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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대한민국

서울 - 이태원

by Wood-Stock 2010. 10. 10.

'이방인의 땅' 이태원 변천사

淸軍→일본군→미군 차례로 주둔

 

이태원은 우리 역사에서 오랜 기간 '이방인의 땅'으로 인식돼 왔다.
'이태원'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 효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여러 학설이 있다.
우선 효종 때 동네에 배밭이 많았다는 이유로 배나무 이(梨)가 붙은 이태원(梨泰院)으로 불렸다는 설이 있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이곳에 귀화해 살았다는 의미로 '이타인(異他人)'이 어원이라 보는 접근도 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일본인, 왜란 중에 성폭행을 당한 여성과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 모여 살던 동네여서 다를 이(異), 태반 태(胎)자를 써서 이태원(異胎圓)으로 불렸다는 일부 학계의 주장도 있다.
어원마다 차이는 있지만, 이태원은 이방인 공동체 지역의 성격이 강한 곳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선시대부터 용산 일대는 군사 관련 시설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에 들어 군용지로 이용되면서 조선 주둔 일본군 사령부가 이곳에 머문 이후 군사지역으로서 정체성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임오군란을 진압하러 조선에 온 청나라 부대는 1882∼1984년 이태원에 주둔했고, 이후 일본군 조선사령부가 1910∼1945년, 광복 이후엔 미군이 이곳을 차지했다.

6.25전쟁이 끝나고 나서 이태원 상권은 사실상 미군이 주도했다.
1970년대 미군기지에서 나온 물품들로 상권이 형성된 이태원은 이후 미군을 위한 유흥가로 거듭나 기지촌과 미국식 클럽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1957년 미군의 외박과 외출이 허용되면서 기지촌까지 생겼다. 1960년대 말까지 미군대상 매춘업소가 남산3호터널 입구부터 이태원 입구까지 해방촌과 삼각지 파출소 뒷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정부는 이태원 미군기지 중심으로 서빙고동, 한남동, 동부 이촌동 일대에 외국인 전용주택과 아파트 는 물론 고급 외국인 주택단지까지 건설했다.

그러자 1960년대 이후 한국에 들어온 각국의 대사관이 이태원 지역에 대거 입주했고, 그 영향으로 19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고급주택단지가 조성됐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쇼핑지구가 형성돼 88올림픽 당시 이태원 상가 점포는 1천800개에 이를 정도로 쇼핑의 중심지로 주목받기도 했다.

올림픽 기간에는 하루 평균 6천명의 외국인이 이태원에서 약 3억 달러를 사용했다는 연구결과를 소개하는 논문도 있다.
이태원은 1990년대 이후 아프리카인의 유입이 늘면서 현재는 판잣집과 대저택이 공존하는 독특한 경관을 연출한다.

남산 기슭의 하얏트호텔과 이태원동, 한남동 일대에는 외국공관을 중심으로 부유한 외국인이, 이태원로 남쪽의 이태원동과 보광동 일대에는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들어온 외국인과 국내 저소득층 주민이 주로 분포해 있다.
1997년 서울 최초의 외국인 관광특구로 지정돼 외국인 관광객도 즐겨 찾는 곳이 됐다.

 

그러나 이태원 상권은 88올림픽 이후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점차 줄고 서울시의 퇴폐업소 단속 강화, 1990년대초 `범죄와의 전쟁' 등으로 눈에 띄게 위축됐다.
여기에 강남이나 신촌, 홍대입구 등 새로운 유흥지역이 등장하고 1980년대 이후 미군 사병이 이태원 외출을 삼가는 분위기마저 형성돼 불황을 겪었다.

이태원은 이제 아프리카와 아시아에서 건너온 외국인이 서서히 새로운 상권과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지명 유래 說·說·說

배밭이 많은 동네라서… 귀화 왜군들이 살던곳

 

이태원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조선시대 효종(1619~1659)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효종 때 배밭이 많은 동네라는 까닭으로 배나무 이(梨)가 붙은 이태원(梨泰院)으로 불렸다고 전해 내려온다. 임진왜란 때 왜군들이 이곳에 귀화해 살았다는 뜻으로 ‘이타인(異他人)’이 어원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지 못한 일본인, 왜란 중 성폭행을 당한 여성과 그들이 낳은 아이들이 모여 살던 동네여서 다를 이(異), 태반 태(胎)자를 써서 이태원(異胎圓)이란 이름을 붙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러나 이태원은 이방인 공동체 성격이 강한 곳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조선 때부터 군사 관련 시설이 많았다. 일제 강점기 들어 군용지로 이용되면서 일본군 사령부가 머문 뒤 군사지역으로서 정체성을 드러냈다. 임오군란을 진압하러 조선에 온 청나라 군대가 1882∼1984년 주둔했고, 1910∼1945년 일본군 조선사령부가, 광복 이후엔 미군이 이곳을 차지했다. 한국전쟁 뒤 미군이 이태원 상권을 주도했다. 1970년대 미군기지에서 나온 물품들로 상권이 형성된 이태원은 미군 유흥가로 거듭나 클럽이 우후죽순 들어섰다.

 

1957년 미군의 외박·외출이 허용되면서 기지촌까지 생겼다. 1960년대 말까지 미군 대상 매춘업소가 남산3호 터널 입구부터 이태원 입구까지 해방촌과 삼각지 파출소 뒷골목을 중심으로 형성됐다.

 

정부는 이태원 미군기지 중심으로 서빙고동, 한남동, 동부 이촌동 일대에 외국인인 전용주택과 아파트는 물론 고급 외국인 주택단지까지 건설했다. 그러자 1960년대 이후 한국에 들어온 각국의 대사관이 대거 입주했고, 그 영향으로 1970년대까지 지속적으로 고급주택단지가 조성됐다. 1970년대로 접어들면서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쇼핑지구가 형성돼 88올림픽 당시 이태원 상가 점포는 1800개에 이를 정도로 쇼핑의 중심지로 주목받았다. 올림픽 때 하루 평균 6000명의 외국인이 약 3억달러를 썼다는 연구 논문도 있었다.

 

송한수기자 onekor@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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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하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아마 외국인, 외국인이 기념품으로 사가는 제품, 짝퉁이라 불리는 이미테이션 제품이 먼저 생각날 것이다.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달라지는 요즘 이태원은 그 이상의 재미가 있는 거리가 되었다. 한국에 거주하는 미국, 호주, 캐나다, 벨기에, 프랑스인뿐 아니라, 파키스탄 등 이슬람 문화권 사람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문화를 만들어 가는 중. 예전에는 한국인이 즐겨 찾는 곳과 외국인이 주로 다니는 곳이 구분되었지만 트렌디한 맛집들이 속속 들어서며 그 경계도 점점 허물어지고 있다. 특히 해밀턴호텔 주변을 중심으로 새로운 이태원 맛집 지도가 각광받는다.

 

다양한 브런치 즐기기

최근 이태원이 다시 뜨는 이유는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레스토랑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루 중 어느 때나 즐길 수 있는 올 데이 브런치 스타일이 인기다. 요즘 이태원 브런치 트렌드는 미국이나 프렌치 벨지움식 브런치와 호주식 브런치가 격돌 중. 아쉬운 점은 뉴욕식, 프렌치식, 호주식이라고는 하나 막상 살펴보면 메뉴 구성이 비슷하고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뉴욕식 브런치 스타일인 '수지스(Suji’s)'와 프렌치 카페 브런치 스타일인 '르 셍텍스(Le Saint-ex)'는 이태원의 대표 맛집으로 꼽히는 곳. 호주식 브런치 레스토랑인 '플라잉 팬 블루(Flying Pan Blue)'와 '시드엔맬(Syd N’ Mel)' 등도 요즘 뜨는 곳이다. 외국인과 함께 있는 공간이 어색하지 않다면, 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데 '게코스 테라스(Gecko’s Terrace)', '록키마운틴타번(Rocky Mountain Tarven)' 등을 추천한다. 양도 훨씬 푸짐하고, 마치 미국 고속도로 트럭 운전기사 휴게소 같은 곳에서 먹음직하고 기름진(정말 맛있다!) 현지 스타일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이태원에만 있는 미국식 홈 메이드 버거
이태원에 미국인들이 줄어들면서 미국식 홈 메이드 버거 집이 대부분 문을 닫고, 지금은 3곳 정도가 전통을 이어나가며 성업 중이다. '네쉬빌', '스모키살룬', 미국 In&Out 스타일의 '선더 버거'가 그곳. 맥도날드나 버거킹의 패스트푸드식 햄버거에 질렸다면 푸짐한 재료와 씹히는 맛이 일품인 수제 버거 집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물 좋은 오픈 테라스 카페

이태원의 카페 트렌드는 단연 오픈 테라스다. 이국적인 거리를 즐기며 식사하고 싶다면 오픈 테라스가 있는 음식점을 강추한다. '라 시갈 몽마르트(La Cigale Montmartre)'와 두 달 전 문을 연 홍석천의 새 가게 'My Thai', '엠바시클럽(Embassy Club)', '로코로카(Loco Loca)', '라 테라스(La terrasse)', '삼거리 3 Alley Pub', 'Above', '116-7 번지(Bonji)' 등이 물 좋기로 소문난 곳.

 

이색적인 HALAL 전문 레스토랑
다양한 문화권의 음식을 맛볼 수 있지만 최근 눈에 띄는 곳이 HALAL(하랄) 음식이다. 'HALAL'이라고 쓰인 간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이슬람 율법에 따라 잡은 고기로 만든 요리를 취급하는 곳을 의미한다. 'HALAL'의 고기는 우리의 정육 문화와는 다소 다르게 피를 뺀 고기인데 양고기와 닭고기가 대부분. 카레와 잘못 먹으면 정신을 못 차릴 독특한 향신료로 조리한다. HALAL식으로 조리한 대표 메뉴인 치킨 탄두리는 우리의 양념통닭과 비교하며 도전해볼 만하다. 해밀턴호텔 근처의 '우스마니아(US Mania)'와 '모굴(Mogul)', 그리고 '마라카 나잇(Marakech Night)', '포린 레스토랑(Foreign Restaurant)' 등이 대표적인 전문점.

 

이태원 맛집의 메카, 해밀턴호텔 뒤

깐깐한 외국인과 이국적인 멋을 즐기려는 내국인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검증으로 이태원 내에서도 제일 맛집 문화가 발달한 곳이다. 미국, 호주, 벨기에, 이탈리아, 스페인뿐 아니라 베트남, 태국, 파키스탄 등 전 세계 다양한 맛집들이 골목 곳곳에 숨어 있다.

 

외국인이 오너인 음식점 밀집, 제일기획~이태원역
일본 '라멘 81', 캐나다식 '이탈리안 솔티노스', 국내 유일한 이집트 음식점 '알리바바', 모로코 '마라카 나잇' 등 이 지역의 특징은 오너들이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라는 점. 인테리어도 상당히 이국적이고 그 나라 전통 맛뿐 아니라 문화도 즐길 수 있다.

 

경리단길 초입

복잡한 이태원 메인거리보다 한가로이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곳. 그럴싸한 타코요리와 브리도를 먹을 수 있는 '칠리칠리', 냉동이 아닌 생감자로 만든 프렌치프라이가 있는 '썬더버거', 햄 대신 두부가 들어간 샌드위치가 있는 'T8', 그리고 케밥이 있는 '이스탄불' 등 많은 맛집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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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가로수길’로 뜨는 콤데가르송 길

이태원 제일기획~한강진역 거리에 속속 문을 연 레스토랑·카페들

 

1. ‘테이크아웃 드로잉’의 홍차와 티라미수. 2. ‘로즈 베이커리’의 디저트 크럼블크림 앙글레. 3. ‘쿄토푸’의 두부 디저트.

 

극심한 부동산 침체기인데도 웃고 있는 동네가 있다. 바로 이태원(서울 용산구)이다. 그중에서도 지금까지 한갓진 곳으로 여겨졌던 제일기획에서 한강진역까지의 640m 거리가 이태원 땅값 상승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부동산업자들은 지난해 대비 임대료·매맷값이 두배까지 뛰었다고 전한다. 2004년 개관한 삼성미술관 ‘리움’과 일본·중국 관광객들이 관광버스를 타고 와서 밥을 먹는 한식당 ‘청사초롱’ 외엔 이렇다 할 명소가 없었던 이 길에선 올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뉴욕·파리 등에서 날아온 유명 카페들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전위적인 패션브랜드 ‘콤데가르송’ 플래그숍이 이곳에 오픈하면서 이 거리의 이름도 ‘콤데가르송 길’이라고 붙여졌다. ‘제2의 가로수길’(서울 강남구 신사동)로 점쳐지는 이 거리를, 새로 생긴 가게들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디저트 먹으려면 | 지난 1일 오픈한 ‘쿄토푸’(아래 사진)는 뉴욕에서 가장 뜨고 있는 디저트 카페가 서울에 진출한 것이다. 일본 교토의 도후(두부)를 활용한 다양한 디저트를 내놓는 곳이다. 일본에서 공수한 재료로 직접 두부를 빚은 뒤 미소된장, 참깨, 유자, 와사비 등을 곁들여 디저트를 만든다. 가장 대표적인 메뉴는 ‘시그니처 스위트 토푸(도후)’. 부드러운 두부 푸딩 위에 이 집만의 독특한 시럽을 뿌려 먹는 디저트다. 부드러우면서도 진한 콩맛이 일품이다. 디저트들로만 배를 채우겠다는 사람을 위해선 3종류의 코스 메뉴로 마련된 ‘카이세키’라는 메뉴가 있다. 두부 아이스크림, 두부 치즈 타르트 등도 눈길을 끈다. 디저트 가격대는 9천~1만원대. (02)749-1488.

 

 쿄토푸

 

파리바게뜨·파리크라상 등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는 에스피시(SPC)그룹이 운영하는 ‘패션 5’는 프랑스·독일 등 세계 빵뿐만 아니라 수제 초콜릿과 푸딩 등을 선보이는 디저트 카페다. 매장 내부에 설치된 대형 벽돌가마와 빵이 구워지는 모습을 고객이 직접 볼 수 있는 오븐 등은 보는 즐거움도 더한다. (02)2071-9505.

 

식사하려면 | 지난해 오픈한 우동집 ‘니시키’는 일본인 셰프가 정통 사누키 우동을 선보이는 곳이다. 이 점포에선 생면을 직접 만드는데 밀가루(오스트레일리아산), 물, 천연소금(한국산) 외에 어떤 것도 첨가하지 않는다고 한다. 생면 제조는 이틀이 걸리며 국물을 만드는 데 13~1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냉우동부터 우삼겹을 썰어 넣은 우동, 일본 <후지 티브이>의 ‘사누키 우동 결승’에서 1위를 했다는 우동까지 다양하며 가격은 6500~8500원. 사람에 따라 국물 맛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지만 탱탱하고 차진 면발에 대해선 이견이 없을 것 같다. (02)749-0446.

 

지난 5월 오픈한 ‘b_키친’의 외관은 막 동화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앙증맞은 모양새를 하고 있다. 티 한점 없는 새하얀 단층 건물은 입구가 쑥 들어가 있는데다 입구에 커다란 레고 인형이 있어서 ‘뭐 하는 곳일까’ 하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사장 부부가 건축·디자인에 종사하는 탓에 그 미감을 아낌없이 발휘했으며, 이미 잡지사들의 사진 촬영 배경으로 점찍힌 곳이기도 하다. 파스타·리조토 등은 1만~3만원대이며 스테이크는 3만~12만원대다. 맛보다는 아기자기한 분위기에 더 혹하게 되는 곳이다. (02)3445-4511.

 

같은달 오픈한 ‘더 스파이스’는 유명 셰프 에드워드 권의 두번째 레스토랑으로 맛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다녀간 곳이다. 코스 메뉴를 5만원 이하에 먹을 수 있는 드문 곳이다. (02)749-2596.


차 마시려면 | 지난 5월 오픈한 갤러리형 카페 ‘테이크아웃 드로잉’은 메뉴판이 8페이지짜리 타블로이드판 신문이다. 이곳의 메뉴와 전시회 소식뿐 아니라 인근 동네 소식도 싣고 있다. 그때그때 주제를 잡아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데, 이번 달은 ‘공상도시’를 주제로 건축가·설치미술가들이 작품을 선보인다. 공간은 아늑하면서도 아방가르드적인 게 인상적이다. 포근한 소파가 있는가 하면 노출 콘크리트에다 공사판에서 그대로 가져온 듯한 벽돌들도 쌓여 있다. 2층엔 빵을 굽는 오픈 주방이 있다. 빵을 배달받아 파는 일반적인 카페와 달리 직접 빵을 굽는 탓에 신선하고 촉촉한 빵맛이 뛰어나다. 빵 굽는 냄새가 얼마나 유혹적인지 ‘지금 굽는 빵은 뭐냐’고 묻는 손님들이 많다. 전시기간 동안엔 파티시에가 전시 작품에서 얻은 영감으로 빚어내는 빵을 만나볼 수 있다. 커피 4500~1만원, 홍차 7500~9000원. 쿠키·빵 3000~6000원. (02)797-3139.

 

 로이즈 베이커리

 

5층짜리 콤데가르송 건물 1층에 위치한 ‘로즈 베이커리’(왼쪽 사진)도 파리, 런던에 이어 서울에 오픈한 유명 카페 브랜드다. 채소부터 소스까지 모두 유기농으로 서빙하며, 커피는 모두 브라질산 원두를 쓴다. 주방에서 쓰는 모든 채소를 카운터 뒤에 진열해 놓아 그 싱싱함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02)790-7225.

 

술 당긴다면 | 지난 8월 오픈한 ‘버진’은 서울에서 드물게 벨기에 맥주만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다. 한국에서 주로 마시는 라거 맥주와 달리, 벨기에 맥주는 ‘에일 맥주’로 향이 깊고 무게감이 있어서 마구 들이켜기보다는 와인처럼 음미하며 마시는 술이라고 이 술집은 설명한다. 네덜란드 증류주 및 칵테일을 맛볼 수 있는 점도 이 집만의 특징. 맥주는 병당 1만~1만5000원, 안주류는 2만~5만원대로 다소 비싼 편이다. (02)798-1471.

 

디저트 카페 쿄토푸에서는 저녁에 사케와 일본식 칵테일 등을 타파스 스타일의 안주와 함께 서빙한다. 특히 스파클링 사케는 여성들이 좋아할 만한 맛과 향이다. 쿄토푸의 디저트에 반한 사람이라면 이곳의 술과 안주도 권할 만하다. 제일기획 근처에 몰려 있는 일본식 주점들은 이 동네의 오래된 터줏대감들이다. 천상·기꾸는 이미 맛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이자카야이고, 문타로·유다 역시 유명한 꼬치구이 전문점이다.

 

글 김아리 기자 ari@hani.co.kr<30FB>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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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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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좀 아는 남자의 선택, ‘이태원 맞춤셔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맞춤셔츠를 만들기 위해 꼼꼼히 기록하는 모습, 소매에 새겨주는 멋스러운 이니셜 서비스

 

은근한 멋을 자랑하는 거리, 이태원에 가면 정성어린 맞춤셔츠 전문점이 있다. 이태원역 4번 출구로 나오면, 헤밀톤 호텔 맞은편으로 ‘custom made’란 글자가 붙은 가게들이 보인다. 저마다 긴 사연을 간직한 듯, 세월의 흐름이 묻어나 더욱 운치 있는 쇼윈도에 셔츠와 재킷이 즐비하다.

맞춤셔츠의 가장 큰 장점은 내 몸에 꼭 맞는 것. 오로지 나만의 취향을 반영해 태어난 세상에 단 하나뿐인 셔츠는 입는 이의 품격을 올려준다. 소매 사이로 언뜻 드러나는 이니셜 역시 맞춤셔츠의 매력.

‘수트 좀 입을 줄 안다’는 멋쟁이는 모두 맞춤셔츠를 입는다는 사실. ‘맞춤’ 하면 어쩐지 가격이 비쌀 것 같지만, 3만원에서 5만원 사이면 이태원의 맞춤셔츠를 멋지게 장만할 수 있다. 기존 럭셔리 브랜드와 비교하면 깜짝 놀랄만한 가격이다.

맞춤셔츠의 첫 번째 단계는 원단 고르기. 어떤 원단을 고르느냐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수백, 수천 종류의 원단 앞에서 정신이 아득해진다면 점원에게 질문할 것. 오후 3~5시 사이에 방문하면 더욱 자세하고 친절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원단을 골랐으면 이제 사이즈를 잴 차례. 타이트한 핏이 유행이라 소매통까지 꼼꼼하게 재어준다. 셔츠 칼라와 소매, 등주름까지 고르고 나면 이니셜과 단추를 고민해야 한다. 이니셜은 글자 종류가 2~3개 준비되어 있으며, 단추는 흰색의 기본 타입이 가장 무난하다.

 
◆Since 1976, 헤밀톤 셔츠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맞춤셔츠의 터줏대감. 한번 온 고객은 반드시 다시 찾아온다는 명성을 보증하듯, 국회의원과 대사관, 아나운서 등 유명 손님들이 많다. 한 번 사이즈를 재면 데이터가 영구히 남아 다른 지점에서도 맞출 수 있으며, 홈페이지에서 원단만 골라 인터넷으로 주문할 수 있다.
 

*문의: 02-796-5693
 
 
◆최신 트렌드 여기 다 있네, 휴스톤

 

17년 전통의 휴스톤은 멋쟁이 사장님이 운영하는 곳답게 최신 트렌드에 민감하다. 틈틈이 일본 잡지를 보며 젊은 사람들의 감각을 공부하고 있다고. 특별히 원하는 디자인이 있을 때 이미지를 출력해서 가져오면 그대로 만들어주기도 한다. 보통 일주일 정도 제작기간이 필요하지만 급한 사람에겐 익일 제작도 가능하다.
 
*문의: 02-790-3446

 
◆뚝심 있는 장인을 원한다면, 워싱톤

 

들어서자마자 고양이가 귀엽게 반기는 워싱톤은 손님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일에 최선을 다 한다. 손님의 스타일과 취향을 재빨리 파악하는 것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맞춤시장에서 28년 동안 버틸 수 있었던 비결. 봉재공장을 직접 운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꼼꼼한 마무리를 자랑한다.
 
*문의: 02-796-1650
 
 
이태원의 맞춤셔츠 장인들이 귀띔하는 셔츠의 트렌드는 허리 라인이 날렵하게 들어간 타이트 핏에 목깃이 높은 투버튼 디자인. 정장을 처음 입는 사람에겐 흰색이나 옅은 블루의 무지 셔츠 혹은 잔 체크가 들어간 패턴을 추천했다.

‘쿨비즈룩’이 유행하면서 반팔 셔츠를 찾는 사람도 많다니 참고할 것. 일단 이태원으로 향하면, 셔츠에 대한 당신의 모든 고민이 한 순간에 해결되리란 건 분명하다. 수트를 입을 줄 아는 남자가 되기 위해, 맞춤셔츠부터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  
 
* 데일리웨프(WEF)  이현화 기자<mooming@wef.co.kr> 사진_데일리웨프 박주혜 기자 (joohye210@we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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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루랄라 봄볕 든 남산 골목 산책가자


강북의 가로수길로 떠오르는 이태원 경리단길의 모든 것


서울서 만나기 힘든 골목문화, 시간이 멈춘 것처럼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 이태원 중심가 절반 임대료

“다음주 목요일에 문 열어요. 평수요? 5평(16.5㎡)이에요. 뭐 하는 곳이냐고요? 이탈리아, 아시아의 가정식 요리 하는 곳입니다.” 지난 11일 엄귀현씨는 나른한 일요일을 반납하고 뚝딱뚝딱 간판을 걸기에 바쁘다. 그는 배우 홍석천씨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으로 유명한 ‘마이첼시’(이태원1동)의 홀 매니저였다. 이른바 이태원 주류에서 ‘놀던 사람’이다. 그가 주류를 탈출해 간판을 건 곳은 ‘경리단길’이다. 행정구역상 용산구 이태원2동 회나무길이다. 초입에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 ‘경리단길’이라고 부르는 이곳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까지 이어지는 약 950m 언덕길을 말한다. 6호선 녹사평역에서 남산 3호터널 방향으로 약 600m 내려가면 오른쪽에 길 입구가 나온다.

최근 2년간 이 거리는 마치 뜨기 직전 날갯짓하던 초창기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을 닮았다. 개성 강한 커피점이나 모자가게, 옷가게, 음식점이 하루가 멀다 하고 문을 연다. 33㎡도 안 되는 ‘한 뼘 가게’들이 많다. 지난해에 문 연 곳만 8군데가 넘는다. 오지상햄버그스테이크, 몬스터컵케이크, 미니스, 올리아, 타이누들, 무명여배우 등. 2010년에 터를 잡은 멀로니스 펍, 티드 빗, 목포홍탁, 빅 머그, 빈 모디스트, 노바, 보메, 마리아테라스와 올해 문 연 쭈쭈빠빠, 피콕, 귀(Gui) 등과 4~7년 전부터 터줏대감 노릇을 했던 예환, 비스테까(사진), 와지트, 핫토리키친 등을 합치면 25곳이 넘는다.

훤의 침실에 스며든 ‘해품달’의 월이처럼 이들은 남산 아래 나지막한 이 동네로 스며들었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흥청대는 이태원 상권과 사람냄새 없는 프랜차이즈 커피와 술을 팔기 바빠진 홍대 유흥가, 휴일이면 어깨가 부딪치기 바쁜 삼청동 일대, 대자본에 점령돼 본래의 매력이 사라진 가로수길이 이들은 싫다. 그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서울에서 만나기 어려운” 골목문화가 살아 있고 휘파람 소리가 울릴 정도로 “고즈넉하고 조용한 동네”인데다 사통팔달 교통이 발달했지만 “마치 고립되어 있거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여유가 느껴지는 곳”이 이곳이라고. 물론 현실적인 이유도 있다. 이태원역 상권을 비롯해 ‘사람들 좀 온다’는 곳의 임대료는 어마어마하다. 이태원역 주변 상권 목 좋은 대로변의 경우, 권리금은 약 1억5000만~2억원, 보증금은 약 1억원, 월세는 약 350만~400만원이다(33㎡ 기준). 뒷골목으로 들어서면 권리금이나 보증금이 7000만~8000만원으로 떨어지기도 하지만 비싸기는 마찬가지다. 경리단길로 들어서면 가격대는 뚝 떨어진다. 33㎡ 크기의 상점은 보증금 1500만~2000만원, 권리금은 3000만~5000만원, 월세가 약 150만원 선이다. 신누리공인중개사사무소 소장 유용수씨는 “하얏트호텔 쪽과 경리단 쪽은 차이가 있지만 다른 이태원 지역보다 50% 싸다고 보면 된다”고 말한다.

이곳은 고개만 들면 꽃 피고 새 우는 남산이 보인다. 해가 지고 가로등이 켜지면 남산 아래 경사진 기슭은 그리스 산토리니의 낭만이 깃든다. 실핏줄처럼 얽힌 골목에 녹슨 철문이 마주보고 낡은 시멘트 계단에는 상추를 키우는 화분이 있다. 이른 아침에는 금발의 외국인이 강아지를 끌고 산책을 하고, 저녁에는 숯불에 삼겹살을 굽는다. 외국인들은 거리를 채우는 다른 색이다. 2012년 용산구청 자료를 보면, 경리단길이 있는 이태원2동에 거주하는 외국인만도 652명이다. 등록을 안 한 이방인까지 합치면 그 수는 더 많다. 황폐해지는 홍대 거리가 싫어 이주한 인디밴드 가수, 사진가, 판소리꾼 등 아티스트들도 살고 있다. 꽃이 있어 나비가 날아오는지, 나비가 날아와 꽃을 피우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곳을 찾는 이들은 꾸준히 늘고 있다.

봄볕이 따스한 날 운동화끈 질근 동여매고 경리단길 여행에 나서 보자. 들머리에 있는 대성교회가 첫눈에 들어온다. 1954년에 생긴 고풍스러운 교회다. 오래된 것은 교회만이 아니다. 이태원 제일시장은 40년 역사를 자랑한다. 채소가게 주인 박금순(82) 할머니는 “여기가 다 논밭이었어. 남산에서 여우가 내려와 닭을 물고 가곤 했지. 노루도 내려왔는데…”라며 50년 전 이 동네를 회상한다.

‘성지모텔’도 30년 된 곳이다. 이 여관을 가운데 두고 하얏트 호텔에서 가까운 위쪽은 고급 주택이나 평수가 넓은 레스토랑이, 아래는 작고 소박한 가게가 즐비하다. 그가 들려주는 동네 역사도 재미있다. “경리단 너머 이태원은 ‘뒷골’, 이병철 회장이 살던 곳은 ‘학동’, 하얏트 아래 동네는 ‘은골’이라고 불렀어요. 용산기지가 들어오면서 미군들이 세들어 살았는데 지금은 필리핀인이나 외국인 강사들 차지죠.” 성지모텔은 80년대 초까지 주말이면 “휴가 나온 미군이나 미군 가족들”로 방이 없었다.

느리게 걷는 발길에 폴란드 그릇 가게 ‘노바’가 걸린다. 옷가게 ‘피콕’은 아직 간판을 달지 않았다. “오빠가 홍콩에서 가져오는 옷들입니다. 원피스가 4만원을 안 넘어요.” 피콕의 주인장 지아씨가 에스닉 스타일의 주홍색 원피스를 보여준다. ‘(의류 브랜드) 자라보다 싸게’가 모토다. 한껏 세련된 가게를 여행하고 나면 뻥튀기 장사꾼이 “뻥이오” 튀긴 강냉이를 판다. 올해 73살인 ‘뻥튀기 아저씨’ 이창섭씨는 매주 목요일마다 노점을 연다. ‘베일리’는 카페인가 싶어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생화와 고급스러운 화분을 파는 꽃가게다. ‘빈 모디스트’에는 어디선가 본 듯한 모자가 걸려 있다. 얼마 전 이곳으로 이사한 가수 빽가가 주인 빈경아씨가 만든 모자를 쓰고 <유희열의 스케치북>에 출연했다. 유럽의 모자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는 짙은 밤색의 우아한 모자를 만든다. 보석가게 ‘에끌라’, 그래픽 등의 예술서적을 파는 ‘디엠북스’(DM BOOKS) 등도 가볼 만하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용감한 커피 마시고 무명여배우 와인 한잔?


미식가 불러모으는 경리단길 맛집 베스트

미식을 대식이나 식탐과 구별했던 1800년대 프랑스 음식탐험가 앙텔름 브리야사바랭이 지금 서울 용산구 이태원2동을 여행한다면? 호기심에 심장이 쿵쾅거릴 것이다. 일본식 퓨전요리부터 스테이크, 파스타, 프랑스식 케이크, 필리핀 전통음식, 드립커피, 컵케이크까지, 온갖 먹거리 때문이다. 시큼한 향이 매력인 우리 음식 ‘홍탁’까지 명함을 내밀고 있다. 들머리에 육군중앙경리단이 있어서 일명 ‘경리단길’이라 부르는 이곳은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까지 이어지는 약 950m의 언덕길이다. 최근 2년 사이 개성 강한 음식점과 독특한 펍과 바들이 하나둘 늘었다. 6~7년 전부터 터를 잡았던 레스토랑까지 합치면 20곳이 넘는다. 먹고 싶은 만큼 호기심도 강한 미식가들을 위해 간추려 이곳의 맛집을 소개한다. 

십자가, 해골, 벌레 모양 컵케이크
맛은 달콤한 ‘몬스터 컵케이크’

몬스터 컵케이크 예쁘고 아기자기한 컵케이크는 없다. 묘지와 십자가, 해골, 벌레, 도끼, 팬티 장식의 컵케이크 등이 눈길을 확 끈다. 잘린 손가락 모양의 과자와 수혈 비닐팩에 든 찬 음료도 재미를 준다. 외양은 다소 엽기적이지만 맛은 달콤한 컵케이크 그대로다. (4000~5000원/02-790-1108)

오지상 햄버그스테이크 2011년 4월 문을 연 이곳은 박석민(35)씨, 정진이(29)씨 부부가 운영한다. ‘오지상’은 일본어로 ‘아저씨’란 뜻. 일본 여행을 많이 했던 박씨가 일본에서 반한 함박스테이크를 선보인다. 쇠고기 차돌박이를 갈아 직접 손으로 빚은 ‘햄버그스테이크’와 채소, 감자튀김이 지글거리는 팬에 나온다. 밥과 수프도 따라온다. 5일간 전라도 신안 천일염에 절인 베이컨은 박씨의 자랑거리. 보통 베이컨의 2배 굵기다. (햄버그스테이크 1만2500원, 베이컨 2000원, 달걀, 치즈 1000원/070-4407-0712)

올리아(Olea kitchen & Grocery) 지난해 10월에 들어선 고급 이탈리아레스토랑. 하얏트호텔 바로 앞에 있어 호텔 숙박 손님도 찾는 곳. 1, 2층은 레스토랑, 지하 1층은 치즈, 잼, 빵, 향신료 등을 파는 식료품점이다. 고등어 살이 넉넉하게 들어간 ‘고등어파스타’ 등이 있다. 유명한 이탈리아레스토랑 ‘구란구스또’가 처음 문을 열 때 참여했던 요리사가 주방을 책임진다. (1만5000~4만8000원/부가세 별도/02-792-6004)

핫토리키친 일본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졸업한 요리사 손지영(37)씨의 퓨전일식 술집. 저녁 7시에 문을 열어 오전 2시에 닫는다. 각종 채소와 버무린 냉우동인 ‘사라다우동’과 ‘도미뱃살데리야키’가 인기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을 연상시키는 분위기로 최근 몇 년 사이 인기다. (1만8000~2만3000원/부가세 별도/02-792-1975)

예환 9년 전 문을 연, 오너셰프 배예환(43)씨의 레스토랑. 대형 백화점에 ‘예환드레싱델리’를 입점시킬 정도로 새콤달콤한 배씨의 소스는 유명하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장관들 조찬 만찬, 이명박 대통령 취임 초기 도시락을 제공했다. ‘그린샐러드와 통오징어’, 리소토 등 이탈리아요리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추어 잘 해석했다는 평을 듣는다. (7000~3만500원/02-798-4752)

목포산 홍어, 애탕과 전까지
전라도 맛 진수 ‘목포홍탁’

목포홍탁 껍질 맛이 살아 있는 도톰한 삶은 돼지와 한 달 이상 삭힌 목포산 홍어가 맛깔스럽다. 노지 깻잎과 곰취로 만든 장아찌, 5가지 종류의 나물, 전라도 김치 등 12가지가 넘는 반찬이 푸짐하다. 전주가 고향인 손은아(61)씨는 “15살부터 재벌집에서 식모로 일했”다고 한다. 지금도 반찬 주문을 하는 ‘사모님’들이나 결혼식 음식으로 홍어무침을 주문하는 이들이 있다. 차림표에 홍어애탕이 눈에 띄고 단골에게는 홍어전도 부쳐준다. (홍어요리 4만~10만원/02-793-0775)

비스테까(BISTECCA) 2006년 일찌감치 문을 연, 오너셰프 김형규(51)씨의 레스토랑. 경희대 조리학과를 졸업하고 밀레니엄힐튼호텔의 ‘일 폰테’를 거쳐 ‘라 쿠치나’에서 15년간 일했다. 국내 1세대 이탈리아요리사로 유명. 요란한 장식 없는 스테이크, 면의 맛을 살린 파스타, 직접 퍼주는 티라미수 등, 정석에 충실한 요리가 돋보인다. 고풍스러운 인테리어와 남산의 사계절과 야경이 한눈에 들어오는 창가 테라스가 매력적이다. (1만8000~4만8000원/부가세 별도/02-792-7746)

티드빗(Tid Bit) 프랑스 케이크 전문점. 르 코르동 블뢰 출신의 파티시에 이은아(36)씨가 손님들이 들여다볼 수 있는 방에서 케이크를 만든다. 주인 정종훈씨가 어시스턴트로 거든다. 감자로 만든 감자케이크, 솔방울 모양의 티라미수 등, 전문요리사도 “제대로 한다” 소리 할 정도로 깔끔한 맛이다. 소규모 케이크 강좌도 있다. 이곳 커피는 ‘커피명가’ 것. (6000~7000원/02-794-0123)

미니스, 용감한 커피와 씩씩한 푸드 <악마를 보았다> 등에 출연한 영화배우 최무성씨의 친동생 최재원(41)씨가 드라마 조감독과 공동 운영하는 곳. 6~7년 경력의 바리스타인 최씨는 홍대 근처 커피로스트전문점에서 커피를 볶아 온다. 영화 세트디자이너가 마치 영화세트장처럼 만든 곳. 치킨데리야키덮밥과 수제 샌드위치, 주먹밥이 인기 메뉴. (2300~8000원/02-795-8948)

무명여배우(02-790-5053)는 ‘핫토리키친’의 손지영씨 친여동생 손소영씨가 문을 연 와인바. 실제 손씨는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10년 넘는 경력의 ‘무명여배우’다. 케이씨(KC) 필리핀레스토랑(전화번호 없음)은 필리핀 전통음식과 그린망고 등의 필리핀 과자, 라면 등을 파는 곳. 와인수입회사가 운영하는 치코비노(02-797-4343)는 스테이크, 피자 같은 요리와 매장에 네덜란드 수입 치즈나 하몬 등이 있다. 타이누들(02-749-9585)은 주인 배수현씨가 남산을 산책하다가 ‘경리단길’이 좋아 문을 연 타이국수요리점. 마리아테라스(02-790-6303)는 남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프러포즈 이벤트 전문 카페다. 2, 30대 예비신랑·신부부터 심지어 고등학생까지 이벤트 예약을 하는 곳. 마오(02-793-8845)는 ‘베이징덕’과 딤섬 등을 선보이는 중식당. 주말에 가족모임 등이 많다. 모토(02-793-9701)는 생선구이, 어묵탕 등 깔끔한 음식이 매력적인 일본식 선술집. 시화담(02-798-3311)은 ‘신선설농탕’을 운영하는 주식회사 쿠드의 오청 대표가 운영하는 고급 비즈니스 한정식집. 통일신라시대 토기 등 고미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강북·강남 통하는 위치에서 느껴진 고립감에 반했죠”



용산구 이태원2동 ‘경리단길’에 폭 빠져 찾아 들어온 이들에게는 이 길만큼 재미있는 사연이 많다. 사연이 곧 길의 역사다. 음악과 와인을 나누는 ‘와지트’를 만든 대중음악평론가 강헌씨, 변변한 맛집 하나 없던 곳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열어 ‘한 뼘 맛집 거리’를 이끈 요리사 손지영씨, 단박에 반할 만큼 예쁘지만 아직까지도 낯선 폴란드 그릇을 파는 박영신씨에게서 그들의 경리단길 이야기를 들었다. 

“길을 잘못 들어서서 경리단을 알게 되었어요 서울에서 보기 드문 동네죠”

작업실 열었다가 문화공간 겸 와인바 ‘와지트’로 문패 바꾼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강헌’이라는 이름 앞에는 대중음악평론가라는 명패가 달린다. 그는 현재 <한국방송> ‘불후의 명곡 2’의 심사위원이자 <문화방송> ‘위대한 탄생 2’의 전문평가위원이다. 음표에 몸을 싣고 글을 써왔던 그가 요즘은 해가 지고 어둠이 깔리면 마치 본색을 드러낸 드라큘라처럼 이태원2동 경리단길 지하방으로 스며든다.

그는 와인을 마시며 이 지하방을 찾은 이들에게 와인과 음악, 맛깔스러운 음식을 내놓는다. 그가 밤마다 고즈넉한 파티를 여는 지하방은 그의 아지트, ‘와지트’(WAgit)다. 와인(Wine)을 의미하는 더블유가 첫 글자인 와지트는 회원제로 운영되는 강헌(51)의 와인바 겸 레스토랑이다.

이곳은 별나다. 지하지만 남산 아래 경사진 동네에 붙어 있는 바람에 창이 있다. 반짝이는 남산 엔(N)서울타워 불빛이 보인다. 아크릴 장식 뒤에는 30년간 그가 모은, 고가의 엘피(LP) 음반이 1만장이 넘는다. 벽장에는 ‘샤토 마고’, ‘오퍼스 원’ 등의 고급 와인과 싱글몰트 위스키 ‘라프로익’ 등도 있다. 둘러보면 마치 어머니의 자궁으로 회귀한 것처럼 아늑하다.

“와지트를 연 지는 4년 되었어요. 그 이전에는 개인 작업실이었어요.” 2004년 그는 작업실을 푸른 숲이 있는 남산이 가까운 곳에 마련하고 싶었다. 필동, 장충동 등을 돌아다녔다. 그가 원했던 것은 자연이었다. 산책할 만한 거리가 있고 조용하면서도 아늑하면 오케이였다. 하지만 아파트가 숨통을 조이는 서울에서 쉽지 않았다. “우연히 길을 잘못 들어서서 이 경리단길을 알게 되었죠. 서울에서 보기 드문 동네였어요. 강북, 강남과 잘 통하는 위치는 ‘고립’이 느껴졌는데 그것이 마음에 들었죠.”

고불고불 옛 정취가 물씬 느껴지는 좁은 골목이 있고 남산과는 걸어서 5분 거리인 한적한 경리단길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때는 월세도 쌌어요.” 그의 작업실은 “술 한병 들고 놀러 오는 친구들이 많은” 사랑방이 되었다. 소박한 사랑방이 현재 ‘와지트’가 된 사연은 재미있다. “2006년 작업실을 정리하고 1년 반 전라도 광주에 있었어요. 다시 올라와보니 작업실이 그대로 비워져 있는 겁니다. 기쁜 마음에 200만~300만원 들여 이사부터 했지요.” 그것이 문제였다. 떠나기 전 월세는 약 90만원이었다. 2008년 돌아와 보니 월세는 약 200만원으로 올라 있었다. “난감했죠. 의사, 광고회사 간부,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구성된, 제게 음악 강의를 듣는 모임이 있었어요.” 강헌만큼 그의 작업실을 아꼈던 그들은 자청해서 ‘소액 주주’가 되었다. 강헌은 직접 페인트칠을 하고 거리에 버려진 의자를 집어오고 황학동을 뒤져 탁자를 맞췄다. 경리단길 문화공간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회원제로 운영하는 이유는 “돈을 벌겠다, 장사를 하겠다는 생각”이 없기도 하고 십시일반 기쁘게 돈을 낸 초창기 회원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처음에는 와인과 치즈 정도만 갖다 놨는데” 점점 음식에도 욕심이 생겼다. 음악만큼 음식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대학 시절, 소주 한잔을 마셔도 친구들을 맛난 곳으로 끌고 갔”고 마치 <도문대작>을 썼던 허균처럼 젊은 시절 팔도를 유람하면서 음식을 맛보기도 했다. 그는 ‘강헌의 밥상’을 와지트에 추가했다. 그의 밥상은 24절기마다 다른 식재료가 풍성한 우리 땅 맛이었다. 조리법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지만 요리사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절기마다 다른 제철 식재료로 매번 다른 요리를 창작하는 방식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절이 바뀌는 세상 이치를) 인문학적으로 이해하고 음식에 담을 줄 아는 요리사가 필요했어요.” 고심 끝에 그가 찾아낸 이는 유명아(42)씨였다. 대학에서 사회학을 공부한 유씨는 3년간 독일에서 경험한 풍부한 유럽 식문화와 타고난 음식솜씨로 절기마다 다른 색다른 맛을 선보인다.

요즘은 만물이 깨어난다는 경칩을 맞아 ‘샴페인 젤리를 얹은 게살케이크’, ‘봄채소를 넣은 돼지 목살 샤브샤브’, ‘모시조개 톳 리소토’, ‘콩양갱과 두가지 색 절편’ 등을 식탁에 낸다. 동서양을 넘나드는 조리법이다. “회원들이 대환영했죠.” 현재 와지트의 회원은 약 90명이다. 100명이 되면 더이상 회원을 받지 않을 생각이다. 출입만 가능한 연회비 20만원 회원과 절기 와인과 치즈가 무료 제공되는 100만원 회원, 2종류다. 1년에 2번 회원들과 전국 미식여행도 떠난다.

올 1월에는 흑산도와 남서해안을 돌았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하는데 이곳에서 모두 만나니 너무 좋습니다. 정신적인 안정이 되죠. 밤거리 이슬 맞으며 다닐 필요가 없어요.” 둥근 얼굴과 넉넉해 보이는 풍모에서 풍류객의 여유가 빛난다.


군더더기 없이 맑은 독립영화처럼

독립영화인에서 폴란드 그릇 가게 ‘노바’ 주인으로 변신한 박영신씨

“이태원역 상권보다 저렴, 이 거리만의 매력이 위력 발휘할 줄 알았죠”

지하로 내려가는 길은 가팔랐다. 흰색 페인트칠한 문을 열자 별천지가 펼쳐졌다. 온통 코발트색이다. 아름다운 선율로 빚은 것 같은 도자기들은 모두 코발트색이었다. 그릇의 문양은 낯설었다. 선은 직선도로처럼 규칙적이다가 투수의 변화구처럼 뚝 떨어진다. 원은 떨리는 손이 가까스로 동그란 점을 찍은 듯 애잔하다. 이 독특한 도자기들은 모두 폴란드에서 수입한 그릇들이다.

박영신씨

2010년 서울 이태원2동 경리단길 초입에 문을 연 ‘폴란드 그릇 노바’(Nowa Polish Pottery)의 주인 박영신(35)씨가 반갑게 맞는다. 그는 이곳에 2000가지가 넘는 그릇이 있다고 말한다. 약 59.56㎡(18평)의 공간에는 머그잔부터 냄비, 다양한 크기의 접시들이 한 폭의 치맛자락처럼 펼쳐져 있다. 가격은 천원대부터 수십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로 치면 여주 같은 곳인 폴란드 볼레스와비에츠에서 생산하는 수공예 그릇입니다.”

박씨는 본래 요리사도 그릇판매상도 아니었다. 독립영화를 제작했고 ‘부천국제영화제’, ‘여성영화제’, ‘충무로영화제’ 등에서 스태프로 일했던 이다. 영화판 사람인 그가 경리단길 지하에서 코발트색 그릇을 선보이게 된 사연도 역시 영화 때문이다. 처음 이곳에 가게 문을 연 이는 영화판 선배였던 김신성(40)씨였다.

김씨는 2년3개월 전 파리단편영화제 초청을 받아 유럽을 방문했다. 내친김에 폴란드에 사는 친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낯선 폴란드관광안내소에서 코발트색 그릇을 발견했다. “원시적인 매력”에 이내 마음을 뺏겼다. 그길로 생산지인 볼레스와비에츠로 향했다. 도자기 공장들이 몰려 있었다.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손대면 엎어지기만 하는 영화”를 접고 ‘노바’를 열었다. 폴란드 그릇에 대한 공부도 시작했다. 그가 매혹당한 색은 “천연재료인 코발트 광물에서 얻은 색, 페르시아제국이 발견한 색, 유럽 도자기의 기초가 되는 색”임을 알아냈다.

현지 공장을 여러번 방문해서 폴란드 그릇에 얽힌 재미있는 사연도 들었다. 폴란드가 공산화되면서 공장들은 문을 닫았지만 80년대 민주화가 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고 한다. 주둔한 미군들의 부인들은 폴란드 그릇에 열광했고 본국으로 돌아갈 때 한보따리 싸가지고 갔다고 한다. 미국 현지에서 인기를 끌면서 공장은 다시 살아났고 전국에 흩어졌던 장인들도 다시 볼레스와비에츠에 모였다.

김씨는 이런 이야기를 재미있게 구성해서 블로그에 띄웠다. 작전은 성공! 입소문이 나면서 한적한 경리단길 그릇 가게는 세련된 주부들이나 20, 30대 젊은이들과 외국인, 대사 부인들로 북적였다. 일본 잡지에 소개되기도 했다.

김씨는 용인에 또다른 폴란드 그릇 가게 ‘로자’를 열면서 박씨를 찾아 노바의 주인으로 앉혔다. 영화가 이어준 사이는 끈끈했다. 김씨가 처음 이곳 경리단길을 선택한 이유는 “이태원역 상권보다는 저렴한 편”이고 호젓한 이 거리만의 매력이 “언젠가 위력을 발휘할 날”이 올 것이라고 내다봤기 때문이다. 그는 이곳에 폴란드 케이크 전문점도 곧 열 생각이다.

아직 앳된 얼굴의 박영신씨가 그릇 하나하나를 들어 설명을 한다. “접시 뒤에 장인의 친필 사인이나 사연이 자세히 적힌 그릇도 있지요. 조금 더 비싸요. 공장마다 문양이 달라요. 큰 매력이죠. 미국이나 일본은 이미 폴란드 그릇이 인기를 끌었어요. 우리는 이제부터죠.” 카메라를 돌렸던 아티스트답게 그가 구성한 ‘노바’는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독립영화다.


경리단길 터줏대감 된 ‘모던 주모’

한국판 ‘심야식당’으로 사랑받는 ‘핫토리키친’ 손지영씨

“우연히 흘러들어왔는데 시간이 멈춰있는 거예요. 이곳이다 싶었죠”

“내가 잘돼서 경리단길 잔다르크가 되겠어!” 2008년 요리사 손지영(37)씨는 이태원2동, 일명 경리단길에 퓨전일식술집 ‘핫토리키친’을 열면서 소리쳤다. 지인들은 상권도 제대로 형성되지 않은, 그저 낡기만 한 동네에 세련된 일식술집을 여는 그를 두고 “미쳤다”고 했다. 장사꾼 편에 선 이들에게 꼬부랑 할머니가 채소를 팔고, 아침이면 외국인이 개를 끌고 나오는, 좁은 계단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 있는 이 거리는 가망성 없어 보였다.

손지영씨

“제 가게 옆에는 문방구, 미용실, 철물점들만 있었어요. 음식점이라고는 없었어요.” 하지만 손씨는 이런 점이 좋았다. “우연히 흘러들어왔는데 시간이 멈춰 있는 거예요. 바로 이곳이다 싶었어요.” 당시 그는 가게 자리를 물색중이었다. 그의 손에는 핫토리영양전문학교를 졸업하고 돌아와 1년 일해 번 돈과 대출받은 4천만원이 고작이었다. 일식집이 많은 동부이촌동, 이태원역 주변, 부암동 등을 샅샅이 뒤졌으나 자금은 턱없이 모자랐다. 이때 구세주처럼 경리단길이 나타난 것이다.

각오는 단단했지만 어려움은 많았다. 동네에는 흉한 소문도 돌았다. ‘이상한 젊은 여자가 술집을 열었다’ 소리가 살을 붙여 퍼졌다. 만 4년을 버틴 지금 “노점 할머니가 직접 만두를 사 줄 정도로” 동네 사람이 다 되었다.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성업중이다. “약간 날라리에, 업이 노는 거였으면 좋겠다 생각하는 철부지에, 술 마시고 음식 해주는 것이 마냥 좋기만 한” 그의 스펀지 같은 성격이 성공 요인이었다.

그의 손맛은 말할 것도 없다. ‘사라다우동’, ‘감자고로케’, ‘도미뱃살데리야키’는 인기가 좋아 차림표에 남았지만 매일 상에 오르는 음식은 주인장 맘대로다. 비 오는 날 기분 내키면 김치전도 부친다. 그래서 손님들은 그를 ‘모던 주모’라고 부른다. 일본 만화 <심야식당> 한국판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이제는 19~26㎡(6~8평)의 소박하지만 개성이 강한 커피점과 음식점도 이웃으로 들어왔다. 외롭지 않다. “레시피를 그림으로 그려줘 요리전문지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그의 요리를 찾는 곳은 늘고 있다.

글·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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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맛집 지도는 동쪽으로 이동중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에서 이태원역 방향으로 약 600m 거리 양 대로변, 일명 꼼데가르송길이라는 대로변 뒷길은 요즘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공연장인 블루스퀘어에서 남산 방향 한남동 일대도 비슷하다. 화려한 레스토랑과 숍이 성벽처럼 진을 친 대로변을 피해 골목으로 들어간 아기자기한 맛집과 숍 때문이다. esc가 그 집들의 탐방에 나섰다.

자동차 아우디 매장을 끼고 들어선 골목은 삼삼오오 팔짱을 낀 20~30대 젊은 여성과 데이트족들로 주말 저녁이 왁자지껄하다. 역사가 오래된 ‘바다식당’만 고즈넉하던 골목에 고소한 향이 풍성하다.

‘한남 진(眞) 돈부리’는 외양이 소박하다. 나무 질감으로 뽐낸 문짝과 간판이 고즈넉하다. 명동에 1호점이 있는 이곳은 1년 전 문을 열었다. ‘가츠동’(돈가스덮밥), ‘에비동’(새우튀김덮밥) 등 11가지 일본식 덮밥과 라면, 카레 등이 있다. 2호점 사장인 김선정(36)씨는 “간장, 튀김옷 등 재료를 주로 일본에서 가져와요. 확실히 맛이 달라요”라고 자랑한다. 가츠동을 한입 쑥 입안으로 밀어넣자 단맛이 잔잔하게 전해진다. 돼지고기 아래 쫙 깔린 익힌 양파 때문이다.(02-797-1179/6000~1만2000원)


바로 옆 건물에는 ‘테이스팅룸’(tastingroom)과 ‘미키 크레올’(Miki Creole)이 환하게 미소 짓는다. 외식업체 메뉴설계도 같이 하는 디자인회사 비안디자인을 운영하는 김주영(41)·안경두(43) 부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이다. 김씨는 조명디자이너, 안씨는 건축디자이너다. 안씨는 레스토랑 인테리어를 맡아 하다가 음식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테이스팅룸은 청담동에 본점, 방배동 서래마을에 2호점이 있다. 이태원점은 연 지 2개월도 안 되었지만 예약이 필수일 정도로 인기다.

이곳의 히트메뉴는 언뜻 보면 피자처럼 보이는 ‘플랫 브레드’(flat bread)다. 말만 따지자면 ‘납작한 빵’인데 평범하지는 않다. 김씨는 “저희가 개발했죠. 납작한 빵에 뭔가를 얹어 맛을 낸 개념입니다”라고 말한다. 베이컨과 시금치, 치즈 등이 풍성하게 올라간 빵은 옆 테이블 손님의 시선까지 빼앗는다. “음식도 디자인한 거죠. 이탈리아 음식이 베이스지만 이탈리아에도 없는 음식이 많아요.” 아이스크림에 팝콘이 박히고 소금을 뿌려 먹는 ‘팝콘 소금 아이스크림’도 색다르다. ‘푸실리 룽기 앤 포크’(fusilli lungi & pork)가 나타나면 라면이 마음껏 부풀어 오르면 이런 모양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파스타 면은 갓 미장원을 나온 우리 엄마 파마머리다. 양념이 잘 밴 돼지고기와 둘둘 말아 먹으면 탱탱한 면이 혀를 칭칭 감는다. 푸실리 룽기는 라면 면발처럼 구불거리는, 길이가 긴 파스타 면이다.(02-797-8202/6600~3만2000원) 위층에 자리잡은 ‘미키 크레올’은 ‘크레올’에 방점이 있다. 크레올은 미 대륙에 정착한 에스파냐인, 프랑스인과 흑인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가리킨다. 이들의 음식이 나온다. “그들은 음식문화도 섞였죠. 재료는 아프리카, 요리법은 프랑스식이라 보면 돼요. 미국 남부 음식들이에요.”


글래머러스 펭귄’(Glamorous Penguin)은 ‘바다식당’ 옆에 있다. 5개월 전에 문 연 이곳은 수제케이크 전문점이다. 도쿄제과학교를 졸업한 오수정씨와 주인 유민주씨가 함께 맛을 낸다. 유씨는 외국에서 거주할 때 친구들의 부엌에 있는 케이크 레시피를 꼼꼼하게 챙겼다.(02-790-7178/한 조각 6500~7000원)


 

글래머러스 펭귄의 ‘레드벨벳’ 케이크.  부자피자의 ‘마르가리타 콘부팔라’ 피자.


피제리아 드부자(Pizzeria D’Buzza·일명 부자피자)를 빼놓고는 이 골목을 이야기할 수 없다. 이 골목의 부흥을 이끈 주인공이다. 2011년 11월 문을 열자마자 이 집의 피자는 인기몰이를 했다. 기본 30분 이상 줄을 서야 맛볼 수 있었다. 긴 줄은 또 사람들을 부르고, 다시 긴 줄이 생겼다. 그 줄은 인근에 2호점 개점, 백화점 입성 등의 성공의 날개를 달아주었다. 어둑한 주말 절대 녹지 않을 것처럼 단단히 박힌 눈덩어리 사이로 사람들이 줄 서 있다. 인기가 여전하다.

이곳은 20~30대 초반의 세 명의 청년이 뭉쳐 만든 ‘트라이비’란 회사의 계열사인 트라이비푸드가 운영한다. 세 명 중 한 명인 이일주 셰프가 총괄한다. 그는 이탈리아에서 피자 등을 공부했다. “화덕에서 480도 정도로 굽고, 참나무를 사용하고, 모양도 정형화되지 않은 비대칭인 점과 직영농장 운영” 등이 성공요인이라 말했다. 23가지 피자가 제각각 뽐내며 손님을 기다린다. 금방 찢어진다는 소리가 나올 만큼 얇은 도가 특징이다.(02-794-9474/7500~2만1000원)

부자피자에서 나와 고개를 들면 건물 2층에 있는 ‘오치킨’(O chicken)이 눈에 들어온다. 맛집 탐방 마니아라면 스스무 요나구니 선생이 운영하는 ‘오키친’이 떠오른다. ‘치킨’과 ‘키친’은 달라도 아주 다른데 말이다. 사장 김준기(34)씨는 “실제 손님들이 착각을 많이 해요”라고 말하고 웃는다. 이곳은 카페 분위기에서 통닭과 맥주 한잔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여름날에는 테라스가 인기란다.(02-790-5506, 070-4237-5541/1만7000~1만8000원)

오치킨 뒤에는리쉬스 벨루’(Richesse Velours)와‘2E’가 있다. 리쉬스 벨루는 차 전문 카페지만 마치 잼처럼 유리병에 담은 컵케이크 때문에 유명해졌다. 의상디자인을 전공한 김윤희 사장은 “환경호르몬 그런 게 싫어서 플라스틱 용기 대신 유리병을 사용하게 됐다”고 한다. 카페가 보유한 티는 150여가지지만 차림표에는 50여가지가 있다. 천장의 골조가 보이는 인테리어는 아늑하고 고풍스러운 멋을 뽐낸다.(02-797-8878/컵케이크 6500~6800원) 2E는 칵테일, 위스키, 와인 등이 있는 바다. ‘투이’, ‘한남동 E’ 등으로 불린다. 디자인회사가 운영하는 곳답게 세련되고 모던한 분위기가 돋보인다. 생과일이 많이 들어간 모히토 칵테일과 마티니가 인기다. 이 회사는 3월에 2E 위에 한식당도 열 예정이다.(070-4213-2061/모히토 칵테일 한 잔 1만4000~1만6000원)

원더커피’(Wonder Coffee)는 엔지니어 출신의 유영걸(36)씨가 친구와 동업해 연 커피집이다. “해외 출장을 다니다가 이탈리아 커피에 반해” 이 집을 열었다. 커피 종류가 많지 않지만 맛은 예사롭지 않다. 로마 두오모 근처에 있는 카페 ‘타차도로’에서 볶은 원두를 수입해 맛을 낸다. 숟가락으로 푹 뜬 것 같은 티라미수도 인기메뉴다.(02-793-5521/4000~6000원) 바로 옆에는 전시문화기획자 바이홍씨가 운영하는 술집 ‘초능력’이 불을 밝히고 있다. 고향인 충남 예산에서 가져온 두견순곡동동주가 있다. 큰 주판알, 여러 가지 색의 작가들 작품 등 내부 장식이 재미있다.(02-322-5495/두견순곡동동주 1만원, 두부깻잎김치 1만3000원)

6호선 한강진역 3번 출구를 빠져나와 이태원역 방향으로 1~2분 걸어 횟집 해천을 끼고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고불고불 길이 눈에 들어온다. 예전 제일기획 맞은편 골목에서 명성을 날렸던 봄봄’(Bombomb)이 지난해 5월에 이곳으로 이사했다. 주꾸미파스타, 티라미수 등 예전 메뉴 그대로지만 변화도 생겼다. 단골들의 사랑을 독차지한 티라미수를 포장판매한다. 공간도 42(13)에서 79(24)로 넓어졌다. 단골들은 봄봄을 잊지 않고 찾아온다. 주인 임도경씨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아는 이들이 오죠. ‘뭐가 많이 나가요라고 묻지 않아요라고 말한다. 미술을 전공한 임씨는 이탈리아 아이시아이에프(ICIF)에서 수학을 했다.(02-794-8770/7000~38000)


작은 카페 루틴’(Routine)은 작아도 너무 작다. 1층에 테이블이 고작 2개다. 하지만 2층은 10~12명이 충분히 들어갈 만하다. 주인 김보경씨는 “2층은 대관을 해요라고 한다. 유치원 영어교사였던 김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박지혜씨가 뭉쳐 만들었다. 김치도리아, 파스타, 홍합찜 등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 위주다. 와인도 있다.(02-790-6686/5000~22000)


마피아 치킨’(Mapia Chicken)은 마카오풍 소스 치킨, 시칠리아풍 소스 치킨, 데리야키 갈릭치킨 등을 선보인다. 깔끔한 실내와 외관은 카페라고 착각할 정도다. ‘치킨집 같지 않은 치킨집을 지향한다.(02-749-5998/17000) 플러스91(+91)은 팬케이크가 있는 커피집이다. 걷다가 잠시 쉬어가기 좋은 조용한 카페다.(070-8876-0091/에스프레소 2500. 3000~5000)


2년 전 문 연 커피 츄’(coffee chu)는 추로스 전문점이다. 놀이동산 하면 떠오르는 추로스는 스페인 음식이다. 이곳 추로스는 스페인과 달리 우리네 입맛에 맞춰 기름기를 줄였다. 레몬치즈 추로스, 베리베리 추로스 등 다양하다. 점장 이수빈씨는 “90%가 여성 고객이고 블루스퀘어 공연이 끝나면 오시는 분들이 많다고 전한다.(02-790-6821/개당 2800~4000) 맞은편에는 설치미술가 최정화씨의 전시공간 꿀앤꿀풀이 있다. ‘인생은 진지한 표정으로가 간판처럼 걸려 있어 의아한 생각이 든다. 전시했던 작가의 작품이다. 마치 쓰러져가는 가옥처럼 보이지만 차 한잔 마시면서 전시 작품을 구경하는 맛이 있다.(070-4127-6468)


제일기획 방향으로 5~7분 정도 걸으면 카페 눈’(cafe noon)레이지헤븐’(LazyHeaven·일명 헤븐)을 만난다. 이 골목에서 장수한 카페와 칵테일 바다. 카페 눈은 6년째, 헤븐은 만 4년째 한자리를 지키고 있다. 카페 눈(02-793-9198/4000~ 7000)은 인근 카페 주인들조차 커피가 맛있다는 소리를 할 정도다. 책과 낡은 의자, 소파가 편안한 분위기를 만든다. 헤븐의 명성도 자자하다. 모히토를 비롯한 다양한 술이 있다. 마치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지는 실내는 요술창고 같다. 술꾼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공간으로 보인다


이들 앞에 있는 웨이스 오브 시잉’(Ways of seeing)은 전시도 보고 맥주, 커피, 치킨 안주, 팬케이크 등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크리에이티브 에이전시 선인장이 운영한다. 인디가수의 공연, 신인작가의 작품 전시 등이 상시 열린다. 독특한 전시 작품들이 식탁에 등장한 먹을거리를 더 맛나게 한다.(02-749-5174/3000~15000. 와인 33000공연장 블루스퀘어에서 육교를 건너 오토바이 할리데이비슨 매장 뒷골목에도 뚜벅이들의 호기심을 당기는 곳이 많다.

 

 

웨이스 오브 시잉의 ‘함박스테이크’.   익스페리멘털 커피 바 바이 상의 실내 풍경.


익스페리멘털 커피 바 바이 상’(Experimental Coffee Bar by SAANG)한국커피협회 회원인 이상규씨가 주인이다. 스페셜 커피가 8가지, 원두 보관통은 10, 그라인더도 10개 등 커피 전문가의 카페답다. 저녁 6시까지만 연다.(02-544-1071/4000~1만원)


따끈한 차로 몸을 데우고 마릴린 히치콕 시크’(Marilyn Hitchcock Chic)에 가면 눈이 즐겁다. 헤비메탈 가수가 연상되는 독특한 액세서리를 전시, 판매한다. 입술 모양의 반지 등 생소해서 재미있다. 걸려 있는 그림이나 천장의 등도 그로테스크한 미가 넘친다. 가수 제이와이제이 등 유명 가수들이 착용하고 뮤직비디오 등을 찍었다.(070-4253-8222)

 

'캐빈 바이 어네이티브’(Cabin by A.native)에 도착하면 방금 캠핑장에 도착한 듯하다. 1층은 12가지 커피와 차, 다양한 돈가스와 우동류를 판다. ‘오두막이라 이름 지었다. 식탁은 캠핑장 나무로 만든 것, 벽에는 온통 캠핑장비들이 가득하다. 캠핑 마니아들이 환호성을 지를 만한 분위기다. 옥상에는 캠핑 텐트가 쳐져 있다. 예약하면 도심에서 캠핑을 즐길 수 있다. 이곳은 동대문의류상가에서 스무살 때부터 의류 도매업을 했던 안병철씨 등 청년들이 뭉쳐 만든 회사로, 어네이티브가 운영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구성원들의 나이는 평균 30대 초반. 직접 캠핑의류 등을 제작하고 판매한다.(02-797-6782/4000~9000


고급스러운 레스토랑도 있다.스탠다드 키친’(Standard Kitchen)은 우아한 흰색 벽과 청색 문짝이 유혹한다. 카레라이스, 아스파라거스 오일 파스타 등. 데이트족들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02-795-3375/식사 14500~24500)


스탠다드 키친의 아스파라거스 오일 파스타.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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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하고 신기한 동네…이태원 꼭대기 ‘높은 한남동’



서울 한남동은 넓다. 당신이 아는 ‘대세 한남동’은 어디인가. 큰길가 대사관길과 갤러리길을 지나 한발짝만 안으로 들어와도 골목골목 작은 한남동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자기 작업에 몰두하는 젊은 예술가들의 공방과 작은 가게들이다. 골목에서 노니는 그들의 창의성, 잉여력, 열정이 한남동 문화를 만들었다.

한남동은 모순의 동네다. 이태원역에서 산꼭대기 판자촌을 따라 오르면 가난한 예술가들이 공동체촌을 닮은 거리를 형성하고 있다. 높은 한남동이다. 광고기획사 제일기획 뒤편에서 한남오거리 쪽으로 내려가는 낮은 한남동에는 자기 가게를 낸 디자이너들이 실용적이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선보인다. 높은 한남동에는 잉여력이 풍성하고 낮은 한남동에선 네트워크가 붐빈다.

지금 한남동이 끓는다. 한남동 골목길에 온라인마케팅사를 차린 박진수씨는 이렇게 말한다. “‘모든 새로운 것들은 변방에서 시작된다’는 괴테의 말이 있지만 한남동 골목길은 지금 새로운 것들이 시작되기에 아주 좋은 상태다.” 에너지가 끓는 거리, 높은 한남동과 낮은 한남동 골목길을 돌아보았다.

이상한 동네다. 1982년 가게문을 열어 아직도 장작으로 난로를 때는 한진이발소며 오래된 가전제품이 산더미처럼 쌓인 전파상들 사이로 커피전문점과 공방, 문신 가게들이 막 문을 열었다. 40년 된 닭발집 ‘숙이네’ 옆집은 파키스탄 사람이 하는 인도음식점이다. 낮에는 동네 토박이인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어슬렁거리고 밤에는 흑인, 무슬림, 기묘한 복장의 젊은 예술가들이 돌연 나타나는 곳. 한국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시작해 한남동 도깨비시장에 이르는 우사단 10길이다.

보광동과 한남동을 가르는 우사단 10길이 달라진 것은 지난해부터다. 이슬람 사원을 등지고 오른쪽을 보면 사원앞카페벗이 2012년 8월 문을 열었다. 우사단에 들어온 활동가와 예술가 8~10명이 틈틈이 이곳에 모이면서 일을 벌일 궁리가 생겼다. ‘우사단단’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그들은 올해 3월부터 10월까지 매달 마지막주 토요일에 이태원 계단장이라는 벼룩시장을 열었다. 지난 11일 계단장이 열릴 때면 다른 동네에서 온 방문객들을 데리고 한남동 산동네를 도는 ‘동동투어’를 진행하는 이영동(25)씨와 함께 우사단 길을 걸었다.

사원앞카페벗을 지나면 까맣게 칠해진 가게가 눈에 들어온다. 이곳은 이태원 클럽에서 활동하는 디제이 소울캐스트의 음반 작업실이면서 디제이 수업이 열리는 곳이다. 이영동씨는 “이 동네는 이태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베드타운”이라고 설명한다. 10곳이 넘는 오래된 미용실들은 이태원 업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머리를 만지거나 근처 트랜스젠더 바에 드나드는 사람들이 성별을 바꾸는 단장을 하는 곳이다. 동네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미용실 거리’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이 동네 미용실은 솜씨가 다 뛰어나다. 그러나 창문이 가려지거나 간판이 없는 미용실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가는 곳이라 외부 사람들이 들어가선 안 된다고 했다. 홍대 앞이나 강남을 놔두고 굳이 이 산동네로 올라온 예술가들은 싼 월세만큼이나 성적 다양성과 여러 인종이 섞여드는 이런 분위기에 끌렸단다.

한남동 산동네 표정을 담은 사진 <우사단, 2013>. 윤병주 작가 제공

이곳은 이태원에서 가장 높은 길이다. 오른쪽 보광동을 내려다보면 재개발을 반대하는 집들이 내건 빨간 깃발이 펄럭인다. 왼쪽은 한남동으로 가는 가파른 내리막이다. 한쪽은 지하, 반대편으로만 햇살이 들어오는 3~4층 건물마다 싼 월세를 찾아 예술가들이 들어왔다. 눈에 띄는 작업실만 14곳. 게이 커뮤니티, 재개발이 중단된 지역, 상이용사촌이 혼재한 거리가 새로운 문화적 충돌을 자양분 삼아 북적이기 시작했다. 파출소였던 건물은 지금 비어서 예술가들의 낙서가 가득하다. 후디니, 매녹, 반달홍 등 그라피티 1세대 작가들과 윤병주, 성의석 등 신인 사진작가가 함께 사는 동네가 됐다. 작가들은 밤이면 주로 김창완 금속공예작가가 하는 카페 겸 술집 ‘내가 사는 세상’에 모이기도 하고 새로 열린 카페에서 삼겹살 파티를 벌이기도 한단다. ‘내가 사는 세상’은 금속공예 공방도 겸하고 있다.

이슬람 중앙성원에서 시작해 한남동 도깨비시장 이르는 우사단 10길 
오래된 동네 문화와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이 아늑하게 공존

이슬람 성원에서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큰길에는 레스토랑과 카페가 즐비하다. 우사단길은 몇발짝 차이인데도 싼값에 사뭇 다른 분위기의 가게들이다. 숙이네 분식, 이슬람 스타일의 식당 파크 인디아, 커피전문점 엔트로피, 챔프 등이 그렇다. 지난 4월 강남에서 커피전문점을 하는 하동준씨는 이 거리에 가게를 얻었다. 처음엔 강남매장에 가져갈 원두를 볶는 창고 정도로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종일 이곳에만 있다. “강남에선 아무도 말을 걸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선 난로를 하나 들여와도 동네 사람들이 다 들어와 한마디씩 한다. 음식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낡은 건물만큼이나 동네 분위기도 1980년대에서 멈춰버린 듯했다.” 2000원에 스페셜등급 원두로 끓인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 커피를 내오는 ‘챔프’는 할머니, 할아버지도 찾는 동네 다방이 됐다.

낡은 것을 미덕으로 삼고 한남동 산꼭대기까지 올라온 신출내기들은 동네 분위기를 거스르지 않는다. 설비점 옆에 생긴 전시기획사 ‘아트레시피’, 식품자재상과 나란히 있는 빈티지가게 ‘20세기 싸롱’, 차 한대가 간신히 지나갈 좁은 길에 알록달록 색칠한 카페 ‘슈퍼마켓’들은 어쩐지 이 동네에 오랫동안 있어온 듯 맞춤한 분위기다. 신참들은 한결같이 “이 동네에 뭔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 같다”고 했다. 그 이유는 이태원 번화한 대로와는 다른 삶을 꿈꾸기 때문이다.

그래픽 디자이너 장재민씨는 다닥다닥 붙은 집들을 일일이 다 그려서 한남동 산꼭대기 지도를 그렸다. 주민과 함께 하는 벼룩시장도 열고 ‘한남동 패션잡지’도 만들고 있다. “이태원에 여러 예술가들의 공동체가 들어왔지만 결이 다 다르다. 우리는 주민과 접점을 추구한다.”

건축과 동창인 김정인, 안도영씨는 지난해 4월 이곳으로 이사왔다. 영화 <타이페이 카페 스토리>를 보고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집을 꿈꾸던 그들에게 낡았지만 옥상이 있고 어울릴 사람들이 있는 이 집은 딱이었다. ‘이태원 가정집’이라 이름 붙인 그들의 집에서 ‘놀다 간’ 사람들은 지금까지 500명이 넘는단다. 얼마 전부터 페이스북을 통해 ‘옥상그네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이태원 가정집처럼 옥상 그네를 만들고 싶은 집을 찾아 그네를 만들어준다.

타투숍을 하는 그라피티 작가 후디니는 가게에서 지난 14일부터 ‘교환전’을 시작했다. 작가 60명이 가게에 작품을 걸었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돈을 내는 대신 심부름을 해주겠다거나 될 때까지 소개팅을 해주겠다는 둥 자신의 노동력을 바치는 제안을 해야 한다. 작가가 응하면 교환이 성립된다. 한남동 산동네에서 예술가와 가게 주인들은 새로운 공동체를 차릴지도 모른다. 이영동씨는 “이 거리엔 오래된 매력이 있다. 시간의 추억과 흐름이 한동네에서 보여진다. 여기서 우리는 그 이야기를 이어가며 새로운 것을 쓰고 싶다”고 말했다. 계단장과 동동투어는 2014년 3월부터 다시 시작된다.

글·사진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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