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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I Love Live

20101006 - Keith Jarrett Trio 공연

by Wood-Stock 2010. 7. 4.

그들이 곧 재즈다 ~ 키스 재럿 트리오 10월 한국 공연

 

“사상 최고의 트리오” 평단 극찬, 음반 대부분 ‘결정적 버전’ 반열

직관 따른 연주에 곡명까지 미정... 박자·화성 따지면 ‘참맛’ 못느껴

 

재즈계의 세계적인 거장 키스 재럿 트리오가 오는 10월6일 저녁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한다. 1983년부터 공식적인 트리오로 호흡을 맞춰온 키스 재럿(피아노·65), 게리 피콕(베이스·75), 잭 디조넷(드럼·68) 편성 그대로 서는 역사적 무대인 터라, 재즈 팬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뛰고 있다.

 

 

키스 재럿 트리오는 일본에서 여러 차례 공연을 하고 라이브 음반까지 냈으나 웬일인지 이웃나라인 한국에는 들르지 않았다. 말하자면 한국을 찾지 않은, 거의 마지막 남은 재즈 거장급의 공연인 셈이다.

 

키스 재럿은 두말할 나위 없는 피아노의 명인. 20세기 말 피아노 음악을 얘기할 때 가장 먼저 거론되는 몇 안 되는 연주자 가운데 하나다. 세살 때부터 피아노를 치고 일곱살 때부터 클래식 음악 공부를 한 그는 60년대 초 재즈로 전향했다. 드러머 아트 블레이키, 색소포니스트 찰스 로이드 등의 밴드에 발탁되면서 연주자뿐 아니라 작곡가로서도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고, 60년대 말 마일스 데이비스의 재즈 록 밴드에 합류하며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후 피아노 독주, 피아노 트리오, 색소폰 콰르텟 등 다채로운 편성으로 재즈는 물론 여러 클래식 작품까지 아우르며 왕성한 연주 활동을 벌여왔다.

 

게리 피콕은 50년대까지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다 베이스로 전향했다. 모던과 포스트모던, 프리재즈의 넓은 자장 안에서 재즈 베이스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현대 재즈의 큰 스승’으로 불린다. 어릴 적 피아노를 친 잭 디조넷은 타악기인 드럼을 마치 피아노 치듯 연주해 새로운 차원의 음정과 음색 체계를 표현한 명인으로 일컬어진다.

 

이들의 인연은 60년대부터 시작됐다. 키스 재럿과 잭 디조넷은 66~68년 찰스 로이드 콰르텟 일원으로 활동하며 음악적 교감을 나눴다. 77년 게리 피콕의 데뷔작 <테일스 오브 어너더>에 키스 재럿과 잭 디조넷이 참여하면서 셋의 첫 협연이 이뤄졌다. 그때의 호흡을 잊지 못한 키스 재럿은 83년 둘을 초청해 트리오로 녹음을 했고, 이 결과물은 84~85년 <체인지스> <스탠더즈 볼륨 1> <스탠더즈 볼륨 2> 석 장의 앨범으로 잇따라 발표됐다. 평단은 “재즈사에서 가장 위대한 피아노 트리오”라는 찬사를 쏟아냈다. 이후 발표하는 앨범마다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재즈 전문지로부터 ‘올해의 앨범’ 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다져왔다.

 

이들의 가장 큰 미학은 정체하지 않으면서도 독특한 스타일을 유지한다는 데 있다. 언뜻 서로 충돌하는 표현 같지만, 이런 모순과 역설의 미학이야말로 키스 재럿 트리오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이다. 김현준 재즈비평가는 “이들의 연주는 어느 한 부분만 마주해도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알아챌 만큼 강렬하고 독창적인 스타일을 지녔다”며 “동시에 상투적으로 흘려보내거나 이전과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인상을 거의 남기지 않을 정도로 매번 참신한 영감을 불러일으킨다”고 말했다.


이들의 발자취에서 주목할 또 하나는 창작곡이 아닌 스탠더드 곡을 주로 다뤄왔다는 점이다. 김현준 비평가는 “이는 분명 현대 재즈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지만, 특유의 ‘정체하지 않는 스타일’ 덕에 이들의 스탠더드 곡 녹음은 대부분 ‘결정적 버전’으로 남게 됐다”며 “‘어떤 소재를 다룰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이란, 연주자가 그 소재에 무엇을 불어넣는가에 대한 것이다’라는 키스 재럿의 명언이 이들의 연주를 이해하는 단초를 제시해준다”고 설명했다. 키스 재럿 트리오는 공연에서 어느 곡을 연주할지 미리 정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서로의 특성과 강점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세 거장이 직관에 따라 이성과 감성의 조합을 폭포수처럼 쏟아낸다. 김현준 비평가는 “혹시라도 이들의 연주를 들을 때 어설프게 박자를 세고 화성의 조합을 캐내는 데 집중한다면 무대 위에서 번뜩이며 스쳐 지나가는 직관의 흐름을 놓칠 공산이 크다”며 “그걸 놓치면 모든 걸 놓치는 셈”이라고 조언했다. 공연 티켓은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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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자렛 트리오, 과연 명불허전

 

재즈 팬이라면 꼭 해보고 싶은 것 중 하나가 키스 재럿 트리오 라이브 공연 직접 보기다. 이를 위해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기다린 이들이 10월 6일 밤 서울 세종문화회관에 모였다.

짙은 붉은색 셔츠와 귀여운 선글라스를 쓰고 무대에 오른 키스 재럿은 1983년에 출발한 ‘스탠더드 트리오’의 또다른 꼭짓점인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 드러머 잭 디조넷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색다른 도입부를 과감하게 적용하는 이들의 장기는 첫곡 ‘올 오브 유’에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이어 ‘보디 앤드 솔’, ‘마이 십’, ‘싱스 에인트 왓 데이 유스드 투 비’, ‘브로드웨이 블루스’ 등을 집중력 있게 소화했다. 공연 뒤 지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가장 멋진 연주로 꼽은 곡은 본공연 마지막 곡 ‘아이 폴 인 러브 투 이질리’이다. 키스 재럿의 손끝이 건반에 닿을 때마다 공연장 가득 울려 퍼지는 음은 가슴을 타고 들어와 눈가를 촉촉이 적셨다.

명불허전이라 했던가. 곡마다 차고 넘치는 감성과 현란한 테크닉, 3명의 인터플레이는 공연 내내 관객을 사로잡았다. 특히 키스 재럿의 트레이드마크인 엉거주춤한 자세로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과 즉흥연주에 몰입할 때 터져 나오는 신음 소리는 그 자체로 공연의 하나가 됐다.

게리 피콕의 베이스 연주도 공연의 하이라이트였다. 70대 중반인 그의 건강에 대한 걱정을 그야말로 기우로 돌려세우며 빠르고 민첩한 연주를 선보였다. 특히 키스 재럿과 합을 이루는 아름다운 솔로 라인은 지금이 전성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내 자리가 마침 게리 피콕 앞이어서 유심히 봤는데, 곡이 끝날 때마다 키스 재럿을 격려하고 응원해주는 눈짓과 웃음에 그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잭 디조넷도 스틱, 브러시, 마렛 등을 이용해 다양한 톤을 만들었고, 정평이 나 있는 섬세한 심벌 연주는 멋진 트리오 사운드에 큰 몫을 했다. 다만 드럼 소리는 공연장과 궁합이 맞지 않아서인지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오래 기다린 첫 내한공연이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외사랑이 너무 깊어 뜨거운 박수와 환호성 안에는 묘한 원망도 섞여 있지 않았나 싶다. 1부 6곡, 2부 4곡을 연주하는 동안 3000명의 관객은 미리 연습이나 한듯 시기적절하게 박수와 환호를 보내 까다롭기로 유명한 키스 재럿의 취향을 완벽하게 맞춰주었다. 그 어떤 팝스타 부럽지 않은 박수와 환호성에 답하고자 이들은 앙코르로 ‘갓 블레스 더 차일드’를 연주했다.

그런데 첫번째 앙코르가 끝나고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공연 전부터 사진 촬영은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했건만, 누군가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 것이다. 키스 재럿은 마이크를 잡고 사진을 찍은 관객에게 “저주”를 거는 멘트를 했다. 그리고는 두번째 앙코르 곡 ‘웬 아이 폴 인 러브’를 연주했다. 연주는 좋았지만, 이 사건으로 그만 아름답고 감동스러워야 할 엔딩 분위기가 가라앉고 만 게 옥에 티라면 티였다.

2년 뒤 다시 한번 이들을 무대에서 만나기를 바란다. 욕심을 더 내자면 그때는 공연 실황을 녹음해 <라이브 인 서울 2012> 앨범이 이시엠(ECM) 레이블을 통해 전세계 재즈 팬에게 선보여졌으면 한다.

 

사진 찍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키스 자렛은 공연 주최측의 사진 촬영도 거부했다고 하네요. 그래서 이번 서울 공연 사진은 없답니다. 어느 관객의 플래시 때문에 기분 상해 두번째 앙코르를 안하는 건 아닐까 조마조마했습니다. 다행히 이전의 관객들 반응이 마음에 들었던지 두번째 앙코르 곡 'When I Fall In Love'를 연주했습니다. 평소보다는 좀 짧게 한 것 같긴 했습니다만... - -;;

글 김광현 <재즈피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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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키스 자렛 솔로 콘서트 -  돌아온 재즈 거장

 

키스 자렛 솔로 콘서트(Keith Jarrett An Evening of Solo Piano Improvisations)가 오는 6월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다. 작년 가을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Gary Peacock), 드러머 잭 디조넷 (Jack DeJohnette)과 트리오 공연을 선보이며 한국 재즈 팬들을 매료시켰던 그는,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다.

작년 가을 게리 피콕, 잭 디조넷과의 트리오 공연으로 재즈 팬들을 매료시켰던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이 솔로 콘서트를 위해 6월 초 내한한다. 재즈를 사랑하는 한국 팬들에게 이번 키스 자렛의 솔로 콘서트는 희소식이 될 터. 작년 세종문화회관에서 첫 내한공연을 하기 전까지도 국내 팬들은 그의 내한 여부에 반신반의했다.

그는 공연장, 악기, 공연장을 찾는 팬들에 대해 확신이 서지 않는 무대에서는 절대 공연을 하지 않는, 까다롭기로 유명한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첫 공연 이후 다시 내한하는 이유는 국내 재즈 팬들이 보낸 열정과 성원에 감동했기 때문.

그는 8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아 그러한 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한다. 재즈 팬들은 키스 자렛의 트리오 공연도 좋지만 솔로 공연이 더욱 좋다고 입을 모은다. 키스 자렛의 솔로 공연은 뉴욕의 카네기 홀, 런던의 로열 페스티벌 홀, 베를린 필하모니 홀, 도쿄 메트로폴리탄 페스티벌 홀 등 세계 최고의 음악 도시에서 열려 숱한 화제를 남겼다.

 

재즈사에 남을 기념비적 순간을 레코딩하다

그의 솔로 공연은 연주가 시작되는 바로 그 순간, 음악적 영감에 의해 진행되는 것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위험도가 높은 만큼 성공하면 감동은 배가되기 때문. 많은 해외 평론가들은 그의 솔로 콘서트를 ‘신성한 순간’,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음악’이라고 평한다.

그는 지난해 공연에서 국내 재즈 팬들의 높은 관람 수준과 열정에 감동해 8개월 만에 서울에서의 솔로 콘서트를 기획했다. 지난해 10월, 그의 트리오 공연을 본 사람들은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설렘을 가슴에 간직하고 있다.

키스 자렛의 솔로 피아노는 트리오 연주와 함께 그의 음악 세계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중요한 축. 2002년에 발표됐던 ‘Radiance’ 앨범은 그를 솔로 피아노계의 전설로 만들었으며, 가장 최근작인 ‘Testament Paris/London’을 2008년에 발표하면서 그의 광활한 음악성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키스 자렛은 2008년 재즈 전문지 다운비트의 명예의 전당에 올랐으며, 2010년 말 그래미 위원회는 1975년에 발표된 그의 앨범 ‘The Koln Concert’를 명예의 전당에 올렸다. 이번 공연에는 그동안 키스 자렛 솔로 공연을 녹음했던 레코딩 엔지니어가 함께 방한해 이 순간을 기록할 예정이다. 키스 자렛 트리오의 공연에 이어 그의 솔로 공연도 최고의 재즈 공연으로 기억될 것이다.

공연 일시 : 2011년 6월 2일(목) 오후 8시
공연 장소 :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문의: 인터파크 1544-1555

박진아 기자 pj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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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피아노 키스 자렛 "한국청중 열정 정말 대단"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한국의 관객들이 나를 다시 불렀다. 지난해 공연에서 보여준 열정은 정말 대단했다. 내심 크게 놀랐다. 관객들은 매우 열린 자세로 우리의 연주를 맞아 줬다."

 

6월2일 오후 8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솔로 콘서트를 펼치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66)이 재즈평론가 김현준씨와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공연은 한국의 관객들이 성사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75), 드러머 잭 디조닛(68)과 트리오로 내한했던 자렛은 이번에는 솔로로 한국을 찾는다. "아무래도 솔로 콘서트는 더 큰 부담과 긴장을 떠안게 마련"이라며 "물론 나 자신에겐 아주 큰 설렘을 안겨주는 기회다. 열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고 전했다.

 

트리오와 솔로, 두 편성의 차이에 대해서는 "음악적으로야 워낙 변별력이 크니 일일이 부연하긴 힘들다"며 "결국 두 편성은 완전히 다른 우주를 느끼게 한다"고 설명했다. "아예 다른 행성에 발을 딛고 선 듯한 느낌을 안겨 준다"며 "나란 사람은 하나지만 전혀 다른 공간을 여행하는 것과 같다"고 여겼다.

 

솔로 콘서트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바로 "시작 단계"다. "시작을 어떻게 풀어나가느냐에 따라 공연 전체가 경직될 수도 있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며 "솔로 콘서트의 성패는 결국 시작에 달린 셈"이라고 강조했다.

 

약 20년간 신곡을 발표하지 않았다. "1990년대 말부터 건강이 매우 나빠졌다"며 "이후로 더 이상 곡을 쓰지 않는다"고 알렸다. "그 즈음에 참 많은 생각을 했다"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것은 결국 '즉흥연주'뿐이란 사실을 깨닫게 됐다"며 웃었다. "남아 있는 모든 에너지를 바로 거기에 쏟아 부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국의 얼터너티브 록그룹 '너바나'의 '올 어팔러지스(All Apologies)' 등 유명 록음악이나 팝을 소재로 삼은 '뉴 스탠더드' 재즈에 대해서는 "달갑지 않다"는 반응이다. "영국의 록밴드 '비틀스'의 노래들이라면 모를까, 별로 관심도 없다"며 "만약 소재가 궁해서 그런 것이라면 더더욱 웃긴 얘기다. 진정으로 새로워져야 할 것은 소재가 아니라 우리의 정신이고 인식이어야 한다"는 마음이다.

 

딜레마에 빠진 한국의 젊은 연주자들에게는 "우선 문화적인 또는 지역적인 문제가 상존한다는 걸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태어나 생활한 사람이 후천적으로 재즈를 연주하려면 여러 문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도 "중요한 건 개인적인 감정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는가"라며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가도 따져야 한다"고 귀띔했다.

 

 

"절대다수의 젊은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주가 독창적인가 아닌가를 고민한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연주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더 관심이 많다. 하지만 단언컨대 젊은 연주자들일수록 남들이 자기 연주를 좋아할지 아닐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자신이 가르친 학생들이 "없진 않았지만, 없었다고 말하는 게 맞겠다"면서 "그들이 원한 건 결국 어떻게 하면 나처럼 연주할 수 있는지 하는 부분이었다"고 털어놓았다. "누구든 '나 자신'을 잘 표현하는 게 급선무여야 하는데, 왜 내 표현 방법이 궁금했던 건지 모르겠다. 물론 이젠 누구도 가르치지 않는다."

 

자렛은 1945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피아노를 치기 시작해 일곱 살 때부터 클래식 음악을 공부했다. 1960년대 초 재즈로 전향했다. 드러머 아트 블래키(1919~1990), 색소포니스트 찰스 로이드(73) 등의 밴드에 발탁돼 작곡가로서 명성을 쌓았다.

 

1960년대 말 마일스 데이비스(1926~1991)의 재즈 록밴드에 합류하며 큰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베이시스트 찰리 헤이든(74), 드러머 폴 모션(80) 등과 협연하고 베이시스트 게리 피콕(76), 드러머 잭 디조넷(69)과 함께 트리오를 결성하는 등 60장의 앨범 작업에 참여했다.

 

이번 내한 공연은 앨범으로도 남는다. 자렛 솔로공연을 전담한 레코딩 엔지니어가 함께 방한해 녹음한다. 5만~18만원. 인포샵 02-399-1114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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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자렛, '독창성은 목표가 아닌 출발'

 

[유니온프레스=권석정 기자] 현존하는 최고의 재즈 피아니스트 키스 자렛이 6월 2일 오후 8시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두 번째 내한공연을 갖는다.

자렛은 8개월 전 피아노 트리오로 한국을 찾았다. 지난 공연은 재즈로는 이례적으로 이틀 만에 3,000석을 매진시키며 화제를 모았다. 평소 인터뷰를 하지 않기로 유명한 한 그가 내한을 앞둔 지난 15일 재즈 비평가 김현준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 세종문화회관


키스 자렛은 한국을 다시 찾게 된 계기에 대해 “한국의 관객들이 나를 다시 불렀다. 작년 공연에서 그들이 보여준 열정은 정말 대단했고 내심 크게 놀랐다. 이번 공연은 관객들이 성사시킨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번에 솔로 피아노로 공연을 펼치게 된다. 자렛은 “솔로 콘서트는 더 큰 부담과 긴장을 떠안기 마련이지만 나 자신에게는 아주 큰 설렘을 안져준다. 솔로 공연을 치를 때마다 매번 새로운 모험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키스 자렛은 70년대부터 솔로 콘서트를 이어오고 있다. 그는 1971년 <페이싱 유(Facing You)>를 시작으로 꾸준히 솔로 피아노 앨범을 발표했다. 재즈사를 관통하는 명반으로 꼽히는 <쾰른 콘서트(The Köln Concert)>는 세계적으로 무려 35만장 이상이 팔려나갔다.

그는 혼자서 임프로비제이션으로 재즈 스탠더드를 해체·조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하나의 스탠더드를 가지고 매 공연마다 즉흥성을 통해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의 솔로는 각각의 문장을 이뤄 소설을 쓰듯 진행된다. 자렛은 “솔로 콘서트에서 가장 힘든 부분은 시작 단계다. 시작을 어떻게 풀어 가느냐에 따라 공연 전체가 경직될 수도 있고 자유로울 수도 있다”고 전했다.

“내가 요즘 들어 연주하는 작은 파트들은 모두 하나의 독립적인 소우주와 같다. 그런데 나의 솔로 콘서트는 단순히 여러 솔로 곡들을 모아 놓은 것이 아니라 전체 공연이 하나의 울타리 안에 있다. 결국 그 소우주들이 모여 하나의 큰 우주를 형성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완성된 우주는 내가 예전에 그려내던 것보다 더 클 수도, 작을 수도 있다.”

키스 자렛은 즉흥연주로 유명하지만 작곡가로도 명성이 높다. 그는 얀 가바렉 등과 퀄텟으로 1977년에 녹음한 앨범 <마이 송(My Song)>의 전곡을 작곡했다. 이 앨범에 수록된 ‘마이 송’, ‘컨트리(Country)’ 등은 수려한 멜로디로 국내 재즈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하지만 그는 어느 때부터인가 즉흥연주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자렛은 “90년대 말에 건강이 매우 악화됐었고 그 이후로 난 더 이상 곡을 쓰지 않고 있다. 당시 많은 생각을 했는데 내가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것은 결국 즉흥연주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설명했다.

 

ⓒ 세종문화회관


키스 자렛의 음악세계는 광활하지만, 특히 그는 클래식과 모던재즈로 단련된 연주자다. 그의 연주는 독창적이고 진보적이지만 곡의 소재는 대개 재즈 고전에 머무른다. 비교적 젊은 연주자들인 브래드 멜다우, 배드 플러스의 경우에는 라디오헤드, 사운드가든, 너바나 등 얼터너티브 계열의 록을 재즈로 재해석하기도 한다. 이러한 경향에 대해 자렛은 “달갑지 않고 관심도 없다. 비틀즈라면 모를까”라고 대답했다. 이어 “진정으로 새로워야 할 것은 소재가 아닌 우리의 정신이고 인식”이라고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자렛은 최근 젊은 재즈 피아니스트들이 재즈의 전통에서 탈피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난 스윙을 비롯한 전통적인 리듬 안에서도 아직까지 연주가 지루하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다. 아마도 그런 노력이 새로운 해석을 드러낼 수 있다고들 생각하는 모양인데 순수하게 연주만 가지고도 충분히 자신만의 감정과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볼 때 최근의 그러한 경향은 너무 공부를 많이 한 탓에 이성만 앞선 결과라 생각한다. 관건은 연주 그 자체다.”

키스 자렛은 재즈 외에 클래식 피아노에 대해서도 탁월함을 나타냈다. 그는 바흐, 모차르트, 헨델, 쇼스타코비치를 연주한 다수의 앨범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바흐를 해석한 앨범 <골드베르크 변주곡(Goldberg Variations)>은 자렛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클래식은 언제나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는 존재다. 내 입장에서는 다른 음악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자렛은 최근 젊은 연주자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그는 남을 모방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연주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렛은 “절대다수의 젊은 연주자들은 자신의 연주가 독창적인가 아닌가를 고민한다고 믿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자신의 연주를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더 관심이 많은 것이다. “단언컨대, 젊은 연주자들일수록 남들이 자기 연주를 좋아할지 아닐지에 대해 신경을 쓰지 말아야 한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사실 독창적인 연주를 들려주는 건 최종적인 목표가 아니다. 그 때부터가 출발인 것이다. 무작정 독창적인 것이 무엇일지 고심하다 보면 진정으로 독창적인 연주자가 될 수 없다. 이보다 중요한 건 자기만의 가장 개인적인 감정을 얼마나 잘 표현해낼 수 있는가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얼마나 잘 갖추고 있는가를  따져봐야 할 것이다.”

자렛은 현재 몇 장의 앨범 발매를 앞두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클래식 연주자와 함께 바흐의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했으며 최근 스위스에서 피아노 트리오, 브라질에서의 솔로 피아노 공연을 녹음했다. 자렛은 “브라질의 녹음은 내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이 공연 당시 나 스스로 브라질 문화에서 영향을 받았다는 인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서울 솔로 콘서트도 녹음할 예정이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만약 운이 좋다면 서울 공연이 담긴 라이브 앨범을 만나볼 수도 있겠다.

 

ⓒ 세종문화회관

 


관객을 울려버린 키스 자렛의 솔로 피아노

 

[유니온프레스=권석정 기자] 키스 자렛은 무려 다섯 번 앵콜을 받았다.

ⓒ 세종문화회관거듭되는 앵콜 요청을 마다하느라 그는 스무 번 가까이 무대 앞뒤를 오락가락했다. 자렛은 성원해준 팬들에게 여러 번 고마움을 표했고 성심성의껏 연주에 임했다. 참을성 없는 몇몇 관객들은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리기도 했지만 다행히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연주를 이어갔다. 임프로비제이션으로 흐른 키스 자렛의 첫 솔로 피아노 공연. 매 순간 터져 나오는 소리들은 녹음해서 두고두고 소장하고픈 충동을 불러일으켰다.

2일 공연이 열린 세종문화회관 로비는 역시 굉장한 인파로 가득했다. 재즈 연주자, 재즈 평론가, 재즈 공연 기획자 등 그 어느 공연보다도 업계 관계자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8개월만의 내한이었지만 역시 키스 자렛의 힘은 대단해 보였다.

키스 자렛의 솔로 피아노 공연 관람에 앞서 기대와 부담 두 가지 심정이 교차했다. 음반으로만 듣던 그의 유려한 솔로 임프로비제이션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앞섰지만 그 기대의 대상은 모호한 것이었다. 자렛의 솔로 임프로비제이션은 매번 다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가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토해내는 솔로(내지 작곡)를 만나는 것이 아닌가? 어떤 연주가 나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이었다.

공연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레퍼토리 숙지가 필수라지만 자렛의 솔로 피아노에는 소용없는 짓이었다. 키스 자렛의 솔로 피아노 앨범을 전부 꿰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가 들려줄 소우주의 궤적 정도를 알고 가는 것뿐이리라.

공연 전 사진 촬영과 소음을 최대한도로 자제해달라는 사회자의 당부가 있었다. 사회를 맡은 재즈 비평가 김현준은 박수 치는 타이밍에 대해서도 주의를 요했다. 관객들은 자렛의 영감을 따라가야 했기 때문에 연주자에 대한 배려가 곧 자신들을 위한 배려인 셈이었다.

무대에 등장한 키스 자렛은 자리에 가만히 앉더니 지체 없이 연주를 시작했다. 자렛은 먼저 저음을 ‘뚱’ 때리더니 클래시컬한 문법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기 시작했다. 3,000여 명의 관객은 숨을 죽였으며 그의 피아노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첫 곡의 초반부는 잘 짜인 피아노 소나타를 듣는 듯 했다. 차분하게 단조로 흐르던 그는 저음부를 1분 이상 끌더니 그대로 곡을 끝냈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가 그대로 건반에서 손을 내려놓은 듯 보였다.

이어 자렛은 첫 곡과 전혀 다른 분위기로 돌변해 애잔한 멜로디를 연주했다. 즉석으로 연주된다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아름다운 멜로디와 대비되게 그는 낑낑대며 외마디 신음을 내기 시작했다. 이후 그는 곡마다 매번 전혀 다른 분위기를 연출했다. 무조(無調)에서 프리한 연주를 펼치는가 하면 친근한 스윙으로 어깨를 들썩이게 했고, 또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아름다운 멜로디로 객석을 숨죽이게 만들었다. 각각의 곡들은 모두 다르면서 나름의 일관성을 지녔다. 1부는 그렇게 여섯 개의 파트로 나뉘어 진행됐다.

 

ⓒ 세종문화회관


2부에서 그는 열려진 그랜드피아노 위의 현을 퍼커션처럼 두드리더니 바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연주는 건반과 현을 오가면서 프리하게 흘렀지만 곡 전개에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이어 두 번째 파트는 앞 곡과 연계성을 지니는 듯 진행되다가 찰나의 휴지부 이후 잔잔한 선율로 돌변했다.

자렛의 임프로비제이션은 곡이 진행될수록 수려한 진행을 보였다. 그의 진가는 역시 발라드에서 드러났다. 그가 즉석에서 만들어내는 발라드는 경이로웠다. 멜로디 외에 곡의 음의 고저, 호흡까지 완벽한 진행을 보였다. 그의 발라드가 미리 작곡해놓은 곡처럼 느껴지는 것은 비단 매끄러운 음의 배열 때문만이 아니었던 것이다. 우리는 그의 첫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영광을 누리는 것이 아닌가? 놀라웠다. 그렇게 관객은 무형의 우주는 유형의 우주가 되는 것을 목도했다.

자렛은 이날 앵콜로 무려 5곡을 연주했다. 우레와 같은 앵콜 박수를 보내는 것은 한국 관객의 특징(?) 중 하나이지만 자렛이 다섯 번이나 앵콜에 응해준 것은 다소 의외였다. 그의 앵콜은 너무나 잘 짜인 곡이었기 때문에 임프로비제이션이 아닌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첫 앵콜로 연주된 블루스와 마지막 곡 ‘아이 러브 유 포기(I Love You Porgy)’를 제외하고는 기존 스탠더드를 연주한 것인지 여부가 불분명했다. 가스펠을 연주한 것 같다는 말도 있었고 가요 멜로디를 차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지만 확언은 어디에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많은 이들이 자렛의 연주에 눈시울을 붉혔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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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팬 위해 태극기 색깔 옷 입어 - 내한공연한 키스 재럿 곁에서 지켜보니

 

지난 10여년간 거장 연주자들의 내한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재즈 팬들에게서 가장 자주 들은 얘기는 다름 아닌 피아니스트 키스 재럿에 대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과연 우리가 이 땅에서 그의 연주를 직접 들을 수 있게 될지 궁금해했다. 관객이 토해낸 소음 탓에 연주를 거부하고 무대에서 그냥 내려와 버렸다든지 하는 풍문만 남긴 채 시간이 흐를수록 ‘키스 재럿 내한공연’은 마치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일인 양 막연한 소망이 돼가고 있었다. 이웃나라인 일본은 100회를 넘길 정도로 많은 공연을 유치했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러나 재즈 팬들의 막연했던 소망은 1년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모두 해소됐다. 지난해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의 트리오 공연과 지난 2일 같은 무대에서의 솔로 공연을 통해 이 거장의 ‘오늘’을 목격한 덕이다. 두 공연에 대한 음악적 평가는 다양하게 드러났다. “내가 마주한 일생일대 최고의 공연”이란 말이 들리는가 하면, “예상에 부합한, 만족할 만한 공연”이란 반응, 그리고 “실망스러운 공연”이란 얘기도 있었다. 이는 관객의 시각과 취향에 따라 각자 판단할 문제지만, 최소한 키스 재럿의 내한이 우리에게 큰 의미를 부여한, 더없이 중요한 사건이었음은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두 무대의 막을 연 안내자로서, 무대 뒤에서 그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몇주 전 전화로 그를 인터뷰하면서, 나 역시 키스 재럿의 내한공연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웠다. 들리던 얘기처럼, 그는 무척 까다롭고 예민한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건강과 연주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음을 깨닫고는, 그렇듯 유난스러운 삶의 태도가 되레 자연스러워 보이기까지 했다. 어쩌면 그의 극심한 완벽주의가 30여년간 수없이 많은 이들에게 무한의 감동을 선사한 원동력은 아니었을까.

 

그럼에도 올해 다시 마주한 키스 재럿은 지난가을과 사뭇 다른 인상을 주었다. 지난해에는 두 대의 피아노 중 하나를 고르는 데 30분 이상을 필요로 했고, 매사에 고압적이며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이 엿보일 만큼 시종일관 공연 기획팀을 긴장시켰다. 분위기가 반전된 건 바로 지난해 트리오 공연의 1부가 끝났을 때다. 관객들은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도 놀랍도록 뜨거운 열정으로 무대를 맞이했다. 그동안 우리 재즈 팬들이 그의 내한을 얼마나 애타게 기다렸는지, 그 진심(盡心)이 거장의 마음을 단번에 휘저어 놓았다는 얘기다.

 

이번 공연이 시작되기 15분 전, 키스 재럿이 “태극기의 빨강과 파랑 중 어느 색이 더 중요하냐”고 물어왔다. “동등하다”는 답에 그는 1부에서 붉은 셔츠를, 2부에서 남색 셔츠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이미 그는 한국 관객을 배려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었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다섯 번의 앙코르 연주까지 마치고 마이크 앞에 선 그가 다음과 같은 끝인사를 던졌다. “너무 오래 기다려준 여러분들께 감사한다.” 말인즉슨, ‘한국을 너무 늦게 찾아와 미안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우리 관객들이 키스 재럿을 이겼다.

 

김현준 재즈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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