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 사기극의 전모 밝힌 <인사이드 잡>
100만명이 이 영화 보면 '정권교체'됩니다
세계경제를 침체시킨 공공의 적은 미국 금융재벌
"금융 위기는 피할 수 있었던 재난이었다. 게다가 20조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힌 거대한 사기극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아무도 감옥에 가지 않았다.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사태 복구가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것이 우리가 이 영화를 만든 이유다!"
MIT 정치학 박사 출신의 찰스 퍼거슨 감독이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을 제작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며 한 말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를 파탄 낸 두목격인 월 스트리트가 여전히 달러와 권력을 손에 쥐고 세계를 쥐락펴락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로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작품상을 수상한 자리에서 퍼거슨 감독은 다시 월가의 금융재벌과 오바마 정부를 신랄하게 비난했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는 피할 수 있었다'는 <뉴욕 타임스>의 진단을 파고든 <인사이드 잡>은 미국의 유력 언론들로부터 '대국민 경제사기 집단의 전모'(시카고 선 타임즈)를 밝히며, '분노를 안겨주는'(LA 타임스) '충격적 진실'(워싱턴 포스트)과 '폭발적 위력'(인디와이어닷컴)'으로 '어떤 공포 영화보다도 오싹한 경제 호러이며 최고의 걸작'(보스톤 글로브)으로 '반드시 봐야 할 영화'(허핑톤 포스트)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대체 영화의 어떤 내용이 이런 상찬을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요?
전 세계가 20조 달러 이상의 빚더미 위에 올라앉고, 3천만 명이 해고됐으며, 집값과 자산이 대폭락하고, 5천만 명이 극빈자로 전락해 길거리로 나앉은 금융위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걸까요? 영화는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미국민중사>를 저술한 실천적 지식인 고 하워드 진 교수와 친분을 맺으며 세계를 보는 눈을 다듬은 맷 데이먼의 간결한 내레이션으로 입을 엽니다.
▲ 달러더미 위에 서 있는 남자를 통해 월가의 지배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사이드 잡>포스터.
모두 다섯 챕터로 구성된 영화는 퍼거슨 감독이 직접 월가의 금융자본가, 로비스트, 경제학 교수, 정치인 등 '위기의 주범'들을 1대 1로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제1부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부터 제4부 '책임'까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금융위기의 과정을 1980년 초 레이건 정부의 등장부터 시작해 금융위기 직후 월가의 CEO들이 어떻게 막대한 달러를 챙겼는지를 입체적으로 조명합니다.
제5부 '지금 우리는 어디에 있는가'에서는 금융위기 이후 미국사회를 고찰합니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서는 1만 달러 이상의 입학금이 필요하고, 세제개편은 상위 1%의 부자만을 위한 혜택으로 전락하고, 골드만삭스와 모건 스탠리 등이 간부들에게 거액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등 여전히 건재한 월가의 오늘을 추적합니다.
영화는 월가의 금융위기가 1980년대부터 시작된 금융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 및 철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 초점을 맞춥니다. 그 결과 미국의 금융 산업은 공공의 이익을 위한 사회적 공익과는 거리가 멀어졌고, 정치권의 부패를 촉진했으며, 결국 세계경제를 침체시킨 '공공의 적'으로 지목합니다. 그동안 금기시된 영역에 대한 사실의 재구성을 통해 진실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의 결론입니다.
세계 금융위기는 월가와 관료 등이 공모한 '금융 사기극'
▲ 금융위기는 월가와 부시 행정부의 관료 그리고 경제학자 등의 공모로 초래된 글로벌 금융 사기극이었다.
영화의 오프닝 무대는 유럽의 강소국 아이슬란드입니다. 퍼거슨 감독이 아이슬란드를 선택한 이유는 금융규제 완화로 인해 촉발된 위기가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압축적으로 나타난 국가이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유럽 국가 중 가장 먼저 금융위기로 사실상 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아이슬란드는 제조업 등 실물경제의 뒷받침 없이 3대 은행이 민영화되는 등 금융규제를 완화하면서 신자유주의의 품으로 내달립니다. 흥미로운 점은 은행손실만 1천억 달러에 이른 위기 상황에서 이들 은행이 다국적 자본으로부터 빌린 외채가 GDP의 10배가 넘는 데도 미국의 다국적 컨설팅업체인 KPMG가 최고 신용등급인 '트리플 A'(AAA)로 평가했다는 것입니다. 이 대목은 월가의 금융재벌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는 한 국가의 존폐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탐욕'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슬란드 정부와 금융감독원이 위기가 전개되는 와중에도 두 손 놓고 있었다는 대목입니다. 영화는 금융감독원의 임원들이 은행으로 1/3 이상 이직하는 것을 지적하며 부실의 커넥션을 지적합니다. 이것은 마치 이명박 정부의 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의 부실대출과 분식회계 등을 방조해 사태를 키운 것에 비견할 만합니다. 이번 사태를 단순히 부산저축은행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청와대를 비롯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부산지역 정치인 등으로 확대해 전모를 규명해야 합니다.
영화는 아이슬란드의 위기는 고삐가 풀린 금융 산업으로 인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진단합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영화가 2008년 금융위기가 예측 불가능한 사건이 아니라 금융재벌이 전 세계인을 상대로 벌인 사상 초유의 '글로벌 금융 사기극'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이윽고 카메라는 월가로 이동합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의 해설 속에 영화는 레이건 행정부 시절 메릴린치 회장출신으로 부자감세 법안을 추진했던 도널드 리건 재무장관의 금융규제 완화부터 클린턴 재임 시 씨티그룹 회장 출신인 로버트 루빈과 하버드 총장 출신 래리 서머스가 금융 산업 팽창을 진두지휘한 과정을 통해 투자은행 출신 CEO와 학계와 행정부 간에 어떻게 동맹을 맺게 됐는지를 '권력의 회전문' 역사를 통해 증명합니다.
이같은 금융 산업에 대한 무장해제는 조지 소로스의 지적처럼 '대량살상무기'인 부채담보채권(CDO)과 같은 금융파생상품을 등장시킵니다. 그리고 이것은 은행의 담보대출(영화는 이를 '약탈적 대출'이라고 규정한다)의 문턱을 낮추면서 버블을 촉진하는 계기가 됩니다. 이후 월가의 투자은행들이 어떻게 막대한 이익을 챙겼는지 영화는 골드만삭스를 집중 해부하며 그 실체를 폭로합니다.
골드만삭스는 내부적으로는 CDO가 '쓰레기'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국민들에겐 안전하다고 판매하는 한편 이 상품이 망할 것에 대비해 AIG보험에 가입하고 AIG가 부도날 것에 대비해 다시 다른 보험 상품을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스탠다드 앤 푸어스와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도 이들 CDO를 '트리플 A'로 평가하면서 역시 막대한 수익을 나눠 먹는 등 '글로벌 금융 사기극'을 공동 연출했던 것입니다.
범야권, 금융민주화 프로그램 모색 시급하다
▲ 청문회에 소환된 골드만삭스의 CEO는 금융위기를 초래한 책임과 관련해 한사코 기억이 안 난다거나 책임질 일이 전혀 없다는 답변으로 일관한다.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는 비틀거렸지만 월가는 더 많은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리고 감독의 지적처럼 단 한 명의 책임자도 없었습니다. 최근 성폭행 혐의로 수감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가 당시 골드만삭스 회장 출신인 전 재무장관 헨리 폴슨에게 "욕심에 대해 책임을 지자"고 말했다가 "우린 욕심이 많아 어쩔 수 없으니 대신 규제를 막아 달라"고 했다는 일화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엘리엇 스피치 전 뉴욕주 검찰총장이 "정부에게 수사권이 있지만 진범을 잡을까 봐 일부러 수사를 안 했다"는 증언도 이를 반증합니다.
영화는 오염된 학계에 대해서도 질타합니다. 하버드대와 컬럼비아대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이 금융재벌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아 규제완화정책을 입안한 뒤 투자은행 이사로 취임해 왔기 때문입니다. 국가경제보좌관을 지냈던 로라 타이슨 UC버클리 대학 교수가 퇴임 후 모건 스탠리 이사로 자리를 옮긴 것은 단적인 예입니다. 금융재벌에 컨설팅해주고 돈 챙기는 도덕불감증의 아카데미가 금융규제와 개혁에 관해 조언하고 언론을 통해 여론을 주도하는 것만큼 어불성설은 없습니다.
영화는 오바마 정부는 '월가 정부'라고 단호히 규정합니다. 오바마가 해결사로 당선됐음에도 월가의 '주범'들과 배후세력들이 계속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은 오바마 정부의 경제참모들이 대부분 월가의 이익을 대변하는 인물들이기 때문입니다. 루빈의 애제자인 티머스 가이트너가 재무장관에 앉고, 래리 서머스가 경제수석자문을 역임하면서 금융개혁 관련 법안들은 제안조차 못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집 없는 사람들을 위한 텐트촌이 즐비한 플로리다주 들녘을 클로즈업합니다.
오바마가 집권했음에도 권력의 실세는 여전히 월가라는 영화의 경고는 한국 정치에 반면교사로 삼을 만합니다. 현재 범야권은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빅 텐트론과 진보대통합론으로 맞서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2013년 체제'의 내용과 방향은 별로 보이지 않습니다. 즉, 2013년 체제가 금융민주화 등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해법을 탐구하는 등 정권교체에 따른 희망의 대안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함에도 헤게모니 다툼의 잔상만 지루하게 언론에 부각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사회는 삼성을 정점으로 모피아와 조중동, 그리고 검찰이 강고한 커넥션을 이룬 채 대리정권인 한나라당을 통해 지배 권력을 행사해 왔습니다.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신봉하는 이들에게 금융민주화는 관심 밖이며, 사회경제적 양극화는 공정한 경쟁의 결과일 뿐입니다. 따라서 이들과 범야권을 차별화하는 핵심 아젠다는 금융민주화와 보편적 복지라는 쌍두마차로 대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보편적 복지와 함께 금융민주화 프로그램에 대한 범야권의 공통분모가 시급히 모색돼야 할 이유입니다.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2.1연구소 소장은 <인사이드 잡> '관람 전도사'로 나섰습니다. 그는 "100만 명이 (이 영화를) 보면 (정권교체로) 금융민주화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며 명료하게 밝혔습니다. 2012년이 허울뿐인 정권교체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지배 사슬을 끊어 내고 금융민주화부터 시작해 이명박 정부 5년간의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회복시키는 분기점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 강추합니다.
2011.5.20 / Ohmynews 박호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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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인사이드 잡> 안 보고 대권과 정권교체를 말하지 말라
미국·한국 '권력 심장부', 그들은 누구인가
기사입력 2011-05-25 오후 3:27:28
지난 21일 토요일 오후. <인사이드 잡>이란 영화가 상영된 이화여대 아트하우스 모모 극장 안. 곳곳에서 '피식'거리는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기가 막히고 코가 막혀서 나오는 탄성 소리였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지?" 2008년 전 세계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란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그 '진짜 배후'들과 검은 커넥션이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머리가 쭈뼛해지고 부아가 치밀었다.
미국 금융위기는 인재(人災)였으며, 글로벌 금융 사기극이었다. 대통령과 경제부처 관료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감독 실패, 탐욕에 찌든 금융기관, 돈 받고 보고서 써주는 경제학자 등 '신자유주의 기득권 동맹'의 합작품이었다.
그러나 이들 중 누구도 나라 경제를 망친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자신들의 패착과 탐욕으로 수천만 명의 서민들이 직장과 집을 잃고, 노후를 대비해 펀드에 투자했다가 순식간에 깡통이 됐는데도, 단 한 명도 법의 심판을 받지 않았다. 오히려 새 정권에서 핵심 요직으로 영전하거나 거액의 보너스 잔치를 벌였다.
영화는 지난 20~30년 동안 규제 완화와 감세로 축적된 미국의 부를 상위 1%가 거의 독점했고 나머지 99%는 가난해졌다며, 미국은 역사 이래 가장 불평등한 나라가 됐다고 꼬집었다.
▲ '분노하라. 그리고 질문하라. 잘못을 되풀이하지 마라.' 영화 <인사이드 잡> 관람 번개에 참여한 이들은 충격과 여운이 가시지 않은 듯, 속에 담아두었던 얘기들을 쏟아냈다. ⓒ대자보(박진철) |
트위터·페이스북 '영화 번개', 소셜 네트워크 위력 실감
영화가 준 충격과 여운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극장을 가득 메웠던 관람객 중 50여 명은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 커피숍으로 모여들었다.
이날 관람객 중에는 눈에 띄는 사람들이 많았다. 부당한 대량해고에 맞서 싸우고 있는 한진중공업 노동자, 영화 내용과 똑같은 방식으로 직장을 잃었던 쌍용차 노동자와 외환은행 노동자들. 그리고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이 정치인으로선 처음으로 극장을 찾았다. 정 최고위원은 자신의 트위터와 페이스북에다 이날 '영화 관람 번개'를 친 상태였다.
한진중공업의 젊은 노동자는 "한진중공업 사태도 영화 내용과 똑같다"고 말했다. "경영진이 자신들의 무능으로 회사가 어려워지자 노동자들을 대량 해고하면서 책임을 전가하고, 정작 자신들은 고속 승진에 3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겨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분당에서 온 한 주부는 "정치는 잘 몰랐는데, 오늘 영화를 보고 너무 많은 걸 배웠다"며 "집에 가면 옆집 주부들에게 구체적인 예시를 들면서 얘기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은 "2008년 9월 미국 현지에서 금융위기를 목격하고 난 후 개인적으로 굉장한 충격을 받았다"며 "세계화, 무역 자유화, 한미FTA, 금융 자유화, 규제 완화, 민영화, 작은 정부, 큰 시장, 노동 유연화(정리해고) 등 우리가 집권한 지난 10년 동안 어쩔 수 없는 세계 흐름인가 보다 하고 따라 온 '깃발'들에 대한 회한과 반성이 밀려왔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미국이 몰락의 길로 갔던 금융시스템을 그대로 따라하고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지도자 한 사람이 끌고가는 나라가 아니라 국민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상식과 국민 모두가 작은 행복을 담보할 수 있는 경제·사회 시스템으로 대전환을 해야 한다"며 영화의 성공을 기원했다.
▲ 트위터·페이스북을 통해 성사된 <인사이드 잡> 번개와 토크쇼. 노동자, 회사원, 가정주부, 영화사 부사장, 기자, 대학생, 고등학생 등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했다. 소셜 네트워크의 위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대자보(박진철) |
미국과 대한민국 '권력 심장부'를 해부하다
이 영화의 핵심 내용은 미국이라는 나라가 정부 관료-금융기관 경영진-경제학자로 이어지는 강고한 기득권 동맹이 미국 경제의 핵심을 장악한 채 모든 경제정책을 좌지우지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스템이 계속되는 한 미국 사회는 빈부격차·불평등의 오명을 벗어날 수 없고, 제2·제3의 경제위기는 시간 문제일 뿐 필연적으로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경고이다.
▲ 영화 <인사이드 잡> 포스터 |
클린턴 정부의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과 부시 정부의 재무장관 헨리 폴슨은 모두 월가의 대표적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CEO 출신이다. 오바마 정부의 현 재무장관 티모시 가이트너는 루빈의 제자나 다름없는 인물이다. 루빈과 가이트너는 클린턴 정부 시절 파생금융상품 등 금융규제 완화와 자유무역을 주도하며 미 금융위기를 초래한 장본인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로비스트 근절 공언에도 불구하고, 가이트너는 자신의 버서실장으로 '골드만삭스의 로비스트'를 고용했다.
클린턴 민주당 정부나, 부시 공화당 정부나, 오바마 정부나 미국의 경제부처 핵심 인사들은 하나같이 월가 출신이거나 친(親) 월가맨이었다. 당연히 경제노선 또한 별 차이가 없었다. 공화당과 민주당은 선거 때마다 월가 금융기관들로부터 거액의 선거자금을 지원받았다. 결론은 누가 대통령이 되든, 어느 당이 집권하든 미국은 변함 없는 '월스트리트 정부'라는 사실이다.
금융위기 이후 이들이 주도한 구제금융 중 100억 달러가 골드만삭스에 갔다. 미국 국민의 세금 10조원 이상을 금융위기의 핵심 주범인 골드만삭스를 살리는데 쏟아부었다는 얘기다.
골드만삭스는 2007년 금융위기를 초래한 파생상품을 고객들에게 팔면서 자신들은 고객이 손실을 입을 경우에 반대로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연계 투자를 해놨다. 그리고 이 사실을 감쪽같이 숨겼다. 골드만삭스 측은 이미 미국 부동산 시장의 몰락을 예견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결국 고객들은 엄청난 손실을 입었고, 이 파생상품을 만든 당사자는 10억 달러(1조원)라는 엄청난 수익을 챙겨 빠져나갔다. 골드만삭스도 1500만 달러의 수수료 수익을 챙겼다. 이 때문에 골드만삭스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금융사기 혐의로 제소를 당해 결국 5억5000만 달러의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다. 골드만삭스가 금융위기의 주범이란 걸 미 금융당국이 나서서 공인해준 셈이다.
미국은 '월스트리트', 한국은 '삼성·김앤장' 공화국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대통령 이름'만 바뀌었을 뿐, 대한민국 경제부처의 핵심 요직을 장악하고 경제정책을 주무르고 있는 관료들의 면면은 그대로다. 오히려 미국보다 더 심하다.
노 전 대통령을 다 존경해도, 아쉽고 속상한 부분이 있다면 바로 이점이다. 그는 왜 경제부처 핵심 요직들을 이명박 대통령이 저토록 좋아 죽는 사람들만 골라서 앉혔을까. 그나마 진보적, 친서민적 경제관을 갖고 있던 이정우·정태인·이동걸 같은 사람들은 왜 그렇게 빨리 물리쳤을까.
노무현 정부 때 금융감독위원장으로 임명돼 금융규제 완화와 금융허브 정책을 주도했던 윤증현 씨.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영전했고, 여전히 한국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장관, 한미FTA 체결지원위원회 위원장, 국무총리로 승승장구하던 한덕수 씨.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미대사로 발탁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특히 윤증현 장관과 한덕수 주미대사는 공직을 맡지 않는 동안에는 한승수 전 국무총리,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와 마찬가지로 재벌대기업·외국투기자본·금융기관을 주로 대변해 온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고문을 지내며 수억 원의 연봉을 받았다. 퇴직한 고위 공직자가 김앤장의 고문이 되고, 다시 일정한 시간이 지나거나 정권이 바뀌면 총리·장관 등으로 영전하는 '회전문 인사'가 대한민국 공직사회의 불문율처럼 자리잡은 지 오래다. 정권을 넘나들며 특정 인맥이 권력의 핵심 요직을 싹쓸이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으로 잘나갔던 진동수, 김석동 씨는 이명박 정부에서 모두 금융감독기관의 수장인 금융위원장으로 영전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자본시장법 입안과 제정을 주도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지난 2월 6일 "미국 골드만삭스 같은 대형 투자은행(IB)을 반드시 육성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정부관료인가 로비스트인가
노 전 대통령으로부터 통상교섭본부장에 발탁돼 한미FTA 추진과 협상을 주도하며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한국에 이식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던 김현종 씨. 이명박 정부에서도 주UN 대사를 역임하다 2009년 3월 돌연 삼성전자 해외법무 담당 사장으로 옮겨갔다. 그가 누구를 위해 일해왔는가를 짐작케 하는 사건이었다. 그는 첫 사장단 회의에서 "기업의 이익을 지키는 게 국익을 지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삼성이 FTA 관련 가장 영향력 있는 로비스트를 영입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김현종이 프리메이슨 회원일 것"이란 비아냥도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로 김현종을 보좌하다 그 뒤를 이어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승진했던 김종훈씨. 그는 이명박 정부에서도 통상교섭본부장으로 재발탁됐다. 김종훈 본부장은 한-EU FTA와 한미FTA 협상 과정에서 수차례 거짓말·말바꾸기 논란과 번역 오류 사태까지 일으켰지만, 이 정권의 비호 아래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들은 모두 미국 경제관료들과 마찬가지로 규제 완화와 자무유역(FTA)를 신봉하는 신자유주의자들이다. 결국 이명박 정권도 노무현 정부의 금융허브 전략을 이어받아 '미국식 금융신자유주의 고속도로'를 질주하고 있다. 당연히 '미국 따라하기'의 강도는 더욱 거세졌다.
금융위기의 원흉인 부동산 투기를 되살리기 위한 '부동산 투기 방지책'의 전면적 해체, 자신들의 돈벌이 탐욕 때문에 방만한 경영을 하다 금융 부실을 양산한 건설사와 금융기관에 대한 무차별적 국민 혈세(공적자금) 퍼주기, 금산분리 완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자본시장통합법 강행, 한미FTA 비준 등 각종 규제 완화를 통한 재벌대기업과 금융자본가들의 돈벌이 수단 늘려주기로 일관했다. 정말 이러기도 쉽지 않다.
저축은행 사태? <인사드 잡>과 '판박이'
최근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도 영화 <인사이드 잡> 내용과 너무도 '판박이'다.
저축은행의 부실과 영업정지 사태까지 불러온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을 허용해주고, 각종 규제를 풀어준 정부 정책의 고위 책임자가 바로 지난 2006년 재경부 장관이었던 한덕수 주미대사와 당시 금융감독위원장이었던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당시의 경제 관료로서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더군다나 그는 이번 사태 해결 과정에서 말을 바꾸는 바람에 순진한 고객들만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직전 임직원 친인척과 VIP고객에 대한 '특혜인출' 사태가 벌어졌지만, 감독 소홀로 이를 막지 못 했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의 피해자인 한 어르신은 방송에서 금융감독원장을 '금융강도원장'이라고 힐난했다.
이렇듯 저축은행 사태는 미국 금융위기 과정과 너무도 흡사하다. 미 금융기관들이 줄도산한 출발점이 정부 관료의 무분별한 금융규제 완화와 감독 소홀이었고, 이를 이용해 금융기관들이 고수익을 노리고 위험한 파생상품에 고객 돈을 쏟아부었다가 한방에 '훅' 가버린 것과 조금도 차이가 없다. 당시 정책 책임자들이 지금도 경제·금융감독의 핵심 요직을 장악한 채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 또한 미국 정부가 보여준 그대로다.
대통령 백번 바꾸면 뭐 하나?
<인사이드 잡>을 통해 미국이나 한국의 현실에서 공통점으로 나타나는 교훈은 딱 한 가지다. '대통령 백번 바꿔봐야 경제부처 핵심 인사들이 그대로라면, 달라지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이다. 정권 재창출? 정권 교체? 야권 단일정당? 진보 대통합? 경제성장? 복지국가? 그런 걸 말하기 전에 이 영화부터 보시라.
이 영화를 가장 먼저 봐야 할 사람은 정치인이고, 특히 대권을 꿈꾸는 사람들이다. 보편적 복지를 제대로 실현하면서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을 이끌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있는 대권주자라면 더욱 만사를 제쳐놓고 이 영화부터 봐야 한다.
세계의 모든 정치인에게 이 영화만큼 훌륭한 경제 교과서이자 반면 교사도 없다. 경제위기의 여진은 아직도 곳곳에서 계속되고 있고, 더블딥(double dip) 우려도 상존하고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다. 책으로 엮으면 1000페이지가 넘을 분량을 단 100분짜리 영화 한편에 모두 담아냈다. 단 돈 9000원. 이보다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소비도 없을 것이다.
저마다 서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해결해 보겠다며 2012년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들. 그들이 미국과 대한민국의 경제·금융 시스템 속에 가려진 실체를 정확히 꿰뚫고 그 대안과 전략을 철저히 준비하지 한, 누가 청와대에 들어가든 모두 '청와대 하숙생'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가 대선 전에 성장을 말했든 복지를 주장했든, 대한민국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한다고 하는데, 왜 이리 갈수록 살기가 힘들까?" 대한민국 대다수 서민들이 품고 있는 이 의문도 풀리지 않는 숙제로 계속 남을 것이다.
*이글은 <대자보><http://www.jabo.co.kr)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김영국 <대자보> 편집위원
분노하고 질문하라. 잘못을 되풀이하지 마라. <인사이드잡>
“쉽지는 않겠지만… 우리가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2008년 9월,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신청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은 월 스트리스트를 뒤흔들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시작됐고, 3천만명이 해고됐으며 5천만명이 극빈자로 몰락했다. 집을 사기 위해 무리하게 대출받았던 평범한 서민들은 길거리에 나앉았다. <인사이드 잡>은 2008년 경제 위기의 원인이 놀랍게도(혹은 당연하게도) 이미 1980년대부터 조짐을 보이고 있었음을 밝혀낸다.
1930년대 대공황 이후 40년 동안 미국은 단 한번의 경제 위기도 겪지 않았다. 그리고 1980년대 레이건 대통령 시절 은행과 투자자들과 정치계가 적극적인 유착을 시작하면서부터 ‘경제 규제’라는 단어 자체를 아예 꺼낼 수 없는 상황이 도래했다. 2000년대 초반, 각종 신용평가기관과 투자은행들은 이미 리먼 브러더스와 AIG의 위험 상황을 감지했지만 그 사실을 공표하지 않았다. 대신 자회사의 안전을 위해 거액의 보험을 들어둘 뿐이었다. 소로스 펀드 회장 조지 소로스는 냉소했다. “시티은행의 척 프린스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우리는 음악이 멈출 때까지 춤을 춰야 한다. 사실 그가 그 말을 했을 때 음악은 이미 멈춘 상태였다.” 이 광란의 춤을 멈출 수 있었을 저명한 경제학자들은 거대 기업들의 컨설턴트이자 외부 자문가로서 엄청난 돈을 챙기고 있었다. 그들이 위기의 조짐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었던 건 너무 당연하다. 오바마 대통령까지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하다.
제작진의 인터뷰 요청에 응하지 않은 이들은 다음과 같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네번 역임한 ‘경제 대통령’ 앨런 그린스펀,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래리 서머스, 투자은행 골드만 삭스, 신용평가기관 무디스, 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벤 버냉키, 하버드대학과 컬럼비아대학 총장 등. <인사이드 잡>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발언하지 않은 이들은, 왜 그랬을까?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우리는 매일 뉴스에서 개별적인 인터뷰와 위험한 순간들을 목격한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망각하고, 경제의 결들을 통합적으로 이해하지 못한다. 다큐멘터리의 역할은 이 순간 소중해진다. <인사이드 잡>은 지극히 냉정한 말투로, 지난 30년간 미국 경제가 어떻게 경제 마피아 짓거리로 엉망진창이 되었는지 보여준다. 마이클 무어처럼 흥분하지 않아도, 단지 인터뷰와 통계와 팩트의 단정한 열거만으로 우리는 누가 진짜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극단적인 시장경제주의자들과, 한국 경제관료들의 끔찍한 패착에 분노하는 이들과,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왜 점점 가난해지는지 한번이라도 의문을 품어본 적 있는 이들에게 강력 추천한다. 분노하라. <인사이드 잡>은 우리에게 요구한다. 그리고 질문하라. 잘못을 되풀이하지 마라. | |
글: 김용언eon@cine21.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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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일이 아니다!
STAFF 감독ㆍ찰스 퍼거슨 | 촬영ㆍ스베트라나 크벳코, 칼리야니 맘 | 편집ㆍ채드 벡, 애덤 볼트
CAST 앨런 그린스펀, 윌리엄 아크먼, 윌렘 뷰이터, 바니 프랭크
DETAIL 러닝타임ㆍ108분 | 관람등급ㆍ12세 관람가
what’s the story?
2007년 당시 미국 2위의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업체였던 뉴센츄리파이낸셜이 파산 신청한 것을 시작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에 손댔던 미국 굴지의 금융 업체들이 줄줄이 붕괴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침체했을 뿐만 아니라 도미노 현상으로 전 세계 경제가 악화됐다. 그 원인과 책임을 찾기 위해 찰스 퍼거슨 감독이 카메라를 들었다.
PREVIEW
찰스 퍼거슨 감독이 이제 와서 2007년에 일어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책임을 묻는 다큐멘터리를 만든 것은 단순히 지난 일에 대한 잘잘못을 따지기 위해서가 아니다. 경제에 조금이라도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대해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잘 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돈 갚을 능력이 없는 사람에게 앞으로 갖게 될 주택을 담보로 집 살 돈을 대출해 주는 금융 상품)이 문제를 일으킬 것을 뻔히 알고도 자신들의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무분별하게 팔아 치운 금융 업체와 이를 도운 정부와 학계가 바로 그 장본인들이다.
문제는 아직까지 그 사람들 중 단 한 사람도 죄를 인정하지 않았고, 더구나 그들이 벌을 받기는커녕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일어났을 때 떼돈을 챙겼다는 데 있다. 그들은 여전히 권력을 쥐고 떵떵거리며 살고 있다. 찰스 퍼거슨 감독은 영화를 다섯 장으로 나눠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의 배경, 원인, 과정, 책임, 결과를 살핀다. <인사이드 잡>의 목소리는 빠르고 정확하고 간결하다. 경제계 인사들의 인터뷰, 자료 화면, 맷 데이먼의 내레이션으로 이야기를 단출하게 이끌어가는 것부터가 그렇다.
할리우드의 유명 다큐멘터리스트 마이클 무어 감독은 <볼링 포 콜럼바인>(2003) <화씨 9/11>(2004) <식코>(2008) 같은 다큐멘터리에서 미국의 보수층이 저지른 만행을 고발하며 온갖 방법으로 그들을 조롱했다. 그게 어찌나 웃긴지 코미디를 방불케 할 정도였다. 찰스 퍼거슨 감독은 훨씬 깔끔한 방법을 구사한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을 1 대 1로 만나 핵심을 묻는다. 당황한 얼굴로 말을 빙빙 돌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끝까지 차갑게 바라본다. 마지막에 이르러 찰스 퍼거슨 감독의 목소리는 뜨거워진다.
자신의 탐욕을 채우기 위해 국가 경제를 파탄 직전까지 몰고 간 사람들이 여전히 권력을 쥐고 있는 한 제2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언제든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기 위해서다. 그 뜨거운 목소리로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다큐멘터리상을 거머쥐었다. 이게 남의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떠올리는 순간, 가슴이 제대로 뜨거워진다.
2011.5.13 무비위크 장성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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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이 왜 이렇게 쪼들리게 됐나 했더니
- 영화‘인사이드 잡’에 해답이 담겨 있어
[엔터미디어=오동진의 새 영화가이드] 아카데미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작품상이라는 화려한 수식어와는 달리 국내에서는 조용히, 아주 조용히 개봉 상영중인 찰스 퍼거슨 감독의 <인사이드 잡>은 보기가 녹녹한 작품은 아니다. 일단 어렵다. 신문의 경제 지면을 매일 꼼꼼이 챙겨보거나 종합지보다는 경제지를 먼저 집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다큐멘터리가 분석하는 2008년의 미국발 세계 경제위기를 100% 이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사이드 잡>의 포커스는 외형상으론 일단, 미국의 거대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과 최대 보험사 AIG의 몰락이 왜 일어났는지에 맞춰져 있다. 이들이 망함으로써 전 세계적으로 3천만명이 직장을 잃었고 5천만명이 극빈자로 전락했다. 이른바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해 서민들 대다수가 집을 잃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영화는 중간중간, 전문적인 경제학적 지식을 다양하게 펼쳐 놓긴 하지만 굳이 그걸 다 따라 오라고 강요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이 모든 일이 사실은 상위 1%의 탐욕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계속해서 강조한다. 그리고 그 상위 1%는 월가의 금융가들, 백안관을 중심으로 하는 정치가들, 그리고 이들을 도와 혹세무민의 이론들을 설파하는 하버드와 캠브릿지 같은 대학의 경제학자들로 구성돼 있음을 보여준다. 그 정경유착의 밀도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양측간 네트워킹이 정교하게 구축돼 있어 사태가 2008년에야 터진 것이 오히려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다.
다큐멘터리에 따르면 고매한 경제학자라는 사람들 대다수가 이 전대미문의 금융사기극에 있어 단순한 동조자나 공범이 아니라 거의 주역에 가까운 것이었다. 영화는, 미국 경제가 향후에도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음을 보여주고 더 나아가 갖가지 금융 파생상품에 의해 주도되는 미국식 자본주의 혹은 세계 자본주의는 점점 더 끝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다큐멘터리지만 이 영화가 공포영화 장르에 가까울 만큼 전율과 소름이 끼친다고 하는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영화가 전편에 걸쳐 핵심 화두로 삼고 있는 것은 바로 ‘금융규제 완화’다. 그런데 은행을, 자본을 규제하지 않았을 때 어떠한 악행이 벌어지는 가를 낱낱이 목도하게 한다. 자본은 양화일 수 없다. 생태적으로 악화이며 그래서 적절한 통제와 규율이 밑받침 되지 않으면 저 스스로 온갖 만행을 저지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 예컨대 부시 전 대통령 같은 사람들은 대표적으로 금융 규제를 반드시 없애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금 감면도 그가 늘 입에 달고 다녔던 얘기였다. 미국의 경제위기를 일으키고 그걸 전 세계로 이어지게 했으며 그래서 궁극적으로 우리의 삶을 이처럼 팍팍하게 만든 이는 바로 부시와 같은 이기적이고 親자본가적 위정자다.
버락 오바마도 그와 같은 비판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 영화 속 한 인터뷰 대상자가 냉소적으로 내뱉는 말이 인상적이다. 그는 오바마가 당선 전에 반드시 금융개혁을 실현시키겠다고 약속한 것을 애초부터 믿지 않았다며 그 이유에 대해 ‘지금의 미국 정부는 월가의 정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오바마 정부의 경제 부처 혹은 관련 기관에서 일하는 수장들, 예컨대 벤 버냉키 미국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이나 래리 서머스 같은 백안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등은 문제가 됐던 골드만 삭스나 리먼 브라더스, 메릴린치, JP모간 등등에 직간접적인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대부분이 이들 투자은행에 지분을 갖고 있는 고위직들이어서 왜 미국 정부가 그 동안 규제 완화를 소리 높여 외쳐 왔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게 된다.
이 다큐멘터리가 결코 남의 일인 것처럼 절대 느껴지지 않은 것은, 지금 이 땅에 그와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정치인들이 실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 역시 예측 가능한 경제위기 상황을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길로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고 있는 셈이라는 얘기다. 이 다큐멘터리가 개봉 초기부터 알게 모르게 사람들 인구에 회자되며 비교적 뜨거운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영화는 두 가지 지점에서 약간 놀라게 하는데, 다큐멘터리치고 꽤나 블록버스터급이라는 점이 그 하나다. 전세계 경제위기의 현황을 보여주기 위해 아이슬란드부터 중국, 싱가폴 등 비교적 여러 나라를 탐방하고 다닌 것은 기본이다. 불안한 세상을 표현하려는 듯 다큐멘터리치고 유난히 고공촬영, 항공촬영을 감행한 것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 할리우드 스타 맷 데이먼을 캐스팅해 내레이션을 맡긴 것은 이 영화가 저예산 공법으로 소수에게만 보여지고 읽혀지기 보다는 많은 대중들에게 어필하기를 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인사이드 잡>은 <캐러비안의 해적>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포문이 시작된 요즘의 극장가에서 매우 이색적인 작품이다. 영화를 통해 종종 사람들은 정치적으로 학습되고, 경제적으로 교육되며, 사회적으로 조직된다. 영화는 ‘의식화’를 위한 훌륭한 기제이기도 하다. 지금의 삶이 조금이라도 개선되기를 바란다면, 세상의 부가 지금보다는 공평하고 올바르게 분배되기를 원하고, 그것이 후대의 삶에 올바른 역할을 하기를 원한다면, <인사이드 잡>을 봐야 할 것이다. 영화관람이 선택이 아니고 필수가 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인사이드 잡>은 그렇게, 꼭 봐야 되는 작품이다.
칼럼니스트 오동진 ohdji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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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잡’, 금융 민주화로 가는 혁명 / 우석훈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에 지난해 아카데미 다큐상을 받은 영화 <인사이드 잡>이 출품되었다. 왜 오바마가 집권하고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만든 투자은행과 보험사들 문제를 정리하지 못했는가, 그 얘기를 정말 쉽게 다루고 있다. 과연 할리우드다.
지난해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과 했던 어느 토론회에서 나는 많은 주상복합 아파트들이 고점 대비 6분의 1까지 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고, 파주나 동탄 같은 곳, 심지어는 서울 안에서도 슬럼 아파트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떻게 수십억원 하는 주상복합 아파트가 6분의 1까지 떨어질 수 있나? 물론 이미 그런 아파트가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한 얘기였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단 투기 경제가 끝나면 아파트의 운명은 도심지로부터의 거리와 관리비, 딱 두 가지의 함수다. 서울의 95평 주상복합, 그런 건 전세도 나가지 않는다. 파리 13구의 주상복합은 거품 붕괴 후 중국인 등 외국인이 몰려 사는 슬럼촌으로 전락하였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그것도 어렵다. 공조 설비 등 전기를 과다하게 사용하게 설계되어 있어, 50평 이상이면 전기료 100만원 넘기는 건 가뿐하다. 여기에는 서민이나 외국인들도 못 들어가서 산다. 슬럼이 된 주상복합 건물의 경제적 가치는 제로이다.
미국은 화려한 단독주택을 중산층들도 소유하게 되었는데, 결국 집주인도 망하고, 투자은행도 망하고, 보험사까지 망해서, 그냥 방치된 개인 수영장에 모기들이 집단 서식하게 되었다. 100만원 넘는 관리비가 나오는 주상복합 상당수가 슬럼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미국 같은 파생상품이 없어서 그 정도는 아닐 거라는 얘기를 하는 공무원들이 있다. 보자. 우리는 선분양이라는, 완전 순사기 금융 제도를 가지고 있다. 짓지도 않은 걸 먼저 팔아버렸고, 실패할 토건사업에 금융이 끼어들었다. 폭발하면,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몇 배의 파괴력이 있을 것이다.
영화 <인사이드 잡>이 보여주는 세계는, 이 사태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허울뿐인 정권 교체에 관한 것이다. 그때의 금융관료, 은행장 등 이사진, 겨우 몇억원 받고 자문을 해주었던 경제학과 교수들, 모두 행복하게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대선 이후, 폭발 이후,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토건관료, 뱅커들, 모피아, 부동산업자 쪽에 섰던 학자 및 전문가, 실제 슬럼 현상이 벌어져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다. 이걸 바꾸어야 한다.
다음 정권은, 우여곡절 끝에 결국엔 한나라당에서 반엠비 진영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다큐가 보여준 것처럼, 이 아수라장을 만든 토건쟁이들은 결국 아무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고, 담당 장관의 사과도 없을 것이다. 강만수, 윤증현, 도저히 사과할 스타일의 인간들이 아니다. 자, 이제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서 곧 개봉할 영화 <인사이드 잡>을 보자. 이 영화가 관객 100만명을 돌파하면, 우린 그 힘으로 ‘금융 민주화’라는 것을 이룰 수 있다. 정권이 몇 번 바뀌어도 관치금융 뒤에 숨어 사실상 이 꼬라지를 만든 은행의 지배자들, 외환은행 팔아먹고 저축은행에서 장난친 사람들, 그들의 ‘뒷배’를 처리하는 것, 그게 금융 민주화다. 다음 대선에서 우리가 이루어야 할 혁명적 변화, 이걸 위해서 극장에 가자. 금융 민주화를 위한 우리의 혁명은, 그렇게 시작될 것이다. 우리의 대선은 혁명이 되어야 하고, 그 출발은 바로 금융 민주화다. 금융 민주화, 이것 없이는 민주화도 지킬 수 없고, 복지는 시도도 못 한다. 모피아와 정권 뒷배들이 토건질과 금융질로 돈을 다 가져가 버리면, 우린 영원히 가난할 수밖에 없다.
2011.5.11 우석훈 2.1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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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구한 위원회’가 한 일의 실체
지난 13일 그를 ‘미국 역사상 최고의 재무장관’으로 여기는 단체의 초청으로 로버트 루빈이 입국했다. 그 단체에 따르면, <타임>은 1999년 2월 그와 그의 자리를 물려받았던 래리 서머스, 같은 시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을 오래 맡았던 앨런 그린스펀 등 3명을 ‘세계를 구한 위원회’라고 예찬했다.
지금도 국내 독립영화전용관에서 상영중인 찰스 퍼거슨 감독의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잡>을 보면, 이들 3인은 세계를 구한 게 아니라 망친 자들이다. ‘세계를 망친 위원회’의 핵심 멤버 ‘악당 3인방’. 골드만삭스에서 정부 장관으로, 다시 시티그룹으로 돌고 도는 ‘회전문 인사’의 수혜자로, 금융투기 규제 완화에 앞장선 그들이 그 대가로 수천억원을 퇴직금으로, 투자수익으로, 자문료로 긁어모을 때 전세계 수천만명이 일자리에서 쫓겨나고 패가망신했다. 그게 다 각자의 선택과 능력에 따른 결과인데 누구를 한하며 누구를 탓하랴라고 생각하면 절대 안 된다는 걸 <인사이드 잡>은 섬뜩하게 보여준다. 인구 30여만의 부국 아이슬란드가 어떻게 하루아침에 깡통을 차고 자자손손 갚아도 끝이 보이지 않을 엄청난 빚더미 위에 나앉게 되었나. 따지고 보면 허망한 부의 신기루에 눈멀어 더 편한 길을 뒤쫓아간 아이슬란드인들도 결국 공모 혐의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한 국가의 전체 자산조차 불과 몇몇 금융 사기꾼 내지 무책임한 공직자들 농간에 얼마나 쉽게 농락당하고 수천만 국민이 그 고통을 감당해야 하는지 영화는 잘 보여준다.
이건 남의 얘기가 아니다. 1997~8년 이른바 ‘아이엠에프(IMF) 사태’(외환위기) 때 우리 자신이 처절하게 체험했던 일이다. 루빈과 서머스는 그 사태의 집행관이었던 국제통화기금(IMF)을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문제는 한쪽은 구했다고 하고, 다른 쪽은 망쳤다고 하는 ‘세계’가 과연 누구의 세계인가 하는 것이다. <타임>이 얘기하는, 루빈 등 3인방이 구했다는 세계와 <인사이드 잡>이 얘기하는, 그들 3인방이 망쳤다는 세계는 같은 세계가 아니다. 3인방이 구한 것은 월스트리트와 워싱턴 컨센서스가 지배하는 질서의 수혜자들 또는 그 질서를 만들어내고 유지하는 소수자들의 세계다. <인사이드 잡>이 말하는 세계는 바로 그들과 그들이 만든 질서 때문에 파산하고 밑바닥을 기어야 하는 절대다수자들의 세계다. 미국이 조 단위에 육박하는 달러를 국민 세금으로 쏟아부어 되살린 월스트리트 금융업체와 그들이 대표하는 가치와 수혜자들을 세계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겐 3인방은 분명 구세주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세계를 지탱하기 위해 무한경쟁 속에 비정규직마저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수많은 인생들이 바둥거려야 하는 세계에겐 그들은 부도덕한 악당들일 뿐이다. 한국도 다를 게 없다. 아이엠에프 사태 때 금 모으고 세금 모아 살려 놓은 은행과 대기업의 세계와 거기서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노동자와 하청기업들의 세계는 같은 세계가 아니다.
<타임> 얘기는 세계가 하나인 듯 전제하고 있지만, 누리는 자와 당하는 자로 갈가리 찢겨져 있는 현실세계에서 그것은 모순을 은폐하는 말장난일 수 있다. 케이팝(K-POP)조차 그렇다.
한겨레 논설위원 한승동 sdh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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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 ‘인사이드잡’ - 금융위기 공모 커넥션 집요하게 쫓는 카메라
‘쓰레기 금융상품’ 파는 월가,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정부, 위험 경고 않은 학계 ‘공범’
굳이 나뉜 장르가 ‘다큐’라지만, 이 영화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진범을 쫓는 ‘사기범죄 추적극’이라 불러도 좋다. 이러다간 다시 세계경제가 무너질 수 있고, 당신이 길바닥에 나앉을 수 있다는 공포를 몰고오는 ‘호러물’일 수도 있다.
올해 아카데미영화제 다큐멘터리 최우수작품상을 받은 <인사이드잡>은 경제전문가, 미국 관료 출신, 학계, 언론인 등과의 인터뷰와 각종 통계, 도표를 통해 금융위기의 실체를 파헤친다. 부채담보부증권, 신용부도스와프 등의 용어를 알면 좋지만, 몰라도 ‘미국 정부-금융가-신용평가회사-학계’가 얽힌 ‘금융위기 조장 커넥션’을 이해하는 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지난 2008년 미국 월가에서 터진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와 보험회사 에이아이지(AIG)의 파산 등은 세계경제를 휘청이게 만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처럼 보이지만, 영화는 1980년대 미국 레이건 정부 시절부터 시작된 금융규제 완화가 결국 위험천만한 금융파생상품까지 만들어낸 ‘예견된 사고’였다고 말한다. “이런 상품이 쓰레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상품을 팔면서 ‘보너스 돈잔치’를 벌인 리먼브러더스 등 투자은행, 이들의 상품이 안정적이라며 ‘AAA’ 등급을 주고 거액을 챙긴 신용평가기관, 이들을 제대로 감독하지 않은 정부 기관, 금융계 등에 돈 받고 컨설팅을 해주면서 정부에서 한자리 차지하느라 금융규제 완화의 위험성을 경고하지 않은 학계 모두 ‘2008년 9월 파국’의 공범들로 지목한다.
버락 오바마 정부에선 좀 나아질까. 영화는 골드만삭스 등 월가 출신 인사와 금융규제 완화를 부르짖던 관료들이 오바마의 경제자문으로 영입돼 벽을 치고 있는 현실을 꼬집는다. 이대로 상위 1%를 위한 감세 혜택을 둘 것인지, 금융위기에 책임지지 않는 저들의 무신경을 놔둘 것인지 영화는 물으며 “투쟁해 싸울 것이 있다”고 각인시킨다.
그러고 보니 미국만의 얘기는 아닌 것 같다고? 영화의 내용을 그대로 ‘한국적 상황’으로 치환해도 무리가 없다. 매사추세츠 공대 정치학 박사인 찰스 퍼거슨 감독의 날카로운 질문 앞에서 말을 더듬거나 발끈하는 관료와 교수들의 표정을 보는 재미도 있다. 하버드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배우 맷 데이먼이 내레이션을 맡았다. 지난달 19일 개봉해 상영중이다. 한글 자막이 흰색 바탕의 화면에 깔릴 때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 불편함이 있다.
송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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