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 Culture/세상 이야기

제주 강정마을의 분노

by Wood-Stock 2011. 7. 30.

제주 강정마을의 분노 (1) 찢어진 마을 ~ 평화 잃은 4년…강정마을은 지금 폭풍전야

정부 해군기지 밀어 붙여 주민들 찬반싸움 갈기갈기, 버티던 땅 절반은 강제수용


제주도 서귀포시 남쪽 해안의 한가운데 강정마을이 있다. 마을에는 은어가 거슬러 오르는 강정천이 있다. 섬 전체에 물이 귀한데, 강정마을에는 사철 ‘할망물’(용천수)이 솟는다. 마을 남쪽에는 800여m에 걸쳐 한덩이를 이룬 ‘구럼비 바위’(용암단괴)가 있다.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맹꽁이가 바위틈에서 논다. 앞바다엔 천연기념물 연산호가 군락을 이룬다. 연산호가 주단처럼 깔린 강정 앞바다에 여름이 오면 돌고래가 꼬리로 파도를 친다.

 

강정마을에는 1930여명의 사람도 있다. 18살 이상 성인은 1400여명인데, 주민등록만 남기고 육지로 떠난 사람을 빼면 1050여명이다. 2007년 8월, 강정마을 주민들은 마을의례회관에서 투표를 했다. 725명이 참석했다. 찬성 36표, 무효 9표, 반대 680표가 나왔다. “투표 안 한 사람 가운데 찬성자들이 많긴 했지요.” 강동균(55) 강정마을회장이 말했다. 투표 불참자 300여명 모두 찬성표로 쳐도 반대자가 70%다. 강정마을에 해군기지가 들어오는 일을 주민 대다수가 반대했다.

 

»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 해안에서 26일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미군기지 전문가인 데이비드 바인 미국 워싱턴 아메리칸대 교수(오른쪽)가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빚어진 갈등 해소와 평화를 기원하는 100배 명상기도를 하고 있다.

 

2007년 6월, 강정마을을 해군기지 건설지역으로 선정한 국방부는 주민 투표에 별 신경 쓰지 않았다. 공사는 끈질기게 강행됐다. 지난 4년 동안 마을은 격동했다. 농사짓던 땅이 국방부 땅으로 변했다. 감귤밭 자리에 잡초가 자랐다. 구럼비 바위 일대는 농성장이 됐다. 올여름은 4년여 격동의 꼭짓점이다. 24일부터 300여명의 전경과 사복경찰이 마을 곳곳에 진입했다.

 

“이제 싸움이 시작됐수다.” 25일 오후, 마을회관에서 만난 김경수(가명·60)씨가 말했다. 경찰이 곧 농성 현장을 진압할 것이라는 소문이 마을에 쫙 번졌다. 김씨는 아들에게 전화했다. 25일부터 제주도 모든 경찰이 ‘비상대기’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의 아들은 제주도 어느 경찰서의 형사다. 제주도청 앞으로 시위 나가면 아들이 현장에 나타나곤 했다. 서로 모른 체했다. “집에서나 아들이지, 그럴 때는 아들 아니야.” 아버지와 아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파국을 예감하고 있다.

 

»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시민단체 활동가들이 돌을 쌓아 세운 깃발이 25일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5일 아침부터 주민들은 ‘24시간 감시체제’에 들어갔다. 원래 오후 6시까지만 공사 현장을 지켰는데, 이날부터 낮밤 구분 없이 번을 짜서 버티기로 했다. 마을 여자들은 쇠사슬로 서로를 묶었다. 공사 부지의 복판이자 농성장의 복판인 구럼비 바위에 이르는 좁은 농로가 있다. 사태의 중심에 이르는 유일한 길에 쇠사슬로 서로를 묶은 10여명 아줌마들이 드러누웠다. 25일 밤, 바다 위에 달이 뜨자 아줌마들은 오이를 안주 삼아 막걸리를 한잔씩 했다. “마늘 농사 지어 3000만~4000만원씩 벌던 부촌이 해군기지 때문에 생지옥이 됐다”고 이순희(가명·58)씨는 쇠사슬을 몸에 걸치고 말했다.

 

이미 주민 전체가 법률의 사슬에 꽁꽁 묶여 있다. 7월 들어 주민들은 소환장, 출석요구서, 소장을 잇따라 받았다. 대한민국 정부는 주민 72명과 강정마을회를 상대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법원 출두 통지서를 받은 70여명 가운데는 90대 할머니, 유치원 교사, 시청 공무원도 포함돼 있다. “군사시설승인 무효 소송에 원고로 참여한 마을 주민 가운데 무작위로 뽑아 통지서를 보낸 것 같다. 그 가운데는 시위에 한번도 참여하지 않은 사람도 있다”고 강동균 마을회장이 말했다. 건설사는 공사 방해를 이유로 주민 14명에게 2억89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 숫자의 의미를 주민들은 좀체 이해하지 못한다. 지금까지 주민들이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벌금으로 낸 돈은 모두 5000여만원이다. 마을회비로 충당했는데, “마을 재정이 바닥나고 있다”고 마을회 어느 관계자가 말했다. 그 밖에 업무방해 혐의로 재판중이거나 재판을 받은 주민은 50여명, 같은 혐의로 경찰의 소환장을 받은 주민은 30여명이다. “마을에 전과자가 계속 늘어난다”고 강 회장은 말했다. 국가의 법률 앞에서 주민들은 내내 지기만 했다.

 

주민들 잘 어울려 살았던 마을 이젠 만나면 째려보고 말 안해... 의견 다른 가족들과도 등돌려

 

 

대치의 긴장은 돌담을 끼고 도는 골목마다 겹겹을 이룬다. 구럼비 바위 주변에 20여개 농성 천막이 있다. 해군은 3m 높이의 담벽으로 48만4000㎡(매립예정지 20만㎡ 포함)의 공사부지를 에워쌌다. 거대한 성을 이룬 해군 담벽을 따라 주민들은 공사 감시용 텐트를 쳤다. 감시용 텐트로 향하는 길목에는 경찰이 버티고 서서 오가는 사람을 지켜본다. 경찰이 있는 길목마다 주민들은 자전거를 타고 순찰을 돈다. 주민들이 다니는 도로마다 경찰차가 다시 순찰을 돈다.

 

공사장을 향해 부릅뜬 눈은 공사장 바깥에서 땅바닥을 향한다. 주민들은 서로 눈을 마주치지 않는다. “예전엔 경조사가 있으면 모두 찾아가 어울렸는데, 이제는 집 밖에 나오지 않고, 나와도 서로 째려봐. 나도 사람들 보기 싫고, 말하기 싫고….” 익명을 요구한 60대 주민은 “사는 게 지옥 같다”고 말했다. 마을의 일상은 편을 나눠 이뤄진다. 반대파 주민은 근처 ㄱ사우나, 찬성파 주민은 조금 떨어진 ㄴ사우나를 간다. 마을 사거리에 마주한 두 가게가 있는데, 찬성파는 ㄱ슈퍼, 반대파는 ㄴ마트만 간다.

 

찬성파 ㄱ슈퍼 주인은 기자를 내쳤다. “국가가 알아서 하는 일인데 개인 의견 내세워 갈등이 커지는 게 싫다”고 했다. 반대파 ㄴ마트 주인도 기자를 내쳤다. “날도 덥고 아무 이야기도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주민 강희웅(47)씨는 다섯살 위 형과 완전히 말을 끊었다. “찬성파에 앞장서는 형과 갈등이 심했는데, 6개월 전부터는 서로 말도 않고 지낸다”고 말했다. 마을 부회장 조경철(42)씨는 찬성파인 매형과 갈라섰다. 서로 말을 섞지 않은 지 4년 됐다. 박길수(가명·42)씨가 더듬는 기억 속에서 4년 전의 모습은 다르다. “처음에만 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어요. ‘이게 맞지 않아요?’ 하면 ‘에이, 아니지’ 하는 수준이었죠. 그런데 이젠 가족도 원수가 됐어요. 부모는 자식에게 ‘옆집 아이와 놀지 말라’고 하는 지경이니… 잘 살던 동네가 쑥대밭이 됐어요.”

 

기지 유치에 찬성하는 주민들은 지역개발을 기대한다. 김철중(가명·68)씨는 “이왕 이렇게 된 거 좋은 조건으로 기지가 들어오는 게 낫다. 기지가 들어오면 인구도 늘어나고 여러 시설도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기지 유치에 찬성하는 60대의 조미려(가명)씨는 “보상금 받고 다 결정됐는데 이제 와서 반대하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 지난 5월 제주 서귀포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현장 옆 강정천에서 평통사 회원들이 해군기지 건설 반대를 외치고 있다.

 

»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의지를 상징하기 위해 녹슨 철판을 뚫어 함정 모양으로 만든 설치작품 너머로 강정마을 앞바다가 보인다.

 

정부는 법의 사슬로 주민압박, 소환·손배소송 남발하더니 반대농성장 오늘내일 진압 채비

 

찬성파 주민 가운데는 해녀가 많다. 강정마을에 앞서 해군기지 후보지로 떠올랐던 제주 화순·위미리 등에서는 지역 해녀들이 적극 반대했다. 반면 강정마을의 해녀들은 처음부터 적극 찬성했다. 어느 마을 주민은 “당국이 강정마을의 해녀들부터 가장 먼저 만나 보상금으로 회유하고 찬성 여론을 조성하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해녀들은 1인당 5000만~7000만원씩 보상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농민 가운데는 반대파가 많다. 공사부지 면적의 절반은 군 당국의 ‘협의매수’에 응해 땅을 팔았고, 절반은 끝까지 버티다 강제수용을 당했다. 강동균 마을회장은 “‘협의매수’에 응한 사람 가운데 마을 주민은 서너명 정도고 나머지는 모두 외지인”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은 토질이 비옥하고 물이 풍부하며 일조량이 많다. “보상받는다 해도 근처에 농사지을 땅도 없고, 다른 곳에서 농사지어도 강정만큼 좋은 수확이 없다”고 강 회장은 설명했다. 당국은 토지를 강제수용당한 농민들에게 평당 20만~70만원 정도씩 보상비를 책정하여 공탁한 뒤, 이를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양도세를 더 내야 한다고 통보했다. “실거래가의 50~70% 수준으로 보상하면서 그마저도 안 찾아가면 세금 매기겠다고 협박하는데 그게 어떻게 보상이냐”고 강 회장은 물었다.

 

찬반 구분 없이 주민들은 맥을 놓고 있다. 2009년 9월, 지역 언론사가 마을 주민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상담에 응한 주민의 75.5%가 적대감·우울·불안·강박증에 시달리고, 43.9%는 자살충동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동을 실행에 옮기는 주민도 있다. 강철호(가명·47)씨는 한달 전 농약을 마셨다. 공사 반대 농성에 갔다가 집으로 오는 길에 술을 한잔했다. 집 마당에 들어서자 페트병에 담긴 ‘줌머’라는 농약이 눈에 들어왔다. 곧장 들이켠 농약은 덩어리가 져 있었다. 아들이 급히 강씨를 병원으로 옮겼다. 위세척을 하여 겨우 살았다. 강씨는 “아직도 속이 느글거린다”고 말했다. 주민 강철우(가명·40)씨는 “원래 화를 내지 않는 성격에 술도 못했는데 4년 전부터 매일 한두잔씩 먹기 시작해 이젠 한병을 그냥 마신다”고 말했다. 조경철(42)씨는 “예전엔 하루 세끼를 챙겨 먹었지만 이젠 한두끼 먹다 만다”고 말했다.

 

“밖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심각, 무슨일 벌어질지…이미 파탄” 속끓이며 산 4년 ‘사는게 지옥’

 

찬반으로 나뉘어 서로 말 섞지 않고 혼자 속끓이며 화병 걸려 살아온 지난 4년여의 결말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강정마을 주민 대다수는 그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기지 유치에 호의적인 주민도 마찬가지다. 밀감 하우스에서 만난 어느 60대 주민은 “나는 ‘찬성파’”라고 스스로 말했다. 그가 망치로 곡괭이를 두드리며 말했다. “정말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언론이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심각해. 이미 파탄이 났어.”

 

공사장 주변 텐트에서 밤을 지새운 강정마을 주민들은 26일 낮, 구럼비 바위 근처 공동 식당에서 늦은 아침을 먹었다. 며칠 전 강정 앞바다에 몰려왔던 돌고래 떼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제주/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곽영신 민보영 인턴기자

-------------------------------------------------------------------------------------------------------------------------------------------------------

 

제주 강정마을의 분노 ② 기지의 정체 ~ 미군기지 될게 뻔해! 한국 해군기지라고!


제주 강정마을에 추진되는 해군기지를 둘러싼 군사적 논란의 핵심은, 이 기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군의 전초기지로 활용되느냐 여부다. 제주도가 남중국해-동중국해-센카쿠열도-대만해협-서해로 이어지는 미-중 ‘갈등의 바다’의 축선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전략적 요충지’의 미군기지화 가능성을 두고서는 기지 건설 찬반 양쪽의 논리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

 

 

»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예정 터에 대한 행정대집행이 예고된 26일 밤 주민들과 시민활동가들이 강정마을의 해군기지건설사업단 앞에서

반대 뜻을 함께 하는 촛불문화제를 열고 있다.

 

제주, 미-중 ‘갈등의 바다’ 위치…기지 성격 둘러싸고 논란 팽팽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추진하는 정부와 해군은 우리나라 수출입물자 대부분이 오가는 길목인 제주 남방해역의 해상교통로 확보와 함께 향후 해양분쟁 발발 때 신속한 대처를 위해 기지 건설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이어도 영유권, 제주 해역 대륙붕 경계 획정 등을 두고 주변국과 분쟁이 일어날 수 있는데, 이때 유리한 고지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배타적경제수역(EEZ)에 근접한 기지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이어도는 영토를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제주도)와 제일 가깝다. 그러나 해군기지를 기준으로 하면 부산(해군 작전사령부)은 일본의 사세보나 중국의 상하이보다 이어도에서 더 멀리 위치해 있다.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쪽은 제주도와 그 남방해역에 외부의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존재한 적이 없으며 현재도 마찬가지라고 반박한다. 해군기지 건설이 되레 중국의 견제를 불러일으켜, 긁어 부스럼 만드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현재 위협이 없다고 미래에도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하면 오히려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 우려가 있다”며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만 떠안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제주 해군기지의 미군 사용 가능성을 두고서는 더욱 첨예한 의견대립이 있다. 일단 해군은 “한-미 동맹을 위한 미 군함 출입항 기지와 시설은 부산과 진해에 있으며, 제주에는 미군을 위한 시설은 단 하나도 들어서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미 군함이 제주 해군기지에 기항할 수야 있겠지만, 미 해군의 베이스캠프가 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도 “미군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강조한다. 요코스카와 오키나와 등지에 대형 해군기지가 있는데, 굳이 전단급 규모의 소형 기지인 제주 해군기지로 미군이 들어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기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항구뿐만이 아니라 보급기지와 주거지역 등 배후시설이 필요한데 제주 해군기지는 그럴 만한 규모가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욱식 대표는 “소파(SOFA·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 규정상 미국이 요구하면 사용하도록 할 수밖에 없는데, 미국이 해양에서는 전략적 중심축을 대서양에서 태평양으로 옮기고 있다”며 “미국이 아시아-태평양 지역 해군력을 증강한다면 그만큼 해군기지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고영대 공동대표도 “노무현 정부 시절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허용해줬는데, 그 전략적 유연성의 육지에서의 발판이 평택기지라면 바다에서의 발판은 제주 해군기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강정마을 해군기지 예정 터인 구럼비해안의 철조망에 예쁘게 걸려 있는 나무 팻말들.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마음을 글로 새겼다(위쪽).

26일 밤 촛불문화제를 마친 주민들과 참가자들은 해군기지건설사업단에서 중덕삼거리까지 촛불행진을 벌였다.

 

 

반대쪽 “미사일방어체제 염두…도리어 중국의 견제만 부를 것”

정부쪽 “규모 작아 활용 못해 영유권분쟁때 유리한점 있어”

 

 

미국의 기지 사용 우려는 미사일방어(MD) 체제 참여에 대한 의구심으로 이어진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인사들은 지난해 미국과 해상 엠디 훈련을 벌인 바 있고, 공동연구 약정까지 체결할 정도로 한국과 미국 사이 엠디 논의가 진전되고 있다며 괌이나 오키나와 미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설이 제주 해군기지에 구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군은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모두 한결같이 미국 주도 엠디 체계에 동참하지 않겠다는 공식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거니와 강정항에 정박할 이지스함은 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어 제주 해군기지와 엠디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반박한다.

 

문제는 양쪽 사이에 합리적인 대화와 합의가 어렵다는 점이다. 심지어 같은 사안이 서로 다른 주장을 펴는 근거가 된다. 기지를 반대하는 쪽은 이명박 정부 출범 뒤 한-미 동맹 강화가 이뤄지면서 “결국 엠디에 참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기지 추진을 찬성하는 쪽은 “한-미 동맹을 가장 중시하는 이명박 정부도 엠디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느냐”고 말한다. ‘중국의 반발’도 마찬가지다. 기지를 반대하는 이들은 “결국 미군이 들어오면 중국이 반발하고 긴장이 고조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찬성하는 쪽은 “중국이 반발할 테니 미군이 제주 기지로 들어올 리 없다”고 반박한다.

 

 

첨예한 대립, 타협전망 ‘캄캄’ 정부·군, 대화 통한 해결 소극

 

 

이렇듯 쳇바퀴 돌듯 논의가 풀리지 않는 것은, 양쪽 모두 상대방에 대한 불신을 깔고 있는데다 서로 주장이 맞부딪치는 대목이 미래 전망에 관한 것들이기 때문이다. 현재의 사실관계라면 객관적인 옳고 그름의 규명이 가능하지만, 각자의 프레임으로 미래를 읽다 보니 타협이 쉽지 않다.

 

사실 한-미 동맹 체제 아래서 미 7함대가 해상교통로 보호와 전시 해상통제 등 주도적 임무를 수행했다면 한국 해군은 연안방어 위주의 보조적 임무를 수행해왔다. 그러던 게 미국의 안보전략상 변화와 중·일 등 주변 강대국들의 해군 군사력 확충, 한국의 국력 신장 등이 맞물리며 한국 해군에게 좀더 적극적 역할이 요청됐다. 제주 해군기지 또한 이런 흐름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다. 하지만 기지와 관련한 부정적 의견이나 전망이 제기된다면 이들과 최대한 대화를 하고 적절한 설명을 통해 우려를 불식시키는 것은 사업을 추진하는 쪽의 몫이다. 하지만 지금 강정마을의 현실은, 이 부분에서 정부와 해군의 노력이 부족했음을 반증한다.

 

군사외교 전문지 <디앤디포커스> 김종대 편집장은 제주 해군기지 사업과 관련해 “군사 개발주의와 녹색 생태주의는 서로 대치할 수밖에 없는 관점들이긴 하다. 그런데 여기에 충분한 의견 수렴이나 체계적 설득, 타당성에 대한 조사 등도 모자랐다”며 “기무사령부 과천 이전 발표 때도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실제 이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때와 같은 갈등관리 기법이 왜 이번엔 적용되지 않았는지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이순혁 기자 hyuk@hani.co.kr

 

 

 


 

 

■ 대안은 있나? 제주도·의회 “대타협 논의틀 마련”

구체 내용·시한 없는데다 정부·여당 강경해 ‘안갯속’

 

 

제주도와 제주도의회는 27일 오전, 3시간에 걸친 정책협의회를 열었다. 해군기지 문제를 집중적으로 의논하는 자리였다. 협의회 직후 제주도·제주도의회는 공동발표문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논의 틀을 마련키로 하고, 구체적인 내용은 실무협의를 통해 확정한다”고 밝혔다. “평화적 해결 원칙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공동발표문에는 지자체와 지방의회가 합심하고 정파간 장벽까지 뛰어넘어 ‘대합의’를 내와야 한다는 절박감이 담겨 있다. 우근민 제주도지사는 무소속이다. 도의회는 민주당 19석, 한나라당 12석, 민주노동당 3석, 국민참여당 1석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여러 쟁점을 두고 대립해온 지역 정치인들조차 해군기지 문제만큼은 합심해 해결해보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그 바탕에는 중앙정부에 제주도 문제를 온전히 맡길 수 없다는 특유의 지역 정서도 흐르고 있다.

 

고희범 민주당 제주도당 해군기지특별위원장은 “정부와 강정마을 주민이 직접 대치하는 상황을 지속하면 심각한 충돌과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다”며 “제주도의 여러 정치 주체들이 협의체를 구성하여 새로운 대안을 정부와 해군, 제주도민, 지역주민에게 동시에 제시하고, 이를 함께 수용하는 과정을 밟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대타협’이 가능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제주도·제주도의회는 공동발표문 채택까지는 성공했지만, 공동 논의 기구의 구성방법·운영내용 등에 대해선 시한을 정하지 않은 채 “빠른 시일 안에 추진한다”고만 밝혔다. 경찰의 강경진압 기류도 완전히 진화하지 못했다. 제주도의회 오영훈 운영위원장은 “경찰이 철수하도록 도지사에게 역할을 요청했으나, 제주도 쪽이 도지사의 권한 문제 등을 들어 합의점을 내오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이 공동의 대안을 내놓는다 해도 정부와 주민이 이를 수용하는 데는 또다른 어려움이 예상된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운동가 등은 기지 건설을 백지화하고 이미 국가에 수용된 부지에 ‘평화공원’을 만들자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고유기 제주참여환경연대 사무처장은 “강정마을을 평화산업의 거점으로 육성하는 것이 군사기지를 짓는 것보다 훨씬 더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반면 한나라당 김무성 의원은 27일 해군기지 반대 농성자에 대해 “북한 김정일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종북세력”이라며 “공권력 실추가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의 강경기류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서귀포/허호준 안수찬 기자 hojoon@hani.co.kr

-------------------------------------------------------------------------------------------------------------------------------------------------------

 

제주 강정마을의 분노 ③ 구럼비 바위의 꿈 ~ 뭍에서 온 응원꾼들 바위처럼 ‘평화 배수진’

 

강정마을 앞바다의 아침은 고요하다. 눈을 비비며 일어난 몇몇 사람은 아무 말 없이 구럼비 바위 끝으로 걸어간다. 바위에 앉아 하염없이 바다를 본다. 10여명은 나무판자로 짠 무대 위에 맨발로 올라 100배를 올린다. 바위 치는 파도 소리는 오직 은은할 뿐, 그들의 명상과 기도를 방해하지 않는다.

 

그들은 강정천 계곡에서 몸을 씻거나 구럼비 바위 틈 용천수에 얼굴을 닦는다. 톱밥 뿌린 친환경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차양막으로 둘러친 공동식당에서 친환경 채소와 갓 잡은 생선으로 밥을 먹는다. 한끼 30~50인분의 쌀과 부식은 전국의 이름없는 시민들이 보내준다.

 

7월 들어 일부 정치인·언론은 “외부 종북세력이 강정마을에 버티고 있다”고 비난했다. 구럼비 바위 근처 농성장에 가면 그 세력의 실체를 알 수 있다. 바위 근처 300여m에 걸쳐 크고 작은 텐트 10여개가 있다. 강정마을에 하루 이상 머무는 사람들의 숙소다. 일부는 마을회관 등에서 잠을 잔다. 7월 들어 새로운 텐트가 계속 생기고 있다. 대부분 1인용 텐트다. 마을을 찾는 사람들이 직접 들고 왔다. 한달 전, 주민들은 비닐하우스 3개를 이어붙여 대형 텐트를 만들었다. 텐트를 챙기지 못한 ‘외부 세력’을 배려했다. 외지인들이 밥을 먹는 공동식당도 마을 주민 김종환(55)씨가 운영한다.

 

 

구럼비바위 근처 농성텐트엔 시민·활동가·외국인 잇단 발길
전국으로, 해외로 소식 전하며 투쟁하는 주민들과 마음 나눔

 

 

» 지난 25일 낮 강정마을의 ‘구럼비 바위’ 모습. 주민들과 시민활동가들이 세운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7월28일 현재 60~80여명의 ‘외지인’이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다. 이들은 바닷가 텐트에서 먹고 자고 명상하며 토론한다. 그들은 강정마을 사람들과 어울려 함께 산다. 26일 기독교 대학생 동아리 회원 17명이 사흘 예정으로 구럼비 바위에 왔다. “우리는 오직 평화롭게 지내야 합니다.” 대학생들은 김종일 전 평통사 사무처장의 당부를 주의깊게 들었다. 28일 낮 20대 여성이 마을을 찾았다. “강정마을 주민이 되려고 해요.” 그는 마을회관을 찾아와 말했다. 대구 출신의 그는 마을 소식을 외부에 전하는 일을 해보겠다고 자처했다. 여성단체가 기증한 천연 모기퇴치제를 뿌리며 그 역시 고요한 아침을 텐트에서 맞을 것이다.


마을에 머물고 있는 외지인 가운데 시민단체 상근자는 10여명이다. 나머지는 평범한 시민이다. 유동인구가 많아 정확한 통계를 내긴 어렵지만, 일주일 이상 머무는 사람 30여명, 사나흘씩 머물다 떠나는 사람 30여명, 하루 단위로 잠깐 방문하는 사람 20~4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들 대부분은 언론·인터넷·트위터 등을 통해 해군기지 문제를 접하고 스스로 마을을 찾아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직업은 대학생, 교사, 주부, 화가, 영화감독 등을 망라한다.

 

외국인들도 구럼비 바위로 온다. 왕유촨(26)씨는 대만인이다. 한국인 친구를 통해 강정마을을 알게 됐다. 타이완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7월 초에 강정마을에 왔다. 9월 말까지 머물 생각이다. 그의 얼굴은 이미 까맣게 그을렸다. 토요일 밤마다 구럼비 바위에서 열리는 작은 음악회를 좋아한다. 그는 대만의 2·28 사태를 이야기했다. 1947년 2월28일 시작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2만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그 사건을 공부하면서 전쟁과 평화에 대해 관심이 생겼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강정마을을 보며 대만 2·28 사태를 떠올린다.

 

 

“외부 종북세력”으로 매도당하는 그들의 참여는 지친 주민에 활력
평화 위한 순례자들은 오늘도 “생명 꿈꾸는 강정마을” 염원

 

25일 강정마을에 온 데이비드 바인 미국 아메리카대학 교수(인류학)는 공동텐트에서 사흘을 묵었다. 세계 곳곳의 미 해군기지를 찾아다닌다는 그는 “미 해군이 폭력적으로 자리를 잡는 곳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저항하는지 기록하려고 왔다”고 말했다. 그는 강정마을 소식을 외교전문 웹사이트 ‘포린폴리시 인 포커스’(www.fpif.org )에 기고할 예정이다. 28일 밤에도 정치학·인류학·환경학 등을 전공하는 미국인 교수 4명이 강정마을을 찾았다. 외국인들은 육지의 한국인들보다 더 빨리 강정마을 주민과 한마음이 됐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세계 평화단체를 중심으로 강정마을에 대한 관심과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 지난 26일 오전 천주교 제주교구 신부들과 문정현 신부(단상 맨 오른쪽)가 제주 서귀포 해군기지 예정지인 구럼비 바위에서

신자들과 함께 미사를 올리고 있다.

 

강정마을을 향한 본격적인 순례는 지난봄 시작됐다. “4년에 이르는 긴 투쟁으로 주민 대부분이 주눅들고 침체하여 절망적인 상황이었는데, 봄부터 새로운 활력이 생겨났다”고 강동균 마을회장은 당시를 회고했다. 3월1일 도법 스님이 강정마을에서 ‘생명평화순례’를 시작했다. 뒤이어 설치미술가·다큐제작자·소설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강정마을을 찾았다. 그들의 글과 영상은 인터넷을 통해 번졌다. 시민들은 강정마을 주민을 후원하는 트위터모임인 ‘강정당’을 만들었다. 4월부터는 직접 마을에 찾아와 머물겠다는 사람들이 생겼다.

 

기지 건설을 맡은 해군기지사업단 주요 인사는 대부분 제주 출신이다. 뭍사람을 불신하는 제주도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시민들은 대부분 육지에서 왔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그들과 어울려 매일 밤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뭍사람과 섬사람을 구분하는 제주 특유의 정서는 강정마을에서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다. 김종일 평통사 사무처장은 “처음에는 (외지인이라며) 경계하는 이도 있었지만, 지금은 부담스러울 정도로 신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 처장은 “해군기지를 절대로 건설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지만, 강정마을 주민들이 뜻을 모아 결정을 내리면 당연히 그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구럼비 바위에 둥지를 튼 사람들은 ‘부안 방폐장 거부 운동’을 자주 입에 담는다. 전북 부안에 방폐장 건설을 강행하려던 정부는 지역 주민의 반발과 시민단체의 비판을 받아들여 다시 전국적인 여론 수렴을 거쳐 방폐장 터를 경주로 옮겼다. 지역 주민이 반대하고 평화·생태의 미래가치에 걸맞지 않다면 대형 국책사업 역시 시민사회의 공론장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점을 입증한 사례다.

 

그런 것까지 깊이 고민하지 않고 그저 구경하고 놀다 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28일 오후 구럼비 바위 근처 나무벤치에 초등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앉았다. 달랑달랑 발을 흔들며 노래 불렀다. “여기는 강정, 생명 푸른 마을/ 두리둥실 한마음으로 살리세.” 아이는 서귀포 남원읍에 산다. 강정마을 주민이 아니다. 30대 후반인 엄마 손을 잡고 매일 구럼비 바위에 온다. 엄마가 농성자들에게 줄 음식을 만들면, 아이는 또래 친구들과 어울려 ‘강정마을 노래’를 부르며 논다. 강정마을 주민이 아니라 해도 그 노래를 부를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끝>

 

서귀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곽영신 민보영 인턴기자

 


 

야당, 공사중단뒤 민-관기구서 논의 추진

5당 석달간 현장·자료조사, 다음달초 보고서 발표예정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5당은 8월 초 ‘제주 해군기지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 시민들이 모여들던 지난 4월, 한나라당을 제외한 각 정당은 해군기지 진상조사단(단장 이미경 의원)을 구성해 활동에 들어갔다. 3개월 동안 현장 및 자료 조사를 벌였다.

 

보고서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진상조사단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기지 건설의 절차상·내용상 흠결을 집중적으로 제기하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책임 회피로 인해 갈등이 증폭했고 △제주 해군기지 건설이 해군력 증강에 결정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고한 증거가 부족하고 △강정마을에 대한 과학적 입지 조사가 결여되어 있으며 △포구가 협소한 강정마을은 오히려 전략기지 터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대안에 대해서는 조사단 내부에서 막판까지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군기지 주요 쟁점을 논의·합의하는 민관 합동기구를 설치하고, 관련 논의가 진행되는 동안 공사를 중단하자는 것에는 대체적인 동의를 이뤘지만, ‘제대로 된 주민투표를 실시하여 최종 결정하자’는 의견과 ‘기지 건설 자체를 전면 재검토하자’는 의견 사이에서 절충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게 조사단 관련자들의 증언이다.

 

뚜렷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정치권에 비해 강정마을은 하루하루 긴박하다. 고유기 제주참여연대 사무처장은 “29일께 서귀포시가 중덕해안 농로를 용도폐기하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지 터인 동시에 농성장인 구럼비 바위에 이르는 농로는 하나뿐이다. 이를 용도폐기하면 주민 출입이 불가능해진다. 고 처장은 “이르면 다음주에 농로 출입을 막고 기지 부지 전체를 둘러싸는 펜스를 설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을 분위기는 갈수록 흉흉해지고 있다. 올해 68살인 주민 김기혁(가명)씨는 “우리가 가진 것은 몸뚱이밖에 없으니, 그냥 땅바닥에 드러눕고 경찰에 끌려가고, 풀려나오면 다시 공사장에 달려가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귀포/안수찬 기자 ahn@hani.co.kr

=======================================================================================================================================================

 

외로운 평화의 깃발, 강정

‘외부세력’이 파괴한 강정마을 평화, 제주 공동체 문화…
구럼비 바위를 갈라놓고 주민을 범섬 벼랑으로 내모는 세력은 누구인가

 

섬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원나라가 중국을 통일한 뒤 탐라(제주도의 옛 이름)에 ‘목호’가 파견됐다. 목호란 말을 기르고 관리하려고 파견된 몽골인 관리다. 1368년 명나라가 원을 초원으로 쫓아냈다. 공민왕 23년(1374년) 명은 고려에 말 2천 필을 요구했다. 고려 조정은 탐라에 남은 목호들에게 말을 바치라고 요구했다. 목호들은 “우리 임금이 기른 말을 원수에게 보낼 수 있느냐”며 300필 이상 바칠 수 없다고 거부했다. 고려가 파견한 관리와 병사들의 목도 벴다. 당시 고려 관리들은 몽골인보다 가혹하게 탐라 사람을 착취했다. 탐라 토착민 상당수도 목호 편에 섰다.

 

7월26일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인 제주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 앞에 시민들이 평화의 염원을 적어놓은 나무판들이 철사줄에 걸려 있다.

 

 

끝나지 않은 비극, 목호의 난  

 

공민왕의 명을 받은 장군 최영이 같은 해 배 314척에 정예병 2만5605명을 거느리고 목호 토벌에 나섰다. 고려의 요동 정벌군 규모가 3만8830명인 점을 고려할 때 거대한 규모였다. 최영은 병사들에게 “주민들 중에 합적(목호)의 편이 되어 명령을 좇지 않는 자는 군사를 풀어서 모두 무찌르라”(<고려사>)고 명령했다. 2만5천 토벌군과 목호 기병 3천 명이 맞붙었다. 목호들은 수의 열세를 이기지 못했다. 패배한 목호들은 서귀포 근처의 작은 바위섬인 범섬으로 쫓겨갔다. 목호 초고독불화와 관음보는 벼랑에서 자살했다. 항복한 석질리필사는 참수당했다. 40여 년 뒤 하담이라는 조선의 관리가 당시 전투를 목격한 제주 주민의 전언을 기록했다. “우리 동족 아닌 것이 섞여 갑인의 변을 불러들였다. 칼과 방패가 바다를 덮고 간과 뇌는 땅을 가렸다.” ‘목호의 난’은 그렇게 진압됐다.

 

서귀포 강정마을 앞바다로 제주 올레 7코스가 이어져 있다. 이 길을 걷는 올레꾼은 구럼비 바위 앞에 목호의 난을 기록한 안내판을 볼 수 있다. 시선을 왼편으로 돌리면 범섬이 보인다. 강정마을은 행정구역상 서귀포시 대천동에 속한 7개 자연마을 가운데 하나다. 주민 1900여 명이 감귤 농사, 화훼 재배 등을 해왔다. 화산섬 제주에서는 드물게 ‘강정천’이 흐른다. “강정 아기는 곤밥(쌀밥)을 주면 울어도 조밥을 주면 아니 운다”는 말이 있다. 제주에서 귀했던 쌀이 강정에선 흔했다는 뜻이다. 인심도 넉넉했다. 구럼비 바위는 한 덩어리로 된 용암단괴다. ‘구럼비’라는 지명은 구럼비낭(까마귀쪽나무)이 많이 있어서 생겼다고 전해진다. 해군의 계획대로라면, 2014년 이후 강정마을 바닷가에 서서 파도와 범섬을 동시에 바라볼 수 있는 주민은 없다. ‘강정천~구럼비 바위~강정 포구’로 이어지는 약 2km 바닷가 일대에 해군기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해군은 53만㎡ 규모의 군항부두 1950m와 15만t 규모의 크루즈 선박 2척이 계류하는 민간 부두 1110m를 만들 계획이다. 부두에 필요한 땅 20만㎡는 바다를 매립해 만든다는 계획도 포함돼 있다. 해군은 3m 높이의 담벽으로 48만4천㎡(매립 예정지 20만㎡ 포함)의 공사터를 에워쌌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지난 7월26일 밤 서귀포시 대천동의 해군기지추진사업단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마친 뒤 강정마을로 행진하고 있다.

 

지난 7월26일 낮 강정마을 앞 왕복 2차선 도로는 1980년대의 대학 정문 진입로를 떠올리게 했다. 도로 양편에 해군기지 찬성 쪽과 반대 쪽이 내건 현수막이 계속 보였다. “강정마을! 해군기지 막아내어! 후손들에게 죄인 되지 않겠다!”(강정마을회 회장 강동균), “강정마을의 건강이 우리의 건강! 해군기지 건설 반대!”(살림의료생활협동조합 사무국 일동), “도민 생존권 위협하는 제주해군기지 건설 철회하라”(제주해군기지 백지화를 위한 조천읍 대책위), “제주도 4無, 도둑, 대문, 거지, 그리고 해군기지”(참여연대).

 

수는 훨씬 적지만 찬성 쪽 현수막도 보인다. “외부세력들은 떠나면 그만입니다. 강정주민 여러분 외부세력을 몰아냅시다”, “강정마을이 좌파세력 집결지냐? 우리의 문제는 우리가 해결한다”(민관복합 해군기지찬성 강정주민 일동), “박원순은 언어교란 전술로 강정주민을 쇠뇌시키지 마라!”(민군복합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정추진위원회)는 현수막이 마을 앞 도로에서 눈에 띄었다. 지난 5월 말 강정마을을 찾아 해군기지 반대 뜻을 밝힌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겨냥한 것으로 보였다.

 

현수막의 언어는 뜨거웠다. 자주 쓰인 느낌표, ‘세뇌’를 ‘쇠뇌’로 잘못 쓴 실수 등은 찬반 양쪽의 감정이 격렬함을 짐작게 했다. 그러나 확성기의 데시벨이 지나치게 높으면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것처럼, 현수막의 언어는 너무 뜨거워 강정마을의 절박함을 다 담지 못했다. 진짜 절박함은 “사는 게 지옥 같다. 예전에는 길 가다가 삼삼오오 모여서 얘기를 나누는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집 밖에 나오지 않는다”고 기자에게 말한 ㄱ(61)씨의 지친 말투에서 느껴졌다.

 

 

날치기 투표, 귀 막은 재판

 

 

국방부는 2001년~2007년 3월 서귀포시 화순과 위미리에 해군 전용 부두를 지으려다 주민의 반대로 각각 무산됐다. 2007년 김태환 전 제주도지사가 갑자기 속도를 올렸다. 2007년 4월26일 강정마을 주민 1900여 명 가운데 87명만 참석한 마을 총회에서 해군기지 유치를 결정했다. 마을 총회 공고가 게시된 4월22일부터 나흘 만이었다. 윤태정 당시 마을회장은 향약상 주민 50명 이상이 참석하면 총회가 성립한다고 근거를 댔다. 같은 해 5월14일 김태환 지사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최우선 대상지로 강정마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제주도민 1500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찬성 의견이 많은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당장 절차상의 민주성 문제가 불거졌다. 2007년 8월 강정마을 주민들은 다시 총회를 열어 725명 재적 의원 가운데 찬성 36표, 무효 9표, 반대 680표의 압도적 의견으로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했다. 2007년 11월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도 절차상 문제가 지적됐다. 국방부는 해군기지터에 대한 환경영향평가가 나오기 한참 전인 2007년 국회에 해군기지 부지 매입과 보상비 324억원을 책정한 2008년 예산을 올렸다. 김장수 당시 국방장관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거듭 주장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같은 해 6월 “무장 없이 평화를 지킬 수 없다”며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는 것과 군사기지 건설이 병행 가능하다고 밝혔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법률 싸움에서 졌다. 절대보전지역 변경처분 무효 소송과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낸 국방·군사시설 사업실시계획 승인처분 무효확인 소송도 각각 2심과 1심에서 패소했다. “왜 지금 공사 중지 활동을 해야 하는지 아세요? 공사가 올해 마구 진행되면 나중에 재판해도 ‘소의 이익이 없다’고 된다니까.” 강동균 회장은 최근 바지선에 올라 공사를 저지했다가 체포됐다. 평생 농사와 노동일을 해온 그는 법의 논리를 몸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지난 2월 공사 개소식이 열린 뒤 지금까지 강정마을의 긴장은 계속 높아진다. 지난 7월 고권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대책위원장과 송강호 목사가 업무방해 혐의로 구속됐다. 정부와 해군은 주민 72명과 강정마을회를 상대로 공사방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물산과 대우건설 등을 대신해 하청업체가 공사 방해를 이유로 강동균 회장 등 주민 14명에게 2억8900만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마을의례회관에서 만난 윤아무개(54)씨는 “소송당한 걸 오늘에야 알았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지지해온 “종북세력” 

 

제주의 독특한 지역문화로 ‘괸당’(또는 궨당) 문화가 꼽힌다. 괸당은 친족과 인척이란 뜻의 ‘권당’(眷黨)에서 온 말이다. “괸당은 옷 우의 바람”(권당은 옷 위의 바람)이란 속담이 있다. 집안 경조사에 친인척이 모여 서로 희로애락의 마음을 나누며 돕는 풍속을 의미한다. “이 당 저 당 괸당이 제일이여”라는 말도 있다. 긍정적 공동체성과 부정적 연고주의가 공존한다. 제주도의 경우 여기에 ‘외지인’에 대한 배타적 의식이 더해진다. 고려·조선 시대 조정의 가혹한 수탈, 4·3 사건 등이 경계심, 국가권력에 대한 패배감 등을 각인시켰다. 해군기지에 찬성하는 주민과 도민들이 사용하는 ‘외부세력 물러가라’는 구호는 이런 문화에 기댄 것으로 보인다.

 

지난 7월27일 아침,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기지 건설 예정지인

서귀포시 강정마을 구럼비 바위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100배를 행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이런 주장을 부인하고 비꼰다. “강정마을의 진정한 평화를 위해 외부세력 해군은 떠나라”(제주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는 현수막으로 받아친다. 4개월째 강정마을에 머물고 있는 ‘평화와 통일을 여는 사람들’ 김종일 사무처장은 “기지 반대운동을하는 주민들에게 ‘저 사람들(해군과 정부)이야말로 진짜 외지인 아니냐’고 말하면 다 수긍한다”고 말했다. 활동 초기 괸당 문화는 시민단체와 반대 주민 사이에도 가로놓여 있었다. 화학적 결합에 시간이 걸렸다. “반대 주민들도 시민단체에 거부감이 있었다. 정말 힘들 때 왜 안 왔느냐는 원망이 있었고, 시민단체가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겠느냐는 불신도 있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외려 시민단체에 대한 기대가 너무 높아 걱정”이라고 그는 말했다.

 

괸당 문화를 ‘배타성을 머금은 지역 공동체 문화’로 정의한다면, 지금 제주도에 괸당 문화는 없다. 진압당할 위기의 주민도, 체포하고 진압하는 경찰도, 모두 제주 사람이다. 강정마을 사람들은 2009년 해군기지 건설에 찬성 결정한 구성지 부의장 등 한나라당 소속 도의원 24명의 이름을 잊지 못한다. 그들도 ‘한두 다리 건너면’ 서귀포 사람과 면식이 있을 게다. 찬성 주민들은 중재자 역할을 하는 서귀포 시장을 고발했다. 집회를 여는 사람과 막는 사람도 제주인이다. 지난 7월26일 밤 9시 기지 공사터 정문에서 촛불집회가 열렸다. 집회를 마치고 주민과 시민들은 촛불을 들고 올레길 삼거리까지 행진했다. “경찰놈들 물러가라”라는 구호가 자주 나왔다. 제주 출신 순경은 땀을 훔치며 묵묵히 야광등으로 차량을 통제했다. 경찰에게 욕설을 하는 주민에게 또 다른 주민이 말리고 나섰다. “경 맙써. 가랜 허난 왔주 오고 시펑 와수가.”(그러지 마세요. (서장이) 가라고 해서 왔지 오고 싶어 왔겠습니까.)

 

김무성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7월27일 국회에서 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시민단체에 대해 “김정일 정권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는 종북세력”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의 ‘기대’와 달리, 강정마을을 포함한 대천동 주민들은 과거 한나라당에도 표를 많이 줬다. 제주 특유의 ‘괸당 정치’가 선거 때 작동한다. 2006년 지방선거 때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태환 지사가 총투표자 3758명 가운데 2018표(53%)를 얻었고, 한나라당 현명관 후보는 1339표(35%)를 얻었다. 열린우리당 진철훈 후보는 355표(9%)를 얻는 데 그쳤다. 강동균 회장은 김태환 전 지사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그런 그가 4년 만에 투사가 됐다. ‘괸당’인 제주 출신 변호사가 작성한 손해배상 소장을 받아든 강동균 회장은 7월26일 밤 ‘외부세력’ 김종일 사무처장, 문정현 신부와 함께 촛불을 들고 행진했다.

 

 

야당 진상조사가 말하는 진실 

 

한국행정연구원 은재호 연구위원은 ‘효과적인 갈등 해결을 위한 소통방안 연구-제주 해군기지 사례의 교훈’ 보고서에서 “해군기지와 관련해 제주도가 가진 공동체의 속성(괸당 문화)은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은 것으로 설문조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제주도민들이 개발편익, 국가의 이익 등을 모두 고려해 판단한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와 제주도정이 제주 해군기지 사업 논의를 제주도 내로 한정해 제주도민은 물론 군과 정부에도 사업의 적정성을 검토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전통적인 괸당 문화가 아닌 △민·관 갈등 사업에서의 민주주의 문제 △개발주의에 대한 찬반 △국제정치와 평화의 문제 등 보편적 기준에 의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취지다. ‘불온한 외부세력’만 떠나면 강정마을 주민들이 기지 찬성으로 돌아서고 모든 갈등이 회복될 것이라는 주장이 사실과 다르다는 추론이 나온다.

 

반대 주민들에게 야 5당의 진상조사 결과가 관심사다. 민주당·민주노동당·창조한국당·진보신당·국민참여당 등 야 5당은 8월 초 ‘제주 해군기지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미경 민주당 의원을 단장으로 해군기지 진상조사단이 구성돼 3개월 동안 조사를 벌였다. 국회 안팎의 설명을 종합하면, 보고서에는 △기지가 왜 제주에 입지해야 하는지 적실성 미흡 △실질적 주민 의견 수렴 미흡 △철저한 환경보존 대책 필요성 등이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관 합동기구 설치 △주민투표 실시 △환경보존 대책 마련까지 공사 중단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대안이 거론되지만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

 

반대 주민들과 ‘외부세력’은 아침마다 투쟁 지침을 함께 외우고 공유한다. 구럼비 바위로 내려가는 삼거리가 주된 투쟁 현장이다. ‘철저히 비폭력으로 맞선다. 밀리면 팔짱을 끼고 드러눕는다. 연행되면 48시간 동안 묵비권을 행사한 뒤 재집결한다’는 지침을 외우고 재확인한다. 7월29일 현재 60~80명의 ‘외부세력’이 강정마을에 머문다. 시민단체 회원, 예술가, 평범한 직장인이 모두 섞여 있다. 대만인 활동가 왕유촨(26)처럼 외국인도 여럿 다녀갔다. 이들은 매일 아침 바위에서 묵묵히 서 있는 범섬을 본다.

 

 

“개발지상주의 보편적 이슈” 

 

교과서 등 공식 기록은 목호의 난 진압을 고려의 자주성 회복으로 자랑스레 기록한다. 다른 해석이 존재한다. 토벌군이 대규모였던 점, 삼별초 전투와 달리 전투가 한 달간 지속된 점 탓이다. “‘우리 동족 아닌 것이 섞여’라는 구절도 뒤집어보면 실상은 우리 동족 내에서 전투가 진행됐다는 말이 된다”고 역사가 이영권은 <제주역사기행>(한겨레출판)에서 주장했다. 목호의 난은 한낱 지역의 반란이 아니라, ‘지배와 수탈’이라는 봉건제의 보편적 갈등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취지다. 1948년 4·3 때도 강정마을 주민 31명이 외지인 토벌대에 희생당했다. 강정마을 주민들은 이번엔 육지에서 온 전경들에게 진압당하리라는 우려를 버리지 못한다.

 

천주교 제주교구장 강우일 주교는 지난 7월28일 <한겨레21>과 만나 “강정 해군기지 문제가 아직 부산 희망 버스처럼 알려지지 않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강정마을에 개발지상주의 문제 등 보편적 이슈가 숨어 있으므로 한국 사회가 강정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취지다. “어따대고 해군기지야! 굴러라 구럼비, 흘러라 강물아”라는 해군기지 반대 현수막이 강정마을에 펄럭인다. 경기도 팔당 농민들이 보냈다. 고통이 그들을 연대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지금 제주에는 괸당 대신 연대가 있다.

 

제주=글 고나무 기자 dokko@hani.co.kr / 사진 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

 

누구를 위하여 제주도 기지를 세우나

몽골, 일본 등 동아시아 패권국가의 기지로 쓰였던 제주도…
미국의 전략적 거점 이용 가능성에 중국을 자극해 긴장 높일 우려도

 

제주 강정해안을 감도는 일촉즉발의 긴장감 뒤에는 강행하려는 쪽과 막으려는 쪽의 치열한 논리 대결이 자리잡고 있다. “국가안보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제주 기지를 완성해야 한다.” 해군기지를 추진하는 쪽의 주장이다. “미국 해군의 대중국 전초기지가 돼 군사적 긴장만 키울 뿐이다.” 막으려는 쪽의 반박이다. 말과 말은 줄곧 평행선을 달려왔다. 4년째다.

 

지난해 7월 동해에서 진행된 한-미 연합 해상훈련에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호와 한국 수송함 독도함 등 해군 함정들이 대열을 지어 기동하고 있다.

 

 

몽골의 국립목장, 일본의 불침항모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쪽이나 반대하는 쪽 모두 제주의 지정학적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제주는 한반도뿐 아니라 중국 대륙과 일본열도 어느 곳으로도 접근이 용이한 해상 요충이다. 우리나라 수출입 물동량의 99%가 통과하는 남방해로의 관문이기도 하다. 해군은 제주의 지정학적 가치를 들어 기지 건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쪽은 바로 그 지정학적 중요성 때문에 군사기지는 안 된다고 말한다.


유의할 대목은 제주의 군사적 가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우리가 아닌, 당대 동아시아의 패권국들이었다는 점이다. 시작은 13세기의 몽골이었다. 그들은 고려를 복속하고 삼별초 잔당을 토벌한 뒤 제주에 눌러앉았다. 제주시향토문화백과는 기록한다. “제주 삼별초의 군사 활동은 원종 14년(1273) 여·원 연합군에 의해 토벌되었으며, 이후 제주는 원나라의 직할령이 되었다. 원은 남송과 일본 정벌을 위한 전초·병참기지로 제주를 활용하는 한편, 목마장을 직접 마련해 원 제국의 14개 국립목장 중 하나로 키우는 등 물자 수탈에 초점을 맞춘 탐라 경영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20세기에는 한반도를 강점한 일본이 제주의 군사요새화를 추진했다. 일본은 1930년대 본격적인 대륙 침략에 나서면서 제주 모슬포에 공군기지를 만들었다. 당시 그들은 제주를 ‘불침항모’(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라고 불렀다. 제주에서 비행기를 띄우면 급유 걱정 없이 중국의 상하이나 난징을 폭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이 대만을 중국을 견제할 ‘불침항모’로 여기는 것과 같은 이치다. 태평양전쟁이 막바지로 접어든 1944년에는 ‘결호작전’이라는 이름의 일본 본토 방어작전을 수립해 제주에 7만5천 명의 병력을 주둔시키고 섬 전체를 요새화했다. 일본 본토 공략을 노리는 미국이 대만에서 제주도를 거쳐 규슈 북부로 이어지는 남방 루트를 이용할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제주 해군기지가 중국을 압박하는 미국의 전략 거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역사적 기억 때문이다. 해군은 물론 이를 부인한다. 그러나 제주에 기지가 들어서면 한미상호방위조약과 주둔군지위협정(SOFA), 전략적 유연성 합의에 따라 한국 군사기지에 대한 원칙적 사용권을 갖고 있는 미국이 중국 본토나 대만해협에 가깝고 기지 규모도 큰 이곳을 사용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지 않겠느냐는 게 시민단체들의 관측이다. 이 문제는 현재 제주 해군기지를 놓고 벌어지는 찬반 논쟁의 가장 첨예한 쟁점이기도 하다.

 

 

시민단체들은 제주 기지가 건설될 경우 결과적으로 미국의 해양 패권을 위한 군사적 발판으로 이용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런 판단은 제주가 남중국해~동중국해~센카쿠열도~대만해협~서해로 이어지는 미-중 ‘갈등의 바다’의 축선상에 위치하고 있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제주에 기지가 세워지면 미국 전략함대가 수시로 드나들게 되는 것은 피할 수 없다는 논리다. 우리 해군도 미 군함의 이용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7월20일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에 올 수 있다면 오겠지만 미국 항모가 제주 해군기지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미군의 이용 가능성을 우회적으로 인정했다.

 

해군과 국방부는 이런 시민단체들의 우려를 터무니없는 억측이라고 일축한다. 제주 기지 건설사업에는 미군을 위한 예산이 전혀 책정돼 있지 않을뿐더러, 미군을 위한 입·출항 기지는 부산과 진해에 이미 마련돼 있기 때문에 미군으로선 제주 기지에 큰 매력을 느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또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만드는 것은 미국에 대한 군사적 의존도를 줄이려는 노력이지 미국을 위한 노력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반환되는 오키나와 기지 대체?

 

그러나 시민단체들은 “아시아에서 추가적으로 기항지를 늘려나갈 것”이라는 지난 6월4일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의 발언에 주목한다. 제주에 6척의 구축함과 잠수함, 항공모함 정박까지 가능한 전략기지가 생긴다면 미군에 가장 매력적인 기항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미국이 대만으로부터 330해리 떨어진 일본 오키나와에 기지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560해리나 떨어진 제주 기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는 해군 쪽 주장도 시민단체들은 근거가 약하다고 본다. 오키나와 기지는 3천t 이상 선박을 정박시킬 수 없고, 이마저도 2005년 10월 미군 재배치 합의에 따라 일본에 돌려주기로 되어 있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주 기지를 둘러싼 또 하나의 쟁점은 중국을 겨냥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와 연관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제주 기지가 중국의 탄도탄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한 MD 해상기지로 활용될 가능성에 우려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해군은 우리 정부가 미-일 MD 체계에 편입할 어떤 의사결정도 내린 적이 없다는 점을 들어 그 가능성을 부인한다. 제주 기지에 정박할 우리 군의 이지스 구축함에는 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다는 점도 MD 편입 불가능론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한다.

 

문제는 제주 기지에 탄도탄 요격 능력을 갖춘 미군 이지스함이 정박하는 상황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지난 6월 야 5당 해군기지 진상조사단 공청회에서 “한국 해군이 독자적으로 이지스함에 SM3 미사일을 장착해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면서도 “미국 해군이 제주 해군기지를 ABMD(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의 중간기지로 활용하고, 한국 해군이 미국 MD 작전에 정보 제공 등 공동 보조를 맞춰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그 근거로 미국이 해군력의 60%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항공모함 전단을 신속대응체제로 재편하고, MD의 핵심을 이지스함에 SM3 계열의 미사일을 장착하는 ABMD로 삼고 있다는 점을 든다.

 

 

명백한 위협 찾기 어려워

 

해군이 제시한 제주 기지의 군사적 실효성 역시 팽팽하게 의견이 맞서는 부분이다. 해군은 남방해역의 해상교통로를 보호하고 풍부한 해저자원을 확보하려면 제주 기지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태도다. 중국·일본과 해양 분쟁이 발생할 경우 지정학적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제주만큼 적합한 곳을 찾기 어렵다는 것인데, 그 근거는 분쟁 발생시 작전 반응 시간이다. 우리가 실효 지배하는 이어도에서 분쟁이 벌어져 우리 함정이 출동할 경우 481km 떨어진 부산 기지에서는 21시간이 소요되지만, 174km 떨어진 제주에서는 8시간이면 함정을 파견할 수 있어, 중국 상하이(327km·14시간)나 일본 사세보(337km·15시간)에 비해 훨씬 유리하다는 논리다.

 

시민단체들은 이어도 때문에 중국과 무력 충돌이 벌어질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동북아의 군사적 역학관계를 볼 때 지나친 군사주의적 가정일 뿐이라고 꼬집는다. 설사 무력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우리 군함이 몇 시간 늦게 도착한다고 해서 결정적으로 불리할 이유가 없을뿐더러, 항공 전력에 사거리가 수백km에 이르는 대함 유도탄까지 보유한 상황에서 100km 안팎의 거리 차이는 군사적으로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는 것이다.

 

최근 전문가 의견 검토와 제주 현지 조사를 마친 야 5당 진상조사단도 남방 해로와 해저자원 확보를 위해 제주 기지가 필요하다는 해군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잠정 결론을 내렸다. 현재 이 해역에 군이 나서야 할 만큼 명백한 위협을 찾기 어렵고, 해군이 말하는 잠재적 위협(중·일의 해군력) 또한 제주 기지가 존재한다고 해서 극복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조사단 관계자는 “석유 수송로가 봉쇄되는 최악의 상황은 국제정치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현실성이 희박하고,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우리 자력만으로는 극복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해군기지의 존재 자체는 이런 상황을 타개하는 데 큰 변수가 되긴 어렵다”고 말했다.

 

해군이 제주 기지가 필요한 이유 중 하나로 거론하는 말라카해협의 해적 활동과 관련해서도, 조사단은 인접 국가들이 안정화되면서 출몰 횟수가 줄고 있고, 해적이 활동한다고 해도 이를 우리 해군력으로 일일이 제압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외교적 문제만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 2000년 262건으로 절정에 달했던 아시아에서의 해적 활동은 122건 (2005년)→80건(2007년)→69건(2009년)으로 뚜렷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옆구리 비수로 오히려 중국 자극

 

시민단체가 우려하는 것은 제주 기지가 중국을 자극해 역내 긴장을 오히려 고조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우려는 해군이 자초한 측면도 있다. 기지 건설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중국의 이어도 영유권 주장과 해군력 증강 상황을 거론하며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지목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와 군은 제주 기지 건설이 최소한의 방어적 조처이며, 주변국(중국)을 자극하거나 압도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지만 제주가 역내 패권국들(몽골·일본)에 의해 중국 본토를 공략하기 위한 해상 거점으로 활용됐던 역사적 선례와 세계 어느 군사동맹보다 끈끈한 한-미, 미-일 동맹의 존재를 떠올린다면, 중국이 제주 기지를 옆구리의 비수로 인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우리의 군사적 조처가 특정 국가에 위협과 압박이 되는지는, 우리의 의도가 아닌 상대국의 인식과 판단에 따라 좌우되는 탓이다.

 

찬반 양 진영이 주장하는 바의 시비를 정확히 가늠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일정 수준의 군사 지식과 국제정치학적 혜안도 필요하다. 중요한 건 결단의 시기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

 

파이 서비스가 종료되어
더이상 콘텐츠를 노출 할 수 없습니다.

자세히보기

 

=====================================================================

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1) "美항모 제주 기항 생각한 적 없다"는 국방장관이 생각할 것들
제주 강정마을은 '폭풍전야'다. 수백 명의 경찰들이 마을을 둘러싸고 있고 수 일 내에 강제 집행에 들어갈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주민들과 자원 활동가들은 쇠사슬로 몸을 묶고 매일 밤 9시 해군기지 사업단 앞에서 촛불문화제를 여는 등 결사 저지에 나서고 있다.

공권력 투입이 임박해지면서 야당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국제 평화운동가들은 정부와 군 당국의 강압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비판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보수언론과 한나라당 의원은 해군기지 반대 주민과 활동가들을 "종북 세력", "김정일의 꼭두각시" 등 원색적인 표현을 써가면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색깔론으로 변질시키고 있다.

적지 않은 국민들도 강정마을 생태환경의 훼손과 주민들의 평화적 거주권 침해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국가안보를 위해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렇다면 제주 해군기지는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에 정말 도움이 되는 사업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주 해군기지는 우리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될 공산이 대단히 높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및 미일동맹과 중화권 사이의 해양 패권 경쟁,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 및 한미동맹의 구조적 종속성, 동아시아 차원의 세력전이(power shift), 한국의 해양수송로 안전 확보의 중요성 등과 종합적으로 연관시켜 분석해본다면, 자칫 제주 해군기지가 '고래 싸움에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을 초래해 대한민국 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인 위험과 딜레마를 야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해군기지 건설을 찬성하는 쪽에서는 일본과 중국의 해군력을 거론하면서 이들 나라의 위협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과연 이들 나라가 제주도를 포함한 한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는지 반문하게 된다. 건국 이후 제주도 및 그 남방 해역에 대한 외부의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존재한 적도 없었고 현재에도 없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과거와 현재에 위협이 없다고 해서 미래에도 위협이 없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그러나 '미래의 불확실한 위협'에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경우, 오히려 불확실한 위협을 확실한 위협으로 만들 우려는 없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네 차례에 걸쳐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보고자 한다. 제주 해군기지의 미군 이용 가능성, 미사일방어체제(MD)와의 연관성, 그리고 미-중 갈등에 한국이 휘말릴 가능성을 분석하고,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해군측의 수요 제기를 일부 수용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 지난 2일 제주시청 앞에서 열린 '힘내라 강정 시민평화 행진'에 참석한 강정마을 주민들. ⓒ프레시안(최형락)

김관진 국방장관 "올 수 있으면 오겠지만…"

제주 해군기지가 전략적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검증하기 위해 가장 먼저 검토돼야 할 사안은 '미국의 이용 가능성'이다. 이 문제를 명확히 밝히는 것은 제주 해군기지와 미국 MD 체계와의 연관성 및 미-중 무력 갈등시 한국의 안보 딜레마 격화에 관한 근본 전제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해군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 사업에는 미군을 위한 예산이 단 1원도 책정되지 않았다. 또 한미동맹을 위한 미 군함 출입항 기지는 부산과 진해에 이미 마련돼 있다"며 미국과의 연관성을 부인해왔다.

그러나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미국 예산이 투입되지 않는다고 해서 이것이 곧 미국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이는 실제 사례로도 뒷받침된다. 일례로 부산항은 미국 예산이 한 푼도 들어가지 않았지만 미 해군의 항공모함과 핵잠수함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또한 부산과 진해에 미 군함의 출입항이 이미 있기 때문에 제주 기지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도 제주 기지를 미국이 이용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할 수 있다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되지 못한다. 이에 대해서는 아래에서 상세히 살펴보기로 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부인으로 일관했던 해군이 6월 23일 국회 공청회에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 '기항지'로 사용될 가능성을 인정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관진 국방장관은 지난 20일 "올 수 있으면 오겠지만 미국 항모가 (제주기지에) 들어올 것으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군 당국은 미군의 기항 목적이 장병들의 휴식이나 정비와 같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문제될 것이 없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한 반박에 앞서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은 이유를 상세히 따져보기로 하자.

첫째, 한미동맹의 법적·제도적 문제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 제4조에는 "미국의 육·해·공군을 대한민국의 영토 내와 그 주변에 배치하는 권리를 한국은 허여(許與)하고 미국은 수락한다"고 되어 있다. 이러한 조약에 따라 체결된 주한미군 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따르면, 미국이 한국에게 사용을 타진할 수 있는 '시설과 구역'은 "소재의 여하를 불문"(제2조.1.가)한다고 되어 있으며, "(미국의) 선박과 항공기는 대한민국의 어떠한 항구나 또는 비행장에도 입항료 또는 착륙료를 부담하지 아니하고 출입할 수 있다"(제10조.1)고도 명시되어 있다.

제10조 2항에서는 주한미군 기지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항구 또는 비행장 간을 이동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아울러 합의의사록 제10조 3항에는 "'적절한 통고'의 면제는, 이러한 통고가 미합중국 군대의 안전을 위하거나 또는 이에 유사한 이유 때문에 요구되는 비정상적인 경우에만 적용된다"고 했는데, 이는 미국이 필요에 따라 '적절한 통고' 없이 대한민국의 비행장이나 항구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미 '전략동맹' 대상에 중국도 포함

둘째, 노무현 정부 때 한미간에 합의된 '전략적 유연성'과 이명박 정부가 추진해온 '한미 전략동맹'은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 해군의 기지로도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더욱 부채질한다. 전략적 유연성은 주한미군의 해외 차출, 해외 주둔 미군의 한국으로의 유입 및 경유를 위한 것으로 그 핵심 목적은 한국 방어의 주도적인 역할을 한국군에게 넘기고 미군은 양안사태 등 동북아 분쟁에 개입하기 위한 것에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 '전략동맹'이 합의되고 그 목적 가운데 하나가 중국 견제에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에 있다. '한미동맹 강화'를 대외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내세워온 이명박 정부는 미국과 전략동맹을 선언했고, 그 이면에는 북한뿐 아니라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의도가 깔려 있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8년 4월 이명박 대통령과 함께 '한미 전략동맹'을 선언하는 자리에서 "앞으로 중국과의 관계가 건설적이 될 수도 있고, 파괴적이 될 수도 있다"며 "중국 문제가 한미 양국이 건설적인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 21세기 동맹관계에서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는 미국이 21세기 한미관계를 '전략동맹'으로 격상하는 것을 추진한 핵심적인 이유가 중국에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런데 이러한 '중국견제론'은 미국 측에서만 나온 것은 아니었다. 미국의 전직 고위 관료들과 한반도 전문가들로 구성된 '새로운 시작 모임'(New Beginning Group)은 2008년 2월 한국을 방문해,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를 비롯한 외교안보 참모들을 면담하고 한미동맹 보고서를 작성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의 외교안보 참모들이 "중국에 대한 우려를 여러 차례 피력하면서 한미동맹의 강화와 주한미군의 주둔을 통해 중국을 견제할 필요를 제기했다"고 전했다. 한미 전략동맹의 이면에는 한미 양국 사이에 중국에 대한 견제 심리가 강하게 깔려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 강정마을 주민들은 해군기지가 '평화의 섬' 제주도에 들어올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프레시안(최형락)

미 국방장관 "미군은 아시아에서 기항지를 늘릴 것"

셋째, "태평양 세력"을 자임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 전략 변화이다. 전략적 중심축을 대서양에서 아시아-태평양으로 옮기기로 한 미국은 해군력의 60%를 아-태 지역에 집중시키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되는 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서태평양(아시아권 해양을 의미함)에 추가적인 기지와 시설을 확보하고 접근과 사용이 어려웠던 지역에 대해 접근성을 강화해 미 해군의 신속성과 기동성을 대폭 강화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은 지역해양안보구상(RMSI)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등을 주도하면서 동맹·우방국들을 미국의 해양 전략에 포섭하려고 하고 있다.

이러한 입장은 2011년 6월 11일 로버트 게이츠 당시 미 국방장관이 "앞으로 미군은 아시아에서 기항지를 늘리고 다수 국가와의 다국적 훈련도 확대할 것"이라고 말한 것에서도 거듭 확인된다.

또 하나는 미국의 전쟁 수행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항공모함 전단도 신속대응체제로 재편하고 있다는 것이다. 2004년부터 함대 대응 계획(Fleet Response Plan)에 착수한 미국은 30일 이내에 무려 6개의 항모전단을 원하는 지역에 배치한다는 계획인데, 이 계획의 핵심적인 대상은 북한과 중국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끝으로 MD의 핵심을 이지스함에 SM-3 계열의 미사일을 장착하는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2010년까지 20척의 이지스함을 MD용으로 개량한 미국은 2016년까지 이 함정의 숫자를 41척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미국이 아-태 지역에 해군력을 증강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해군기지의 수요도 커질 것임을 예고해준다.

오키나와가 있으니 제주도에는 올 필요가 없다고?

넷째, 제주도가 지니고 있는 지리군사적 특징이다. 한국 해군은 "미국은 이미 대만으로부터 330해리 떨어진 일본의 오키나와(沖繩)에 기지를 확보하고 있고, 제주에서 대만까지 560해리임을 고려할 때 "미국이 제주 해군기지를 이용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오키나와에는 대부분 공군기지와 해병대 기지가 있지, 제주에 건설 중인 대규모의 해군기지는 부족한 상황이다. 오키나와 서남부에 위치한 나하(那覇)항에는 3000톤 이상의 선박을 정박시킬 수 없고 이마저도 미국은 2005년 10월 미군 재배치 합의에 따라 일본에게 돌려주기로 돼있다. 쉽게 말해 오키나와에는 항공모함은 물론이고 이지스함도 정박시키기 어렵다.

반면 제주 해군기지는 이지스함 등 대형 함정 20척 및 15만 톤 급 크루즈 2척의 동시 계류가 가능한 규모로 설계되어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 기지가 건설되면 미국은 중국 및 대만해협에서 가깝고도 규모가 큰 이 해군기지를 이용하고 싶은 강한 유혹을 느끼게 될 것이고, 현행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SOFA, 그리고 전략적 유연성 등 한미동맹의 비대칭성을 고려할 때 한국이 이를 거부하기도 힘들게 될 것이다.

앞서 인용한 것처럼 김관진 국방장관도 미국 항공모함을 비롯한 함정들이 제주 해군기지에 올 가능성을 인정했다. 그러나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곧 제주 해군기지가 미군의 기항지, 혹은 전초기지나 중간기지로 이용될 경우 그것이 한-중 관계를 포함한 동아시아 정세에 어떤 함의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최소한의 검토도 없이 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사입력 2011-07-29 오전 9:01:43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2) 제주 기지가 MD와 무관하다는 정부, 그러나…

 

제주 강정마을에는 대한민국의 '뭍'에서뿐만 아니라 멀리 외국에서도 "외부 세력"들이 드나든다. 실제로 이곳에 머물고 있는 동안 여러 명의 외국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인 친구를 통해 대만에서 건너온 왕유촨 씨, 동아시아 군사기지 연구 조사차 방문한 미국 아메리칸 대학의 데이비드 바인 교수, 보스턴에서 진보적 군사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매튜 호이 등을 만날 수 있었다.

지난 28일 밤, 미사일방어체제(MD) 등 군사문제 전문가인 매튜 호이와 강정천에 발을 담그고 술 한잔을 기울이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올해 33세인 그는 14살 때 핵전쟁을 다룬 영화를 보고 그 때부터 '평화주의적 관점'에서 군사 문제를 파고들었다고 한다.

"1999년 미국 국방부의 보고서에도 나와 있는 것처럼 해상 MD는 북한 미사일로부터 한국을 방어하는데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결국 제주해군기지는 미국의 해상 MD와 연동될 수밖에 없는데, 일본이나 괌, 대만을 방어하는데 이용될 가능성이 높은 제주해군기지를 왜 한국이 짓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오히려 한국의 안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것을 한국인들은 생각해봐야 할 것입니다."

MB 정부의 입장을 신뢰할 수 있나?

제주해군기지와 미국과의 연관성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이 되어왔던 사안은 MD 문제다. 만약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한국의 미국 MD 체제로의 편입을 가속화할 수 있고 미국 MD로의 편입이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 불안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야기해 한국의 국익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가 타당성을 지닌다면, 제주해군기지 건설은 국익의 관점에서 전면 재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해군측은 "MD 편입에 대해서는 어떠한 국가적 의사결정이 없다. 더불어 제주기지에 정박할 (한국형) 이지스 구축함은 요격 능력이 없어 MD 편입이 불가능하다"며 MD와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정부와 해군측의 해명과는 달리 참여나 편입이라는 단어는 사용되지 않고 있지만 이명박 정부 들어 한미간의 MD 협력은 가속화되고 있고, 한국형 이지스함의 MD 요격 능력 부재와 미국 MD로의 편입 사이에 이렇다 할 상관관계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한다면 해군측 해명은 설득력을 지닐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최근 들어 한미 간의 MD 협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정부와 해군의 해명을 근본적으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MB 정부가 미국 MD 참여를 호의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본격 제기된 시점은 2010년 10월 22일이었다.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왜 국민들이 MD에 거부적인 반응을 갖고 있나면 옛날에는 미국이 미국을 중심으로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MD를 만들었다. 지금은 바뀌어서 지역별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조금은 과거와 달라져서 그것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가 MD 참여의 수준을 밟고 있다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한 발언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국방부는 다음날 해명 자료를 내놓았다. "한미 양국은 앞으로 '확장억제정책위원회'에서 북한의 대량살상무기(WMD) 위협으로부터 한반도를 방위하기 위해 MD에 관한 정보공유와 수단운용 등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는 미국의 지역 MD에 우리가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하층방어 위주의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를 구축하되 주한미군과도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정보공유, 가용자산 운용 등에서 협력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한마디로 미국과의 MD 협력은 강화하되, 그것이 미국 주도의 MD 참여나 편입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그러나 이러한 MB 정부의 해명은 한 마디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명목상으로는 MD 참여를 부인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MD 체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되고 있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는 2010년 9월 27일 도쿄 연설에서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일컬으면서 양자 협력을 넘어선 다자간 MD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고위 관료가 한국을 일본과 함께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라고 언급한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었다.

이러한 발언을 뒷받침하는 사례들도 많다. 우선 한국은 이미 미국과 합동 MD 훈련을 벌인 바 있다. 양국 해군은 2010년 7월 초 합동 미사일 요격 훈련을 실시했다. 한국의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이 적의 탄도미사일을 추적해 그 위치 정보를 미국 해군에 제공하자 미국 이지스함이 SM-3 미사일을 발사해 명중시켰다는 것이다. 이는 세종대왕함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탐지·추적할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3를 장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국방부가 말한 정보공유와 가용자산 운용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 참고로 세종대왕함에 장착된 요격미사일은 SM-2로 이 미사일은 주로 적의 순항미사일 및 항공기 요격용으로 사용된다.

2011년 들어서 한국의 미국 MD 편입의 징후는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는 미국 국방부 고위 관료들이 미 상원 청문회에서 밝힌 내용이 국내에 알려진 것이 계기가 되었다. 브래들리 로버츠(Bradley Roberts) 미 국방부 핵·미사일방어 정책 담당 부차관보는 4월 13일 청문회에서 "우리는 한국과 양자 MD 협력 문제를 논의해왔고 최근에는 한국이 미래의 MD 프로그램의 유용성에 대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한미 양국이 요구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약정(Terms of Reference)과 협정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같은 날 청문회에 나선 패트릭 오라일리(Patrick O'Reilly) 미사일방어국(MDA) 국장도 "MDA는 현재 20개 이상의 국가들과 MD 사업, 연구,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며, 한국도 여기에 포함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미국 정부 고위 관료들의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이명박 정부는 이틀 후에 약정서는 공동연구를 위한 것으로써 미국의 미사일방어국(MDA)과 한국국방연구원(KIDA) 사이에 2010년 9월에 체결된 것이라며, "현재로선 국방부 산하기관 연구로 시작했지만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국방 당국 차원의 협의를 진행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간에 약정이 체결된 지 7개월 동안 '쉬쉬'하다가, 미국 정부가 먼저 말하자 이를 확인해준 셈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할 것이 있다. 한미간에 MD 약정이 체결된 2010년 9월 이후의 상황이 바로 그것이다. 약정 체결 직후 미 국무부의 프랭크 로즈 부차관보는 "아시아에서 일본과 한국은 이미 중요한 MD 파트너들"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만한 발언은 한달 후에 한국 국방부로부터도 나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10월 22일, MD 참여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한미 고위 관료들은 양국간의 MD 약정 체결 이후 발언의 수위를 이전과 크게 달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미 국무부의 군비통제 및 국제안보 담당 차관보는 2011년 3월 21일 "우리는 일본,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 호주 등과 보다 능력 있는 MD 체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더욱 긴밀한 협력을 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을 미국 MD에 가장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국가군에 포함시킨 것이다.


▲ 수원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된 패트리어트 PAC-3 미사일 ⓒ연합뉴스

현재 한국의 MD 참여는 '중간 수준', 앞으로는?

다음으로 "제주기지에 정박할 이지스(Aegis) 구축함은 요격 능력이 없어 MD 편입이 불가능하다"는 해명의 문제점을 살펴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이 보유한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이 없다는 것이 곧 미국 MD로의 편입과 무관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미국 MD 체제로의 편입은 다양한 수준이 있다. 여기에는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와 SM-3 미사일을 장착한 이지스함을 보유한 일본처럼 '높은 수준'의 MD 참여를 하고 있는 나라도 있고, 유럽의 루마니아처럼 미국이 루마니아의 영토·영해·영공을 MD 작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하는 협정을 맺은 '낮은 수준'의 참여를 하고 있는 나라들도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현재 이 중간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이미 오산공군기지 등 한국의 서남부 지역에는 PAC-3와 관련 레이더 및 본부가 배치되어 있고,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한미 군당국은 MD 공동 연구 및 해상 공동 MD 실험도 실시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을 핵심적인 MD 협력 국가로 분류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더욱 주목할 점은 MD에 관한 한미간의 '밀실' 협의가 한국을 넘어선 차원까지 거론되고 있다는 것이다. <신동아>의 2011년 6월호 보도에 따르면 "괌이나 오키나와의 미군기지에 미사일이 발사되는 경우에도 한국군이 이를 대신 요격해주는 콘셉트가 여러 차례 도출됐다"고 한다. 적어도 개념 수준에서는 한미간의 MD 협력이 이미 한반도를 넘어서 동아시아 전체로 확대되고 있었다는 것을 강력히 시사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는 그동안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가 미국 MD와는 무관하다"고 주장해온 MB 정부와 군당국의 해명을 더더욱 신뢰할 수 없게 한다. 그런데 지도를 펼쳐보면 알 수 있듯이 제주도는 오키나와와 괌으로 날아가는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최적의 전략적 요충지다.

이러한 흐름은 제주해군기지를 더더욱 미국 해군 및 MD와 연관시켜 생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한국 해군이 독자적으로 이지스함에 SM-3를 도입·장착해 오키나와나 괌으로 향하는 미사일을 요격한다는 시나리오는 가능성이 낮다. 그러나 미국 해군이 제주해군기지를 이지스탄도미사일방어체제(ABMD)의 중간기지로 활용하고, 한국 해군이 미국 MD 작전에 정보 제공 등 공동 보조를 맞춰나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2010년 7월 한국 해군이 미군과 해상 MD 훈련도 실시한 것은 이러한 전망이 지나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평택미군기지가 미국 '지상' MD의 거점이 되고 있다면, 제주해군기기 건설이 강행되면 이 기지가 미국 '해상' MD의 중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더구나 MB 정부는 일본과도 군사정보협정 체결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협정 체결의 핵심 대상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 정보라는 점에서 이는 곧 미국이 희망해온 한-미-일로 이어지는 동아시아 MD 체제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면 좁게는 한미간, 넓게는 미국 주도의 동아시아 동맹 체제의 중요 기지가 될 공산이 커지게 되고 그 핵심에는 MD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분석과 관련해 "MD는 위성을 비롯한 지상·해상·공중의 레이더 체계와 탐지된 정보를 융합 처리할 수 있는 통체체제, 그리고 최종적으로 요격할 수 있는 미사일방어체계까지 갖추어야" 하는데,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자국 이지스함의 기항지로 이용할 가능성만 가지고 제주해군기지가 미국 MD의 중간기지로 이용할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반론이 제기될 수 있다. 그러나 ABMD는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및 추적 기능과 발사통제장치, 그리고 추적기를 장착한 SM-3라는 요격미사일을 탑재하고 있어 자체적으로 '완결된 MD' 체계를 갖추고 있다.

물론 이지스함의 SPY 계열 레이더의 탐지 범위가 약 1000km이기 때문에, 제주해군기지에 배치된 이지스함이 북한이나 중국에서 오키나와나 괌으로 발사된 탄도미사일을 조기에 탐지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미국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다양한 정보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국과 일본에 이동식 조기경보 레이더인 '합동 전술 지상기지(Joint Tactical Ground Station)'를 배치했는데, 이지스함은 이 레이더로부터 탄도미사일 발사 탐지 및 추적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이지스함 간에도 데이터 링크가 되어 있어 있는데, 가령 서해나 동해에 배치된 이지스함이 제주 남방 해역에 배치된 이지스함에 탄도미사일 탐지·추적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아울러 해상 X-밴드 레이더, 첩보 위성인 '방위 지원 프로그램(Defense Support Program, DSP)', DSP보다 탄도미사일 탐지 능력이 훨씬 강력한 '우주배치 적외선 시스템(Space-Based Infrared Systems, SBIRS)' 등을 배치하고 있어, ABMD의 탄도미사일 발사 조기 탐지 및 추적 능력의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이는 곧 제주해군기지 자체적으로 MD용 레이더나 통제본부를 구비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것이 곧 제주해군기지와 미국 해상 MD 사이의 무관함을 보장해줄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정리하자면 이렇다. 이미 노무현 정부 때 한국의 서남부에는 미국의 PAC-3와 레이더 및 본부가 배치되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한미 해상 MD 훈련 실시, MD 공동 연구서 약정서 체결, 괌과 오키나와 MD에 한국의 기여도 논의 등이 이뤄지고 있다. 지구상에 이 정도로 미국 MD에 협력하고 있는 나라는 일본과 이스라엘, 영국 정도를 제외하곤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이 한국을 대표적인 MD 협력 국가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또한 미국은 2016년까지 ABMD를 41척까지 늘릴 예정이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배치할 예정이다. 함정이 늘어나면 해군기지나 기항지의 수요도 늘어난다는 것은 불문하지이다. 최근 미국이 동아시아 해양에 해당하는 서태평양 지역에 기지와 기항지를 늘려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강행되어 미국 이지스함이 들락날락거리면 한국은 더더욱 미국 MD에 편입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결코 기우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해주는 대목들이 아닐 수 없다.

기사입력 2011-08-01 오전 7:51:12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3) 제주해군기지와 중국

 
당연한 말이지만 군대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존재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제주해군기지도 마찬가지이다. "이어도에서 석유가 터졌다고 생각해보라. 중국·일본이 가만 있겠나." 해군 전력기획 참모부장 구옥희 소장이 <중앙선데이>와의 인터뷰에서 강정 해군기지의 안보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한 말이다. 이어도 인근에서 경제성 있는 석유가 터져 나오는 것도, 그래서 중국과 일본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가정에 기반을 둔 '만일의 사태'다.

이러한 만일의 사태에 대한 대비책으로 반드시 대규모의 해군기지 건설이 필요한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따져보기로 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로 인해 초래될 다른 유형의 '만일의 사태'를 거론해보자. 이미 필자는 앞선 글들을 통해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할 경우 한국은 미사일방어체제(MD)를 포함해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 전략에 더욱 깊숙이 포섭될 위험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해군은 홈페이지를 통해 "제주 해군기지는 미국과 협의하여 건설하는 것"이 아니고, "미 군함 출입항 기지와 시설은 부산과 진해에 있으며", "현 사업에는 미군을 위한 예산이 일체 없다"는 점들을 들어 필자의 주장을 반박했다. 그러나 앞선 글들을 통해 지적한 것처럼, 미국과의 협의나 미국 예산의 투입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될 수 없다. 부산항 건설에 미국 예산의 투입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 항공모함과 핵잠수함 등이 수시로 드나드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더구나 육지에 있는 해군기지는 "포화 상태라" 제주해군기지가 필요하다는 한국 해군과 마찬가지로 미국도 아시아에 기지나 기항지로 사용할 기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여 지난 수 년 동안 미국이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아시아 지역에 추가적인 기지와 기항지의 확보이다. 이러한 입장과 제주도가 지낸 전략적 위치를 고려할 때, 미국이 제주해군기지를 최소한 기항지로 사용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초래할 '만일의 사태'

제주해군기지가 건설되어 미국이 어떠한 형태로든 이용하게 된다면, 미-중간의 무력 갈등시 한국의 안보와 경제에 치명적인 위험을 야기할 수 있다는 주장도 가정에 기반을 둔 '만일의 사태'이다. 물론 미국과 중국이 핵전쟁까지 초래할 수 있는 '전면전'을 벌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동아시아 해양 패권을 둘러싼 갈등이 '국지전'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자칫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상황'을 초래할 '전략적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이와 관련해 가장 많이 제기되는 반론은 "그렇다면 왜 중국이 제주해군기지를 문제 삼지 않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이나 중국이 공개적으로 제주해군기지와 관련해 언급한 것은 없으며, 비공개적으로 언급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이용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할 경우 반대 운동에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판단해 발언을 자제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할 수 있다.

중국의 경우에도 전통적으로 내정 불간섭 원칙을 견지하고 있으며, 타국의 정책이 자국에 대해 가시적인 위협으로 드러나기 전까지는 공개 발언을 자제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근 수 년간 몇 가지 사례는 이러한 분석을 뒷받침해준다. 2006년 3월 하순 닝푸쿠이(寧賦魁) 당시 주한 중국대사는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하는 것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하기 위함이다. 계속 쌍무적인 틀 안에서 행동하면 우리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만약 제3국을 대상으로 해 행동하게 되면 우리는 관심을 돌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공개적으로 말한 바 있다. 그런데 이 발언은 한미간에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합의가 나온 지 한 달 뒤에 나왔다.

또한 이명박 대통령의 방중 기간이었던 2008년 5월 하순 친강(秦剛)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한미 군사동맹은 지나간 역사의 유물"이라며 "시대가 많이 변하고 동북아 각국의 상황도 크게 변한 만큼 낡은 사고로 세계 또는 각 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다루고 처리하려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 이 역시 이명박-부시가 한미 전략동맹을 천명한 지 한 달 뒤에 나왔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논의가 2003년부터 시작되었고, 한미간의 전략동맹 논의 역시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부터 시작되었는데, 수 년 혹은 수 개월 뒤에 공개적으로 경고 섞인 불만을 토로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중국 정부가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문제삼는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이것이 곧 제주해군기지에 대해 중국의 경계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석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중국, 전략적 유연성과 MD에 강한 경계감

이와 관련해 2004년 11월 29일 라오스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예정에 없던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 측이 제안해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노무현 대통령에게 한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미국은 2003년 들어 수원-오산, 평택-군산 등 한국의 서남부에 패트리어트 최신형인 PAC-3를 집중적으로 배치했고,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도 추진하고 있었다.

이에 대해 원자바오는 "최근 한국의 서해상에 미군 패트리어트 요격 미사일이 배치되고 있는데, 이것은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한국이 중국의 적국이 아닌데 이와 같은 시도에 대해 중국은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주한미군이 양안 문제에 개입하는 군으로 전환되는데, 이렇게 되면 중국과 한국 관계도 문제가 된다"며,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이러한 사실은 6년 뒤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종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이 쓴 <노무현, 시대의 문턱을 넘다>를 통해서 알려졌다.

이처럼 중국은 양자동맹이었던 한미동맹이 '지역 동맹'으로 변화해온 것과 한국이 미국 MD 체제로 편입될 가능성에 대해 극도의 경계심을 갖고 있다. 특히 중국은 MD를 21세기 최대의 전략적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다. 일례로 미국의 한 연구자가 중국의 정부 관리, 군관계자, 민간 전문가 등 60여명을 인터뷰해 작성한 보고서에서는 "중국이 미국 주도의 MD를 21세기 최대 위협으로 간주하고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분석은 중국의 공식 문서에서도 확인된다. 2011년 3월에 발표된 <2010년 국방백서>에서는 "MD는 국제사회의 전략적 균형과 안정에 해롭고, 국제·지역 안정을 해칠 것이며, 핵 군축 프로세스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중국은 어떤 나라도 해외에 MD를 배치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해 미국 주도의 MD가 중국 포위 전략의 일환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강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국은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는 것을 한중관계의 마지노선으로 간주한다. 주펑(朱鋒) 베이징대 교수는 "중국은 전략적 안정을 대단히 중요시한다. 만약 한국이 미·일 주도의 MD에 가입하면 중국 인민해방군을 완전히 벼랑 끝으로 몰아갈 것이므로 중국은 분명히 한국에 대한 전략을 바꿀 것이다. MD는 한·중 우호의 마지노선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원자바오의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중국은 하층 방어이자 지점 방어(point defense)인 패트리어트 시스템이 한국의 서남부에 배치된 것을 두고도 한국이 미국 MD에 편입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런데 미국과의 전략동맹을 추구해온 이명박 정부는 공동연구, 합동 실험, 한국형미사일방어체제(KAMD)와 MD와의 상호운용성 강화, 오키나와와 괌 방어에 한국의 기여 모색 등 미국과의 MD 협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에 미국의 MD용 이지스함과 핵잠수함 등이 들락날락거리는 등 미 해군의 기항지로 이용되게 되면 중국의 반발 수위는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 지난 2005년 칭다오 근해에서 러시아와의 합동훈련에 참가한 중국 잠수함. ⓒ로이터=뉴시스

평택기지 겨냥한 중국의 군비증강, 제주도는?

평택미군기지 확장 및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중국의 외교적 경고에 뒤이은 군사적 대응은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시 야기될 수 있는 문제점을 시사해준다. 미국 <UPI> 통신의 2008년 6월 20, 24, 25일자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한반도와 가장 인접한 산둥반도에 전략 핵잠수함, 전투기, 방공 부대를 배치했다.

특히 이러한 전력은 한국은 물론 일본까지 사정거리에 두고 있어, 양안간의 무력 충돌시 주한미군과 주일미군의 개입을 억제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UPI>는 전했다. 실제로 칭다오(靑島) 기지에 배치된 두 척의 핵추진 잠수함은 한국과 일본 전체를 사거리 안에 두고 있는 탄도미사일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한미동맹과 미일동맹에 대응하는 핵심 전력인 중국인민해방군의 북해 함대를 공중지원하기 위해 한국 전체와 일본 일부를 사정거리에 둔 최신예 전투기 및 방공 미사일 전력증강도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전력증강이 이뤄진 시점은 2000년대 중후반부터다. 중국의 외교적 경고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합의 및 평택미군기지 확장사업과 PAC-3 배치 등 미군의 전력증강이 이뤄진 것에 대한 군사적 대응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춰볼 때, 제주해군기지를 미국도 이용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중국은 제주도를 겨냥한 군사적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예상할 수 있는 군사적 조치로는 상하이 해군기지에 방공 미사일 배치, 제주해군기지를 겨냥한 미사일 배치, 공군 및 해군 작전 범위에 제주도 포함, 제주도 인근 수역에서 군사 훈련 실시와 같은 것들이 있을 수 있다.

만약 중국이 이러한 조치를 취한다면 '중국위협론'은 더욱 기승을 부릴 수 있고, 이에 대응해 한국, 혹은 한미동맹은 제주도나 그 인근 지역에 공군기지 건설과 같은 군사적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제주해군기지 건설 강행이 이미 진행 중인 동아시아 군비경쟁을 격화시킬 우려가 있다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휘말림과 버림받음의 딜레마

'수출로 먹고 산다'는 한국의 무역 의존도에서 중국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무역 의존도는 미국 및 일본과 합친 것보다 높은 20%대에 달하기 때문이다. 또한 "해양수송로가 한 달만 막혀도, 한국은 망할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동아시아 해양 수송로에 대한 의존도도 대단히 높다. 6자회담 의장국이자 북한에 가장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 중국과의 외교안보 관계도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미-일 3각관계가 강화될수록 북-중-러 3각관계도 강화되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MD를 고리로 한 미국의 동아시아 동맹체제의 강화는 평화적 통일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속성이 있다.

제주해군기지가 미-중간의 갈등시 미국 해군의 기항지나 중간기지로 이용되면, 한국의 안보와 경제는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는 이러한 맥락에서 나온다. 중국은 외교적 항의에서부터 여행 금지, 무역 보복, 한국 해양수송로 차단 등 다양한 경제제재, 그리고 상황에 따라서는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보복 공격과 같은 군사적 조치까지 취할 수도 있다.

동맹 이론에 '휘말림(연루)'와 '버림받음(방기)'의 딜레마라는 것이 있다. 일반적으로 제3자와 무력 갈등에 있는 동맹국이 군사 지원을 요청할 경우에 이러한 딜레마가 발생한다. 그런데 동맹국의 요구를 수용하자니 전쟁에 휘말릴 위험이 있다. 반대로 동맹국의 요구를 뿌리칠 경우 동맹국으로부터 버림받을 우려가 있다.

제주해군기지 문제는 이러한 딜레마를 고스란히 안고 있다. 미-중 간의 군사 충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미군의 제주해군기지 사용을 불허한다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파기까지 각오해야 한다. 미국 정부는 한국이 상호방위조약을 위반했다고 할 것이고, 미국 국내에서는 '배은망덕'이라는 단어가 맹위를 떨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미국의 기지 사용을 용인하면 중국과의 갈등에 따른 막대한 국익 손실을 감수해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정부와 군 당국이 안보에 보다 현명해져야 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유사시'를 대비한다는 명분으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강행했다가 진짜 '유사시'가 오면 '휘말림과 버림받음의 딜레마'에 봉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엄청난 딜레마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은 더 늦기 전에 해군기지 건설을 중단하는 것밖에 없다.

기사입력 2011-08-02 오전 10:15:36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정욱식의 '오, 평화'] 제주 해군기지와 한국의 국익(4) 제주 해군기지 대안 있다

 

8월 8일 오전 10시 경. 다시 찾아간 제주 강정마을에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경찰 수백명이 중덕 삼거리 봉쇄 작전을 개시했다며 주민들은 속히 중덕 삼거리로 와달라는 강정마을회의 안내 방송이었다.

 

급히 달려간 중덕 삼거리 진입로에서는 이미 경찰과 주민,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자원 활동가 수백명이 뒤엉켜 심한 몸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분개했다. "너희들은 상식도 없냐. 태풍이 쓸고 지나간 지 얼마나 됐다고 이 난리를 치냐." 상부의 지시로 어쩔 수 없이 투입된 젊은 의경과 전경들도 당황한 빛이 역력했다. 한 아주머니의 절규는 가슴을 후벼 파는 듯 했다.

"난 경찰차가 오길래 태풍 피해 복구 지원하러 오는 줄 알았다. 비닐하우스 다 날라가서 복구하기도 바빠 죽겠는데, 경찰이 이 틈을 타 치고 들어올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너희들이 이러고도 대한민국 경찰이냐."

이처럼 태풍 '무이파'가 할퀴고 간 강정마을은 태풍이 지나간 지 8시간만에 이뤄진 공권력 강제 투입으로 더 큰 마음의 상처를 입은 듯 했다. 주민과 활동가들이 강력히 저항하고 항의하면서 1시간만에 경찰이 철수해 상황은 일단 종료됐다.

그러나 '정치'가 나서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풀지 못하는 한, 그래서 공권력은 호시탐탐 강제집행을 노리고 이에 맞선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결사 저항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 계속되면 강정마을의 평화는 더더욱 멀어질 수밖에 없다. 태풍이 쓸고 간 자리에 경찰이 들이닥친 모습을 보면서 인재(人災)가 다가오고 있다는 커다란 불안감을 씻어낼 수 없는 까닭이다.


화순 해경 전용부두를 해군의 '기항지'로

그렇다면 해군의 요구 사항을 일부 수용하면서도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백지화할 수 있는 '윈-윈' 해법은 없는 것일까? 사견임을 전제로 필자가 생각해본 대안의 핵심은 제주 화순황에 건설 예정인 해경 전용부두를 해군의 '기항지'로도 이용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2010년 12월 국토해양부가 발표한 국가관리항에 포함된 화순항에는 남방해역에 대한 해상안보와 치안 유지 강화를 목적으로 5000톤급 규모의 선박이 정박할 수 있는 해경전용부두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이 정도의 규모면 한국 해군의 주력 구축함인 'KDX-2'(4천4백톤급) 함정이 정박할 수 있다.

이처럼 해경 전용부두를 해군 함정의 기항지로도 겸용하는 방안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장점이 있을 수 있다. 우선 해군의 요구를 100%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이어도 등 남방 해역에서 분쟁 발생시 해군의 대기 및 상황 발생시 신속한 투입이 가능해져 해군의 요구를 일부 충족시킬 수 있다.

정부와 해군이 주장하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핵심적인 목적은 남방 해역 안전과 해저 자원 및 해양수송로 보호를 통한 국가안보와 국민경제의 증진이다. 그러나 이러한 목적으로 대규모의 해군기지를 건설할 정도로 제주 남방 해역에 심각한 군사적 위협이 존재하는 지에 대해서는 해군 측도 이렇다 할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임무는 이미 해경이 맡아왔고, 화순항 해경 전용부두 건설 및 제주지방해양경찰청 신설을 통해 대응 능력도 훨씬 배가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해경 전용부두를 해군 기항지로 겸용하는 방안은 재정 투자 및 임무의 중복 문제를 해소하고, 유사시 해경과 해군의 원활할 협조 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총체적 국익을 생각한다면

필자는 앞선 글들을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강행시 미 해군의 기항지 혹은 중간기지로 활용될 위험성,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체제(MD) 편입이 가속화될 우려, 그리고 미국과 중국의 동아시아 해양 패권 경쟁이 휘말릴 위험성 등을 들어 제주 해군기지가 우리에게 '전략적 자산'이 아니라 '전략적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해경 전용부두의 해군 기지지로의 겸용 방안은 이러한 전략적 위험을 원천적으로 제거해 대한민국의 안보와 경제의 불확실성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전략적 이익이 있다.

아울러 건국 이래 제주 남방 해역에 심각한 군사적인 위협이 없었고, 해군이 초기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의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웠던 말라카 해협의 해적 활동도 크게 줄어들었으며, 해군이 주장하는 남방 해역 안전 확보 및 해양 수송로 보호의 1차적인 책임은 해경에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위에서 제안한 것처럼 화순 해경전용부두를 해군 기항지로 겸용할 경우, 해군의 요구도 일부 충족될 수 있다.

총체적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이러한 제안은 예산 절감의 효과도 대단히 크다. 제주 해군기지 건설 비용만도 1조원에 달하고, 완공 이후 해군기지의 연간 유지비도 200억원이 넘는다. 또한 해군기지에 배치될 20여 척의 함정들의 건조·도입·운영유지비도 적게는 수조원에서 많게는 수십조원에 달할 것이다.

이에 반해 해경 전용부두의 건설 및 운영유지비는 해군기지의 10분의 1 안팎에 지나지 않을 것이고, 추가적인 해군 함정의 건조·도입·운영유지비에 투입될 막대한 예산을 사전에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위한 여러 가지 구조물도 해경 전용부두 건설에 재활용함으로써 이미 집행된 예산의 상당 부분을 수거할 수 있다.

이렇듯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백지화 및 대안으로 해경 전용부두의 겸용 방안은 막대한 예산 절감으로 이어져 무상급식, 무상보육 등 복지 수요와 반값 등록급 등 교육 수요를 일부 충당할 수 있는 재원 확보로 이어져 '인간안보'를 튼튼히 하는데 사용될 수 있다. 나라의 곳간은 갈수록 줄어들고 돈 쓸 곳은 많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총(국방비)과 버터(경제와 복지비)'의 재균형 달성은 오늘날 정책결정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이다.

제주 해군기지 갈등을 '포괄안보' 구현의 기회로

유엔이 오래 전부터 주창해온 것처럼, 오늘날의 안보는 국가안보나 군사안보로만 환원될 수 없는 복잡하고도 상호연관된 속성을 안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해경 전용부두의 해군 기항지로의 겸용 방안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인재'를 예방하고 '포괄안보'를 실현할 수 있는 전화위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선 '국가안보'상의 필요를 일부 충족시키면서도 전략적 위험을 야기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또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보호함으로써 '환경안보'도 지킬 수 있고, 강정마을 주민들의 평화적 생존권 보호와 국방비와 사회복지 및 교육비의 합리적인 조정을 통해 '인간안보'도 증진시킬 수 있다.

아울러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이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방식으로 저항 운동을 하면서 길어올리고 있는 '평화마을 만들기' 비전을 국가적, 국민적으로 호응하고 지지한다면, '국제안보' 증진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

이미 강정마을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다녀가고 있고, <뉴욕타임즈> 등 외신들도 주목하고 있다. 또한 노암 촘스키 등 많은 외국 인사들도 제주도가 진정한 의미의 '평화의 섬'으로 자리잡기를 기원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호응에 힘입어 내년 2월에는 대규모의 국제대회가 강정마을을 비롯한 제주도에서 열릴 예정이다.

국가안보가 인간안보와 환경안보 등 다른 가치를 희생시키지 않고 이들과 조화를 이룰 수 있을 때, "무력으로 평화를 지킨다"는 군사주의적 사고에서 벗어나 군사적 수단과 평화적 수단을 적절히 배합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질 수 있을 때, 정부가 추진하는 사업에 대해 이견을 말한다고 해서 "빨갱이"나 "불순세력"이라고 부르면서 색깔론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의 가장 기본적인 정신을 헤치는 것이라는 점을 깨달을 때,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안보는 더욱 튼튼해질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주해군기지를 둘러싸고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고 있는 강정마을은 대한민국의 안보관과 평화관,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수 있는 '기회의 땅'인지도 모른다.

 

기사입력 2011-08-10 오전 8:25:01 /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Copyright ⓒ PRESSian Corp. All rights reserved.
프레시안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므로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황홀한 제주 강정마을 바다속

 

강정바다  연산호와 해송

 


 

글로리아 스타이넘 "제주 해군기지는 결국 MD 기지"

세계적 여성운동가 "미국 패권 위한 것…환경에도 악영향"

 

세계적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미사일방어체계(MD)에 포함되는 이지스함과 같은 구축함을 수용할 수 있는 기지가 될 것"이라며 건설 중단을 촉구했다.

스타이넘은 18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한국과 미국은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해 한국에 있는 모든 기지를 미군의 군함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결국 MD 등 서태평양 지역에서의 미국의 패권 강화에 이용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면 미국이 동중국해와 그 이남 지역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미 랜드연구소의 2009년 보고서를 인용하며 "해군기지 건설은 군비경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일종의 도발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1999년 미 의회 보고서를 인용해 "미 국방부는 해군기지가 있다 하더라도 (북한이 쏜) 저공미사일로부터 남한을 보호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린 바 있다"면서 "따라서 해군기지는 사실상 중국을 겨냥한 MD의 일부분으로서 기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해군기지 건설은 제주도의 문화와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그는 지난 5월 제주 강정마을을 직접 방문한 경험을 언급하며 "인근 주민의 94%가 기지건설에 반대하고 있다. 이런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정부의 '친환경 기지' 주장에 대해 그는 "(건설 예정지에는) 세계적으로도 고유한 산호초 서식지가 있는데 기지가 들어서려면 준설을 해야 하고 콘크리트로 덮어버려야 한다"면서 "이럴 경우 환경의 피해가 없을 거라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는 "실제 현장에 가보면 해군기지의 건설은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이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미국의 여성운동가이자 평화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

미국 언론도 주목 "제주를 구하자"

스타이넘은 앞서 <뉴욕타임스> 기고와 <CNN> 방송 인터뷰 등으로 통해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7일 신문 기고에서 미국 독자들에게 제주도를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한 곳'이라고 소개하고 "해군기지는 환경적 재앙일 뿐 아니라 전지구적 도발을 불러오는 위험요소"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 국방부라는 개가 흔드는 꼬리가 될까 우려스럽다"면서 제주 해군기지가 미국의 군사적 패권을 위한 것이라고 지적하고 "(그럼에도) 건설회사 사장 출신으로 '미스터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은 기지 건설 강행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 대통령과 건설산업의 관계는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석유산업에 대한 관계와 같다"고 비꼬았다.

이어 "제주는 세계 7대 자연경관을 선정하는 인터넷 캠페인에서 유력한 후보지"라면서 "제주도의 7대 자연경관 선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 대통령은 선택을 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주장의 근거가 파괴됐는데 제주도가 선정될 수 있겠나?"라고 따져 물었다.

스타이넘뿐만 아니라 미국 언론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6일에도 제주 해군기지는 MD 체계의 일부가 될 것이며 이는 군비경쟁을 부추겨 새로운 안보 위협을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는 칼럼을 게재했다. 이어 12일 스타이넘을 인터뷰한 <CNN> 방송 앵커도 이례적으로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 온라인 캠페인 '제주를 구하자'를 소개하며 서명에 동참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스타이넘은 <CNN> 인터뷰에서 "주미 한국대사관에 제주 해군기지에 대한 질문을 하면 '우리에게 묻지 말고 미 국방성에 전화하라'는 대답을 듣게 된다"면서 "제주 해군기지의 기술적 시스템은 미국의 탄도미사일 방어체제"라고 주장했다.

 

기사입력 2011-08-18 오전 11:33:15 / 곽재훈 기자

 

Copyright ⓒ PRESSian Corp. All rights reserved.
프레시안의 모든 컨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므로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


 

누가 제주에 빨간 페인트를 뿌리나

 

1947315. 전남경찰 122, 전북경찰 100명 등 응원경찰 222명 제주도 도착. 1947318일 경기경찰 99명 제주도 도착. 194862일 제주주둔 미군사령관 브라운 대령 "제주도의 서쪽에서 동쪽까지 모조리 휩쓸어 버리는 작전을 진행시키고 있다"고 밝힘. 19481017일 송요찬 9연대장, 제주 해안에서 5km이상 지역에 통행금지를 명령하면서 이를 어길시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총살에 처하겠다는 내용의 포고문 발표. 19481018일 제주해안 봉쇄. 제주 최대의 비극으로 정부가 진상조사를 한 제주 4.3에 대한 역사적 기록이다. 제주4.3진상조사보고서는 4.3사건 사망. 실종 등 희생자 숫자로 14,028명이라고 밝히고 "전체 희생자 수로 판단할 수 없다'고 기록하고 있다.

 

2011721. 조현오 경찰청장 제주해군기지 방문 '합법촉진. 불법필벌'이라며 원칙에 따른 강경대응 주문. 2011814. 경기도와 서울 등 수도권 전투경찰병력이 제주도에 배치. 350여명. 진압차량도 함께 내려옴. 그 이후 크고 작은 충돌이 계속됐다. 2011824. 해군측 해군기지 건설지역내 크레인 가동에 주민들 흥분. 장비위로 올라가자 공사방해혐의로 긴급체포 5. 825. 서귀포경찰서장 교체. 주민석방 합의와 공권력 무력화 책임. 2011826. 대검 공안대책협의회 개최. 2009년 이후 처음. 60여 년 전 역사와 현재의 역사를 이렇게 비교하는 것이 역사의 수레바퀴라면 바퀴를 망치로 깨고 싶다.

 

 

"불법 난동을 주동한 세력은 친북·반미 선동을 일삼아온 '육지 종북 세력'들이다." 2011826일자 문화일보 사설이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는 최근에 불거진 문제가 아니다. 노무현 정권 이전부터 제주 화순항 일부지역을 군항으로 사용하는 내용의 계획이었다. 우연히 언론에 알려진 뒤 해군기지 건설은 표면화 됐다. 당시는 해양수산부 자료였다.

 

1992년 해군측이 당시 해양수산부에 화순항 개발계획에 해군부두 반영 건의를 시작으로 촉발됐다. 20025월 화순항 해군기지 반대주민 운동이 시작된다.

 

제주지역은 2002년 이전부터 해군기지 건설이라는 논란이 본격화 됐다. 10년 동안 이 문제는 제주도의 최대 현안이었다. 하루 이틀 제주해군기지 건설 현장을 방문해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에는 너무나 오래전부터 꼬인 '국책사업'이다.

 

2007년 강정지역을 무리하게 확정한 것은 국책사업을 꼬이게 만든 해군 측과 당시 제주도정의 최대 실책이다. 그 실책이 이제는 공안사범 대상이 됐다.

 

대검찰청은 26일 임정혁 공안부장 주재로 강정마을 사태를 안건으로 공안대책협의회를 개최했다. 회의에는 검찰과 경찰청, 국방부, 국군기무사령부, 국정원 관계자 등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공안부 관계자는 "국책사업인 해군기지 건설사업을 방해한 이번 사태는 도를 넘어선 것으로 법에 따라 엄정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안기관 실무자 회의는 수시로 있지만 관계기관이 모두 참여하는 공안대책협의회가 열리는 것은 지난 20097월 쌍용자동차 노조 평택공장 점거사태 이후 2년여 만이다.

 

이번 회의는 특히 한상대 검찰총장이 지난 12일 취임하면서 '종북좌익 세력과의 전쟁'을 선포한 직후 열리는 회의여서 주목된다.

 

이어서 제주지방경찰청에 대한 병력 지원에 이어 간부급 지원도 계속된다. 이날 제주지방경찰청에 충북경찰청 윤종기 차장이 제주지방청장 업무보좌와 TF팀 형식으로 파견됐다.

 

경찰청은 충북청 차장을 비롯해 직원 4명이 업무지원을 위해 제주지방경찰청에 TF팀으로 지원한다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와 관련해 "강정마을에 특정 작전을 전개하기 위한 것은 아니며 제주지방경찰청이 대규모 시위와 관련한 경험이 없어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해군기지에 대한 정치권의 논의는 언제나 정치적이고 우근민 도지사는 어디에도 없다. 제주지방이 중앙으로부터 '빨간 색칠'을 당하고 있다. 무섭다.

 

[제주CBS 김대휘 기자] jejupop@cbs.co.kr

----------------------------------------------------------------------------------------------------------------------------------

 

강정기지가 미군기지임을 암시하는 글들

 

https://docs.google.com/document/d/1AR8IBBoUsg0lMn96c4KfJxLGATD664yCLK15YAwVUnY/edit?hl=ko&pli=1#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반대는 국제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문제입니다. 국제적으로 유명한인사들의 제주도 방문도 많았습니다. 공사가 강행될 조짐을 보이고 긴장이 높아가자 미국내에서도 반대 여론이 높아졌습니다.

 

미국은 논란이 되는 문제는 사회적인 토론과정을 거칩니다. 그 분야에서 저명한 인사들이나관계자들이 저명한 언론매체에 기고를 합니다. 반대의견을 가진 사람들은 누가 어디에 올린글에 대한 반박이라고 분명히 밝히고, 그 글에 대한 링크를 걸어놓고 자기의견을 기고합니다.

 

85일 미국의 한국정책연구소의 크리스틴 안이 제주도에 짓는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는글을 뉴욕타임즈에 실었습니다.

Unwanted Missiles for a Korean Island

http://www.nytimes.com/2011/08/06/opinion/06iht-edahn06.html?_r=2

 

86일에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평화운동가이자 여성인권운동의 선구자, 저자인 글로리아스타이넘도 해군기지 반대의 글을 뉴욕타임즈에 실었습니다.

The Arms Race Intrudes on Paradise

http://www.nytimes.com/2011/08/07/opinion/sunday/Steinem-the-arms-race-intrudes-on-a-south-korean-paradise.html

 

이틀연속으로 실린거죠.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명문장은 많은 미국인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미국쪽에서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유네스코 삼관왕에 빛나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환경과 자연, 독특한 문화를 파괴해가면서, 한국의 안보와는 상관없이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고 위협하려고 미사일 방어체계를 갖추고 군비경쟁을 한다. 전쟁의 위험을 높이고 평화를 파괴하는 일이다.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기고글을 본 CNN이 글로리아 스타이넘 인터뷰를 했습니다.

http://www.cnn.com/video/?/video/us/2011/08/12/jvm.gloria.steinem.jeju.hln

 

시청자들에게 동참을 권하는건 드문 일인데 해군기지 건설반대 서명운동 사이트에 가서 서명하라 시청자들을 독려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인터뷰에서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제주도에 건설하려는 해군기지는 미국의 기지다. 미국이 중국을 겨냥한 미사일 방어체계다라고 다시 강조했습니다.

 

해군기지건설을 강행하는 한국정부와 해군의 주장도 다 아실겁니다. 1. 제주도에 짓는 해군기지는 미국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한국기지다. 2. 한국이 중국과 일본의 앞으로 있을 침략위험에 맞서 제주도에 해군기지가 필요하다. 평화는 국방력증강으로 지켜야한다.

 

해군은 한국사는 한국사람이니까, 북한의 위협에 맞서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한다고는 차마 못했습니다. 딱봐도 제주도가 북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잖아요. 대신 이어도, 독도, 위안부 등등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일본과 중국에 대한 반감을 고조시켜 왔습니다.

 

810일 중국쪽도 자기 의견을 올립니다.

U.S. Defenses in the Pacific

http://www.nytimes.com/2011/08/11/opinion/11iht-edlet11.html?_r=11.

 

제주도의 해군기지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위협으로 보며, 이런 식이면 중국도 군비증강 하겠다. 2. 제주도의 경제와 자연경관을 망치지 말아라.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악화시키지 말고 미국은 현명한 외교를 하라고 요구합니다.

 

제주도가 중국인 관광객의 경제적 기여가 많다는건 다 아실겁니다. 한국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암시하고 있습니다. 수출입으로 먹고사는 한국으로선 제1교역국이자 15억 인구의 중국과의 관계가 악화되면 손실이 많습니다.

http://blog.daum.net/ilovemofat/8774736

 

어떤 주장이 나오면 반박글이 나와야 하는 게 미국의 정서입니다. 말못하면 침묵은 긍정을 의미하는 나라입니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에 관한 반대가 많고 상황이 이렇게 되자 어쩔 수없이 워싱턴에 있는 주미한국대사관도 815일 뉴욕타임즈에 글을 올렸습니다.

Letter : A Naval Base in South Korea / Published: August 15, 2011

http://www.nytimes.com/2011/08/16/opinion/a-naval-base-in-south-korea.html

 

제주도 해군기지가 사실상 미국의 미사일 방어계획에 편입되는 미국기지라고 했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의견에 대한 반박으로 1.제주도해군기지는 한국방어만을 위한 것으로 미국과는 전혀 상관없다. 2.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와도 관련 없다. 3.한국과 미국은 이에 관해 어떤 논의도 한 적 없다.

 

이렇게 한국식으로 한국 국민들에게 해왔듯이 자기입장을 밝힙니다. 사실은 물론 이와 다릅니다. 구글에서 관련단어 몇 개만 검색창에 넣어도 한국과 미국이 미사일 방어체계 논의하고, 협정 맺고 한부분이 미국국방부자료와 뉴스들이 손쉽게 검색됩니다.

 

또한 한미간 소파협정에 의해서 한국의 군사시설은 미국이 마음대로 쓸 수 있고, 오염되거나 망가져도 한국정부가 다 비용을 부담하게 되어있습니다. 미국인들은 이런 사실들을 일반인들도 다 아는데, 한국대사관이 대놓고 거짓말을 한겁니다.

 

미국은 신용과 평판의 사회라 고의적인 거짓말을 노골적으로 하면 아예 상대를 안해줍니다. 사회적으로 왕따를 당합니다. 한국대사관 직원들 트윗보면 차별받는 어려움이 묻어나는데, 이런 식으로 행동하면 당연히 미국사회에서 무시당하고 업무에 어려움이 많을 겁니다.

 

우리나라 외교의 현주소를 입증하는 기고였습니다. 어쨌든 이런건 미국에서 안 통합니다. 미국도 재정적자로 인하여 국방예산과 관련해서 반대여론이 드높습니다. 미국정부 쪽도 자기입장을 밝히고 미국 국민들을 설득하려 합니다. 821일 더디플로마트에 워싱턴의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군사전문가 리처드 위츠가 크리스틴 안과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뉴욕타임즈 기고에 대한 의견과 반박을 냅니다.

Why US Needs South Korea Base

http://the-diplomat.com/2011/08/21/why-us-needs-south-korea-base/

 

우습게도 내용이 한국정부의 의견과 아주 정반대입니다. 제목부터가 왜 미국은 한국에 기지가 필요한가 입니다. 내용은 1.제주도에 짓는 해군기지는 미국이 필요해서 짓는 거다. 2.제주도에 짓는 해군기지는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부산 및 한국남부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말이 안되죠. 부산에도 해군기지가 있는데, 그걸 지키기 위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니. 적으로부터 전방을 지키기 위해 후방에 기지를 세운다는 이야기니까요. 이어서 한국인이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정적인 말을 합니다. 3.제주도의 해군기지에 있는 군함들이 바다에서 북한의 미사일로부터 미국의 우방인 일본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을 보호한다. 즉 일본으로부터 독도를 지키기 위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짓는다는 해군쪽 알바들 주장과는 달리, 일본을 지키기 위해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지어 미국이 쓰겠다고 합니다.

 

제가 충격받았던 것만큼 여러분들도 충격받으셨을 겁니다. 제주도를 지키는게 국민의 의무가 되었네요. 국내의 정치권 시민운동단체 종교계 해외의 많은 시민운동단체와 평화운동가들이 반대하고 있습니다.93일로 예정된 평화비행기를 앞두고, 92일 오늘은 제주도가 공사강행을 위한 펜스설치를 하며 평화운동가들과 주민들이 육지에서 온 경찰에게 잡혀가는 제24.3이 일어났습니다.

 

91일인 어제는 공사현장에서 청동기시대부터의 유물이 다수로 발견되었습니다. 원래유물이 발견되면 어떤 공사도 하지 못하게 되어있습니다. 조상이 돕고 하늘이 돕습니다. 이제는 국민들 스스로가 도웁시다.

 

----------------------------------------------------------------------------------------------------------------------------------

 

촘스키 "제주 해군기지 반대는 고결한 투쟁"

고길천 화백과 만남에서 밝혀... "환경파괴 등 우려"

 

지난 9월 16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해 싸워온 제주도의 고길천 작가가 미국 보스턴으로 날아가 MIT의 노엄 촘스키 교수를 만났다. 이번 방문은 미국의 대표적인 진보학자인 촘스키 교수에게 강정마을의 구체적인 상황을 알리고 그의 제주 방문 의사를 타진하기 위해 매튜 호이(27, 미사일 방어체계 분석가)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또 같은 날 촘스키 교수를 인터뷰하기로 되어 있던 <베리타스, 하버드 그들만의 진실>의 신은정 감독이 현장에서 고길천 화백의 통역을 담당했다. 신 감독은 <베리타스..> 제주 상영회 당시 강정마을을 방문한 후 미국으로 돌아가 남편이자 유명한 진보지식인인 조지 카치아피카스 교수와 함께 노엄 촘스키를 비롯한 미 진보학자들의 서명을 담은 '강정마을 해군기지 반대' 성명서 발표를 조직하기도 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인 신 감독이 이날의 만남을 간단히 기사로 정리해 보내왔다. 

 

촘스키 교수가 고길천 화백과 함께 '해군기지 백지화' 카드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11년 9월 16일 오후 3시 10분(현지시각),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MIT의 스타타 센터(Stata Center)에 위치한 노엄 촘스키 교수의 사무실 밖 복도는 그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오후 2시 45분에 촘스키 교수와 약속이 잡혀 있다는 벤자민이라는 청년은 예술가 노조운동에 관여하고 있는데 촘스키 교수를 만나기 위해 멀리 플로리다에서 날아왔다고 했다. 나의 약속 시간은 오후 3시 15분, 고길천 화백과 매튜 호이는 3시 30분, 굉장히 빠듯한 스케줄이다. 잠시 후, 오후 4시 15분에 약속이 잡혀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팀이 현장에 도착해 장비 설치를 시작하자 복도는 온갖 장비박스들까지 뒤섞여 한마디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약속시간이 훌쩍 지났는데도 굳게 닫힌 사무실 문은 도통 열릴 기미가 없다.

 

오후 4시, 드디어 사무실 문이 열렸다. 촘스키 교수의 스케줄을 담당하는 베브가 벤자민에게 10분 안에 인터뷰를 끝내라고 재촉하는 게 들렸다. 낭패다. 이날 나의 인터뷰는 최근 쓰고 있는 책 <베리타스, 하버드의 감춰진 역사(가제)>에 대한 자문을 구하는 것과 강정마을에 보내는 간단한 영상 메시지를 촬영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 미션을 모두 달성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다.

 

약 15분이 지나고 벤자민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사무실을 떠났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 역시 10분으로 줄어들었다. 결국 책에 대한 자문은 포기하고, 강정 문제에 집중하기로 했다. 번갯불에 콩 볶듯 후다닥 인터뷰를 해치우고, 이어 고길천 화백과 매튜가 동반한 만남이 이어졌다.

 

촘스키 교수는 먼저 최근 <뉴욕타임스>에 제주 해군기지 건설 반대투쟁과 관련한 기사가 실린 것에 관심을 표명했다. 사실 <뉴욕타임스>는 촘스키 교수와 같은 진보학자들의 글이나 인터뷰는 거의 싣지 않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매튜가 노트북에 담아온 다양한 강정마을의 사진들을 보여주며 현장 상황을 설명하자 촘스키 교수는 주의 깊게 사진들을 훑어보았다.

 

촘스키 "강동균씨 구속 안타깝다, 꼭 답장 쓰겠다"

 

촘스키 교수가 미사일방어체계분석가인 매튜 호이(왼쪽)와 한국에서 온 고길천 화백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이어 제주 해군기지 건설계획의 개요와 강정마을의 상황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이 이어졌고, 촘스키 교수는 해군기지 건설 계획이 언제부터 이뤄졌는지, 또 제주도가 전략적으로 얼마만큼 중요한 지리적 위치에 있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물으며 깊은 관심을 표명했다. 미사일 방어체계 분석가인 매튜 호이가 지도와 사진들을 제시하며 구체적인 해군기지의 규모와 사업부지 선정의 절차적 문제성 등을 설명하자 진지하게 내용을 경청했고, 간간히 생태계 보존문제에 대해서도 질문을 던졌다.

 

국가 폭력에 맞서 비폭력 투쟁을 전개해온 강정마을의 주민들과 평화운동가들이 최근 줄줄이 연행, 구속되고 고소고발을 당하고 있는 참담한 소식을 전해 들은 촘스키 교수는 강정문제에 대한 한국 내의 관심을 궁금해 했다. 그는 특히 언론의 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물은 뒤 "해군기지 건설문제가 결코 제주도만의 문제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강정마을 투쟁이 전국적 투쟁으로 번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촘스키 교수는 고길천 화백이 멀리 제주도에서 자신을 만나러 온 것에 상당히 놀란 눈치였다. 고 화백은 자신이 손수 그린 예술 작품을 촘스키 교수에게 증정하며 "제주의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준 촘스키 교수의 진보적인 활동에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촘스키 교수는 "이 작품을 내 사무실에 걸어두고 감상하겠노라"고 화답했다.

 

고 화백이 구속된 강동균 강정마을회장의 옥중서신을 촘스키 교수에게 전달하자 이를 꼼꼼히 읽어내려가며 강동균 회장과 가족들의 근황을 물었다. 촘스키 교수는 "강 회장의 구속 소식이 너무 안타깝다, 꼭 답장을 쓰겠다"고 약속했다.

 

"제주도 해군기지 반대해야... 환경 파괴도 중요한 문제"

 

해군기지 반대투쟁을 하다가 수감 중인 강동균 강정마을 회장의 옥중편지를 신은정 감독의 도움을 받아 읽고 있는 촘스키 교수.

 

강정 문제와 더불어 제주 4·3항쟁에 대한 이야기도 오갔다. 촘스키 교수는 특히 당시 민간인 학살에 대한 미국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미국의 역할에 대한 공식적인 진상조사가 이루어진 적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는 또 "한국의 교과서에서는 4·3항쟁을 어떤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지, 4·3항쟁의 진실이 젊은 세대들에게 구체적으로 얼마만큼이나 전달되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2003년 하버드 대학에서는 '제주4·3과 동아시아 평화 : 국제법적 과제 21세기 한국의 인권'이라는 주제 아래 국제학회가 열렸다. 제주 4·3연구소와 하버드대의 한국학 연구소 등 여러 기관이 공동주최한 이 자리에서 한·미 석학들은 제주 4·3 전개과정에서 빚어진 민간인 학살에 대한 미국의 법률적·정치적 책임이 분명하며, 이에 대한 국제적인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활동이 제기된 적은 없다.

 

주어진 시간 20분이 순식간에 끝나고 다음 팀에게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촘스키 교수는 자신을 만나러 와 준 것과 강정마을 상황에 대한 자세한 소식을 전해준 것에 거듭 고마움을 표시하며 "앞으로 강정마을의 투쟁을 더욱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촘스키 교수의 빽빽한 일정으로 미루어볼 때 강정마을 주민들의 바람대로 그가 가까운 시일내에 제주도를 방문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한편, 같은 날 기자와 가진 인터뷰에서 촘스키 교수는 "제주도에 해군기지를 건설하려는 시도에 반대해야 하는 수많은 이유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무엇보다 환경 파괴를 중요한 문제로 지적했다. 긴 세월 동안 미군 기지에 맞서 싸웠던 오키나와를 예로 들면서 "군사기지 건설은 사회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것이며, 중국을 견제하고 태평양 지역을 통제하기 위한 미국의 의도가 분명히 엿보이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은 국제사회의 긴장을 심각하게 증가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촘스키 교수는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한 제주도 주민들의 지속적이고 용기있는 투쟁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이들의 고결한 투쟁이 계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외부로부터 보다 많은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날 인터뷰는 편집과 번역작업을 마친 후 강정마을에 전달할 계획이다.

 

2011.9.19 / 오마이뉴스

------------------------------------------------------------------------------------------------------------------------------------------------------- 


The Battle for Jeju Island: How the Arms Race is Threatening a Korean Paradise
By Robert Redford / February 3, 2012

제주도의 싸움 : 군비경쟁이 한국의 파라다이스를 어떻게 위협하고 있나 - 로버트 레드포드



Imagine dropping fifty-seven cement caissons, each one the size of a four-story house, on miles of beach and soft coral reefs. It would destroy the marine ecosystem. Our imperfect knowledge already tells us that at least nine endangered species would be wiped out, and no one knows or perhaps can know the chain reaction.


수 마일에 걸친 해안과 부드러운 산호초 위에 놓일 4층 높이의 시멘트로 만들어진 57개의 잠함(수중 작업용 상자)을 바다 속으로 집어 넣는 것을 상상해 보자. 이것은 해양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다. 우리의 불완전한 지식으로도 최소한 멸종위기에 빠진 9가지 종의 생물이 사라질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생태 연쇄 반응에 대해서는 아무도 모른다.


That's what is about to happen on the pristine coastline of Jeju Island, a culturally and ecologically unique land off the southern coast of the Korean peninsula. It seems motivated by the United States' urge to encircle China with its Aegis anti-ballistic system -- something China has called a dangerous provocation -- and by the South Korean navy’s construction of a massive naval base for aircraft carriers, submarines and destroyers to carry Aegis


이것이 한반도 남해안에서 떨어져 문화적으로 그리고 생태학적으로 유일무이한, 태고의 상태를 간직한 제주도 해안선 위에서 막 벌어지려고 하는 모습이다. 이것은 이지스 탄도탄 요격 미사일 체계(중국측에서 위험한 도발이라고 주장한)로 중국을 포위하겠다는 미국측 주장과 한국 해군의 항공모함, 잠수함 및 이지스함을 위한 대형 해군 기지를 건설 야욕이 맞물려 동기 부여된 것으로 보인다.


If you’re wondering why this isn’t better known, it’s certainly not the fault of Jeju villagers. Those tangerine farmers and fishing families have been camping out on the endangered coast for five years, putting their lives on the line to protect it. They include the legendary women sea divers of Jeju who harvest abalone on lungpower alone, knowing that oxygen tanks could cause them to over-harvest.


왜 이런 것이 잘 알려지지 않았냐고 궁금하겠지만 이건 제주 주민들의 잘못때문이 아니다. 그 지역의 감귤 농부와 어부들은 이미 5년 동안 목숨을 걸고 위험에 처한 바닷가에서 야영을 하며 농성해 왔다. 그들은 산소탱크를 사용하면 과다 채취할 것을 염려해 자신의 호흡에만 의존해 전복을 따는 전설적인 제주 해녀들이 포함되어 있다.


But Jeju’s distance from the mainland has combined with military secrecy and misleading official reports to preserve the gobal ignorance locals have come to refer to as “the Jeju bubble.” As a result, hundreds of acres of fertile farmland have already been bulldozed to prepare for concrete, and caissons would extend this dead zone into the sea.


군사적 비밀성과 세상에 무지한 지역민을 오도하는 공식 보고서가 결합되어 본토에서 멀리 떨어진 제주는 "제주 경기 부양"의 미명하에 중재가 이루어졌다. 그 결과 수백 에이커의 비옥한 경작지는 이미 콘크리트 작업을 위해 불도저로 밀어 냈으며 잠함들(caissons)은 이 죽음의 지역을 바다속까지 연장할 것이다.


I learned about this last summer when I read an Op Ed in The New York Times called, “The Arms Race Intrudes on Paradise” by Gloria Steinem. As she wrote:

There are some actions on which those of us alive today will be judged in centuries to come. The only question will be: What did we know and when did we know it?

I think one judge-worthy action may be what you and I do about the militarization of Jeju Island in service of the arms race.


나는 이것을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작성한 뉴욕타임즈의 "파라다이스에 침투하는 군비 경쟁"이라는 기사를 통해 작년 여름에 알게되었다.

그녀는 "오늘날 살아있는 우리들이 해내는 어떤 행동들은 다가올 수세기에 걸쳐 심판받게 될 것이며, 오직 한가지 질문은 우리는 무엇을 알았으며 언제 그것을 알았느냐라는 것이 될 것이다"라고 썼다.

나는 군비 경쟁에서 제주도의 군사화에 대해 심판할 가치가 있는 하나의 행동이 당신과 내가 할 그 무엇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Jeju isn't just any island. It has just been selected as one of the “Seven Wonders of Nature” for its breathtaking beauty, unique traditions and sacred groves. Of the world's 66 UNESCO Global Geoparks, nine are on Jeju Island. It is also culturally unique with a tradition of balance between people and nature, women and men, that causes it to be called Women’s Island. It is also known as Peace Island.


제주는 그저 어떤 섬이 아니다. 여기는 숨막히는 절경과 유일무이한 전통 및 신성한 작은 숲으로 "7대경관"에 막 선택된 곳이다. 세계의 66개 유네스코 글로벌 지오파크 중에 9개는 제주도에 있다. 이 곳은 또한 여자의 섬이라고 불리는 원인이 된 여성과 남성, 자연과 인간 사이의 전통적 균형을 지닌 문화적으로 유일무이한 곳이며 평화의 섬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Now, the proposed base is near a UNESCO-designated Biosphere Reserve, which is also a nationally designed environmental protection area. Indo-Pacific bottle-nosed dolphins spawn there because of the rich biodiversity of the coast. The South Korean navy claims endangered species could be relocated and the coral beds reconstituted; something both scientists and villagers reject as absurd. The massive cement structures would not only crush all marine life, but block out sunlight critical to other ocean-based species, and the frequency signals from submarines would bring painful deaths to whales. It has also been a fact of life surrounding military bases that human cancer rates, violence and sexual violence have increased.


해군기지 건설 예정지는 유네스코 지정 생태 보존지역이며 국립 환경 보호 지역 인근에 있다. 인도-태평양 청백돌고래는 해안의 풍부한 환경 다양성으로 인해 그곳에서 번식한다. 한국 해군은 멸종 위기의 생물은 다른곳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있으며 산호초는 복원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과학자들과 지역민들은 허황된 주장이라고 일축한다. 초대형 세멘트 구조물들은 모든 해양 생태계를 도태시킬 뿐 아니라 다른 해양 생물들에게 중요한 햇볕을 차단하며, 잠수함에서 발생하는 통신 신호는 고래들을 고통 속에 죽게 만들 것이다. 또한 군사지역 인근의 삶에도 영향을 미쳐 암 발생율을 높이거나 폭력 및 성범죄를 증가시킨다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I am moved and impressed that the residents near the coastline have been waging a fierce nonviolent struggle to stop the base. They’ve used their bodies to block bulldozers and cement trucks, sacrificed their personal freedom, been beaten and imprisoned, and paid heavy fines for “obstructing” the business of the navy and such construction companies as Samsung and Daelim -- all to protect their homeland and an irreplaceable treasure on this planet Earth. Though 94 percent of the villagers voted against the base, the South Korean government is proceeding with construction. It is also bound by treaty to let the U.S. military use all its bases.


나는 그 해안선 인근의 지역민들이 해군기지를 중지시키기 위해 치열하지만 비폭력적 투쟁을 해온 것에 감동 받았다. 그들은 불도저와 시멘트 트럭을 막아내기 위해 자신들의 몸을 이용했으며 그들 개인의 자유를 희생하였지만 얻어 맞고 수감되거나 또는 삼성이나 대림 같은 건설회사의 공사 방해라는 죄목으로 큰 벌금을 물어내야 했다. 이것은 모두 지구상의 돌이킬 수 없는 보물과 그들의 고향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다. 94%의 주민들이 기지 건설에 반대했음에도 한국 정부는 건설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은 또한 미국의 군사적 용도로 사용하게 하기 위한 협정과 연계되어 있다.


I think the least that environmentalists, peace activists and supporters of democracy can do is express our outrage. You can take action now by visiting the Save Jeju Island Campaign website. As individuals, tourists, professionals and citizens, you may have added access to pressure points that only you know. For example, the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will be holding its World Conservation Congress on Jeju Island from September 6 to 15, 2012; something that should be used as leverage.

Secrecy and hypocrisy have let this military base get under way. Facts and activism can stop it before it’s too late.


나는 환경주의자들, 평화 운동가들 및 민주주의 옹호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 행동은 우리의 분노를 표명하는 것이라고 본다. 당신은 "제주도 살리기 운동 본부" 웹사이트를 방문함에 의해 행동을 취할 수 있다. 개별적으로, 관광객으로서, 학자 및 시민으로서, 당신은 당신만이 아는 압력 포인트를 추가 하는 것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렛대로서 사용될 수 있게 자연보존국제연합은 2012년 9월 6일부터 15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세계 보존 회의를 연기하는 것 등을 포함한다.

비밀 및 위선이 이 군사 기지를 수행하게 하고 있다. 진실과 행동으로서 더 늦기 전에 이것을 중지시킬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