앞세워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김광석의 자작곡, 번안곡, 미발표곡들을 한 무대에서 만나볼 수 있는 '디셈버'는 지난해 12월 1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초연한 뒤 박건형, 김준수, 김예원, 김슬기 등 스타 캐스팅을 앞세워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작품은 1990년대 초반부터 20년에 걸쳐 하숙집과 대학교를 배경으로 다양한 인간 군상의 얘기를 다뤘다. 김광석의 미발표곡 가운데 가사를 미처 쓰지 못하고 남긴 '12월'과 가사는 완성했지만 앨범에 수록되지 못한 '다시 돌아올 그대' 등 2곡을 뮤지컬 버전으로 편곡됐고 기존 유명 곡들도 파격적이고 다양한 시도로 리메이크됐다.


특히 김준수가 부른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이 담긴 공연 영상은 조회수 1만 건을 돌파할 정도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랑하는 여인 이연(김예원 오소연 분)과 이별을 맞는 지욱(김준수 박건형 분)이 절절한 감성을 표출하는 장면으로 명품 연기력과 함께 물오른 가창력이 돋보인다는 평을 이끌어내고 있다.

'디셈버'를 연출한 장진 감독은 공연계 '김광석 열풍'을 두고 "국내 뮤지션 중 그의 음악으로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 수 있는 이는 몇 없다"고 평한 뒤 "그중 김광석은 다양한 세대를 대변하는 가사와 멜로디로 시대를 뛰어넘는 음악적 가치를 품고 있는 뮤지션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지난해 11월부터 서울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 중인 '바람이 불어오는 곳 시즌2'는 꿈을 잃은 3040세대의 김광석 찬가를 다룬 작품이다. 초연 때 드러난 취약한 극적 전개를 보완하고 공연 시간도 15~30분 늘여 완성도를 더했다.

김광석을 사랑하는 가수지망생 '이풍세(최승열 박창근 분)'와 밴드 바람 멤버들의 진솔하고 소박한 삶을 엮은 이 뮤지컬은 공연 곳곳에 김광석의 명곡들을 유기적으로 버무려놓아 관객들의 아날로그 감성을 건든다. 특히 종합편성채널 JTBC '히든싱어2' 김광석 편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타이틀롤 최승열의 맑은 음색과 시원한 가창력이 작품의 큰 매력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은 개막 이후 김광석 매니아층으로부터 꾸준한 인기를 얻어왔다. 최근 인터파크 전체 공연 예매 순위 7위에 오르며 티켓파워를 자랑했으며 관람 수요가 늘어나자 폐막일을 12일에서 오는 26일까지 2주를 연장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최승렬(가운데)이 김광석과 싱크로율 100%의 목소리로 김광석 매니아 층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최승열은 < 스포츠서울닷컴 > 과 인터뷰에서 이런 열풍에 대해 "좋은 노래와 좋은 정서를 남긴 김광석의 힘"이라고 평한 뒤 "특유의 아날로그 감성으로 디지털 문화에 지친 사람들에게 재조명받는 게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6월 성황리에 막을 내린 '그날들' 역시 공연계 불어닥친 '김광석 열풍'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다. 김광석 노래를 중심으로 실종된 청와대 경호원 '무영'과 이 사건을 쫓는 동기 '정학'의 우정을 그려냈다.



'그날들'은 같은 해 10월 열린 '제7회 더 뮤지컬어워드'에서 9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의 창작뮤지컬상, 남우신인상, 극본상 등 3관왕에 성공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높은 완성도로 창작뮤지컬의 한계를 넘어섰다는 관객들의 평가를 이끌어내며 흥행 파워도 충분히 보여줬다.

이처럼 김광석 노래들이 대학로 무대를 휩쓴 건 비단 그의 인기 때문만은 아니다. 폭넓은 세대를 아우르는 가사의 힘과 진정성, 진심이 베인 소박한 정서가 칼바람에 메마른 사람들의 감성을 건들기에 충분했던 것. 건조한 감수성에 허덕이는 날 뮤지컬계로 불어온 김광석 바람을 함께 느껴보는 건 어떨까.



[故김광석 탄생 50주년⑤] 그의 노래는 여전히 singing..


1996년 1월 우리 곁을 떠난 김광석이 살아있다면 그는 22일인 오늘 50세 생일을 맞는다. 아쉽게 그가 떠난 지 18년이 지났어도 그의 노래는 계속해서 많은 후배들을 통해 다시 불리고 있다.

음원 사이트에 그의 노래를 검색하면 베스트 앨범 등에 수록된 노래를 제외하고도 많은 노래가 쏟아져 나온다. 여기에는 후배들이 리메이크한 노래, 헌정 앨범 수록곡, '나는 가수다'나 '불후의 명곡'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사용된 경연곡, '슈퍼스타K' 등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출연자들이 부른 노래가 포함된다. 음원으로 발표되지 않았지만 JTBC '히든싱어2'에서는 생전 김광석의 목소리를 디지털 기술로 재현해 모창 능력자들과 대결을 펼치기도 했다.


김광석이 사망할 때 초등학교 입학 전이었던 로이킴과 김광석은 '슈퍼스타K4'에서 '먼지가 되어'를 불러 단숨에 화제가 됐다.


김광석의 4집 앨범에 수록된 '서른 즈음에' 같은 경우 음원 사이트에서 다시 불린 노래만 200곡에 육박한다. 이 가운데 연주곡과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가수들이 명곡을 다시 부른 앨범들을 빼더라도 50여 곡에 이른다. 김광석의 노래를 다시 부른 가수들의 면모도 화려하다. '서른 즈음에'는 문명진 성시경 인순이 싸이 이은미 JK김동욱 김건모 박학기 레이지본 등이 리메이크하거나 방송 무대에서 새롭게 편곡해 불렀다.

김광석의 2집에 이름을 올린 '사랑했지만'도 많은 가수들에 의해 새롭게 태어났다. 김범수 김연우 김경호 등 내로라하는 '명품 보컬리스트'들이 김광석의 '사랑했지만'을 불렀다. 이밖에 유리상자, 10센치(10cm), 리쌍 등도 김광석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적 있고 가장 최근에는 김광석의 노래로 만들어진 뮤지컬 '디셈버' 주인공인 JYJ 김준수가 리메이크 앨범을 발표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김광석이 만든 노래가 아닌 김광석이 부르기만 하거나 다시 부른 것들이 그의 노래로 많이 알려지고 재평가받아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서른즈음에'는 원래 강승원이 만들었다가 노래를 들은 김광석이 원해 강승원이 넘겨준 노래고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 사용된 '이등병의 편지'도 김광석이 처음 부른 노래가 아니다. 또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동물원의 '거리에서'는 김광석의 리메이크 앨범인 '다시 부르기1'과 '다시 부르기2'에 수록되며 높은 인기를 얻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도 계속 우리 곁에 남아있는 김광석의 노래 가운데 원곡을 뛰어넘는 노래는 많지 않다.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러나 듣는 이들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는 것도 맞다.

대신 원곡을 뛰어넘었느냐의 여부를 떠나 흥미로운 리메이크 곡을 몇 개 짚어보려 한다. 첫 번째는 Mnet '슈퍼스타K4'에서 로이킴과 정준영이 불렀던 '먼지가 되어'다. 이들은 이 무대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고 '먼지가 되어' 무대 이후 우승후보로 떠올랐다. 그리고 로이킴은 우승, 정준영은 3위를 차지했다. 물론 원곡의 팬들은 탐탁지 않겠지만, 이들의 '먼지가 되어'가 인상적인 이유는 로이킴이 1993년생, 정준영이 1989년생으로 김광석 생전에 그의 음악을 듣기는 쉽지 않은 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로이킴은 지난해 1집 앨범 발표 쇼케이스에서 "김광석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할 정도로 그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한 적 있다. 또 두 사람은 함께 라디오 DJ를 맡은 첫날 첫 곡으로 김광석의 '일어나'를 라이브로 열창했다. 두 사람 모두 김광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이들의 노래는 젊은 층이 김광석에게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 계기가 됐다.


다음은 김경호의 '사랑했지만'이다. 김경호의 폭발적인 가창력을 느낄 수 있는 이 노래는 원곡과 스타일이 다르지만,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김광석이 담담하게 읊조리는듯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면, 김경호는 특유의 샤우팅으로 감정을 터뜨린다. 그렇지만 원곡 자체의 애달픈 느낌은 그대로 살아있다.

마지막은 힙합 뮤지션들이 재해석한 김광석의 노래들이다. 싸이, 리쌍, Mnet '쇼미더머니'의 소울다이브와 우탄이 김광석의 노래에 도전했다. 이들은 랩도 노래에 넣고 비트도 변화하며 김광석의 노래를 새롭게 만들었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김광석의 노래가 힙합을 만나자 원곡의 느낌이 줄어든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커졌다. 물론 김광석의 목소리에는 어울리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다시 불린다는 건 그만큼 원곡이 가진 힘이 크다는 얘기다. 김광석의 노래가 그렇다. 또 다른 후배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부르고 또 부른다. 당장 18일 방송된 KBS2 '불후의 명곡2' 김광석 편에는 정동하 알리 허각 장미여관 에일리 박수진 등이 선배의 노래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열창했다. 또 다음 달에는 해마다 이어진 김광석 추모 콘서트인 '김광석 다시 부르기'가 열린다.

김광석의 노래는 '불멸'이다. 그는 이 세상에 없지만, 그의 노래는 아직 우리 곁에 남아있기 때문이다.




[故김광석 탄생 50주년⑥] '일어나'를 부르던 그, 왜 자살을 택했나


"자살입니다 vs 절대 그럴 친구가 아니에요."

그가 떠난 지 어느덧 18년이 됐지만 여전히 그의 죽음에는 물음표가 붙어있다. 가수 김광석은 도대체 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토록 좋아하는 노래를 두고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까. 사고사가 아닌 자살이라고 결론 난 일이기에 그를 잘 아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그런 친구가 아니다"고 입을 모았다. 가족들 역시 마찬가지. 반면 고인의 아내 서모 씨 측은 자살이 맞다고 주장했다.


고 김광석은 1996년 1월 6일 자택에서 전깃줄로 목을 매 자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두고 고인의 누나들은 "광석이는 '부모보다 먼저 가는 자식만큼 불효는 없다고 항상 말했다. 오래 살고 싶다고 늘 말했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을 이유가 없음을 강조했다. 어머니 역시 "그럴 아이가 아니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고인의 친형 김광복 씨 역시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동생의 자살을 믿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김광석이 세상을 떠난지 18년이 지났지만,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고 여전히 많은 이들이 물음표를 떠올리고 있다.

가족들과 지인들은 김광석이 자살할 사람은 절대 아니라며 여전히 그의 죽음에 의문을 품고 있다.


지인과 가족들은 김광석의 죽음이 타살이라며 3가지 의문점을 제기했다. 김광석이 스스로 목을 맸느냐는 것, 유서가 없다는 것, 우울증이 있었는가 등이다. 고인과 음악 동호회 활동을 함께했다는 한 지인은 2012년 한 방송에서 고인의 아내 서 씨가 주장한 김광석의 우울증에 대해 "김광석이 부른 노래는 우울한 게 많다. 하지만 만든 노래는 '자유롭게', '일어나' 등으로 밝고 긍정적이다. 그동안 우울증 때문에 병원 가는 걸 본 적이 없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김광석이 목을 맨 장소에 밟고 올라가 전깃줄을 묶을 의자 같은 받침대가 발견되지 않았고 '메모광'인 김광석이 유서도 없이 자살할 리 없다는 게 가족들의 주장이다. 고인의 첫째 자형은 방송에서 "(김광석은) 메모가 아주 필수적이고 기본적인 습관이 있다. 틀림없이 유서가 있었을 텐데"라고 의심쩍어했다.

고인을 기억하는 이들은 여전히 그의 자살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김광석과 생전 함께 일했던 가요 관계자는 < 스포츠서울닷컴 > 에 "우리는 여전히 자살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구체적인 근거는 쉽게 밝힐 수 없지만 지인들의 목소리에는 김광석을 향한 믿음이 담겨 있었다.

자신의 노래 가사처럼 '서른즈음에' 사그라진 고 김광석. 그의 히트곡 '그날들'의 노랫말이 더욱 사무치는 1월이다.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부질없는 아픔과 이별할 수 있도록. 잊어야 한다면 잊혀지면 좋겠어.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그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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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김광석 ① 목소리의 힘


목소리의 힘. 최근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때로는 과잉 소비된다고 느껴질 정도로 많이 들려오는 김광석의 노래를 들으면서 새삼 느끼는 것은 바로 ‘목소리의 힘’이다. 사실 김광석을 추억하는 행사는 매년 있어왔다. 리메이크 앨범, 미공개 발표 등도 꽤 많다. 김광석만큼 리메이크가 많이 된 가수도 드물 것이다. 올해는 유별나다. TV 뮤지컬 등이 차례로 김광석을 소환하면서 그의 노래는 여느 때보다도 많이 들려지고 있다. 이런 이슈 때문일까? 김광석 거리가 조성된 중구 방천시장이 ‘김광석 효과’를 보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그런데 그런 와중에 더욱 명징해지는 사실은, 김광석을 대체할 것은 김광석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 누가 어떤 방법으로 김광석의 노래들을 재현해도, 음반 속 그의 목소리를 뛰어넘는 경우는 단 한 번도 없더라.

김광석의 목소리가 이처럼 생명력을 가지는 이유는 뭘까? 이웃집 형과 같은 친근감, 울음을 참는 듯한 떨림, 아버지가 토닥토닥해주는 따스함. 이 모든 것이 김광석의 목소리에 있다. 이 목소리가 비단 한국인에게만 매력을 주는 것은 아닌가 보다. 2009년에 독일의 힙합그룹 디 오르존스(Die Orsons)는 김광석을 추모하는 곡 ‘김광석(Kim Kwang Seok)’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해외 청취자들은 김광석을 ‘한국의 커트 코베인’ 내지 ‘한국의 밥 딜런’이라 칭하기도 한다. 그들이 듣기에도 김광석은 커트 코베인이나 김광석처럼 가슴을 파고드는 목소리인가 보다.

김광석의 목소리를 살펴보기 위해 잠깐 그의 삶을 돌아보자. 1964년생인 김광석은 1982년 명지대학교 입학 후 대학연합동아리 ‘연합메아리’를 통해 음악생활을 시작했다. 운동권 노래패였다. 1984년 김민기의 앨범 ‘개똥이’에 참여한 김광석은 이때 만난 사람들과 함께 민중가요 노래패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의 1집을 발표하게 된다. (가수 안치환은 김광석의 노찾사 후배로 ‘마흔즈음’이란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김광석에게서 느껴지는 민중가요 풍의 내지르는 창법은 이 당시에 체득된 것으로 보인다. 김민기의 목소리와 김광석의 목소리가 들려주는 떨림은 둘 다 진중하고, 듣는 이의 가슴을 뜨겁게 덥힌다.

COVER김광석은 동물원을 거쳐 솔로로 데뷔해 총 6장의 솔로앨범을 발표했다. 김광석을 세상에 알린 것은 동물원 1집에 실린 ‘거리에서’다. 김창기가 만든 이 곡에는 김광석의 목소리가 지닌 애절함이 잘 나타난다. ‘유리에 비친 내 모습은 무얼 찾고 있는지’라는 가사가 이처럼 절절하게 가슴을 파고들기도 힘들 거다. 1989년에 나온 1집에서도 역시 김광석의 목소리는 애절하다.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안녕 친구여’같은 노래가 그렇다. 1991년에 나온 2집은 김광석을 스타덤에 오르게 했다. 한동준이 만들어준 ‘사랑했지만’과 같은 곡은 가요차트에서 상위권에 오르기도 했다. 이후 김광석은 DJ를 맡는 등 방송활동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인기 때문에 김광석은 ‘사랑이라는 이유로’와 같이 사랑노래를 부르는 가수로 인식되기도 했다.



COVER1993년에 나온 앨범 ‘다시부르기 1’에는 김광석이 노찾사 시절부터 3집까지 불렀던 자신의 곡을 다시 녹음해 담았다. 활동 초기를 정리하는 성격의 앨범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앨범에는 현재 김광석의 노래 중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이등병의 편지’(김현성 곡)가 담겼다. 김광석은 1990년 ‘겨레의 노래’ 공연을 준비할 때 이 곡을 처음 들었다고 한다. 김광석은 이 노래를 부를 때면 어머니와 자기보다 11살 많은 형 생각이 났다고 한다. 김광석이 초등학교 5학년 때 형이 군대에 갔고, 일주일쯤 뒤 집으로 발송된 형의 옷가지를 빨며 우시는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곤 했다고. ‘이등병의 편지’가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이유는 이런 감정이입 때문일 것이다. 김광석은 입대하는 팬을 위해 길 위에서 기타를 치며 이 노래를 직접 불러주기도 했다. 군 위문 공연에서도 이 곡을 부르곤 했다.


김광석은 1992년부터 1995년까지는 대학로 학전소극장에서 1000회 공연이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세운다. 이는 소극장 공연문화를 만개시킨 것으로도 평가받는다. 김광석은 매 공연마다 자신의 일상사를 두런두런 들려줬다. 동물원에서 함께 했던 박기영이 패스트푸드 업체 KFC 매장 개발 담당자로 근무하던 시절. 김광석은 대학로 학전 소극장에서 공연을 할 때 “내 친구 기영이가 KFC에 취직했다고 하는데, 나는 KGB와 같은 첩보기관인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닭장사더라”라는 멘트를 한동안 했다고 한다. 어느 날은 부인이 아이를 출산했다며 관객들에게 떡을 나눠주기도 했다.

COVER소극장 공연의 경험 때문이었을까? 1994년에 나온 4집은 모던포크의 색이 강하다. 첫 곡 ‘일어나’에서 하모니카를 불며 통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모습은 지금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김광석의 모습이다. 여기에 실린 ‘바람이 불어오는 곳’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서른 즈음에’ 등의 곡은 이전보다 훨씬 진지하고, 진솔하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김광석이 단순히 노래를 부르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것이다. 김광석의 목소리를 통해 머리가 아닌 가슴을 파고드는 이야기다. 장기공연을 통한 관객들과의 소통이 김광석에게 준 선물일까? 이러한 진중한 감성은 1995년에 나온 ‘다시 부르기 2’에서 조동익 밴드의 연주와 함께 고고한 음악으로 귀결된다. 이 앨범 역시 ‘다시 부르기 1’에 이은 리메이크 앨범으로 한대수 ‘바람과 나’, 이정선 ‘그녀가 처음 울던 날’, 양병집 ‘변해가네’, 김의철 ‘불행아’ 등 선배들의 곡이 담겼다. 이 곡들은 김광석의 목소리를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목소리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김광석이 1996년 1월 6일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더 많은 이들이 김광석이 가진 목소리의 힘을 목격했을 것이다.


김광석이 들려준 ‘목소리의 힘’은 오로지 김광석의 것이다. 김광석을 그 누가 대신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흔히 TV 속에 반짝하고 나오는 누군가를 김광석의 적자로 쉬 부르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만약 김광석의 적자가 있다면, 그는 TV가 아닌 공연장에 있을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