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념에 도전한 다큐 <브라보! 재즈라이프>
"여기 한번 빠지면 아편처럼 헤어 나올 수 없어"
희끗희끗한 머리, 절반 이상 빠져버린 치아, 주름이 깊게 팬 얼굴. 재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와는 영 어울리지 않는다. 그런데 그 모습을 하고 무대에 서는 이들이 바로 '한국재즈1세대밴드'이다.
▲ 영화 속에서 후배들 헌정 음반 녹음을 하는 '한국재즈1세대밴드'.
왼쪽부터 이동기(클라리넷), 신관웅(피아노), 최선배(트럼펫), 김수열(색소폰)
1세대 연주자들은 1950년 한국전쟁 뒤 주한미군 부대에서 활동하며 재즈를 배웠다. 대부분 독학으로 재즈음악을 터득했지만 연주할 곳조차 없었다. 재즈는 나이트클럽에서 춤추기 위한 음악, 이른바 '백뮤직'에 불과했다. 어쩌다 클럽에서 연주할 수 있게 돼도, 손님들 취향과 다르다는 이유로 하루 만에 잘리기 일쑤였다. 그 어려웠던 시절을 극복하고 '야누스'라는 이름으로 한국 땅에 재즈음악을 널리 전파한 사람들이 바로 1세대다. 원년 멤버 몇은 이미 세상을 떠났고, 나머지 멤버와 후배들이 그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들의 모습을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만들어져 10월 개봉을 앞두고 있다.
영화는 재즈 평론가이자 음악 프로듀서인 남무성 감독이 연출했다. 남 감독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1세대 연주자들의 음악을 알아주길 바란다고 했다. 감독은 멤버들이 겪는 삶의 애환을 다루기보다 이들의 재즈가 가진 음악적 매력을 전달하는 데 치중했다. 그래서인지 영화 장면마다 깔리는 재즈 선율, 후반부 콘서트에 나오는 이들의 음악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한번 빠지면 아편처럼 헤어질 수 없는 재즈
영화에 주축으로 나오는 1세대 멤버는 대략 9명. 대부분 육칠십대다. 나이가 들다보니 연주가 사실상 어렵다. 영화도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76)씨가 은퇴공연을 하고 낙향한 데서 시작한다. 노환으로 치아가 거의 빠져버려 제대로 트럼펫을 불기도 힘들었다. 경북 봉화 어느 곳에 자리 잡은 그를 찾아간 동료와 얘기를 나누다 그가 슬그머니 악기를 꺼낸다. 그의 트럼펫 연주를 듣던 동료들이 하나둘 자기 악기를 꺼내 소리를 더한다. 영락없는 재즈맨들이다.
한국에서 재즈 이론을 정립한 이판근(68) 선생도 등장한다.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재즈를 가르친 덕분에 그를 거친 걸출한 제자들이 많다. 그런 그의 작업실이 재개발로 철거될 위기에 처해있다. 사뭇 유령 도시처럼 보이는 썰렁한 거리, 그 곳 한 건물에서 이판근 선생은 여전히 재즈를 연구 중이다. 한국에 재즈를 알리기 위해 가사 한글화 작업에 나섰던 그. 지금 그가 사용했던 연습실은 상당한 양의 재즈 자료와 야누스 활동 당시 팜플렛 등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재즈 팬들로부터 '이판근 재즈 박물관'으로 이곳을 남겨두자는 얘기도 나오고 있으나, 현실은 철거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는 스스로를 '아편쟁이'라고 불렀다.
"재즈는 아편처럼 꾐에 넘어가 빠질 수 있는 게 아니지만, 한번 빠지면 아편처럼 헤어 나올 수 없어."
영화에서 감초처럼 등장해 재즈 예찬론을 펼치는 류복성(69)씨는 "요즘 음악하는 젊은 애들에게는 인생이 없다"고 말했다. "우린 재즈, 그 자체가 인생이지."
영화 속에서 그는 재즈 동아리 활동을 하는 대학생들과 포장마차 술집에 둘러앉아 자신의 삶과 음악을 논한다. 백발의 노인이 굵직한 목소리로 재즈를 논하는 모습에 연출은 없다. 실제로 카메라를 앞에 설치한 채 세 시간쯤 술을 마셨고, 술값만 50만원이 나왔다고 한다. '거장'이라고 부르는 학생에게 '거장이 아니라 거지'라고 응수하는 노인의 재치가 빛난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의 열정적인 봉고 연주를 보면 노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힘이 있다. 미군 부대에서 재즈를 배우던 시절, 전국 방방곡곡을 뒤지며 자료를 모아 동료들에게 조달했던 이가 바로 류복성씨. 그 시절에 비해 오늘날은 재즈의 대중화가 이루어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그는 아직도 한국에 재즈 사운드 엔지니어가 없는 것이 안타깝다. 영화 말미, 그는 영화 스태프들에게 말한다.
"한국에서 재즈영화, 누가 보겠어?"
"후배들이여, 외로움만 빼고 다 가져가라"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열정'과 '외로움'이다. 당시 재즈 음악은 가난을 동반했고, 유신시대는 이들을 외면했다. 그럼에도 무대에 선 그들의 얼굴에서는 그간의 쓸쓸한 족적이 보이지 않는다. 영화 기획자들과 후배들이 주축이 되어 1세대 기념 공연을 준비한 '재즈파크'에서, 노인들은 나이가 무색할 만큼 신나게 재즈를 연주한다.
▲ 8월 13일 저녁, 제천음악영화제에서 영화가 끝난 뒤, 출연자들이 관객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왼쪽부터 사회를 본 전진수 프로그래머, 남무성 감독, 신관웅(피아노), 김준(보컬), 이판근(재즈이론가), 류복성(드럼)
한국 재즈의 유일한 남자 보컬리스트 김준(71)씨가 부르는 '마이웨이(My way)'는 '빅밴드' 형식으로 편곡돼 장엄하게 들린다. 그는 1년 6개월 전 위암 수술을 했고 11㎏이 빠졌다. 그럼에도 지금 목소리는 예년과 다르지 않다. 대기실에 앉아 트럼펫 주자 최선배(68)씨가 묻는다. "우리가 언제 이렇게 늙었죠?" 클라리넷을 부는 이동기(72)씨가 해맑은 소년의 미소로 답한다. "늙었다니요, 우린 아직 이렇게 젊은데요."
그밖에도 색소폰의 김수열(69), 보컬의 박성연, 드럼의 임헌수, 피아노의 신관웅이 1세대 밴드를 유지해가고 있다. 신관웅씨는 사실 가끔 등골이 오싹할 때가 있다. 이미 최세진(드럼), 홍덕표(트럼본)씨가 세상을 떠나고 강대환씨가 은퇴한 상태다. 공연을 할 때면 실수도 잦고 소리도 많이 약해진 것이 사실이다. 영화가 좀 더 일찍 만들어졌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는 안타까움을 전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그럼에도 여기 서 있는 것 자체가 멋있지 않냐'고. 새로운 것을 추구하기보다, 그냥 그 모습대로 오래 무대에 서는 것, 그리고 후배들이 한국 재즈를 잘 이어가는 것. 그것이 1세대 밴드의 꿈이다.
그들이 무대에 서는 순간 역사가 된다
"연주의 정점은 음과 음 사이 짧은 정적에 있다."
재즈음악가 텔로니어스 몽크(Thelonious Monk)의 말이다. 영화 속 백미는 이 정적 부분이다. 공연 직전, 대기실에서 일제히 일어나 무대로 향하는 1세대 연주자들. 그들이 무대로 향하기까지 화면은 흑백으로 바뀌고 정적이 흐른다. 시종일관 배경음악으로 깔리던 음악은 들리지 않고, 공연에 임하는 그들만큼 관객도 숨을 죽이게 된다. 그 짧은 정적은 1세대 재즈 인생의 외로운 삶과, 그럼에도 열정 하나로 걸어가야 했던 그들의 숙명을 어렴풋이 설명해주는 듯하다.
"Jazz is not special." 김준씨는 재즈를 이렇게 정의했다. 특별하진 않은데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고. 표현의 다양성과 애드리브가 좋은 음악, 그것이 재즈라고 했다. 류복성씨는 한국에서 재즈를 하는 것은 전투음악을 하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애초 재즈의 불모지였던 한국. 아직도 땅은 여전히 척박하다. "난 아직도 전쟁 중이야."
1세대 연주자들은 지금도 매주 목요일, 홍대 앞 클럽 'Moon glow'에서 공연한다. 누군가 이들을 가리켜 '한국의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이라고 했다. '부에나비스타 소셜 클럽'은 쿠바의 나이 든 재즈음악가들이 만든 밴드로 멤버의 나이가 지금 팔구십 대이다. 재즈는 원래 백인음악과 접촉하면서 생겨난 흑인음악이고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동양의 어르신들'이라고 즐기지 못할 이유가 무엇일까?
그들은 옷차림부터 단지 '보여주려고' 나온 연주자가 아니었다. 청바지와 백바지, 해병대정글복에, 제천장을 보러온 듯한 촌로의 복장에 이르기까지, 그들은 재즈를 즐기려고 나온 관객들과 하등 다를 바가 없었다. 재즈를 즐기며 대중과 함께 한 반세기, 지금도 달리고 있는 그들, '한국 재즈 1세대.' 이 한 문장이 오롯이 그들을 표현한다. 그들의 음악을 들을 때는 이렇게 외치자.
"브라보! 재즈라이프!"
2010. 8.16 / Ohmynews / 이수경(dreamer1109)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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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그 이름에 바쳐진 삶의 흔적들...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O.S.T
- 2010 제천 국제 음악 영화제 본선 경쟁작 부문 – 10월 전국 상영관 개봉 예정
“영화 속 스토리가 현실로 완성된 독특한 사운드 트랙”
한국 재즈 1세대 연주자들에게 한국 최고의 후배 연주자들이 헌정음반을 기획하고 레코딩에 들어간다는 스토리 라인이 고스란히 기록되어 완성된 작품.
한국 재즈 잉태의 주역인 1세대 연주자들과 이정식, 전성식, 웅산, 윈터플레이, 라벤타나, 배장은 등 현재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연주자들이 참여, 연주하고 헌정한 한국 재즈사의 흔적과 진행을 고스란히 담고있는 앨범!
재즈의 생동감을 유감없이 담아낸 1세대 연주자들의 세가지 레코딩 구성과 국내 최정상의 연주자들이 헌정하는 앨범을 포함한 스페셜 2CD로 구성!
재즈의 진정한 매력인 라이브 실황과 정교한 세션으로 구성된 스튜디오 레코딩이 공존하는 작품.
장르 : 음악 다큐멘터리 영화(100분)
각본/ 감독 : 남무성
제작 : 이써씬(Isserscene)
2010년 10월 개봉예정.
발매 : 8월 10일 (화)
Disc. 1 1.Reminiscence(회상) - 이선지(장기호) 2.Valse Primavera - 라벤타나(la Ventana) 3.Blame It on My Youth - 웅산밴드 4.강선생 브루스 - 임인건 5.Farewell - 윈터플레이 6.Festivo - 페루스 7.Yesterday - 웅산밴드 8.After The Love Has Gone - 배장은 9.You Are So Beautiful - 이정식 & 이발차 10.길(the Road) - 전성식 트리오 11.I Loves You Porgy - 배장은 |
Disc. 2 1.My Way - 김준 & 재즈파크 빅밴드 2.Moonglow - 신관웅, 김수열, 이동기 최선배 외 3.류복성의 수사반장 (old Detective) - 류복성 밴드 4.사랑 그리고 쓸쓸함 - 류복성 밴드 5.Corcovado - 김수열, 신관웅, 임헌수, 장응규 6.Polka Dots & The Moonbeam - 김수열, 신관웅 외 7.Whisper Not - 이동기, 김수열, 최선배, 신관웅 외 8.Cherry Pink & Apple Blossom White - 최선배, 이동기, 김수열, 신관웅, 임헌수,장응규 9.All Of Me - 박성연, 신관웅, 김수열, 이동기 외 10.물안개 - 박성연, 신관웅, 김수열, 이동기 외 11.Antonio's Song - 박성연, 신관웅, 이동기 외 12.Isaiah (part 1.) - 강태환, 박제천, 미연 |
한국재즈 1세대 연주자들과 그 후예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은 국내에서 제작된 첫 재즈 영화답게 어떤 음악영화와도 비교할 수 없는 정통 재즈 사운드와 다채로 선율들로 가득 채워졌다.
영화속 주인공들이 펼치는 원숙한 연주는 스윙에서, 비밥, 라틴 등 다양한 스타일로 스탠더드의 고전들을 아우르고 있으며, 영화의 장면들 마다 유려하게 흐르는 신세대 연주자들의 감성어린 창작 넘버들이 더해져 신구세대 간의 멋진 조화를 완성해 냈다.
특히 이 음반은 영화의 스토리 상에서 전개되는 ‘헌정음반’을 그대로 완성하여 출시된다는 점에서 영화가 현실로 이어졌다는 의미를 갖고 있는데, 따라서 영화음악과 헌정음반의 두 가지 몫을 해낸 작품이 되었다.
또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하는 콘서트 씬을 그대로 음반에 수록한 콘서트 실황과 재즈클럽의 현장감을 여과없이 담아낸 클럽 라이브 레코딩이 포함되어 있어 재즈의 참된 매력인 즉흥연주의 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즐길 수 있는 앨범이다.
두 장의 더블 CD로 제작된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사운드 트랙은 크게 신세대 연주자들과 1세대 연주자들의 음악으로 구분되는데, 라이브 녹음과 함께 스튜디오 레코딩에도 심혈을 쏟아부었다.
원로 보컬리스트 김준과 16인조 ‘재즈파크 빅밴드’가 함께한 'My Way' 의 웅장한 사운드를 필두로, 이정식, 임인건, 윈터플레이, 배장은, 라벤타나, 웅산, 이선지, 전성식 등의 후배 연주자들이 참여한 오리지널 스코어와 리메이크의 풍부한 아이디어는 말 그대로 화려하다 할 정도이다.
영화를 위해 작곡, 연주한 피아니스트 임인건의 유머러스한 블루스 넘버 ‘강선생 브루스’는 원로 트럼펫터 강대관 선생에게 헌정된 작품이며, 빛과소금 출신의 베이시스트 장기호가 작곡하고 피아니스트 이선지가 연주한 ‘회상(Reminiscence)’은 영화의 인트로와 박성연의 등장 씬에 절묘하게 사용되었다. 바이얼린 선율이 애잔한 전성식 트리오의 ‘길 위에서’와 현대적인 감각이 물씬한 배장은의 솔로 자작곡 ‘’ 역시 영화를 위한 오리지널 스코어이며, 역동적인 브라스 섹션이 인상적인 라틴넘버
‘Festivo'는 최근 주목받는 신세대 스몰 빅밴드 ’페루스‘의 창작곡으로 콘서트 실황으로 수록되었다.
보컬리스트 웅산의 감성어린 두 곡 ‘Yesterday'와 'Blame It on My Youth'는 이미 발표되었던 곡이었지만 이번 사운드트랙을 위해서 새롭게 스튜디오 레코딩 되었으며, 탱고와 재즈를 접목한 개성있는 팝 재즈 밴드 라벤타나의 ’Valse Primavera‘, 이주한의 고즈넉한 트럼펫 연주가 일품인 윈터플레이의 곡 ’Farewell'은 화의 중요한 장면들을 위해 헌정된 작품들이다.
한국 최고의 톤을 구사하는 테너 색소포니스트 김수열이 연주한 보사노바 넘버 ’Corcovado', 재즈 보컬의 대모 박성연의 ‘물안개’와 ‘All Of Me', 김수열의 테너와 이동기의 클라리넷이 조화를 이룬 애수어린 발라드 ’Polka Dots & The Moonbeam'은 현장감을 살려낸 클럽 라이브 레코딩으로 담아냈으며, 퍼커션 연주자 류복성의 스몰 빅밴드가 연주한 다이내믹 ‘수사반장’ 테마와 영화를 끝으로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피아니스트 고 최장현의 마지막 연주를 들을 수 있는 블루스 비밥넘버 ‘사랑, 그리고 쓸쓸함’은 콘서트 실황으로, 이 사운드트랙에서 놓칠 수 없는 명장면이다.
이 밖에도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재즈 평론가 남무성이 직접 시나리오와 감독을 맡아 완성시킨 영화라는 점에서 다른 어느것과 견주어도 재즈적인 선명도가 살아있는 작품이라 하겠으며, 음악적인 진지함, 대중적인 감각과 아이디어가 균형을 이룬 사운드 트랙 역시 음악팬들에게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귀중한 선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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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천영화제서 세미다큐 ‘브라보 재즈 라이프’ 선보인 남무성씨
“그들은 한국 재즈의 역사입니다”
“지난해 강대관 선생님 은퇴공연 뒤풀이에서 우리 재즈 1세대들이 해마다 한두 분씩 돌아가시는데 더 늦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 말이 씨가 돼 제가 총대를 멨죠.”
재즈 만화가로도 유명한 재즈 평론가 남무성(42·사진)씨가 영화감독이 됐다. 얼결에 벌인 판은 다섯 달 동안의 강행군 끝에 세미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가 되었고 그것은 뜻밖에도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돼 일반에 첫선을 보였다. 13일 제천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영화감독이란 호칭에 쑥스러워했다.
“글과 만화 등으로 재즈를 널리 알려왔는데, 선생님들에 관한 이야기는 영화로 푸는 게 가장 좋다고 생각했어요.”
카메라는 후배들이 신관웅(피아노), 이판근(이론), 박성연, 김준(이상 보컬), 이동기(클라리넷), 김수열(색소폰), 류복성(퍼커션), 강대관, 최선배(이상 트럼펫), 조상국(드럼) 등 재즈 1세대한테 바치는 공연을 기획하고 그것이 성사되기까지 넉 달에 걸친 일정을 따라간다. 철거 직전의 작업실, 은퇴해 머무는 고향집, 한 주 한 차례 공연을 하는 홍대 앞 클럽, 뒤풀이 포장마차 등을 찾아가 인터뷰를 따고 그들의 연주를 반주처럼 곁들여 그들의 외로운 연주인생은 물론 재즈의 ABC부터 한국 재즈사, 소외된 현실까지 총체적으로 보여준다. 한국판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이랄까.
“스무 살 즈음부터 선생님들을 뵈었는데, 이번에 영화를 찍으면서 속속들이 알게 됐어요. 냉정하고 객관적이라며 그분들의 연주에 관해 이러니저러니 평을 했는데, 이제는 그렇게 못할 것 같아요. 그동안 제가 몰랐던 부분, 잘못 알았던 부분이 많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로서도 많이 배우고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였어요.”
남 감독은 “재즈 가수들은 공연이 종종 있지만 연주자들은 티켓을 파는 일인 콘서트를 연 적이 없을뿐더러 독립음반을 내신 분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분들은 재즈맨으로 한평생 살아왔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고 전했다.
“1세대 길옥윤, 박춘석씨 등은 이미 돌아가셨어요. 좀 더 일찍 찍지 그랬느냐는 말씀들을 하시더군요.” 그는 “그분들의 개성이 워낙 강해서 찍기가 힘들었다”면서 아예 누구와는 안 찍겠다면서 빠진 분도 있다고 귀띔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네 팀 정도가 시도했다가 중간에 포기한 적이 있다고 하더군요.”
순전히 영화제작에만 들어간 돈은 1억원이다. 하지만 주변사람들의 물심양면 도움과 몸으로 때운 총각 스태프들의 인건비를 포함하면 비용이 4억~5억원은 될 거라고 했다. 초저예산이지만 제천영화제에서 알아보고 초청해 줘 그는 행복하다고 했다. 날씨가 쌀쌀해지면 일반극장에서 개봉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분들의 일거수일투족은 한국재즈의 역사입니다. 영화 중 류복성씨가 ‘재즈영화 누가 보겠어?’라고 말하지만 이 영화가 일반인들한테 재즈를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제천/글ㆍ사진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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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박한 재즈 1세대 그들의 쓸쓸한 족적 ~ ‘브라보! 재즈 라이프’로 감독 데뷔 평론가 남무성
“요즘 일반인들은 그들의 존재조차 모르고 있지만, 그들이 있었기에 이 땅에서도 재즈를 꽃 피울 수 있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그들의 삶을 기록으로 남기고 싶었습니다.”
재즈평론가 남무성(42)이 영화에 도전했다. 음악애호가였다가 재즈에 퐁당 빠져 국내 최초로 재즈전문월간지를 만드는 등 재즈를 업(業) 삼아 살고 있는 그다. 재즈와 록의 역사를 쉽고 재미있게 다룬 만화 ‘재즈 잇 업’과 ‘페인트 잇 록’으로 인기를 끈 만화가이기도 하다. 그가 1년여에 걸쳐 완성한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가 새달 12일 개막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정식 공개된다. 이판근(이론), 박성연, 김준(이상 보컬), 이동기(클라리넷), 김수열(색소폰), 류복성(퍼커션), 강대관, 최선배(이상 트럼펫), 조상국(드럼) 등 국내 재즈 1세대를 만날 수 있는 작품이다. 21일 그가 운영하는 서울 신사동 재즈카페를 찾아갔다.
▲ 한국 재즈 1세대들이 오랜만에 한자리에 모였다. 왼쪽부터 신관웅(피아노), 김수열(색소폰),
최선배(트럼펫), 박성연(보컬), 조상국(드럼), 이동기(클라리넷), 강대관(트럼펫), 김준(보컬)
→국내 최초의 재즈 영화라고 알고 있다. 어떻게 도전하게 됐나.
-지난해 이맘때 국내 첫 재즈 이론가인 이판근 선생님 연구실이 지역 재개발로 철거된다는 뉴스를 접했다. 때마침 치아가 거의 상해 활동이 쉽지 않았던 강대관 선생님이 은퇴 공연을 했다. 뒤풀이에서 1세대들이 해마다 한두 분씩 세상을 뜨는데 더 늦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가 나왔고, 총대를 메게 됐다.
→연출, 시나리오에, 편집, 제작까지 했는데.
-나 혼자 만든 게 아니다. 영화 ‘시’의 촬영부로 일했던 박홍열 기사 등 여러 스태프들이 저예산을 이해해주고 돈보다 작품을 잘해보자며 힘을 모아준 결과다. 예술의전당 사장을 지낸 신홍순 선생님이 마지막 공연 장면 촬영을 위한 장소를 무료로 지원해 주는 등 여러 도움이 있었다. 제작비가 1억원 정도 들었는데, 그러한 도움으로 그나마 줄일 수 있었다.
→브라보! 재즈 라이프는 어떤 영화인가.
-세미 다큐멘터리로 보면 된다. 이곳저곳 흩어져 있는 1세대를 한 분 한 분 만나 소개하고, 그들의 의미를 들려준다. 또 후배 뮤지션들이 공연을 기획하고 헌정 음반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있는 그대로를 찍었는데 자연스럽게 드라마식 스토리 라인이 형성됐다.
→쿠바 원로 뮤지션을 다룬 ‘부에나비스타소셜클럽’을 연상시키는데.
-그 지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다. 알려지지 않은 원로를 찾아 스크린에 세우고, 다큐 형식으로 진행되고 끝에 공연을 통해 이야기하는 점이 비슷하다. 하지만 그 외에는 모두 다르다. 특히 정서 자체가 그렇다. 쿠바 쪽이 정열적이고 화려하다면, 우리는 소박함과 쓸쓸함이 강하다.
→우리 재즈사를 돌아보는 작업에서 무엇을 느꼈나.
-스무 살 즈음 아르바이트로 재즈클럽 DJ를 하며 선생님들을 만났다. 그때 그분들을 카메라에 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지금도 멋쟁이 신사, 숙녀 차림으로 무대에 오르지만, 몇몇은 살림살이가 여의치 않은 분도 있다. 1세대들은 재즈가 돈이 모이는 직업이 아니라고 말한다. 또 재즈는 아무나 할 수 있는 장르가 아니라는 자긍심이 대단하다. 돈 번 것은 없지만 재즈 뮤지션이니까 남부럽지 않다고 한다. 재즈맨으로 한평생 살아왔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제목이 브라보! 재즈 라이프다.
→이번 작품을 통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일부 유학파들 사이에서 원로들을 폄하하는 분위기가 있다. 재즈에 관한 정규 교육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난다긴다하는 유학파들도 그분들의 사운드를 흉내낼 수 없다. 연륜에서 나오는 톤이 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그 나이에 이르지 않고서는 낼 수 없는 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재즈계 후배들도 선배들에 대한 존경심을 갖고 단절을 깨며 화합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이 기대된다.
-영화에 출연하는 연주자만 50명이 넘는다. 이정식, 웅산, 윈터플레이 등 친분이 있는 뮤지션들이 모두 무료 출연했다. OST는 더블 앨범으로 나온다. 한장은 1세대가 연주한다. 원로들 가운데에는 이 앨범이 첫 공식 앨범인 분도 있다. 다른 한장은 후배 뮤지션들의 몫이다. 국내 재즈계 최초의 헌정 앨범이라 의미가 남다르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경쟁 부문에 올랐는데.
-행운이다. 제천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성과인데, 경쟁 부문이라니…. 작품에 대한 소문이 재즈계에 퍼지자 제천 쪽에서 연락이 왔다. 관심있게 봐줘 감사하다. 기왕 이렇게 된 거 해외의 여러 영화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해볼 생각이다.
→재즈는 어렵다는 인상이 짙은데 초보자를 위해 조언을 한다면.
-노래보다 연주 비중이 많아 어렵다는 인식이 있는 것 같다. 어떤 분야든 깊이 들어가면 어렵기 마련이다. 재즈는 처음에만 어렵다. 악기에 대한 관심을 갖고 듣다 보면 어느 날 쉬워진다. 재즈는 같은 재료를 가지고 어떻게 자신만의 레시피를 만드느냐가 중요하다.
글 사진 홍지민기자 icar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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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1세대 음악인 알리고 싶었다" ~ 재즈 다큐멘터리 연출한 남무성 평론가
(제천=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 "한국에서 처음으로 재즈를 하신 분들이 모두 일흔이 넘었죠. 해마다 한 분씩 돌아가셔서 추모회를 할 때마다 제가 사회를 봤어요. 그러다 '이 사람들을 좀 알려야 하지 않겠느냐, 시간이 없다' 이런 얘기가 나와서 영화를 만들게 됐습니다."
이 영화를 연출한 남무성 감독은 재즈 평론가다. 칼럼을 쓰고 책을 내는 게 일이었던 그는 영화를 만들 계획은 없었지만 노장 음악인들을 알리려면 영화가 가장 적합하다는 판단으로 영화를 처음으로 만들었다.
영화제가 열리는 충북 제천 시내의 한 카페에서 최근 만난 남 감독은 영화를 만든 계기가 두가지 있었다고 말했다.
"트럼펫 연주자 강대관 씨가 작년 여름 은퇴 공연을 하고 고향에 가셨어요. 공연 뒤풀이 자리에서 1세대 분들을 알려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죠. 재즈 이론을 가르친 이판근 선생의 연구실이 은평구 기자촌에 있는데 그 건물이 철거될 위기라는 뉴스를 본 것도 계기가 됐어요."
영화는 동료 연주자들이 고향에 사는 강대관 씨를 찾아가면서 시작된다. 주인공인 1세대 음악인 8명의 이야기가 차례차례 펼쳐지며 이들이 무대에 올라 '마이 웨이'를 함께 연주하면서 끝이 난다.
남 감독은 "재즈와 다큐멘터리가 지루할 수 있지만, 최대한 지루하지 않게 찍었다"면서 "내레이션을 자제하고 극 중에서 자연스럽게 설명이 되도록 했다. 예컨대 류복성 씨는 젊은 아이들하고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면서 대화하는데 카메라 고정해놓고 찍은 얘기 중에서 골라서 썼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입에서 나오는 얘기는 말 그대로 한국 재즈의 역사다. 노장들은 세월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숙성한 연주로 가슴을 울린다. 원로 음악인이 무대에 오르는 내용은 빔 벤더스 감독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을 떠올리게 한다.
노장 음악인들은 옛 일화도 많이 들려준다. 퍼커션과 드럼을 치는 류복성 씨가 기인들이 나오는 '묘기대행진'이라는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봉고를 연주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도 있다.
남 감독은 한국에서 순수하게 재즈만 한 1세대 음악인들은 1960년대에 처음 등장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은 주한미군 부대의 무대에서 재즈를 배웠다고 한다. 1978년 국내 최초의 재즈클럽인 야누스가 생기면서 매달 재즈음악회가 열렸고 이는 200차례를 넘겨 계속됐다.
남 감독은 1세대 재즈인들에 대해 "한국 대중들에게 최초로 재즈를 알렸으며 많은 젊은 후배 뮤지션을 길러냈다"고 평가하면서 "김광민, '빛과 소금', 정원영, '봄여름가을겨울' 등도 전부 이판근 선생의 제자"라고 했다.
그는 "이런 장인들이 있다는 것을 관객들이 알아주셨으면 한다"면서 "제목을 '브라보, 재즈 라이프'라고 한 것은 이분들이 후회하지 않기 때문이다. 콘서트 보듯이 영화를 보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에 출연한 1세대 음악인들은 지금도 피아니스트 신관웅씨가 홍대앞에서 운영하는 재즈클럽 '문 글로우'에서 매주 목요일마다 무대에 오른다고 한다.
재즈라고 하면 다른 장르와 비교해 '어려운 음악'이라는 인식이 많다. 재즈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음악이 있는지 물어봤다.
그는 "아무래도 사람들은 육성에 친숙한데 재즈는 노래보다 연주 비중이 높아서 다른 음악처럼 쉽게 들어오지 않는다. 처음에는 어려워 인내가 필요하다"면서 "'스탠더드'라고 하는 알려진 곡부터 듣는 것이 좋다"고 추천했다.
"재즈는 사실 가까운 클럽에서 볼 수 있는 장르입니다. 클럽은 따로 입장료를 받는 것도 아니고 관심만 있으면 음료를 마시면서 볼 수 있어요. 특별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거나 담배를 많이 피우는 어두운 곳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실제로 소극장 가는 것과 다르지 않아요."
남무성 감독은 1998년 국내 최초의 재즈전문지를 창간한 것으로 잘 알려졌다. 직접 그림까지 그린 '만화로 보는 재즈의 역사-재즈 잇 업'이란 책을 3권까지 냈으며 지난해에는 록의 역사를 담은 '페인트 잇 록' 1권을 출간해 인기를 끌었다.
그는 "영화를 다시 만들 생각은 없다"면서 "'페인트 잇 록' 2권 작업을 하고 있다. 에세이 형식의 재즈 책과 '만화로 보는 영화의 역사'도 낼 예정"이라고 했다.
kimy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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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 1세대의 묵직한 울림 “다시 한번”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클럽 28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류복성 등 장인의 혼 실린 연주와 선후배들의 듀엣 무대 감동 선물
앙코르 ‘브라보! 재즈 라이프’
빔 벤더스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은 뉴욕 카네기홀 콘서트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평균 80살이 넘는 쿠바 음악인들의 연주와 노래는 적대국 관계인 미국 관객들에게도 크나큰 감동을 안겨줬다. 음반 제작자 라이 쿠더는 영화 속에서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잊혀져 있었지만 살아 있었고, 재능과 지식을 아끼지 않고 즐거운 마음으로 음악에 임했다. 내겐 놀라운 경험이었다. 난 아들에게 말했다. 이런 경험은 일생에 한번 있을 거라고.”
이런 일이 쿠바와 미국에만 있는 건 아니다. ‘한국판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라 부를 만한 공연이 국내에서도 마련된다. 한국 재즈 1세대들이 총출동하는 ‘브라보! 재즈 라이프’ 콘서트가 오는 28일 저녁 8시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다.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인프로덕션과 이써씬픽쳐스가 주관한다. 이는 재즈 1세대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브라보! 재즈 라이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다. 재즈 평론가이면서 이번 영화를 연출·제작한 남무성 감독이 공연 무대도 연출한다.
같은 이름으로 지난해 12월28~29일 서울 엘아이지아트홀에서 열린 첫 공연은 전석 매진된 바 있다. 당시 미처 표를 구하지 못한 이들의 앙코르 공연 요청이 끊임없이 이어지자 이번에 더 큰 무대의 공연을 마련한 것이다. 재즈 1세대들이 이처럼 큰 무대에 함께 서는 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공산이 크다. 한국 재즈계로선 밴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뉴욕 카네기홀 공연 못지않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공연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뉜다. 1부에선 재즈 2세대 연주자 이정식이 이끄는 18인조 빅밴드 ‘이정식 재즈 오케스트라’와 1세대 연주자들의 어울림을 선보인다. 빅밴드가 전체적인 연주를 뒷받침하는 가운데 1세대 연주자들의 연륜과 철학이 깃든 솔로 연주가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자태를 뽐낸다. 류복성(타악기), 신관웅(피아노), 김수열(색소폰), 최선배(트럼펫), 이동기(클라리넷), 김준(보컬) 등이 장인의 혼을 담은 솔로 연주를 준비하고 있다.
2부에선 ‘브라보! 재즈 라이프 밴드’ 이름으로 1세대 연주자들이 모두 함께 무대에 오른다. 특히 한국 재즈의 대모라 불리는 여성 보컬리스트 박성연과 한국 재즈의 오늘을 대표하는 여성 보컬리스트 말로가 듀엣 무대를 통해 선후배의 아름다운 하모니를 들려준다. 또 무대 뒤 스크린으로 영화의 주요장면을 보여주며 영화의 감동과 공연의 감동이 교차하는 소중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날 공연은 류복성의 봉고 소리로 시작하는 드라마 <수사반장> 주제곡은 물론 ‘모 베터 블루스’, ‘문글로’, ‘테이크 파이브’, ‘왓 어 원더풀 월드’, ‘마이 웨이’, ‘밀양 아리랑’ 등 비교적 익숙한 곡 중심으로 펼쳐져 굳이 재즈 마니아가 아니더라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남무성 감독은 “무대에서의 120여분이 재즈의 역사를 대변하기에는 충분치 못한 시간이겠지만, 한국 재즈의 건재함을 알리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상징적인 무대가 될 것”이라고 공연 취지를 밝혔다.
그는 또 “한국 재즈의 가능성을 있는 그대로 지켜보겠다는 뜻에서 초대권을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며 “표를 사서 들어오는 관객수가 얼마가 됐든 그들의 반응을 지켜보는 것 역시 공연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기록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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