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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영화 이야기

땡큐, 마스터 킴(Intangible Asset Number 82)

by Wood-Stock 2010. 9. 5.

흥미로운 소재·음악적 감동과 환희 담은 <땡큐, 마스터 킴>

유명 재즈 음악가, 17번 한국 방문한 이유

 

 

▲ 사이먼 바커 재즈 아티스트 사이먼 바커는 한국의 별신굿 영상을 보고 커다란 음악적 충격에 빠진다. 특히 김석출 선생의 장구에 푹 빠진다.

 

출중한 실력을 지닌 호주 최고의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 그는 우연히 낯선 음악을 듣고 큰 충격을 받는다. 세상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특하고 위대한 음악이었다. 그 음악을 듣는 순간 그의 시간은 멈추어 버리고, 그의 음악 인생은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마치 메피스토펠레스를 만난 파우스트처럼!

 

'파우스트' 사이먼 바커의 운명을 크게 뒤흔든 '메피스토펠레스'는 바로 우리의 무형문화재 82호 기능 보유자이자 무속인 김석출. 사이먼 바커는 김석출 선생을 찾아가 배우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한국에서 위대한 예술가를 누구나 알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도 그를 모르는 것이 아닌가!

 

음악의 대가를 찾기 위해 7년간 17번이나 한국 방문

 

그 사건 이후 그는 홀린 사람처럼 그 음악의 주인공을 찾기 위해 무려 7년 동안 17번이나 한국을 방문한다. <땡큐, 마스터 킴>(엠마 프란츠 감독)은 한국의 위대한 예술가 김석출을 찾는 일에 큰 진전이 생긴 17번째 여정을 담은 로드 음악 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는 흥미로운 소재, 깊은 울림을 주는 음악의 향연, 나지막하게 퍼지는 이들의 치열한 삶의 흔적과 열정, 그리고 음악과 어울리는 빼어난 영상이 큰 미덕이다.

 

사이먼 바커의 17번째 여행은 김덕수 사물놀이패 출신의 국악인 김동원(원광대 전통공연예술학과 교수)을 만나면서 시작된다. 그런데 김동원이 사이먼 바커와 연결을 해 주기로 한 김석출 선생은 병중이라 당분간 만날 수가 없다. 그는 이미 84세의 고령이었던 것이다.

 

대신 김동원은 사이먼 바커에게 우리 음악의 다른 대가들을 소개한다. 그리고 이들 대가들은 김석출을 찾아가는 여정의 '다리'가 된다.

 

진정성으로 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 담아

 

이 다큐멘터리에서 압권은 역시 음악이다. 명창 배일동의 하늘을 찌를 듯한 우렁차고 통쾌한 소리, 박병천의 혼을 사로잡는 구음, 진유림의 심장을 두드리는 오고무, 신들린 듯한 김석출의 장단을 흩트리는 장단 등. 우리 전통 음악의 대가들을 만나는 것은 형언키 어려운 음악적 감동과 환희를 준다.

 

▲ 국악의 명인 박병천 장구 장단과 함께 영혼을 울리는 깊은 구음은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의 큰 감동을 준다.

 

<땡큐, 마스터 킴>이 담아낸 이들의 음악은 너무나 훌륭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지금까지도 가슴 설레며 머리털이 곤두설 정도다. 상상을 초월하는 연습을 통해 쌓은 기량과 엄청난 에너지, 복잡한 기교를 구사하는 그들의 즉흥 연주는 가히 세계 일품이라고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적 기량을 쌓아나가는 과정의 치열함도 크나큰 감동을 준다. 특히 소리꾼 배일동은 수년째 폭포 옆에서 먹고 자면서 소리를 갈고 다듬는다. 선암사 계곡에서 2년, 지리산 달궁 계곡에서 5년이다. 삶의 모든 것을 버린 채 그토록 오래도록 독공 수련을 하는 것은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다.

 

그는 산열매를 따먹으며 밤낮없이 홀로 혹독한 수련을 하며,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소리를 찾아간다. 그에게는 소리만이 삶의 모든 것으로 보이며, 그의 삶 자체가 경이로움으로 다가온다. 이 다큐멘터리가 대중적 인지도가 있거나 명망이 있는 이가 아니라 당시 무명이던 '숨은 명창'을 찾아 영상에 담았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돋보이기도 한다.

 

▲ 명창 배일동 다큐에서 가장 큰 인상을 남기는 명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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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모르는 우리 음악의 위대함 깨닫게 해

 

한국 전통 음악의 또다른 대가들과 만나는 사이 사이먼 바커가 고대하는 김석출 선생을 만날 기회가 찾아온다. 사이먼 바커는 어렵사리 김석출 선생을 만나 그에게 배움을 요청한다. 김석출 선생은 흔쾌히 사이먼 바커를 가르치겠다고 답한다.

 

그러나 그에게 사사하고자 했던 사이먼 바커의 열망은 아쉽게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김석출 선생은 그와 만난 지 3일 만에 다른 세상으로 떠나고 만다. 절로 아쉬움의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한국 전통 음악가와 호주 재즈 음악가의 만남으로 이루어진 결실은 아름답다. 한-호 문화교류 프로젝트 그룹 '다오름'을 낳았기 때문이다. 비록 김석출 선생에게 직접 배우지는 못했지만, 사이먼 바커는 소리꾼 배일동 등과 함께 새로운 음악 세계를 펼친다. 앞으로 이들의 음악적 성과가 기대된다.

 

<땡큐, 마스터 킴>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번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했으며, 이집트 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캐나다 핫독스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상영되어 호평을 얻었다고 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흔치 않은 완성도를 보여 주며, 우리가 몰랐던 우리 음악의 감동과 환희를 깨닫게 해 의미가 크다.

 

▲ 다오름 호주 재즈 아티스트 사이먼 바커와 국악인 배일동 등은 한-호

문화교류 프로젝트 그룹 다오름을 결성해 수준 있는 퓨전 음악의 세계를 보여 준다.

 

 

전통 음악의 현실 돌아보길

 

9월 2일 개봉한 이 다큐멘터리는 강렬한 매력으로 사람들 사이에 회자될 것이 기대된다. 그래서 한편 이 다큐멘터리를 볼 관객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염려스럽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듯이 관객들은 이를 보고 '문화적 자긍심'이니 '서양인이 인정한 민족 음악의 우수성' 등이니 하는 언사를 남발할 것이다. 특히나 언론에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언사를 남발하는 것은 음악학적으로 봐도 맞지 않는 무지의 소치일 뿐만 아니라, 전통 음악을 풍성하게 하는 데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즉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민족적 자긍심을 갖는 것에 이 다큐멘터리를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성찰이 아닐까. 이 다큐멘터리를 호주 감독이 맡고 일본의 NHK가 후원 제작했다는 사실, 나아가 우리 음악의 저변 상실 등에 대한 성찰이 필요해 보인다.

 

 

 신비적 포장 넘어, 전통 음악을 설명할 음악 언어 개발해야

 

<땡큐, 마스터 킴>은 우리 음악을 설명할 음악 언어를 개발할 필요도 느끼게 한다. 이 다큐는 기(氣), 도(道), 음양, 신명 등 우리 소리에 담겨 있는 삶과 철학 개념들로 우리 음악을 풀어나간다. 그것은 우리 전통 음악인들의 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이를테면, 소리꾼 배일동은 자신의 수련을 다음처럼 설명한다.

 

"음은 계곡이고, 양은 산입니다. 폭포는 음과 양이 바로 만나는 지점이지요. 폭포에 살면서 음양의 기를 끌어당겼던 것 같아요."

 

경우에 따라선 동양 철학의 개념으로 구성한 점이나 이런 설명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을 테다. 그러나 여기엔 함정이 있다. 음악은 음악 언어로 설명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이미 주어져 있는 두루뭉술한 동양 철학의 개념을 빌려와 치장하는 것은 신비주의로 무장하게 될 뿐이다.

 

국악의 명인들이 보여 주는 예술의 위대함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말로 표현하기 무척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의 음악을 설명할 개념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낭만적 신비로 무장해 버리면 음악학의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우리에게 판소리를 채보할 수 있는 기보법조차 없다는 것도 문제다. 서구의 5선보는 판소리를 채보하기에 적절하지 않다. 기교가 다른 판소리를 서구의 5선보에 담기는 무척 힘들다.

 

세종대왕이 만든 전통적인 기보법인 정간보도 그렇다. 정간보는 궁중 음악에 있어서는 서양의 5선 기보법보다 훌륭한 기보법이 되어 주지만, 민속 음악인 판소리를 채보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 판소리를 채보할 독자적인 기보법의 개발이 필요하다. 마냥 낭만적 신비로 우리 음악을 포장하는 데 익숙해져 버리면 이런 필요에 대해 게으름으로 대응하게 된다.

 

<땡큐, 마스터 킴>에 비치는 국악의 신비적 포장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은 이유다. 우리 음악에 대한 신비주의는 음악 언어의 개발, 우리에게 필요한 음악학의 발전을 막는 함정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봐야 할 것이다. <땡큐, 마스터 킴>은 우리에게 많은 과제를 남긴다는 점에서도 무척 훌륭한 다큐다.

 

2010. 9. 5 / Ohmynew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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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재즈드러머가 동해안 별신굿 명인에 빠져든 까닭

 

오스트레일리아의 최고의 재즈 드러머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사이먼 바커,
그는 동해안 별신굿 기능보유자 김석출 선생의 음악에 반해 7년 동안 17번 한국을 방문해 그를 찾아다녔다. 
이 과정을 그의 동료 가수 엠마 프란츠가 영상으로 기록했다. 바로 다큐멘터리 음악영화 <땡큐, 마스터 김>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땡큐, 마스터 킴>은 우리를 자랑스럽게도, 그리고 부끄럽게도 만드는 영화다. 외국의 유명 재즈 뮤지션에게 깊은 음악적 영감을 준 사람이 우리 전통 무속인이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자랑스럽게 한다. 그러나 그 무속인에 대한 마지막 기록이 우리 손이 아니라 남의 손으로 기록되었다는 사실은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영화 안으로 들어가면 이 상반된 감정이 더욱 복잡하게 뒤엉킨다. 우리 전통음악을 이토록 깊이 읽어주다니, 이렇게 잘 정리해서 보여주다니, 하는 생각을 하면서 여러 번 놀라게 된다. 그러나 이런 영화의 후반부 제작비를 일본 NHK에서 후원했다는 사실과, 해외 유명 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지만 정작 국내 영화제에서는 제대로 조명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또 한 번 우리를 부끄럽게 만든다.    

오스트레일리아 최고의 재즈 드러머로 꼽히는 사이먼 바커는 2005년까지 7년 동안 열일곱 번이나 한국을 찾았다. 주로 공연을 위해서 왔지만,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틈을 내 동해안 별신굿 명인인 중요무형문화재 제82호 김석출 명인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다. 그의 공연 실황을 담은 CD를 듣고 완전 매료되었기 때문이다. 그의 소원은 한 번만이라도 김 명인을 직접 만나는 것이었다. 김 명인은 장고 솜씨가 일품이었다. 즉흥 음악의 대가여서 김명곤 전 장관은 ‘신이 내린 명인’이라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그가 김석출 명인을 찾는 이유를 귀담아들은 음악 친구 엠마 프란츠는 이를 다큐멘터리 영화에 담기로 결심했다. 17년 동안 재즈 가수로 활동하며 33개국에서 공연했던 그에게 너무나 매력적인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엇인가에 목마른 재즈 음악가가 80세가 넘은 한국의 무당을 만나면 무엇인가 아름다운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이 영화는 그녀의 감독 데뷔작이다. 

 


17번 방문에도 못찾고, 영화 촬영하러 5번 더 방문해

의기투합한 두 오스트레일리아 재즈 뮤지션은 다시 한국을 다섯 번 더 방문했다. 그렇게 스물두 번의 방문 끝에 어렵게 김석출 선생을 만날 수 있었고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그리고 어렵사리 후반 작업을 마치고 김 명인에 대한 오마주 영화 <땡큐, 마스터 킴>(원제 ‘무형문화재 제82호(Intangible Asset No.82)을 이미 고인이 된 그의 영전에 바쳤다.  

번번이 실패하던 이들이 김 명인을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원광디지털대학교 김동원 교수(전통공연예술학과)가 길잡이로 나서준 덕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에서 15년 동안이나 활동했던 그는 “스승의 구실은 다리가 되어주는 것이다. 자신을 딛고 더 멀리 더 깊이 갈 수 있게 받쳐주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첼리스트 요요마가 이끄는 실크로드 앙상블의 멤버이기도 한 그는 바커와 김 명인의 다리가 되어주었다.  

오랜 병환으로 기력이 쇠할 대로 쇠한 김석출 명인을 만나러 가는 길은 직선이 아니었다. 김 교수는 김 명인이 기력을 회복할 때까지 에둘러가며 우리 음악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감독은 한국의 유명 국악인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는 현장의 생생한 소리를 들어보라며 지리산 오지로 그들을 안내했다. 

낫으로 길을 낸 진창길을 헤치며 올라가 만난 사람은 배일동 명창이었다. 지리산 폭포 아래 오두막을 짓고 하루 16시간씩 소리를 가다듬던 그는 7년째 독공 중이었다. 멀리서 온 손님들을 옹색한 바위 위에 앉혀두고 소리를 들려주었다. 바커는 그의 둔탁하지만 애절한, 강렬한 소리를 들으며 눈물을 흘렸다. 

"음악은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

장구의 대가 고 박병천 명인(중요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보유자)과 오고무의 달인 진유림 명인도 동해로 가는 여정에 만났다. “정신병자를 고치려면 자기도 정신병자가 되어야 한다”라고 말하는 박병천 명인에게서는 우리 음악의 혼을, 장단과 호흡을 둘이 아니라 하나로 보라는 진유림 명인에게서는 자연스럽게 감정을 끌어올리는 우리 음악의 기를 읽었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바커는 깊은 음악적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힘을 주는 게 아니라 힘을 빼는 법을 배웠다. 소리를 내는 게 아니라 침묵하는 법을 배웠다. 힘을 주고 내지르는 것만이 아니라 힘을 빼고 억제하는 것으로 더 많은 것을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이 음악 여행의 마지막, 사이먼 바커는 드디어 김석출 명인을 만난다. 김 명인의 병치레를 위한 굿판이 열리는 자리였다. 한바탕 굿판이 벌어진 후 사이먼 바커는 조심스럽게 김 명인의 옆자리에 앉았다. 여든넷, 노구에도 불구하고 김 명인은 또랑또랑하게 자신의 음악관을 벽안의 제자에게 들려주었다. 그리고 사흘 뒤 눈을 감았다. 불과 하루 동안의 가르침이었지만 바커는 김석출의 마지막 제자였다. 

<땡큐, 마스터 킴>을 보는 동안 관객은 우리가 알지 못했던 김석출과 그의 음악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가 알지 못했던 우리 음악의 넓이와 깊이에 대해서 깊은 깨달음을 얻게 된다. 사이먼 바커의 팬들은 변화된 그의 음악을 통해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는 “이전보다 음악적으로 성숙했다는 것을 팬들이 먼저 알아챘다. 내가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이전과 달라졌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재즈와 굿의 만남이 거둔 음악적 성과를 인정받은 곳은 재즈의 본고장 뉴올리언스였다. 엠마 프란츠는 “사이먼의 뉴올리언스 공연에서 ‘새롭다’는 음악적 평가를 얻었다.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즉흥성을 살릴 수 있다는 점에 재즈 뮤지션들이 주목했다”라고 말했다. 바커는 김동원 교수·배일동 명창과 함께 크로스오버 재즈 밴드 ‘다오름’을 조직해 ‘김석출을 위하여’ 등의 곡을 발표했다. 

NHK가 후반 작업 지원하고 아시아 판권 확보

생전에 무속음악을 한다 하여 괄시받았던 김석출 명인처럼 무속음악을 다룬 이 다큐멘터리 역시 제대로 대접받지 못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되기를 원했지만 영화제 측은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소개했다. 오히려 해외에서 호평받았다. 2009년 더반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다큐멘터리상을 받은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사이먼 바커와 엠마 프란츠는 이 영화 제작을 위해 그동안 공연해 번 돈의 거의 전부인 4억원을 투자했다. 주변 친구들에게도 손을 벌렸지만 제작비가 부족해 전전긍긍하고 있을 무렵 우연히 영화제에서 일본 NHK 관계자를 만났다. 그 관계자는 30년 전 김석출 선생의 다큐멘터리를 찍었던 사람이다. 그는 NHK가 후반 작업 비용을 댈 수 있게 주선해주었다. 

이 영화의 아시아 배급권은 NHK가 가지고 있다. 프란츠는 NHK 측에 한국만은 따로 판권을 확보할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해 이를 국내 독립영화 배급사인 인디플러그에 넘겼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친 뒤에야 <땡큐, 마스터 킴>은 한국에서 프리미어 개봉을 할 수 있었다. 바커가 김석출 선생을 만나는 과정만큼 영화가 제작되는 과정도 험난했다.

2010. 9. 8 / 독설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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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재즈 드러머의 국악 고수 찾아 ‘삼만리’

 

 

새 영화 <땡큐 마스터 킴>을 소개하자면 먼 길을 돌아야 한다. 이 영화는 사이먼 바커(41·위 사진 오른쪽)라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재즈 드러머가 한국인 세습무 김석출(1922~2005·왼쪽) 한테 바치는 오마주다.

 

“소음 같지만 한번 들어보소.” 10여년 전 한 한국인이 사이먼한테 김석출의 장구 연주녹음을 들려주면서 무심코 던진 말이란다. 그 ‘소음’이 7년동안 17차례나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고리가 됐다. 당시 재즈 연주의 기예를 꿰어 나름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더 이상 발전이 없어 고민할 즈음, 김석출의 연주는 그에게 어둠을 밝히는 강렬한 빛줄기였다.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에너지를 바탕으로 복잡한 기교를 구사하는 즉흥연주에 충격을 받았던 것.

 

김석출이 도대체 누군데 그럴까? 그는 흔치 않은 세습 무당이자 장구의 대가다. 무녀인 둘째 할머니의 영향으로 어려서부터 굿판 심부름을 하다가 아홉 살에 정식 박수무당이 된 이래 평생을 무속인으로 살았다. 굿뿐 아니라 염불에도 능하며 무악에 쓰이는 날라리·장구·꽹과리 등의 즉흥 연주는 따라갈 사람이 없을 정도로 뛰어났다. 중요무형문화재 동해안 별신굿 기능 보유자(제82-1호)인 그는 무속인 사이에서 신적인 존재로 통한다. 호남 음악이 득세하는 현실에서 무당 음악이라며 천시를 받은 탓에 무형문화재 지정도 늦어졌다고 한다.

 

영화는 2005년 17번째 한국을 찾은 사이먼이 원광대 전통공연예술학과 김동원 교수의 안내를 받아 김석출을 찾아가는 여행담이다. 당시 김옹은 여든넷 고령으로 시름시름 앓고 있던 터. 면회 신청을 넣고 허락을 기다리는 동안 사이먼은 판소리 배일동, 강신무 정순덕, 장구 박병천, 오고무 진유림 등 숨은 고수를 찾아다니면서 한국 전통음악을 전수받는다. 단순한 기능이 아니라 기, 호흡, 음양, 도, 신명 등 바닥에 깔린 철학까지 접근하게 된다.

 

드디어 득 허락. 죽은 누이의 혼령을 위로하는 굿 현장에서 김석출을 만나 한수 가르침을 받는다. 마침내 해답을 얻은 사이먼은 명실공히 오스트레일리아 최고의 재즈 드러머가 되어 지금도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위기에 놓인 주인공이 고수를 만나 고난을 타개한다는 영웅담과 흡사하다. 한국 전통음악을 국외에 알리려는 의도는 물론이려니와 한국인한테도 훌륭한 국악교과서가 될 법하다.

 

감독은 젊디 젊은 오스트레일리아인 여성 에마 프란츠. 재즈 가수로 1996년 시드니 공연 때 드러머로 참여한 사이먼과 친구가 됐다. 에마가 해외 활동을 하면서 소식이 뜸하다가 8년 뒤 홍콩에서 조우해 이 영화를 찍기로 의기투합했다. 그 무렵 사이먼은 한국의 마스터를 찾는 중이었고, 에마는 음악이 나라와 민족을 넘어 문화를 잇는 언어임을 체득한 터였다.

 

이 영화가 데뷔작인 에마는 영화를 찍는 동안 500쪽 이상 메모를 할 만큼 공을 들였다. 기, 음양 등의 영화적 표현을 위해 지리산 달궁, 노고단을 오르기를 여러 차례. 산굽이와 운무와 바람, 그리고 거기에서 득음한 배일동씨 등을 찍어냈다.

 

김석출을 만나고 난 뒤 사이먼은 무엇이 달라졌을까.

그는 이완이라고 했다. ‘가족 중 사랑하는 누군가의 부음을 받고 실신할 때처럼’. 그는 “서양음악은 정확한 박자를 기반으로 긴장상태서 연주되지만 한국음악은 이완된 상태서 자신의 호흡에 따라 관중과 호응하면서 자연스럽게 연주되는 게 특징”이 라고 말했다. “학생 때부터 이를 가르치고 체화하는 것은 아주 특별하다”고 말했다. 김석출은 사이먼을 만나고 사흘 뒤 타계했다.

 

제작비는 40만 호주달러. 두 사람이 공연으로 모은 돈에 친구들의 십시일반이 씨돈이 됐다. 30년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다큐페스티벌에서 김석출 다큐를 찍은 전 일본 공영방송 <엔에이치케이(NHK)> 피디를 만나 제작 지원을 받았다. 한국은 김 교수를 비롯한 모든 출연자들이 무보수로 나섰다. 특히 김 교수는 기획단계서부터 참여해 사이먼과 번갈아 한국음악 전반을 소개하는 내레이터 역할을 맡았다.

 

한국에서 한국돈으로 만들어야 할 영화가 외국인에 의해 만들어진 꼴이다. ‘땡큐’ 사이먼, ‘땡큐’ 에마. 9월 2일 개봉. 영화를 계기로 사이먼과 한국 국악인이 ‘다오름’ 공연팀을 만들었다. 영화 개봉에 즈음해 서울 광화문 아트홀에서 30일 밤 8시에 공연을 한다.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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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마스터 킴 (Intangible Asset Number 82)

 

감 독 : 엠마 프란츠

출  연 : 사이먼 바커, 김동원, 배일동

 

[땡큐, 마스터 킴]의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제목만으로는 어떤 영화인가 했는데 영어 원제가 나오는 것은 보니 [인텐저블 애세트 넘버 82]였더군요. 익히 들어왔던 바로 그 다큐 였습니다. 2009년 소식을 들었는데 정보가 너무 없어서 소식을 전하지는 못했지만 내심 보고 싶었던 다큐 였지요. 본격 시사회에 앞서 주인공인 사이먼 바커씨와 배동일 명창이 함께 합연을 했는데 동서양의 만남이 참 오묘 하더군요. 재즈야 해외에 있을때 자주 접해 보아서 나름 익숙했는데 이제는 판소리의 매력에 빠져들 것만 같았습니다. 곧이어 엠마 프란츠 감독과 스티브 바커 그리고 김동원교수와 배일동 명창의 간단한 소개가 있었습니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정말 아이러니한 감정이 들더군요. 재즈하면 자유로움이 먼저 떠오르는 데, 재즈 드러머로써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는 사이먼 바커가 전혀 다른 장르의 음악을 하는 우리나라의 무형 문화재이셨던 고 김석출 명인을 찾아 오랜 시간 헤멨다는 것이 말이지요. 결국 명인으로 인정을 받는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먼저 대인배다운 성격과 겸손함 그리고 죽을때까지 배우려는 의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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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큐는 시작합니다.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우연한 기회에 김석출 명인의 굿 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라고 느끼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신은 기교와 속주에 있어 인정을 받고 있었지만 김석출 명인의 자유로우면서도 영혼이 담긴 연주가 부러웠었다고 합니다. 일단 한 분야에서 인정을 받게 되면 교만하고 자신의 작업이 최고라고 치부하기 마련인데 그는 딜레마에서 탈출을 하기 위해 김석출 명인을 만나고 싶어 합니다. 역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는 고수는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습니다. 자신이 가진 조그만 실력을 지키기 위해 타인을 쓰러뜨릴 궁리만 하는 소인배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는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보다는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려고 노력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7년 동안 17번 우리나라를 찾았다고 합니다. 자신을 정진하고 발전 시키기위해 그는 힘든 여정을 마다하지 않은 것입니다. 

 

 

그리고 그는 김동원 교수를 만나게 되면서 전기를 마련하게 됩니다. 다른 문화를 인정하고 배우려는 사이먼 바커에 매료된 김동원 교수는 김석출옹을 만나게 해주려고 합니다. 비록 우리나라 사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이먼 바커의 마음가짐과 그의 소리에 대한 열정을 이해하고 우리나라의 소리의 본질을 전수해 주기로 마음을 먹는 다는 것 부터 저에게는 참으로 감동적으로 다가오더군요. 그러나 김석출옹이 병환으로 병원에 입원한 것을 알게 된 김동원 교수는 사이먼 바커에게 다른 명인들을 소개 해주어 우리나라의 정서와 감정을 알려주게 됩니다. 다르게 말하면 기교와 기술이 아닌 우리나라 소리의 근원을 알려 주려는 것이지요. 그리고 사이먼 바커는 전혀 새로운 컨셉을 배우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점차 느껴가게 됩니다. 그리고 소원하면 이루어진다고 했던가요?  바커의 소원은 결국 김석출 명인의 별세 3일전에 그를 대면하고 그의 연주를 듣게 됩니다. 다큐이지만 상당히 드라마틱한 것 같습니다. 사실 인생이 드라마의 연속이기는 합니다. 저의 경우만 해도 말이지요. 아직은 블로거에 불과하지만 언젠가는 제가 소원하는 것도 이 다큐를 보고 이루어질수 있다는 희망을 다시 한번 가지게 되었습니다. 정말 간절히 원한다면 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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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다큐멘터리는 다큐 이상의 감동을 전해주고 있더군요. 아름다운 우리네 풍경과 가슴을 울리는 한이 담긴 우리네 소리를 우리도 알기 쉽게 챕터별로 풀어 주었고, 명인들을 보며 그들의 편견없는 시각에 감동하게 되었으니 말이지요. 정말 눈과 귀 모두 감동적인 시간이였습니다. 정말 어떤 마음 가짐으로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을 해 보게 되는 영화 였습니다. 외국인이 만든 다큐를 보면서 '우리 것은 좋은 것이군'이라는 아이러니 섞인 말을 하게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되는 사자왕이였지만 감동과 교훈이 있는 유익한 시간이였습니다. 저는 서슴 없이 이 작품을 권하고 싶어지네요. 우리나라의 또 다른 매력을 외국인의 눈을 통해 발견하게 되시리라 봅니다.

 

from http://blog.naver.com/leonjuhee/150092376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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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킴을 찾아 떠나는 음악 삼만리

 

예전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공익광고 문구가 통용되었던 적이 있었다. 이 문구로 인해 우리 문화의 특색을 알리자는 계기가 만들어졌고, 그만큼 우리 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졌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문화는 점점 사람들의 기억 속에 잊혀 가고 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은 우리의 문화를 책으로만 접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호주의 한 뮤지션이 우리 문화를 찾아 나서는 <땡큐, 마스터 킴>은 한편으로 고마움을, 한편으로는 부끄러움을 느끼게 만드는 영화다.

영화의 시발점은 우연히 듣게 된 장구 연주다. 호주 출신 유명한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는 우연히 장구 연주 음반을 듣고 이에 매료 된다. 그 연주곡은 다름아닌 한국중요무형문화제 82호 김석출 선생의 것. 사이먼은 김석출 선생을 만나기 위해 7년 동안 16차례나 한국을 방문한다. 하지만 그를 만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마지막이 될 지 모르는 17번째 여정을 시작한 사이먼은 운 좋게도 국악인 김동원의 도움을 받는다. 그리고 김석출 선생을 만나러 가는 여정에 한국의 국악 고수들을 만나게 된다.
사이먼 바커는 김석출 선생의 장구음반을 듣고 난 후 한국 음악에 심취한다. 그리고 이 음악의 뿌리를 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영화의 종착역은 사이먼과 김석출 선생의 만남이지만, 활력을 불어 넣는 건 여정 중간 중간에 만나게 되는 국악 고수들이다. 사이먼은 지리산 폭포에서 득음을 위해 수련했던 배일동 명창을 비롯해 다수의 국악인들과 무속 예술인들을 만난다. 고수들은 하나같이 파란눈의 이방인에게 한국 고유의 음악을 이해하기 위해 가져야 할 기(氣)나 음양의 조화 등 기본적인 요소를 알려준다. 특히 영화는 음악으로 교감하는 고수들과 사이먼의 모습을 통해 말이 통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이해하는 진기한 장면을 보여준다.

점진적으로 사이먼은 그들의 가르침을 자신의 연주에 삽입하고, 새로운 형식의 음악을 탄생시킨다. 그는 드럼 대신 징을 치거나 드럼 스틱 대신 장구 채로 연주한다. 또한 흐느적거리며 자신의 느낌을 즉흥적으로 표현해 낸다. 그와 한국을 이어준 국악인 김동원처럼 사이먼도 재즈와 국악을 이어주는 다리가 된다. 더불어 영화도 서양과 동양을 쉽게 오갈 수 있게 만드는 다리가 된다.

하지만 그 다리가 만들어지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더디다. 영화는 언제 끝날지 모르는 판소리처럼, 3일 연속 계속되는 굿판처럼 사이먼의 여정을 꾸준히 따라간다. 이렇듯 지구력을 요하는 영화이지만 신기에 가까운 고수들의 향연은 극적 재미로 손색이 없다. 또한 마지막 사이먼과 김석출 선생의 만남과 이별은 가슴 뭉클한 감동까지 전한다.

글_김한규 기자(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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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문화적 자긍심 느꼈다` <땡큐, 마스터 킴> 

열등감이 해소되는 특별한 시네마톡

 

지난 9월 1일, 로드다큐 <땡큐, 마스터 킴> 영화 주인공들의 특별 시네마톡이 씨너스 이수에서 진행되었다.

이 날 시네마톡에는 감독 엠마 프란츠와 출연자인 호주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 그의 안내자 역할을 해낸 원광디지털대학교 김동원 교수가 함께하여 자리를 빛냈다. 이 자리에서 감독 엠마 프란츠는 "영화의 첫 관객으로 와주어서 감사하다"는 말로 소개를 대신했으며, 사이먼 바커 역시 "최초의 공식 스크린이다. 기쁘다"며 관객들에게 감격의 인사를 표했다. 20분으로 예정되어 있던 시네마톡은 관객들의 열띤 질문 공세에 40분 남짓 진행되었다.

 

 

막연한 열등감이 문화적 자긍심으로

한 관객은 "(한국 문화에 대해) 막연한 열등감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면서 해소되었다. 문화적, 정신적 자긍심을 갖게 되어 자랑스럽다"며 영화에 대한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감독 엠마 프란츠는 음악가인 자신의 직업을 밝히며 "여행하며 느낀 점은 음악이 사람들을 하나로 묶는다는 점"이라며, "사이먼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자신의 생각과 일치되는 점이 많다고 느꼈고 그의 여정을 따라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언급했다.

 

어떤 기준으로 장면을 선택했는지 궁금해 하는 관객의 질문에 감독 엠마 프란츠는 질문에 공감하면서 편집이 오래 걸렸으며, "번역 작업만 9개월이 걸렸다. 인터뷰 정리자료가 600장이 나왔고, 사이먼이 썼던 일기들 역시 100장이 넘었다"며 “많은 음악가들이 다양한 주제로 아름다운 이야기를 해 추려내는 것이 무척 어려웠지만 여행의 의미를 함께 하고 따라가는 것에 중점을 두어 편집에 임했다”고 밝혔다.

 

한국과의 특별한 인연을 밝힌 사이먼 바커는 "한국인은 행운아이다. 2000년 넘는 문화를 사회 안에 갖고 있으며 특히 예술의 형태로 품고 있다"며 “신생국가 호주인으로써 감탄하고 있으며 더불어 이를 지속적으로 되새기려는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고 말해 장내를 숙연하게 했다.

 

한편, 김동원 교수에게 감사를 표한 또 다른 질문자는 동시에 사이먼 바커의 열정에 부러움을 표하면서 "김석출 선생이 사이먼 바커에게 역사적 인물이라면 사이먼 바커는 우리에게 역사적이다"라는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음악을 한마디로 대답해달라"는 인상적인 질문에 대해 감독 엠마 프란츠는 "열정", 사이먼 바커는 "표현"이라고 답했으며, 김동원교수는 "내 꼬라지"라고 답해 좌중의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왜 하필 한국이었나? “세상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독특한 음악이었다”

"아프리카 타악과 같이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른 음악도 있는데 왜 하필 한국이었나"라는 질문에 사이먼 바커는 "아시아권에서의 연주가 많아 이쪽 지역이 편하게 느껴진다"며 "자신의 삶을 반영하는 음악을 바랬는데 이곳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다"고 답했다. 더불어 "한국 음악은 세상을 보는 새로운 철학적 관점의 문을 열어준다"면서 "기술적으로도 장구, 북 등 두개의 채를 갖고 연주하는 건 세상 어느 곳에서도 들어본 적 없다"고 그가 파악한 한국 음악의 독특함을 전해주었다.

 

이날의 시네마톡은 연신 감격에 찬 듯한 관객들이 적극적인 질문을 통해 분위기를 주도해나가는 진귀한 풍경을 자아냈다. 이들의 열의에 보답하듯 주최 측이 준비한 영화 <땡큐, 마스터 킴>을 통해 결성된 한-호 문화교류 프로젝트 그룹 <다오름>의 음악CD는 출연자가 선택한 질문자 3명에게 돌아감으로써 여타 관객들의 부러움을 샀다. 이번 시네마톡을 통해 관객들이 보여준 영화에 대한 관심을 넘어선 감동과 감격은 그동안 이 영화를 기다려온 관객들의 목마름을 확인시켜주기 충분했다.

 

리드미컬 로드다큐 <땡큐, 마스터 킴>은 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 '사이먼 바커'가 한국 무형문화재 82호 '김석출'의 연주에 강하게 이끌린 나머지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마스터 킴'을 찾아 나서는 여정을 담고 있으며, 지난 9월 2일에 전국 14개 극장에서 개봉했다.

 

씨네21 최정은 (인터넷 미디어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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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의 유명 재즈 드러머는 왜 우리 음악에 열광했나?

 

나는 언제나 다큐멘터리는 사실과 객관성 그 이상을 추구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건과 사실, 그리고 객관성이란 결국 다큐멘터리에 있어서는 출발점일 뿐, 도착점은 아니다. 결국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주제의식에 의해 재구성되는 구성된 사실이요, 제한적 객관성일 뿐이다. 관점 혹은 시선의 차이에 의해 동일한 사실과 사건도 달라질 수 있으며, 결국 관객에게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일본 영화 '라쇼문'이 구성된 사실의 예를 극영화 스타일로 잘 보여준다. 만약 같은 사실, 혹은 같은 피사체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여러 감독이 만든다면 '라쇼문'과 같은 현상이 벌어질 것이다.

 

최근 국내에 개봉된 한편의 외국 다큐멘터리가 그런 나의 생각을 더욱 강하게 만들고 있다. <땡큐 마스터킴>(원제: Intangible Asset NO.82, 감독 엠마프란츠. 2010.9.2)'. 이건 과연 한국 다큐멘터리야? 아니야? 모르겠다. 만든 이는 외국 사람들이니 외국 다큐멘터리고 그 안에 나오는 내용은 결국 한국 사람이니 한국 다큐멘터리? 법률 용어로 속지주의, 속인주의가 떠 오르는데 이 경우엔 뭘까? 당연히 외국 다큐멘터리다. 그런데 그 안에 담긴 내용은 우리의 이야기여서 한국 독립 영화를 보는 것 같다.  

 

사이먼 바커라는 호주 유명 재즈 드러머가 우연히 한국의 무형문화재 84호(동해안 별신굿) 전수자 김석출 옹의 연주를 듣고 감동하여, 7년간 한국을 17번이나 방문하고 김석출 옹이 80세가 되던 해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만나기 위해 한국을 찾아 온다.

 

아예 다큐멘터리 제작과 연계해서 오게 되는데 그를 도와주는 김동원씨(원광디지털대학교 전통예술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김석출 옹에게 연락을 취해 놓고 기다리는 동안 그는 한국 전통음악의 또 다른 명인들을 만나게 된다. 그가 만나는 우리 전통 음악의 고수들은 마치 김석출 옹을 만나기 전, 사이먼이 음반 속에서 들었던 우리 음악이 아니라 살아 있는 우리 음악을 알아가는 전초전처럼 그려진다.

 

그리고 결국 김석출옹을 만나지만 그와의 만남은 그리 길지 못하게 끝나 버린다. 자신의 병을 다스리는 굿을 치르는 날, 사이먼을 만나게 되지만 3일 후 김석출옹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카메라는 이 과정을 마치 한 셀레버러티의 기행처럼 담아낸다.

 

아마도 이 영화는 김석출옹과 사이먼 바커의 만남과 그들의 교감을 주제로 기획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란 원래 기획의도대로 촬영되기는 힘든 법, 공교롭게도 공인된 예술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행방을 찾는 것은 쉽지 않았고, 그에게 연락된 이후로도 그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 동안 사이먼이 다른 예인들을 만나게 되는 것은 김석출옹이 사이먼에게 한국 전통음악을 알 수 있는 더 큰 기회를 제공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우리의 전통음악에 대한 인식은 '서구의 그것에 비해 대중적이지 못하고 재미가 없다' 정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국민은 전통음악을 서구형 대중음악에 비해 접할 기회도 많이 차단되어 있다. 방송에서 국악 프로그램이 편성을 잡기 힘들거나, 전통음악 공연이 서구형 대중음악 공연에 비해 공연회수나 관객수가 저조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전통음악이 덜 대단한 것이며, 덜 자랑스러운 것일까? 아니 쉽게 얘기하자. '덜 흥겨운 것일까?' 아마 이 다큐멘터리에서 여정의 주인공인 호주 드러머 사이먼 바커와 감독의 시선에 비친 한국의 전통음악, 혹은 그들이 만난 명인들의 음악과 소리 특히 김석출옹의 음악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그들에게 우리의 음악은 과연 어떤 느낌을 준 것일까?

 

  사이먼 바커는 김석출옹의 연주를 듣고 연거푸 '이런 음악은 처음이야'라고 격찬을 한다. 그의 음악 뿐만 아니라 여정 중에 다른 명인들을 만나면서 한국 전통음악에 대해 더욱 깊은 찬사를 날린다. 왜 한국에서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 외에는 소외 당하고 있는 음악이 사이먼에게 찬사를 연발케 하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왜 우리의 음악에 대해 이다지도 소홀한 것일까?

 

그 원인을 얘기하자면 우리의 식민지 역사와 근대화 과정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고 '그리고, 그리고...' 너무 복잡할 것 같다. 그런 원인은 누군가 논문으로 이야기 할 것이고 나는 다만 한가지만 얘기하고 싶다. 모든 것은 우리의 시선에 달려 있다. 우리 것을 사랑하고자 하면 좋아질 것이요 재미 있을 것이며, 홀대하고자 한다면 재미없고 지루하고 고리타분하게 들릴 것이다.

 

 나는 1996년 막 방송프로그램 연출일을 시작할 때 다큐멘터리 아이템을 찾기 위해 개인적으로 수중에 넣은 6mm캠코더를 들고 여기 저기, 이것 저것을 촬영하러 다녔다. 그때 송파 석촌호수 놀이마당에서 동해안 별신굿의 일종인 세존굿을 벌리고 있던 김석출옹과 그의 무리들을 기록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의 동기는 그 음악과 공연이 너무 좋아서가 아니라 '이것이 우리 전통예술이며, 서구 대중음악과 공연에 밀려 우리의 일상에서 사라진다'는 다분히 도식적이고 흔해빠진 소명감 때문이었다. 굿판의 흥은 이해될 뿐, 느껴지지는 않았다. 그들의 연주 기교는 대단했지만 그 음악이 흥겹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에 다섯살 난 딸아이와 김덕수 사물놀이의 연희 상설무대 '판'을 보러 갔다가 딸애가 너무나 흥겨워 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그래서 그 이후 안성 바우덕이 축제도 딸애를 데리고 갔다. 사실 나도 나이가 들면서, 우리 음악을 접하면 접할수록 '난타'보다 '사물놀이'가 더 흥겹고 친근해지고 있다.

 

그런데 내가 흥겨워 하는 것보다 딸아이는 훨씬 더 흥겨워하고 즐거워했다. 집에서 TV를 잘 보지 않기 때문에 녀석은 또래들이 조금씩 따라 하는 아이돌 혹은 걸그룹의 노래를 잘 모른다. 간혹 흥겨운 리듬이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면 춤을 추는 것은 본 적이 있지만, 실제 공연을 보면서 너무 흥겨워 하는 녀석의 모습은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아직 동요 외에 다양한 음악이나 연주를 접해본 적이 없는 딸애는 그야말로 새롭고 신선한 시선으로 우리 음악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딸애의 반응은 나에게 일어나고 있는 '사물놀이가 좋아지는 현상'을 강화시켜 주고 있는 것 같다.

 

사이먼 바커와 엠마 프란츠 감독은 결국 우리 딸애처럼 새로 접하는 문화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새로운 시선, 신선한 시선을 제공하고 있다. 방송에서 다큐멘터리 소재의 빈곤을 이야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정말일까? 소재의 빈곤이 문제가 아니라 시선의 빈곤이 소재의 빈곤을 느껴지게 한 것은 아닐까? 

 

2010. 9.28 / Ohmynews 박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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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소리를 세계에 알린 파란 눈의 이방인들  

 

동해안 별신굿 음악의 대가인 김석출(1922~2005) 스타일의 타악에 매료된 외국인은 사이먼 바커가 처음이 아니다. 굿판에서 뼈가 좀 굵은 연구가들이라면 사이먼 밀스를 기억할 것이다. 영국 출신으로 피아니스트이자 첼리스트인 밀스는 1997년 런던을 방문한 김석출의 굿장단에 매료되었고, 대학에서 틈틈이 사물놀이를 배웠다. 대학원생 신분이던 2000년 아예 짐을 싸들고 내한해 6개월 이상 체류하면서 김석출에게서 푸너리 장단을 배웠다. 마치 김석출 일행인 듯 동해안 일대의 굿판을 헤집고 다닌 밀스는 별신굿에 대해 상당히 해박했으며, 제마수·청보·쪼시개·덩덕궁이를 줄줄이 설명할 정도로 열정적이었다.

하지만 그런 밀스가 잊힌 것은 바커와는 다른 가치관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클래식 전공을 포기하고 런던 대학원에서 한국음악을 전공하던 재즈 마니아 밀스는 재즈나 다른 음악적 프로세스를 통해 굿음악을 녹여낼 가능성이 많았음에도 그는 그런 작업을 하지 않았다. 영국 전통악기 백파이프에도 뛰어난 소질을 지녔던 밀스는 “전통음악은 그 자리에서 감상할 때 가장 아름다우며, 전통악기 그 자체를 존중할 줄 알아야 음악이 음악다워진다. 음악을 섞는 것은 오만한 짓이다”라고 주장했다. 대신 그는 글로 무속 음악을 기록했고, 이를 영국에 소개했다. 

우리 국악의 매력을 소개하려고 애쓴 외국인은 이 밖에도 많았다. 임방울(1904~1961·판소리 명창)이 타계하자 그를 ‘드물고 유일한 꽃’이라며, 국악 천시 풍조가 강한 한국 사회를 신랄하게 비판한 기고문을 작성한 이는 바로 파란 눈을 가진 미국인 앨런 헤이먼이었다.

미국 컬럼비아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한 헤이먼은 한국전쟁 중 유엔군의 일원으로 참전했다가 임방울 판소리 음반을 듣고는 매료돼 국악에 빠졌다. 1957년 미국으로 일시 귀환했다가 1959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헤이먼은 임방울에게서 판소리를 배웠으며, 시조·민요·기악 등에도 출중한 솜씨를 보였다. ‘국악예술학교 첫 외국인 강사’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는 헤이먼은 이후 명지대·홍익대 영어강사로 있으면서 한국인과 결혼해 해의만(海義滿)이라는 한국식 이름을 갖기도 했다.

헤이먼은 한국 국악사에 길이 남을 이정표 여럿을 세웠다. 미주아시아협회를 통해 국악단의 미국 공연을 주선했고, 그 덕에 1964년 삼천리가무단이 뉴욕 링컨센터에서 역사적인 공연을 하게 되었다. 삼천리가무단의 성공은 아리랑가무단 창설로 이어졌고, 이듬해 아리랑가무단은 구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한국 전통음악의 해외 공연 물꼬를 텄다. 1964년 헤이먼은 영국 에든버러 대학 민속학자 존 리비가 한국을 방문해 김소희·김옥심 등 당대 최고 명창의 소리를 녹음할 수 있도록 주선했다.

한국음악을 널리 알린 푸른 눈의 선각자들 덕에 이제 국악과 서양음악의 합주가 흔해졌다.


판소리를 ‘호머의 서사시 한국판’이라 극찬

CEO이던 게러스 드 브룬은 한국 전통음악의 상품화 가능성을 믿고 이를 실행에 옮긴 이방인이었다. 한국 언론인과의 친분으로 국악을 접한 뒤 특히 정악의 묘음에 매료된 브룬은 아일랜드 클라다 레코드 사장이었으며, 1976년 한국에 체류하면서 황병기·김옥심·안향련·이은관과 교류하고 그들의 소리를 녹음했다.

국악이 변방의 음악에서 세계 무대에 당당히 합류하게 된 데에는 아렌 호바네스 부부의 역할이 컸다. 한국 음악의 흐름을 ‘베토벤 말기 현악4중주곡’에 비유하기도 했던 호바네스는 보스턴 뉴잉글랜드 음악원을 졸업했으며, 록펠러 재단의 후원으로 일본에 체류하면서 동양음악을 연구하던 중에 1963년 한국을 찾게 된다. 피리 명인 김태섭에게서 피리를 사사한 그는 아악에 관심을 보였고, 특히 이주환의 정가를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라고 말했다. 판소리를 ‘호머의 서사시 한국판’이라고 표현하고, 아악을 ‘세계에서 가장 표출적이고 숭엄하면서도 자유스러운 음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가 작곡한 ‘가야금과 서양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곡 제16번’은 국악기와 서양악기를 접목한 첫 외국 작곡가의 작품이다. 그의 부인 역시 김천흥에게 해금을 사사한 피아니스트로 하와이 ‘할라함 무용 연구소장’인 교포 할라함의 무용곡을 작곡하면서 전통음악에 빠져, 남편보다 먼저 한국에 들어와 기악을 배우게 된 것이 결국 아렌 호바네스의 방문과 ‘교향곡 제16번’ 탄생으로 이어진 것이다. 

새 당악 ‘무궁화’와 ‘타령’, ‘영산회상’을 작곡한 루 해리슨 역시 한국과 전통음악을 전세계에 알린 대표 음악가이다. 미국 현대음악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그는 한국방송협회(KBC)에서 제작한 음반 <한국아악>에 매료되었고, 1961년 동남아 방문을 갑작스레 취소하고 한국행을 택했다. 국악원에서 아악을 두 달간 배운 뒤 미국으로 건너가 만든 곡이 ‘무궁화’이다.

수십 년 동안 파란 눈의 이방인들은 한국 전통음악을 인생 전환의 계기로 삼았고, 자신들이 구축한 오리엔털리즘을 극복하며 그 자리를 한국음악으로 채웠다. 그리고 그 음악이 세계의 주류 음악에 편입하기 위해서는 어떠한 방향성을 지향해야 할지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196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이 같은 이방인들의 여정은 잠시 주춤하다가 사이먼 바커를 계기로 다시 활성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조차 등한시하는 전통음악의 참가치를 제대로 향유하는 이방인이 우리 음악을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 연주하고 있다는 그 사실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2010. 9. 8 / 시사 IN / 국악평론가 김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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