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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영화 이야기

파이터(The Fighter) - 미키 워드(Mickey Ward)

by Wood-Stock 2011. 3. 5.

 

 

'더 파이터' 주인공, 미키 워드는 누구?

 

 

1. 관중을 열광하게 만든 '토마토 캔'

피를 쏟으면서도 집요하게 인사이드로 파고드는 스타일의 복서를 미국에서는 흔히 '토마토 캔'이라 부른다. 미키 워드는 전형적인 토마토 캔이었다. 1965년생인 그는 아마추어에서 전미 골든글러브를 석권하고 1985년에 프로로 전향했다. 총 51전 328라운드를 싸웠고 38승 13패 27KO를 기록했으며 마이너기구인 WBU의 라이트웰터급 벨트가 그가 가진 유일한 챔피언십이다. 메이저 챔피언도 아니고, 전적 역시 그다지 눈에 뜨이는 면이 없는 이 선수는 그러나 2001년부터 2003년까지 '링(RING)'지가 선정하는 '올해의 경기상'을 3년 연속으로 수상했다.

1945년에 제정된 이 상의 역사에서 워드의 3년 연속수상은 45년부터 47년까지의 록키 그라지아노, 52년부터 54년까지의 록키 마르시아노, 55년부터 58년까지의 카르멘 바실리오(4년 연속으로 연속기록 부문 최고)에 이어 네 번째 나온 진기록이다. (무하마드 알리는 이 부문에서 연속기록은 2회지만 총 5회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이 개인 최다 기록이다)

역대 수상 경기 목록 : http://en.wikipedia.org/wiki/Ring_Magazine_fights_of_the_year

이 상의 역대 수상자들을 잘 보면, 그야말로 1945년 이후 복싱역사의 핵심을 이루었던 걸물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슈거레이 레너드도 불과 2회 수상을 했으며 마빈 헤글러와 토머스 헌즈 역시 마찬가지였고 그 엄청났던 듀란도 겨우 한 번 수상경력이 있다. 그에 비해 아투로 가티의 4회 수상이라든지 미키 워드의 3년 연속 수상은 매우 독특하다. 그들은 소위 말하는 S급이 아니었지만 여느 S급을 능가하는 수상경력을 이 부문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체격조건이 좋고, 스피드와 파워가 공존하며 맷집과 체력의 바탕위에 기술마저 완벽한 카를로스 사라테, 리카르도 로페즈, 오스카 델라 호야 같은 선수들은 '제왕의 복싱'을 구사했다. 절대적인 스피드와 운동능력을 가지고 복싱을 복싱 이상의 경지로 끌고 간 레이 로빈슨과, 알리, 레너드는 시대를 초월하는 '거장'이 된다, 그들의 복싱은 예술이었다. 슬러거들의 복싱은 어떤가, 그것은 충만한 살상능력과 방어에 대한 거부감을 기반으로 해 죽거나 혹은 죽임을 당하는 형태로 검투사들의 그것과 흡사하다.


2. 싸움이 곧 생존이다.

미키 워드는 신체 능력 면에서 제왕이나 예술가들에 비해 많이 부족했다. 검투사라고 불리기에는 펀치력이 미흡했다. 그의 복싱은 맷집과 정신력이 빛나는 '노동자'의 방식이다. 출발선이 다른 상대와의 경쟁을 경험해 본 일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 암담함을 이해할 것이다. 겨우 병역필증과 학사학위 정도를 가지고 입사한 회사에서 또래의 아이비리그 MBA출신에 몇 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부유한집 자제의 미남자와 한 부서에 속한다면, 상대방과 정면으로 경쟁할 엄두가 나겠는가?

워드는 그러나 한 가지 방식을 알고 있었다. 상대와의 스피드와 파워차이란 일반적으로 경기시간이 길어질수록 줄어든다. 중반까지 얻어맞으면서라도 어떻게든 들러붙어 상대의 복부를 공략하고 종반부에 다다랐다면 그 때, 평등은 이루어진다. 상대의 발이 멈추고 펀칭의 예리함이 사라지는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까지 정신을 잃지 않고 버티는 것, 그리고 경기의 종반부에서 마지막 투혼을 불사르는 것. 그것이 워드의 방식이었다. 턱과 심장, 그리고 바디 블로가 만들어내는 장엄한 인간승리라 표현할 수 있는 그의 복싱 인생이 영화로 제작되었다.

제목은 'The Fighter' 국내 개봉은 3월 10일이다.

개봉하지 않은 영화에 대해 말하기는 조심스럽지만 몇 가지 미리 알아두면 혹시 좋지 않을까 하는 점들을 조용히 몇 자 적어보자면 아래와 같은데, 약간의 스포일러를 피할 수는 없다. 아무것도 미리 알고 싶지 않으신 분이라면 이쯤에서 백 버튼을 클릭하시길!

 


3. 실감나는 고증, 그러나 복싱의 디테일은?

고증이라는 부분에서, 이 영화는 'Based on Real Story'를 표방하면서 상당한 정성을 보여주었다. 경기 장면에서 당시 HBO의 화면 구성과 느낌을 상당히 정확하게 재현해 낸 점을 먼저 예를 들 수 있겠고, 선수들과 세컨드의 복장도 완벽하게 재현했다. 그리고 HBO 중계진들의 경기 당시 코멘트들을(다소 편집 되기는 했지만) 사용하고 있다. 즉, 화면에는 마크 월버그라는 연기자가 미키 워드를 연기하고 있지만 짐 램플리, 에마뉴엘 스튜어드 그리고 래리 머쳔트의 경기 당시 코멘트가 상당한 현실감을 제공했다는 부분 역시 인상적이었다.

마크 월버그의 복싱연기는 솔직히 영화의 전체적인 수준에 마이너스를 보탰다고 생각한다. 경기장면의 촬영 역시 높은 점수를 주기 힘들다.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슬로모션 장면 같은 것은 보기 민망할 정도다. 배우에게 물론 프로의 움직임을 요구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는 더 잘할 수 있는 배우들이 많았을 것이며 쵤영팀의 실력도 매우 아쉽다. 하지만 그들은 미키 워드가 상대를 피니시 하는 시퀀스들만큼은 대단히 공을 들여 촬영했다. 산체스전에서 두방의 바디 블로우로 상대를 캔버스에서 뒹굴게 만드는 장면과 쉬어 네어리전의 레프트 바디 세발과 레프트 어퍼컷으로 다운을 뽑아내는 장면 등은 실제 경기장면과 싱크로율이 상당히 높다.


4. 레너드를 다운시킨 딕 에클런드?

이 영화에는 레너드와 78년도에 대전했던 딕 에클런드라는 선수가 주요인물로 등장한다. 슬슬 대배우의 풍모가 드러나는 크리스천 베일이 이 인물을 연기했다. 이 캐릭터를 설명해 버리면 영화를 보는 재미가 많이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캐릭터와 상관없는 몇 가지만 살펴본다면, 에클런드의 프라이드는 바로 자신이 그 경기에서 '레너드를 다운시켰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 경기에서 이것은 푸싱에 발이 걸려 넘어진 것으로 즉 슬립다운으로 판정되었다. 영상을 봐도 개인적으로는 심판이 옳게 본 것으로 생각한다.  

에클런드는 위 경기에서 비록 여러 차례의 다운을 내주며 레너드에게 전원일치의 판정승을 넘겨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딕 에클런드의 실력에 의문을 품을 필요는 없다. 그 경기의 4라운드에 래리 머천트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한다.

"레너드에게도 이 경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대와의 시합이 앞으로 레너드의 커리어에 매우 큰 도움이 될 것 입니다."

레너드와 싸워서 그 정도 해 냈다면 결코 부끄럽지만은 않은 것이다.

본 작품을 통해 크리스찬 베일은 38개의 영화제에서 각종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고 그중 그의 첫 번째 오스카 남우조연상을 포함해 무려 32개의 상을 수확했다. 워드의 어머니를 연기한 멜리사 레오는 무명에 가까운 배우였다고 하는데 이번에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맛보았다.

오스카 시상식에서 베일은 수상소감을 통해 시상식에 초대된 딕 에클런드에게 깊은 감사를 표했다. 그의 발언은 아래와 같았다.

"딕키, 당신은 최고입니다, 최고예요. 여러분 들어보세요, 그의 스토리는 끝내줬어요 그리고 저는 딕키의 이야기 다음편이 너무 기대됩니다. 여러분들 중에 챔피언이 되고 싶은 분이 계시다면 가서 그를 만나세요. 그와 훈련하십시오. http://dickeklund.com입니다. 그에게는 자격이 있어요."

전 세계가 주목하는 오스카 시상식에서 크리스천 베일쯤 되는 수퍼스타가 저렇게 말하고 있다. 에클런드는 앞으로 레너드와의 시합뿐만이 아니라 아닌 이 영화로도 기억될 것이다. 차후에 언젠가 그의 문하에서 좋은 선수가 배출되는 것, 그것이 아마 크리스천 베일이 얘기한 '딕키의 이야기 다음편'이 될 것으로 보이며 무척 기대되는 부분이다.


5. 왜 HBO만 사랑해 주는거야?

이 영화의 아쉬운 점 한 가지는 HBO가 중계한 경기를 주로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제작진과 HBO와의 어떤 관계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가티와의 3연전은 HBO가 중계했지만 영화에서는 그 이전을 다루고 있다. 워드-가티 3연전의 경우 복싱 팬들 사이에서는 너무나 잘 알려진 경기라서 두 말할 나위가 없을 정도이고 영화에서 다룬 시간대 안에서 벌어졌던 중요한 경기다.

 

그러나 ESPN에 의해 중계됨으로 인해 영화에서는 등장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한 경기를 소개한다. 상대는 당시까지 24승 17패 4무를 기록하고 있던 엠마뉴엘 버톤이었고 이것은 '2001년의 경기'로 링지에 의해 선정되었다.

이 경기의 4라운드에 ESPN의 명 해설자 테디 아틀라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금 이 경기를 보고 계신 분들은 라운드 사이의 휴식시간에 친구들에게 전화하십시오, 왜냐하면 여러분들은 지금 쉽게 보지 못할 대 경기를 시청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 위 영상의 9분 40초 지점에 워드의 연인이고 영화에도 주요인물로 등장하는 셜린 플레밍의 실제 모습이 나온다. 영화에서 그녀를 연기했던 배우도 오스카 여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이 경이적인 10라운드 경기에서 버톤은 918번의 주먹을 휘둘렀고 그중 421개를 적중시켰다. 적중률은 무려 46%에 달했다. 워드는 총 1182개의 펀치를 던졌고 그 중 320개를 성공시켰다. 27%의 적중률로 상대에 비해 효율적이지 못한 복싱을 했지만 공격성과 9라운드에 터진 바디샷에 의한 다운을 심판진으로 부터 인정받아 전원일치의 판정으로 승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런 경기에는 패자가 없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 심판도 두 선수 모두의 손을 들어 올리고 있다.

이용수 칼럼니스트 yong24@hanmail.net

 

 

 

‘파이터’ - 예술보다 위대한 링위의 삶

 

 

‘파이터’는 ‘아이리시 선더’라 불린 권투선수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의 실제 삶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미키의 권투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은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다. 그는 한때 전설적인 복서 슈거 레이 레너드와 일전을 벌였을 정도로 전도 유망한 선수였으나 마약에 굴복해 경력을 망치고 만다.

 

아홉명의 자식을 거느린 억척스러운 어머니는 맏아들 디키의 명성을 이용해 미키의 매니저로 나선다. 도로포장 인부로 일하며 간간이 링 위에 오를 뿐인 미키는 선수로서 형편없는 경력을 쌓을 수밖에 없다. 형을 편애하는 데다 돈을 밝히는 어머니, 훈련에 오히려 장애를 끼치는 형, 경력용 디딤돌을 구하는 상대 선수들은 모두 미키를 삼류 선수의 수렁에 빠트리고 있었다. 그 즈음 미키는 미래의 아내 샬린을 만나면서 앞으로 갈 길을 재점검한다.

 

스포츠 영화 가운데 독보적인 자리를 점한 권투 영화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불우한 환경을 극복하고 권투선수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새 삶과 희망을 얻은 인물을 그린 작품군이다. ‘상처뿐인 영광’(1956)처럼 권투 자체의 매력보다 감동적인 인간 승리의 드라마에 역점을 둔 영화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 수상작인 ‘록키’(1976)에 이르러 장르의 완성점에 도달했다.

 

두 번째는 권투의 폭력적 특성, 자기 파괴적인 인물, 링의 세계를 지배하는 음모, 갈등, 욕망을 차가운 스타일과 결합시킨 ‘권투 누아르 영화’다. ‘육체와 영혼’(1947), ‘챔피언’(1949), ‘팻 시티’(1972) 등의 수작이 만들어지던 중 1980년에 마틴 스콜세지가 ‘분노의 주먹’을 내놓았다.

 

‘아메리칸 뉴시네마’의 마지막 시기에 등장해 한 시대를 마감한 ‘분노의 주먹’은 이후 등장한 권투 영화들이 넘어서지 못한 이정표다. ‘허리케인 카터’(1999), ‘알리’(2001),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4) 등 훌륭한 드라마는 많았지만, ‘분노의 주먹’의 그늘에서 벗어난 작품은 찾기 어렵다.

 

재간꾼 데이비드 O 러셀은 어쩌면 ‘분노의 주먹’에 대고 가벼운 잽을 날리고 싶었던 걸까. ‘분노의 주먹’이 인상적인 흑백 영상에 고도의 스타일로 새겨둔 피와 땀과 고통의 예술이라면, 얼핏 평범해 보이는 ‘파이터’는 이 시대에 어울리는, 사실적인 권투 영화를 추구한 쪽이다. 예술의 무게에 눌리지 않은 ‘파이터’는 삶이 영화보다 거대한 것임을 재확인한다.

 

‘파이터’는 링 안팎의 세계를 각각 중계방송과 다큐멘터리의 톤으로 재현했다. 디키와 그의 유별난 가족 앞으로 바짝 다가선 카메라는 그들 모두가 얼마나 생생한 존재인지 보여 준다. 케이블 중계 프로그램을 확대한 듯이 느껴지는 경기 장면은 요즘 권투 경기가 소비되는 형태를 정확하게 반영한다.

 

경기 때문에 겪는 아픔과 상처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다른 권투 영화에 비해 ‘파이터’는 인물이 경기를 즐기고 성취하는 부분에 신경을 쓰는 편이다. 하긴 권투 영화를 만들면서 굳이 부정적인 면에 치중할 필요가 무어 있겠나. 스포츠의 순기능에 충실한 장르 영화로서 ‘파이터’는 권투를 통해 인생을 역전시킨 실존 인물의 이야기를 경쾌한 걸음으로 되밟아 본 작품이다. 매번 찌푸린 표정으로 권투 영화를 보던 차에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이용철 / 영화평론가 / 2011.3.5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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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챔프 형제의 KO급 감동

 

[맥스무비=박유영 기자]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출연하며국내에도 두터운 팬 층을 보유한 할리우드 스타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베일이 끈끈한 형제애로 뭉쳤다. 이번에 그들을 사로잡은 작품은 블록버스터가 아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스포츠 소재의 드라마다. 마크 월버그는 열정이 가득한 권투선수로, 크리스찬 베일은 전직 권투영웅 이었지만 마약 중독으로 인해 밑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이 함께하는 연기 호흡은 생각만으로도 벌써 설렌다. <파이터>를 스크린으로 만나기 전에 알고 보면 더 좋은 정보 몇 가지를 소개한다.

알고 보니 | 실화에서 영감 얻어 제작



영화는 알투로 가티와 세기의 대혈전을 치뤘던 미키 워드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감독은 권투 영웅 미키 워드 형제가 가족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가 된 실화에서 영감을 얻어 가족, 사랑, 그리고 역경을 극복해가며 성장해나가는 과정을 영화 속에 담았다. 또 러셀 감독은 배우들을 그들의 역할로 완전히 태어나게 했으며 사건이 실제 일어났던 장소에서 촬영해 생생함을 살렸다. 미키 워드는 지난 2000년 세계 챔피언전에서 쉬어 니어리를 상대로 이겨 챔피언을 거머쥐었고 알투로 가티를 이겨 두번 ‘올해의 경기’를 수상했다. 미키 워드는 자신의 역할에 마크 월버그가 캐스팅되자 "그가 돌체스터 길거리 출신 토박이이고 나의 과거를 알아서 좋았다."고 기뻐했다.

알고 보니 | 베일-월버그, 환상의 형제



할리우드 연기파 배우 크리스찬 베일과 마크 윌버그의 동반 출연 만으로도 <파이터>는 제작 전부터 큰 화제를 불러모았다. 그들은 이번 작품에서 형제가 되어 만났다. 여느 형제와 다를 것 없이 치고 박고 싸우며 훼방꾼이 되기도 하지만 마침내 하나의 꿈을 향해 달려가게 되는 사이다. 미키는 떨어져 살고 있는 딸을 위해, 그리고 자신에게 모든 것을 가르쳐준 형을 위해 열혈 파이터로 변해간다. 또한 형 디키는 전직 영웅이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동생을 위해 최고의 트레이너로 변신해간다. 열혈 파이터 역할을 맡은 마크 월버그는 출연 뿐 아니라 <파이터>의 제작자로도 참여하며 작품에 대한 강한 믿음과 자신감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 진짜 권투 선수 대거 출연



데이비드O.러셀 감독은 가장 현실적인 권투 장면을 담아내기 위해 링 위의 모든 신을 제작이 시작되고 나서 이틀이란 짧은 시간 동안 완성했다. 또한 제작진들은 실제 메인 권투 경기가 주로 방송됐던 HBO의 방식을 이용하기 위해 HBO의 직원들을 데려왔다. 감독은미키 워드의 모든 경기들을 최소한 100번 이상 봤다고 밝혔으며 이 같은 노력들은 현장감 넘치는 장면들로 스크린에 고스란히 담겼다. 뿐만 아니라 감독은 미키의 가장 중요한 경기의 상대 선수였던 알폰조 산체스 역에 실제 경기의 상대 선수와 흡사한 외모를 지닌 미국 미들웨이트 상위권 선수 미구엘 에스피노를 섭외했다. 더불어복서계의 전설인 슈가 레이는 직접 자신의 역을 맡아 출연했다.

알고 보니 | 실제 인물과 싱크로율 100%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은 연기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실제 주인공들과 싱크로율 100%에 가까운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다. <디파티드>, <혹성탈출>, <퍼펙트 스톰>, <이탈리안 잡> 등에 출연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은 마크 월버그는 영화 제작이 결정되기 전인 캐스팅 단계부터 무려 3여 년이 넘는 트레이닝을 하며 프로 복서 캐릭터를 위해 몸을 만들었고 촬영이 시작될 즈음 월버그는 거의 준프로 복서에 가까워졌다. <터미네이터4>, <다크나이트>, <이퀼리브리엄> 등 매 영화마다 완벽한 연기변신을 선보였던 크리스찬 베일은 이번 작품에서도 대변신을 감행했다. 그는 영화를 위해 14kg에 가까운 체중을 감량해 마약중독에 의해 망가진 복서 캐릭터를 잘 살려냈다.

알고 보니 | 수많은 영화상에서 KO연승



<파이터>는 지난 1월 16일 열린 제68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영국 아카데미 BAFTA 3개 부문, 2011년 작가협회상, 제작자협회상, 미국연출가협회의 올해의 감독상, 방송영화비평가협회 배우 앙상블, SAG(미국배우조합)상 남우조연상, 팜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올해의 감독상, 워싱턴영화비평가협회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또한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에 노미네이트됐으며 크리스찬 베일과 멜리사 레오는 남녀조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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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찬베일 ‘메소드연기 대가’다운 열연, 관객 또 KO..‘파이터’(씨네리뷰)

 

“형은 내 영웅이었어.”

비록 마약에 중독됐던 사고뭉치 형 디키지만 그를 믿고 따른 동생 미키의 믿음과 사랑이 느껴지는 감동적인 대사다. 가슴 뭉클한 영화 ‘파이터’(감독 데이비드 O. 러셀). 단순한 권투영화가 아니다. 실화를 섬세하게 영화화한 ‘파이터’는 다큐멘터리 같은 생생함과 감동으로 관객을 스크린에 끌어당긴다.

‘파이터’는 최근 언론시사회를 통해 국내 처음 공개됐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단골 출연배우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의 호연과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져 주목 받고 있다. ‘파이터’는 백업선수 출신의 전설적인 아일랜드 복서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가 트러블메이커 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찬 베일)와 함께 가난과 역경을 딛고 꿈만 같았던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실화를 그린다.

최근 각종 시상식에서 노미네이트와 함께 수상 행진을 이어가 화제를 모은 ‘파이터’는 골든글로브에 이어 전미 영화배우 조합상에서도 남우조연상(크리스찬 베일), 여우조연상(멜리사 레오, 미키 워드 어머니 역) 수상의 쾌거를 이뤘다. 라스베이거스, 보스턴, 시카고 등 각종 지역 비평가협회에서도 조연상을 휩쓸었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는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남우조연상, 여우조연상, 편집상 6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돼 작품성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실화 속 두 주인공의 외모와 성격으로 완벽하게 변신한 마크 월버그와 크리스찬 베일의 뛰어난 연기력이 극찬을 받은 것.

실제 권투 챔피언인 미키 워드와 트레이너 디키 에클런드 형제의 이야기는 끈끈한 가족애와 도전정신으로 감동을 전한다. 실제 경기를 보는 듯한 미키의 권투시합 장면에서는 재미와 박진감을, 가족 간의 갈등과 화합 장면에서는 공감을 이끌어내 감동을 느끼게 한다. 재미뿐 아니라 가족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감동적인 이 영화에 관객은 KO 당한다.

영화 초반 HBO 채널에서 디키, 미키 형제의 다큐멘터리를 찍는 장면이 등장해 ‘벌써 미키의 성공한 장면을 내보내는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하지만 영화는 이내 형제의 성공담이 아닌 마약에 중독된 디키를 주인공으로 한 약물중독의 실상을 알리는 다큐멘터리라는 것을 알린다.

자신의 사랑하는 가족과 사생활까지 들춰낸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 디키는 마약을 끊고 조금씩 변한다. 사고를 쳐서 교도소에 있던 디키는 미키의 최악의 형에서 최고의 트레이너로서 재기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고 인생의 전환점을 맞는다. 영화는 형제가 전환점을 맞는 이 장면부터 챔피언 경기에 도전하는 클라이맥스와 라스트신까지 감동을 한껏 끌어올린다. 픽션에서는 얻기 힘든, 실화만이 줄 수 있는 감동이다.

‘이탈리안 잡’ ‘디파티드’의 훈남 마크 월버그와 최근작 ‘다크나이트’의 배트맨 열연으로 호평 받은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놀라움을 넘어 감탄사가 나올 정도. 마크 월버그는 영화 기획단계부터 3년간의 트레이닝을 거쳐 완벽하게 복서로 변신했다. 월버그는 재기의 기회를 놓고 자신의 우상인 형, 가족과 연인 사이에서 갈등하는 내면연기를 훌륭히 소화했다.

크리스찬 베일의 연기는 ‘경이롭다’는 표현으로도 부족하다. 마약에 중독된 사고뭉치 전직 복서 디키를 연기하기 위해 14kg이나 체중을 감량했다. 게다가 실제 주인공 디키 에클런드와 훈련을 함께하며 연기에 혼을 불어넣은 크리스찬 베일은 골든글로브와 전미 배우조합상 등 남우조연상을 싹쓸이한 수상자다운 열연을 선보인다. 2005년 ‘머시니스트’에서 불면증으로 말라가는 환자 역을 맡아 30kg까지 감량했던 베일은 ‘파이터’에서도 ‘메소드 연기(캐릭터에의 동일시를 통한 극사실주의적 연기)의 대가’다운 열연을 펼쳤다. 그의 메소드 연기는 전작 ‘다크나이트’에 이어 관객을 또 KO 시킨다.

디키가 갖은 역경을 거쳐 마지막 챔피언 경기 도전을 앞둔 동생 미키에게 던진 대사가 귓전을 맴돈다.

“그동안 겪은 엿 같은 일들을 링 위에 다 쏟아 부어!”

러닝타임 114분. 15세 관람가. 3월10일 개봉.

# 시놉시스

서른 살이 넘도록 챔피언의 승률을 올려주는 백업선수에 머물고 있는 미키. 도로포장 일까지 겸하지만 늘 생활고에 시달린다. 복싱만이 떨어져 지내고 있는 딸을 데려오기 위한 돈을 벌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이자 그의 삶의 전부다.

어린 시절부터 미키에게 권투에 대한 모든 것을 알려준 형 디키는 세계 챔피언, 슈가 레이 레너드를 쓰러뜨리며 집안의 자랑이자 고향 로웰의 영웅이 됐지만 이젠 과거의 영광에 들떠 사고만 치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다. 그래도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들이 따르는 맏아들이자 맏형인 디키는 미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트레이너다.

미키는 이번만큼은 승리하리라 다짐한 경기에서 된통 얻어맞고 실패해 선수생활에 회의를 느끼던 중 새 연인 샬린을 만나면서 재기를 꿈꾼다. 하지만 또 다시 대형사고를 친 형 디키 때문에 손까지 다치며 권투 인생 최대 위기를 맞고 모든 것을 포기하려고 하는데 뜻밖에도 미키를 타고난 파이터로 알아본 에이전시로부터 전격 스카우트 제의를 받는다. 에이전시는 넘치는 애정만큼 간섭이 심한 매니저인 엄마와 트러블메이커 형과는 함께할 수 없다는 조건을 내세운다. 갈등하는 미키에게 샬린은 가족에 대한 짐을 덜어내라며 설득하고 결국 미키는 홀로서기를 결심한다.

재기 후 승승장구하던 미키는 챔피언 타이틀 매치가 걸린 결정적인 경기에서 형 디키에게 배운 전략으로 승리하고 그렇게 성사된 타이틀 매치 출전을 앞두고 더욱더 형 디키의 필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하지만 아무도 디키의 트레이너 복귀를 환영하지 않아 또다시 일이 틀어진다. 어렵게 다시 뭉친 형제는 각각 챔피언이 되기 위해, 최고의 트레이너로 거듭나기 위해 엄청난 도전을 한다.

< 홍정원의 영화가 즐거워 > 홍정원 man@news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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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련 넘은 형제의 주먹은 강했네

미키 워드 선수 입신담 ‘파이터’ 다큐 냄새 물씬…수작 반열에

 

<파이터>(감독 데이비드 러셀)는 라이트웰터급 권투선수 미키 워드(1965~ )의 입신담이다. 그는 1985년 프로에 입문하여 2003년 은퇴하기까지 51전 38승 13패의 전적을 가진 인파이트 복서로 38승 가운데 27개 경기가 케이오(KO)승이었다. 주특기는 레프트훅. 주먹을 많이 휘두르는 편이 아닌데다 맷집이 강해 막판에 주특기가 발휘되어 ‘아이리시 선더’라고 불리며 많은 팬을 거느렸다. 2001년 시 니리와의 경기에서 예상을 뒤엎고 9회에서 상대를 눕혔다. 그 인연으로 2002~2003년 아르투로 가티와 3차례 세기의 대결을 펼친다. 가티와는 1승2패를 기록하지만 한치 양보 없는 명승부를 보여주었다. 그때의 나이가 선수로는 환갑에 해당하는 서른일곱이었다. 내리 3년 <링 매거진> 선정 ‘올해의 명승부’에 올랐다. 로키 마르시아노, 카르멘 바실리오, 무하마드 알리와 같은 반열. 지금은 고향인 매사추세츠 로웰에서 권투장을 운영하고 있다.

 

영화는 미키가 복서로 어떻게 성공하는가를 비추기보다 가족 내부의 갈등과 그 해결에 초점이 가 있다. 어려서부터 형 디키에게 권투를 배운 미키. 세계 챔피언 슈거 레이 레너드를 쓰러뜨린 형 디키는 그의 우상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옛 영광을 떠벌리기만 하는 마약중독자일 뿐이다. 땡땡이치기 일쑤인 형은 자칭 트레이너이고 변변한 경기를 유치하지 못하는 엄마가 매니저다. 맷값으로 여덟명의 이복남매와 부모를 부양하지만 엄마는 매양 디키, 디키다. 미키는 술집에서 여급으로 있는 샬린을 만나면서 비로소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다. 이때부터 미키-샬린 대 디키-엄마의 갈등이 뻑적지근하게 시작한다.

 

시련을 거쳐 형제가 재회하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경찰관 사칭, 공갈·협박 등으로 감옥에 간 디키는 자기를 주인공으로 한 방송다큐멘터리가 ‘마약에 쩐 전 복서’임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마약을 끊고 몸 만들기를 거듭해 출옥했을 때는 새사람이 된다. 디키는 자신의 접근을 막는 샬린에게 “실수는 누구나 하는 것”이라며 설득하여 동생의 진짜 트레이너가 된다. 디키는 <배트맨 비긴즈>의 크리스천 베일, 미키는 <디파티드>의 마크 월버그가 맡았다. 다큐멘터리를 방불케 하는 이 영화는 올해 아카데미 6개 부문, 골든글로브 5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다. 3월10일 개봉.

 

임종업 선임기자 / 한겨레신문 / 20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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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마크 월버그, 링 위의 싱크로율 100%

 

[OSEN=봉준영 기자] 백업 선수 출신의 전설적인 아일랜드 복서 미키 워드(마크 월버그)가 트러블메이커 형 디키 에클런드(크리스찬 베일)와 함께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세계 챔피언에 도전하는 감동실화 ‘파이터’의 마크 월버그가 실제 미키 워드의 모습을 되살린 듯 한 연기를 선보이며 눈길을 끌고 있다.

각종 시상식에 빠트리지 않고 노미네이트와 수상 행진을 이어가며, ‘올 해 최고의 영화’라는 해외 언론의 극찬을 받고 있는 영화 ‘파이터’의 주인공 마크 월버그가 실존 인물 미키 워드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있다.

미키 워드는 아일랜드 계 복서로 프로 선수들에게 돈을 받고 져주는 백업 선수에서 세계 챔피언 타이틀을 거머쥔 전설적인 선수이다. ‘파이터’를 통해 1990년대 최고 전성기 시절을 맞기까지 온갖 역경을 이겨낸 미키 워드의 모습을 되살아나게 한 마크 월버그는 실제 인물인 미키 워드조차 놀랄 정도.

마크 월버그는 미키 워드와의 싱크로율을 위해 3년 동안 엄청난 트레이닝 과정을 견뎌냈다. 제작진에 따르면 마크 월버그는 새벽 4시에 일어나 2시간 가량 운동을 하고 이를 마친 뒤에 다른 촬영을 하러 갔다. 그리고 다른 촬영장에서도 이동식 대기실을 이용하여 또다시 복서가 되기 위한 훈련에 임했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그는 권투 글러브를 끼고 트레이닝을 하면서 이 영화에 대해 놀라운 열정을 자랑했다. 마크 월버그는 이 영화를 오랜 기간 준비하면서 완벽한 미키 워드가 되고자 했다.

그동안 마크 월버그는 ‘이탈리안 잡’ ‘디파티드’ 등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반항적이고 남성미 넘치는 이미지를 구축해왔었다.

‘파이터’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작품에 매료되어 주연배우이자 제작자로 참여하게 된 마크 월버그는 ‘파이터’가 제작되기까지 3년 이상의 트레이닝을 거치면서 준 프로복서의 실력을 갖추게 되었다. 심지어 그는 영화 속 경기 장면의 완벽한 재연을 위해 실제 미키 워드의 경기영상을 100회 이상 돌려보며 그의 주특기를 완벽하게 마스터 하는 등 모든 면에서 미키가 되어갔다.

“나는 권투를 포함해 이 역의 모든 면에서 실제를 느끼게 하고 싶었다. 편집이나 연출된 액션에 의지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진짜로 미키의 일부가 되고 일부인 것처럼 보이고 싶었다”라고 밝힌 그의 인터뷰에서 볼 수 있듯이 ‘파이터’ 속에서 그는 실제 미키 워드와 비슷한 옷 차림새, 싸우는 스타일, 가족 안에서의 성향까지 미키로 탈바꿈하며 연기의 깊이를 한 차원 확장시켰다.
 
자선사업가로서 ‘The Mark Wahlberg Youth Foundation’을 설립, 어린이와 십대들에게도 도움을 주는 등 사회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는 진정한 셀러브리티의 모습으로 호평을 받기도 한 마크 월버그는 ‘파이터’로 연기 스펙트럼까지 확장시키며 할리우드 대표 연기파 배우로 거듭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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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터', 심장 터질듯한 두 배우의 연기에 찬사를

 

[TV리포트 이재훈 기자] 디키 에클런드와 미키 워드는 형제다. 아버지는 달라도 어머니는 같다. 이 형제의 어머니 앨리스 워드에게는 이들 형제 말고도 7명의 자녀가 더 있다. 이들은 모두 한 집에서 산다. 미국판 대가족인 셈이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후보로 지명된 영화 ‘파이터’의 이야기다.

 

동생 미키에게 형 디키는 영웅이었다. 디키는 한 때 잘 나가는 권투선수였고, 세계적인 복서 슈가 레이를 꺾으며 동네의 자랑이 됐다. 미키도 형을 따라 복서가 됐다. 매니저는 그의 어머니가, 코치는 그의 형이 담당한다. 하지만 디키는 젊은 시절 약물중독에 빠져 미키를 방치하다시피 한다. 어머니는 미키를 위해 경기를 주선하지만, 대부분 지는 것이 뻔한 경기다. 대신 아홉 명의 자녀를 한 집에 데리고 있는 어머니에겐 출전료가 들어온다.

 

미키는 어느 순간부터 이 생활이 지겹다. 분명 그에게도 복서로서의 자질이 있지만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오지 않는다. 그 스스로 끔찍하게 생각하는 가족들이 그를 놓아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족들은 그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미키에게 여자친구 샬린이 생기면서 이야기는 달라진다. 샬린의 눈에 미키의 가족들은 그를 불행하게 만들 뿐이다. 때마침 형 디키가 경찰을 폭행한 죄로 감옥에 수감됐고, 샬린과 미키는 가족의 품에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꿈꾸기 시작한다.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자막으로 시작해, 실존 인물들인 디키 에클런드와 미키 워드의 현재 모습을 보여주며 끝이 난다. 실화를 바탕으로한 많은 스포츠 영화들이 그렇듯 이 영화 역시 역경에 처한 주인공과 그를 도와주는 조력자들이 등장한다. 또한 주인공은 역경을 딛고 무언가를 쟁취하고 이 과정은 익숙하지만 여전한 감동을 준다.

 

이러한 큰 틀에서 ‘파이터’는 벗어나지 않는다. 결말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영화에서 감독의 역량은 그 과정을 얼마나 생동감 있게, 또한 진실하게 보여주느냐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데이비드 O. 러셀 감독의 연출력은 빛난다. 그는 주인공들을 섣불리 영웅으로 그리지 않기 위해 카메라 속 카메라를 동원해 주인공과 관객들 사이에 거리를 만든다. 마치 TV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기법을 통해 관객들은 영웅의 탄생이 아니라 한 인간의 성장을 지켜보게 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은 영화를 가장 빛나게 하는 부분이다. 미키 역을 맡은 마크 월버그는 이 배역을 위해 3년 간의 혹독한 트레이닝 과정을 거쳤으며, 디키 역을 맡은 크리스찬 베일은 14Kg 감량을 통해 자신의 캐릳터를 완성시켰다. 이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한 마크 월버그는 실제 미키의 경기를 100회 이상 보며 “미키의 일부가 되고 싶다”는 자신의 바람을 이뤄냈다.

 

실망을 주지 않는 배우 크리스찬 베일의 폭발력은 마크 월버그를 넘어선다. 왕년에 잘 나갔다는 자부심만을 품고 약에 찌든 채 살아가는 그의 모습은 전작들에서 그의 모습을 확실히 지워버린다. 자신이 연기한 실제의 디키 에클런드와 함께 훈련하며 요즘 말로 완벽하게 그에 ‘빙의’됐다. 그의 소름끼치는 연기는 2011년 골든글로브와 전미 배우조합에서 최우수 남우조연상 수상이라는 결과로 돌아왔으며, 다가오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유력한 남우조연상 후보로 꼽히고 있다.

 

영화는 자신을 길러냈지만, 또한 자신을 망치고 있는 가족이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영화 소 복싱 경기 장면은 실제 스포츠를 관람하듯 흥미를 유발한다. 영화는 오는 3월 10일 개봉된다.

 

이재훈 기자 kino@tvrepor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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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의 장점을 정공법으로 잘 풀어 낸 <파이터>

복서 '미키 워드', 사각의 링에서 물러서지 않다

 

복서 아투르 가티와 미키 워드는 사각의 링에서 총 3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특히 이 중에서 2002년 1차전은 복싱 팬들에게 최고의 경기로 회자되고 있다. 단 한발자국도 물러서지 않고 사생결단의 정신으로 주먹을 교환하는 그들의 경기를 보고 있노라면 온 몸에서 전기가 흐를 정도였다. 물론 2, 3차전 역시 그들의 명성에 누가 되지 않을 정도의 멋진 경기였다. 두 사람의 총 3번의 맞대결은 스포츠케이블채널에서 심심치 않게 방송되고 있을 정도다.

 

미키 워드는 65년생, 아투르 가티는 72년생이다. 결코 적지 않은 나이에 자신의 라이벌을 만난 미키 워드는 불굴의 정신을 보여준다. 사실 두 사람의 경기를 직접 본 복싱팬들이라면 충분히 느끼겠지만, 기술적인 부분에서 1, 2, 3차전 모두 초반 아투르 가티가 앞선 모습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미키 워드는 맞아도 물러서지 않는 정신과 다운이 되어도 다시 일어나서 경기에 임하는 불굴의 의지로 경기 전체를 인파이터 형태로 바꾸어버렸다. 영화 <파이터>는 바로 이런 미키 워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파이터>는 아투르 가티와의 혈전을 다룬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미키(마크 월버그)가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정상의 복싱선수로 일어서게 되는지에 집중하는 영화다. 미키는 재능은 있지만 오랜 기간 빛을 보지 못하고 백업선수로 머물다가 2000년 WBU JR 웰터급 월드챔피언에 오르면서 드디어 그의 재능을 꽃피우게 된다. 아투르 가티와 경기가 있기 2년 전의 일이었다. 이렇게 그가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던 이유는 바로 형 디키(크리스천 베일)와 어머니(멜리사 레오) 때문이다.

 

디키는 미키의 배다른 형제로 그에게 복싱을 알려준 영웅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디키는 마약중독자로 헤매고 있을 뿐이다. 자신의 동생에게 복싱의 길을 알려준 인물이었음에도, 이제는 골칫거리 외에 아무것도 아니다. 여기에 어머니 멜리사는 매니저를 겸하고 있다. 그녀는 미키가 선수로 커가는 것보다 오로지 대전료에만 목을 매달고 있다. 아들이 이길 수 있는 경기도 대전료 때문에 다른 요구를 한다. 아무리 복싱선수로서 재능을 가지고 있어도 이런 매니저와 형이 트레이너라면 도저히 클 수 없을 것이다.

 

너무나 빤한 이야기지만 감동이 있다

 

<파이터>는 솔직히 너무 뻔한 이야기다. 실화이기 때문에 그가 2000년 WBU JR 웰터급 월드챔피언에 오른 이야기는 검색만 해도 충분히 어떻게 진행되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전해줄 수 있는 감동 자체가 스포일러 형태로 난무하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기에다 가족 이야기를 훈훈하게 끌어들인 것은 전형적인 할리우드 영화 공식이기 때문에 마지막 결말까지 알고 있는 와중에 크게 재미를 줄 수 있는 요소가 아니란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이터>는 감동적이다. 이유는 실화를 옮겨오면서 한 인물이 겪게 되는 감정적인 기복과 심리적인 상태, 그리고 주위의 사람들 이야기가 진실하게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한 복싱영웅을 미화시키기 위해서 억지로 인위적인 감동 포인트를 만들지 않고 담담하게 가족의 갈등과 봉합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이런 선택은 내용이 뻔한 영화임에도, 미키가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쉬게 하는 힘이 된다.

 

특히 연기파 배우 크리스찬 베일은 자신의 역할을 소화하기 위해 14kg을 감량하는 인내를 보여주었다. 마약중독자의 이미지를 극대화시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런 그의 노력은 영화에서 그대로 묻어나고 있다. 여기에 어머니 역을 맡은 멜리사 레오의 연기 역시 주연 마크 월버그를 뛰어넘고 있다. 이 작품에서 두 사람의 연기가 얼마나 뛰어났는지는 시상식을 되돌아보면 된다.

 

2011년 골든 글로버와 아카데미시상식, 미국배우조합상은 두 사람에게 각각 남녀 조연상을 모두 안겼다. 여기에다 2011년 런던비평가협회상은 크리스찬 베일이 실제 주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 주었을 정도다.

 

<파이터>는 좋은 배우들이 보여준 연기열연과 실화의 감동을 묵직하게 정공법으로 밀어붙인 감독의 노력이 빛난 작품이다. 특히 크리스찬 베일과 마크 월버그 같은 인지도 있는 배우를, 할리우드 평균영화 제작비(보통 4000만 불 이상)에 훨씬 못 미치는 2500만 불로 캐스팅 해서 4개관에 먼저 개봉한 후, 관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2534개 극장으로 확대 개봉된 부분은 분명 부러운 것이 현실이다.

 

계속해서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지만 한국에서도 좋은 영화들이 몇 개 관에 개봉한 후 점차적으로 확대 개봉하여 장기간 상영할 수 있는 극장 시스템이 만들어져야만 <파이터>, <블랙 스완> 같은 좋은 작품들이 나올 수 있다.

 

2011.3.10 / 오마이뉴스 / 제상민(moviej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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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회 아카데미상 6개부문 후보에 올라 남우 조연상(크리스찬 베일)과 여우 조연상 (멜리사 레오)을 수상한 영화 "파이터"의 실제 주인공이 바로 미키 워드이다. 사실 미키 워드는 복싱팬들 사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꽤 유명한 선수이다.

 

2003년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HBO복싱을 정기적으로 방송해준 KBS N 스포츠에서 미키 워드 vs 아투로 가티의 1.2.3차전을 연이어 방송해주면서 두 선수의 엄청난 파이팅과 투혼이 전 세계 복싱팬들을 매료시킬 정도로 많은 화제를 낳기도 하였다.

 

미키 워드는 미국 메사추세츠의 소도시 로웰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며 주위 환경도 범죄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슬럼가에서 자랐다. 배다른 형제와 누이들 등 총 9남매(2남7녀)의 차남인 미키 워드는 어린 시절부터 복싱을 접하면서 복서로서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의 두 누이도 프로복서와 결혼을 하였으며 미키 워드의 배다른 형제인 딕 애쿨룬드도 프로복서로 활동하고 그의 어머니가 자신과 형의 복싱 매니저로 활동하기도 하였을만큼 온 가족이 복싱에 몰두하는 집안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는 사기쳐서 돈을 횡령하여 감옥에 갔으며 그의 형 마저 심각한 약물 중독및 알콜 중독 그리고 폭력 행위로 감옥에 투옥되었으며, 심지어 그의 前 매니저 2명도 사기죄로 감옥에 가는 등 주위 환경이 그를 도저히 평화롭게 놔 두지 않았다. 형의 싸움에 말려들어 경찰에게 스틱으로 오른손을 맞아 손등이 부서지는 큰 부상을 당하였으며 미키 워드는 프로복서 활동중 손 부상 후유증으로 많은 손해를 보기도 하였다고 한다.

 

아마추어부터 복싱 경험을 쌓은 미키 워드는 1985년도에 본격적으로 프로 복서로 데뷔하게 된다. 고향인 메사추세츠를 근거지로 차근차근 전적을 쌓아 올린 미키 워드는 지던 이기던 화끈한 시합을 구사하면서 미국 스포츠 채널에서 주목하는 선수로 올라서게 되며 복싱 프로를 정기적으로 방송해주는 ESPN 복싱의 단골 선수로 오르게 되면서 서서히 이름을 알리게 된다.

 

일류급 챔피언처럼 화려한 기량은 아니지만 링 위에서 항상 죽기 살기로 경기하는 그의 모습은 과거 1930-50년대 링 위를 주름잡던 아일랜드계 백인 파이터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하며 복싱팬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었으며, 미키 워드는 2000년도에 비록 마이너 기구지만 WBU JR 웰터급 챔피언에 도전하기 위하여 영국으로 원정을 가게 된다.

 

상대 선수는 당시 영국의 떠오르는 유망주 "쉐어 네어리"었으며 "나심 하메드" 방어전의 언더카드로 올라서며 이례적으로 HBO복싱으로 생중계 되는 기회를 맞게 된다. 당시까지 무패였으며 홈링의 잇점이 있는 챔피언 쉐어 네어리의 우세가 예상되었지만 미키 워드는 이런 예상을 뒤업고 챔피언을 난타 시키며 결국 8R에 통쾌한 KO승을 거두며 대망의 월드 챔피언에 등극하게 된다.

 

개봉 예정인 영화 "파이터"는 클라이막스가 바로 WBU JR 웰터급 획득 시합인 미키 워드 vs 쉐어 네어리의 시합에 촛점이 맞추어져 있지만 미키 워드의 진면목을 볼수 있는 시합은 바로 앞에도 설명한 바 있는 故 아투로 가티와의 3연전일 것이다. 2002년 HBO복싱의 라이벌전으로 계획되어 펼쳐진 두 선수의 1차전은 그야말로 전율을 불러오는 짜릿한 감동을 팬들에게 전해주며 최고의 명승부를 보여주었다. 마치 영화속에서나 볼수 있는 처절한 난타전을 보여주며 전 세계 복싱팬들을 매료시켰으며 그해 최고의 시합에 선정되는 등 많은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두 선수의 시합에 고무된 HBO복싱은 각각 120만불 이상의 고가의 대전료를 제시하며 2차전을 개최하였으며 결국 워드와 가티는 3차전까지 벌일 정도로 2000년대 최고의 라이벌전을 장식하게 된다.

 

아투로 가티와의 세번의 라이벌전에서 1승 2패를 기록한 미키 워드는 3차전에서 패배한 이후 은퇴를 선언하게 된다. 전적에서 보듯이 그에겐 13패가 있을만큼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내지는 못한 복서였다 하지만 그가 당한 13패 중에선 단 한번도 링 위에 크게 드러누워 당한 KO패가 없을 정도로 그야말로 독한 "파이터"의 실제 모습이 바로 미키 워드 그 자신이었다.

 

많은 복싱 전문가들은 미키 워드에겐 천부적인 복싱 실력이 있지는 않지만 끊임없는 노력과 훈련및 정신력으로 많은 팬들과 복서들에게 귀감을 준 선수로 평가하고 있다. 젊은 시절 낳은 딸이 어느덧 20살이 넘을 정도로 나이에 비해 굴곡 많은 삶을 살아온 그의 이야기는 결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후보까지 올라간 영화 "파이터"로 전 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으며, 영화가 개봉후 흥행성적도 아주 좋아서 요즘 각종 인터뷰와 토크쇼 초대로 미키 워드 자신도 이런 유명세에 무척 당황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가티와의 3연전으로 250만불이라는 큰 돈도 만져 보았고 WBU 세계 챔피언까지 지낸 미키 워드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선수생활을 마무리 하여 아주 행복하다고 한다. 고향인 로웰에서 자신 소유의 복싱 체육관과 야외 하키 경기장을 소유한 미키 워드는 프로복서로 활동중인 조카를 틈틈히 지도하고, 팬들과 거리낌없이 펍(선술집)에서 술잔을 나눌 정도로 이젠 치열한 파이터로서의 생활을 벗어나 여유있고 소박한 삶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복싱] 추억의 명승부 ~ 아투로 가티 vs 미키 워드 (2002. 5.18)

 

스팀팩 Arturo "Thunder" Gatti

 

가티를 소개하기 전에 영어퀴즈 하나. 복싱에서 난타전(야구에서는 타격전)을 뜻하는 영어단어가 무엇일까? (본 필자 영어 졸라 못한다. 복싱용어 말고는 아는 게 별로 없다) 정답은 Slugfest다. 강타자를 뜻하는 Slugger와 Festival에서 유래한 단어라고 보이는데 오늘 소개할 두 선수가 바로 이 Slugfest가 가장 잘 어울리는 선수덜 되겠다.

 

국내 스포츠팬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현재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는 복서들 가운데 가장 호전적인 파이터를 꼽으라면 단연 첫손가락에 꼽히는 선수가 바로 아투로 가티다. Pound 4 Pound(주* 체급과 상관없이 기량만으로 매기는 랭킹)에 터프니스분야가 있다면 1위는 아마도 가티의 몫이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가티가 주리장창 힘만 가지고 밀어붙이는 그런 스타일의 복서냐. 그건 아니다. 가티는 수비는 조금 약하긴 하지만 왼손잽이 상당히 좋고(기본기가 좋다는 말씀) 스피드도 어느정도 있는 편이라 아웃복싱을 펼칠 수 있는 필요충분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가티는 그런 능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링에 오르면 백스텝이나 클린치는 거의 없이 유혈낭자한(가티는 안면피부가 약해 눈언저리 찢어지기로도 유명하다) 극단적 인파이팅을 펼쳐 현재 활동하고 있는 현역선수들 가운데 가장 시청자를 흥분시키는 파이터로 꼽히고 있으며 하여 그의 링레코드는 순도높은 알짜배기 트랙들로 가득하다.

 

가티는 이러한 호전적인 복싱스타일 때문에 복싱계의 아카데미상이랄 수 있는 링지 애뉴얼어워드에서(생각해보니 아카데미와 링지는 공통점이 많다. 보수성과 배타성 등등) 가장 많이 노미네이트되는 선수이기도 하다. 97년과 98년 2년 연속으로 아카데미로 치면 작품상에 해당하는 올해의 경기상을 수상했었고, 작년 벌어진 미키 워드 1차전(오늘 소개해드리는 경기) 역시 올해의 경기 선정이 유력시되고 있어 현역 선수 중 유일하게 3회 수상을 하는 진기록을 보유하게 되었다. (가장 많이 선정된 선수는 무하마드 알리로 총 6회다)

 

1972년 4월 15일 캐나다 몬트리얼에서 태어난 가티는 영어, 불어, 스페인어, 이태리어 등 4개 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하는 인텔리 복서로 여덟살 때 복싱을 시작해 91년 호세 곤잘레스에게 3라운드 TKO승을 거두며 프로에 데뷔한다. 프로선수가 되면서 뉴저지로 거처를 옮긴 가티는 데뷔전 승리 이후 5연승 가도를 달리다가 92년 킹 솔로몬에게 한번의 판정패를 경험한 이후 다시 연승가도에 불을 붙여 94년 6월 피트 텔리아페로를 1라운드 KO로 침몰시키며 USBA 주니어페더급 타이틀을 획득할 때까지 23승 1패(19KO)를 기록하게 된다. 열아홉번의 KO승 중 무려 열차례가 1라운드 KO였다.

 

별명(Thunder)과 전적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티는 상당한 하드펀처다. 역전 KO가 많은 것도 펀칭파워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텔리아페로전 이후 일곱차례의 경기를 치러 단 한 차례만 판정승을 기록했을 뿐 3번의 1라운드 KO를 포함 나머지 여섯 경기를 모두 KO로 쓸어담으며 95년 12월, 트레이시 패터슨이 가지고 있던 IBF 수퍼페더급 타이틀에 도전하게 된다.

 

복싱의 메카인 뉴욕 메디슨스퀘어가든의 특설링에 모인 16,000여 명의 열광적인 관중들 앞에서 가티는 2회에 강력한 라이트 어퍼로 한차례 다운을 뺏으며 군말없는 심판전원일치 판정승을 거두고 생애 첫 세계타이틀을 따게 된다. (당시 동체급의 WBA 챔피언이 우리나라의 최용수 선수였다.) 1차 방어전 상대는 스페인에서 날아온 윌슨 로드리게스였다. 패터슨전과 마찬가지로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5천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열린 이 경기는 후에 96년 올해의 경기 후보에 오르기도 하는 명승부로 가티의 첫 번째 베스트 트랙으로 꼽히는 작품이다.

 

가티는 50전이 넘는 링레코드를 보유하고 있던 노장 로드리게스의 스피드와 원투에 경기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치고 빠지는 약은 경기운영과 카운터에 능한 로드리게스에게 심한 괴롭힘을 당하던 가티는 2회 라이트 스트레이트-레프트어퍼-라이트 쇼트로 이어지는 트리플 펀치를 안면에 허용하고 다운을 뺏긴다.

 

가티는 다운을 당한 이후 오히려 이전보다 더욱 로드리게스를 밀어붙였고 4회 들어서는 포인트에선 뒤지고 있지만 기세싸움에선 도리어 우위를 점하며 이윽고 레프트 보디샷으로 역전 다운을 탈취, 승부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놓는다. 하지만 5회 들어 로우블로우로 감점을 당하고 오른쪽 눈두덩마저 심하게 부어올라 경기전망을 어둡게 한다. 그러나 수비는 도외시한 채 고집스런 전진스텝을 밟아대던 가티는 6회 들어 혼전 중 그림같은 레프트 카운터를 로드리게스의 턱에 쑤셔박아 드라마틱한 역전 KO승을 거두게 된다.

 

고전 끝에 1차 방어전을 KO로 장식한 가티는 전 챔피언 트레이시 패터슨과의 리매치에서 12회 판정승, 2차 방어에 성공한다. 패터슨전 이후 전 챔피언 캘빈 그로브와의 논타이틀전을 7회 TKO로 눌러 호흡을 가다듬은 가티는 97년 10월 형제 복서 가브리엘 루엘라스(라파엘 루엘라스의 형)와의 3차 방어전에서 5라운드 내내 살벌한 난타전을 펼쳐 아틀랜틱 시티 컨벤션 홀에 모인 관중들을 온통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경기 초반부터 루엘라스의 강도높은 큰 펀치들을 고스란히 턱에 흡수하면서 핀치에 몰리던 가티는 4회 들어 루엘라스의 강력한 라이트 어퍼컷을 허용하고 다리가 풀리는 아찔한 순간까지 연출한다. 그러나 가티는 특유의 근성과 맷집으로 위기를 견뎌내는 놀라운 투혼을 보여주었고 이어 이 경기의 마지막 라운드가 된 5회 들어서는 난타전 중 실로 아름답기까지 한 레프트 크로스 카운터를 루엘라스의 턱에 적중시켜 숨이 멎어버릴 것만 같았던 이 활극을 종료시켜버린다. 그리고 15분간의 이 아름다운 난타전은 97년 링지 올해의 경기로 선정되는 기염을 토한다.

 

앙헬 맨프레디와의 논타이틀전에서 눈부상 악화로 8회 TKO패한 이후 가티는 IBF 타이틀을 반납하고 라이트급으로 활동무대를 옮겨 흑인 세계랭커 아이반 로빈슨과 10라운드 논타이틀전을 벌이게 된다. 이 경기는 나중에 소개할 미키 워드 1차전과 더불어 보는 이의 혼을 빼놓을 정도의 엄청난 난장까는 시합으로 복싱팬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될 가티의 베스트 파이트라고 할 수 있다.

 

경기 초반 가티는 몸이 덜풀린 듯(가티는 슬로우 스타터다. 조금 맞아야 힘이 난다) 로빈슨의 빠른 발과 연타에 줄곧 끌려다니며 많은 잔매를 허용한다. 3라운드 말미에는 극단적인 난타전을 전개해 관중들을 열광시킨다. 4라운드 들어 가티는 라이트 쇼트로 역전 다운을 탈취하지만 그리 큰 충격은 없었고 5라운드에선 왼쪽 눈이 Cut 당하며 더욱 전세는 불리해진다.

 

그러나 갈수록 가티는 힘이 나는 반면 로빈슨은 때리다 지쳐갔다. 주도권은 서서히 가티에게 넘어왔고 이 경기의 백미랄 수 있는 10라운드에선 KO직전까지 로빈슨을 몰아붙이지만 게임을 역전시키는 데는 실패한다. 결국 가티는 초반의 실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2 : 1 Split Decision으로 판정패하고 만다. 경기 내내 후진을 모르고 돌진하던 가티의 모습은 흡사 스팀팩 먹은 공3업 머린을 연상시켰으며 타격전의 진수를 보여준 이 하드보일드 드라마는 98년 링지 올해의 경기로 선정되어 가티는 2연패를 달성하게 된다.

 

1차전의 인상적인 파이팅 때문에 로빈슨과 리매치가 이루어졌으나 8회 한차례 로우블로우로 감점을 당한 것이 화근이 되어 또다시 10라운드 판정패, 분루를 삼켜야 했다. 1차전에 비한다면 다소 맥이 풀린 게임이었지만 이 경기 역시 꽤 볼만한 타격전이다.

 

2연패 이후 8개월간의 긴 공백을 가진 가티는 절치부심 재기의 칼을 갈아 99년 8월 레이어스 무뇨스를 1회 KO로 누르고 재기에 성공한다. 이듬해 우리나라의 전칠성 선수를 꺾은 적이 있던 전 챔피언 조이 가마체를 2회 KO로 실신시키는데 이 경기는 후에 말이 많았다. 가마체 측에선 가티가 한계 체중을 넘어 링에 올랐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걸기도 했으며 가마체는 이 경기 이후 일주일 간 병원신세를 졌고, 지금도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후문이 들리고 있다.

 

가마체전 이후 2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가티는 현역 최고 복서 중 한 명인 오스카 델 라 호야의 재기전 파트너로 지목되게 된다. 가티에게는 대어를 낚을 수 있는 기회였으나 가티는 호야의 적수가 되기엔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았다.

 

1라운드부터 호야의 예리한 왼주먹에 오른쪽 눈이 찢어진 가티는 호야의 스피드에 맞서 맹렬히 저항했으나 레프트훅과 라이트 오버핸드를 꾸준히 허용하였고, 트레이너인 버디 맥거트는 5회 들어 타올을 던짐으로써 경기를 포기하고 만다. 경기 후 가티는 1회에 입은 눈부상으로 13바늘이나 꿰매는 고초를 겪게 된다.

 

호야전 패배 이후 근 10개월 만에 링에 오른 가티는 버논 포레스트와 쉐인 모즐리 1차전의 언더카드로 출전해 전 IBF 주니어웰터급 챔피언 테론 밀레트를 상대로 냉정하고 침착한 경기운영으로 테론을 3라운드에 한 번, 4라운드에 두 번 캔버스에 누이고 깔끔한 4회 TKO승을 거둔다.

 

테론전의 승리 이후 카티는 코스차 추의 세계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한 도전 전초전의 일환으로 이전부터 대전설이 오가던 아이리쉬 전사 미키 워드와 조우하게 된다.

 

The Ultimate Fighting Machine. "아이리쉬" 미키 워드

 

앞서 소개했던 아투로 가티와 더불어 터프니스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걸출한 독종 인파이터가 있으니 바로 "아이리쉬" 미키 워드다. 워드 역시 가티와 마찬가지로 눈언저리 잘 찢어지기로 유명하고 복싱 스타일 역시 후퇴를 모르는 살벌한 접근전을 펼치는 호전적인 인파이터로, 가티와 더불어 올해의 경기 후보로 가장 자주 거론되는 현역복서이다.

 

워드는 1965년 매사추세츠 로웰에서 아일랜드 이민자의 후손으로 태어났다. 65년생이니 우리 나이로 서른아홉인데 아직 현역 생활을 하고 있다. 구기 종목도 아닌 격렬한 격투기 종목에서 말이다. 우리나라에서 워드와 비슷한 연배의 현역 선수라면 농구의 허재(65년생)나 야구의 송진우(66년 2월생) 정도니 그가 얼마나 노장인지를 알 수 있다.

 

또한 나이가 들면서 체급을 올리는 것이 다반사인 복싱계에서 워드는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18년간 줄곧 주니어웰터급을 유지하고 있으며 최근 들어 더욱 기량이 만개하고 있다. 이는 그의 몸관리가 얼마나 충실한지를 간접적으로 시사한다. 남들 같으면 은퇴해도 두 번은 했을 나이에 지칠 줄 모르는 경기력을 선보이며 황금기를 보내고 있으니 참으로 놀라운 선수임에 분명하다.

올해 프로복싱경력 18년째인 워드는 7살 때 자신의 형이자 현재 그의 트레이너인 디키 에클런드를 따라 복싱을 배우기 시작해 주니어 올림픽과 세 차례의 뉴잉글랜드 골든글러브 수상 등의 아마전적을 남기고 85년 6월 프로로 전향한다.

 

80년대까지 워드는 그렇게 주목받는 선수가 아니었다. 데뷔 초반엔 연승가도를 달리며 프로스펙트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에디 큐렛, 마이크 문진 등에게 패배를 경험했고, 또한 베테랑 복서 프랭키 워렌과의 USBA 라이트웰터급 타이틀전에서도 완패를 당해 탑레벨로 도약하기에는 기량이 미치지 못함을 확인하게 된다.

 

이후 두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지만 해롤드 브레지어전을 필두로 4연패를 당하게 되고 손부상이 악화되어 21승 7패라는 보잘 것 없는 전적을 남긴 채 링을 떠나게 된다. 비록 은퇴한 몸이었지만 워드는 아스팔트 회사에서 롤러 차량 운전사로 일하면서 운동을 계속해 결국 94년 6월 링으로 복귀하여 그의 고향인 로웰에서 가족과 친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루이스 카스티요를 4회 KO로 쓰러뜨린다.

 

이 경기 이후 같은 뉴잉글랜드의 라이벌 루이스 배더와의 2연전을 모두 승리해 훌리오 세자르 차베스와의 대전이 성사되었으나 막판에 대전이 취소되어 큰 돈을 만질뻔한 기회를 놓친다. 이후 알퐁소 로페즈를 맞아 시종일관 몰리다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레프트 보디샷으로 7회 역전 KO승을 거두며 생애 최초의 세계타이틀에 도전하게 된다.

 

무패의 코스차 추를 10회 TKO로 꺾고 이변의 주인공이 된 빈센트 필립스의  IBF 주니어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한 워드는 제대로 경기도 못해보고 링을 내려오는 불운을 겪어야 했다. 막 경기 분위기가 달아오르려는 시점에서 워드는 눈언저리가 Cut되었고, 여성 닥터의 미숙한 경기중단 판정으로 인해 워드는 3회 TKO패하고 만다.

 

열달 후 훗날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잽 주다와의 USBA 타이틀전에서 워드는 경기 내내 주다의 스피드를 잡지 못해 허둥거리다가 원사이드한 판정으로 물러나 세계타이틀과는 더욱 멀어지게 된다. 그러나 주다는 몇 년 후 이너뷰를 통해 "워드의 주먹은 매우 강력했으며 상당히 고전했던 경기"라고 술회했다.

 

워드는 이 경기 이후 골반에서 떼어낸 뼈를 오른손에 이식하는 대수술을 통해 고질적으로 그를 괴롭혀 오던 오른 손 부상의 악몽에서 벗어나게 된다. 마침내 레프트훅에만 의존하는 반쪽짜리 선수에서 탈피하게 된 것이다. 주다전 이후 2경기를 승리로 이끈 워드는 99년 10월 레지 그린과의 논타이틀전에서 경기 종료를 불과 20초 남기고 극적인 역전 TKO승을 거두며 줏가를 올리게 된다. 이 경기는 후에 올해의 경기 후보로 오르게 된다.

 

상승세를 탄 워드는 타겟을 메이저타이틀이 아닌 마이너타이틀로 바꾸고 "샴록 특급" 쉐어 니어리가 가지고 있던 WBU 라이트웰터급 타이틀에 도전하기 위해 런던행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된다. 니어리는 20승 무패 17KO를 기록하고 있던 만만찮은 챔피언이었다.

 

HBO의 애프터다크 중계로 이루어진 이 시합에서 워드는 난타전 끝에 효과적인 몸통공격을 챔피언에게 퍼부어 8회 KO승을 거두고 비록 마이너기구지만 데뷔 15년 만에 세계챔피언에 오르는 감격을 맛본다. 경기를 중계한 짐 램플리는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경기라는 코멘트를 덧붙였고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조지 포먼은 미키 워드에게선 마치 헤비급 선수의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색다른 멘트를 달기도 했다.

 

워드는 영웅이 되어 고향으로 귀환했다. 로웰시의 시장은 "성패트릭의 날"로 지정된 3월 17일을 "미키 워드의 날"로 정하고 축하의 뜻을 표시했으며 로웰시민들 중 그를 모르는 사람은 없을 정도였다. 워드는 이후 랭킹 10위에 올라있는 안토니오 디아즈와 10라운드 시합을 가져 판정패하는데 이 시합을 구실로 WBU는 그의 타이틀을 박탈해버린다. 링지는 이 시합을 올해의 주니어웰터급경기로 선정한다.

 

HBO에서 ESPN 2로 다시 돌아온 워드는 스티브 퀴노네즈에게 자신의 전매특허인 레프트 보디공격으로 1라운드 TKO승을 기록하며 2001년을 힘차게 열어젖혔고 두 달 뒤에 가진 에마뉴엘 버튼과의 경기에서 양선수 도합 2,100여발의 주먹을 주고받는 격렬한 난타전 끝에 짜릿한 10라운드 판정승을 거둔다. 이 경기는 링지 올해의 경기로 선정된다. (그러고보면 가티와 워드는 99년, 00년을 제외하면 거의 최근 몇 년간 링지 올해의 경기를 나눠먹고 있는 셈이다)

 

2002년 워드는 자신의 최초의 HBO 메인이벤트로 노장 제시 제임스 레이하와 격돌하게 되나 억울한 부상판정으로 분루를 삼켜야 했다. 레이하의 눈언저리가 찢어져 경기가 중단되었는데 주심은 버팅에 의한 상처라고 선언했으나 기실 워드의 레프트훅에 의한 상처였던 것이다. 워드측은 강력하게 항의했으나 텍사스 권투위원회는 워드의 항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기엔 비록 졌지만 워드는 몇 번의 PPV 중계를 통해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선수 중 하나로 떠올랐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소문난 HBO의 래리 머천트마저도 워드는 최후의 아일랜드계 미국 선수라며 치켜세울 정도였다. 이런 인기를 바탕으로 워드는 2002년 5월 18일 자신의 닮은꼴이랄 수 있는 아투로 가티와 결코 잊을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된다.

 

Cutman VS Cutman

 

가티와 워드전이 열리기 얼마전 미국의 유명한 격투기뉴스사이트인 파이트뉴스닷컴에는 재미있는 제목의 기사가 하나 올라왔다. 바로 Cutman VS Cutman이었다. 가티와 워드 두 선수 모두 자타가 공인하는 유명한 Bleeder들(말그대로 피 잘 흘리는 녀석들)이라 두 진영의 Cutman(지혈을 전문적으로 담당하는 스텝) 역시 이 분야에서 최고로 꼽히는 사람들로 가티의 커트맨은 조 소우저, 워드의 커트맨은 전설적인 커트맨 앨 게이빈이었다. (조 소우저 역시 최고의 커트맨 중 한 사람이다)

 

경기는 코네티컷주 언캐스빌의 모히건선 호텔 카지노 특설링에서 7,000여 명의 관중이 운집한 가운데 벌어졌다. 카지노가 비교적 작은 규모라 많은 관중이 모이진 않았으나 열기만큼은 어느 시합보다도 뜨거웠다. 경기 전 가티는 인터뷰를 통해 "나는 언제든지 워드를 KO시킬 수 있다. 나는 그를 쓰러뜨리기 위한 모든 수단을 다 사용할 것이다"라고 큰 소리를 쳤고, 워드 역시 이에 질세라 "말이야 누가 못하는가. 할테면 해보자"며 전의를 불태웠다.

 

경기 초반은 가티의 원사이드한 흐름이었다. 객관적 전력면에서 가티는 워드를 능가한다. 일단 잽이 빠르고 횟수도 훨씬 많으며 적중률도 높다. 주니어라이트 시절인 트레이시 패터슨전에서 가티는 라운드당 평균 46개의 잽을 뻗어 그 중 19개를 히트시켰다. 이는 평균적인 동체급 선수들의 2배가 넘는 수치이다. 체급을 올린 이후에도 여전히 가티는 왼손 잽의 쓰임이 부지런하다.

 

한층 성숙된 경기력을 보여주었던 테론 밀레트전에서도 라운드당 평균 25개의 잽을 날린 것으로 기록되고 있다. 반면 워드는 리드펀치가 거의 없는 전형적인 훅커다. 에마뉴엘 버튼전에서 워드는 라운드당 평균 118개의 펀치를 뻗었는데 그 중 잽은 평균 8개에 불과했다.

 

발의 무브먼트 뿐만 아니라 핸드스피드 역시 가티가 앞선다. 이러한 스피드의 차이로 인해 워드는 경기 초반 상당히 애를 먹게 된다. 1라운드 시작과 동시에 가티의 왼손 휘어치기에 오른쪽 눈언저리가 찢어지며 유혈전을 예고한 워드는 3라운드까지 줄곧 가티의 아웃복싱에 실마리를 풀지못하는 답답한 모습을 보여준다. HBO 해롤드 레더만의 스코어카드는 3라운드까지 30 : 27 가티의 우세로 채점하고 있다. 가티는 계속 아웃사이드를 돌고 워드는 서서히 몸이 풀리기 시작하는지 몇 차례 좋은 펀치를 히트시킨다. 그러나 가티의 잔매를 많이 허용한 탓에 코피까지 흘리기 시작한다. 4라운드 말미에는 가티의 로우블로우에 워드가 쓰러졌고 가티는 감점을 당한다.

 

5라운드부터 공방이 가속화되기 시작한다. 전반적으로 수세에 있던 워드는 부지런히 접근전을 시도하다가 라운드 막판 레프트보디를 필두로 한 강력한 연타로 가티를 곤경에 빠뜨린다. 그러나 가티는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결정적인 순간은 모면한다. 워드의 프레싱에 곤욕을 치른 가티는 6라운드에선 외곽으로 돌며 치고 빠지는 작전으로 한숨을 돌린다. 포인트면에선 아직 가티가 앞서 있다. 7라운드 역시 가티의 흐름. 스피드를 앞세워 워드의 공격을 효과적으로 봉쇄한다. 7라운드가 끝나자 가티의 트레이너인 버디 맥거트는 워드의 한 방만 조심하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8라운드부터 10라운드까지는 이 경기의 하이라이트. 8라운드 초중반은 가티가 여러차례 좋은 주먹을 적중시키며 우세를 점한다. 워드의 얼굴은 피로 흥건히 젖어있다. 그러나 워드는  라운드 종료 약 30초를 남기고 강력한 공세를 취하기 시작한다. 격렬한 난타전 끝에 워드는 가티의 안면에 폭죽과도 같은 연타를 몰아쳐 가티를 다운 직전까지 몰고가는 괴력을 보여준다.

 

버디 맥거트는 이제 6분만 견디면 승리는 너의 것이라며 가티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러나 두 선수의 운명을 갈라놓게 될 9라운드의 공이 울린다.

 

 Arturo Gatti vs Mickey Ward 1차전 9라운드

 

공소리와 함께 힘차게 뛰어나오며 무지막지한 연타를 퍼붓는 워드. 라운드 시작 15초만에 워드는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레프트 보디샷으로 다운을 뺏는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가티의 얼굴. 가까스로 일어났으나 연이은 워드의 공격에 거의 KO직전까지 몰린다. 그러나 결코 쓰러지지 않는다. 1분간의 맹공을 견딘 가티는 불사조같은 정신력으로 도리어 워드를 그로기로 몰아간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라운드 종료 40여초를 남기고 워드의 그림같은 레프트 트리플에 이어지는 연타공격을 허용하고 다시 KO직전까지 몰리는 위험한 장면을 연출한다. 경기를 중단시키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로 심한 공격을 받았으나 휘청휘청하면서도 가티는 끝끝내 쓰러지지 않는다.

 

만약 여기서 경기를 중단시켰다면 올해의 경기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9라운드가 끝나자 경기 코멘테이터로 나왔던 HBO의 엠마뉴엘 스튜어트(기억하시는 복싱팬도 많으리라. 이 양반이 누구냐믄 헌즈를 키워냈던 크롱크짐의 트레이너다)는 흥분하여 "It is the Round of the century"라고 극찬해마지 않는다.

 

폭풍과도 같은 9라운드가 지나고 10라운드 공이 울린다. 버디 맥거트는 가티에게 경기를 포기할 것을 종용하고 라운드 공이 울려도 링을 내려가지 않는다. 그러자 워드는 자신의 TKO승으로 생각했는지 두 손을 번쩍 치켜든다. 캐스터를 맡았던 짐 램플리 역시 경기가 끝난 걸로 착각하고 "경기가 끝났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주심 프랭크 카푸치노는 경기를 속개시킨다. 워드는 9라운드의 여세를 몰아 끝장을 보려 하지만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해 결국 마무리를 짓지 못한다. 오히려 라운드 중반부터 가티의 주먹을 심심찮게 허용하며 포인트를 잃는다. 종료 30여초를 남기고 두 선수는 격렬한 난타전을 감행하며 관중들을 완전히 패닉상태로 몰고간다. 거의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극한의 투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10라운드 종료 공이 울리고 탈진한 두 선수는 서로를 뜨겁게 껴안는다.

 

 Arturo Gatti vs Mickey Ward 1차전 Highlight

 

판정은 2 대 0(94 : 94, 94 : 93, 95 : 93) Majority Decision 미키 워드의 승리였다. 필자가 개인적으로 매긴 채점은 94 : 94 무승부였고 링사이드의 기자 8명 중 7명은 가티의 승리로 채점했다.

 

마치 잘 짜여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극적인 이 시합은 수많은 해외 유수 복싱사이트에서 2002년 최고의 시합으로 선정되었다. 국내의 모 복싱평론가는 이 경기는 마치 해글러와 헌즈의 1라운드를 10라운드 풀버전으로 되돌려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고 했으며 이 경기의 해설을 맡았던 래리 머천트는 두 선수의 투혼에 완전히 뻑이 갔다(Im humbled)고 언급했다. 또 보스턴 해럴드의 조지 킴벌은 "전율과 매혹"이라는 표현을 쓰며 다시 없을 위대한 시합이라고까지 극찬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가티는 곧바로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며 워드 역시 이너뷰를 끝내자마자 병원으로 실려갔다. 경기 후 가티는 이너뷰를 통해 "워드는 나다.(He is me) 그는 진정한 전사이며 나는 진정으로 그를 존경한다"고 밝혔으며 워드 역시 "가티에게 경의를 표한다. 재대결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받아주겠다"고 밝혔다. 가티와 워드는 6개월 후 다시 만나게 되는데 재대결에서는 가티가 빠른 발을 앞세워 3라운드 라이트 쇼트로 한차례 다운을 뺏는 등 일방적인 시합을 펼친 끝에 대차의 판정승을 거두고 복수에 성공한다.

 

두 선수는 오는 6월 세 번째 대결이 예정되어 있으며 논타이틀전임에도 불구하고 100만달러가 넘는 파이트머니가 보장되어 있다. 두 선수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누가 이기든 화끈한 시합이 될 것임에는 분명한데 1차전과 같은 박력이 다시 나오긴 힘들 듯 하다. 워드의 워크포인트를 완전히 간파한 가티가 2차전에서 보여주었던 경기운영이라면 세 번째 대결도 2차전과 비슷한 양상으로 흐를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3차전에서 승리하는 선수는 코스차 추의 타이틀에 도전할 확률이 높다. 두 선수 모두 추에 비하면 무게감이 조금 떨어지긴 하지만 누가 도전하게 되든 스타일상 추와는 좋은 시합을 펼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두 선수의 선전을 기원한다. 긴 글 읽느라 졸라 수고 많았다.

 

딴지일보 복싱부 / 200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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