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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내한공연 뒷담화

by Wood-Stock 2011. 4. 14.

별들의 한반도 상륙작전

‘전설’의 이글스부터 ‘핫’한 엠지엠티까지…음반 재미 못 봐 공연에 ‘올인’

 

한때는 1년에 몇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일이었다. 그나마도 한물간 사람들만 오곤 했다. 해외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 얘기다. 하지만 이제는 엄연히 사정이 다르다. 한달에도 몇번씩, 내한 공연 소식이 전해지고 팬들은 행복한 비명을 지른다. 한국을 찾는 뮤지션들의 층도 다양해졌다. 에릭 클랩턴, 이글스, 산타나 같은 전설적 이름들은 물론이고 마룬5, 코린 베일리 래, 엠지엠티(MGMT)처럼 전성기를 누리는 뮤지션들도 앞다퉈 한국 팬을 만나러 온다. 심지어 애저 레이, 라디오 디파트먼트 같은 마니아 지향성의 뮤지션들마저 이제는 내한 공연을 한다.

 

아이언 메이든

 

한국이 팝의 불모지에서 이웃나라 일본이 크게 부럽지 않은 스타들의 공연처가 된 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음악산업의 주도권 이동 때문이다. 현재 음악산업은 크게 음반과 음원, 공연 산업으로 이뤄진다. 1990년대까지 이를 주도했던 건 음반산업이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음반시장에 불황이 찾아왔고, 그렇다고 음원산업이 이를 대체한 것도 아니었다. 디지털 음원으로 인해 소비자가 음악 자체에 접근하기는 쉬워졌지만 그것이 곧 매출로 이어지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은 건 공연이었다. 엠피3이나 유튜브 등을 통해 음악은 공짜로 듣고,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게 음악 소비의 새로운 형태가 된 것이다. 게다가 공연이란 음원과 달리 복제된 대체재가 존재하지 않는다. 즉, 음악 소비가 듣는 영역에서 보는 영역으로 이전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뮤지션으로서는 공연을 많이 할 수밖에 없다. 자연스럽게 전에는 가지 않았던 나라에서도 공연을 연다.

 

 

 

내한 공연을 유치할 수 있는 국내 기획사들의 역량도 상당히 축적됐다. 뮤지션이 새 앨범을 내면 매니지먼트 회사가 월드 투어 계획을 세운다. 실무를 담당하는 투어 에이전트는 자신들과 선이 닿아 있는 세계 각국의 공연 프로모터들에게 연락을 취해 대략의 일정을 알려주고 관심을 유도한다. 빡빡한 일정과 만만찮은 경비가 소요되는 일이다 보니, 현지 프로모터에게 신용이 있어야 한다. 2000년대 들어 꾸준히 내한 공연과 페스티벌을 유치하고 성공시킨 국내 기획사들이 생겨나면서 한국 시장에 대한 신용도가 높아졌다.

 

MGMT

 

최근 내한 공연은 3~4월에 집중된다. 투어 스케줄 짤 때의 관행 때문이다. 6월은 본격적으로 유럽 록 페스티벌이 시작되는 달이다. 매주 어디에선가 대형 페스티벌이 열리기 시작해서 여름이 끝날 때까지 계속된다. 뮤지션들은 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한편, 영국이나 프랑스 등에서 단독 공연도 연다. 반면 아직 쌀쌀한 3~4월은 유럽 시장의 비수기인지라 이때를 노려 오스트레일리아나 일본을 가게 된다. 역시 큰 시장들이다. 특히 오스트레일리아는 여름과 겨울이 반대인 지역이니 1~2월에 집중적으로 공연을 열게 된다. 오스트레일리아까지 온 김에, 어차피 일본도 가야 하니 아시아 투어를 잡는 것이다. 이번 일본 대지진으로 일본 투어를 취소한 뮤지션들의 내한 공연이 대거 연기된 건, 아직 한국이 일본에 종속적인 시장임을 보여주는 작은 예다.

 

무리해 띄운 몸값, 록스타 내한 막기도

 

인접한 지역에 있는 기획사들끼리 네트워크를 꾸려 투어 에이전트에게 먼저 제안을 하기도 한다. ‘우리가 누구 공연을 하려고 하는데 관심 있어?’라고 제안하면 이에 응하는 국가들끼리 개런티나 공연횟수, 항공편 공유 등의 내용을 협의해서 지역 투어를 짜는 식이다. 일본과 달리 한 국가에서 여러번 공연을 하기 힘든 동아시아 국가들이 연합해서 아시아 투어를 만드는 일이 잦은 편이다.

 

 

에이전트도 호락호락하지는 않다. 에이전트로서는 높은 개런티를 받을수록 좋다. 따라서 지역 기획사들 간의 경쟁을 유발하기도 한다. ㄱ이라는 프로모터가 자국에서 ㄴ밴드의 공연을 유치하고 싶다고 계속 메일을 보내면 확답을 주기 전에 그 지역의 다른 프로모터에게 연락해 값을 올리기도 한다. 기획사들도 음반 판매량, 국내 인지도 등을 고려해 개런티를 책정할 수밖에 없으므로 과다 경쟁으로 흘러가는 경우는 잦지 않지만, 가끔은 그런 일이 벌어져서 턱없이 높은 개런티를 주는 경우도 있다. 그렇게 한번 높아진 몸값은 다시 떨어지지 않기에, 애써 불러왔던 톱스타를 다시는 한국에서 보기 힘들다는 문제도 있다.

 

공연이 확정되면 본격적인 일이 시작된다. 계약서와 함께 딸려 오는 두툼한 ‘라이더’에 맞춰 공연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라이더란 공연의 세부사항에 대한 아티스트 쪽의 요구사항을 적은 문서다. 우선 가장 중시되는 것은 ‘케이터링 라이더’. 대기실에 어떤 음식과 음료, 기타 아티스트의 컨디션을 흐트러뜨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적힌 목록이다. 물과 간단한 다과류 외에 별도의 요구가 없을 때도 있지만, 생수나 와인의 브랜드까지 세세히 열거되기도 한다. 그중에서도 제일 흔한 주의사항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배려. 유달리 채식주의자가 많은 서양인들인지라 대기실에 비치할 음식 중 채식주의자를 위한 메뉴를 포함시켜달라는 요청이 많다. 무대 세팅, 음향, 조명 등에 대한 매뉴얼은 ‘테크니컬 라이더’라고 한다. 정상급 아티스트 중에 의외로 이 테크니컬 라이더가 간단할 때가 있다. 아이언 메이든이나 이글스처럼 자신들이 직접 모든 장비를 갖고 다니는 이들이다. 이럴 때는 무대만 요구에 맞춰 제작하면 되니 상대적으로 수월해진다.

 

 

입국 과정에도 협의는 계속된다. 긴 비행시간 동안 무대의상을 차려입고 날아오는 뮤지션은 거의 없을 터, 그러니 편한 차림으로 입국하곤 한다. ‘일반인’의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어할 뮤지션 역시 거의 없기 마련이니 입국 일정을 비밀에 부쳐야 한다. 그래서 기획사에서는 투어팀을 맞이하러 공항에 나갈 때 투어 매니저의 이름이나 아예 가명을 적은 판을 들고 기다리곤 한다. 이런 비밀유지는 호텔에서도 이어진다. 투숙객 명부에 가명을 기재해 혹시 모를 일을 방지한다. 토토의 경우 내한 당시 멤버들의 실명 대신 로렌스 올리비에, 딘 마틴 같은 유명 배우들의 이름을 써서 보안을 유지했다. 이런 신비주의를 극도로 요구한 이는 밥 딜런. 그의 매니저는 국내 기획사에 “밥 딜런이 한국에 있다는 사실 자체도 알려져서는 안 된다”며 호텔 안에서도 비밀 통로로 다닐 수 있게 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웬만한 호텔에 비밀 통로가 있을 리 없으니, 그냥 일반 통로를 비밀 통로라고 속여서 넘어가긴 했다지만.

 

유럽 공연 시장 비수기, 아시아·태평양에 몰려

 

세계 어디에서나 계약된 일정과 내용대로 진행되는 공연이지만 계약서에 명기하기 힘든 내용이 있다. 연주할 곡목을 정하는 ‘세트리스트’다. 라디오헤드처럼 한 국가 안에서도 공연 때마다 세트리스트를 바꾸는 팀이 있지만 대부분의 아티스트는 새 앨범과 히트곡을 고루 섞어서 미리 정해놓고 큰 변동 없이 세트리스트대로 소화한다. 문제는 그 아티스트가 첫 내한인데, 예정된 세트리스트에 대표적인 히트곡이 없거나 국내에서 특히 인기 있는 노래가 포함되지 않은 경우다. 먼저 한국에서 무슨 노래가 인기 있는지를 물어봐서 공연 때 팬서비스를 하는 쿨한 팀들이 있지만 ‘Before The Dawn’을 해달라는 부탁에 “우리는 그 노래를 어떻게 연주하는지도 모른다”며 거절한 주다스 프리스트도 있다. 한국에서만 유일하게 인기 있었던 옛날 노래였으니 당연한 반응이었을 것이다.

 

지난해 플레이밍 립스의 공연을 주최한 마스터플랜의 이창의 이사는 휴대전화 벨소리를 그들의 히트곡 ‘Race For The Prize’로 바꾼 뒤 그들과 일본에서 미팅을 했다. 밴드의 리더 웨인 코인과 만났을 때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이에 웨인 코인은 웃으며 “어쩌다가 이 노래를 벨소리로 했냐” 물었고, 결국 내한 공연 때 앙코르곡으로 이 노래를 연주했다. 혹시 모를 무례를 범하지 않으면서 센스 있게 팬들이 원하는 노래를 세트리스트에 포함시키는 전략이었다.

 

 

‘떼창’의 메아리 울리는 액정의 바다

예습하고 공연장 가는 한국팬에 내한 스타들 열광

 

‘awsome’ ‘crazy’ ‘f**king’. 내한 공연을 마친 뮤지션들이 자신의 트위터나 공식적인 소감으로 자주 내뱉는 단어들이다. 느낌표가 몇개씩 따라붙는, 물론 칭찬이다. 한국 관객들은 그만큼 해외 뮤지션들을 놀라게 한다. 공연장에서의 열광적인 호응과 반응 때문이다. 오는 5월 두번째 내한 공연을 앞둔 마룬5는 첫 내한 이후 홍콩 티브이와의 인터뷰에서 아시아 투어 최고의 공연을 묻는 질문에 거두절미하고 한국이라고 답했다.

 

»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

 

한국의 공연장에는 뮤지션이 관객에게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게 있다. 노래가 끝날 때마다 우렁찬 함성이 돌아온다. 중요한 히트곡이나 또는 ‘싱얼롱’용으로 애용되는 곡에서는 어김없이 ‘떼창’이 돌아온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아시아 다른 나라에 비해 여성 관객의 비율이 높은 것도 한 이유라는 얘기가 있다.) 한국에만 있는 독특한 공연 문화도 한몫한다. 바로 ‘예습’이다. 공연 관람이 영화 보는 것처럼 일상적인, 즉 음악이 생활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일본 등의 나라와는 달리 한국에서 공연 관람은 아직 이벤트다. 게다가 내한 공연 시장이 활성화된 지도 몇년 되지 않기에 학수고대의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날이면 날마다 오는 내한 공연이 아니니, 비싼 티켓값의 본전을 뽑으려는 심리는 당연하다. 그래서 히트곡 한두 곡 정도가 아니라 공연 때 부를 걸로 예상되는 노래들을 사전에 파악해 익숙함의 정도를 높인다. 공연이 임박하면 한국에 오기 전에 공연했던 나라에서의 세트리스트(공연곡 목록)가 인터넷에 돌아다닌다. 주요 곡의 가사를 외워서 ‘떼창’에 대비하는 건 심화학습이라 할 만하다.

 

» 지난 3월20일 내한한 슬래시

 

 

한국에 어느 정도 규모의 팬클럽이 있는 경우는 일종의 플래시 몹을 준비하기도 한다. 특정 노래의 특정 부분이 연주될 때 팬클럽에서 단체로 무대를 향해 특정한 행동을 하는 것이다. 이 플래시 몹의 효시는 2009년 3월 트래비스 내한 공연. 그들이 ‘Closer’의 후렴을 연주했을 때 객석에서는 일제히 무대를 향해 종이비행기를 날렸다. 이 예상치 못한 ‘일격’에 보컬 프랜 힐리는 잠시 노래를 멈추고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노래가 끝난 뒤엔 “세계 어디서도 보지 못한 것”이라며 “저 비행기 다 집에 가져가겠다”고 이벤트에 화답했다. 이 이벤트가 화제가 되어 같은 해 열린 미카의 내한 공연에서는 ‘We Are Golden’에 맞춰 팬들이 허공에 금색 종이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미카 역시 그 모습을 보며 입이 귀에 걸렸음은 물론이다.

 

한국 객석에서 찾아볼 수 있는 또 하나의 특색은 디지털카메라 액정의 바다다. 뮤지션에 따라 객석의 촬영을 허락하기도 금지하기도 하지만 동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디지털카메라가 급격히 보급된 반면 초상권 등의 개념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상대적으로 공연 관람 기회가 많지 않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연에서는 사방에서 플래시가 터지는 모습을 볼 수도 있다. 이글스 내한 땐, 공연 중반에 이르기까지 무대 조명에 뒤지지 않는 플래시 불빛이 객석에서 뿜어나오기도 했다.

 

국외 뮤지션들이 한국 관객에 감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일본과 비교되기 때문이다. 조금이라도 민폐 끼치는 걸 금기시하는 일본인 특유의 문화는 공연장에서도 드러난다. 싱얼롱의 크기도 한국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낮고, 열광 또한 그렇다.

 

 

 

내한 스타들 포복절도할 무대 밖 뒷이야기들 - 고깃집서 비키니 여인을 보셨나요?

 

 

그해 여름 한 강남 고깃집에는 벽안의 여인이 수영복 차림으로 앉아 있었다. 손에 김치를 들고 죽죽 찢어 먹는 틈틈이 남자친구와 핥고 물고 더듬는 과감함도 잊지 않고 있었다. 그것도 남자친구의 무릎 위에서 벌어졌던 일이다. 누굴까. 전세계에서 이런 기행을 즐길 수 있는 이라면, 레이디 가가 정도 말고 누가 있을까. 2009년 여름, 입국할 때부터 팬티와 망사스타킹 차림이었던 레이디 가가는 고깃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도 역시 일반인의 예상을 넘어서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당시 레이디 가가는 단 한번 정장을 입었다. 서울 봉은사에 갈 땐 웬일인지 무릎까지 내려오는 치마를 입고 나타났다. 물론 그녀 본인의 의사는 아니었다. “절에 갈 때는 차분히 입어야 한다”는 코디의 조언이 아니었다면 봉은사 경내에서 어떤 소동이 일었을지 모른다. 그나마도 절에서 나오자마자 치마는 벗어던져졌다. 과연 스스로를 ‘뮤지션’이 아니라 ‘행위예술가’라 소개하는 그녀답다고 할밖에. 

 

 

홍대 앞 7080 음악에 몸 흔들고 노래방으로

 

해외 팝스타들의 내한 공연이 잦아지고 그들의 무대 밖 뒷이야기들은 호사가들의 관심을 끈다. 레이디 가가처럼 기행을 벌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이미지와 사뭇 다른 행동으로 놀라게 하는 경우도 있다. 공연 외에 일체의 다른 스케줄도 없이 조용히 지내고 가는 이들도 있다.

 

인디 성향이거나 상대적으로 젊은 뮤지션들은 이국의 밤을 마음껏 즐기곤 한다. 서울에서 가장 ‘핫’한 동네를 물어 가는데, 주로 홍대 앞이다. 틴에이지 팬클럽, 플레이밍 립스 등이 내한 당시 홍대 앞에서 늦도록 술자리를 가졌다. 그중 가장 흥청망청 놀았던 이들은 지난 1일 내한했던 엠지엠티(MGMT). 그들의 서울 공연은 첫 내한이기도 했지만 2집 월드 투어의 마지막 일정이기도 했다. 성공리에 공연이 끝나고 설렘과 해방감이 겹친 그 밤, 그들이 향한 곳은 1970~80년대 가요를 틀어주는 홍대 앞 술집 곱창전골이었다. 주말이었으니 일반 손님들도 가득 찼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부어라 마셔라, 그것도 모자라 산울림의 ‘아니 벌써’에 흐느적거리며 춤을 추고 소방차의 ‘어젯밤 이야기’를 어설프게 목청껏 따라 부르기도 했다. 전날도 그곳에서 술을 마셨다고 하니, 한국 가요가 어지간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가야 했기에 대부분의 일행이 숙소로 향했지만 밴드의 보컬 앤드루 밴윈가든은 지칠 줄을 몰랐다. 새벽 5시 무렵, 그는 일행들을 끌고 노래방으로 향했다.

 

내한한 아티스트들은 남는 시간에 주로 관광을 즐긴다. 인사동과 남대문 같은 전통 관광지부터 코엑스몰 같은 호텔과 공연장 근처의 명소들이 일반적인 코스다. 그런 관광지에 출몰했던 팝스타들 중 가장 전설적인 기록을 남긴 건 역시 메탈리카일 것이다. 1998년 첫 내한 공연 당시, 그들이 남대문시장에서 돼지머리를 들고 찍은 사진은 아직까지도 인터넷을 돌아다니는 역사의 현장이다.

 

 

» 1998년 내한해 공연을 마친 메탈리카가 남대문시장을 찾은 모습.

 

서구문화권과 다른 문화가 낳은 해프닝인데, 작년 내한했던 그린 데이에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린 데이의 멤버는 보컬이자 리더인 빌리 조 암스트롱과 마이크 던트(베이스), 트레 쿨(드럼)이다. 빌리 조 암스트롱이 뒤풀이 자리에서도 남들 노는 걸 지켜보면서 흐뭇해하는 타입이라면, 분위기를 주도하는 건 트레 쿨이다. 내한 뒤풀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관계자들과 특이한 한국 음식 이야기를 나누던 트레 쿨이 산낙지 얘기를 들었다. 그는 급격한 관심을 보였고 관계자들은 새벽에 인근 포장마차까지 뛰어가서 산낙지를 사와야 했다. 그는 기어다니는 산낙지를 칼로 잘라서 사진을 찍으면서 즐거워했지만 차마 먹지는 못했다. 그가 영화 <올드보이>를 봤다면 트레 쿨의 기행 목록에 또 하나의 사건이 추가되었으리라.

 

» 지난 3월10일 내한한 헤비메탈 밴드 아이언 메이든. 그들이 타고 온 전세기 앞에 서 있다.

왼쪽부터 에이드리언 스미스, 니코 맥브레인, 브루스 디킨슨, 스티브 해리스, 데이브 머리, 야닉 거스.

 

 

지난 3월10일 전성기에 조금도 뒤지지 않는 파워풀한 공연을 선보이고 간 헤비메탈의 전설 아이언 메이든은 자신들의 로고가 박힌 전세기를 타고 세계를 누빈다. 보컬인 브루스 디킨슨은 심지어 그 비행기를 직접 몰기까지 한다. 그러다 보니 출국할 때도 승객의 일정이 아닌 승무원의 그것에 맞춰 공항으로 향했다. 출국 4시간 전 공항에 도착해 기장 옷과 기장 목걸이를 착용한 뒤 직접 비행기를 점검하는 브루스 디킨슨의 모습에서 전날 무대 위를 뛰고 날아다니던 ‘지상 최강의 생물’다운 위용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전세기이다 보니 당연히 항공권이고 뭐고 없을 터. 그들을 보려고 일본에서 날아온 팬들을 태우고 가기까지 했다. 비록 같은 날 터진 일본 대지진 탓에 나리타가 아닌 나고야에 착륙했고 심지어 공연도 취소됐지만, 선망하는 뮤지션이 모는 비행기에 탑승하는 영광을 누린 일본 팬들에겐 호사와 다마가 교차하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악동 예상 뒤집고 남북문제 관심 갖기도

 

최근 내한한 아티스트들 중 가장 이미지와 다른 모습을 보이고 간 이는 슬래시다. 건스 앤 로지스의 기타리스트로서 1980년대의 대표적인 악동 캐릭터를 기대했건만, 입국부터 출국까지 그는 내내 신사의 모습을 보이고 갔다. 통상 공연팀이 내한할 때 가장 먼저 입국 게이트를 통과하는 건 투어 매니저다. 국내 기획사와 만나서 일행을 통솔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슬래시는 트레이닝복 차림에 모자를 눌러쓰고 자신이 먼저 입국 게이트를 나왔다. 실크햇과 덥수룩한 머리를 트레이드마크로 하고 있으니 관계자가 못 알아보는 것도 당연할 터. “당신이 투어매니저냐”는 질문에 그는 쿨하게 “아임 슬래시”(I’m Slash)라 답하며 “남들이 나를 못 알아보게 하려는 목적을 달성했다”며 기뻐하기까지 했다.

 

일본 투어가 취소된 탓에 일주일간 한국에 머무르는 내내 그는 애초의 기대(?)를 저버렸다. 술·담배는커녕 호텔에 머무르며 하루 세 시간씩 운동을 하고, 다른 시간에는 가져온 미니 스튜디오 장비로 신곡 작업에 몰두했다. 공연 전날 비무장지대(DMZ)에 관광을 다녀온 게 사적인 일정의 전부였다. 그는 비무장지대에 대해 “그렇게 슬픈 공간을 어떻게 관광명소로 만들어놓을 수 있는지 마음이 아팠다”는 소감을 남겼다. 남북문제에 관심 갖기는 스팅도 마찬가지.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불안했던 당시, 그는 “내가 북한에서 공연하면 평화가 이뤄질 것”이라 말하기도 했다.

 

김작가/대중음악평론가 noisepo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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