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Art & Culture/영화 이야기

김기덕 - 아리랑

by Wood-Stock 2011. 5. 22.

김기덕 ‘아리랑’ 한국영화계 내부고발자? 칸 영화제에 상영 기립박수…김 감독 ‘한’ 토해
배신한 제자 감독·진짜 악한 악역 배우 등 거론, 영화정책 등에도 날선 비판…국내 개봉은 미정

 

‘이단아’ 김기덕(51) 감독이 각본·주연·촬영·녹음·연출·편집·제작 등을 도맡은 장편영화 ‘아리랑’이 마침내 베일을 벗었다.

김 감독이 ‘비몽’(2008) 이후 3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인 ‘아리랑’은 11일(현지시간) 프랑스 남부 휴양도시 칸에서 개막한 제64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13일 드뷔시관에서 스크리닝됐다.

 

이 영화는 셀프 카메라 형식을 빌려 100분 동안 김 감독의 가슴 속에 맺혀있던 영화에의 ‘한’을 거침 없이 토해낸다. 때문에 국내 영화계에 적지 않은 후폭풍을 일으킬 조짐이다.

 

어느 감독 지망생을 ‘제자’로 받아들이게 된 계기, 자신과 그 제자가 함께 만든 영화 이야기, 그 제자가 자신과 새로운 작품을 만들기로 약속해놓고 ‘자본’을 따라 훌쩍 떠난 뒤 ‘메이저’의 뒷받침을 받아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사연, 그 때문에 자신이 ‘폐인’처럼 살게 됐던 일, 그 내용이 보도된 뒤 그 제자를 감싸준 자신의 발언 등을 제자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영화에 담았다.

 

실명의 주인이 바로 장훈(37) 감독이다. 장 감독은 ‘빈집’(2004), ‘활’(2005) 등의 연출부를 거쳐 ‘시간’(2006)의 조감독을 했다. 김 감독이 제작·각본 등을 맡은 ‘영화는 영화다’(2008)를 통해 장편 데뷔했다. 김 감독과 ‘풍산개’를 준비하던 중 김 감독의 곁을 떠난 뒤 송강호(44)·강동원(30) 등 스타들을 앞세운 블록버스터급 액션영화 ‘의형제’(2010)를 연출했다. 이 영화는 관객 546만명을 불러 모았다.

 

뉴시스가 지난해 12월19일 ‘김 감독이 한 제자에게 배신당해 폐인이 됐다’고 보도했을 때 김 감독은 직접 나서서 “장훈 감독과는 오래 전에 화해했다”고 해명하며 감쌌다. 하지만 ‘아리랑’에서 김 감독의 언급으로 볼 때 당시 ‘화해’는 했어도 ‘앙금’은 해소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악역 연기를 잘한다고 평가 받는 일부 배우를 겨냥해서는 “악역을 잘한다는 것은 원래 속마음이 악하다는 것”이라는 인신공격성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해당 배우를 두고 김 감독의 영화에서 악역을 주로 맡은 특정 배우를 뜻한다는 주장, 최근 급증한 사이코 스릴러물에 출연한 모 배우라는 설 등 해석이 분분하다. 이미 포털사이트에는 ‘김기덕’과 ‘악역배우’가 연관 검색어가 됐을 정도로 관심사로 떠오르며 역시 파문을 예고했다.


김 감독은 ‘해외 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고 정부가 훈장을 주더라. 영화는 보고 주는 건가’라고 조롱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2004년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각각 ‘빈집’과 ‘사마리아’로 감독상을 받았다. 그 해 문화관광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을 받았다. 해당 발언은 영화에 한국을 깎아내리는 내용이 있는 지 확인하지도 않은 채 국위를 선양했다며 포상하는 정부의 성과 중시형 영화정책에 대한 날선 비판이어서 시비가 일 전망이다.

 

아울러 김 감독은 자신이 지난 3년 동안 영화를 찍지 못한 이유가 ‘비몽’ 촬영 중 여주인공이 겪은 아찔한 사고의 충격 때문이었다는 사실도 넋두리하듯 밝혔다. 이나영(32)은 감방 창살에 목을 매는 장면을 찍다가 실제로 목이 졸린 채 허공에 매달리는 위기에 처했다. 이때 김 감독이 직접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이나영을 구했다.

 

영화는 김 감독이 자신을 배신한 사람들을 찾아가 권총으로 살해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결말을 맺는다. 이 대목을 두고도 국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현지 분위기는 달랐다. 영화가 끝나자 관객들은 ‘주목할만한 시선’ 초청작 상영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기립박수를 치며 김 감독에게 경의을 표했다.

 

‘아리랑’의 국내 개봉은 미정이다.

 

뉴시스 김정환 기자 /

-------------------------------------------------------------------------------------------------------------------------------------------------------

 

묻고, 대답하고, 바라보는 ‘3명의 김기덕’

연출·촬영 등 스태프없이 제작…1인3역 연기도
다큐·드라마·판타지 넘나드는 장르 실험 눈길

 

김기덕 연출·주연 ‘아리랑’은?

 

“잠을 자고 있는데 칸 영화제가 나를 깨웠다.” 김기덕 감독(사진)이 말문을 열었다. 13일(현지시각) 김기덕 감독의 신작 <아리랑>이 64회 칸 국제영화제 공식 초청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에서 상영됐다. <아리랑>은 2008년 이나영, 오다기리 조 주연의 <비몽> 연출 이후, 두문불출하던 김 감독의 3년 만의 신작이다. 감독이 직접 제작, 시나리오, 연출, 편집, 촬영은 물론 배우로 출연해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최근 감독 자신이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데다, 영화 공개 이전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작품인 만큼 13일 프랑스 칸의 드비쉬 극장에서 열린 첫 상영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았다.

 

칸영화제 집행위원장 티에리 프레모는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을 향해 “이번 영화는 사라진 감독의 귀환이다. 부산영화제 갈 때마다 항상 횟집에서 보이던 사람이 몇 년 전부터 안 보였고, 실종됐다, 병에 걸렸다는 등 루머가 끊이질 않았다. 지난해 12월, 드디어 새로운 영화가 완성됐다는 이야기가 있었고, 이렇게 칸에서 상영하게 됐다”며 김 감독을 소개했다. 단상에 오른 김 감독은 “이 영화는 나의 자화상 같은 영화다. 13년 동안 15편의 영화를 찍었고, 그걸 되돌아보고 싶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이 작품은 영화는 무엇인가에 대해 나 자신에 대해 질문해 보는 영화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김 감독의 말처럼 <아리랑>은 감독 자신의 지난 영화인생을 돌아보는 일종의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다. 감독이 직접 ‘질문하는 그림자의 나’, ‘대답하는 ‘나(자아)’,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객관적인 ‘나’로 분해 1인 3역의 연기를 펼친다. 영화는 서울을 떠나 어느 시골의 오두막에서 생활하는 자연인 김기덕의 모습과 함께 시작된다. 수돗물도 화장실도 변변한 샤워시설도 없는 곳에서 김기덕은 산장 안에 텐트를 치고 그 안에서 최소한의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영위한다. 짧게 손질한 평소의 헤어스타일 대신, 화면에는 족히 몇 개월간은 기른 단발머리의 김기덕이 등장한다.

 

» 김기덕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영화 <아리랑> 속 장면들. 김 감독이 지난해 말 강원도에서 지낼 때의 발 모습이다. 당시 영화계에선

“그가 폐인으로 지낸다”는 말이 돌았고, 김 감독은 “내 행색이 폐인으로 보일지 모르나 마음은 편하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칸 국제영화제 조직위 제공

 

김기덕 감독은 반백의 머리를 묶은 모습을 ‘질문하는 나’로, 또 풀어 헤친 헤어스타일을 ‘대답하는 나’로 상정하고 이야기를 전개한다. 3명의 김기덕 중 질문하는 김기덕은 최근 작품 활동을 하지 않고 은둔자처럼 지내는 김기덕에게 “매일 술만 먹고 영화는 안 찍을 거냐. 그러니 배신당해서 폐인이란 소리를 듣는 거 아니냐”고 심하게 다그쳐 묻는다. ‘질문하는 나’는 영화 활동을 쉬고 있는 김기덕이 침체기에서 벗어날 것을 거듭 독촉한다.

 

강한 어조로 윽박에 가까운 말을 내뱉는 질문자 김기덕과 달리, 대답하는 자아인 김기덕은 눈물을 글썽이며 심정적인 동요를 한껏 드러낸다. 그는 “일련의 사건 이후로 시나리오가 안 써지더라. 그래서 지금은 슬픈 시기다”라고 입을 연다. “<비몽>을 찍기 이전까지는 육상선수가 계속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야생적이고 순수하고 계산이 없는 영화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강박이 찾아왔다”며 공장 근로자, 폐차장 인부 등으로 일하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감독이 되기까지 자신의 소회를 드러냈다.

 

특히 그는 지난 몇 개월간 자신을 혼돈에 빠뜨린 사건으로, ‘<비몽> 촬영 중 자살하는 장면을 찍던 여배우(이나영)가 죽을 뻔한’ 일에서 온 충격을 비롯해 ‘자신의 영화 조연출로 일하던 장훈 감독이 <영화는 영화다>를 찍던 당시 자본주의의 논리에 의해 신의를 저버리고 자신을 떠난’ 일 등을 거론해 충격을 안겨준다. 그의 비판의 화살은 ‘돋보이려는 욕심에 악역만 선호하는 배우’ ‘한국을 나쁜 이미지로 그린 자신의 영화에 대해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했다는 이유로 훈장을 주는 정부’ ‘지나치게 스타일에 집중하는 영화’ 등으로 서슴없이 번져나갔다.

 

» 김기덕 감독이 칸 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영화 <아리랑> 속 장면들.

 

‘아리랑’이란 말이 마치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의미로 들린다는 그는 영화 속에서 절규에 찬 민요 ‘아리랑’을 직접 불렀으며, 거친 욕설까지 입에 담으며 그간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스스로 자신을 고민하는 건 처음이라 설레고 무척 떨리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그는 영화의 말미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가졌던 원망과 분노를 직접 제작한 권총을 동원해 해소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판타지를 오가는 장르의 실험. 스태프 없이 혼자 캐논 디지털 카메라 촬영을 시도한 점 등 <아리랑>은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시사 후 프랑스의 영화웹진 <에크랑 누아르>는 트위터를 통해 “김기덕의 신작은 굉장히 매혹적이고 급진적”이라고 평했으며 프랑스의 문화월간지 <테크니카르>는 “칸영화제를 향한 구조 요청과 같은 영화”라고 전했다.


한편, 김 감독은 국내외 매체와의 인터뷰를 고사하고 있다. 인터뷰 요청에 “이미 영화에서 모든 걸 다 말했다”며 더 이상의 설명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칸(프랑스)/글 이화정 <씨네21> 기자, 사진 최성열 <씨네21> 기자

--------------------------------------------------------------------------------------------------------------------------------------------------------------------------------------

 

칸에 간 김기덕 ‘독설의 아리랑’ 영화계 흔들다

“자본주의 유혹에 빠졌다” 후배감독 실명 비판, 잔혹한 영상 낳는 영화계와 관료에 쓴소리도
일부선 본질 오도 경계…국내 개봉일정 안잡혀

 

자전적 영화 첫 공개 파장

 

김기덕 감독이 13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 주상영관인 드뷔스 극장 앞에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상영작 <아리랑> 시사회에 앞서

사진기자들을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아리랑에서 연출·각본·연기까지 다역을 해낸 김 감독은 이 영화를 자신의 자화상과 같다고 밝혔다.

 

김기덕 감독이 제64회 프랑스 칸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영화 <아리랑>이 국내 영화계에 묘한 파장을 낳고 있다. “나에게 영화란 무엇인가”라고 묻는 자기성찰적 영화라고 김 감독이 설명했음에도, 거대 자본과 손잡은 후배 감독을 실명으로 비판하고, 폭력영화 양산 풍토 등 한국 영화 현실과 행정관료에 대한 가감없는 쓴소리가 담긴 탓이다.

 

지난 13일(현지시간) 칸 영화제 공식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초청작으로 상영된 <아리랑>에 직접 출연한 김 감독은 자신의 조감독이었다가 곁을 떠난 장훈 감독을 거론하며 “나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을 했다. 자본주의 유혹에 빠졌다”고 서운함을 토로했다. “장훈 감독이 <영화는 영화다>(2008년 9월)가 끝나고 나랑 2편을 더 한다고 했는데, 영화 <풍산개>를 같이 준비하다 떠났다”는 것이다. 장 감독은 김 감독이 각본을 쓴 <영화는 영화다>를 통해 장편 데뷔한 뒤, 송강호와 강동원이 주연한 <의형제>(2010년)로 관객 546만명을 동원했고, 올여름 고수와 신하균이 출연하는 <고지전> 개봉을 앞두고 있다.

 

김 감독은 악역을 선호하는 배우들에 대해서도 “악역을 잘한다는 것은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고, 최근 국내 영화들에 관해선 “도끼로 때려 죽이고 망치로 때려 죽이는 영화가 수없이 많다”고 과도한 폭력성을 비판했다. 또 김 감독은 “(2004년 영화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을 탔더니 훈장(보관문화훈장)도 줬다. 실제 영화를 보면 한국에 대한 좋지 않은 부분이 있다. 영화를 보고서나 주는 건지 모르겠다”고 ‘문화 행정’도 겨냥했다.

 

김 감독이 부정적으로 거론한 당사자들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장훈 감독은 심경이 복잡한 듯 15일 언론 등 외부와의 전화 접촉도 피했다. 장 감독의 <의형제>와 <고지전>의 투자·배급을 맡은 쇼박스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김기덕 감독이 장 감독을 이해한다며 공개편지를 썼는데, 왜 다시 그러셨는지 이해가 안 된다”며 “(이번 논란으로) 장 감독의 <고지전>에 좋지 않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모르겠다”고 우려했다. 김 감독에게 훈장을 줬던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관계자는 “정부는 (영화제 수상 등 기준에 따라) 훈장을 주는 것이다. 영화가 한국의 어두운 면을 다뤘다고 해도 예술가의 창작영역은 자유롭게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실명 비판 등의 ‘지엽적 논란’이 이번 영화를 이해하는 본질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10여년간 김 감독의 작품을 제작해온 이승재 엘제이(LJ)필름 대표는 “김 감독은 일반적인 교육과정과 사회진출 과정을 겪지 않은 사람으로서, 주류의 사람들이 ‘뭐, 그런 것까지 얘기하냐’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넘어가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가치관과 관점이 다른 사람”이라며 “이 영화는 ‘당신들이 아웃사이더, 비주류의 삶을 아느냐’고 묻는 것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필름’의 전윤찬 프로듀서는 “이 영화는 김 감독이 지난 13년간 영화를 했던 시간을 돌아보면서 이제 다시 영화를 하고 싶은 의지가 생긴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의 국내 개봉 계획은 아직 잡혀 있지 않다.

 

송호진 기자 dmzsong@hani.co.kr

-------------------------------------------------------------------------------------------------------------------------------------------------------

 

장훈에 대한 김기덕의 진심은 무엇일까

 

[쿠키 영화] 지난 한 주 영화계는 김기덕 감독으로 뜨거웠다. 현재 프랑스 칸에서 열리고 있는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공개한 신작 ‘아리랑’ 때문이다. 국내 영화계에 쓴 소리를 던진 이 영화는 칸에서는 호평 받았지만, 국내에서는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눈길을 모았던 내용은 김 감독의 제자이기도 한 장훈 감독에 대한 실명 비판이다. 감 감독은 김 감독이 제작자로 나선 영화 ‘영화는 영화다’로 지난 2008년 데뷔했다.

김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 이후 2편의 영화를 장 감독과 하기로 했지만 장 감독이 자신도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했다”면서 “유명 배우들이 캐스팅됐으니 놓치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깨끗이 떠난다고 말했다면 내가 안 보낼 사람이 아님에도 그들은 아무런 상의도 없이 떠났다”며 “E메일로 호소하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해서 받아 주니까 5년 후 자본주의 유혹에 빠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장 감독에 대한 이 같은 비판에 의아해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왜일까. 우선 두 감독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짚어 보자.

사제(師弟)관계를 맺은 것은 지난 2003년이다. 김 감독의 말대로 ‘E메일로 호소하고 비 맞으며 간절히 부탁’했는지는 모르지만, 장 감독은 첫 만남에 대해 “졸업 후 취직할 마음을 접고 나서 김기덕 감독님을 찾아갔다. ‘뭐든 경험해 보고 나면 그걸 하고 싶은지 아닌지 알 수 있을 거다’라며 일을 맡겨 주셨다”고 지난 2003년 10월 ‘사마리아’ 연출부 막내로 합류했던 때를 기억했다.

이후 영화 ‘빈집’(2004), ‘활’(2005), ‘시간’(2007)을 감독과 조연출의 자리에서 함께했다. 그러다가 130만 명이 관람한 장 감독의 데뷔작 ‘영화는 영화다’에 김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6억 5000만원의 저예산이 속칭 ‘대박’을 불러 당시 영화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장 감독은 이어 2010년 관객 500만을 넘긴 영화 ‘의형제’를 통해 흥행 감독으로 확실히 부상한다.

여기서부터 둘의 관계가 엉클어졌다. 지난해 12월 김 감독이 지인에게 배신당하고 폐인처럼 지낸다는 보도가 나왔고, 그 지인이 장 감독으로 밝혀졌다. ‘의형제’를 두고 김 감독과 배급사인 쇼박스 사이에 마찰이 있다는 얘기가 영화계에 들렸다. 그러자 장 감독과 송명철 PD는 김 감독 밑에서 나와 ‘루비콘픽처스’를 설립하고 직접 계약에 나서면서 장원석 대표의 다세포클럽 및 쇼박스와 공동제작으로 ‘의형제’를 만들었다. 이런 과정에 대해 김 감독은 ‘배신당했다’는 표현을 썼다고 언론은 보도했다.

그러나 보도가 나간 뒤 김 감독은 부인했다. 그는 언론사에 보낸 장문의 편지에서 “몸이 안 좋아 지방에서 조용히 지내는데 이상한 기사가 나와 아래와 같은 해명을 합니다. 내용의 일부는 맞고 상심한 것도 맞지만 이미 그 일은 지난 일이고 장훈 감독과는 오래 전에 화해를 했습니다”라며 기사 내용을 부인했다.

더욱이 글 중간에 “장훈 감독은 제 제자 중에 가장 열심히 영화를 공부했고 늘 최선을 다했고 인간적으로 훌륭한 사람입니다”라며 “그들이 저 모르게 메이저와 계약한 건 제가 판단할 때 메이저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지 못하는 저로 인해 영화가 중단될 두려움에 그들이 저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는 많이 섭섭하고 안타까웠지만 이제는 다 이해합니다. 결국 저를 떠난 그들도 메이저가 가진 돈과 배급 극장이라는 하나의 통로를 가진 거대한 배에 올라탄 것일 뿐이고 다른 누구도 그런 기회와 유혹을 뿌리치긴 어려울 것입니다”라며 장 감독을 비롯해 자신을 떠난 이들을 이해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러한 화해와 이해는 지난해 11월 8일 열린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영평상) 시상식장에서 ‘의형제’로 감독상을 수상한 장 감독의 수상 소감에서도 확인된 바 있다. 장 감독은 “상 받으러 오면서 김기덕 감독님 생각이 가장 많이 났다. 영화를 만들 수 있게 해 주신 김기덕 감독님께 감사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말했고, 다소 껄끄러웠던 스승과 제자는 이미 화해한 것으로 비쳐졌다.

이런 까닭에 김 감독의 장 감독 실명 비판 논란은 그간의 추이를 아는 이들에게는 당황스러움을 안겼다. 해결된 일을 다시 들추는 듯한, 그것도 보다 어른인 사람이 아랫사람을 포용하지 못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기 때문이다. 영화계에는 김 감독의 진위가 무엇인지에 대해 분분한 추측이 오갔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항상 이슈를 만들어 냈던 김 감독이 또 다른 이슈를 만들어 내기 위함일 수도 있다”며 비판의 생산적 측면을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이미 화해의 제스처를 통해 지나간 국내에서의 일을 국제영화제에서 거론하는 것이 온당한지는 되짚어 봐야할 내용”이라며 김 감독의 태도에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멀리 칸에서의 얘기가 국내 언론의 앞 다툰 보도를 부른 것은 ‘시간의 힘’으로 회복된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잊게 할 만큼 기사의 흥행을 부를 ‘자극성’ 또는 ‘선정성’을 두루 갖추었기 때문은 아닐까. 제자가 영평상 수상에서 밝힌 스승에 대한 감사, 스승이 장문의 편지로 드러낸 제자에 대한 이해와 아량이 흔들림 없이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국내 언론과 영화계 역시 제64회 칸국제영화제가 21일 오후(현지시간) 영화 ‘아리랑’에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의 그랑프리에 해당되는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수여한 의미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이 부문에는 세계 각국 총 19편의 영화, 한국영화로는 홍상수 감독의 ‘북촌 방향’과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함께 초청됐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유명준 기자 neocross@kukimedia.co.kr
-------------------------------------------------------------------------------------------------------------------------------------------------------

 

김기덕 감독이 목 놓아 아리랑을 부른 이유는

15년 영화인생 반추하는 작품 `아리랑'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상' 수상

 

그는 목놓아 아리랑을 불렀다. 2008년 이후 한국영화계에 담을 쌓고 은둔의 생활에 들어가 폐인이 됐다는 소리까지 들은 그는 그동안의 마음고생과 한을 토해내는 듯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아리랑을 불렀다.

 

김기덕(51) 감독의 아리랑은 수상소감이었다. 칸 영화제 폐막 하루 전날인 21일 밤(현지시각) 프랑스 휴양도시 칸 드뷔시관에서 열린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시상식에서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드 온 트랙’과 함께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공동 수상한 뒤 출품작 ‘아리랑’으로 수상의 기쁨을 토해냈다.

 

그의 수상 덕분에 한국 영화는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에 이어 주목할 만한 시선상을 2연패하는 개가를 올렸다. 아울러 김 감독 본인은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에 이어 칸 영화제까지 한국영화인으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 수상을 섭렵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김 감독의 작품은 고국보다 외국에서 더 대접을 받는 기묘한 상황이 다시 한번 연출된 것이다. 김 감독은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을, ‘빈집’으로 2004년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주목할 만한 시선은 칸 영화제 경쟁부문과 함께 대표적인 공식부문으로, 주로 새로운 경향의 영화들을 소개하는 부문이다.

 

그는 데뷔작 ‘악어’(1996)부터 ‘비몽’(2008)까지 15편의 영화를 만들며 각종 국제영화제를 석권한 국내를 대표할 만한 감독이었지만 국내에서보다는 외국에서 더 유명한 감독이었다.

 

인간의 은밀한 욕망을 노골적이면서도 밀도 있게 그린다는 호평도 있지만 국내에선 여성을 남성의 시각에서 대상화한다는 악평도 적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는 거의 매년 1편씩을 꾸준히 만들어온 왕성한 창작자였다.특히 2004년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과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연거푸 수상하며 감독으로서는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국제적 지명도가 높아지자 3대 영화제의 최고봉인 칸 영화제와도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2005년에는 ‘활’로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됐으며 2007년에는 ‘숨’으로 경쟁부문에 진출했다.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칸 영화제 수상은 시간문제인 듯 보였다. 하지만 악재가 찾아오면서 2008년 ‘비몽’(이나영 오다기리 조 주연)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칩거 상태에 들어갔다.


영화 ‘비몽’을 찍으면서 주연 여배우 이나영이 숨질 뻔한 사고가 발생한 데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자신의 조감독 출신인 장훈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영화다’를 놓고는 배급사와 소송전을 벌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장훈 감독이 메이저 영화사와 계약하면서 그를 ‘배신’했다는 이야기가 나돌기도 했으며 급기야 김기덕이 폐인이 됐다는 뜬소문까지 번지기도 했다.

 

인터넷을 통해 논란이 일자 김기덕 감독은 “더 이상 장훈 감독의 마음에 상처 주는 말과 그가 하는 영화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한다”는 내용의 해명자료를 내기도 했다. 그러나 칸 현지에서 공개된 김 감독의 새 영화는 ‘의형제’의 장훈 감독을 실명 거명하며 격하게 비판해 파문이 일었다.

 

“깨끗이 떠난다고 말했다면 내가 안 보낼 사람이 아닌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떠났다. 자본주의의 유혹에 떠난 걸 안다. 인생이 그런 것이다. 사람들은 배신이라고 하지만 그냥 떠난 거다. 슬펐다”

 

김 감독은 몇몇 연기자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실명은 거론하지 않은 채 “악역이 제일 쉽다고? 악역을 통해서 자위하는 거잖아. 니네들은 가슴 안에 있는 성질을 그대로 표현하면 되는 거잖아. 악역 잘한다는 거, 내면이 그만큼 악하다는 거야”라고 비판했다. 이와 함께 김기덕 감독은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담은 작품인데도 해외 영화제에서 수상했다고 국가가 상을 주는 “삶의 아이러니”도 비꼬았다.

 

<아리랑>은 감독 자신의 15년간의 영화인생을 반추하는 세미다큐멘터리 형식의 작품이다. 감독이 직접 출연해서 자신의 지난 영화적 괘적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번민하고 대답하는 형식이다. 본인의 영화인생을 되돌아보는 사적 영화이지만 한국 주류 영화계와 독립영화계의 충돌을 드러내는 메시지를 담은 영화이기도 하다.

 

서울을 떠나 어느 시골의 오두막에서 김 감독은 스스로 묻고 답한다. “매일 술만 먹고 영화는 안 찍을 거냐. 그러니 배신당해서 폐인이란 소리를 듣는 거 아니냐”고 심하게 다그친다.

 

강한 어조의 질문자 김기덕과 달리, 대답하는 김기덕은 눈물을 글썽이며 심정적인 동요를 한껏 드러낸다. 그는 “일련의 사건 이후로 시나리오가 안 써지더라. 그래서 지금은 슬픈 시기다”라고 입을 연다. “<비몽>을 찍기 이전까지는 육상선수가 계속 트랙을 달리는 것처럼 영화를 만들었다. 야생적이고 순수하고 계산이 없는 영화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강박이 찾아왔다”며 공장 근로자, 폐차장 인부 등으로 일하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주목받는 감독이 되기까지 자신의 소회를 드러냈다.

 

‘아리랑’이란 말이 마치 ‘오르락내리락한다’는 의미로 들린다는 그는 영화 속에서 절규에 찬 민요 ‘아리랑’을 직접 불렀으며, 거친 욕설까지 입에 담으며 그간 자신의 복잡한 심경을 대신했다. “스스로 자신을 고민하는 건 처음이라 설레고 무척 떨리고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는 그는 영화의 말미에서, 자신이 지금까지 가졌던 원망과 분노를 직접 제작한 권총을 동원해 해소하는 대범함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자신에게 가장 행복한 일인 영화를 만들고 싶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다큐멘터리, 드라마, 판타지를 오가는 장르의 실험. 스태프 없이 혼자 캐논 디지털 카메라 촬영을 시도한 점 등 <아리랑>은 영화의 내용뿐만 아니라 형식적으로도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시사 후에서 일부 영화기자들과 관객들은 기립박수를 보냈으나 일부 관객들은 중도퇴장하기도 했다.

 

프랑스의 영화웹진 <에크랑 누아르>는 트위터를 통해 “김기덕의 신작은 굉장히 매혹적이고 급진적”이라고 평했으며, 프랑스의 문화월간지 <테크니카르>는 “칸영화제를 향한 구조 요청과 같은 영화”라고 전했다.

 

한편 칸 심사위원상은 안드레이 지야긴트세프 감독의 ‘엘레나’가, 감독상은 모하마드 라소울로프 감독의 ‘굿바이’가 차지했다. 올해 주목할 만한 시선부문에는 개·폐막 작을 포함해 모두 21편이 초청됐으며 한국영화는 김 감독의 ‘아리랑’,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가 진출했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

김기덕 감독, '아리랑' 논란 속 화려한 귀환

 

김기덕 감독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세계 최고 영화제 칸 영화제의 후광을 뒤에 업고서.

image김기덕 감독은 21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남부 칸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제 64회 칸 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 시상식에서 '아리랑'으로 이 부문 최고상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했다.

'아리랑'은 2008년 '비몽' 이후 두문불출하던 김기덕 감독이 3년만에 내놓은 자전적 작품. 다큐멘터리가 픽션이 뒤섞인 1인 영화로, 김기덕 감독이 그간 영화를 찍지 못한 이유, 영화에 대한 고민 등이 담겼다.

산 속에서 홀로 기거하며 기인같은 생활을 해 오던 그가 "도저희 영화를 찍을 수 없다"며 홀로 만든 영화가 칸 영화제 공식 경쟁부문 가운데 하나인 주목할만한 시선 최고상을 수상한 셈. 화려한 컴백 그 자체다.

구스 반 산트, 부르노 뒤몽, 에릭 쿠를 비롯해 지난해 이 부문 대상을 수상한 홍상수 감독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감독들이 올해 주목할만한 시선에 포진한 것을 감안하면 이번 수상 결과가 더욱 의미심장하다.

더욱이 김기덕 감독은 2004년 베니스 영화제 감독상, 같은 해 베를린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데 이어 칸에서까지 상을 수상하면서 세계 3대 영화제를 석권한 유일한 한국 감독이 됐다.

김기덕 감독은 아리랑을 통해 '비몽'을 찍을 당시 목을 매는 장면을 찍던 이나영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비롯해 '영화는 영화다' 이후 자신의 곁은 떠난 장훈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고 비판했으며, 배우들의 악역 연기, 영화에 훈장 주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퍼부어 논란이 일었다.

그러나 국내에서의 논란과 별개로 해외 평단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감독 홀로 연출과 각본, 편집, 출연 등 모두를 감행한 '아리랑'은 "작가영화의 궁극"이라 할 만한 1인 영화로 높은 평가를 받았고, 스크린데일리와 버라이어티, 할리우드리포터 등이 예외없는 찬사를 보냈다.

칸 영화제는 이 논란의 영화를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에 초청함으로서 김기덕 감독이 세계에서 조명받을 새 기회를 선사한 한편, 이 부문에서 수상의 기쁨까지 안겨 김기덕 감독의 화려한 컴백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한편 논란의 영화 '아리랑'의 국내 개봉은 현재까지 불투명한 상태. 영화의 해외세일즈를 담당하는 파인컷 측은 "칸에서 공개된 버전으로 국내에 개봉할 계획은 없다"며 "설사 개봉하더라도 일부 부분을 편집해 내보낼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머니투데이 김현록 기자 |2011.05.22

-------------------------------------------------------------------------------------------------------------------------------------------------------

 

김기덕 '아리랑', 칸 주목할만한 시선상 수상

 

김기덕 감독이 화려하게 귀환했다. 3년만에 내놓은 영화 '아리랑'으로 제64회 칸국제영화제에서 낭보를 전한 것이다.

21일 오후7시45분(현지시간) 프랑스 칸의 드뷔시 극장에서 열린 제64회 칸국제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 시상식에서 김기덕 감독의 '아리랑'이 독일 안드레아스 드레센 감독의 '스톱트 온 트랙'(Stopped on Track)과 이 부문 그랑프리인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공동 수상했다.

김기덕 감독은 수상소감으로 "제 영화를 봐주신 분들과 심사위원분들께 감사드립니다"면서 "감사의 표시로 영화 속 노래 '아리랑'을 부르겠습니다"고 한 뒤 조용하게 노래를 불렀다.

김기덕 감독은 2005년 '활'이 주목할만한 시선에 초청돼 칸영화제와 인연을 맺었다. 2007년 '숨'이 경쟁 부문에 초청됐지만 수상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목할만한 시선은 경쟁부문 못지않은 완성도 높은 작품들이 초대되는 영화제 공식 섹션이다. 별도 심사위원들이 심사하며 폐막식 하루 전날 시상식을 연다.

올해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는 총 19편 중 '아리랑'을 비롯해 홍상수 감독의 '북촌방향', 나홍진 감독의 '황해' 등 한국영화 3편이 초청됐다.

김기덕 감독은 올해 이 부문에 초청된 구스 반 산트, 부르노 뒤몽 등 세계적인 거장들을 제치고 수상의 기쁨을 안게 됐다.

김기덕 감독이 '아리랑'를 통해 사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든 것이 이 부문 심사위원장인 세르비아 출신 거장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 등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으로 보인다. 에밀 쿠스트리차 감독도 사실과 환상을 통해 삶을 통찰하는 작가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한국영화가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수상한 것은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하하하'가 첫 수상한 이래 두 번째이다. '아리랑' 수상으로 한국영화는 2년 연속 주목할만한 시선상을 거머쥐게 됐다.

또 김기덕 감독은 2004년 베를린국제영화제와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각각 감독상을 수상했기에 세계 3대 영화제에서 모두 트로피를 안은 첫 번째 한국감독이 됐다.

김기덕 감독은 2008년 '비몽' 이후 3년만에 비밀리에 홀로 작업한 신작 '아리랑'을 이번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했다. 김기덕 감독이 긴 침묵을 깨고 만든 영화이기에 해외 영화인들의 관심은 컸다.

'아리랑'은 김기덕 감독 스스로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각본, 연출, 제작은 물론 촬영과 편집, 녹음, 음향까지 김기덕 감독이 홀로 도맡아 '김기덕을 위한, 김기덕에 의한, 김기덕의 영화'이다.

2008년 이후 영화를 찍지 않고 있는 김기덕 감독이 스스로 왜 영화를 찍지 못하고 있는지를 하소연하는 한편, 또 얼마나 영화 찍기를 갈망하는지를 호소한 한 편의 다큐멘터리이자 모노 드라마이기도 하다. 홀로 산중에 오두막을 짓고 기거하고 있는 김기덕 감독은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모습을 스스로 영화에 담았다.

하지만 영화 내용에 '비몽'을 찍을 당시 목을 매는 장면을 찍던 이나영이 목숨을 잃을 뻔한 사고를 비롯해 '영화는 영화다' 이후 자신의 곁은 떠난 장훈 감독의 실명을 거론하고 비판했으며, 배우들의 악역 연기, 영화에 훈장 주는 정부에 대해서도 쓴 소리를 퍼부어 논란이 일었다.

실명 비판을 꺼리는 국내 정서와 달리 '아리랑'에 대한 외신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다.

영국 영화전문지 스크린인터내셔널은 "'아리랑'은 의심할 여지없이 지금까지 만들어진 최고의 작가 영화"라고 극찬했다. 미국영화전문지 할리우드 리포터는 "한 작가가 자기애에서 출발한 셀프영화로 비상했다"며 "자신의 영화에 대해 영광스러운 고통을 주제로 삼았다"고 소개했다.

프랑스 통신사 AFP는 "김기덕 감독이 감독으로서 자신의 절망적인 상태를 치료하기 위한 원시적인 자화상에 칸영화제가 갈채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김기덕 감독은 한국영화계와 불편한 관계를 가지면서도 세계 영화계에선 인정을 받아왔다. 인자가 고향에선 환영을 받지 못하는 꼴이다. 그는 '아리랑'을 칸에서 상영한 뒤 "잠들었던 나를 칸이 깨웠다"고 일갈했다.

'아리랑'은 일본에는 판권이 팔렸지만 아직 국내에는 개봉 계획조차 없다.

과연 김기덕 감독의 문제적 신작을 국내에서 언제쯤 볼 수 있을지, 김기덕 감독은 늘 한국영화계를 놀라게 한다. 그래서 그는 뜨거운 감자다.

 

머니투데이 전형화 기자 |2011.05.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