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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과학, 기술, 환경

도심속의 자연

by Wood-Stock 2010. 6. 16.

창덕궁 후원 ~ 도심 한복판 300살 거목들 꽉 찬 ‘심산유곡’

 

400살 학자나무, 650살 다래나무, 750살 향나무…
1만5천 그루, 정자·누각 어우러져 ‘역사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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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년 된 거목이 풍기는 기품과 멋을 즐기기 위해 오대산이나 지리산까지 달려갈 필요는 없다. 서울 도심 한가운데 거목들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 있다. 바로 창덕궁 후원이다.
 
경복궁에 이어 태종 5년(1405년) 지어진 창덕궁은 임진왜란 뒤 광해군 때 재건돼 가장 오랫동안 왕이 집무를 본 조선의 으뜸 궁궐이다.
 
특히 창덕궁은 엄격한 직선구도에 맞춘 경복궁과 달리 건물과 정자를 지형지세에 맞춰 자연스럽게 배치한 궁전으로 유명하다. 1997년 이곳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이유도 “건축물과 주변 자연환경의 완벽한 조화와 자연스러운 배치의 탁월함”이었다.
 
건물·정자, 지형지세 맞춰 자연스럽게…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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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덕궁 후원은 도심에서 깊은 산의 호젓함을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후원에는 1만5천 그루의 나무가 정자, 누각과 어우러져 세월의 가지를 뻗고 있다. 특히 아름드리 거목들이 줄지어 서 있는 모습은 발걸음을 붙잡기에 충분하다.
 
돈화문을 들어서면 바로 왼쪽 담장 옆에 큰 나무들이 눈에 띈다. ‘학자나무’로 일컬어지는 회화나무다. 수령 300~400년의 거목 8그루가 서 있다. 향나무, 다래나무, 뽕나무와 함께 창덕궁에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4대 거목의 하나다. 중국 원산으로 중국에서 궁궐건축의 기준인 주례에 따라 심은 것으로 알려진다.
 
부용정을 지나 매점이 있는 쉼터에서 뒤쪽 숲을 보면 붉은 수피를 지닌 거대한 주목이 눈길을 끈다. 이런 아름드리 주목을 보려면 덕유산 향적봉이나 지리산 칠선계곡 꼭대기에 가야 한다.
 
‘살아 천 년 죽어 천 년’이란 별명을 지닌 고산식물이지만 창덕궁 후원에는 270여 그루의 주목이 주합루, 부용정 등 정자 주변에 심겨져 있다. 가슴높이 지름 30㎝ 이상인 거목도 40여 그루에 이른다. 선조들이 좋아하던 나무란 뜻이다. 붉은빛 나무는 귀신을 쫓는다고 하지만, 염료로 쓰기도 했다.
 
창경궁 담장을 따라 조금 더 북쪽으로 가다 보면 길 오른쪽에 안내팻말과 함께 지름 73㎝의 초대형 뽕나무가 나타난다. 누에 치고 비단 짜는 일은 농업의 근본이었기 때문에 궁 안에 뽕나무를 심고 양잠을 했던 증거이다. 세종 때 기록을 보면, 창덕궁 안에 뽕나무가 1천 주 있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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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시 식량공급용으로 상수리나무, 밤나무 많이 심어
 
Untitled-6 copy.jpg건너편 한반도 모양의 연못인 관람지를 뒤덮고 있는 큰 나무는 지름이 113㎝에 이르는 밤나무이다. 궁궐에 심은 상당수 나무가 상수리나무, 밤나무 등 비상시 식량공급과 관련이 있다.
 
왕이 신하에 물 위에 잔을 띄우고 시를 짓던 옥류천을 지나 후원의 북쪽 끄트머리에 이르면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도 보지 못하는 크기의 다래나무를 만난다. 수령 650년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수나무여서 열매는 맺지 않는다.
 

후원을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 바퀴 돌아 출구 근처에 오면, 왼쪽으로 거대한 향나무가 지지대에 기대 서 있다. 수령 750살로 추정되는 이 향나무는 1824~1827년 사이 그려진 궁중 기록화인 ‘동궐도’에도 지주로 받친 모습이 그려져 있다. 제례가 이뤄진 옛 선원전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이밖에도 창덕궁 후원에는 심산유곡에만 있는 엄나무 거목과 황벽나무, 졸참나무, 소나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2002년 문화재청 조사로는 이곳의 노거수는 모두 70여 그루로 1976년 82 그루에서 줄었다. 태풍 등의 피해로 해마다 쓰러지는 거목이 늘고 있다. 또 주목, 황벽나무, 엄나무 등은 이곳에서 번식하지 못하는 나무여서 일부러 심어주지 않으면 언젠가 사라질 수밖에 없다.
 
2008.11.17 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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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풀린 한강, 기지개 켜는 동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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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추위가 물러난 27일 오후 한강 샛강생태공원 여의못에는 야생붕어 수백 마리가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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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공통점은 씨알이 굵다는 것. 새끼 붕어가 없는 까닭은 아마도 이 연못이 포식성 외래종인 배스의 소굴인 때문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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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못의 강자, 대형 배스가 긴 하품을 하고 있다. 이곳 배스들의 발육상태는 양호하다.  

비쩍 마른 채 큰 눈만 번득이는 다른 호수의 배스와는 전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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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상궂은 배스의 얼굴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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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밤섬에는 민물가마우지가 자리를 잡았다. 나무를 희게 물들인 것은 이들의 배설물이다.

가마우지는 잠수해 민물고기를 잡아먹는 선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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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강생태공원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 공사를 한다고 여기저기 파헤쳐져 있지만 흰뺨검둥오리들은 이에 아랑곳없이 갈대밭에 떨어진 씨앗을 주워먹기 바빴다.

 

2009.01.29 글 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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