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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110315 - Eagles 내한공연

by Wood-Stock 2011. 3. 16.

돈 펠더가 빠진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는 어떨까?

 

[유니온프레스=권석정 기자]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이 드디어 내일로 다가왔다.

이글스의 공연 소식은 최근 ‘쏟아지는’ 내한공연 뉴스 중 단연 화제를 모았다. 1995년에 딥 퍼플이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이 정도 열기였을까? 양적인 측면에서 보면 그 이상의 열기일 것이라 짐작된다. 이글스는 록 마니아를 넘어서 올드팝 팬의 가슴에 하나의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는 록 밴드이기 때문이다. 비틀즈, 퀸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글스가 국내에서 폭넓게 사랑받는다는 사실은 좀 의아하다. 이글스는 버즈와 함께 ‘비틀즈에 대한 미국의 대답’이라 일컬어진다. 즉, 그만큼 미국적인 밴드라는 말이다. 이들의 기저에는 미국의 루츠뮤직인 컨트리와 모던포크가 주를 이룬다.

미국인(특히 백인)들이 이글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자신들의 전통음악을 록으로 체화시켰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마이클 잭슨의 <스릴러(Thriller)>보다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 앨범 <데어 그레이티스트 힛츠 1971~1975(Their Greatest Hits 1971~1975)>의 경우 수록곡 대부분이 컨트리다. 이 앨범에는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도 실려 있지 않다.


 

ⓒ CJ E&M


반면 한국인들이 이글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호텔 캘리포니아’, ‘데스페라도(Desperado)’, ‘새드 카페(Sad Cafe)’,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와 같은 非 컨트리 곡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촌스러운 카우보이 음악인 컨트리가 디스코그래피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밴드가 국내에서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물론 국내에도 컨트리가 사랑받던 시절이 있었다. 중년 음악팬들에게 추억의 가수로 남아있는 ‘새드 무비(Sad Movie)’의 주인공 수 톰슨을 비롯해 페티 페이지, 돈 깁슨 모두가 전형적인 컨트리 가수다. 국내 컨트리 가수들도 한 때 큰 인기를 누렸다. 국내에는 60년대 미8군쇼에 웨스턴 주빌리라는 컨트리 쇼단이 생겼고 여기 리드 싱어가 바로 서수남이었다. 서수남·하청일의 ‘팔도유람’, ‘동물농장’이 모두 한국인이 사랑한 대표적인 컨트리 음악이다.

사실 이글스의 팬들이 이글스를 사랑하는 이유는 컨트리 때문도 ‘호텔 캘리포니아’ 때문도 아니다. 이글스가 사랑받는 이유는 앨범 전반에 흐르는 정겨운 멜로디와 아름다운 화음 때문이다. 무엇 하나 모나지 않는 멜로디, 전원이 메인보컬이라 할 만한 멤버들의 아름다운 하모니, 그리고 깔끔한 연주가 바로 이글스의 음악을 특별하게 해주는 원동력이다. 이글스에게는 ‘호텔 캘리포니아’와 같은 심오함뿐 아니라 서수남·하청일과 같은 친근함이 있으며 세시봉과 같은 보편적인 서정성이 존재한다.

<Eagles>이글스의 창단 멤버인 돈 헨리, 글렌 프라이, 랜디 마이즈너, 버니 리든은 1971년 린다 론스태드의 백밴드에서 만났다. 린다 론스태드와 투어를 돌고 그녀의 3집 <린다 론스태드(Linda Ronstadt)>를 녹음한 이들은 같은 해 이글스를 결성한다. 초기 이글스의 작업에는 70년대 미국의 대표적인 싱어송라이터들로 꼽히는 잭슨 브라운과 J. D. 사우더가 참여했다.

1972년에 나온 1집 <이글스(Eagles)>의 첫 싱글이자 이들의 존재를 미국에 알린 ‘테이크 잇 이지’는 바로 잭슨 브라운과 글렌 프라이에 의해 만들어졌다. 이글스는 세션연주자 출신들이 의기투합한 밴드답게 깔끔한 연주를 들려줬다. 이 앨범에는 ‘모스트 오브 어스 아 새드(Most Of Us Are Sad)’, ‘피스풀 이지 필링(Peaceful Easy Feeling)’과 같은 아름다운 컨트리 팝이 담겼다.

<Desperado>이글스의 컨트리 노선은 1973년에 발표된 2집 <데스페라도>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이 앨범에서는 ‘데킬라 선라이즈(Tequila Sunrise)’와 ‘아웃로우 맨(Outlaw Man)’과 같은 전형적인 컨트리 곡들이 인기를 얻었다.

우리나라에서 특히 사랑받은 ‘데스페라도’는 싱글로 발표되지 않았고, 여타 컨트리 곡에 비해 특별한 사랑을 받지는 않았다. 이러한 모습이 바로 미국인들과 우리 정서의 차이점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데스페라도’는 미국보다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특히 사랑을 받았다. 조지 마이클, 웨스트라이프 등이 라이브에서 이 곡을 커버하기도 했다.

<On The Border>3집 <온 더 보더(On The Border)> 전까지 이글스는 전형적인 컨트리 밴드였다. 기타리스트 돈 펠더가 함께 한 3집부터 이글스의 음악에는 록과 팝 성향이 가미되기 시작했다.

실질적으로 돈 펠더는 첫 싱글인 ‘얼레디 곤(Already Gone)’과 ‘굿 데이 인 헬(Good Day In Hell)’ 두 곡에만 참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굿 데이 인 헬’에서의 슬라이드 기타는 강렬한 에너지를 전한다. 이 앨범에는 국내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가 담겼다. 이 노래는 이글스 최초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곡이기도 하다.

<One Of These Nights>이글스가 미국에서 눈에 띄는 인기를 얻게 된 것은 4집인 <원 오브 디즈 나잇(One Of These Night)>때부터였다. 이 앨범에서 이글스는 ‘원 오브 디즈 나잇’, ‘라잉 아이즈(Lyin' Eyes)’, ‘(테이크 잇 투 더 리미트)Take It To The Limit’ 등 세 곡의 탑 10 히트곡을 낸다.

이 앨범 이후 이글스는 히트곡을 모아 <데어 그레이티스트 힛츠 1971~1975>을 내놓는다. 이 앨범은 미국에서만 2천 9백만 장이 팔리는 전대미문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제임스 갱 출신의 뜨거운 로커 조 월시가 가세하면서 이글스는 한 단계 거듭나게 된다. 드디어 다섯 명의 진용을 갖춘 이들은 록 역사에 명반으로 남은 <호텔 캘리포니아>를 녹음하게 된다. 이 앨범은 70년대를 대표하는 앨범으로 꼽히지만 같은 해 플릿우드 맥이 내놓은 <루머스(Rumors)> 때문에 그래미상을 놓치기도 했다. 앨범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는 이들의 전작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실로 다양한 음악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 돈 펠더, 돈 헨리와 함께 이 곡을 만든 글렌 프라이는 “레게, 로큰롤, 멕시칸, 스패니시, 라틴 등을 섞어 재미있는 조합으로 흥미로운 음악을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Hotel California>역시 이 곡의 백미는 조 월시와 돈 펠더의 기타 솔로 듀엣이다. 조 월시는 “두 기타 사이의 대화  마치 둘이 경쟁하듯 저돌적인 에너지를 담고 서로를 향해 달려가다가 끝부분에서는 하나로 합쳐지는 형식”이라며 “두 명 모두 연주에 몰입했던 덕에 이 부분이 잘 표현됐다”고 이야기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번 내한공연에는 돈 펠더가 오지 않기에 둘의 불꽃 튀는 연주를 볼 수 없다. 이 앨범에는 ‘호텔 캘리포니아’뿐 아니라 ‘뉴 키드 인 타운(New Kid In Town)’, ‘웨이스티드 타임(Wasted Time)’, ‘프리티 메이즈 올 인 로우(Pretty Maids All In A Row)’, ‘더 라스트 리조트(The Last Resort)’ 등 주옥과 같은 곡들이 담겼다.

<The Long Run>컨트리록 밴드 포코 출신의 티모시 B. 슈미트가 가입한 후 이글스는 <더 롱 런(The Long Run)>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들은 롱런하지 못한다. <호텔 캘리포니아>로 전성기를 구가한 이글스의 각 멤버들은 <더 롱 런> 이후 솔로 활동에 치중하게 되고 해체에 이른다.

이글스는 단 6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편집앨범을 중심으로 미국 내에서 비틀즈, 엘비스 프레슬리, 가스 브룩스, 레드 제플린에 이어 가장 많은 앨범을 판매한 밴드가 됐다.

<Long Road Out Of Eden>이번 이글스의 공연이 특히 기대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2007년 새 앨범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때문이다. 이들은 무려 28년만의 신작인 이 앨범에서 어김없이 탁월한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 멤버들의 목소리는 과거와 별반 다르지 않고 화음 역시 여전하다.

멤버들이 각자 현역으로 활동해왔기에 감각을 유지하는 것은 이상할 것이 없지만 탁월한 조화를 들려주고 있다는 점은 놀랍다. 즉, 이번 공연에서 한국 관객들은 30~40년 동안 사랑받아온 노래들을 현역 밴드 이글스의 공력으로 만나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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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깊이와 강렬한 록 스피릿..이글스

환상적인 음악 세계 선사한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웰컴 투 더 호텔 캘리포니아.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 Such a lovely place, such a lovely place.)" 40년 만에 한국을 찾은 미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이글스는 한국 팬들을 환상적인 음악의 세계로 이끌었고 한국 팬들은 이들을 열렬히 환영했다.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은 '호텔 캘리포니아'를 사랑했던 한국 팬들을 다시금 그 추억의 시절로 데려갔다.

이날 공연장을 가득 메운 1만1천여 명의 관객들은 남녀노소 구분이 없었다. 공연장을 자주 찾는 30대 남여 못지않게 40~50대 남성들이 큰 비중을 차지했고 함께 손을 잡고 온 중년의 부부, 10대 자녀와 온 가족이 함께 온 이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저녁 8시 10분께 돈 헨리, 글렌 프라이, 조 월시, 티모시 비 슈미트는 모두 셔츠에 청바지 차림으로 기타를 메고 나타났다. '세븐 브리지스 로드(Seven Bridges Road)'를 합창하는 이들의 목소리는 40년 관록의 화음으로 어우러져 무대를 꽉 채웠다.

이후 한 곡을 더 부른 뒤 글렌 프라이는 열렬히 환호하는 한국 팬들에게 한국말로 인사말을 건넸다.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 서툰 발음으로 밥은 먹었냐고 묻는 그의 말에 객석에선 폭소가 터져나왔다. 이어 그는 영어로 "한국에서 첫 공연을 하게 돼 매우 기쁘다"고 감회를 표현했다.

몇 곡이 끝난 뒤 트럼펫 연주로 분위기가 고조됐고 곧이어 흘러나온 '호텔 캘리포니아'의 도입부 기타 선율에 객석에서는 환호성과 기쁨의 탄식이 동시에 터져나왔다.

이번 공연에 동반한 기타 세션맨(연주자) 스튜어트 스미스와 글렌 프라이가 서로 대화하듯 기타 솔로를 주고받았고 조 월시가 강렬한 연주로 뒤를 받쳐줬다. 전주가 끝나고 돈 헨리가 드럼을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탄산음료처럼 톡 쏘면서 에스프레소 커피처럼 진한 여운을 남기는 그의 목소리는 세월이 흘러 더욱 허스키한 음색으로 곡의 쓸쓸한 느낌을 더했다. 고음 부분에선 목소리가 다소 갈라졌고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동시에 부르기가 다소 벅찬 듯도 했지만, 라이브로 듣는 명곡 '호텔 캘리포니아'에 관객들은 흠뻑 취했다.

간주에서 두 대의 기타가 만들어내는 현란한 선율이 절정에 달했고 뒷 배경 스크린에 비춰진 야자수와 호텔의 이미지는 노래가 갖는 이국적인 느낌을 더해 듣는 이로 하여금 흡사 캘리포니아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들게 했다.

이어진 또 다른 히트곡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는 티모시의 여전한 미성에 감미로운 가사와 멜로디가 더해져 포근하게 객석을 감쌌다.

15분간의 쉬는 시간 뒤 다시 무대에 오른 4명의 멤버와 기타 세션맨은 어쿠스틱 기타 연주로 예닐곱 곡의 서정적인 노래를 연달아 들려줬다.

티모시의 '러브 윌 킵 어스 얼라이브(Love Will Keep Us Alive)'와 돈 헨리의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는 특히 아름다웠다. 돈 헨리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읊조리는 후렴 부분 "오, 스윗 달~링(Oh, sweet darling), 유 겟 오브 마이 러브(You Get Of My Love)"는 귓가에 오래 맴돌았다.

이어 최신작이자 이번 투어공연의 타이틀이기도 한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을 들려줄 때는 거장다운 깊이와 변치 않는 강렬한 록 스피릿이 느껴졌다.

2부 중반에 멤버들은 서로를 장난스럽게 소개하며 끈끈한 우정을 과시했다. 글렌 프라이는 티모시로부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폴짝폴짝 뛰며 귀여운 율동을 보여줬고 조 월시는 코믹한 표정으로 티슈를 곽에서 미친 듯이 뽑아내는 독특한 퍼포먼스로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날 공연에서 이글스는 자신들의 명곡들을 훌륭한 연주로 들려줘 더 알차다는 인상을 줬다. 녹슬지 않은 기타 실력을 과시한 조 월시를 비롯해 주요 부분을 연주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한 기타 세션, 그리고 드럼, 트럼펫, 색소폰 등 동반한 연주자들의 기량도 뛰어났다.

어느덧 3시간이 훌쩍 지나 앙코르곡으로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를 부를 때 관객들은 모두 일어서서 박수를 치며 따라 불렀다. 이어 '데스페라도(Desperado)'를 마지막으로 공연이 모두 끝났을 때 관객들은 처음이자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글스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는 사실에 한없이 아쉬워하면서도 혼신을 다해 명품 공연을 선보인 이 거장들에게 열렬한 기립박수를 보냈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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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에 숨죽인 1만 중년 관객…`호텔 캘리포니아`의 추억 속으로…

 

역시 이글스였다. '전설'은 허명이 아니었다. 멤버들은 환갑이 넘었지만 전성기 못지않은 성량과 무대 매너로 1만여 관객의 가슴을 뒤흔들었다. 15일 미국 록그룹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이 열린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1시간 전부터 공연장 주변은 청중으로 북적거렸다. 1970년대 세계 대중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이글스를 보기 위해 양복 차림의 중년 남성들이 끝없이 몰려들었다.


image예정된 공연 시간이 조금 지난 8시10분,객석의 불이 꺼졌다. 동시에 글렌 프라이(기타),돈 헨리(드럼),조 월시(기타),티모시 비 슈미트(베이스) 등 멤버들이 하나 둘 등장했고 무대 조명이 켜지자 공연장은 관객의 환호성으로 떠나갈 듯했다.

첫 곡은 '세븐 브리지스 로드(Seven bridges road)'였다. 멤버 모두의 음성을 들을 수 있는 노래로 첫 인사를 대신한 것.노래가 끝나고 프라이가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서울,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하자 객석은 다시 한번 환호로 뒤덮였다.

금발의 슈미트가 메인 보컬을 맡아 '아이 돈 원 투 히어 애니 모어(I don't want to hear any more)'를 부른 뒤 무대는 갑자기 정적에 싸였다.

 

이어 트럼펫 소리가 애처롭게 흘러나왔다. 익숙하고 아련한 기타 솔로 선율.이글스를 '전설'의 반열에 올린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가 시작되자 객석의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프라이와 월시의 애절한 기타 듀엣에 숨이 멎는 듯했다.

 

뜨거운 반응과 함께 박수갈채가 그치지 않자 이번에는 데뷔 앨범에 담긴 '피스풀 이지 필링(Peaceful easy feeling)'으로 열기를 식혔다. 슈미트가 마이크를 잡은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와 헨리의 '위치 우먼(Witchy woman)',그래미상 수상곡인 '라잉 아이즈(Lyin' eyes)',솔로곡 '더 보이즈 오브 서머(The boys of summer)',월시의 보컬과 기타 솔로가 돋보인 '인 더 시티(In the city)' 등 멤버들 모두 최고의 실력을 선보이며 1부를 마쳤다.

image2부에서는 네 멤버가 나란히 의자에 앉아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최신 앨범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수록곡 '노 모어 워크스 인 더 우드(No more walks in the wood)''웨이팅 인 더 위즈(Waiting in the weeds)''노 모어 클라우디 데이즈(No more cloudy days)' 등 악기보다 보컬이 강조된 노래들을 연달아 불렀다.

이들은 1982년 해체 이후 재결합한 뒤 처음 발매한 음반 수록곡 '러브 윌 킵 어스 얼라이브(Love will keep us alive)'를 포함해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더티 론드리(Dirty laundry)''펑크 49' 등 히트곡으로 무대를 달궜다. 마지막 곡은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래인(Life in the fast lane)'이었다.

 

관객들의 갈채 속에 멤버들이 무대 뒤로 사라지자 청중은 앙코르를 끝없이 외쳐댔다. 2~3분 후 무대로 나온 멤버들은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로키 마운틴 웨이(Rocky mountain way)'와 한국인이 좋아하는 팝송 '데스페라도(Desperado)'로 환호에 보답했다. 3시간에 걸친 열정의 무대였다.

 

이번 콘서트는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 전체적으로 단출했지만 음악 그 자체에 집중한 공연이었다. 최고등급 좌석은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 최고가인 33만원이나 됐지만 티켓 예매 첫날 매진됐다. 1만2000여 전 좌석이 다 팔렸다.

입장권 구입자 중 60%가 40대,30%가 30대였다. 박연섭 씨(53)는 "요즘 아이들이 린킨 파크를 좋아하는 것처럼 우리에겐 이글스가 최고였다"며 "지금이라도 이글스의 노래를 직접 듣게 돼 너무 기쁘고 공연 내내 서서 음악을 즐겼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CJ E&M 측은 20대 중심의 국내 공연시장에서 경제력을 갖춘 7080세대의 맞춤형 콘서트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분석했다. 최성욱 CJ E&M 음악공연사업부장은 "관객들의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단 한번밖에 볼 수 없는 명품 공연'의 가치를 팬들이 인정해준 것 같다"고 말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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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세시봉’ 세대 위로 날다

15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첫 내한 콘서트 열어

1만1000여 관객 대다수가 70년대 이십대를 보낸 세시봉 세대

‘호텔 캘리포니아’, ‘데스페라도’ 등 히트곡에 관객 열광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결성 40주년. 서정적인 멜로디에 냉소적인 가사로 캘리포니아 사막의 호텔을 읆조리던 청년들은 이제 흰 머리카락에 뱃살도 나온 장년이 되어 목과 이마에 주름을 감추지 못하고 이국의 관객들 앞에 섰다.

 

영어 가사 대신 한글 발음으로`온어 닥(크) 데절(트) 하이위에`라고 적어 놓고 통기타 코드에 맞춰 그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던 한국의 청춘들은 이제 `세시봉` 세대라 불리는 이 땅의 중년이 됐다.

 

록 밴드의 살아 있는 전설로 평가받는 미국의 이글스가 결성 40주년을 맞이해 15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1만1000여명의 한국 팬들을 처음 만났다.

 

이들은 한국 팬들이 만들어준 콘서트장 내의 뜨거운 상승기류를 타고 자신들의 히트곡과 신곡을 능수능란하게 선보이며 마음껏 공연을 즐겼다. 콘서트장을 가득 채운 70년대 이십대를 보낸 이른바 세시봉 세대들 역시 이글스의 연주와 노래에 나이를 잊고 온몸을 흔들거나 환호성을 지르며 모처럼 자유롭게 지나간 청춘 속으로 뛰어들었다.

 

돈 헨리(드럼·64)·글렌 프라이(기타·63)·조 월시(기타·64)·티머시 슈밋(베이스·64) 등 이글스의 멤버 네 명이 첫 번째로 팬들에게 선사한 곡은 `세븐 브릿지 로드`(Seven Bridge Road)였다. 이후 멤버들은 한국어로 "식사하셔어요?"라고 물으면서 분위기를 서서히 달궈갔다.

 

초반 여섯 곡 정도가 흐른 뒤 익숙한 선율이 나오자 객석은 크게 술렁거렸다. 이글스와 동의어가 되어버린 이글스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의 전주였기 때문이다. 기타 간주가 끝나고 돈 헨리가 드럼을 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하자 분위기는 최고조에 달했다. 부모들을 따라온 십대 관객들도 이 노래에서만큼은 같이 음을 따라 부르며 몸을 들썩였다. 노래 하나로 세대 간의 격차가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콘서트로서는 이례적으로 중간에 쉬는 시간이 주어지고 2부의 막이 올랐다. 이들은 `러브 윌 킵 어스 얼라이브`(Love Will Keep Us Alive)'와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등의 서정적인 노래로 팬들의 감성을 자극했다. 그러나 이들은 록 밴드의 정체성도 잊지 않았다.

 

이번 투어의 타이틀곡이자 2007년에 발표한 최신곡인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으로 분위기를 가열시킨 이글스는 연이어 `워크 어웨이(Walk away)`를 비롯해 `펑크49`(Funk 49),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레인`(Life In The Fast Lane)등을 연속으로 선사하며 체조경기장 전체를 스탠딩 콘서트장으로 변모시킨 채 결국 뜨거운 열기의 정점에서 멤버들은 무대를 내려왔다. 이날의 화룡정점이 된 앙코르를 위해서였다.

 

3분여간의 기립박수를 받고 무대에 다시 나온 이글스는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테이크 이지(Take it easy)로 앙코르 무대를 열었다. 이어 두 곡을 더 불렀고 관객들이 `설마 안 부르려나` 하며 웅성거리기 시작할 무렵 무대 위에 조명이 꺼졌다.

 

그리고 백발이 희끗희끗한 돈 헨리에게 단독 조명이 비쳤다. 돈 헨리는 눈을 감고 `데스페라도`(desperado) 한 음절을 불렀다. 기립해 있던 중년의 팬들은 너나없이 휴대폰과 디지털카메라를 꺼내 이글스의 모습을 영상으로 담기 시작했다. 이내 돈 헨리의 `데스페라도` 독창은 1만1000여명의 허밍과 박수와 어우러져 캘리포니아 사막의 석양처럼 천천히 팬들의 휴대폰 액정화면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데일리 SPN 김용운 기자 luc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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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추억은 방울방울 전설이 되다

 

 

막 노을이 비치기 시작한 하늘. 그 하늘을 향해 길게 뻗은 야자수. 이글이글하지만 낭만이 깃든 사막. 이러한 장면들이 무대 뒤에 그림자처럼 비쳐지자 "웰컴 투 더 호텔 캘리포니아(Welcome to the Hotel California)~♪♬"가 흘러나왔다. "서치 어 러블리 플레이스(서치 러브 어 러블리 플레이스) 서치 러 러블리 페이스~♪♬"

 

1만1000여명의 팬들은 상념에 젖어 들었고 추억은 방울방울 맺혔다. 그리고 1971년 결성 이후 40년 만에 처음 내한한 미국의 세계적인 컨트리 록밴드 '이글스'는 전설이 됐다.

 

15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펼쳐진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은 40년 기다림을 말끔히 해소시킨 공연이었다.

 

'세븐 브릿지스 로드'로 포문을 열어 젖힌 이글스는 "식사하셨어요"라는 인사를 우리말로 건네며 팬들을 시작부터 들뜨게 만들었다. 이후 '하우 롱', '아이 캔트 텔 유 와이', '보이스 오브 서머', '인 더 시티' 등을 부르며 팬들을 열광케 했다.

 

특히, 공연 초입 '호텔 캘리포니아'의 익숙한 전주가 흘러나오자 팬들은 "아니 벌써"라는 반응을 보이면서도 환호작약했다. 이글스가 1976년부터 불러온 곡이다. 하지만, 한국 팬들은 오랜 기다림 끝에 이제야 공연장에서 라이브로 듣게 됐고 그 환희를 감추지 못했다.

 

이날 공연은 한시간 남짓 지나자 15분간의 인터미션이 주어졌다. 팝스타 공연으로는 이례적인 일이다. 이글스가 사전 e-메일 인터뷰에서 "이제는 우리도, 팬들도 나이가 들어 공연이 좀 천천히 진행된다"고 밝힌 것에 대한 증명이었다. 하지만 "공연에 대한 흥분은 변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듯 휴식이 열기까지 식히지는 못했다.

 

이후 2부 초반에는 '노 모어 워크스 인 더 우드', '노 모어 클라우디 데이스', '테이크 잇 투 더 리미트' 등 감미롭고 서정적인 노래들을 들려줬다.

 

이후 2007년 발표한 최신곡이자 이번 투어의 타이틀이기도 한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으로 록의 기운을 뿜어냈다.

 

잇따라 '워크 어웨이' 등 록 사운드가 강한 곡들을 들려주던 이글스는 '더티 론드리'에서는 급기야 대다수의 팬들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 '펑크 49',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레인' 등을 들려주며 공연을 절정으로 몰아간 뒤 막을 내려버렸다.

 

약 2분간의 암전이 흐른 뒤 그러나 '테이크 잇 이지'를 필두로 앙코르를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데스페라도'가 흘러나오자 대다수의 팬들은 노래를 합창하며 거장에 대한 예를 갖췄다.

 

 

 

이날 이글스의 공연은 그들과 나눈 1970년대 추억 없이도 그 부분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게끔 만드는 강력한 향수가 있었다. 봄기운을 시기한 꽃샘 추위가 팬들을 괴롭혔지만, 이글스에 대한 설렘과 열기까지는 떨쳐 버리지 못했다.

 

왜 거장인지 진면목이 드러났다. 이글스의 오리지널 멤버(글렌 프레이·돈 헨리·조 월시·티모시 B 슈미트)들은 60대의 나이에도 무려 3시간에 이르는 공연을 무리 없이 소화해냈다. 자신들의 사운드 특징인 보컬의 화음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세월의 깊이가 묻어난 진중함이 배어 있었다.

 

이번 공연의 티켓값은 최고가가 무려 33만원이었다. 팝스타의 내한 콘서트 티켓값 중에서도 유독 비싼 가격이다. 하지만, 예매가 시작되자마자 1만1000여석 모두 단숨에 팔려나갔다.

 

공연기획사인 CJ E&M 관계자는 "워낙 이글스의 개런티가 비싸 남는 수익이 없다"며 "세계적인 거장을 국내에 처음으로 선보였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글스는 1억2000만장의 음반 판매와 총 6번의 그래미 어워드 수상, 5곡의 빌보드 싱글차트 1위 기록을 보유한 그룹이다. 1998년에는 로큰롤 명예의전당 공연(performance) 부문에도 올랐다. 1976년에 발표한 '데어 그레이티스트 히츠 1971~1975'는 2900만장의 판매량을 올리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음반으로 기록되고 있다.

 

문화부 기자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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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내한한 ‘이글스’ 전설이 전설을 남기다…녹슬지 않은 음색에 1만명 ‘감동’

 

[쿠키 연예] “원년멤버 넷이 뭉친 공연이라…. 나이도 나이인지라 이번 내한공연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지 않을까요. 그만큼 절대 놓쳐서는 안 될 공연입니다.”

 

 

관계자의 말마따나 60대 중반으로 구성된 경력 40년차의 ‘전설의 록 밴드’ 이글스의 내한공연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은 근래에 보기 드문 진귀한 공연으로 남을 듯하다. 무대가 이동하고, 현란한 옷을 입은 멤버들이 기교가 강한 춤을 추는 일명 ‘보이는 콘서트’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을 충분히 매료시켰다. 그들 자체가 무대가 됐고, 목소리와 기타 선율이 연출이 됐다. 2시간 동안 전 세계인을 휘어잡은 전설의 밴드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를 노래로 증명했다. 그들은 지난 1998년 로큰롤 명예의 전당 공연 부분에 올랐던 명품 밴드인 만큼 진가를 발휘하며 한국관객에게 또 하나의 전설을 남겼다.

 

미국 팝 역사상 최고의 밴드로 추앙받고 있는 뮤지션 ‘이글스’. 15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이들의 첫 내한을 반기는 관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이 가득 찼다. VIP에 해당하는 FR석은 사전 예매율이 90%를 넘어섰고, 3층 꼭대기와 구석에 자리한 S석 티켓도 거의 다 동이 났다. 대단한 티켓 파워였다.

 

공연 직전에는 환대받지 못하는 ‘동장군’이 찾아와 관객이 덜 붐빌 것으로 예상됐으나 체조경기장 앞 공터는 이글스와의 첫 만남을 기다리며 추위도 잊고 길게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글스의 기념 티셔츠, 앨범을 구입하려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부모의 손을 잡고 공연 나들이를 나온 어린 학생들은 “도대체 이글스가 어떤 밴드길래”하는 눈초리로 관객 사이를 비집고 제 자리를 찾아갔다.

 

많은 관객의 기대 속에 공연의 첫 막이 올랐다. ‘전설의 락 밴드’의 첫 등장은 수식어와 달리 소박했다. 강렬한 조명 아래 네 명의 남자가 서 있었다. 옷차림도 청바지에 면 티셔츠 차림인데다 기타를 하나씩 둘러 매 동네를 오가다 만난 이웃처럼 친근하게 다가왔다. 그 어떤 꾸밈보다 노래에만 집중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듯 했다.

 

이글스가 한국 팬을 위해 선택한 첫 곡은 ‘세븐 브릿지 로드’(Seven Bridges Road)였다. 화려한 악기의 자극적 양념도 없이 네 명의 담백한 목소리가 체조경기장 안을 진하게 울렸다. 60대 노장임에도 불구하고 녹슬지 않은 청아한 음색은 관객을 놀라게 만들었고, 이내 귀를 잡아끌었다. 1만명은 이글스가 빚어내는 명품 공연에 서서히 젖어들었다.

 

전 세계적으로 1억 2000만장의 앨범을 판매했고, 총 6번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5곡을 빌보드 싱글차트 1위에 올린 세계적 수준의 밴드답게 별 다른 무대 장치나 퍼포먼스가 없어도 히트곡만으로도 공연이 꽉 찼다. 특히 초반에 한국인이 좋아하는 노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 간주가 울려 퍼지자마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기립해서 박수를 치는 관객도 있었다. 인기를 모았던 노래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가 연이어 흘러나오자 향수에 젖은 듯 손을 모으며 노래를 듣는 관객도 있었다. 이어 ‘위치 우먼’(witchy woman), ‘보이즈 오브 써머’(Boys of summer), ‘인 더 시티’(in the city) ‘더 롱 런’(The long run)으로 감정을 이어나가며 1부를 마쳤다.

 

 

1부가 콧소리를 흥얼거릴 수 있는 노래로 구성됐다면 2부는 잔잔하고 감미로운 노래가 주를 이루었다. 2부 오프닝은 1부 때와 달리 앉은 채 시작됐다. 네 명의 멤버가 의자에 앉아 노래 ‘노 모어 워크스 인 더 우드’(No more Walks in the wood)를 아카펠라로 맑고 깨끗하게 불렀다.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완벽한 호흡이었다. 무대 음향 장비만 38톤이 넘었을 정도로 음질에 신경을 쓴 이글스. 목소리가 3층 끝 공연장 구석구석까지 섬세하게 울려 퍼졌다. 생동감 있는 소리를 연출하기 위해 준비한 30여 대의 기타는 다양한 음을 내며 이글스의 목소리를 받쳐줬다.

 

특히 멤버 티모시 비 슈미트의 애절하면서도 가냘픈 음색에 관객은 귀를 세웠고, 격렬히 드럼을 치면서 노래를 부르는 돈 헨리의 파워풀한 음색에는 박수가 저절로 터져 나왔다. 글렌 프레이와 조 월시도 목소리와 기타로 멤버들을 도왔다.

 

매너 좋은(?) 그룹답게 한국관객을 위한 한국어 서비스도 잊지 않았다. 이글스는 “안녕하세요. 코리아. 식사는 하셨어요?”라는 애교 섞인 인사를 간간이 들려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갔다. 이글스는 노래 ‘노 모어 클라우디 데이즈’(No More Cloudy Days),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f My love) 등 주옥같은 곡들을 들려주며 관객을 추억의 세계로 인도했다.

 

1만 관객의 환호로 첫 내한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이글스. 곧바로 홍콩으로 넘어가 아시아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은주 기자 kim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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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내한공연 - 70년대 그때로… 중년 남성들, 청춘을 듣다

 

이글스의 대표곡 ‘호텔 캘리포니아’는 공연 시작 후 불과 10분여 만에 갑작스레 튀어나왔다. 아직 관객입장도 다 이뤄지지 않은 어수선한 상황. 무대 뒤편으로 야자수와 미국 서부의 낭만적 정취가 담긴 영상이 깔리고 익숙한 기타 전주가 흘렀다. 옷매무새를 추스르지도 못한 관중은 다소 당황하는 분위기였지만, 이내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문제는 ‘호텔 캘리포니아’ 이후. 다수의 관중을 발걸음하게 한 대표곡이 공연 초반에 이미 끝나버린 후, 공연은 어떻게 집중력을 유지할 것인가. 관록의 미국 서부 독수리 오형제는 다소 김빠진 공연이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데뷔 40주년의 이글스는 ‘호텔 캘리포니아’ 없이도 폭발해 산화했고, 공연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중년 관객들은 가끔 눈물을 훔치며 청춘을 떠올렸다.

 

15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이글스의 첫 내한공연. 1만1000여명의 관중 중 40~50대 남성이 절대다수였다. 무대 세팅은 70년대 컨트리록을 부르던 그 시절로 돌아가 있었다. 첫 곡 ‘세븐 브리지스 로드’. 무대에 등장한 청바지와 셔츠 차림의 이들은 5명이 기타와 베이스를 메고 나란히 서서 각각 핀조명을 받으며 연주를 시작했다. 오리지널 멤버인 돈 헨리(64·드럼/보컬), 글렌 프레이(63·기타/보컬), 조 월시(64·기타/보컬), 티모시 B 슈미트(64·베이스/보컬)가 주름진 얼굴로 거기 서 있었다. 글렌 프레이는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라며 공연 초반의 긴장을 풀었고, 이후에도 멤버들은 노래가 끝날 때마다 한국어로 “감사합니다”라고 덤덤히 말했다.

 

공연은 이글스의 40년 역사를 응축했다. 1972년 데뷔 음반 <이글스>의 곡부터 2007년 재결성해 발표한 음반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에 실린 곡까지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었다. 특히 ‘호텔 캘리포니아’는 물론, ‘위치 우먼’ ‘테이크 잇 투 더 리미트’ 등 70년대 컨트리록들이 나올 땐 박수와 환호성이 터질 듯했다. 중년의 관객들은 추억과 흥분이 얽힌 듯 스스로의 에너지를 이기지 못하고 어색한 동작으로 발을 구르고 손을 흔들었다. 공연 중반 글렌 프레이는 “오랜만에 70년대 초의 세팅으로 노래할 수 있어 즐겁다. 여러분도 좋아해줬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환갑이 넘은 멤버 하나하나의 존재감은 명징했다. 돈 헨리는 투박하고 거친 애수를 품고 있었고, 글렌 프레이는 담백하고 편안했으며, 조 월시는 특유의 재치와 쇼맨십을 폭발시켰고, 티모시 슈미트의 청아한 목소리도 여전했다. 기타 셋에 베이스와 건반, 드럼과 퍼커션, 트럼펫과 색소폰 등 브라스까지 풍성한 악기 편성은 소리의 두께를 넓혔고, 각 연주자의 기량 역시 최상급이었다.

 

이글스가 ‘건재하다’는 직접적인 느낌을 불러일으킨 것은 2부 중반쯤 최근작인 2007년 음반 타이틀과 동명의 곡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을 연주할 때였다. 컨트리록의 건전한 정서는 돌연 대서사시의 허무하고 관조적인 분위기에 압도됐다. 10분이 넘는 이 대곡은 노장의 연륜이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의 연주와 함께 이들이 ‘현재 진행형’의 밴드임을 다시 확인시켰다.

 

앙코르 무대의 마지막은 ‘데스페라도’. 돈 헨리의 익숙한 목소리가 흐르자 관중은 목청 높여 따라 부르며 공연의 마지막을 즐겼다. 3시간여의 공연이 끝나고 나오는 길, 친구 5명과 함께 공연을 보러 왔다는 김영국씨(54)는 “30만원이 넘는 티켓값이 아깝지 않았다. 친구들과 옛 기억을 되짚으며 술 한잔하러 간다”고 했다.

 

<이로사 기자 ro@kyunghyang.com>

 

 

이글스, 세시봉, 그리고 아이돌

 

그네들의 ‘주름진 손’이 주는 감동은 상상 이상이었다. 70년대, 해적판 앨범 표지에서 만났던 히피풍의 젊은 뮤지션들은 온데간데 없었다. 대신 멋있게 나이든 멤버들은 세월을 무기삼아 ‘절정’이란 단어를 실감케 했다. 사람도 아름답게 늙어갔지만, 음악도 멋지게 늙어 있었다. 15일밤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만난 그룹 ‘이글스’ 얘기다.

 

‘On a dark desert highway / Cool wind in my hair / Warm smell of colitas / Rising up through the air.(컴컴한 사막 고속도로 위 머리카락은 시원한 바람에 흩날리고, 은은한 콜리타스의 내음이 공기를 타고 풍겨온다.)

 

글렌 프레이와 조 월시의 기타 앙상블로 ‘호텔 캘리포니아’가 시작되자 환호보다 먼저 눈물이 앞섰다. 옆자리 50대 중년들도 연신 손으로 눈가를 훔쳤다. 청춘의 한 순간, 음악다방에 앉아 듣던 익숙한 노래. 멀게만 느껴졌던 미서부 캘리포니아 해변, 금발의 늘씬한 미녀와 강렬한 햇살, 노을 지는 바닷가를 떠올리던…. 그건 노래 이상이었다. 누군가는 그 노래를 들으면서 스무살 시절 만났던 그녀를 생각했을 것이고, 지독한 가난 속에서 ‘미국의 풍요’를 동경했던 청춘의 한때를 곱씹었을 것이다.

 

어찌됐든 전설 속의 그들이 서울의 한복판에서 공연을 가졌다. 수많은 공연기획자들이 해외 아티스트 공연의 절정이 될 것이라고 했던 그 공연이 눈앞에서 펼쳐진 것이다. 다만 너무 비싼 티켓 가격이 문제였지만…. 이들은 컨트리와 포크에 기반을 둔 미국적인 록밴드 ‘이글스’를 우리가 그토록 기다렸던 이유를 실감케 했다. 돈 헨리(드럼·보컬)의 묵직한 노래, 글렌 프레이(기타·보컬), 조 월시(기타·보컬), 티머시 B.슈미트(베이스·보컬)의 기타 앙상블은 농익어서 터질 듯했다.

 

그들이 재결성하면서 내놨던 새앨범 속 타이틀곡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도 젊은 그룹들의 그것과 비견해서 전혀 뒤쳐지지 않는 완성도를 보여줬다. 멤버들 보다는 젊은 나이였지만 경륜이 느껴지는 브라스 세션들의 공력도 만만치 않았다.

 

“우리도 늙어서 쉴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이례적으로 15분간의 인터미션이 있었지만, 관객들 역시 3시간을 꼬박 공연을 즐기기엔 다소 늙었다. 앵콜에 앵콜을 거듭하면서 ‘데스페라도’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을 때까지 관객들은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모두들 기립하여 생아 생전 다시 못볼(?)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봤다. 가수 신승훈은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며 공연장을 빠져 나갔고, 옆자리의 김범수는 말을 잊은 듯했다.

 

공연을 보고 나오면서 환갑이 넘어서도 밴드활동을 하는 이땅의 그룹이 있는지 떠올려봤지만 답이 없었다. 그들과 동시대에 음악을 시작하여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세시봉’도 그룹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시아의 소녀팬들을 흔드는 아이돌그룹들도 고작 수명이 10년이 채 가지않는 우리네 음악풍토에서 ‘이글스’와 같은 전설을 기대할 수 있을까.

 

매서운 꽃샘추위 속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돈 헨리가 부른 노래의 한 구절을 곱씹었다. “여보게, 이제 좀 편안해 보는게 어떤가? 이제껏 너무 오랫동안 아슬아슬하게 살아오지 않았나?”

 

그렇다. 나의 시간도, 당신들의 시간도 흘러간다. 그래서, 세상을 좀더 뜨겁게 사랑하면서 살라고 충고하는 그 노래가 더 절절하게 다가왔다. 사랑스런 ‘이글스’ 아저씨들.

 

<오광수·경향신문&스포츠칸 엔터테인먼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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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스 공연, ‘호텔캘리포니아’ 말고도 좋은 노래들이 차고 넘치더라  

 

[유니온프레스=권석정 기자] 15일 저녁 7시 50분, 공연시작 10분 전. 5호선 올림픽공원역에 지하철이 서자 중년남성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50살이 족히 넘어 보이는 이들이 빅뱅을 보러온 10대 소녀들 마냥 급히 달리는 진풍경이었다. 그들은 설령 공연에 늦을까 전력질주를 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30대 초반인 기자를 제치고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으로 줄달음질쳤다. 이글스를 보러 온 것이다.

 

ⓒ CJ E&M저녁 8시에 가까스로 들어온 공연장 객석엔 역시 중년 관객들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새롭게 음악 소비층으로 떠오른 3050세대의 트렌드가 반영된 듯 보였다. 부부동반, 가족단위로 온 관객들도 유난히 많아 보였다. 주최 측은 공연 시작 시간까지 약 11,000명의 관객이 몰렸다고 전했다. 평일 시간대, 티켓 가격을 고려하면 놀라운 숫자였다.

 

저녁 8시 10분, 이글스의 화음이 암전을 가르며 공연이 시작됐다. 통기타 선율과 함께 ‘세븐 브릿지 로드(Seven Bridges Road)’의 아름다운 하모니가 흐르자 감동의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 라이브앨범을 능가하는 사운드는 눈앞에 이글스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듯 했다. 글렌 프라이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식사하셨어요?”라고 인사하자 객석에서는 폭소가 이어졌다.

처음 객석을 압도한 것은 이글스의 화음이었다. ‘하우 롱(How Long)’, ‘아이 돈 원트 히어(I Don't Want Hear)’ 등 낯선 신보 수록곡 초반에 흘렀지만 네 명의 아름다운 화음은 낯설음을 상쇄시키고도 남았다.

그런데 갑자기 예상치 못한 선곡이 이어졌다. 앵콜로 예상했던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가 네 번째 곡으로 나온 것이다. ‘호텔 캘리포니아’의 기타 전주가 흐르자 객석에서는 너무 이른 선곡에 화들짝 놀라는 분위기였다. 이어 정신을 다잡은 관객들은 하나같이 스마트폰을 꺼내 이글스의 공연을 촬영(?)해대기 시작했다. 돈 헨리의 목소리, 조 월시의 기타. 바로 몇 백번은 들었을 그 곡이었다.

ⓒ CJ E&M후반부 솔로에서 원곡의 슬라이드 테크닉 등을 재현하는 조 월시의 기타는 역시 압권이었다. 이날 제5의 멤버로 맹활약한 세션 기타리스트 스튜어트 스미스는 돈 펠더의 기타멜로디를 거의 똑같이 연주했다. ‘호텔 캘리포니아’에 대한 감동은 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다. 노래에 감동하면서도 동시에 곡이 끝나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하지만 공연은 이제 시작이었다. 이글스는 히트곡을 전진 배치해 관객들을 즐겁게 했다. 전형적인 컨트리 넘버 ‘피스풀 이지 필링(Peaceful Easy Feeling)’이 푸근하게 흐르고 국내 팬들이 특히 사랑하는 ‘아이 캔트 텔 유 와이(I Can't Tell You Why)’를 시작으로 ‘위치 우먼(Witchy Woman)’, ‘라잉 아이즈(Lyin' Eyes)’가 이어졌다. 초반부터 히트곡들이 연신 흐르자 관객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이글스의 멤버들은 대부분의 곡들을 나눠 부르거나 합창으로 소화했다. 몇몇 솔로 곡에서는 목소리가 떨리며 이들의 나이를 체감케 하는 성량이 드러나기도 했다. 하지만 4명이 하모니를 섞으면 40인조 합창단 못지않은 풍성한 화음을 선사했다.

인터미션 후 2부에서 멤버들은 통기타를 들고 자리에 앉아 공연을 시작했다. 2부 역시 1부와 마찬가지로 초반에 신보의 곡으로 시작해 후반에 히트곡 퍼레이드로 이어졌다. 이글스의 멤버들은 관객들에게 “같이 부르자(Sing Along)”고 말하며 ‘베스트 오브 마이 러브(Best O f My Love)’, ‘테이크 잇 투 더 리미트(Take It To The Limit)’를 선사했다.

공연이 후반으로 흐를 무렵 조 월시가 무대 전면으로 나와 경쾌한 8비트 록을 선사했다. 조 월시는 자신의 곡인 ‘라이프스 빈 굿(Life's Been Good)’에서 무대 위를 뛰어다니며 익살맞은 무대매너를 선사했다. 공연이 스탠딩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조 월시는 제임스 갱 시절의 히트곡 ‘훵크 #49(Funk #49)’를 선사해 열기를 이어갔다. 이들은 이곡을 4관 편성의 브라스와 함께 절묘하게 편곡했다. 이글스 버전의 훵크가 무척 흥미로웠다.


 

ⓒ CJ E&M이날 이글스는 노래에 편곡을 가하지 않고 원곡 그대로를 재현하는 미덕을 발휘했다. 앨범과 똑같은 사운드가 터져 나오자 관객들은 즉각적으로 반응했다. 놀라운 것은 바로 ‘사운드’였다. 이날 이글스 공연은 앨범을 그대로 틀어놓은 듯한 사운드를 들려줬다. ‘주급이 억대’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엔지니어 팀이 만들어낸 사운드는 체조경기장 공연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완벽했다. ‘체조경기장에서 이런 사운드까지 가능하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3층 좌석까지 스탠딩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글스는 ‘Heartache Tonight(하트에이크 투나잇)’, ‘라이프 인 더 페스트 레인(Life In The Fast Lane)’로 30곡 가까이 연주된 본 공연을 끝냈다. 앵콜이 이어졌고 ‘아직도 히트곡이 남아있나’하는 생각이 들 쯤에 ‘테이크 잇 이지(Take It Easy)’가 흘렀다. 그리고 모두가 애타게 기다렸을 ‘데스페라도(Desperado)’로 3시간여의 공연이 막을 내렸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로 예상됐던 ‘호텔 캘리포니아’가 일찍 나와서일까? 오히려 부담 없이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기다림 없이 그저 나오는 노래에 귀를 기울이면 행복해지는 공연이었다. 31곡이 흐른 3시간의 시간이 군더더기 없이 말끔하게 흘렀다. 최고의 사운드에 주옥같은 레퍼토리가 흐른 이날 이글스의 무대는 새삼 좋은 소리가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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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록밴드 ‘이글스’ 첫 내한공연] 40년 목마른 기다림… 벅찬 감동 190분

전성기 멤버 뭉쳐 초반부터 히트곡 열창 앙코르 3곡 등 30여곡 시원하게 쏟아내

 

1971년 여가수 린다 론스태드의 반주를 담당하는 밴드가 있었다. 누구도 그들을 주목하지 않았다. 1972년 이글스라는 이름으로 레코드사와 정식계약을 맺고 데뷔앨범 ‘이글스’와 싱글 ‘테이크 잇 이지’를 발표했다.

 

꼭 40년 전, 미국이 자랑하는 명품밴드 이글스의 시작이다. 1982년 음악적 견해 차이로 깨졌지만 1994년 다시 뭉쳤다. 당시 한국 팬들도 환호했지만 먼 발치에서 바라볼 뿐. LP나 라디오, 혹은 DVD로 공연실황을 바라보는 게 전부였다.

 

● ‘호텔 캘리포니아’에 관객들 열광

 

15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공연시작 1시간여 전에 이미 올림픽대로부터 일대 도로까지 주차장으로 변했다. 약속된 오후 8시가 다가올수록 공연장을 촘촘하게 메운 1만 1000여명의 팬들은 숨을 죽인 채 기다렸다. 글렌 프라이(63·기타), 돈 헨리(64·드럼), 조 월시(64·기타), 티머시 B 슈미트(64·베이스) 등 전성기 멤버가 고스란히 뭉친 터라 더 설렜을 것.

 

내한공연에서 ‘18번’은 막바지나 앙코르에 배치하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글스는 달랐다. 6번째 곡으로 대뜸 필살기를 꺼내들었다. 트럼펫 간주와 맞물려 익숙한 기타 전주가 흘러나왔다. 무대 뒤로는 석양이 질 무렵 듬성듬성 야자수가 놓인 황량한 캘리포니아의 낯익은 풍경(1976년 발표한 ‘호텔 캘리포니아’ 앨범 재킷)이 펼쳐졌다. 눈치를 챈 관객들의 함성으로 데시벨은 한껏 치솟았다. 팝 역사상 최고의 명곡 으로 꼽히는 ‘호텔 캘리포니아’. 1976년 발표됐지만 그보다는 재결성 직후인 1994년 내놓은 ‘헬 프리지스 오버’ 앨범에 삽입된 라이브가 더 유명한 곡이다.

 

너무 빨리 불을 붙인 건 아닐까. 기우였다. 한 호흡을 건너뛰더니 티머시 B 슈미트가 특유의 구슬픈 고음으로 또 다른 히트곡 ‘아이 캔 텔 유 와이’를 불러 들뜬 분위기를 이어갔다.

 

잠시 숨을 돌리고 무대에 돌아온 4명의 노병들은 어쿠스틱 기타를 메고 앉았다. 이번에는 주거니받거니 솔로 곡을 불렀다. 이글스란 밴드가 특별한 까닭은 탄탄한 연주는 기본인 데다 멤버 전원이 전혀 다른 컬러의 메인 보컬로 손색없다는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웬만한 아카펠라 그룹은 비교도 안 될 만큼 화음도 일품. 기타를 훑는 손놀림과 착착 감기는 드럼 연주는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노장들이 27곡을 쏟아낸 뒤 무대에서 사라지자 팬들은 간절하게 기립박수로 “앙코르~”를 연호했다. 잠시 뒤 ‘테이크 잇 이지’와 ‘데스페라도’ 등 한국 팬들이 꼭 듣고 싶었던 3곡을 선물로 안기고 190분의 평생 잊지못할 무대를 끝냈다. 보통 내한공연에서 많아야 20곡 안팎임을 감안하면 40년 묵은 갈증을 풀기에 충분했다.

 

● 무대서 사라지자 팬들 “앙코르 앙코르”

 

공연을 주최한 CJ E&M 관계자는 “이글스 몸값 때문에 큰 수익을 기대하는 건 애초 무리”라면서 “구매력을 가진 중장년층이 이글스처럼 차원이 다른 공연을 직접 경험토록 해 공연장을 찾는 층을 넓혀 간다는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임일영기자 argus@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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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성 40년 ‘이글스’ 내한공연 - 중년들의 ‘청춘’을 꺼내다

 

네 개의 빛줄기가 어둠을 뚫고 당도한 그곳엔 네 남자가 우뚝 서 있었다. 돈 헨리(드럼·64), 글렌 프라이(기타·63), 조 월시(기타·64), 티머시 비 슈밋(베이스·64)은 각자 기타 한 대씩 둘러멘 채 4인조 중창단이라도 된 양 웅장한 화음을 빚어냈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1만여 관객들은 박수와 환호성을 아끼지 않았다. 15일 저녁 이글스 결성 40년 만의 첫 내한공연은 그렇게 막을 올렸다.

 

 

트럼펫 솔로 연주에 이어 익숙한 기타 전주가 들려왔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는 어느새 황혼녘 야자수에 둘러싸인 호텔이 자리잡고 있었다. ‘호텔 캘리포니아’가 실린 1976년 앨범 표지 그림. “아!” 여기저기서 외마디 탄성이 터졌다. 드럼을 치며 노래하는 돈 헨리의 칼칼한 목소리는 때론 갈라지기도 했지만, 세월의 더께가 켜켜이 쌓인 듯한 그 틈새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왔다.

 

곡 후반부에 접어들어 유명한 기타 솔로가 시작됐다. 두 마리 용이 서로 몸을 휘감으며 솟아오르듯 두 대의 기타가 솔로를 주고받으며 격정적인 상승작용을 일으켰다. 원곡에선 조 월시와 돈 펠더가 호흡을 맞췄지만, 이날 공연에선 탈퇴한 돈 펠더 몫을 객원 기타리스트 스튜어트 스미스가 대신했다. 관객들은 그들의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에 환호했다. 연주를 마친 둘은 손을 꼭 붙잡고 서로를 격려했다.

 

이어지는 곡들에서 이들 네 명은 메인 보컬을 번갈아 맡으며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티머시 비 슈밋은 감미로운 미성을, 조 월시는 카랑카랑하고 거친 음색을 뽐냈다. 주로 어쿠스틱 기타를 연주하던 글렌 프라이는 1972년 첫 스튜디오 앨범 수록곡 ‘위치 우먼’에서의 녹슬지 않은 일렉트릭 기타 솔로를 선보였다. 휴식시간 뒤 2부 막이 올랐다. 멤버들은 1994년 재결성 언플러그드 공연 때처럼 나란히 의자에 앉아 연주하고 노래했다. 공연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이들은 더욱 열정적인 연주를 쏟아냈다. ‘더티 런드리’, ‘펑크 49’ 등 흥겨운 곡들을 연주하자 그때까지 의자에 앉아 있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나 리듬에 몸을 맡겼다.

 

앙코르 무대에서 이글스를 세상에 알린 첫 싱글 ‘테이크 잇 이지’에 이어 유려한 발라드 ‘데스페라도’가 흐르자 중장년층 관객들 눈가가 촉촉해졌다. 그 시절 청춘으로 돌아간 듯했다. 인터파크 예매 자료를 보면 40대 이상이 56%, 30대가 28%였다. 세 시간여에 걸친 시간여행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이날 공연은 가장 비싼 티켓이 33만원이나 했음에도 순식간에 팔려나갔다. 공연을 주최한 씨제이이앤엠 관계자는 “이글스 몸값이 워낙 높아 애초 큰 수익을 바라본 건 아니었다”며 “구매력을 갖춘 중장년층이 멋진 경험을 통해 앞으로 공연장을 또 찾도록 하겠다는 목표는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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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적 록밴드 이글스, 목소리·연주·카리스마… 더 깊어지고 농후해졌다

편안한 옷차림 동네 아저씨같이 친근감 '호텔 캘리포니아' 부르자 열기 최고조

 

지난 15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살아 있는 미국 컨트리 록밴드의 전설 ‘이글스’를 보기 위해 몰려온 팬들로 주변 교통이 마비될 정도였다. 1970년대 이글스의 팬이었던 20대 청년들은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돼 친구들 혹은 아내의 손을 잡고 공연장으로 서둘러 뛰어 들어가고 있었다.

예정된 공연시간이 조금 지난 오후 8시10분 조명이 꺼지자 객석은 숨을 죽였다. 곧이어 글렌 프라이(63·기타), 돈 헨리(64·드럼), 조 월시(64·기타), 티모시 비 슈미트(64·베이스)가 무대에 오르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청바지에 티셔츠, 난방 등 편안한 차림에 머리는 희끗해지고 일부 멤버는 배가 불룩 나와 ‘전설’이라기보다는 지나가다 만난 동네 아저씨 같은 친근한 모습들이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 그 연주, 그 카리스마는 더 깊어지고 농후해졌다.

 

이글스는 ‘세븐 브리지스 로드(Seven bridges road)’로 40년을 기다린 한국 팬들에게 첫 인사를 건넸다. 노래가 끝나자 글렌 프라이가 우리말로 “안녕하세요 서울, 식사하셨어요?”라고 말하자 객석은 ‘네!’, ‘예스!’라고 대답하며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몇 곡이 흐른 후 익숙하고 아련한 선율, 한국인들이 가장 사랑하는 팝이자 이글스를 전설의 반열에 올린 ‘호텔 캘리포니아(Hotel California)’가 시작되자 객석의 열기는 최고조로 달아올랐다.

명품 공연의 대장정을 예고하듯 돈 헨리가 “잠시 쉬고 다시 공연을 이어가겠다”고 말하자 객석에서는 ‘안돼요!’, ‘계속해요’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성격 급한 몇몇 팬들은 곡이 끝날 때마다 ‘데스퍼라도’를 불러달라고 외치기도 했다.

2부가 시작되자 무대에는 네 명의 멤버가 어쿠스틱 기타를 둘러메고 의자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이들은 최신 앨범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Long road out of eden)’ 수록곡 ‘노 모어 웍스 인 더 우드(No more walks in the wood)’와 ‘웨이팅 인 더 위즈(Waiting in the weeds)를 연달아 부르며 천상의 화음을 선물했다. 최근 중년 팬심을 달구며 열풍을 일으킨 ‘세시봉’이 만들어낸 그것과 다르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투어의 타이틀곡인 ‘롱 로드 아웃 오브 에덴’으로 다시 분위기를 가열시킨 이글스는 ‘라이프 인 더 패스트 레인’(Life In The Fast Lane)을 마지막으로 무대에서 내려갔다. 하지만 이미 스탠딩 콘서트장으로 바뀐 체조경기장에서 아쉬움에 발을 뗄 수 없는 팬들은 ‘앙코르’의 함성으로 이글스를 다시 무대 위에 올렸다.

 이미 25곡을 부른 이글스는 ‘테이크 이지(Take easy)’와 ‘록키 마운티 웨이’로 화답했다. 이어 어둠 속에 피아노 솔로가 시작되고 돈 헨리의 ‘데스퍼라도∼’ 한 음절이 허공을 나르자 전율이 왔다. 숨죽였던 팬들은 일제히 탄성을 지르며 곧 그의 노래를 따라불렀다.

 이날 고교 동창과 함께 공연을 보러 온 박천일 숙명여대 교수는 “중·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열심히 듣던 이글스의 노래를 같이 따라부르고 즐기다 보니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 최고등급 좌석은 국내 대중음악 콘서트 최고가인 33만원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팬들도 있었지만 1만2000석이 모두 팔렸다. 이 같은 이글스 열기에 대해 박 교수는 “‘호텔 캘리포니아’처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노래부터 ‘데스퍼라도’처럼 심금을 울리는 노래, ‘테이크 잇 이지’처럼 어깨를 들썩이며 따라부를 수 있는 노래 등 작품의 폭이 넓고 한국인의 정서에 와닫는 노래가 많아 이글스에 대한 국내 팬들의 사랑이 각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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