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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대한민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

by Wood-Stock 2010. 11. 19.

우리나라에서 가장 걷기 좋은 길

 

◆ 강원도 길

금강산 찾아 옛길 따라 걷는 두타연 길

 

두타연은 1천 년 전에 두타사라는 절이 있었다는 데서 연유한 이름으로, 휴전 후 민간인 출입이 금지됐다가 2006년 6월에 개방된 한국 계곡의 마지막 보루다. 두타연으로 입성하기 위한 마지막 관문인 이목정 초소에 다다르면 '최전방 민통선'이라는 표지판이 나온다. 이것만 보더라도 쉽게 들어가기 어려운 길임을 눈치 챌 수 있다.

두타연에 들어서면 휴대전화는 불통이 되는데, 긴급한 상황을 대비해 공중전화 두 대가 설치되어 있다. 온전히 자연 그대로의 환경 속에 무방비 상태로 흡수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개방된 탐방로 이외의 지역에는 출입할 수 없다.

두타연 표지판에서 오른쪽 길은 계곡을 따라 만든 생태탐방로이고, 왼쪽은 동면취수장으로 가는 길이다. 보통 걷기 코스로 선택하는 길은 4㎞ 구간인 동면취수장 가는 길이다. 함께 출발한 일행 외에는 누구도 만날 수 없어 길을 걷는 내내 적적할 수도 있고 사색하기에 제격일 수도 있다. 동면취수장 뒤편으로는 더 이상 출입이 불가능한데, 이곳만 지나면 30㎞ 근방에 내금강이 있다. 동면취수장까지의 코스가 부담스럽다면 생태 탐방 코스인 1.2㎞ 구간도 추천할 만하다.

* 코스 : 관광안내소-차량 이동-두타연 주차장-동면취수장- 두타연-두타연 생태탐방로(총 33㎞ / 약 3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시원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광치막국수(033-481-4095), 갖은 양념에 재워 숯불에 구워먹는 맛이 제격인 석장골 오골계숯불구이(033-482-0801)

* 교통 : 상봉터미널에서 양구행 버스가 1일 6회, 동서울터미널에서는 1일 13회 운행한다.

※ 두타연에 가려면 출입을 원하는 날짜 3일 전에 팩스나 전화로 신청해야 한다. 양구군청 경제관광과 033-480-2251

 


걷기 여행 고수들이 강추하는 대관령 옛길

대관령 옛길은 가장 아름다운 도보 여행 길로 꼽히는 코스로 이 길의 역사는 수백 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신사임당이 아들 이율곡의 손을 잡고 한양으로 가던 길이기도 하고, 영동과 영서를 이어주는 길이기도 하며, 해산물은 올라가고 산나물은 내려가던 길이기도 하다.

대관령 옛길의 백미는 국사성황사에서 반정과 주막 거리를 거쳐 대관령박물관에 이르는 약 7.9㎞ 구간이다. 국사성황사에서 반정으로 내려가는 길은 경사가 그리 급하지는 않지만 길이 구불구불 이어져 마치 발에 모터를 달고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느낌이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명쾌하게 걷다 보면 김시습과 한원진의 시비를 만나게 된다. 반정에서 주막까지의 구간은 약 3㎞. 길이 조금씩 넓어지고 경사도 완만해지며 시원스러운 계곡물도 만나게 된다. 주막에서 대관령박물관까지는 약 3.1㎞ 구간이다. 주막에서 얼마간 내려가면 정겨운 흙길이 끝나고 강릉국유림관리사무소가 나오는데, 이후 대관령박물관까지는 시멘트 포장길이 기다리고 있다.

* 코스 : 옛 대관령휴게소-국사성황사- 반정-주막-대관령박물관(총 9.2㎞ / 약 3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오삼불고기로 유명한 납작식당(033-335-5477), 곤드레돌솥밥과 오삼불고기를 먹을 수 있는 고향이야기(033-335-5430), 황태 요리가 으뜸인 황태회관(033-335-5795)

* 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횡계행 버스가 1일 24회 운행된다. 횡계에서 옛 대관령휴게소로 가는 대중교통은 없어 보통 택시를 이용한다. 강릉 시내에서는 503번 버스를 타고 대관령박물관에서 내려 대관령 옛길로 오르면 된다.

 


꼭꼭 숨어 있는 병지방계곡 길

 

강원도 횡성군 갑천면 병지방리의 병지방계곡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데다, 강자갈을 적시며 흐르는 물소리와 숲을 옮겨가며 우는 새소리 등 화려하진 않아도 은근하게 정감이 가는 도보 여행 코스다. 아는 사람들만 찾아갈 수 있다는 계곡이라 단풍 물든 가을에 도보 여행 코스로 잡으면 호젓한 분위기에서 느림의 미학을 맘껏 즐길 수 있다.

횡성읍에서 갑천을 따라 오르면 대관대천이라는 시원한 계곡이 먼저 눈과 귀를 즐겁게 한다. 횡성댐 입구를 지나 3㎞ 정도 걷다 보면 왼편으로 병지방계곡과 어답산으로 들어가는 작은 길을 만나게 된다. 바로 여기서부터 걷기 여행이 시작되는 셈. 계곡 입구에서 5.1㎞ 지점에 어답산관광지가 조성되어 있는데, 특히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과 청정계곡이 한 폭의 수채화 같은 멋진 풍경을 선사한다. 이곳을 지나 병지방2리에서 병지방1리로 들어서면 계곡이 점점 깊어지기 시작한다. 횡성청소년수련원을 지나면 산길을 따라 걷기 여행을 이어가면 된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기암의 풍경에 잠시도 눈을 뗄 수 없다.

* 코스 : 병지방계곡 입구-어답산관광지-병지방2리-횡성청소년수련원- 병지방1리(총 9.1㎞ / 약 2시간 20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횡성은 한우가 유명한 지역. 고기 맛이 좋기로 소문난 집은 읍내에서 갑천면 방향에 있는 함밭식당(033-343-2549), 읍내 우가(033-342-7661), 평창 방향 안흥면에 있는 횡성의 명물 안흥찐빵 마을.

* 교통 : 병지방계곡은 대중교통으로는 접근이 거의 불가능하다. 횡성에서 갑천행 버스를 타고 갑천면 소재지에서 내린 뒤 택시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것이 낫다.

 


◆ 경상도 길

파도 소리 벗 삼아 즐기는 낭만의 걷기 여행, 지심도 길


거제시 장승포항 앞바다에 떠 있는 지심도의 절경은 굳이 언급하지 않아도 원시적인 자연미가 그대로 보존된 명소임을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다만 거리가 멀어 쉽게 걸음을 재촉하지 못한 곳인데, 11월에 KTX 2단계 개통이 완료되고 12월에 거제시와 부산 가덕도를 연결하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서울에서 거제로 가는 길이 한결 수월해진다. 아름다운 지심도 길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지심도는 걷기 여행을 하기에 길이 좋은 편이다. 일주도로의 총길이는 약 3.5㎞인데 자동차 도로가 없다는 게 더욱 반길 만하다. 두세 사람이 함께 걸으면 꽉 차는 오솔길이 섬 구석구석까지 이어져 세상과 동떨어진 미지의 숲 속에 와 있는 듯한 색다른 느낌을 준다. 동백 숲으로 이뤄진 이 오솔길을 따라 2시간 정도 걸어가면 지심도의 이곳저곳을 모두 둘러볼 수 있을 정도다. 오솔길에서 내려다보이는 푸르른 바다는 발걸음을 더욱 가볍게 만드는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하다.

* 코스 : 지심도 선착장-동백하우스-국방과학연구소 앞-활주로- 대나무 숲 삼거리-해안선 전망대-대나무 숲 삼거리-동백하우스- 지심도 선착장(총 3.5㎞ / 약 2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해물뚝배기 맛이 기막힌 항만식당(055-682-3416), 멍게비빔밥으로 유명한 백만석(055-637-6660), 굴 요리의 진수 거제도 굴구이(055-632-9272)

* 교통 : 서울남부터미널에서 거제도행 고속버스와 직행버스가 1일 35회 운행된다.

 


1억 4천만 년의 숨결이 가득한 우포늪 제방 길

우포늪은 1억 4천만 년 전, 낙동강 지류인 토평천 유역에 한반도가 생성될 시기에 만들어진 국내 최대 자연 늪지다. 우포늪 제방 길은 사철 걷기에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자랑하지만, 특히 가을의 청량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최고 중의 최고다. 이른 아침에 피어오르는 물안개, 석양의 하늘, 갈대숲이 내는 휘파람 소리 등이 걷기 여행을 즐겁게 만드는 일등공신이 되어주기 때문. 더욱이 인공미가 전혀 가미되지 않은 생태 환경을 관찰하며 걷는 즐거움까지 더해져 여행의 행복을 배로 느낄 수 있다.

우포늪의 걷기 코스는 크게 5개로 나뉘어 있다. 습지마다 다른 모습을 볼 수 있도록 세분되어 있다는 얘기다. 그중 가장 인기가 좋은 2코스는 걷기에 완만하고 광활한 우포늪의 생태 환경을 가까이서 관찰할 수 있어 최적의 걷기 코스로 꼽힌다. 본격적인 걷기에 앞서 생태관에 들러 습지에 서식하는 동식물과 습지에 대해 알아보길 권한다. 생태관에서 나와 탐방로를 따라 내려가면 이탈리아 포플러 군락을 만나게 된다. 바로 이곳에서 두 갈래 길로 나뉘는데 우측은 대대제방, 좌측은 전망대로 향하는 길이다.

전망대로 향하면 광활한 우포늪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설치된 망원경을 통해 습지에 서식하는 각종 동식물들을 가까이서 만날 수 있고, 대대제방 길로 빠지면 아름다운 우포늪의 노을을 감상하기에 제격인 곳곳의 포인트과 마주하게 된다. 우포늪을 걷기 여행의 목적지로 선택했다면 덤으로 들러야 할 곳이 있다. '산토끼' 노래비가 세워진 이방초등학교 교정이다. 우포늪에서 약 10분 거리(버스)인 이방초등학교는 고 이일래 선생이 작곡한 국민 애창곡 '산토끼'의 배경이 된 곳이다.

* 코스 : 우포늪 생태관-이탈리아 포플러-우포늪 전망대-우포늪 대대제방-토평천-사지포제방 배수장-주매마을 입구(총 4.14㎞ / 약 1시간 30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우포 논고동 국과 우포 논고동 무침으로 유명한 우포랑 따오기랑(055-532-4968), 모둠 순대, 왕순대, 순대전골이 유명해 번호표를 받고 기다려야 맛볼 수 있는 진짜순대집(055-550-1699)

* 교통 : 서울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창녕시외버스터미널로 간다. 영신버스터미널로 이동(도보 3분 거리)해 유어 또는 적교 방면 버스를 타고 회룡에서 하차한다. 세진리 주차장까지 걸어서 30분 소요.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 따라 만나는 정겨운 시골 인심, 지리산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은 지리산의 둘레를 환형으로 연결하는 장거리 도보 코스로 전북·전남·경남 3개 도, 남원·구례·하동·산청·함양 5개 시군과 16개 읍면 80여 개 마을에 걸쳐 있다. 총길이가 무려 300㎞에 달하는 주천면에서 수철마을까지 이어진다.

지리산 둘레길은 총 5개 코스로 나뉘어 있다. 주천면에서 시작해 운봉읍에 이르는 1코스 구간은 약 17㎞로 6시간, 운봉읍에서 인월면을 연결하는 2코스는 9.4㎞로 4시간, 인월면과 금계마을로 연결되는 3코스는 19㎞로 무려 8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금계마을과 동강마을을 연결하는 4코스는 15㎞ 구간으로 6시간, 동강마을과 수철마을을 잇는 5코스는 12㎞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지리산 길의 함양 구간은 금계마을과 의탄교를 사이에 둔 의중마을에서 시작된다. 대숲 사이를 지나 서암정사를 가로지르면 바로 벽송사로 이어지는데, 이 벽송사 뒷길에서 송대마을로 연결되는 조용한 숲길은 울창한 나무의 정기를 받기에 제격이다. 하지만 이용객들의 무분별한 농작물 채취 등으로 송대마을 입구 통행은 금지되어 있다. 결국 금계에서 벽송사까지 간 다음, 벽송사 입구 추성마을에서 함양군 내 버스나 도보로 용유교까지 이동해 송대마을 밑에 있는 고양터까지 올라가야 한다. 고양터에서 계속 올라가면 능선이 만들어내는 구불구불한 산길을 만나게 되고, 마을길이 끝나는 곳에선 또 다른 마을, 세동마을을 만나게 된다. 세동마을에서 길게 뻗은 농로를 따라 걷다 보면 운서마을에 이르게 되고, 여기서 구시락재를 넘어 동강마을에 이르는 길을 끝으로 가장 많이 찾는 지리산 길 함양 구간이 종료된다.

* 코스 : 금계마을-의중마을- 서암정사-벽송사-추성마을-용유교-고양터-세동마을-운서마을-동강마을(총 18.2㎞ / 약 5시간 50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비계가 적고 육질이 쫄깃한 마천 흙돼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월산식육식당(063-962-5025), 어탕과 어탕국수를 맛볼 수 있는 두꺼비집(063-636-2979)

* 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지리산으로 출발하는 함양여객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 경기도 길

역사 따라 걷는 남한산성 길

자연과 역사를 함께 느낄 수 있는 남한산성 성곽 길은 백제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국방의 보루로서 그 위용과 치욕의 역사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난공불락의 요새다. 경기도 광주시와 하남시, 성남시에 걸쳐 있는 남한산성 길은 유독 탐방객이 많은 길로도 유명한데, 수도권과 가깝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지만 주차장에서부터 성곽 길 탐방로가 연결되어 있어 걷기 코스로는 제격이기 때문이다.

남한산성은 크게 5개 코스로 나뉘는데 길게는 7.3㎞, 짧게는 2.9㎞로 개인이 원하는 코스의 길을 선택해 걸을 수 있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남문에서 수어장대를 거쳐 북문에 이르는 2.9㎞ 구간이다. 이 코스가 인기를 얻는 가장 큰 이유는 성벽 길옆으로 말끔하게 포장된 산책로가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산책로는 오르내림 길이 많지 않아 가족 단위 걷기 코스로 제격이다. 코스가 너무 짧게 느껴지거나 좀 더 오랜 시간 걷고자 한다면 수어장대를 거쳐 행궁 방면으로 걸어 내려오는 코스도 괜찮다.

* 코스 : 남문-수어장대-서문-북문-동장대터- 동문-남문(총 7.3㎞ / 약 4시간 30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1백 년 내력을 자랑하는 주먹두부가 유명한 오복순두부(031-746-3567), 손두부전골이 일품인 반월정(031-743-6562), 정갈한 산채정식으로 유명한 백제장(031-743-6551)

* 교통 : 지하철 8호선 산성역 2번 출구에서 9번 버스를 타면 남한산성 산행의 기준점이 되는 산성종로까지 쉽게 이동할 수 있다.

 


'연' 관련 역사와 문화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세미원과 두물머리 길

중앙선 양수역이 개통되면서 세미원과 두물머리 길로 가는 교통편이 더욱 편리해졌다. 양수역에서 세미원 정문까지는 도보로 10여 분 거리. 세미원의 정문이라 할 수 있는 불이문을 통과하면 한반도 모양의 연못으로 유명한 반도지가 가장 먼저 눈길을 끈다. 반도지를 가르는 징검다리를 건너면 푸른 풀밭으로 가꾼 정원이 나오는데, 이 정원이 바로 세미원의 중심인 연밭이다. 정원을 나와 계속해서 길을 걸으면 강변을 따라 투박하지만 정감이 느껴지는 디딤돌들이 줄지어 박혀 있어 디딤돌 위로 껑충껑충 뛰어오르며 길을 걷는 재미도 쏠쏠하다.

세미원을 나와 양수파출소 앞 다리를 건너면 두물머리로 갈 수 있다. 두물머리는 양수리(兩水里)의 우리말로 남한강과 북한강의 두 물줄기가 만난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두물머리 입구에 들어서면 맨 먼저 반기는 것이 위풍당당한 도당 할매 느티나무다. 높이 30m, 둘레 8m로 5백 년 가까이 묵은 이 느티나무는 두물머리의 이정표이기도 하다. 두물머리 주차장에서 느티나무로 이어지는 길 또한 고즈넉한 분위기를 연출해 운치 있는 산책로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 코스 : 양수역-세미원-두물머리 산책로-두물머리 느티나무(총 2.19㎞ / 약 2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연을 주원료인 칼국수와 연밥으로 유명한 두물머리 연칼국수(031-774-2938), 동치미국수가 별미인 승촌식당( 031-576-4070), 재래식으로 만든 두부가 유명한 기와집순두부(031-576-9009)

* 교통 : 중앙선 양수역에서 하차. 내리막길로 직진하면 길 끝에 양서문화체육공원 입구가 나오며, 체육공원을 마주 보고 좌회전하면 세미원 입구가 보인다.

 


산중에 묻혀 있는 우물 같은 호수, 산정호수 길

산정호수는 이미 널리 알려진 걷기 코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정호수 주변의 산책로를 걸을 때면 언제나 세상과 동떨어진, 깊은 울림소리까지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울창한 숲 속에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산정호수에서 호젓하게 걷기 여행을 하고 싶다면, 우선 놀이공원 주변에서 호숫가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호숫가로 길을 나서면 현대미를 느낄 수 있는 조각공원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 조각공원 끝자락부터 평온한 호반 산책로가 시작된다. 호수를 끼고 호반 산책로를 걸으면 길 끝머리에서 나무 데크를 만나게 되는데, 이곳은 호수 일대를 조망하기에 제격인 포인트다.

길을 따라 걷기를 마치면 다시 길을 되돌아 나와 산정호숫가로 가도 되고, 산정호수 입구에서 도로를 따라 내려와 78번 지방도를 끼고 우물목마을을 둘러보는 것도 권할 만하다. 우물목마을을 지나면 바로 평강식물원을 마주하게 되는데, 작은 인공 연못들과 1, 800여 평의 암석원, 이끼원 등 여러 볼거리가 조성되어 있어 지친 발걸음을 멈추고 잠시 쉬어가기에 좋은 곳이다.

* 코스 : 산정호수 입구-나무 데크-산정호수 입구-평강식물원(총 4.8㎞ / 약 2시간 20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오리고기 전문 산수야(031-532-6155), 식당 뒤편 텃밭에서 공수해 각종 쌈 재료가 신선한 고깃집 산정수로(031-532-5548)

* 교통 : 동서울터미널에서 동송, 신철원행 직행버스를 이용해 운천에서 하차 후 산정호수행 71번 버스를 타거나, 의정부역에서 1일 9회 운행하는 138-6번 버스를 타면 산정호수까지 쉽게 갈 수 있다.

 


◆ 충청도 길

손대지 않은 자연의 미, 대청호반 길


대청호반 길은 대청호수 인접지구인 동구와 대덕구 일원에 호반 길 11개 코스, 자전거도로 3개 코스가 조성되어 있다. 인위적인 시설물 설치는 가급적 자제했고, 안내판과 급경사지 목책계단, 전망대 등 자연을 벗 삼아 걷는 이들을 위해 최소한의 편의만 고려한 점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코스는 대덕구가 만든 제1코스, '금강 로하스 해피로드'다. 풍경이 아름다운 금강변을 따라 1.5㎞의 데크가 설치돼 있어 호젓하고 운치 있는 걷기 코스로 제격이다. 6코스는 추동취수탑 주변 갈대 습지와 국화향 생태공원 등이 조성되어 있으며, 호수와 가장 가깝게 난 길이라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나들이를 나온 가족들이 유독 많다.

* 코스 : 대청댐 잔디광장 주차장-금강변 산책로-물문회관- 대청호 산책로-현암사-휴게소(총 5.3㎞ / 약 2시간 30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대청호에서 잡은 자연산 참마주를 맛볼 수 있는 구룡식당(043-297-6754), 동자개와 메기로 깊은 맛을 낸 매운탕이 맛있는 집 선선매운탕(043-297-4320)

* 교통 : 경부선 열차를 타고 신탄진에서 하차한 뒤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대청댐에 갈 수 있다. 고속버스를 이용한다면 대전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린 뒤 신탄진을 거쳐 대청댐으로 가면 된다.

 


시원한 폭포 소리 들으며 경쾌하게 내딛는 발걸음, 속리산 길

속리산의 화양동계곡은 제1곡 경천벽에서부터 제9곡 파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세와 말로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운 비경을 감상할 수 있는 걷기 코스로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제9경 파천에 이르면 너럭바위와 크고 작은 바위들 사이사이로 시원스레 굽이치는 물줄기가 또 다른 비경을 만들어낸다. 남성적인 아름다움이 강한 화양동계곡을 거쳐 여성적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선유동계곡도 걷기에는 제격이다. 화양동계곡에서 선유동계곡으로 이동하려면 불가피하게 자동차를 이용해야 한다. 2㎞로 압축된 공간에 밀집된 선유동계곡은 걷기에 부담이 없고 산세도 험하지 않아 가족 단위 걷기 코스로 안성맞춤이다.

* 코스 : 화양동 입구-제1곡 경천벽-제2곡 운영담-제3곡 음궁암-제4곡 금사담-제5곡 첨성대-제6곡 능운대-제7곡 와룡암-제8곡 학소대-제9곡 파천-서유동 입구-선유동계곡(총 18㎞ / 약 5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풍성한 대추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대추골식당(043-544-1250), 싱싱한 향어회와 송어회를 즐길 수 있는 장재송 장어식당(043-543-4455)

* 교통 : 청주에서 청천행 직행버스와 화양행 직행버스가 운행한다. 또 청천에서 화양동으로 향하는 군버스도 있다. 택시를 이용할 경우 청천면 소재지에서 화양동계곡은 1만원 안팎, 선유도계곡은 2만원 안팎이다.

 


◆ 전라도 길

울창한 대나무 숲의 향연을 제대로 즐길 수 있는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들먹이는 이야기가 바로 영화 < 화려한 휴가 > 의 첫 장면에 등장한, 가슴속까지 상쾌하게 만드는 쭉 뻗은 가로수 길이다. 반짝이는 햇살이 대나무 숲 사이에서 잘게 쪼개져 반사되는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운 길, 그 길이 바로 담양의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담양읍에서 시작해 순창군을 잇는 24번 국도까지 연결되어 있어 구간만도 총 8.5㎞에 이르는데, 온전히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길은 1.8㎞ 정도로 이 길은 자동차 진입이 금지되어 있다.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을 걷기 코스로 선택했다면, 죽녹원을 시작점으로 잡는 게 일반적이다. 죽녹원은 2003년 5월에 조성한, 약 16만㎡의 울창한 대나무 숲이 펼쳐진 곳으로 사방에서 대나무 소리가 들리는 진기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죽림욕을 즐길 수 있는 구간은 총 2.2㎞로 운수대통길, 죽마고우길, 철학자의 길 등 8가지 테마로 길이 나뉘어 있다.

죽녹원에서 담양읍 방향으로 향교교를 건너면 관방제림이 시작된다. 수혜를 막기 위해 인공으로 조성한 관방제림을 지나면 학동 교차로가 나오고, 바로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이 시작된다. '2002년 아름다운 거리 숲' 대상, 2006년 건설교통부 선정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최우수상을 수상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완만한 평지로 이루어져 가벼운 마음으로 걷기에 제격이다.

* 코스 : 죽녹원-향교교-학동 교차로-금월 교차로(총 3.5㎞ / 약 1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떡갈비와 대통밥으로 유명한 향교죽녹원(061-381-9596), 죽림원(061-383-1292), 담양숯불갈비(061-382-1203)

* 교통 : 강남고속터미널에서 담양행 버스가 1일 2회 운행되며, 광주터미널에서 담양까지 가는 직행이나 일반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다도해의 진주, 거문도 길

원래 유명한 곳이지만 '1박 2일'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더욱 유명세를 타고 있는 거문도. 여수와 제주도 사이에 위치한 거문도는, 여수에서 배를 타고 남서쪽으로 2시간가량 가는 아름다운 섬이다. 남해 다도해의 최남단 섬인 거문고는 동도의 망향산을 비롯해 서도의 음달산, 수월산 등 비교적 경사가 급한 산지가 많은 편이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걷기 코스는 서도의 불탄봉 주변을 도는 구간. 불탄봉 산행은 거문항에서 삼호교를 건너 서도 덕촌마을회관에서부터 시작된다. 산길을 따라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불탄봉에 다다르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완만한 능선을 따라 가벼운 걸음으로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특히 이 길은 수백 년생 동백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서서 장관을 연출하는 숲길로도 유명하다.

전망대와 유림해수욕장 갈림길을 지나 계속해서 숲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왼편으로는 동백 숲, 오른편으로는 해안 절벽의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 바로 이 일대를 전라도 주민들은 '기와집몰랑'이라 부르는데, '몰랑'은 산마루라는 뜻의 전라도 방언이다. 섬 바깥 바다에서 둘러보면 형상이 흡사 기와지붕 같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기와집몰랑 위에 오르면 신선바위가 바로 보일 만큼 조망이 좋다. 바위지대를 지나면 다시금 울창한 동백 숲이 이어지는데 신선바위부터 보로봉 정상까지는 동백꽃 터널이고, 보로봉부터는 내리막길이 시작된다. 거문도 길의 백미는 누가 뭐래도 목넘어재다. 여기서부터 1㎞ 정도 걸으면 우리나라 최초의 등대, 거문도 등대를 만날 수 있다.

* 코스 : 덕촌마을회관-불탄봉-신선바위-보로봉-목넘어재-거문도 등대-목넘어재(총 7.3㎞ / 약 4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서대회, 갯장어 데침회 전문 음식점으로 알려진 구백식당(061-662-0900), 돌게로 만든 간장게장과 양념게장이 맛있는 원앙식당(061-664-5567), 해물 한정식 전문점인 파도소리(061-655-3057)

* 교통 : 용산역에서 여수행 기차를 타도 되고, 강남고속터미널에서 여수행 버스를 이용해도 된다. 여수역과 여수버스터미널에서 택시(2천원가량)를 타면 여객터미널까지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 서편제 > 촬영지로 유명한 슬로 시티, 청산도 길

청산도에서는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 자체가 반칙이다. 습관적으로 빨리빨리를 외치던 습성도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순간 느림의 미학으로 옷을 갈아입게 된다. 느릿느릿 걸을수록 행복을 배로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청산도이기 때문이다. 아시아 최초 슬로 시티로 지정된 청산도는 아름답고 수려한 자연, 투박하지만 정감 있게 쌓인 돌담, 옛 모습 그대로를 이어가는 다랭이논과 구들장논,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서편제'의 문화로 유명한 섬이다.

도청리 선착장에 도착하면 도보로 30분 거리인 당리마을에 다다르게 되는데 당리마을 언덕길에서 바라보는 청산도의 전경은 그야말로 풍경화가 따로 없다. 붉은 황톳길을 따라 펼쳐지는 아기자기한 마을의 풍경은 동화 속 신비한 마을에 온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당리마을 언덕길은 영화 < 서편제 > 와 드라마 < 봄의 왈츠 >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당리마을에서 읍리마을의 하마바를 지나면 청계리와 신풍리가 나온다. 이곳에선 널찍한 구들장논의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청산도 걷기 여행의 마지막 코스인 상서마을이 보이는데, 굽이치는 돌담길이 깊은 인상을 남긴다.

* 코스 : 도청리 선착장- < 서편제 > 와 < 봄의 왈츠 > 촬영지-하마비-양지마을- 신홍해수욕장-동촌마을 상서마을(총 8.4㎞ / 약 4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생선회와 전복죽이 맛있는 청산도식당(061-552-8600), 등대식당(061-552-8521), 생선회와 불고기백반으로 유명한 보적산장(061-555-5210)

* 교통 : 강남터미널에서 완도행 버스를 타고 가, 완도여객터미널에서 청산도행 배를 타면 된다. 청산도행 배는 1일 4회 운항한다.

 


전통과 모던이 공존하는 전주 한옥마을 길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모신 경기전을 중심으로 6백50여 채의 한옥이 모여 있는, 고풍스러우면서도 모던한 전주 한옥마을 길. 이 길은 드라마 < 용의 눈물 > 과 < 명성황후 > 의 촬영지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전도연과 박신양이 주연을 맡은 영화 < 약속 > 의 결혼식 장면에 등장한 전동성당 또한 걷기 여행 중 둘러볼 만한 곳으로 꼽힌다.

전주 한옥마을 길이 더욱 정겹게 느껴지는 것은, 지금까지 주민들이 살고 있어 사람 사는 냄새와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민속마을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끈끈한 정이 느껴져 한옥마을을 둘러보는 동안 따듯해진 마음이 오랫동안 지속된다.

전주 전통술박물관에서는 전통주 제작 과정을 볼 수 있고, 전주 최씨 종갓집의 6백 년 된 은행나무도 볼 수 있다. 태조로를 따라 걸으면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다 한옥마을이 한눈에 들어오면서 오목대에 다다르게 된다. 고려 우왕 때 이성계가 황산전투에서 왜구를 무찌르고 돌아가는 길에 종친을 불러 연회를 베풀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호젓한 길을 따라 얼마간 걷노라면 전주 8경 중 하나로 손꼽히는 벽을 깎아 세운 누각, 한벽당에 이르게 된다. 조선시대 객관인 객사 뒤편으로는 개방영화관이 양쪽 길에 즐비하게 들어서 있는데, 이 길을 고사동 영화의 거리라 부른다. 가벼운 마음으로 영화 한 편 보고 걷기 여행을 마쳐도 좋고, 고사동을 통과해 전주 시내 모습을 둘러보며 전주역까지 걸어가는 코스도 좋다.

* 코스 : 경기전-오목대-한벽당-전주 객사-고사동 영화의 거리(총 5.5㎞ / 약 6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참게장백반 맛이 일품인 양반가(063-282-0054), 신선로가 나오는 전통 한정식을 맛볼 수 있는 궁(063-227-0844)

* 교통 : 강남터미널에서 전주까지 가는 고속버스나 용산역에서 출발하는 열차를 이용하면 된다. 전주고속터미널에서는 5-2, 79번 버스, 전주역에서는 12, 60, 105번 버스를 이용해 전동성당 앞에서 내리면 된다.

 


◆ 제주도 길

소박하고 꾸미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매력을 지닌 비양도


제주 한림읍 소재 비양도는 에메랄드빛 해변이 아름답게 펼쳐진 제주 서부의 금릉-협재 해수욕장 인근의 작은 섬이다. 제주 올레길만큼이나 아름다운 자연 풍경을 선사하는 비양도는 제주시 한림항에서 정기 도선을 타고 약 15분 정도만 가면 도착할 수 있다. 워낙 작은 섬인지라 섬 전체를 샅샅이 훑어본다 해도 1시간 30분 정도면 충분하다.

선착장에 내리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마을 보건소다. 보건소 뒤편으로 걸어 들어가면 호돌이식당이 보이고, 식당을 끼고 왼편으로 가면 비양봉 산책로 입구 표지판이 나온다. 비양봉으로 향하는 길은 녹록지 않은 편이다. 걷는 구간은 짧지만 오르막길 내리막길이 연이어 있어 거친 숨을 몇 번이나 내쉬어야 할지도 모른다. 나무 계단을 15분가량 오르면 전망대가 보이고, 여기서 10여 분쯤 오르막길을 오르면 비양봉 정상에 다다르게 된다. 이중 화산인 비양봉의 정상에서는 거대한 분화구와 등대를 만날 수 있다. 정상에서 내려와 다시 내리막길로 내려가면 망망대해가 펼쳐지는 해안도로가 이어진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애기 업은 돌도 볼 수 있고, 기괴한 암석들로 조성한 돌공원도 들를 수 있다. 돌공원을 지나면 소금 연못인 펄랑 못 산책로가 이어진다.

* 코스 : 비양도 선착장-비양봉 산책로 입구-비양봉 등대-펄랑못-비양분교-비양도 선착장(총 4.69㎞ / 약 2시간 소요)

* 교통 : 한림항에서 비양도행 정기 여객선을 이용해야 한다. 평상시에는 1일 2회, 주말과 공휴일은 1회 증편된다.

 


느림의 미학을 노래하는 올레길 12코스

해안을 따라 서귀포시 전역을 이으며 제주시로 올라가는 첫 올레. 많은 올레길 중 특히 12번 코스는 제주의 신비로운 자연 환경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12코스 올레길은 서귀포 무릉2리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에서 시작해 녹남봉과 신도 앞바다로 이어지며 수월봉과 자구내포구, 당산봉, 생이기정 바당길을 거쳐 용수포구까지 아우른다. 신도 앞바다에 거대한 도구리(돌이나 나무를 파서 소나 돼지의 먹이통으로 사용하는 그릇)들이 바닷물과 해초를 가득 머금은 채 연못처럼 놓인 모습이 신비롭기 그지없다. 특히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날, 이 도구리에 파도가 덮치는 모습은 그야말로 장관이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수월봉과 엉알길을 지나 당산봉을 넘고 나면 '생이기정 바당길(새가 많은 절벽이라는 뜻)'로 접어든다. 생이기정 바당길은 제주 토박이 올레꾼들 사이에서도 최고의 길로 손꼽힐 만큼 주변 풍경이 아름답다. 눈 밑에서 갈매기가 나는 신비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은 물론, 한쪽으로는 짙푸른 평원이 자리하고 있어 제주의 환상적인 자연 풍경을 마음속 깊이 담을 수 있다.

* 코스 : 무릉2리 제주 자연생태문화체험골-신도연못- 녹남봉-신도 앞바다-수월봉-자구내 포구-생이기정 바당길-용수포구(총 17.6㎞ / 약 6시간 소요)

* 주변 먹을거리 : 전복뚝배기와 갈치조림이 제 맛인 돌하르방뚝배기식당(064- 784-8848), 다금바리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남경미락(064- 794-0055), 흑돼지의 맛도 맛이지만 덤으로 경치까지 아름다운 팜빌리지(064-739-0670)

* 교통 : 제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모슬포행 버스를 타고 모슬포에 하차한 후 신창모슬포 순환버스를 타고 무릉2리에서 하차. 여기서 택시(1만원 내외)를 타고 무릉2리로 간다.

취재|장은희(프리랜서) / 리빙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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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가면 오래 머물고 싶다…걷기 좋은 숲길 10

 

갑자기 한여름을 연상케 하는 무더운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나가자니 땀이 쏟아지고 집안에 갇혀 있자니 온 몸이 찌뿌듯해지는 것 같다. 이럴 때 시원한 숲길을 거닐며 기분전환을 하는 것은 어떨까. 단, 주의할 게 있다. 그곳에 가면 돌아오고 싶은 생각이 사라질 수도 있으니 마음은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


전국의 산은 푸른 것을 넘어서 짙푸른 색으로 변하고 있다. 두꺼워진 나뭇잎이 햇빛을 가려 그 밑에 들어가면 한여름에도 시원하다.

 

 

 

 

 

 

 

 

 

 

그런 나무들이 터널을 이루고 있는 숲길로 들어서면 맑고 시원한 공기가 가슴 속까지 뻥 뚫어주는 것 같다. 그런 곳 가운데 많이 알려진 곳도 있지만 소문나지 않은 숲길도 꽤 많다. 아마 이름난 곳만 찾아가려는 사람들의 속성 때문이리라.


서울에서 1시간 남짓한 거리에 있는 가평의 축령백림은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같은 가평군내에 있는 유명산 자연휴양림에 비해 훨씬 덜 알려졌지만 그곳이 주는 매력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압권이다.

국립수목원이나 미리내성지, 융건릉, 서울대공원 삼림욕장 등의 숲길은 어느 정도 알려지기는 했지만 사실 찾는 이가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그래서 조용하고 시원하기에 가벼운 드라이브를 겸해 다녀오기에 적당하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아름드리 금강송이 즐비한 울진의 금강소나무숲길은 서울에서 멀기는 하지만 시간을 내서라도 다녀올만한 곳이다. 비경도 비경이려니와 기백이 느껴지는 엄청난 소나무 군락을 만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이외에 전국에 있는 대부분의 휴양림도 괜찮은 숲길을 갖고 있다. 그 중에서도 산림청휴양림관리소가 추천한 네 곳을 함께 소개한다.

가보면 돌아오기 싫은 숲 축령백림

산행을 싫어하는 사람, 숲을 즐기지 않는 이라도 일단 발을 들여놓으면 사랑하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곳, 축령백림은 그렇게 시원하면서도 멋진 숲이다.

축령산은 경기도 남양주시 수동면과 가평군 상면 사이에 있는데 그곳 휴양림은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대부분 이미 자연휴양림으로 운영 중인 축령산의 남쪽만 보고 돌아온다. 그래서 그 너머 북사면에 축령백림이란 비경이 숨어있는지조차 모른다.

축령백림은 축령산과 서리산의 북사면에 자리 잡은 잣나무숲을 말한다. 이곳은 잣나무가 많기로 유명한 가평군에서도 가장 큰 잣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곳이다. 숲으로 들어서면 하늘을 찌를 듯 쭉쭉 뻗은 30~50년생 잣나무들이 빼곡히 숲을 메운 풍경이 그림 같다. 경기도가 관리하는 채종림이라고 하니 숲의 위상이 다시 느껴진다.

그 숲길을 따라 걷다보면 도시에서 쌓인 상념은 이내 사라지고 머리가 맑아진다. 약간 습한 곳에선 잣 냄새 송진 냄새가 코를 찔러오고 이름 모를 꽃들이 간간이 향긋한 꽃냄새를 전해준다.

잣나무 그늘에선 머위며 곰취 등 갖가지 나물들을 볼 수 있고 임도에 밀려 잠시 잣나무가 자리를 비켜준 곳에선 이팝나무, 조팝나무, 층층나무 등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키 겨루기를 하는 듯하다. 계곡엔 또 샘에서 막 솟아오른 듯 맑은 물이 흐르고 있어 시원함을 더해준다.

축령백림이 들어선 축령산은 879m, 서리산은 825m나 되니 경기도의 산 치고는 낮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그 산을 올라갈 것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축령백림의 임도는 지그재그로 이어져 12km나 된다. 그래서 평지를 걷다가 작은 언덕을 오르는 것 같은 길을 계속 걷게 된다. 그것도 잣나무 숲속에 난….

게다가 이곳은 아주 이따금 지나치는 사람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찾는 이도 많지 않다. 그만큼 조용하기에 어떤 이는 이곳을 '성찰의 숲'이니 '사색의 숲'이니 하는 말로 소개하기도 한다. 실제 백련사에서 템플스테이를 하면서 아침 일찍 이곳을 찾는 이들도 있다.

현재 축령백림 쪽에도 휴양시설이 들어서고 있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 조용한 사색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다.

축령백림은 수동면에서 등산을 해 넘어갈 수도 있지만 편하게 가려고 한다면 상면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37번 도로에서 아침고요수목원 쪽으로 꺾어져 들어가다 갈림길이 나올 때마다 계속 오른쪽으로 핸들을 틀면 축령백림에 이르게 된다.

시내버스 타고 가는 명품 숲 국립수목원

국립수목원이 포함된 광릉숲은 유네스코의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된 국내 대표적인 숲 가운데 하나다. 그만큼 수목이 우거졌는데 서울에서 가깝기에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가볍게 다녀올 수도 있다.

울창한 숲이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 때문에 여름에도 더위 걱정 없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지척에는 광릉이나 봉선사 등이 있어 함께 묶어 가족단위 나들이 코스로 삼아도 좋다.

광릉 내 입구에서 수목원 쪽으로 갈라져 들어서면 길 양옆에 늘어선 전나무와 소나무 등이 터널을 이룬다. 3.5km에 이르는 이 구간을 지날 때는 창문을 열고 저속 주행을 하는 게 좋을 듯. 원래 저속 구간이기도 하지만 신선한 숲의 느낌이 차안으로 가득 들어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 특히 도로 바로 옆으로 수목원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봉선사천이 흐르고 있어 더 시원한 느낌을 준다.

수목원로에서 다리를 건너 수목원 안으로 들어서면 바로 나무터널이 객을 반긴다. 오른쪽에는 연을 비롯한 수생식물이 자라는 수생식물원이 있지만 그 주위에도 나무들이 호위하듯 서 있어서 그늘은 계속 이어진다.

수목원 내에는 바로 앞의 관상수원을 비롯해 습지원, 난대식물원, 화목원, 관목원 등이 퍼져 있는데 모두 숲길을 통해 다닐 수 있기 때문에 더위 걱정은 접어둬도 될 듯. 주요 산책로 대부분을 벽돌로 깔아놓았기 때문에 비가 오더라도 크게 걱정하지 않고 숲을 즐길 수 있다. 약간의 이슬비 정도라면 오히려 더욱 신선한 공기를 만날 수 있다고나 할까.

이곳엔 나무 종류도 많지만 다양한 식물이나 곤충 야생동물 등의 표본까지 갖추고 있어 자연 공부를 하러 가기에도 좋다. 광릉내에서 21번 버스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다녀올 수도 있다.

다만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만 문을 열고 관람도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장은 5시까지)만 가능하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 한다는 점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명상하며 안식 얻는 곳 미리내 성지

미리내는 은하수를 뜻하는 순우리말인데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로 병오박해 때 순교한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유해를 모신 천주교 성지이기도 하다. 어느 절이나 꼭 신도가 아니더라도 들어갈 수 있고 또 공양까지 할 수 있는 것처럼 이곳도 천주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편하게 둘러보며 마음의 안식을 얻을 수 있다.

성지는 경기도 안성시 양성면 미산리에 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떨어지지 않았지만 용인시와 접해 있는 곳이기에 안성시 자체로 보면 아주 외진 곳이다. 그래서 개발의 손길을 타지 않았는데 특히 천주교 성지가 자리 잡은 곳은 그중에서도 골짜기의 안쪽이라 울창한 숲이 그대로 보존되고 있다.

성지 입구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른쪽으로 올라가면 순례자의 집이 보인다. 그 옆으로 게세마니동산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게세마니동산은 이스라엘에서 예수가 제자들을 데리고 올라가 기도하던 곳인데 이곳에서도 천주교 신자들이 기도하는 곳을 뜻한다. 동산 입구의 순교자와 성직자 묘역을 지나면 게세마니동산이 시작되는데 삼나무가 도열한 뒤로 소나무와 낙엽송 등이 빽빽한 산책로가 이어진다. 아주 시원하고 조용하기 때문에 사색을 하면서 거닐기에도 적당하다.

주차장에서 한국 순교자 103위 시성 기념 성당을 지나 김대건 신부의 묘소인 경당으로 이어지는 길도 조용히 걷기에 적당하다. 입구에서부터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그늘을 드리우고 있는 길이 이어진다. 사실은 이곳부터 기도하는 길이 시작되므로 남에게 방해되지 않게 조용히 걷는 게 좋다.

성당 앞에는 널따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성당 뒤로는 산을 끼고 역시 기도를 하며 오르는 소로가 이어진다. 경당은 이 길의 맨 끝에 자리 잡고 있다. 경당 주변엔 삼나무와 소나무 느티나무들이 늘어서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준다. 경당 오른 쪽으로는 옛날 김대건 신부가 오갔다는 애덕고개로 연결되는 소로가 이어진다. 애덕고개는 한남정맥 등산로가 이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미리내성지는 용인에서 가는 게 편하고 빠르다. 용인에서 송전 방면으로 난 45번 도로를 타고 가다 장서리에서 내려와 고삼 쪽으로 달리다보면 노곡리에 미리내성지 이정표가 보인다.

수원 인근서 가볍게 가는 산책로 융·건릉

조선의 왕릉은 어느 곳이나 소나무가 울창한 게 특색이다. 그 중에서도 융건릉은 나무도 나무려니와 경내가 평탄하고 넓어 산책하기에도 적당하다.

융릉은 훗날 장조로 추존된 사도세자(장헌세자)와 헌경의황후로 추존된 그의 비 혜경궁 홍씨를 합장한 능이다. 건릉은 정조와 효의왕후를 합장한 능이다. 이웃한 두 능을 합쳐 융건릉이라 부르는데 같은 경내에 있어 함께 돌아볼 수 있다.

융건릉 산책로는 능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코스를 비롯해 융릉을 돌고 건릉을 따로 도는 코스, 융능과 건릉을 오가는 코스 등 다양하다. 능 전체를 한 바퀴 도는 코스엔 약간의 오르막이 있지만 그 외는 전체적으로 평탄하다.

둘레길을 도는 데는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곳저곳을 모두 돌아보면서 가려면 넉넉히 두 시간은 잡아야 한다. 숲 속에 자릴 펴고 앉아 쉬는 것까지 감안해 반나절을 잡는다면 충분히 휴식까지 즐길 수 있다.

관리사무소를 지나 숲길로 들어서면 길은 두 갈래로 나뉜다. 오른 쪽이 융릉 가는 길. 길을 따라 들어서면 넓은 잔디밭 뒤로 홍살문과 능이 보인다. 홍살문에서 오른쪽으로 더 가면 능의 기록을 담은 비각이 있고 그 뒤로 산책로가 이어진다.

융릉 뒤편에서 건릉 뒤편으로 가는 둘레길은 능이라기보다 뒷산의 능선을 걷는 느낌을 준다. 약간의 오르막 내리막이 이어지지만 힘들다고 하기 보다는 단조롭지 않다는 느낌을 줄 정도. 언덕들이 그리 높지는 않으나 주변이 워낙 평탄한 지형이기에 전망도 좋은 편이다. 전원이 쭉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달리 능 밖의 풍경은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아쉬움이라면 아쉬움이다. 그래도 건릉 뒤편에서 능의 앞쪽을 내려다보면 왜 이곳에 능을 잡았는지 풍수가 대략 보일 것도 같다.

안쪽 길은 잘 자란 나무 숲속으로 이어지는 평탄한 길의 연속인데 중간에 물을 마실 수 있는 곳도 있어 더 시원하다.

융건릉 만으로 아쉽다면 이웃한 용주사를 들리는 것도 좋다. 신라 때 창건됐다가 고려 때 불탄 갈양사 터에 정조가 사도세자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운 절이 용주사다. 이 절은 조선 후기의 건축양식을 보여주는 전각 뿐 아니라 국보 120호 용주사 범종 등 볼 거리도 많다.

융건릉과 용주사는 과천-봉담간 도로를 이용해 쉽게 갈 수 있다.

동물원도 보고 삼림욕도 하고 서울대공원 산림욕장

청계산 북서쪽에 자리 잡은 서울대공원의 둘레길 같은 코스다. 총 8km(간선 6.9km, 지선 1.1km)에 달하는데 숲이 울창한데다 오르막 내리막이 적당히 섞여 있어 시원하면서도 아기자기한 맛이 난다.

이곳 삼림욕장은 서울대공원을 통해 들어가기 때문에 대공원 관람을 겸해서 가는 게 좋다. 코스는 4개 구간으로 나뉘어져 있어 그날그날 컨디션에 따라 2시간에서부터 4시간에 이르기까지 시간을 안배할 수 있다. 특히 삼림욕을 하다가 대공원을 관람하거나 대공원을 관람하다가 삼림욕을 즐길 수 있어 아이들도 좋아한다는 게 이 코스의 장점이다.

삼림욕장은 동물원 입구에서 볼 때 오른쪽에 있는 호주관 뒤로 난 출입구나 왼쪽에 있는 현대미술관과 소나무숲 사이의 산림전시관 쪽으로 들어가면 된다. 전 코스를 다 도는 데는 3~4시간 정도가 걸리는데 맹수사 샛길이나 저수지 샛길, 남미관 샛길 등을 이용해 동물원 안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체력이나 기분을 감안해 코스 길이를 조절하면 된다.

호주관 뒤로 난 길로 들어서면 곧바로 '선녀못이 있는 숲'이 나타난다. 대공원이 조성되기 전 마을 사람들이 낮에는 빨래를 하고 밤에는 남의 눈을 피해 목욕을 하던 곳이라고 한다. 청계산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라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산책로는 거의 평지처럼 이어지는데 곳곳에 쉼터가 있어 아이들도 쉽게 따라 갈 수 있다. 앙증맞은 계단이 예쁘게 설치된 구간을 지나 동물원의 안쪽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가면 얼음골 숲이 나온다. 얼음이 얼 정도는 아니나 아주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곳이다. 그 옆 생각하는 숲엔 약수도 있다.

이어 맨발로 걷는 구간(약 450m)이 나오는데 돌 없이 반질반질한 흙길이 이어져 맨발로 땅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이 구간 끝엔 졸졸 계곡물이 흘러 발을 씻을 수도 있다. 곧 이어 독서하는 숲도 있는데 나무 의자에 앉아 간식을 먹을 수도 잇다.

이곳 산책로는 천연림 속에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코스를 돌면서 다양한 나무를 만나볼 수 있다. 대공원 측은 소나무나 팥배나무, 생강나무, 신갈나무 등 470여종의 식물과 다람쥐, 산토끼, 족제비, 너구리 등 들짐승, 꿩이나 소쩍새, 청딱따구리 등 35종의 새들을 만나볼 수 있다고 한다.

구간 간 거리는 호주관 뒤 ~ 남미관 샛길 2.2km(60분 소요), 남미관 샛길 ~ 저수지 샛길 1.7km(50분 소요), 저수지 샛길 ~ 맹수사 샛길 1.4km(30분 소요), 맹수사 샛길 ~ 산림전시관 1.6km(35분 소요).

서울동물원을 통해 들어가므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 당연히 입장권을 사야 하는데 경로 우대증을 소지하면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국비로 조성한 '1호 산길' 울진 금강소나무숲길

울진 소광리 일대는 신선이 내려오는 소나무라고도 불리는 500년 이상 된 엄청난 크기의 금강송이 자라는 곳이다. 소광리는 동해안 근처 계곡 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불영계곡의 상류에 있기에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외지인의 발길이 거의 닫지 않았다. 그만큼 때 묻지 않은 비경을 만나볼 수 있다.

울진에서 36번 도로를 타고 불영계곡으로 들어가면서부터 나타나는 빼어난 경관에 가슴이 설레기 시작한다. 36번 도로에서 소광리로 접어들면 이제까지는 볼 수 없던 소나무들을 만나게 된다. 하늘을 향해 쭉쭉 솟아오른 소나무들의 자태가 너무나 싱싱하고 곱게 다가온다. 오죽했으면 미인송이란 말이 생겨났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소광리 금강송은 국내 소나무 가운데서도 으뜸으로 꼽힌다. 소나무의 껍질부터 붉은 색을 띠고 있는데 거죽을 벗겨내도 붉은 색을 띠기에 황장목이라고 불린다고 한다. 워낙 귀한 나무라 조선시대에도 궁궐을 지을 때만 벨 정도로 엄격하게 관리했는데 일제 때나 한국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아 지금도 200년 이상 된 노송 만 8만여 그루나 있다고 한다. 후계림으로 가꿨다는 주차장 주변의 나무들만 해도 작지 않은데 이들도 금강송군락지에 있는 소나무에 비하면 아주 왜소해 보일 정도다. 그래서인지 그 엄청난 소나무들이 들어선 계곡에선 신선한 냄새가 풍기고 힘찬 기운이 솟아나는 것 같다.

이곳 금강소나무숲길은 산림청이 국비로 조성한 '1호 산길'이기도 하다. 소나무숲길은 총 70km에 4개 구간으로 나뉘는데 현재 두천리에서 산양서식지~성황당을 지나 소광리 금강소나무군락지로 이어지는 1구간 13.5km만 개방하고 있다. 1구간의 평균 경사는 5.5도, 최대 30도까지 있으며 대략 7~8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금강소나무숲길은 워낙 오지에 있어 탐방자의 안전과 산양 생태환경 보호 등을 위해 철저히 예약탐방제로 운영한다. 1구간은 하루 80명만 들어갈 수 있는데 12월15일까지 운영할 예정. 금강소나무군락지는 하루 100명이 탐방할 수 있는데 10월31일까지 운영한다.

2구간은 9월5일 개통해 10월 31일까지 운영할 예정이라고 (사)울진숲길 측은 밝혔다.

예약은 홈페이지(www.uljintrail.or.kr)에서 할 수 있다.

 


■ 산림청휴양림관리소 추천 걷기 좋은 숲길 네 곳

'건강숲길' 1호 백운산자연휴양림

강원도 원주시 판부면, 해발 1087m 백운산 자락에 있다. 자연휴양림이 자리 잡은 용수골은 용의 전설이 서린 대용소와 소용소 외에도 크고 작은 폭포가 있고 계곡물이 넓게 흐르고 수량도 많아 사계절 가족단위 휴양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자연휴양림 내 11km의 숲길은 2007년 대한걷기연맹이 처음으로 지정한 '건강숲길'. 초반 6㎞까지 완만한 오름세가 이어지다가 나머지는 내리막 경사를 유지해 남녀노소 누구나 여유 있게 숲을 즐길 수 있다.

백운산휴양림엔 '산림문화휴양관' 3동 13실(5인실)과 '숲속수련장' 1동 2실(20인실 2실, 회의실, 식당)의 숙박시설과 '물놀이장' 2곳, 숲 체험을 위한 데크로드, 다양한 코스의 등산로가 있다. 국립공원치악산이 약 50분 거리, 오크밸리 리조트가 30분 거리에 있다. (033)766-1063 울창한 잣나무 숲 청태산자연휴양림 해발 750m 지점인 청태산 7부 능선에 자리 잡고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다. 계곡에 흐르는 물은 너무 차가워 발목만 담그고 있어도 시원할 정도.

특히 잣나무와 전나무 등 아름드리 침엽수림 속에 조성되어 삼림욕에 최적지라고 할 수 있다. 숲속체험 데크로드는 국내 최초로 만들어진 테마형 산책로로 장애인을 포함한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산림 내에 6개 코스의 등산로와 산책로가 있는데 대부분 경사가 완만하고 오르기 쉽다. 이곳 숲길 5km는 대한걷기연맹에서 공인한 건강숲길이다.

매표소 주변엔 가로 5m, 세로 8m 정도의 어린이풀장도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이 가볍게 물놀이도 즐길 있다. 숲이 너무 좋아 드라마 바람꽃이나 TV문학관, 일지매, 영화 '친절한 금자씨, 기담' 등의 촬영지로 이용되기도 했다. (033)343-9707 국내 最古, 最高 대관령자연휴양림 1920년대 인공적으로 조성한 금강송 숲에 자리 잡은 휴양림이다. 이곳 소나무 숲은 산림청이 뽑은 전국 3대 미림 가운데 하나다. 등산로 주변엔 어른 두 명이 채 안지 못할 정도의 아름드리 금강송이 즐비하고 형형색색의 다양한 야생화도 만날 수 있다.

여러 등산 코스가 있는데 옛날 먹을거리를 도적질하던 곳이라는 데서 유래한 '도둑재'를 돌아오는 코스가 4km로 가장 길다. 코스는 짧게는 30분, 길게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등산을 하기보다는 소나무 숲에서 머무는 개념으로 가기에 알맞다.

강릉과 가깝기 때문에 동해를 즐기다가 쉬러 들어가도 좋다. (033)641-9990 넘치는 시원한 물 지리산자연휴양림 경남 함양군 마천면 삼정리 광대골에 자리 잡고 있다. 광대골은 지리산 주능선의 형제봉(1433m), 벽소령(1392m), 덕평봉(1531m) 등에서 흘러내린 물줄기가 모이는 곳으로, 계곡의 수량이 많고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덕분에 한여름에도 더위를 잊게 할 만큼 차갑고 깨끗한 곳이기도 하다.

이 물은 그대로 생활용수로 쓰고 잇는데 깨끗할 뿐 아니라 사서 마시는 물보다 훨씬 맛이 좋다는 게 휴양림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산행은 7km 떨어진 백무동에서 천왕봉으로 오르는 코스(왕복 약 8시간 소요)와 지리산 둘레길 코스를 걷는 방법이 있다. 휴양림 내를 산책하는 것도 괜찮은데 다른 휴양림에 비해 산책로 경사가 급한 편이다.

숙박시설은 총 30실. 숲속의 집 8동, 연립동 8실, 산림문화휴양관 14실이 있다. (055)963-8133

 

[글 = 정진건 기자]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283호(11.06.2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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