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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110220 - Eric Clapton 내한공연

by Wood-Stock 2011. 2. 11.

에릭 클랩턴,그의 공연이 기대되는 이유

 

에릭 클랩턴(사진)이 또 한 번의 내한공연을 앞두고 있다. 20일 저녁 7시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통산 세 번째 내한공연을 여는 것이다. 진행은 순조롭다. 티켓 판매도 1997년 최초 내한 당시의 반응을 넘어서는 호조를 보이고 있다(공연기획사에 따르면 7일 현재 티켓의 80% 이상이 팔렸으며, 주요 좌석은 일찌감치 매진됐다).

 

앞선 두 번의 공연을 통해 검증된 양질의 무대와 거장의 이름값이 어우러져 시너지를 내고 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금번 에릭 클랩턴의 내한이, 적어도 비평가의 입장에서,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요컨대, 이 공연은 최근 국내 음악 시장에서 꿈틀대는 어떤 경향을 반영한 리트머스라는 점이다.

 

우선, 가치가 있는 공연이라(고 판단하)면 언제든 지갑을 열 준비가 된 문화소비자층이 형성되고 있음을 방증하는 징후로 볼 수 있다. 2007년 두 번째 내한 당시 클랩턴은 블루스 록의 전통으로 회귀한 자기반영적 공연을 펼친 바 있었다. ‘티어스 인 헤븐’이나 ‘원더풀 투나잇’처럼 말랑한 팝 차트 히트곡들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적잖이 당황했을 광경이었다.

 

단언컨대 이번 공연도 과히 다르지 않을 것이다. 1994년 앨범 <프롬 더 크레이들> 이래 블루스 고전을 재해석한 앨범과 신곡을 담은 작품을 하나씩 번갈아 발표해온 클랩턴의 행보가 그런 예상을 뒷받침한다. 알다시피 이번 내한은, 제목처럼 개인적이고 내밀하게 자신의 음악적 뿌리를 체현한, 2010년 앨범 <클랩턴>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공연이 성공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은, 앞서 언급한 대로, 예리한 안목과 기꺼운 태도를 갖춘 관객들 덕분이라는 것이다. 지난해 성황을 거뒀던 스티비 원더, 키스 재럿 트리오, 제프 벡 등의 내한공연도 같은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것은 최근 음악계의 두드러진 흐름인 공연 시장의 급성장과도 긴밀하게 맞물려 있다. 에릭 클랩턴의 공연을 예매한 관객의 대다수가 중장년층이라는 점(공연 예매 사이트 인터파크에 따르면 30대 이상 예매자가 70%를 넘는다)은 바로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 부분인데, 이는 연초 내한했던 스팅이나 이후 내한할 이글스와 산타나에 대한 반응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아이돌 중심의 미디어 시장에서 소외된 중장년 세대의 문화적 욕구가 그들만의 통로를 찾았다는 신호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지하다시피 지금의 30~40대는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우리나라 대중문화의 폭발적 성장기라고 할 1990년대의 주체였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시장의 ‘게임의 규칙’에 떠밀려 주변부를 배회해야 했던 그들이 이제는 새로운 규칙의 게임을 창출하며 시장의 중심부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에릭 클랩턴의 내한공연은 그렇게, 우리 음악산업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주는 척도로서 현재를 소구하고 있다. (02)332-3277.

 

박은석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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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setlist.fm/setlist/eric-clapton/2011/olympic-gymnasium-seoul-south-korea-3d221bb.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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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의 열 손가락 블루스, 깊어만 지네


앞선 공연과 달리 '나홀로' 기타, ‘레일라’ ‘원더풀 투나잇’… 기타와 혼연일체 2시간 훌쩍

 


20일 저녁 정확히 7시가 되자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불이 꺼졌다. 10~20분 늦어지는 게 다반사인 팝스타 내한공연이 정시에 시작하는 건 좀처럼 드문 일이었다. 파란색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에릭 클랩턴(66)이 무대에 올랐다. 가르마를 곱게 빗어넘긴 은발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얼굴이 대형 화면에 비쳤다.


그의 손가락들이 하늘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를 쓰다듬자 첫 곡 ‘키 투 더 하이웨이’가 흘러나왔다. 블루스의 제왕 비비 킹과 협연한 적도 있는 블루스 명곡으로, 이날 공연의 방향을 알려주는 ‘키’처럼 들렸다. 이어지는 곡들에서 기타 목과 몸통이 연결되는 부위의 고음 지판 위를 노니는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솔로 연주가 빛을 발했다. 지판을 누른 손가락이 위아래로 춤추며 비브라토(떨림) 음을 토해내자 객석 곳곳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졌다. 밥 말리 곡을 커버한 ‘아이 샷 더 셰리프’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레게 리듬으로 1부를 마쳤다.


2부는 어쿠스틱 기타가 열었다. 기타 본연의 깊은 울림은 물론 줄을 타고 미끌어지는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소음마저 음악이 됐다. 울림통이 있는 깁슨 홀로보디 기타로 바꿔 든 그는 최신 앨범 <클랩턴> 수록곡 ‘리버 런스 딥’, ‘로킹 체어’ 등을 연주하며 블루스의 깊은 맛을 선사했다. ‘레일라’로 2부를 마무리지은 그는 3부에서 다시 펜더 기타를 들었다. ‘원더풀 투나잇’의 끈끈한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을 터뜨렸다. 어느 외국인 한 쌍은 얼싸안고 ‘블루스 춤’을 췄다. 마지막 곡 ‘코카인’에서는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불렀다. 달아오른 열기는 앙코르 곡 ‘퍼더 온 업 더 로드’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렇게 두 시간여가 눈 깜짝할 새 흘렀다.


2007년 두번째 내한공연이 블루스 록 중심이었다면, 이날 공연은 좀더 뿌리로 다가간 블루스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당시 두 명의 기타리스트와 함께 모두 석 대의 기타로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줬던 그는 이번에는 혼자서 기타를 잡았다. 대신 ‘좌청룡 우백호’라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두 명의 키보디스트가 환상적인 솔로 연주로 그의 기타를 뒷받침했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그는 “생큐”라는 말만 간간이 내뱉었을 뿐 연주에만 몰두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지난 14일 싱가포르 공연을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일부 언론이 갖가지 추측과 정치적 해석을 갖다 붙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릭 클랩턴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그리고 우리가 그로부터 진정 원하는 건, 김정철조차 반하게 만든 음악 그 자체다. 정치와 이념마저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함을 그는 묵묵히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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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이념마저 뛰어넘는 음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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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저녁 정확히 7시가 되자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불이 꺼졌다. 10~20분 늦어지는 게 다반사인 팝스타 내한공연이 정시에 시작하는 건 좀처럼 드문 일이었다. 파란색 체크무늬 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에릭 클랩튼(66)이 무대에 올랐다. 가르마를 곱게 빗어넘긴 은발에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얼굴이 대형 화면에 비쳤다.


그의 손가락들이 하늘색 펜더 스트라토캐스터 기타를 쓰다듬자 첫 곡 ‘Key To The Highway’가 흘러나왔다. 블루스의 제왕 비비 킹과 협연한 적도 있는 블루스 명곡으로, 이날 공연의 방향을 알려주는 ‘키’처럼 들렸다. 이어지는 곡들에서 기타 목과 몸통이 연결되는 부위의 고음 지판 위를 노니는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솔로 연주가 빛을 발했다. 지판을 누른 손가락이 위아래로 춤추며 비브라토(떨림) 음을 토해내자 객석 곳곳에서 외마디 탄성이 터졌다. 밥 말리 곡을 커버한 ‘I Shot The Sheriff’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레게 리듬으로 1부를 마쳤다.


2부는 어쿠스틱 기타가 열었다. 기타 본연의 깊은 울림은 물론 줄을 타고 미끌어지는 손가락이 만들어내는 소음마저 음악이 됐다. 울림통이 있는 깁슨 할로우바디 기타로 바꿔 든 그는 최신 앨범 [Clapton] 수록곡 ‘River Runs Deep’, ‘Rockin’ Chair’ 등을 연주하며 블루스의 깊은 맛을 선사했다. ‘Layla’로 2부를 마무리지은 그는 3부에서 다시 펜더 기타를 들었다. ‘Wonderful Tonight’의 끈끈한 전주가 흐르자 관객들은 박수와 함성을 터뜨렸다. 어느 외국인 한 쌍은 얼싸안고 ‘블루스 춤’을 췄다. 마지막 곡 ‘Cocaine’에서는 모든 관객이 자리에서 일어나 노래를 따라불렀다. 달아오른 열기는 앙코르 곡 ‘Crossroads’까지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렇게 두 시간여가 눈 깜짝할 새 흘렀다.

 

2007년 두번째 내한공연이 블루스 록 중심이었다면, 이날 공연은 좀더 뿌리로 다가간 블루스를 중심으로 펼쳐졌다. 당시 두 명의 기타리스트와 함께 모두 석 대의 기타로 꽉 찬 사운드를 들려줬던 그는 이번에는 혼자서 기타를 잡았다. 대신 ‘좌청룡 우백호’라 해도 손색이 없을 법한 두 명의 키보디스트가 환상적인 솔로 연주로 그의 기타를 뒷받침했다.


2007년과 마찬가지로 그는 “Thank you”라는 말만 간간이 내뱉었을 뿐 연주에만 몰두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둘째 아들 김정철이 지난 14일 싱가포르 공연을 관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일부 언론이 갖가지 추측과 정치적 해석을 갖다 붙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에릭 클랩튼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건, 그리고 우리가 그로부터 진정 원하는 건, 김정철조차 반하게 만든 음악 그 자체다. 정치와 이념마저 뛰어넘는 음악의 위대함을 그는 묵묵히 증명했다.

 

서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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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Hand' 가 더 맞는 에릭 클랩튼의 '2시간 공연'…그를 아껴두고싶다

 

'1만명 대성황, 김정철이 왜 반했는지 알게 했다'

[마이데일리 = 이준형 기자] 그의 이번 서울공연 타이틀이 '에릭 클랩튼 & 히스 밴드(Eric Clapton & His Band)'라고 했나? 그런데 이'히스 밴드(His Band)'를 언뜻 '히스 핸드(His Hand)'라고 잘못 읽었다. 그리고 공연제목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에릭 클랩튼은 기타였으니까. 공연이 이를 증명했느니까.

20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에릭클랩튼의 내한 세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나이 들어도 매번 처음과도 같은 그의 생기넘치는 공연은 이번에도 꽉 찼다.

이날 1만명 만장한 가운데 에릭 클랩튼은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부터 마지막 앵콜곡까지 그의 히트 넘버를 불러 제끼고, 기타로 쳐 나갔다. 파란 남방셔츠에 뿔테 안경, 그리고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기타의 신은 그의 밴드와 함께 연주하고 노래했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멀티스크린은 2시간 공연동안 그의 손을 반 가까이는 비추어댔다. 굶은 주름살이 팬, 그리고 반지낀 손은 그의 애물 펜더 기타를 자유자재로 초크하고 튕겨대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기타와 일체가 됐다. 몇분간 이어지는 환상의 애드리브 즉흥연주, 슬로우핸드와 퀵, 그래서 그의 공연명은 '히스 핸드'였다.

'고잉 다운 슬로우', '후치 쿠치' '올드 러브'로 이어지는 그의 인트로 기타는 카랑거리는 하이톤의 목소리와 함께 블루스와 함께 록을 이어나갔다. 이윽고 '아이 샷 더 셰리프(I Shot The Sheriff). 이 노래를 부를때, 후렴구 '아이 샷 더 셰리프'는 1만명이 따라 불렀다.

앞줄 그라운드석이고 뒷줄 스탠드석에는 많은 객석을 외국인들도 차지했다. 30분전 올림픽공원역 지하철부터 떠들썩했던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 대부부인 듯한 관객들은 동향의 기타 록 영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환호했다. 한국의 젊은이와 함께 그들은 에릭의 선율과 리듬에 맞춰 어깨와 손을 흔들어대며 2시간동안 객석에 앉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스팅도 그랬고, 밥 딜런도 그랬지만, 역시 그의 밴드도 훌륭했다. 흑인 키보드 잭 타빈의 강렬한 키보드가 돋보인 'Old Love', 그리고 암전후 이윽고 앉아서 '드리프팅(Driftin')을 부르며 튕긴 통기타. 그의 다섯개의 손가락, 아니 양손 열개의 손가락이 한번도 6개의 기타줄을 떠나지 않은 듯 했다. 드럼의 리듬 하나로 배경을 엮은 멜로디는 웅장하고 고요했으며, 기타가 왜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지를 알게했다.

역시 60년대 고전이자 최대 히트곡인 '레일라(Layla)'에서는 전 관객이 환호했다. 믹 재거나 로버트 플랜트의 가창은 일찍이 아니었지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흐느끼면서 때로는 쩌렁쩌렁했다. 비록 목에 주름이 생기고 수염도 희끗했으나, 의외로 살짝 찡그린 얼굴에 쩌렁쩌렁대는 목소리는 '전설의 뮤지션'의 그것을 보여주었다.

국내에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원더풀 투나잇'이 나올때는 당연히 만장의 박수였다. 동양적 멜로디라 외국인에게는 별로인 줄 알았는데, 앞줄의 외국인 커플이 그곡에 맞추어 통로에서 블루스를 춘다. 용감한 외국인, 커플에게는 수십억을 받고 온 에릭 클랩튼이 그들을 위해서만 생음악 반주해준 생애 최고가의 선물이었다.

'뱃지(Badge)를 부를때는 코러스도 열광했고, 마지막 곡 '코카인(Cocaine)'의 강력한 절규는 제목만으로도 여운을 주었다. 아들 코너가 추락사한 전후 그는 마약과 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못지켜 괴로워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팬들이 듣고 싶었던 아들 추모곡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을 부르지 않은 이유도 이와 비슷했을 듯 싶어 넘어갔다.

앵콜곡 '퍼더 온 업 더 로드(Further on Up The Road)' 하나를 더 부르고 에릭 클랩튼은 백스테이지로 들어가 나오지 않았다. 9시 직전에 끝났으니, 딱 2시간 공연이다. 해외 가수들이 앵콜에 인색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중간중간 유일한 발언이었던 '땡큐'와 좋은 인상, 그리고 밴드 7명과 90도 고개숙인 3번의 인사에도 불구, 딱 한곡 부르고 들어간 건 일견 야속해도 보였다. 그러나 비틀즈와 동세대인 한국나이 67세의 그가 목에 힘줄 돋고 열창하며, 주름패인 손으로 기타를 뜯는 모습을 좀 더 보려면, 팬들은 '에릭 클랩튼'을 아껴둬야 했다.

사족)이날 북한의 김정철은 당연히 서울에 안 왔다. 싱가포르 공연 출현으로 화제가 된 김정철에 대해 "김정철 오늘 서울 올까?"하고 입장객들이 농담으로 수군거렸지만, 에릭 클랩튼이 안오길 바랬기 때문인지 오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20 여명 경호원 데려와 에릭 클랩튼을 불편하게 했지만, 서울에 왔더라도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에 '코카인'에 열광하고 손을 흔들어댔을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아버지 나라 북한은 자유가 없는데…, 록은 진정 자유 정신이라는데….

이준형 기자 ro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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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 겉치레를 몰랐던 대가의 2시간 

 

푸른색 체크셔츠에 흰 운동화 차림 그는 '거장'이라는 표현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다. 산책을 나온 동네 중년의 아저씨에 가까웠다. 별말도 없었다. 무심한 그의 얼굴은 가끔 눈을 감고 흥에 취할 뿐이었다.

오로지 음악만 들리는 환경을 조성하려는 까닭일까? 화려함을 배제한 그의 공연은 조미료를 넣지 않은 곰탕처럼 텁텁했다. 하지만 묘하게 중독되는 마력을 가졌다. 사실 그 이상의 것은 필요없었다. 그의 쉼없이 움직이는 손놀림을 보는 것만으로 귓가를 간지르는 기타 연주를 듣는 것만으로 서울의 하늘은 '원더풀'했다.

20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세 번째로 열린 에릭 클랩튼의 내한 공연은 거장의 위용은 겉치레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걸 확인시키는 자리였다. 관객을 애써 흥분시키려 하지 않았다. 차분하게 자신의 연주에 집중했다. 흥얼거리듯 튕겨내는 그의 손을 카메라가 끈기 있게 쫓을 뿐이었다. 참고 참았던 입을 열어 한다는 말은 "쌩큐". 그 뿐이었다. 연주해서 들어줘서 그렇게 함께여서 고마울 뿐이었다.

그가 추구하는 블루스가 그런 음악이다. 흐느적거리고 여운을 남기는 그래서 마지막에는 혼을 쏙 빼놓는 음악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블루스 음악에 취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은은하게 그의 음악에 1만여 관객이 얼큰하게 취하는데 걸린 시간은 정확히 두 시간. 예정된 오후 7시에 공연을 시작해 정확하게 9시에 공연은 마무리 됐다. 더하고 뺌이 없는 그다운 간결하지만 묵직한 울림이었다.

공연의 시작은 흥겨웠다. 블루스의 고전 <키 투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는 공연장을 들뜨게 하기에 충분했다. 거장은 무대에서 준비를 마치고 기다렸지만 늦은 관객의 마음을 바쁘게 했다. 노래 한 곡이 끝날 때쯤에야 자리가 정돈됐다.

<라일라(Layla)><노바디 노우스 유(Nobody knows you)><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등 익숙한 곡들은 은은한 향기를 냈다. <세임 올드 블루스(Same old Blues)><웬 썸바디 씽스(When Somebody Thinks)><비포 유 어큐스 미(Before you accuse me)> 등 총 18곡은 때론 빠르게 때론 느리게 객석을 쥐락펴락하며 울려 퍼졌다.

공연 중반 그는 어쿠스틱 기타와 함께 의자에 앉았다. 국내 팬들에게 익숙한 모습이었다. <티어즈 인 헤픈(Tears in Heaven)><체인지 더 월드(Change the world)>를 기대했을 법하다. 기대는 빗나갔지만 원망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공연 후반부 그는 거칠게 몰아 부쳤다. <배드지(Badge)><비포 유 어큐즈 미> 등에서 66세의 나이는 숫자에 불과했다. 투박한 음색을 복식으로 내며 무대를 호령했다. 1960년대 야즈버드 시절 무대를 내달리던 그와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퀸 오브 스페이드(Queen of Spades)>에서는 질척한 기타연주로 무대를 흐물거리게 했다.

넋을 놓고 바라보던 관객이 일어나 흥에 도취된 것은 마지막 곡 <코카인(Cocaine)>. 국내서 금지곡이었던 노래다. '코카인'을 외치며 노래가 마무리 될 때는 이미 무대와 객석은 한 덩이가 된 후였다. 앙코르 <퍼더 온 업 더 로드(Further on up the road)>를 부르고 에릭 클랩턴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기타를 잘 친다는 개념은 주관적이다. 빠르고 현란한 연주가 인정받기도 하지만 속도는 이제 무의미하다. 진정한 연주는 퍼포먼스처럼 빠른 손놀림을 보여주는 데 있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듣는 연주에 기반한다.

그런 의미에서 에릭 클랩튼의 애칭 '슬로 핸즈'는 경외를 받을 만하다. 마음을 느리게 주무르며 매혹시키는 그만의 재주는 이제 신기(神技)에 가깝다. 세월의 무게만큼 노련하고 깊이를 더한다. 네 번째 그의 내한 공연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스포츠한국 / 김성한기자 wing@s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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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턴, 기타만 잘치시는 줄 알았네요

 

에릭 클랩턴이 4년만에 한국 팬들과 다시 만났다.

20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에릭틀랩턴 내한공연은 `기타의 신` 불리는 그의 명성을 직접 눈앞에서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1997년 10월, 2007년 1월에 이은 세 번째 내한공연이지만 1만 1천명의 팬들의 반응은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웠다.

'원더풀 투나잇'‥명곡들의 향연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로 공연의 포문을 연 에릭 클랩터은 `라일라`(Layla) `노바디 노우스 유`(Nobody knows you),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곡들을 비롯해 `세임 올드 블루스`(Same old Blues), `웬 썸바디 씽스(When Somebody Thinks), `비포 유 어큐스 미`(Before you accuse me) 등 총 18곡의 노래를 2시간여 동안 연주했다.

오프닝부터 여섯곡을 연달아 부르고 의자에 앉아 어쿠스틱 기타를 매고 일곱 곡을 부른 에릭클랩턴은 다시 록킹한 사운드의 `배드지`(Badge) 부터는 펜더 일렉트릭 기타를 매고 무대 위에 섰다. 한때 국내에서는 금지곡이기도 했던 `코카인`(Cocaine)과 앙코르로 `퍼더 온 업 더 로드`(Further on up the road)를 부르고 에릭 클랩턴의 무대는 막을 내렸다.

신나게, 달콤하게, 때로는 격렬하게 연주되는 그의 기타소리에 따라 관객들은 앉은 자리에서 어깨를 들썩이기도 하고, 차분히 우수에 젖기도 하고 때로는 자리에서 박차고 일어나 환호를 지르기도 했다.

기타만 잘 치시는 줄 알았는데

에릭 클랩턴은 익히 알려져 있다시피 지미 페이지, 제프 벡과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히는 거장이다. 하지만 막상 공연에서 더 놀라웠던 것은 그의 기타실력 보다 가창력이었다.

비교적 비트가 있는 곡으로 공연을 연 에릭 클랩턴은 중반부에 `드리프틴`, `노바디 노우스 유`, `웬 섬바디 씽스` 등 팝적이고 편안한 노래에서는 특유의 중저음의 원숙한 스타일의 보컬을 선보였다.

반 백발에 뿔테안경까지 쓴 그의 얼굴과 잘 어울리는 듯 싶더니 공연 후반부에 `배드지` `비포 유 어큐즈 미` 곡에서는 66세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거칠고 파워풀한 보컬 스타일을 선보여 객석을 열광케 했다. 후반부 `퀸 오브 스페이드`(Queen of Spades)에서는 끈적한 기타연주와 함께 끈적한 블루스 창법으로 또 한번 변신했다.

66세의 거장 뮤지션에게 `팔색조`라는 표현은 다소 경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날 에릭 클랩턴은 분명 이 같은 매력을 충분히 뽐냈다. 팝, 블루스 등 그의 음악적 스펙트럼만큼 이날 연주된 모든 곡에서 그는 다른 모습으로 변신했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역동적`

비교적 오리지널 곡에 가깝게 연주를 한 것도 일종의 관객에 대한 배려처럼 보였다. 소위 대중음악계의 거장들이 오래 전 자신의 히트곡들을 과격하게 변주해 전혀 원곡과는 다른 곡을 들려주는 것과 달리 이날 에릭 클랩튼이 연주한 곡들은 비교적 원곡에 충실했다.

그의 연주에 대해 어떤 평가를 내린다는 것은 다소 무리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2시간의 공연 내내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선보였다는 것 만은 분명하다. 비록 그가 제자리에 서 있던 심지어는 앉아서 연주를 할 때도 그가 놓치지 않은 것은 관객들을 자극하는 열정이었다. 때문에 그의 공연은 2시간 내내 역동적이었다.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기타리스트, 로큰롤 명예의 전당의 유일한 3중 헌액자(솔로 아티스트 자격, 야드버즈의 멤버 자격, 크림의 멤버 자격) 롤링 스톤지가 선정한 가장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인 중 네 번째 인물은 공연장에서 만나야 진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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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 서울 밤하늘에 "원더풀투나잇"..감동 선사

세 번째 내한공연..세대와 장르 초월한 '기타의 힘'

 

공연장 가득히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의 익숙한 기타 전주가 흘러나온다. 무대 위 대형 화면에는 에릭 클랩튼의 주름진 손과 함께 그의 능숙한 기타 연주가 펼쳐졌고, 관객들은 '기타의 거장'의 지휘 아래 한 목소리로 추억을 노래했다.

20일 오후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은 진한 블루스로 물들여졌다. 에릭 클랩튼은 폭발적인 기타 속주부터 감미로운 블루스 연주까지, 기타 여섯 줄의 마법을 부리며 부드럽고 강하게 공연을 이끌었다.

에릭 클랩튼의 세 번째 내한 공연. 록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나이는 중요치 않았다. 공연장에는 장발의 록 키즈부터 백발의 건장한 할아버지, 그리고 다정하게 손을 맞잡은 중년 부부들까지 하나 둘씩 몰려들었다. 서로의 모습은 다르지만, 록과 기타로 이어진 그들은 블루스에 맞춰 금세 하나가 됐다.

음악 팬들의 큰 기대 속에 출발한 첫 무대는 클랩튼의 뜨거운 질주로 시작됐다. 무대 위엔 체크 무늬 셔츠에 청바지로 간소하게 멋을 부린 그의 모습이 나타났고, 격렬하면서 다이나믹한 첫 무대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가 울려 퍼졌다. 클랩튼은 파워풀한 손놀림을 선보이며 공연 시작부터 객석을 들뜨게 했다.

첫 무대가 열림과 동시에 분위기를 뜨겁게 달군 클랩튼의 폭발적인 기타사운드는 곧장 관객들의 심장으로 향했고, 팬들은 손을 높이 뻗어 열광적인 함성으로 그의 연주에 화답했다. 화려한 테크닉과 함께 시종일관 팬들과 가까운 곳에서 눈을 마주치며 교감했고, 그는 성의 있는 연주로 팬들과 소통했다.

그는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였던 곡 '노바디 노즈 유 웬 유아 다운 앤드 아웃(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Out)'을 선보이며 진한 블루스 기타 사운드의 서정적이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외에도 클랩튼은 ‘락킹 체어(Rocking Chair)' '리버 런스 딥'(River Runs Deep) 등 히트곡을 선보이며 열기를 고조시켰고, ‘퍼더 온 업 더 로드(Further on Up The Road)'로 절정의 피날레를 장식했다.

불멸의 히트곡 '레일라(Layla)' 무대도 펼쳐졌다. 친숙한 전주 부분만 듣고도 열정적인 반응을 보인 팬들은 추억어린 곡을 성의 있는 자세로 감상했다. 클랩튼은 잔잔한 기타 연주와 함께 나즈막한 목소리로 삶을 노래해 객석에 향수를 자극했다.

감정을 담아 느리게 연주해 '슬로핸드'라는 별명을 지닌 그는 지미 페이지, 제프 벡과 함께 세계 3대 기타리스트로 꼽힌다. 이날 공연은 팝계의 전설로 군림하며 정상에 머무르고 있는 클랩튼의 지난 음악역사를 총망라한 곡들로 꾸며졌다.

환갑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달콤하고 매력적이었다. 특유의 여유로움과 테크니컬한 연주, 게다가 즐기는 음악을 관객들에 선사한 이날 공연은 진정 '달인의 무대'였고, 그 주인공은 분명 '블루스 기타의 전설'이었다.

 

머니투데이 박영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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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혼' 보여준 연주..에릭 클랩튼 공연 - 3개 기타로 약 20곡 연주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 거장의 혼(魂)이 느껴지는 연주와 노래였다.

20일 저녁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에릭 클랩튼의 내한공연에서 팬들은 2시간여 동안 66세의 이 거장이 들려주는 화려한 기타 선율과 깊은 음성에 심취했다. 오후 7시가 조금 지나 무대에 등장한 클랩튼은 푸른색 체크 셔츠에 청바지, 운동화를 신은 간편한 차림이었다. 거장이란 수식어에 비해서는 참으로 소박하고 수수한 모습이었다. 이제 60대 중반에 접어든 그의 머리칼은 전체가 은발이었고 얼굴에서도 정직하게 나이가 느껴졌다.

그러나 첫 곡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에서부터 시작된 현란한 기타 연주에서는 여전히 꿈틀거리는 에너지가 느껴졌다. 일렉 기타로 들려준 초반부 다섯 곡은 특히 어떤 경지에 올라선 기타리스트만이 들려줄 수 있는 깊고도 깊은 울림을 느끼게 했다. '올드 러브'(Old Love)'의 간주에서 들려준 화려한 기타 솔로 부분에서는 객석에서 탄식과 환호성이 동시에 흘러나왔다. '아이 샷 더 쉐리프(I Shot The Sheriff)'의 경쾌한 기타 솔로 부분에서는 클랩튼의 손가락이 1초에 몇 번이나 움직이는지 셀 수 없을 정도로 빠른 기타 리프가 이어져 관객들의 혼을 빼놨다.

관객들도 흥겨운 리듬에 신이 나 일부는 일어서 몸을 흔들고 앉아서는 어깨를 들썩였다. 관객들의 환호에 클랩튼은 한 곡이 끝날 때마다 "땡큐, 땡큐 베리 머치(Thank you, Thank you very much)'를 연발했다.

 

로큰롤 리듬이 강한 곡들로 무대를 달구고 나서 클랩튼은 어쿠스틱 기타로 바꿔 메고 의자에 앉아 '드리프팅(Driftin')과 '노바디 노우스 유(Nobody Knows you)'를 들려줬다. 잔잔한 어쿠스틱 기타 음색에 실린 그의 보컬은 늘 그렇듯 화려하진 않지만 듣는 이를 편하게 했다. 세월이 흐름에 따라 더욱 깊어진 음성이 듣는 이의 감성을 더 강하게 흔들었다.

이어 그는 다시 기타를 바꿔 최신 앨범 '클랩튼(CLAPTON)' 수록곡인 '리버 런스 딥(River Runs Deep)' '로킹 체어(Rocking Chair)'와 '세임 올드 블루스(Same Old Blues)' 등 블루스 곡들을 들려줬다. 최신작에서 블루스 장르에 대한 깊은 애정을 드러낸 그는 이번 공연의 클라이맥스를 블루스곡들로 장식하면서 한국 팬들에게 블루스의 진수를 보여줬다.

블루스가 사람의 감정을 진하고 끈적끈적하게 표현한 장르이지만, 클랩튼은 이 장르의 느낌을 최고조로 끌어내면서도 자신만의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을 더한 음악을 들려줬다. '리버 런스 딥'에서는 말그대로 '기타가 운다'는 표현이 들어맞을 정도로 한 음 한 음이 흐느끼듯 울려퍼졌다. 함께 들려준 노래 역시 깊은 강물이 흐르는 듯한 장중함과 유려함을 담고 있었다.

이어 그의 히트곡 중 하나인 '레일라(Layla)'를 들려줄 때는 팬들의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공연 중반부로 접어들면서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기 시작했고 앞머리가 살짝 흐트러졌다. 혼신을 담은 연주였다.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그는 최고의 히트곡인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을 선사했다. 관객들은 첫 반주가 흘러나올 때부터 열렬히 환호했다.

총 3개의 기타로 20곡에 가까운 곡들을 들려준 그는 이날 그간 해온 음악을 집대성해 남김없이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익숙한 곡들은 음색이 더 깊어져 있었고 최신작에 실렸던 새로운 곡들은 그의 음악이 한층 더 넓어졌음을 느끼게 했다. 관객들의 열광적인 박수와 환호성으로 한 곡의 앵콜곡까지 들려준 뒤 그는 기타를 벗고 두손을 모은 뒤 관객들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차남인 김정철의 관람으로 예기치 않게 정치적 해석까지 덧붙여진 지난 14일 싱가포르 공연에 크게 언짢해 했던 것으로 알려진 클랩튼은 이날 아쉬워하는 관객들에게 "땡큐"라는 말만 남긴채 엄지손가락을 치켜들고 손을 흔들며 무대를 떠났다.

mi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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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 클랩튼이 알려준 블루스의 참맛

 

[유니온프레스=권석정 기자] 어쩌면 신기한 광경이었다. 20일 오후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을 가득 메운 11,000여명의 관객은 에릭 클랩튼의 블루스 기타에 즉각 반응하며 제3의 연주자가 됐다. 기타가 불을 뿜으면 환호성을 질렀고 섬세한 연주에서는 숨을 죽였다. 이날 내한공연에서 에릭 클랩튼은 무려 13곡의 정통 블루스를 연주했고, 관객은 계속되는 블루스의 향연 속에서 헤어 나오질 못했다. 감동의 탄성만이 이어질 뿐이었다.

저녁 7시 정각이 되자 체크무늬 남방과 청바지를 입은 ‘동네아저씨 포스’의 에릭 클랩튼이 하늘색 펜더기타를 메고 무대에 나왔다. 별다른 멘트 없이 데렉 앤 더 도미노스(Derek & The Dominos) 시절에 연주하던 블루스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를 시작하자 객석은 들썩이기 시작했다. 넉넉한 블루스 리듬이 공연장을 서서히 채워나갔다.

‘후치 쿠치 맨(Hoochie Coochie Man)’의 묵직한 전주가 연주되자 객석에서 일제히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스타카토로 딱딱 끊어지는 테마에 관객들은 장단을 맞추며 즐거워했다. 이때까지 밴드와의 호흡을 다잡아간 에릭 클랩튼은 마이너 블루스 ‘올드 러브(Old Love)’에서부터 피치를 올리기 시작했다. 에릭 클랩튼은 뜨거운 벤딩과 느릿한 비브라토로 품격 있는 소리를 뽑아냈고 밴드 멤버들도 일제히 솔로잉을 펼치며 이에 응수했다.

이어 에릭 클랩튼이 기타 리듬 컷팅으로 레게리듬을 연주하자 객석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이 샷 더 셰리프(I Shot The Sheriff)’가 연주될 차례였다. 넘실대는 리듬이 계속 흐르다가 그 유명한 테마가 연주되자 객석은 열광의 도가니로 변했다. 에릭 클랩튼의 헤비한 기타솔로가 이어졌고 그의 오랜 동반자인 드러머 스티브 갯(Steve Gadd)은 완급을 맞추며 바운스를 조절해갔다. 관객들은 연주의 고저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밴드와 함께 분위기를 주도해 나갔다.

일렉트릭 블루스를 연이어 선사한 에릭 클랩튼은 통기타로 바꿔 메고 ‘드리프팅(Driftin’)’을 연주했다. 핑거피킹을 통해 표현되는 따스한 소리가 가히 일품이었다. 에릭 클랩튼의 기타에 스티브 갯은 약간의 베이스드럼을 곁들이며 델타 블루스의 고즈넉한 질감을 잘 살렸다. 블루스 장인의 숨결이 묻어나는 완숙한 소리였다.

통기타 연주는 ‘노바디 노우스 유 웬 유어 다운 앤 아웃(Nobody Knows You When You're Down and Out)’으로 이어졌다. <언플러그드(Unplugged)> 앨범 버전으로 유명한 이 곡은 에릭 클랩튼 팬들에게 숨은 보석과 같은 레퍼토리다. 말끔한 멜로디가 몸을 나른하게 만들었다.

블루스를 중심으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는 기존 히트곡과 새 앨범 <클랩튼(Clapton)>의 수록곡들이 적절히 조화를 이뤘다. 신곡 중 ‘로킹 체어(Rocking Chair)’에서는 드라이브가 살짝 걸린 세미할로우 기타로 화사한 톤을 선보이기도 했다. 에릭 클랩튼은 같은 기타로 ‘레일라(Layla)’ <언플러그드> 앨범 버전을 선사했다. 일렉트릭 기타로 어쿠스틱 버전을 연주하자 색다른 맛이 느껴졌다.

‘레일라’의 감동이 가시기도 전에 에릭 클랩튼은 펜더 기타를 다시 메고 ‘배지(Badge)’를 선사했다. 히트곡이 연이어 나오자 객석에서는 행복한 함성이 이어졌다. 이제 에릭 클랩튼의 연주는 슬슬 절정을 향해가고 있었다. 그의 연주가 지니는 호흡은 가히 일품이었다. 그는 열정적인 프레이즈를 토해내다가 한순간 호흡을 고르더니 이내 벤딩 하나로 빈 공간을 갈랐다. 마치 할아버지가 옛날이야기를 들려주듯 느물느물하면서도 두서가 확실한 연주였다.

건반 연주자 팀 캐먼(Tim Carmon)의 연주도 단연 돋보였다. 최근 에릭 클랩튼 밴드의 공연과 달리 이날 무대는 기타 한 대로 진행됐는데 팀 캐먼의 건반이 한껏 활약하며 빈틈을 훌륭하게 메웠다. 그는 피치밴드 휠을 이용해 기타소리를 흉내 내는 한편 해먼드오르간으로 격정적인 솔로를 쉴 새 없이 토해냈다. 그는 건반연주자임에도 불구하고 펜타토닉 스케일을 탁월하게 구사해 블루스의 맛을 제대로 전해줬다.

에릭 클랩튼이 클린 톤으로 ‘원더풀 투나잇(Wonderful Tonight)’의 테마를 연주하자 이날의 가장 큰 함성소리가 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하지만 이 곡이 이날 공연의 절정은 아니었다. 슬로우 블루스 ‘퀸 오브 스페이드(Queen Of Spades)’에서 에릭 클랩튼은 이날 최고의 솔로를 선보였다. 끈적끈적하게 테마를 밟아간 그는 특유의 비브라토로 피치를 올리더니 혼을 불사르는 연주로 이날 최고의 장면을 선사했다. 강한 피킹은 가슴을 후벼 파는 듯 했으며 육중한 프레이즈가 몸을 짓누르는 듯 했다. 마치 눈덩이를 굴리다가 한 번에 내동댕이치는 듯한 연주였다.

이 에너지를 그대로 이어받아 마지막 곡 ‘코카인(Cocaine)’을 연주하자 공연은 스탠딩으로 돌변했다. 뒤에 앉은 관객들은 하나둘 체조경기장 앞쪽으로 다가갔고 일부는 춤을 추며 공연을 관람하기도 했다. 매곡이 끝날 때마다 ‘땡 큐(Thank You)’를 연발한 노대가는 앵콜로 ‘크로스로드(Crossroads)’를 크림(Cream) 버전으로 연주한 뒤 무대 뒤로 돌아갔다.

이날 에릭 클랩튼의 연주에서는 그 어떤 음의 낭비도 찾아볼 수 없었다. 그는 완숙에 이른 기타소리로 찬찬히 이야기를 들려주듯 연주를 이어나갔다. 기승전결이 뚜렷한 솔로 진행에서 블루스 장인의 진면목을 느낄 수 있었다.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프레이즈의 향연은 누가 말리지 않으면 밤새도록 계속될 것만 같았다. 우렁찬 목소리도 인상적이었다. 그는 기타 못지않은 탁월한 보컬을 들려주며 완숙의 경지에 이른 블루스맨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에릭 클랩튼의 공연을 관람한 블루스 기타리스트 김목경(53)씨는 “에릭 클랩튼 공연은 7번 봤는데 오늘 무대는 그 중에서도 특히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기타리스트 데렉 트럭스(Derek Trucks)가 함께 왔던 지난 내한공연도 좋았지만 밴드의 전체적인 사운드는 이번 공연이 더 안정되고 좋았다”며 “적지 않은 나이에도 열정적으로 음악을 해나가는 모습이 정말 대단하다”고 에릭 클랩튼에게 찬사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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