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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대한민국

제주의 숨은 비경

by Wood-Stock 2012. 6. 21.

숲길·바다·계곡 찍고 제주 고! 고! 고!

 

1일째 숲길 가 제안하는 제주도 3박4일 풀패키지 코스

“하루 한가지씩 테마를 정해 둘러볼 것을 권합니다.” 오름 등 제주 자연경관에 밝은 서귀포시민 김승민(표선면 가시리)씨는 “제주도는 하루는 동쪽, 하루는 서쪽 식으로 둘러볼 수 있는 만만한 섬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테마를 정하고 동선을 잘 짜면, 제주도의 진면목을 제대로 느끼며 즐길 수 있을 것”이라는 조언이다.

올여름 휴가여행지로 제주도 선택하신 분들. 서둘지 않으면 항공편도 숙소도 구하기 어려운 섬이니, 일찌감치 여름 제주도 즐길 계획쯤은 짜 놓았을 법하다. 하지만 숙소까지 정해놓고도, 정작 제주도에서 뭘 해야 할지를 콕 찍어 정하지 못한, 막연한 기대감만 품은 분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제주도는 어딜 가든 이국적인 분위기 물씬 풍기는 아름다운 섬. 그러나 한여름 무더위 속에선 즐길거리가 제한적이다. 인기 있는 올레길 걷기도, 경치 좋은 한라산 산행도, 이색적인 오름 탐방도 한여름 뙤약볕 아래에선 고행길이 된다. 한여름 제주도에서만 보고 느끼고 먹고 체험하며 즐길 수 있는 것들은 어떤 것일까? 이걸 가 분야별로 살피고 돌아왔다. 가족여행이든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이든 형편에 맞게 고를 수 있는 곳들이다. 화창해도 좋고 비가 와도 좋고 바람 불어도 좋다. 가 추천하는 여정을 따라 숲길과 바다, 계곡을 각각 하루씩 골라서 가는 일정으로 나만의 여행코스를 짜보자.

무더위 피하기 힘든 올레길·산행·오름탐방 벗어나 서늘한 숲길로

먼저, 독특한 아름다움으로 가득 찬 곶자왈 숲길로 간다. 세계적으로 제주도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경관이라고 한다. 곶자왈이란, 화산 분출 때 점성이 큰 용암이 쪼개지며 분출돼 쌓여 형성된 틈이 많은 돌밭 지역을 말한다. 거대한 지하수 저장고이자, 보온·보습 효과로 난대림·온대림·한대림이 공존하는 독특한 식생을 간직한 생태의 보물창고다. ‘제주의 허파, 콩팥’으로도 불리는 여러 곶자왈 지대 중, 온가족이 한두시간이면 편하게 둘러볼 수 있는 한적한 숲, 짧고 굵고 진한 숲길로 들어가 보자. 육지 숲과는 분위기 확연하게 다르고 향기도 다른, 찾는 이도 적은, 어둡고 서늘한 원시림이다.

화순리 곶자왈 생태탐방 숲길 서귀포시 안덕면사무소 부근. 소를 방목해 키우는 목장지대 주변으로, 산방산 부근 해안까지 9㎞에 걸쳐 형성된 곶자왈 지대의 일부다. 2㎞가량의 순환 탐방로 입구에서부터 진한 숲 향기와 함께 소똥 향기가 탐방객을 맞는다. 굽이굽이 이어진 숲길엔 제주도에만 있는 ‘송이’(잘게 부서진 붉은색 화산쇄설물)를 깔아놓아 걷는 느낌이 색다르다. 일부 구간은 자연 그대로의 곶자왈을 체험하도록 했다. 빽빽하게 우거진 종가시나무·꾸지뽕나무·녹나무 등 늘푸른나무(상록수)들 줄기를 타고 오른 덩굴식물들엔 다시 잎이 콩알만한 콩짜개난과 이끼류가 무수히 덮여 있다. 발치엔 고사리류가 지천이다.

 

 화순 곶자왈 숲길

그러곤 아무도 없다. 혼자 걷는 어두운 숲길에선 먼데 새소리까지 낱낱이 들려와 숲의 깊이와 두께를 헤아리기 어렵게 한다. 새소리에 젖어 걷는데 인기척이 느껴졌다. 나무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엄마 소, 아빠 소, 송아지…, 소떼 행렬이다. 알고 보니 이 숲길 주인은 소들이다. 일부 구간이 방목하는 소들이 수시로 오고 가는 이동로였다. 방문객은 잠시 길에서 비켜서서 주인의 행차를 지켜보면 된다.

이곳이 오래전부터 소나 말을 방목하던 지역임을 알려주는 게 낮은 성벽처럼 이어진 ‘잣성’이다. 650년 전 제주 목사가 해발 150~600m 한라산 자락 둘레에, 세겹의 성(하잣성·중잣성·상잣성)을 쌓았다고 한다. 소·말에게 풀을 먹이는 지역을 시기별로 구분해, 이동하며 차례로 방목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숲길에선 이끼 덮인 성 흔적과 함께 숯 굽던 흔적도 만날 수 있다. 집 울타리처럼 둘러쌓인 돌들은 숯 굽던 곳이거나 머물던 이들이 일군 채소밭 흔적이라고 한다. 울창한 숲길을 빠져나와 전망대에 오르면, 우뚝 솟은 산방산과 군산·월라봉 등 산들과 화순 앞바다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낮에도 음산할 정도로 어두운 이 길에서 조심할 것은 소똥이다. 젖은 것만 잘 피해 걸으면 된다. 등산화나 운동화를 신는 게 좋다. 빨리 걸으면 한바퀴 돌아오는 데 40분이면 족하지만, 천천히 걸을수록 기분이 좋아진다. 자주 쉬니, 숲도 보고 나무도 보인다.

 금릉 으뜸해변

 방선문계곡

 

선흘리 곶자왈 동백동산 숲길 제주시 조천읍 선흘1리. 본디 동백나무가 많았던 곳이어서 동백동산이란, 다소 맥없는 이름이 붙었다. 그러나 음이온 풍부한 울울창창한 숲길을 거닐다 보면 없던 힘도 저절로 솟아날 듯한 숲이다. 동백나무도 많지만, 구실잣밤나무·종가시나무 등 상록수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다.

한쪽에 ‘탐방로’라 쓰인 작은 팻말을 보고 돌담길 따라 오르면, 개구리밥 가득 찬 조그만 연못이 나온다. 못 둘레에 송이를 깐 산책로를 내, 아주 그윽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다시 나와 낡은 철문 지나 오르면 본격적인 숲길이 펼쳐진다. 시든 나뭇잎들 깔린 길바닥은 아늑한 가을 느낌인데, 눈을 들면 온통 짙푸른 초록 천장이 하늘을 가리고 있다.

“동백나무가 많았는데, 관목들 우거지니까예 동백나무가 위로만 자람수다. 경허다간(그러다간) 죽어버리고.”(선흘1리 주민 고진기씨·55)

이 길에서 만나는 흥미로운 볼거리가 주민들이 먼물깍(멀리 있는 물웅덩이 끄트머리)으로 부르는 습지다. 선흘리도 목장이 있던 지역으로, 숲길을 따라 소와 말을 몰고 와 여기서 물을 먹였다고 한다. 선흘리 곶자왈은 평지에 형성된 상록활엽수림 중 가장 규모가 큰 곳으로, 이곳 습지는 지난해 람사르 습지로 지정됐다. 먼물깍 앞 안내소에 상주하는 해설사 강택중(35)씨는 “먼물깍은 샘물이 아닌, 빗물에 의해 만들어진 자연 못”이라고 말했다. 수련의 일종인 순채(환경부 지정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가 가득 들어차 한창 붉은 꽃대를 내밀고 있다. 물가엔 올방개·세모고랭이가 무성하게 자라 있다.

선흘리 곶자왈의 판근목

이 지역은 ‘제주4·3’의 아픔이 서린 곳이기도 하다. 이 일대 숲과 동굴·연못은 사건 당시 주민 은신처이자 희생지였다. 먼물깍 지나 이어지는 숲길은 곶자왈 탐방을 위해 조성한 산책로다. 숲길 반대편 입구까지 갔다 돌아 나오면 된다. 선흘초등학교 터에서 왕복 1시간20분가량.

숲길을 돌아 나오며 중년여성 두분(조천읍 교래리)을 만났다. 놀랍게도 일단 여기 한번 들르면, 숲길 세번 왕복이 기본이라고 했다. “요즘 해안 따라 걷는 올레길이 뜨지만, 우린 공기 맑고 걷기 좋은 곶자왈 숲길을 더 좋아한다”며 “대낮인데도 햇빛이 거의 들지 않아 덥지도 않고, 얼굴 탈 걱정도 없어 너무 좋다”고 했다.

이 밖에 1~2시간이면 둘러볼 수 있는 아름다운 곶자왈 숲으로 제주시 애월읍 납읍리 난대림 곶자왈(금산공원),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비자림 등이 있다.

“한번 들어가봐 꼬치가 쑥 들어가버려”

바다보다 시원하고 상큼한 해안 용천수

제주도 바닷가 마을이면 어디든 ‘산물’(담물)이 있다. 비 올 때 한라산 자락으로 스며든 뒤 땅속을 흐르다가 해안에서 솟는 용천수다. 주민들은 ‘산에서 온 물’ 또는 ‘살아 있는 물’이란 뜻으로 산물이라 부른다. 주민들이 대를 이어 먹을 물로 쓰고 빨래하고 목욕도 해온 생명수다.

산물이 솟는 산물통 옆엔 흔히, 산물의 시설을 확장하고 보수하는 데 기여한 분들의 공을 기리는 공덕비가 세워져 있다. 산물의 중요성을 드러내는 상징물이다.

공물·두머니물·장수물·두말치물…, 이름도 정겨운 산물들은 이제 수돗물 보급으로 용도를 잃어가고 있다. 훼손되고 사라져갈 위기에 놓인 곳도 많다. 일부 해수욕장 주변의 산물은 샤워시설로 요긴하게 쓰인다. 산물 탐방도 흥미로운 제주 여행의 한 테마가 될 수 있다.

예래동 논짓물 “옷 벗고 한번 들어가 봐. 꼬치가 쑥 들어갈 테니까.” 용천수가 얼마나 차가운지를 설명하는 서귀포 예래동 한 주민의 말씀이다.

서귀포시 예래동엔 산물을 막아 아예 아담한 물놀이시설을 만든 논짓물이 있다. 물이 차고 깨끗한데다 안전하게 물놀이를 할 수 있어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주로 찾아와 몸을 담근다. 물놀이시설 뒤쪽엔 남녀 목욕탕이 마련돼 있다. 족욕카페도 생겼다. 민물·바닷물을 섞어 데운 물에 발을 담그고 앉아 차를 마시며 창밖을 내다볼 수 있도록 했다. 주인은 “비 오는 날 손님이 많다”고 했다.

도두1동 오래물(사진) “아주 오래되고, 가물어도 끊어지지 않으니 오래물이지.” 도두1동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춘자(80)씨가 오래물 자랑을 늘어놓으셨다. “지금도 먹엄수다게. 사먹는 물보다 더 좋아마씸.” 물맛이 좋아 한라산 중산간지역 마을 주민들도 허벅으로 길어다 먹었다고 한다. 마을에선 10여년 전 용천수를 이용해 대형 목욕탕을 지었다. 여탕에서 빨래하던 한 주민은 “여름엔 차갑지만 겨울엔 미지근해 손이 시리지 않다”고 말했다. 이 마을에선 해마다 여름철 도두 오래물축제를 열어왔다. 요즘엔 한치축제와 함께 열린다.

이호테우해변 문수물 해수욕장 오른쪽 끝 바닷가에 울타리처럼 널찍하게 돌을 둘러싼 원담이 있다. 원담은 조수간만의 차를 이용해 고기를 잡는 제주도의 전통 어업 방식(독살·돌그물)이다. 원담 안 모래밭 쪽에 또 하나의 작은 돌담이 있는데 이것이 문수물로 불리는 산물통이다. 다시 이 담 안에 설치된 두개의 둥근 통 안에서 차가운 용천수가 솟는다.

삼양해변 큰물 삼양검은모래해변 오른쪽에 있는 수량 풍부한 용천수다. 대형 빨래터, 남녀 욕탕이 있다.

 

신선이 놀고 간 계곡에서 신선놀음을

 

3일째 계곡 숨겨진 바위경치 품은 계곡들…서귀포 일대 계곡은 물놀이로도 최고

제주관광협회가 뽑은 제주 숨은 비경 방선문계곡

 한라산 북쪽 자락 한천 중상류의 방선문 계곡

제주도에도 멋진 계곡이 있냐고 묻는 분들, 여전히 적지 않다. 한라산 빼곤 해수욕장만 있는 줄 아는 모양인데, 오해하시지들 마라. 계곡 많다. 제주 사람들도 계곡물에 발 담그고, 짜장면 시켜 먹고 통닭도 시켜 먹는다!

그렇다. 제주도에도 아주 멋진 바위골짜기가 있고, 들여다보기만 해도 가슴 서늘해지는 짙푸른 소도 있다. 사실 제주도의 계곡은 비 올 때 말고는 물이 말라 있는 건천이 많다. 이른바 ‘비와야 폭포’ ‘비와야 계곡’들이다. 하지만 한라산 남쪽 자락 서귀포 일대엔 특이하게, 사철 얼음처럼 차고 맑은 물이 흐르는 시냇물과 수려한 바위경치를 갖춘 골짜기가 적지 않다. 땅속에 스며 흐르던 물이 서귀포 해안지역 지하에 깔린 불투수층 암반을 만나 솟아 흐르기 때문이다. 바위경치가 아름다운 골짜기 몇곳을 둘러봤다. 어르신 아이 할 것 없이 편안하게 가벼운 산책 겸해 둘러볼 수 있는 곳들이다.

마른 암반 골짜기에 뚫린 거대한 바위문 방선문계곡 제주시 오등동. 제주도관광협회가 ‘제주의 숨은 비경’ 중 하나로 꼽은 곳이다. 제주시내로 흘러드는 한천 중상류 계곡의 바위경치다. 비 와야 물이 흐르는 마른 계곡이지만, 웅장한 바위들과 골짜기 전체가 암반인 계곡 풍경이 아름다워 보고 즐길 만하다. 한라산 북벽에서 발원한 탐라계곡(동탐라·서탐라계곡) 물길이 내려와 움푹 팬 바위골짜기를 이뤘다. 평상시엔 말라 있지만 폭우 땐 수량이 급격히 늘어 거센 물살을 이루며 골짜기를 메운다.

나무계단을 따라 잠시 골짜기로 내려서면, 거대한 바위 무리 우거진 바위골짜기가 모습을 드러낸다. 상류 쪽은 골짜기가 훤히 뚫린 모습이고, 하류 쪽은 골짜기 가득 거대한 바위들이 굴러내리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방선문(訪仙門)이란, 신선이 찾아온 곳이란 뜻이다. 골짜기 한쪽을 가로막은 거대한 바위 아래쪽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어 신비로운 느낌을 준다. 한라산 백록담에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할 때, 한라산 신선이 잠시 이 계곡으로 몸을 피해 찾아왔다거나, 효성이 지극한 나무꾼을 만나러 신선이 찾아왔다는 전설이 있다.

방문객들 반응은 두 갈래다. 골짜기는 멋진데 물이 없어 재미없다는 이들과, 물이 있든 없든 이 정도 웅장한 계곡이 제주도에도 있다는 게 기쁘다는 이들이다. 옛 선인들의 반응은 후자 쪽이었던 듯하다. 골짜기 바위들에 새긴 시들과 이름들이 즐비하다. 숱한 풍류객이 이곳을 다녀갔다는 뜻이다. 모두 50여개에 이르는 경치에 대한 느낌을 적은 글과 이름이 새겨져 있는데, 1600년대 초반부터 175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 새긴 것이 많다고 한다.

골짜기 주변엔 봄에 영산홍이 많이 피어나는데, 비 온 뒤 흐르고 고인 물에 꽃이 비친 모습을 선인들은 ‘영구춘화’라 하여 ‘영주10경’의 하나로 꼽았다.(영구는 신선이 사는 곳이란 뜻으로 방선문의 별칭, 영주는 제주도를 일컫는 별칭이다.)

냇물이 계곡을 휩쓰는 걸 제주 주민들은 ‘내친다’고 표현한다. 비가 쏟아져 ‘내칠’ 우려가 있을 땐 골짜기로 내려가지 않는 게 좋다. 제주교도소 지나면 방선문 입구가 나온다.

 

서귀포 돈내코의 원앙폭포와 푸른 소. 서귀포 베릿내 물길. 천제연폭포 하류다.

천연기념물 지정 안덕계곡
팔뚝만한 물고기 구경도

그윽한 숲길과 폭포, 서늘한 물웅덩이가 한자리에 돈내코 관광객이 가장 많이 찾고 또 좋아하는 서귀포 효돈천 하류의 골짜기다. ‘돈내코’란 멧돼지가 많이 내려오는 곳(돗드르)에 흐르는 냇물의 입구란 뜻이다. 상록수림 울창한 골짜기에 나무데크 산책로가 설치돼 있어 누구나 편하게 숲길과 계곡을 즐길 수 있다. 산책로 끝에 원앙폭포라 이름 붙은 한쌍의 폭포가 있고, 폭포 아래 시퍼런 소가 자리잡고 있다. 5분 정도면 폭포에 이르는 짤막한 숲길이지만, 탐방객들은 폭포 앞 바위에 앉아, 오랫동안 깊은 소를 내려다보며 물소리를 듣는 이들이 많다.

초입에 왼쪽 산책로를 따라 계곡으로 내려가면, 얕아진 깨끗한 냇물에 발을 담그고 쉴 수 있다. 나무에 ‘통닭 배달’ 팻말들이 걸린 길이다.

 

바위경치 좋고 물도 흐르는 골짜기 안덕계곡 울창한 숲길, 거대한 바위절벽, 그리고 꽤 풍부한 수량의 물길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안덕면 감산리 창고천의 골짜기(천연기념물)다. 양치류 등 300여종에 이르는 식물이 자라는 곳으로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다. 절벽 곳곳에서 선사시대인들의 주거지였던 동굴(그늘집터)을 볼 수 있다.

탐방로는 나무데크를 따라 내려가 계곡 바닥을 거쳐 골짜기를 따라 이어진다. 탐방로 주변엔 사스레피나무·감탕나무·참꽃나무·종가시나무 들이 울창하다. 나무데크 탐방로에서 물길을 내려다보니, 잉어로 여겨지는 팔뚝만한 물고기들 노니는 모습이 또렷이 보인다.

깎아지른 벼랑 따라 흐르는 냇물 중문 베릿내 하류 물길 베릿내는 천제연폭포를 거쳐 서귀포 중문 앞바다로 흘러드는 냇물 이름이다. ‘별이 내리는 내’라는 뜻이라고도 하고, 주변에 높은 벼랑(벼루·베리)이 있기 때문이라고도 하는데 후자가 더 본뜻에 가깝다. 성천(星川)이라고도 하는데, 이는 ‘베리’를 ‘별’로 생각해 한자로 잘못 표기한 것이다. 좌우간 천제2교 밑에 조성된 나무데크 탐방로 주변 경치가 아름다워 잠시 들러 쉴 만하다. 수풀 우거진 물길과, 깎아지른 벼랑을 함께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천제연폭포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이 사철 흐른다. 베릿내는 천연기념물인 무태장어 서식지이기도 하다.

천제2교 다리 밑은 그늘이 시원해, 여름이면 주민들이 간식을 준비하고 찾아와 쉬는 장소다. 냇물 하구엔 성천포구가 있다. 다리에서 밑으로 내려갈 수 있는 나무데크가 있다.

제주=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이제 알려진 곳은 싫다” 제주 비경 인기

 

제주시 제주공항 바로 뒤편 도두항 도두봉(해발 134m). 걸어서 10여분 남짓 도두봉 정상에 오른 한 무리의 관광객들이 하며 탄성을 자아낸다. 남쪽으로 한라산과 제주시내가 북쪽으로는 탁 트인 푸른 제주 바다가 한폭의 그림처럼 펼쳐진다. 바로 앞 제주공항에서는 활주로를 박차며 비행기가 하늘로 사뿐하게 날아 오른다.

 

부산에서 왔다는 관광객 김모(44)씨는 한라산과 제주시내를 한눈에서 조망할수 있는 곳이 있다기에 찾아왔는데 도두봉의 아름다운 한라산 제주시내 조망에 푹 빠졌다.”고 말했다.

 

동네 주민들의 산책공간이었던 도두봉은 요즘 숨겨진 아름다운 조망이 알려지면서 관광명소로 떠 올랐다.

 

  

에메랄드 빛 바닷길 산책로 한담. / 해안절벽 퇴적층과 낙조의 신비로운 엉알해안.

 

제주의 숨은 비경을 아시나요

 

용두암, 만장굴, 성산일출봉, 산방산 등 기존의 유명 관광지에 식상한 관광객들이 제주의 숨겨진 제주 비경을 찾아다니는 제주 속살 여행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에메랄드 빛 바닷길 산책로가 있는 제주시 애월읍 한담은 요즘 개별 관광객은 물론 단체 관광버스가 줄을 잇는다.

 

곽지 해수욕장으로 이어지는 2남짓 바닷길 산책로는 관광객들의 입소문을 타면서 제주 서부바다의 관광명소로 떠올랐다. 주민 이종렬(47)씨는 동네 주민들이 간간이 이용하는 바닷가 산책로가 아름답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갑자기 단체 관광버스가 찾아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삼나무 천국 한라산 중산간에 있는 절물자연휴양림 장생의 숲길에도 요즘 관광객들의 발길이 줄을 잇는다. 순수 흙길로 조성된 왕복 8.4사색과 치유의 공간인 장생의 숲길은 제주의 속살을 엿보려는 관광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다.

 

해안절벽 퇴적층과 신비로운 낙조가 만나는 고산 엉알해안은 제주의 아름다운 낙조와 함께 하루 여행을 마무리하는 곳으로 유명해졌다. 제주 동쪽 바다를 품은 함덕 서우봉과 분화구와 삼나무 숲의 조화가 아름다운 아부오름도 제주의 숨겨진 비경이다.

 

봉개동 절물오름 남쪽 비자림로에서 물찻 오름을 지나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사려니오름까지 이어지는 15사려니숲길도 숨겨진 비경을 찾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최경달 신라항공여행사 대표는 제주를 두 번 이상 방문하는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기존 유명관광지보다 호젓하고 아직 덜 알려진 곳을 선호하는 개별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시는 제주에서 색다른 곳을 찾는 관광객을 위한 숨겨진 비경 31곳을 선정,지도를 제작해 관광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제주 오름이 불탄다

 

제주는 1년에 한번 뜨겁게 달아 오른다. 정월대보름날 오름(기생화산) 하나를 불태우는 풍광은 겨울 제주 관광의 백미로 손꼽힌다.

 

한라산 중산간에 소와 말을 방목하기위해 겨울에 불을 놓았던 방애라는 제주의 옛 목축문화를 현대적 감각으로 되살린 2010정월대보름들불축제가 26일부터 28일까지 애월읍 봉성리 새별오름(해발 519m)에서 열린다. 올해도 오름이 불타는 장관을 보기위해 정월대보름날을 전후해 제주행 항공기는 이미 예약이 끝난 상태다.

 

오름 불놓기, 달집태우기, 횃불대행진 등이 펼쳐지면서 제주섬을 온통 벌겋게 물들이게 된다. 오름불놀기 등은 인터넷으로 전국의 안방에도 생중계될 예정이며 관광객 등 30여만명이 불타는 오름의 유혹에 빠질것으로 보인다.

 

김형진 제주시 관광진흥과장은 불타는 오름은 전국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겨울 제주만의 비경이라며 축제에 참가해 올 한해 궂은 액을 다 태워버리고 큰 복을 받아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 황경근기자 kkhwa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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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제주도 '핫 플레이스', 제주 가실 분 참고하세요~~~

 

 

 

 

홍대 옆 제주? 제주와 문화적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다


홍대 옆 제주라고 할만큼, 제주에 '핫 플레이스'가 많아지고 있다. 한 집 한 집 들어서더니, 어느덧 군락을 형성하고 있고, 앞으로 라인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홍대 앞 정서를 그대로 옮겨 온 듯한 '쫄깃쎈타'와 같은 곳이 한 둘이 아니다. 

제주올레가 놓인 후 사람들이 바람처럼 제주도를 드나들었다. 관광객이 아니라 순례자처럼 제주도 곳곳을 누비며 꼼꼼히 살폈다. 걸어서, 혹은 자전거를 타고, 때로는 스쿠터를 타고, 아니면 자동차를 타고…. 그렇게 바람처럼 제주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던 사람들이 돌하르방처럼 눌러앉았다. 

이제 제주의 관건은 타이 방콕의 카오산로드처럼 여행자와 이주자로 구성된 문화 중심가가 형성되느냐 여부다. 제주 문화 이주자들은 이런 문화 중심가의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세 군데를 꼽았다. 이 세군데를 중심으로 제주의 문화중심지역을 살펴보려고 한다. 

한 곳은 쫄깃쎈타가 있는 협재해수욕장 근처이다. 쫄깃쎈타가 들어선 이후 벌써 골목 이곳저곳에서 공사가 시작되었다. 바다가 예쁘고 앞에 비양도가 있는 데다 쫄깃쎈타가 서울 홍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주고 있어서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비양도 앞바다 특징이 얕고 색깔이 이뻐서 '보는 해수욕장'이라 사시사철 관광객들이 몰리는 것도 이점이다. 

다른 한 곳은 서귀포 이중섭거리다. ‘메이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미류나무 카페’ 등 여러 카페가 자리를 잡은 이곳은 서귀포시에서도 공을 들이는 곳으로, 주말마다 ‘서귀포 예술시장’이 열리는 등 지역 문화인이 함께 거리를 만들고 있다. 올레 6코스와 서귀포 매일올레시장 사이에 위치해 목도 좋은 편이다. 문화 이주자들이 계속 들어서고 있어서 앞으로 더욱 활성화되리라 보인다.

마지막 한 곳은 동쪽의 성산읍 삼달리다. 김영갑갤러리 근처에 위치한 이곳 또한 문화 이주자가 많다. 제주에 근무하는 ‘다음’ 직원들은 이곳을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꼽았다. 삼달리에 정착한 사람 중에 고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곳 중 한 곳, 혹은 이곳 모두가 카오산로드처럼 여행자들의 쉼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자 그럼 시계 반대방향으로 한 번 제주의 '핫 플레이스'를 둘러보자시죠~
 

# 바람카페 - 이담 

국내외 문화 이주자들이 하나둘 둥지를 틀면서 제주는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다. 10년째 제주에 이주해 살면서 사설 여행안내 센터도 운영할 만큼 제주 문화 이주자들의 소식통 구실을 하는 바람 카페 이담씨는 “최근에는 고수들이 많이 들어온다. 이미 내공을 충분히 갖춘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이씨는 또 “여행을 많이 해본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여행을 하다 보면 결국 다시 제주도에 오게 된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지겹지 않기 때문이란다. 이제는 외지 사람들이 많이 내려오면서 외로울 일도 없다. 커뮤니티가 더 확장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를 천천히 오래 보고 오실 분이라면... 바람카페에 가서 꼭 이담님을 만나고 오세요. 
말걸기 머쓱하면... 독설님 소개로 왔다고 하세요. 우리가 몰랐던 제주를 보고 오실 수 있습니다.)

 

 

 

 

 

 

 

 

 

# 쫄깃쎈타 - 메가쇼킹

쫄깃쎈타는 홍대 문화가 익숙한 도시 젊은이들에게 제주도로 통하는 관문 구실을 하는 곳이 되었다. 많은 도시 젊은이들은 올레길을 비롯해 젊은 사람들 코드에 맞는 제주 관련 정보를 이곳에서 얻곤 한다. 20대 중·후반에서 30대 초·중반이 주로 쫄깃센타를 찾는다. 모여드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가 영락없이 ‘홍대 옆 제주’다.

이미 선망의 공간이 된 쫄깃쎈타는 무급 자원봉사자 모집에도 경쟁률이 치열하다. 최근 합류한 ‘쫄패(쫄깃 패밀리의 약칭)’ 오은선씨(30)는 의대를 나와 전문의가 되기 위한 모든 과정을 마치고도 돈벌이를 시작하지 않고 쫄깃쎈타를 찾았다. 그녀는 “쫄깃쎈타에 두 달 동안 무료로 봉사하려고 왔다니까 택시 기사분이 ‘뭔가 이용당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도망치고 싶을 때 연락하면 도와주겠다’고 했다”라며 웃었다.

쫄깃쎈타를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고 제주도 상륙작전을 마친 만화가 메가쑈킹은 내년엔 다양한 문화 프로젝트를 시도할 계획이다. 강정마을과 홍대 앞을 연결해 콘서트를 열었던 부스뮤직 부세현 대표와 함께 내년에 록 페스티벌을 열기로 했다. 이 행사를 기점으로 많은 인디 밴드가 제주도를 다녀가면서 ‘홍대 앞’과의 거리도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 아일랜드게스트하우스 - 아일링 

문화 이주자가 늘면서 제주도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 또 한 가지는 외국인 방문자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지난달 타이 방콕을 여행하던 중에 기자가 카오산로드에서 만난 말레이시아인 아일링 씨도 제주도에서 ‘아일랜드’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있었다. 추사 김정희의 유배지인 대정마을에 그가 연 게스트하우스는 특히 여성들이 좋아한다.

이처럼 제주에는 최근 외국인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가 많아졌다. 외국인 장기 거주자도 꽤 있다. 러시아인 니카 차이코프스카야 씨는 협재해수욕장 근처에 숙소를 정하고 장기 투숙을 하며 제주 안내서를 쓰고 있었다. 그녀는 “동네마다 한 달씩 지내보고 제주를 안내하는 책을 일러스트를 중심으로 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아일링은 여행의 프로입니다. 두 달 일하고 한 달 노는 것을 꾸준히 실천하고 있습니다. 
여자분들끼리 가는 여행이라면 이 게스트하우스 정말 강추입니다!!!) 

 

 

 

 

 

 

 

# 레이지박스 - 하민주 

게스트하우스와 함께 제주 문화 이주자들이 많이 시작하는 일 중 하나가 바로 카페를 여는 것이다. 이들의 감각과 제주도의 자연경관이 결합하면서 독특한 카페들이 생겨나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다 남편과 제주도에 내려온 하민주씨는 서귀포시 안덕면 산방산 아래에 ‘레이지박스’ 카페와 게스트하우스를 함께 열었다. 영국 런던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후배가 디자인하고 서울에 있는 친구가 제작해주었다는 소품들은 이 카페에 들어서는 순간 홍대 카페에 온 게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게 한다. 창밖으로는 서귀포 특유의 환상적인 해안 절경이 펼쳐지는데 말이다.

(레이지박스난 산방산 밑에 있습니다. 밑으로는 바다가 보이고...
그 바다와 사이에 조금 엽기적인 모양의 하멜전시관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 양지바른 곳입니다. 산방산 가시는 길에 꼭 들러보세요. 찾기도 쉬워요. 휴게실에 있습니다.)

 

 


# 물고기카페 - 장선우 

티벳풍경이 있는 서귀포 대평포구 일대에는 이런 게스트하우스가 4곳이나 들어서 있었다. 장선우 감독의 ‘물고기 카페’ 등 카페도 두 곳이 들어섰다. 도심 번화가도 아니고 시골 마을에 이렇게 많은 문화 시설이 들어선다는 것이 이제 제주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그리고 이 거점들을 중심으로 수많은 문화 이주자가 제주도에 닻을 내리기 위해 두리번거리고 있다.

(대평포구 지역 자체가 매력적이더군요. 박수기정이라는 그 절벽도 이채롭고...
제주에 집을 산다면... 여기가 가장 땡기는 곳이더군요. 아 그립다...) 

 

 

# 티벳풍경 - 박승철/이영화  

문화 이주자들이 즐겨 찾는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간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 ‘티벳풍경’은 아주 한가했다. 원조 배낭여행족 박승철씨(53)가 아내 이영화씨(49)와 올봄에 개장했다. 여행 경력 25년으로 <론리 플래닛> 여행서 제작에도 참여했을 만큼 베테랑 여행자인 박씨는 원래 아내와 티베트 라싸에 게스트하우스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나 티베트 사태 때문에 만들지 못하고 그 꿈을 제주에 풀었다. 가구 하나하나 주인이 직접 만든 티벳풍경은 인테리어 회사가 깔끔하게 만든 일반 게스트하우스에 비해 세련미는 떨어지지만 정감이 갔다.

스스로 표방하지는 않았지만 티벳풍경은 일종의 ‘치유형 게스트하우스’라 할 만했다. 영혼의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몰려들어 서로를 보듬고 있었다. 11월8일, 티벳풍경을 방문했을 때 30대 초·중반 남녀 4명이 한가롭고 평화롭게 쉬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말을 섞어보았다. 그들은 대부분 손님이 아니었다. 이곳에 장기 투숙하다가 근처에 연세를 얻어 살고 있다고 했다. 그들 대부분은 치유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고 한다. 마루에 누워 있던 조성진씨(34)는 “8년 동안 한 번도 휴가라는 것 없이 바쁘게 살았다. 그러다 제주도에 여행을 왔다가 문득 고향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을 줄 수 있는 나만의 고향을 만들기 위해 여기 있다”라고 말했다.

건너편 그네에 앉아 있던 이승철씨(35)는 “가만히 있어도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아팠다. 우울증에 시달렸다. 이곳에 여행을 와서 4일 만에 통증이 사라졌다. 사는 것이 먼저고 일은 나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동안 바보처럼 멍하니 살고 싶었는데 어쩌다 보니 카페를 맡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도시에서 수해방지 사업체에서 일했다고 했다.

이들 옆에서 부지런히 손뜨개질을 하던 여성(트위터 아이디 @lupinchoi35)은 좀 더 적극적인 제주 이주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투자사에서 일하던 그녀는 지난 8월 서울 살림을 모두 정리하고 제주도에 내려왔다. 베이커리 카페를 열 계획이다. 하지만 급할 것은 없다. 일단 충분히 쉴 생각이다. 그녀가 뜬 털모자를 2만원에 구입했다.

조금 있으니 남성 두 명이 국수 다발 하나를 들고 왔다. 수연씨와 성흠씨였다. 그들 역시 티벳풍경에 장기 투숙하다가 근처에 연세를 얻어 나가서 사는 제주 이민자였다. 무도 뽑고 귤도 따면서 소소한 돈벌이를 한다고 했다. 이날은 단란주점 페인트칠을 하고 오는 길이었다. 이들이 끓여준 국수와 옆집 아주머니가 가져온 묵은 김치로 저녁을 함께 먹었다.

(이곳 티벳풍경 출신 백수 백조들이... 앞으로 제주의 문화를 일굴 것입니다. 기대가 큽니다.)


# 강정마을 - 김세리 

문화 이주자들은 제주에서 벌어지는 현안에도 적극 결합한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반대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김세리씨는 이들이 반대운동의 한 축을 이룬다고 설명했다. 그는 “화가 이승민·현경 부부와 이혜진씨, 가수 조약골, 배우 방은미씨 등이 다양한 예술적 재능을 보태면서 투쟁이 더욱 재밌어졌다”라고 말했다. 강정마을을 자주 찾는 여균동 감독은 “마을 주민들이 이런 문화·예술가들을 접하면서 최고의 문 화 생활을 하고 있다. 60~70대 노인들이 인디 밴드 공연을 들으며 즐거워하시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강정마을에 투쟁하러만 가시지 마시고... 새롭게 돋아난 문화의 속살을 보고 오세요. 
제주에 내려간 문화이주자들이 문화예술 역량을 꽃 피운 곳이 바로 강정마을입니다.
문화란 때로 삶의 무기가 됩니다. 함께 느끼고 오세요~~~)

 

 

#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 - 이중섭거리 

 


제주도를 문화적인 섬으로 바꾸고 싶어하던 제주도 문화인들도 이들을 돕는 든든한 우군이다. 이중섭거리에서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라는 여행자 카페를 운영하는 임유경씨는 “초기에 카페가 안착할 때 제주도 문화·예술인들이 큰 도움을 주었다. LP판을 들을 수 있는 카페가 그리웠다며 꼭 성공해야 한다고 인맥을 동원해 손님들을 데리고 와주었다”라고 말했다.

제주MBC에서 문화 프로그램을 20년 넘게 제작한 안현미 작가는 이런 문화 이주자들의 등장이 제주 토박이 문화인에게도 자극이 되었다고 말한다. 양자가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조금만 긴장의 고삐를 늦추면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할 만큼’ 제주 문화가 역동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사진에서도 임유경님 포스가 느껴지시죠? 제주도, 특히 서귀포 문화계에서 안방마님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이곳에서 서귀포의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젝트가 기획되고 있습니다. 서귀포 가면 꼭 들러보세요~~~)

 

 

# 제주올레 사무국 - 서명숙 

제주 문화이주자들이 둥지를 튼 가장 흔한 형태는 게스트하우스와 카페였다. 제주올레라는 혈관을 통해 사람들의 발걸음이 제주 구석구석에 닿으면서 굳이 유명 관광지나 풍광 좋은 곳이 아니더라도 게스트하우스를 열 수 있게 되었다. 우후죽순으로 제주도에 들어서던 펜션의 유행이 끝나고 이제 게스트하우스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는데, 그 흐름을 ‘문화 이주자’들이 주도하고 있었다.


제주올레는 제주에 내려온 문화이주자들의 역량을 ‘올레축제’(11월9~12일)에 끌어들였다. 지난해 제주에 정착해 카페를 운영 중인 시인 손세실리아 씨가 올레축제에서 시 낭송 공연을 하는가 하면, 화가인 남편과 더불어 제주에 온 김예중씨는 제주올레 마스코트인 ‘간세 인형’을 디자인해주기도 했다.
 

(사실 제주올레 사무국에 내려와 있는 분들 중에 문화이주자가 많습니다. 
그런데 다른 일에는 무척 친절한 이들도... 자신의 이야기엔 인색하더군요. 
그래서 이분들 이야기는 다음 번 숙제로 미뤘습니다.)

 

 

 

 

 


# 삼달리 - 김영갑갤러리 

(이곳은 제가 아직 답사를 가보지 못한 곳입니다. 조만간 가보고 보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아일랜드조르바 카페 - 바비야/디야나 

도시에서 쓰던 이름을 버리고 ‘디야나’와 ‘바비야’라는 이름으로 제주에서 사는 두 여성은 구좌읍에 ‘아일랜드 조르바’라는 카페를 열었다. 젊은 여성들이 카페를 한다니까 다방을 여는 것으로 오해받아 처음에는 지역 주민들에게 배척당하기도 했다. 소통의 끈을 이어준 것은 마을 아이들이었다. 디야나 씨는 “카페에 찾아오는 아이들에게 아이스초코를 나눠주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들이 선물을 주고 갔다. 공짜는 싫었는지 쑥부쟁이로 만든 꽃다발을 주고 가더라. 그 뒤로 아이들과 마음이 통했다”라고 말했다.

(아일랜드조르바는 원래 구좌읍 월정리에 있었는데...
세 분 중 두 분이 나오셔서 이곳 평대리에 새로 열었습니다. 
정식 카페는 아니고... 하도 찾아오는 사람이 많아서 임시로 열었습니다.

아일랜드조르바 카페에는 '기적의 책꽂이' 책을 기증하려고 합니다. 쑥부쟁이 꽃다발을 주고간 아이들을 위해...
편부 편모 혹은 조손 가족이 많아 아이들이 방치되고 있다고 합니다. 디야나와 바비야가 이들과 놀아주고 있는데... 책이 있으면 훨씬 이야기꺼리가 많아질 것 같아서요...)

 

 

# 함피디네 돌집 

 


 

태풍이나 폭우 등 자연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제주도는 금기가 많은 곳이다. 그런 금기에서 빚어진 오해 때문에 외지인이 배척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 때문에 같은 문화 이민자라고 해도 부부가 함께 내려오는 경우 주민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다. 마을에 복덩이가 굴러 들어왔다는 생각에서다. 서울에서 PD 생활을 하다 제주도에 ‘함피디네 돌집’이라는 게스트하우스를 연 함주현(35)·최정은(31)씨 부부는 “관광지가 아니라서 젊은 사람을 보기 힘들다. 젊은 부부가 제주까지 왔는데 잘되어야 한다며 많이들 도와주신다”라고 말했다.

(함피디네 돌집은 제주도 전통 돌집을 개조한 게스트하우스입니다. 돌집을 맵시있게 개조했고 내부는 무척 깔끔합니다. 
오붓한 분위기를 느끼고 올 수 있는 곳입니다. 아일랜드조르바 카페도 가까워서 걸어서 다녀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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