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our/Tour - World

잉카유적지 쿠스코·마추픽추

by Wood-Stock 2012. 12. 14.

잃어버린 도시를 찾아서

남미 여행의 보석 페루 잉카유적지 쿠스코·마추픽추 기행

 잉카제국의 고도 마추픽추

 

페루 잉카 유적 탐방은 고산병(고산증)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시작된다. 마추픽추 등 잉카 유적 탐방의 거점도시 쿠스코에 도착하자마자 한 일이 코카 잎을 씹거나 코카 차를 마시는 일이었다. 쿠스코는 해발 3400m에 자리잡은 도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고,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가운데 코카 잎을 맹렬히 씹어대며 잉카인들의 유적지 탐방을 시작했다. 현지 가이드는 “숨을 깊게 쉬고 되도록 천천히 움직이라”고 조언했다. 고산병은 고지대에서 산소 부족으로 겪게 되는 증세. 두통·어지럼증이 흔히 나타나는 증세. 심하면 구토·호흡곤란 또는 심장마비 등을 일으키기도 한다.

 

잉카제국 유적 탐방의 핵심은 뭐니뭐니 해도 마추픽추다. 쿠스코의 역사를 잠깐 들여다보자. 기원전 1000년 전부터 마르카바예 부족이 살던 곳으로, 이후 와리(우아리) 문명인들과 12세기 시작된 잉카 문명인들이 차례로 차지했다. 잉카인들은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며 에콰도르·볼리비아·칠레 일부까지 아우르는 대제국을 건설하며, 스페인 침략으로 무너질 때까지 쿠스코를 수도로 삼았다. 마추픽추는 9번째 왕인 파차쿠티가 황제로 즉위한 뒤 건설한 여름별장 도시다. 정복한 나라 백성들을 노예로 삼아 만든 정교한 돌의 궁전이다.

 

 마추픽추의 계단식 농경지

 

해발 3400m 쿠스코
고산병 어지럼증에 코카 잎 씹으며 행군

해발 3400m인 쿠스코에서 해발 2400m의 마추픽추로 가려면 오얀타이탐보를 거쳐 5시간 동안 열차를 타고 내리막길을 달려가야 한다. 쿠스코 주변 마을을 둘러본 뒤 오얀타이탐보에서 열차를 탔다. 마추픽추로 향하는 열차 여정은 내내 아마존강의 최상류인 우루밤바강 물줄기와 함께한다. 물길을 따라 우거진 숲과 옥수수·감자 등이 자라는 밭들이 평화롭고 아늑해 보인다. 간혹 배낭을 메고 물길·산길을 따라 걷는 이들이 보인다. 이른바 잉카트레일을 따라 걸어서 마추픽추로 향하는 도보꾼들이다. 시작 지점에 따라 3박4일 또는 하루 일정으로 걸어서 여행하는 이들이 많다고 한다.

열차 종착역인 아과스칼리엔테스는 흔히 마추픽추라고도 부르는 온천마을이다. 물길과 산비탈을 따라 발달한 마을이 아기자기한 일본의 산중 온천마을을 닮았다. 여기서 버스를 타고 지그재그 산길을 20분 오르면 마추픽추다. 급경사를 따라 버스가 오르는 동안 창밖으로 펼쳐지는 산봉우리들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쿠스코 부근 마을에서 만난 민속품 노점

 

계단을 따라 전망대로 오르자, 무수한 화강암 석축들과 건축물, 3000개의 계단으로 이뤄졌다는 500여년 전 잉카제국의 고도 마추픽추의 전모가 드러났다. 정면에 보이는 봉우리가 해발 2800m의 와이나(우아이나)픽추, 뒤쪽 봉우리가 3000m의 마추픽추다. 도시 유적은 그 사이 해발 2400m 낭떠러지 위에 자리잡았다. 절벽 양쪽으론 무수한 계단식 석축들이 이어진다. 그 밑으로 굽이치는 우루밤바 강줄기가 아득하다. 도시는 태양의 신전과 콘도르의 신전을 중심으로 주변에 왕족들 주거지와 일반인들 주거지가 배치돼 있다. 이 산정 도시에 모두 170여가구 1000여명이 거주했다고 추정된다. 빈틈 하나 없이 쌓아올려진 성벽과 축대, 수로와 샘, 이동로와 각 건물의 방들이 하나하나 들여다볼수록 정교하기 그지없다. 가이드 워싱턴(37)이 태양의 신전 돌벽에 난 두개의 창문을 가리켰다. “이 두 창문은 각각 정확히 남쪽과 북쪽을 향해 나 있다. 매년 동지와 하지 때 햇빛이 창을 통해 들어와 신전의 제단을 비춘다.”

 

3000개의 계단으로 이뤄진 잉카제국의 고도 마추픽추
석조물 정교함 저절로 감탄이

철기를 쓰지 않았다는 이들이 이 엄청난 규모의 화강암 돌성을 어떻게 완성했을까? 워싱턴은 “산봉우리를 이루고 있다 갈라진 화강암 조각들을, 강에서 가져온 단단한 철광석을 이용해 다듬어 수많은 노동력을 들여 쌓아올렸다”고 설명했다. 1450년부터 90년간에 걸쳐 느리게 진행된 대역사였다. 여기엔 잉카인들에게 정복당해 노예가 된 부족들의 피땀 어린 노동력이 바쳐졌다. 황제 파차쿠티가 죽은 뒤에도, 황제의 환생을 믿고 노동에 시달리던 노예들은 스페인 침략자들이 파차쿠티의 미라를 불태우자, 마침내 감옥 같던 이 돌 도시를 앞다퉈 떠났다고 한다.

탐방을 마친 이들은 입구 옆 로지 식당에서 감동을 되새기며 코카 잎차를 마시거나 간식을 먹는다. 식당 한쪽에서 마추픽추 정경 사진의 엽서를 쌓아놓고 편지를 쓰고 있는 50대 여성을 만났다. 남편과 함께 뉴욕에서 왔다는 로렌 벨(58)이다. 리마·쿠스코를 둘러보고 왔다는 그는 “아름다운 경관을 함께 즐기기 위해 모든 여행지에서 엽서를 보낸다”며 “아이들과 친척, 그리고 1살 난 손자에게도 멋진 마추픽추의 경관을 얘기해 주겠다”며 밝게 웃었다.

마추픽추는 잉카 유적 탐방의 시작에 불과하다. 쿠스코 주변엔 눈을 크게 뜨고 볼 만한 무수한 유적들이 널렸다. 대개 스페인 침략자들이 파괴하고 새 건물을 세워 건물들의 기초와 성벽만 남은 유적들이다. 친체로·오얀타이탐보·피삭 등 마을에서 잉카 유적지와 스페인인들이 지은 여러 건축물들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우루밤바 강가의 마을 피삭엔 민속품 등을 파는 상설 전통시장이 열려 들러볼 만하다.

마라스 염전

 

잉카인들의 유적지 중 돋보이는 볼거리가 해발 3600m에 위치한 원형 계단식 농경지 모라이 유적과 해발 3400m 계곡에 만들어진 암염 염전인 마라스 염전이다. 모라이 유적지는 잉카인들이 감자·옥수수 등의 품종 개량을 시험하며 마련한 일종의 농경기술 연구단지로 추정된다. 숲에 묻혀 있다가 1932년 미국 탐험가 시피가 항공촬영 중 발견했다고 한다. 마라스 염전은 암염 성분이 섞인 샘물을 계단식 염전에 받아 소금을 생산하는 곳. 잉카 이전 문명의 사람들이 소금을 만들기 시작한 이래 지금도 옛 방식 그대로 월평균(4~10월) 300t의 질 좋은 소금을 생산하고 있다.

 

 

고대 문명 압도하는 자연의 장엄함

100만마리 새들 모여사는 페루 바예스타섬·리마 인근 광활한 사막 체험

페루 바예스타 섬은 60여종 100만마리의 새들이 사는 새의 낙원. 탐조선들이 끊이지 않는다.

 

머나먼 남미, 남미 북서부 태평양에 접한 페루. 남한의 13배에 이르는 광대한 국토엔 아마존 최상류의 정글지대, 해발 6000m 이상의 고봉들이 즐비한 안데스산맥, 산맥 서쪽의 건조한 사막지대를 고루 갖췄다. 흔히 페루 하면 잉카, 잉카 하면 마추픽추를 떠올리듯, 페루의 대표 여행 목적지는 잉카제국의 유적들이다. 여행 출발 전부터 온통 신비로운 옛 문명 탐방에 관심과 기대가 쏠렸었다. 그러나 7박11일의 여정은 초기부터 관심의 폭과 깊이를 넓히고 집중해야 했다. 곁가지 볼거리로 여겨지던, 수도 리마 주변의 자연 체험에서부터 온몸의 감각기관이 포만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질리도록 경험할 무수한 돌(건축물과 성벽과 축대)들의 세계로 진입하기 전에 나선, 해안지대 대자연 체험은 일행을 또다른 신비와 감동의 세계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책으로 보고 말로만 듣던 천연비료 구아노(조분석·오랜 기간 쌓여 굳어진 새똥), 새똥으로 뒤덮인 섬이 여기 있었다. 리마 선착장에서 19㎞ 떨어진, 무수한 동굴과 절벽으로 이뤄진 무인도 바예스타 섬. 인간의 고독과 절망을 그린 로맹 가리의 단편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에 등장하는 그 구아노 섬이다. 하지만 구아노 섬의 새들은 이제 더이상 페루 해변에 날아가 죽지 않는다. 섬 전체를 덮은 채 눌러살며 관광객들을 끌어들인다. 탐조선 선장 지노 콘트레라스(48)가 희망차게 말했다. “이제 구아노 채취보다는 관광지로 유명해졌다. 많을 땐 하루 5000명의 관광객들이 새떼와 바다사자를 보러 온다.” 바예스타 섬과 주변 해역, 그리고 여우·도마뱀 등 희귀생물이 서식하는 파라카스 반도 일대는 국립공원으로 지정돼 있다.

 

천연비료 구아노 채취로 유명한 바예스타섬
새떼의 날갯짓 장관

 

바예스타 섬은 새뿐 아니라 경관 자체도 볼만하다. / 바예스타 섬의 바다사자들

 

바예스타란 돌 궁전을 뜻한다. 풍파에 파이고 뚫린 굴들이 멋진 경관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3개의 바위섬으로 구성된 바예스타 섬은 멀리서는 한 폭의 흑백 수묵화처럼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서야 바위섬들이 실은 검고 흰 무수한 작은 점들로 이뤄져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작은 점들은 섬에 앉거나 부산히 날아다니는 새떼였다. 선장은 배를 섬 구석구석 차례로 가까이 대며 탐방객들을 안내했다. 가마우지·펠리컨·검은머리물떼새·펭귄 등 무려 60여종 100만마리의 새들이 모여 끼룩끼룩 먹고 싸며 살아가는 새 세상이다. 섬 곳곳을 둘러보는 1시간 동안, 탐방객들은 엄청난 새떼의 울음소리와 날갯짓 소리에 휩싸인 채 탄성을 내지르게 된다. 바위절벽을 자세히 살펴보면 흘러내리다 고드름처럼 굳은 새똥 무더기를 쉽게 관찰할 수 있다. 번식기(12월~3월)엔 5000여마리나 모여든다는 바다사자 떼도 볼거리다.

가이드 호세(25)가 섬 가운데 솟아오른 봉우리를 가리켰다. “저게 20m 두께로 쌓인 새똥 더미다. 20년 이상 쌓여 만들어졌다.” 이 섬의 구아노 채취 역사는 500여년을 헤아린다. 16세기 잉카인들이 채취를 시작한 이래 19세기부터는 페루 정부에서 관리하며 채취했다. 무려 2200만마리(1953년)에 이르던 새들이 잦은 구아노 채취로 급감하자, 지금은 보전을 위해 7년에 한번씩 6개월에 걸쳐 약 6000t만을 채취한다. 질 좋은 인산질 비료여서 요즘도 비싼 값(1㎏당 1.25유로)에 팔린다고 한다. 이 섬에서 가장 중요한 새는 ‘백만불짜리 새’로 불리는 구아나이가마우지다. 1마리가 하루 1㎏의 물고기를 먹고 50g이나 되는 배설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배로 섬 주변을 탐방하는 동안 새똥 냄새는 거의 나지 않으니 걱정 마시길.

탐조 여행에서 돌아오는 길엔 파라카스 반도 모래언덕에 그려진 가로 70m, 세로 180m 크기의 거대한 촛대 모양 무늬도 볼 수 있다. 유명한 나스카 라인과 같은 시기에 만들어진 선인장 그림으로 추정돼 ‘스몰 나스카’로 불린다.

리마 인근엔 광활한 사막도 펼쳐져 있다. 우아카치나 지역엔 높이 300m에 이르는 모래언덕들에 둘러싸인 우아카치나 오아시스가 있다. 사막 한가운데로 들어서면 가파른 모래절벽이 가로막고, 움푹 파인 웅덩이를 이룬 곳에 숲으로 둘러싸인 커다란 호수를 만난다. 피부병에 좋은 미네랄이 다량 함유돼 있어 60년대까지도 목욕 인파가 몰렸다는 오아시스다. 100년 전까지 주변에 7개의 오아시스가 있었으나, 농업용수로 끌어다 쓰면서 말라 지금은 2곳만 남았다. 지금은 물이 많이 줄어, 수량의 절반가량은 인공적으로 채워넣는다고 한다.

 

우아카치나·캘리포니아 사막
4륜구동으로 투어 즐기며 신비로운 모래언덕 감상

관광객들은 호수에서 보트를 타거나 4륜구동 차량으로 모래언덕을 내달리며 즐긴다. 즐기는 이도 바라보는 이도 탄성을 내지르기는 마찬가지. 광활한 사막 안에선 움직이는 모든 것이 삭막한 사막의 경관에 생기를 불어넣는 포인트가 된다. 거대한 모래산을 걸어 오르는 이도, 언덕과 언덕을 질주하며 사라지고 나타나는 차량도 긴 그림자를 이끄는 하나의 작은 점이 되어 사막을 수놓는다.

리마의 내륙엔 더 광활한 넓이의 캘리포니아 사막이 있다. 이곳에서 좀더 긴 3시간짜리 4륜구동 차량 투어를 즐길 수 있다. 달리는 동안 시시각각 새롭게 다가오는 눈부신 사막 풍경을 즐길 수 있다. 아무도 발 딛지 않은, 바람이 빚은 섬세한 물결무늬들 켜켜이 깔린 모래언덕들이 무수히 겹쳐지고 포개지며 환상적인 그림자놀이를 펼쳐 보인다. 사막 투어의 종착점은 높이 50여m의 급경사 모래언덕이다. 중력과 꼬리뼈의 존재를 절감하며 쇄도해 내려가면 아늑한 천막과 푹신한 양탄자가 기다린다. 여기서 와인을 곁들인 감자구이와 꼬치구이를 즐기며 피로를 풀게 된다. 사막 투어의 마무리는 하늘도 대지도 붉게 물들이며 묵직하게 뚝 떨어지는 해넘이다. 지평선 너머로 잦아드는 노을에 하염없이 젖어 있다 문득 뒤돌아보면, 어느새 차갑고 두꺼운 장막이 내려와 지나온 길을 다 지워버린 뒤다.

 

리마에서 3시간 거리에 있는 캘리포니아 사막.

 

 

 

 

 

 

 

페루가 지닌 8가지 표정

리마·쿠스코·푸노 지역에서 포착한 이색풍경과 원주민들 지상 전시

페루 리마·쿠스코·푸노 지역을 7박11일간 여행하며 다양한 이색 풍경과 원주민들을 만났다. 페루 여행의 주요 목적지가 되는 잉카 등 여러 문명의 유적들은 안데스산맥의 고원이 펼쳐내는 아름다운 풍경 속에 깃들여 있다. 여행지에서 만난 주요 경관과 유적, 주민 표정을 한자리에 모았다.

 

해질녘 우아카치나 오아시스의 주변의 사막 능선. 4륜구동 버기카 한대가 저녁놀을 배경으로 질주하고 있다.

페루 남쪽 볼리비아와의 경계를 이루는 티티카카 호수 타킬레 섬에서 만난 소년. 품에 안긴 어린양의 표정이 여유롭다.

 

이른 아침 티티카카 호숫가에서 만난 주민이 방금 배로 잡아 온 물고기와 오리들을 들어 보이고 있다.

 

 

잉카인들의 곡물 품종개량 시험재배지로 추정되는 모라이 원형 계단식 밭 / 마추픽추 유적지에서 만난 라마.

 

쿠스코 부근 라마농장 옆 민속품 전시판매장. 아이는 양탄자 짜기에 바쁘기만 한 엄마가 불만스럽다는 표정이다.

쿠스코 부근 해발 3400m 지점에 있는 1500년 역사의 마라스 염전. 암염이 녹은 물을 계단식 밭에서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한다.

 

우루밤바 강가의 한 호텔 정원에서 만난 벌새.

 

 

박물관이 야하다고?

역사만큼 다채로운 박물관·라마 농장도 가볼만

페루 리마 시내 라르코 에레라 박물관에 전시된 잉카인들의 직조물(왼쪽)과 다산을 기원하는 토기.

 

알아야 많이 보고 즐기고 감동도 커진다. 역사·문화 유적지 여행에선 현지 박물관 탐방이 필수다. 답사에 앞서 박물관을 섭렵하면 감동이 진하게 다가온다. 무수한 유물들을 전시하고 도표와 사진들로 유적들을 설명해 놓은 박물관 순례는 한편으론 지루하고 피곤한 일이지만, 여행지의 감동과 추억을 오래 간직하기 위해서라도 견뎌볼 만하다. 다소 생소한 페루의 잉카 유적 탐방에 앞서 리마와 쿠스코에 즐비한 박물관을 찾는다면 여정이 한결 풍요로워질 게 틀림없다. 박물관마다 영어 가이드들이 대기한다.

리마의 라르코 에레라 박물관은 잉카문명 유물들을 비롯해 스페인 침략 이전 남미 유물들을 대량 소장한, 빼놓을 수 없는 박물관이다. 옛 도자기 5만여점과 장신구·직물·무기류·금은제품 등 페루 고대문명의 유물들이 가득 차 있다. 눈길을 끄는 것이 다양한 성행위 체위들을 보여주는 토기들. 다산과 풍요를 기원하기 위해 제작된 것들이라고 한다. 이 토기들로 인해 이 박물관은 섹스박물관으로도 불린다.

국립고고학박물관은 페루를 대표하는 최대 규모의 박물관이다. 특히 잉카 이전 페루 고대문명을 일으킨 원주민들의 유물이 체계적으로 전시돼 있다. 페루 지역엔 잉카 이전에 10여개의 문명이 명멸했다. 이 박물관 옆엔 스페인 침략 이후의 유물을 전시한 국립역사박물관도 있다. 이밖에 국립페루박물관은 고대부터 현대까지 페루의 역사를 지역·시대별로 전시한 박물관이다. 유물의 수는 많지 않지만 설명이 잘돼 있다.

잉카제국의 수도였던 쿠스코엔 잉카박물관과 프레콜롬비노박물관이 있다. 잉카문명과 그 이전 여러 문명들의 직조물들과 농기구·토기들을 볼 수 있다. 옛 스페인 해군제독 집무실로 쓰던 건물을 박물관으로 바꿨다. 프레콜롬비노박물관은 2003년 새로 문 연, 페루 고대 문화박물관. 잉카와 잉카 이전의 나스카·와리(우아리) 등 여러 문명의 유물들을 지역별 문화별로 구분해 전시했다. 전시 유물의 수준과 상태가 최상급이라고 평가된다. 쿠스코 인근엔 라마(야마)와 알파카 등 동물들을 기르는 라마농장도 있어 들러볼 만하다. 페루의 주요 가축들의 분류와 계통을 알아보며 라마와 알파카 들에게 먹이도 줄 수 있다.

 

 

 고산증 조심, 벌레도 조심

 

 ▣ 페루 직항편은 없다. 인천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나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타고 가 리마행 비행기로 갈아타는 게 일반적이다. 인천~로스앤젤레스 약 9시간, 로스앤젤레스~리마 약 9시간 소요. 대한항공은 내년 5월부터 로스앤젤레스를 거치는 리마행 비행편을 운항할 예정이다.

 

 ▣ 시차는 한국보다 14시간 늦다. 페루 화폐단위는 솔(Sol). 1솔은 한국돈 약 440, 1미국달러는 약 250센트. 전압은 220볼트, 대개 11자형 콘센트를 사용한다.

 

전통음식으로 일종의 커다란 쥐(기니피그)를 통째로 구운 쿠이 착타도(사진 )가 이름높다. 보기엔 험악하지만 담백한 맛이 난다. 생선회 등을 레몬즙에 절여 먹는 새콤한 세비체도 있다. 술로는 독한 백포도주에 달걀흰자 거품과 레몬이나 라임을 곁들여 만드는 피스코사워가 유명하다.

 

 ▣ 해발고도가 다양해 여름(12~3)이라도 반팔옷부터 긴팔옷, 점퍼까지 준비해야 한다.

 

 ▣ 3000m 이상인 쿠스코 등을 여행할 땐 건강한 사람도 고산병(고산증)을 조심해야 한다. 코카잎차나 물을 많이 마시고, 뜨거운 물 샤워는 삼가야 한다. 숨이 가빠지면 호텔이나 여행 차량 등에 준비된 산소마스크를 이용할 수 있다. 숲에선 벌레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려움증으로 고생할 수 있다. 아마존 정글 등을 여행할 경우 황열병 예방주사를 맞아야 한다.

 

쿠스코(페루)=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