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산 화산징후? “땅속 8km 마그마 상승중”
2002년 이후 진동 급증, ‘내부 마그마 상승중’ 분석도
온천 수온 한때 상승, 가스 분출 등 갖가지 이상현상들
백두산의 화산 분출 징후를 감시하고 그 가능성을 예측하려는 연구의 중심에는 백두산 땅속의 거대한 마그마 덩어리가 있다. 얼마나 큰 마그마 덩어리가 어느 깊이에서 어디에 모여 있고, 어떤 속도로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백두산 화산 분출의 가능성이 얼마나 되며 분출 규모는 얼마나 될지 과학적 근거를 갖추고서 예측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백두산에서 화산 동향 관측이 본격화한 10여 년 전부터 이곳에서는 잦은 지진이나 온천 수온 상승 같은 여러 이상현상들이 계속 관찰되고 있으나, 아직 마그마의 거동과 관련한 연구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상황이어서 화산 분출 가능성의 ‘언제, 얼마나, 어떻게’를 뚜렷히 예측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가 최신호(11월4일치)에 서 북한의 백두산 관측 현장을 직접 찾아 취재하고 중국과 한국, 북한의 연구자를 두루 만난 뒤 그동안 제기됐던 백두산 이상징후의 증거와 이에 대한 학계 반응을 간추리는 북한 방문 취재기를 보도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글에서는 사이언스의 보도 내용을 간추리고, 이와 관련한 국내 학자들의 얘기를 담았다.
“백두산 마그마는 상승중”?
사이언스 보도에서 무엇보다 눈에 띄는 대목은 백두산 마그마의 거동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물이다. 그 중에서도 땅속에 흐르는 지전류를 탐사해 마그마의 규모와 위치를 추적하는 자기지전류(MT) 탐사방법과, 인공 폭발물을 일부러 터뜨려 생기는 지진파의 속도로 땅속의 구조를 추적하는 지진파 방법을 써서 얻는 자료들이 현재 주목받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아직 연구가 충분하지는 않다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보면 백두산 지하에는 거대한 ‘마그마 방(magma chamber)’들이 납작한 물방울 모양으로 드문드문 아래 쪽으로 흩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대략 6~8킬로미터 땅속에 마그마 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얘기되고 있다”고 전했다.
(좌) 자기지전류(MT) 탐사방법으로 들여다본 백두산 내부 마그마의 거동 데이터 일례. 아직은 오차 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높은 신뢰도를 지닌 자료로 받아들여지지 못하고 있다. 출처: 사이언스
(우) 백두산 지하의 마그마 방의 존재를 나타내는 지진파 토모그래피 분석도. 백두산 내부를 들여다보는 좋은 지구물리탐사 방법이지만 아직은 오차 범위가 크다는 한계가 있다. (김정배 이서행 외 지음, <백두산: 현재와 미래를 말한다>(2010)에서 인용).
사이언스 보도를 보면, 중국 과학자는 “(MT 탐사 결과로 볼 때) 수 킬로미터 밑에 마그마 방이 있다”고 말했으며, 북한 과학자는 “(독자적인 관측 조사를 해보니) 6킬로미터 밑에 마그마 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두 나라 과학자들은 “마그마가 상승중”이라고 전했다. 또한 지진파를 이용한 관측조사에서도 섭씨 1천도 안팎의 고온 마그마 때문에 지진파의 속도가 느려지는 이른바 ‘저속도 층’이 백두산 지하에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결과는 현재 학계에서 신뢰도 높은 연구결과로 주목받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사이언스 보도에서도, 두 나라 과학자들은 마그마의 위기와 거동에 관한 자신들의 연구결과에 대해 아직은 공간 해상도가 매우 낮고 오차 범위가 크기 때문에 이런 결과를 충분히 신뢰하기는 어렵다고 말하고 있다. 초기 연구로는 의미가 있지만 너무 크게 의미를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국내 학자들도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오차 범위가 워낙 크기 때문에 아직은 알기 힘든 상황”이라며 “여러 그림들이 많이 나오는데 사이언스에 보도된 것도 그것들 중 하나”라며 큰 의미를 달지는 않았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박사도 “(실제 상태를 직접 보여주는 게 아니라) 데이터를 이용해 작성한 모델이자 시뮬레이션의 결과”라며 “더 심각한 상황을 전하는 다른 연구도 많으며 학계에서는 아직까지는 그리 큰 의미를 두지는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도 “더 정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그마가 상승 중’임을 보여주는 근거는 어디에서 나올까? 윤 교수는 “온천 수온이 오른다는 것은 열원인 마그마가 가까이 다가온다는 것을 의미하며 온천 가스를 분석하면 마그마에서 나오는 헬륨 동위원소가 검출되는데 이런 것들이 2002년께 마그마가 일부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하는 근거가 된다”고 말했다. 물론, 마그마의 ‘상승’ 거동 가능성은 백두산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지진파나 지전류 탐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들에서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 백두산 마그마의 위치, 규모, 거동을 정확하게 알기 위해서는 중국 쪽뿐 아니라 북한 쪽에서도 백두산 내부를 들여다보려는 정밀한 지구물리탐사가 국제협력 연구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영국 지질학자 제임스 해먼드는 사이언스 보도에서 “백두산 내부의 완전한 그림은 지진계와 MT 탐사가 화산 전체를 가로질러 이뤄질 때에만 나올 수 있다”며 “이를 위해 북한 쪽에도 (더 정밀한 관측기기인) 광대역 지진계 8대가 설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현상’ 분출조짐 증거?
마그마의 거동보다도 더 일반인의 관심을 즉각 끌어모은 것은 지난 2002~2005년 시기에 백두산에서 집중적으로 나타났던 이상현상이었다. 중국 과학자들의 얘기를 전한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이 시기에 중국 쪽 영토에 있는 백두산 지역의 지진계에서는 백두산의 흔들림이 매우 자주 관측되었으며, 그 진동의 원천은 백두산 지하 5킬로미터 지점인 것으로 보인다는 추정도 제시했다. 절정기였던 2003년 5월에만 한 달 동안 500차례 넘게 진동이 관측됐다고 한다. 사이언스는 이 기간에 백두산은 평시보다 5배나 빠른 속도로 6.8센티미터나 솟아올랐다는 관측 결과도 인용해 보도했다. 지진계의 이상징후는 2005년 5월 이후 소강 상태가 되면서 평소 수준으로 돌아왔다.
중국 과학자들은 최근에도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백두산 천지를 둘러싼 가장자리 지역이 몇 센티미터 내려앉은 것으로 관찰되었으며, 드물게 가스 분출 현상도 관측됐다는 보고도 나왔다. 백두산 온천수의 온도가 오르는 현상도 중요한 이상현상의 하나로 꼽힌다. 사이언스는 중국 과학자의 말을 인용해 온천수의 온도가 지난해 섭씨 2도에서 3도로 올랐다가 다시 돌아왔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를 두고서는 과학계 안에서도 ‘온도차’가 뚜렷히 나타나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이상현상의) 새로운 증거는 백두산이 활성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부 학자들은 “화산 분출이 임박했다는 식의 공포는 지나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화산분출의 역사 기록
백두산의 화산 분출 가능성을 주목하게 만든 이유 중 하나는 엄청난 위력을 보여준 ‘과거 전력’ 때문이다. 그동안 역사기록과 화산재층 연구를 통해, 대략 1천 년 전에 거대 규모의 백두산 폭발이 있었으며, 그 여파로 화산 분출 물질이 중국과 한반도의 동북쪽으로 3만3천 평방미터에 걸쳐 퍼졌고, 멀리는 일본까지 날아가 화산재가 쌓였던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사이언스는 이번 보도에서 1천 년 전의 백두산 대폭발을 소개하며 “과거 수천 년 기간에서 가장 거대했던 폭발”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폭발의 규모에 맞먹는 정도”(탐보라 폭발 이후 지구촌에는 이른바 ‘여름 실종’라는 기후 사건이 생겼다)라고 보도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인류 역사에 문자기록이 있은 이후에 가장 큰 규모의 화산 폭발 사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백두산에서는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폭발도 100년에 한번꼴로 일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역사기록에서 확인된 것으로, 최근만 해도 1668년, 1702년, 1903년에 소규모 폭발이 있었다. 이 때문에 현재 백두산의 상태가 화산 분출의 주기에 들어 있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어 왔으며 이 때문에 백두산 화산 동향은 더욱 더 우려 섞인 관심을 끌고 있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지나치게 주기설에 집착하는 건 곤란하다고 말한다. 그는 “1천년 주기설이 맞다면 현재는 1천년 규모 분출 주기의 한가운데에 있다고 볼 수 있지만, 거대 폭발의 실제 주기가 2천년이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자연의 주기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을 인터뷰한 사이언스가 ‘1천년 주기설이 맞다면’이라는 단서 표현을 빼놓고 인용 보도해 자신의 말이 단정적인 말로 오해되었다고 말했다).
불확실성 줄일 국제협력연구
1천 년 전과 같은 대분출이 백두산에서 벌어지면 동북아 지역에는 크나큰 자연재앙이 될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백두산 화산 분출이 ‘언제’ 일어날지, 그것이 대규모일지 소규모일지는 현재로선 자료와 연구 부족으로 섣불리 예측하기 어렵다고, 국내외 학자들은 대체로 입을 모으고 있다. 이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을 걷어내려면 우선 체계적이고 정밀한 백두산 관측 활동이 국제공조로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백두산에 대한 본격 관측이 10여년 밖에 안 됐기 때문에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게 큰 문제”라며 “지금까지와 다른 정밀한 모니터링이 중국과 북한 쪽에서 이뤄져 정밀한 데이터를 축적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북한과 중국이 참여하는 국제협력 연구가 이뤄져야 국경과 지역을 넘어서 종합적인 연구가 가능해질 것이라는 지적도 제시된다. 특히 주로 북한 지역에 쌓여 있는 백두산 화산 분출 물질에 대한 연구의 중요성이 강조된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는 “1천 년 전 백두산의 대폭발로 생긴 화산재나 화산분출물질이 북한에 쌓여 있는데 연대 측정이나 성분 분석 등을 통해 과거의 분출 규모, 성격,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며 “과거를 알아야 백두산의 미래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수 지질연 박사는 직접적인 시추탐사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백두산 마그마 연구가 (간접 관측을 통한) 모형이나 시뮬레이션을 이용한 것이라 실제값과는 다르기 때문에 (환자의 증상이 아니라 증상의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마그마 가까운 곳까지 시추해 마그마의 거동을 실제에 가깝게 관찰할 수 있는 시추탐사 프로젝트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지속적이고 다각적인 관찰 데이터, 그리고 화산과 마그마의 학술연구가 어느 정도 쌓여야만, 지금보다 훨씬 더 높은 과학적 신뢰를 갖춘 분석과 예측, 그리고 대비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영국과학자 놀래킨 북한의 백두산 화산관측 분투
내년 북한-중국 협력연구 시작, 외국연구자 참여 기대
“마그마 거동 알려면 중국-북한쪽 협력연구 입체 관측해야”
지난 2002~2005년 중국 과학자들이 백두산에서 관측된 이상 징후들이 화산 대폭발의 전조일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면서, 이제는 백두산의 화산 분출 가능성이 특히 동북아시아 지역에서 큰 관심사가 됐다. 1천 년 주기설이 다시 조명을 받았으며, 백두산 천지에 있는 엄청난 양의 물이 쏟아져내리고 화산 분출 물질이 퍼지면서 생길 수 있는 재앙에 대한 우려들이 확산되기도 했다. 이런 관심을 반영하듯이 1990년대 이래 중국은 백두산의 중국 쪽 영토 지역(중국 이름은 ‘장백산’이다. 백두산의 3분의 2는 중국 영토에 속해 있다)에 11개의 디지털 지진관측소, 16곳의 지피에스 관측소를 두어 운영할 정도로 촘촘한 관측 네트워크를 갖추면서 백두산 화산 연구를 주도해왔다. 그러면 백두산의 북한 쪽 영토에서는 관측 활동이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미국 과학저널 <사이언스>는 최신호(11월4일치)에서 서양인으로는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해 백두산 관측 설비와 연구자들을 직접 취재한 리처드 스톤 기자의 북한 방문취재기를 “북한 운명의 산에서 벌이는 경계 보초”라는 제목의 초점 뉴스로 5쪽에 걸쳐 집중 보도했다. 이번 방북 취재에는 영국 지질학자 제임스 해몬드(James Hammond) 임페리얼대 교수와 클리브 오펜하이머(Clive Oppenheimer)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동행했다.
사이언스의 보도를 보면, 중국 과학자뿐 아니라 북한 과학자들도 백두산의 화산 활동 동향에 대해 민감하게 경계하고 있으며, 턱없이 부족한 장비와 시설을 갖추고도 연구자의 열정을 지니고서 ‘악전고투’의 관측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소개됐다. 평양에 있는 지진국 화산연구소의 김항명(Kim Hang Myong) 전 소장은 “(백두산 대폭발이 일어나면) 피해는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클 것”이라며 우려했다.
중국이 장백산 둘레를 촘촘한 관측 네트워크로 채운 데 비해, 북한은 백두산에 여섯 대의 지진계를 설치했으며 그나마 하나만이 디지털이고 나머지는 중국제 아날로그 지진계 개조품을 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이나 축전지를 이용하며, 관측 데이터는 관측 지점에서 평양의 연구소로 전송된다. 겨울에는 눈이 태양광 패널에 덮혀 이마저 작동하지 않는 일도 많다고 한다.
방북 일행을 놀라게 한 것은 백두산 천지에 있는 북한 관측소의 악전고투였다. 수백 미터의 지그재그 돌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백두산 천지 호수의 연안에 현장 관측소가 있다(위 사진). 동행한 영국 과학자 오펜하이머는 이 관측소를 보고는 “믿기 힘들다”며 놀랐다고 사이언스는 전했다. 그는 “화산 분화구 안에 사람이 거주하는 관측소가 있는 곳을 세상 어디에서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만약에 화산 활동에 이상 조짐이 생기면 관측 기술자들은 얼어붙은 돌계단으로 탈출하기도 쉽잖은 지형이기 때문이다. 돌계단 외의 교통수단인 곤돌라는 겨울철에는 가동하지 않는다.
이곳에서는 겨울에 4명이 숙식하며 분화구 380여 미터 아래의 구멍과 2곳의 온천수에서 스며나오는 가스를 관측하며, 천지 호수에 배를 타고나가거나 한겨울엔 얼음 구멍을 뚫어 시료를 채취한 뒤에 염화물과 산도(pH)를 측정하는 일을 한다. 이런 물질의 농도 변화를 측정하면 마그마 거동의 이상동향과 화산 분출의 전조를 알아차릴 수 있다고 한다. 가스 감지기 몇 대는 사용불능 상태라고 한다.
사이언스 기자는 최신 장비를 갖추고서 “세계 최고의 화산 관측소 건설”을 꿈꾸는 중국의 상황과 달리, 최신 장비조차 없는 북한의 상황을 대비해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백두산 관측 능력의 향상과 외국 연구자와의 협력 연구를 바라는 북한 과학자들의 진솔한 목소리를 전했다. 북한 지진국의 윤용군(Yun Yong Kun) 사무차장은 “화산을 모니터링 하고 분출 시나리오를 예측하는 능력을 확보하기를 희망한다”며 “(이를 위해 외국 과학자의 참여를) 두 팔 벌려 환영한다”고 말했으며, 화산연구소의 지진학자인 김경송(Kim Gyong Song) 박사는 영국 과학자들이 이번 방북 때 들고간 광대역 지진계를 보고서 “이런 지진계가 긴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광대역 지진계는 정밀 관측에 필요한 현대식 장비다.
사이언스는 중국 쪽에서 활발한 연구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백두산 내부의 마그마 동향과 특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백두산의 중국 쪽 영역뿐 아니라 북한 쪽 영역에서도 관측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는 연구자들의 지적을 전했다. 자기공명영상(MRI)로 몸 내부를 들여다보듯이, 지진파나 전자파 신호를 이용해 백두산 내부의 마그마 동향을 들여다볼 수 있는데, 그 정확한 자료를 얻으려면 백두산 전체에 두루 관측소를 배치해 입체적인 관측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는 중국과 북한이 동맹 관계에 있지만 지난 핵실험 때에 북한이 중국 쪽에 핵실험 기간에 국경 부근의 지진계를 꺼줄 것을 요청할 정도로 지진과 화산 연구는 민감한 분야이기 때문에 그동안 두 나라의 협력 연구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이런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사이언스는 전망했다. 지난 7월 북한은 지진국의 허락을 받고 북한 과학자가 현장에서 동행하는 조건에서 외국인이 북한에서 화산이나 지진 연구를 수행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법률을 제정했으며, 또한 내년부터는 중국 연구자들이 북한에서 북한 연구자들과 협력 연구를 벌일 계획이다. 이번에 방북했던 해몬드 교수와 오펜하이머 교수도 내년 여름에 다시 북한을 방문해 이르면 2013년까지 북한-중국 국경을 넘어서는 관측 프로젝트를 시도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런 연구 프로젝트가 제대로 가동된다면 내년 이후부터는 백두산을 중심으로 북한 과학자들의 국제 협력 연구가 훨씬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사이언스 보도 내용과는 별개로 한국 지질자원연구원을 중심으로 국제대륙과학시추프로그램(ICDP)을 통한 백두산 시추 프로그램이 제안되고 있으며, 교육과학기술부는 남북한 과학자들의 백두산 공동 관측 프로그램의 추진을 모색하고 있다.
이번에 세계 과학계에 끼치는 영향력이 큰 과학저널 사이언스의 방북 취재 보도로 인해 “백두산 화산 관측과 연구는 국제 사회에서도 관심사로 떠오를 것”으로 국내 지질학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2011.11.09 / 오철우 과학저널 ‘사이언스’ 기자, 북한 화산 연구 방문취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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뻥이요, 백두산 폭발설의 대폭발
언론의 ‘2014~2015년 폭발’ 호들갑에 관련 학자들은 한결같이 부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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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조용하게, 그러나 딱딱하게 말했다. “아무개 기자”라고 인사하자, 한동안 침묵하더니 “그런데요?”라고 되물었다. 통화 자체가 내키지 않는 듯했다. 몇 마디 대화가 오간 뒤에야 윤성효 부산대 교수(지구과학교육과)는 불편한 마음을 조금 털어놓았다. “기자들은 ‘관측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안 듣고, ‘언제 터진다’는 자극적인 것만 골라 쓴다”고 말했다. 그가 마뜩잖게 여기는 것은 ‘백두산 폭발 임박설’이다. “시기를 특정해 (백두산) 화산의 강한 폭발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사기꾼”이라고 윤 교수는 말했다.
언론에 인용된 학자 “폭발설 말한 적 없어” |
» 학자들은 백두산이 활화산이고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는 점에 동의한다.
그러나 언제 어떻게 폭발할 것인지를 단정하기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것은 뜻밖이었다. 지난 몇 달 동안 한국 대다수 언론은 윤 교수의 말을 빌려 “2014~2015년께 백두산이 엄청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후 백두산 폭발 임박설은 인터넷 등에서 빠르게 퍼졌다. 그런데 막상 윤 교수는 그 보도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폭발한 것은 백두산이 아니라 ‘백두산 폭발설’ 그 자체였다.
지난 6월19일 <동아일보>는 ‘백두산 화산 4~5년 뒤 폭발’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백두산이 2014년이나 2015년경 엄청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최근 기상청이 주최한 ‘백두산 화산 위기와 대응’ 세미나에서 이같이 밝혔다.” 같은 날 <조선일보>도 ‘2014년쯤 화산 폭발? 백두산이 심상치 않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중국 학자들이 2014~2015년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을 제시하는 등 백두산이 가까운 장래에 분화할 조짐이 확실하다’고 주장했다”고 썼다.
그 뒤에도 관련 보도가 이어졌다. 지난 9월과 10월에는 소방방재청이 백두산의 대규모 폭발을 시뮬레이션했다는 기사가 나왔다. 10월7일 <동아일보>는 “북한의 핵실험이 한반도에 대재앙을 가져올 수 있는 ‘백두산 화산 폭발’을 촉발시킬 수 있다”는 신영수 한나라당 의원의 주장을 크게 보도했다. 화산 폭발은 기정사실이 됐고, ‘재앙 시나리오’에 더해 북 핵실험 변수까지 끌어들이며 ‘백두산 폭발 임박설’은 점입가경의 지경에 이르렀다.
국내에는 백두산을 전문적으로 연구한 화산·지질학자가 없다. 다만 윤 교수가 몇 년 전부터 중국 쪽 관측 자료를 토대로 백두산 연구를 시작했다. 백두산에 대해 윤 교수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국내 학자는 없는 셈이다. 그의 발언이 주목받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윤 교수는 <한겨레21>과의 인터뷰에서 “2014~2015년 (백두산) 폭발설은 내가 말한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가 설명하는 정황은 이렇다. 학술회의에 참석한 청중 가운데 한 사람이 질문을 했다. “2014~2015년에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합니까?” 윤 교수가 답했다. “그건 중국 학자의 견해이고, (나에겐) 정확한 자료가 없으므로 답할 수 없습니다. 다만 (화산 활동의) 전조 현상이 있으므로 가까운 미래에 분화될 가능성은 있습니다.”
윤 교수는 “이 문답을 언론이 제 입맛대로 써버렸다”고 지적했다. 그가 말한 ‘가까운 미래’란 지질학적 개념이다. 윤 교수는 “100년 이내에 분화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수십억 년에 걸친 지각변동을 연구하는 지질학자들에게 수백 년은 정말이지 찰나에 가까운 시간이다. 그렇다면 윤 교수에게 질문한 청중은 ‘2014~2015년 폭발설’을 어디에서 접한 것일까?
학술회의 열흘 전인 6월8일, 한국방송은 <시사기획 KBS 10>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천년의 잠, 깨어나는 백두산’을 방영했다. 백두산 화산 위기를 다뤘다. 여기에 등장한 중국 지질관측 연구원이 말했다. “2002년부터 (백두산) 화산이 불안정해지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불안정 화산 활동은) 12~13년 주기인 것으로 보고 있다. 2014~2015년에 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관측지' 중국의 과학 수준 미심쩍어
그가 말한 ‘화산의 불안정한 현상’이란 각종 화산활동을 지칭한다. 윤 교수는 “중국 학자들이 말하는 12~13년 주기의 화산활동은 포괄적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지질학자들은 폭발적 분출부터 미세한 진동까지 모두 화산활동으로 분류한다. 결국 중국 연구원이 말한 것은 “2014년에 폭발한다”가 아니라 “2014년에 (2002년 무렵과 비슷한) 불안정한 화산활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중국 학자들이 주목한 ‘불안정한 화산 현상’의 대표적 사례는 잦은 지진이다. 중국 쪽 지진관측소 자료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06년 사이에 백두산 천지 아래에서 평균 진도 3 정도의 미세한 지진의 발생빈도가 늘었다. 많게는 한 달에 250차례나 일어났다. 대부분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다. 땅 아래 마그마가 이동하면서 생긴다 하여 이를 ‘화산성 지진’이라 하는데, 마그마의 이동은 화산 분출 전에 일어나는 현상 가운데 하나다.
그런데 전문가 가운데는 이런 지진이 화산 분출을 알리는 징후인지 불확실하다고 보는 이도 있다. 조문섭 서울대 교수(지구환경과학부)는 “분명한 ‘팩트’(사실)는 백두산 지역의 빈번한 지진활동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래왔다는 점”이라며 “지진 횟수만으로 당장 화산이 터질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학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어린 조카 녀석이 인터넷에서 뭔가를 보고 와서는 ‘삼촌, 백두산이 곧 터진대요’ 하고 말하기에,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답해줬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관측 자료를 완전히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현재로선 중국이 백두산 연구의 선두주자이긴 한데, 불과 수십 년의 관측 기간과 관측 방법을 볼 때 수년 뒤를 예측한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말했다. 지질학계의 관측 주기는 며칠 뒤를 보는 ‘단주기 예측’, 몇 달 뒤를 보는 ‘중주기 예측’, 몇 년 뒤를 보는 ‘장주기 예측’ 등으로 구분된다. 이 관계자는 “현재 중국의 수준은 단주기와 중주기 사이를 관측하는 정도”라며 “그런 능력으로 몇 년 뒤에 어찌 된다고 말하는 것은 과학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과)도 비슷한 이야기를 했다. “2014~2015년 (폭발 임박)설은 중국 학자의 관측 결과인데, 사실이라면 국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연구 결과인데도 관련 논문을 학술지에 게재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1999년 백두산 주변에 지진 관측계를 설치했다. 지진 관측계를 많이 설치하면 그만큼 많은 지진을 감지할 수 있다. 중국이 관측을 본격적으로 개시한 시점과 백두산 일대에 잦은 지진이 발생한 시점이 겹치는 것에 어떤 연관이 있는지는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중국의 자료조차 오랫동안 축적된 결과가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다. 관측 개시 10년이 지나지 않아 “화산활동의 주기가 12~13년으로 보인다”고 내다보는 것 역시 미심쩍은 대목이다. 2014년 화산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는 중국 학자의 관측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 지난해 12월15일, 필리핀 마닐라에서 500km 떨어진 마욘 화산이 폭발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화산활동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젠가는 폭발한다, 그러나…”
결국 ‘2014년 백두산 폭발설’은 적어도 서너 단계 이상의 논리적 비약과 과장, 오독과 오해를 거쳐 만들어졌다. 그 주창자로 지목된 국내외 학자 가운데 누구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남는 질문이 있다. 그렇다면 백두산은 폭발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학자들은 이 질문에 고개를 가로젓는다. 윤성효 교수는 “국제 화산학자들이 백두산이 화산 위기를 맞았다고 진단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도 “폭발이 (몇 년 내로) 임박했다는 이야기는 과학적 근거가 없지만, 백두산이 활화산이라는 점은 모두가 인정한다”고 말했다. 지질학자들이 말하는 ‘화산활동’ 또는 ‘활화산’ 등의 개념에는 미세 진동 등 모든 종류의 화산 현상이 포함되고, 그들이 관측하는 미래는 수십~수백 년에 걸쳐 있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백두산은 언젠가 폭발할 것”이라는 진단은 진실에 가깝다.
그러나 언젠가 지구는 초신성에 흡수돼 우주에서 사라질 것이다. 언젠가는 우주도 팽창을 중단하고 빅뱅 직전의 원점으로 쪼그라들어 절멸해버릴 것이다. 미래 예측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를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가치가 있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그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현재로 보아 정답은 ‘모른다’이다.” 홍태경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백두산이 활화산성 운동을 하고 있고 이게 지속되면 언젠가 폭발한다는 점은 분명하지만, 그게 10년 뒤일 수도 100년 뒤일 수도 있다.”
예측 방법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화산 분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장기적으로 관측하는 것이다. 지질학자들은 △화산성 지진의 증가 △마그마에서 올라온 가스 분출량의 증가 △화산의 지속적 융기 등을 통해 화산 폭발을 예측한다. 1991년 필리핀 피나투보 화산 폭발의 경우, 학자들이 이런 방식의 모니터링을 통해 폭발 하루 전 주민들을 대피시켰다. 다만 이런 관측으로는 며칠 또는 몇 달 뒤의 화산 분출만 예고할 수 있다. ‘단주기’ 또는 ‘중주기’ 예측이다. 미국·일본 등은 화산 아래 마그마가 다니는 길, 즉 ‘화도’까지 시추해 마그마를 직접 관찰하는 방식을 2003년부터 시도하고 있다. 국제 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공동 프로젝트다. 몇 년 뒤를 내다보는 ‘장주기’ 예측을 의도하고 있다.
윤 교수가 지난 6월 학술회의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국제 공조 모니터링’이었다. 하다못해 지진 관측 자료라도 있어야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해 가타부타 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망은 어둡다. 백두산은 중국과 북한의 국경지대에 있다. 북한에는 관측시설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본 등에 지진 관측계를 제공해달라고 북한이 요구한 적이 있다. 참여정부 말기인 2007년 12월이었다. 지진 관측계는 핵실험 등에 쓰일 수 있는 ‘전략시설’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북한이 백두산을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한국 또는 일본이 공조할 길이 가로막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중국은 (공조 관측이) 더 어렵다”고 말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한국에서 ‘간도 회복론’이 제기되고, 중국 역시 ‘동북공정’을 앞세우면서 백두산 일대는 일종의 영토분쟁 지역이 됐다. “예컨대 일본 지질학자들이 ‘다케시마를 공동 연구하자’고 제안해오면, 그걸 한국 학계가 쉽게 받아들이겠느냐”고 그는 말했다. 최근 한-중 관계가 껄끄러워지면서 이런 상황은 더 굳어지고 있다. 국내에 알려진 백두산 주변 지진 관측 자료는 중국 학자들이 제공한 것이다. 그런데 2008년 이후 갑자기 중국 학자들의 자료 제공이 중단됐다. 이명박 정부 출범 및 한-중 관계 경색과 시기가 겹친다.
남북·중·일·러 공동연구 시급
결국 검증할 자료도 없이 중국 학자들의 입만 쳐다보게 생겼는데, 그 절실함이 한반도에 사는 사람과 같을 수 없다. “중국에서 백두산 일대는 변방에 불과하다. 백두산 화산활동을 (우리처럼) 그리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당연히 있을 수 있는 자연현상으로 여긴다. 그래서 기본적인 관측만 실시한다.” 윤 교수는 백두산 화산 관측을 중국에만 맡겨두는 일을 걱정하고 있다. 한국·중국·일본·러시아, 그리고 가능하다면 북한이 동참하는 국제 공동연구가 시급하다고 본다.
여기에 이르러 백두산 화산 폭발 임박설은 지질학이 아니라 정치·외교의 문제로 넘어간다. 홍태경 교수는 “관측과 연구를 하고 싶어도 자료를 얻을 방법이 없다. 민간 차원에서 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공동연구 협약이라도 맺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두산 천지 아래 마그마는 언제 어디서 어떻게 얼마나 폭발할 것인가? 그 질문은 정부에 돌려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답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폭발설 뒷받침하는 백두산의 역사·구조·지형 ~ 확실한 근거는 아무것도 없다
백두산은 전과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백두산 폭발설’이 폭발력을 지닌다. 약 1천 년 전, 백두산에서 대규모 화산 분출이 일어났다. 역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난 4월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의 강도는 화산폭발지수(VEI) 4급이었다. 1천 년 전 백두산 폭발은 VEI 7급 정도인 것으로 추정된다. 서기 79년 폼페이를 멸망시킨 베수비오 화산의 폭발보다 수십 배 더 강력했다. 이 폭발로 인해 발해가 멸망(926년)했다는 주장도 있다. 논쟁은 진행형이다. 백두산 폭발이 발해 멸망 이후에 일어났다는 반박이 나왔으나, 최근에는 발해 멸망 이전에 또 다른 대폭발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질학자들은 5천 년 전, 2천 년 전에도 대규모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한다. 근대의 소규모 분화는 1668년, 1702년, 1903년에 발생했다. 대규모 분출의 1천 년 주기와 소규모 분출의 100년 주기가 만나는 시기가 2010년 무렵이다. 백두산이 이런 주기를 따를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과거 분출의 규모와 성격에 대해서도 밝혀야 할 내용이 많다.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사이언스북스 펴냄) 저자 소원주씨는 “불안정한 화산에 관한 논문은 그 결론이 거의 같다. 화산 폭발의 예측이 ‘현대 과학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썼다.
백두산의 구조도 대폭발설의 근거가 된다. 화산 마그마는 점성이 강한 유문암질 용암과 점성이 약한 현무암질 용암으로 구분된다. 점성이 약하면 느린 속도로 조용히 흘러내린다. 하와이 주변 화산이 대표적이다. 점성이 강하면 하늘 높이 분출하며 폭발한다. 점성이 강한 만큼 각종 가스를 더 많이 품게 되는데, 가스가 팽창해 마그마를 빠져나오는 과정이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백두산 천지 아래에는 두 종류의 마그마가 각각 위치한 ‘마그마 방’이 4개 정도 있다. 이 공간에 마그마가 얼마나 채워져 있는지가 중요하다. 마그마 방이 꽉 차면 압력이 증가한다.
백두산 천지의 물도 가공할 위력을 갖고 있다. 19억5천만㎥에 이르는 천지 물은 1초에 1t씩 퍼내도 60년이 지나야 바닥을 드러내는 규모다. 평상시에는 마그마 등을 냉각시키고 눌러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마그마가 천지 물과 바로 맞닿는 순간, 급속히 냉각하면서 폭발로 이어진다. 천지 물이 기체가 되어 분출하고 나면 2차 폭발이 이어진다. 천지 물의 압력에 눌려 있던 더 깊은 지하의 마그마가 다시 한번 솟구쳐 분출하는 것이다.
백두산 주변의 지형도 살펴야 한다. 북·중·러 국경지대는 지각의 판이 맞닿는 곳이다. 지진이 자주 일어난다. 지진은 백두산 아래 마그마에도 영향을 준다. 최근에는 북한의 핵실험이 마그마 운동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핵실험과 마그마 운동이 어떤 관계에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하는 게 정답”이라고 말했다. 다만 “고주파인 자연 지진의 파동은 멀리 가고, 저주파인 인공 지진의 파동은 그렇지 못하다. 핵실험이 백두산 아래 마그마에 영향을 주려면 (핵실험 장소와 백두산의 거리를 감안할 때) 진도 6 이상의 강도를 가져야 할 텐데, 그 정도 핵실험을 할 능력이 북한엔 없고, 설사 한다 해도 주변 일대가 쑥대밭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에는 100여 개 활화산이 있다. 그러나 ‘폭발임박설’에 대한 호들갑이 일본에는 없다. “일본은 철저히 과학적 근거에 입각해 정책을 결정하고, 이에 따라 겸허하고 차분하게 대처한다”고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말했다. 무지가 공포를 부른다.
한겨레21 / 2010.11.9 / 안수찬 기자 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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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연구 20년 윤성효 교수 “백두산 폭발땐 아이슬란드 1500배 위력”
애국가 첫 소절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 이는 동해물이 마르지도 않을뿐더러 백두산 또한 없어지지 않기에 영원히 우리나라를 사랑하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만약 활화산인 백두산이 대폭발을 일으킨다면 어떻게 될까. 애국가를 손질해야 하나. 민족의 영산 백두산이 폭발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요즘 백두산 화산 문제가 자주 화제에 오르내리고 있다. 북한에서 이례적으로 남측 학자들과 백두산 화산 연구를 하자고 제의해 올 정도니 말이다. 결론적으로 관심은 크게 세 가지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느냐는 것과 만약 한다면 언제 어느 정도의 폭발성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것이 불명확하다. 하여 백두산 신령한테 몇 가지만 물어보자.
"신령님, 백두산이 폭발하는가요."
"그럼, 하지."
"왜요."
"산 밑이 점점 뜨거워지는데 안 할 수가 없어."
"언제가 될까요."
"학자들은 화산학적으로 100년 이내라고 하는 것 같아."
"폭발하면 그 위력이 어느 정도인가요."
"그건 옛날의 기록을 한번 뒤져 봐."
조선왕조실록에 의하면 1668년과 1702년에 함경도 경성, 부령 지역에 화산재가 비처럼 내려 3㎝ 정도 쌓였다고 한다.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20년 동안 백두산 화산연구에만 몰두해 온 부산대 윤성효(54·지구과학교육과) 교수를 만나 들어봤다.
"당시 기록을 보면 그 분화의 양이 '화산폭발 지수 5'에 해당하는 규모로 아이슬란드의 에이야프얄라요쿨 화산폭발 지수보다 10배에 해당하는 수준입니다. 이 정도면 천지의 20억t 물이 쏟아져 항공대란은 물론 강진으로 인해 제주도까지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 있지요. 또 역사상 최대의 화산 분화사건으로 기록되는 1000년 전의 폭발적인 대분화(100~150㎦ 정도. 화산폭발 지수 7 이상)가 다시 발생하면 아이슬란드의 화산폭발의 1000~1500배에 해당하며 이때에는 전 지구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과거 백두산 화산폭발로 생긴 분출물의 일부가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지역에서도 발견되고 있지요."
대폭발의 경우 양강도와 함경도 지역은 화산재가 수m 두께로 쌓일 것이며 지역 대부분이 초토화될 것으로 윤 교수는 예상했다. 또한 식수 오염(산성비), 식생 파괴, 식생 고사 등은 물론 두만강과 압록강을 따라 화산 이류(泥流)가 발생해 제방을 파괴하고 강 주변의 경작지 및 주택가를 황폐화시킬 것이 불보듯 뻔하다고 전망했다.
그렇다면 현재 백두산의 상태는 어느 정도일까. 윤 교수는 "백두산은 활동적인 활화산으로 언젠가는 분화할 것이 확실하다. 지하 마그마방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고 있다."면서 분화 가능성의 징후를 다음과 같이 나열한다.
첫째, 최근 들어 천지 바로 지하 2~5㎞ 하부의 화산 지진 증가(2003년 월 250회). 둘째, 백두산 천지 주변 외륜산 일부 암반 붕괴와 균열 발생(2003년). 셋째, 백두산 천지 칼데라 주변의 암석 절리(틈새)를 따라 화산 가스 분출로 주변 일부 수목이 고사. 넷째, 2002년 8월부터 2003년 8월까지 위성위치정보시스템(GPS)을 이용해 백두산 천지 주변 지형의 연간 이동 속도를 관측한 결과 약 45~50㎜로 활발. 다섯째, 천지 주변 온천수의 수온(최대 섭씨 83도)과 가스 성분(헬륨, 수소 등) 증가. 여섯째, 지진파토모그래피에 의해 천지 지하 10~12㎞ 지점에 규장질 마그마방 존재 확인 등이다.
"백두산은 현재 지구상에서 존재하는 가장 위협적인 화산 중의 하나로 밝혀지고 있습니다. 특히 천지 지하 규장질 마그마방 내에는 엄청난 양의 용존 고압가스가 있으며, 이 마그마가 지표로 상승해 깊이가 얕아지고 임계조건을 넘으면 일시에 대폭발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어 우려됩니다. 게다가 천지에 담긴 20억t의 물이 지하 암반 틈새를 따라 지하 마그마와 만나는 경우 수증기와 화산재를 뿜어내는 초대형 화산폭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지요."
윤 교수는 또한 이럴 경우 백두산 반경 약 100㎞ 내에는 산사태와 대규모의 산불이 발생한다고 우려했다. 그렇다면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발해의 멸망도 화산활동에 기인했을까.
"발해의 멸망은 926년이고, 백두산 화산폭발은 936년의 일이니까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요. 다만 폭발 이전부터 이미 분화 전조 현상 등 화산활동이 많이 있었습니다. 그에 따른 지각변동이 생기면서 재해가 발생하니까 백성들의 마음이 떠났겠지요. 아무튼 그 무렵 발해 유민들이 고려에 대거 유입되면서 요나라가 무혈입성한 것이 아닙니까."
그 다음 궁금증. 백두산 화산활동으로 인해 주변의 수많은 나무가 고사했고 뱀 떼가 출현했다는 얘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뱀 떼 출현은 2010년 봄과 가을에 두번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 만주 쪽에 사는 청나라 후손들이 중국 남방에서 사육된 뱀을 사다가 누르하치가 태어난 백두산 북서쪽에 일시에 방생한 것입니다. 당시 방생한 뱀들이 야생에 적응하지 못해 먹을 것을 찾아 도로 쪽으로 기어나온 것이 관광객들에게 발견됐고 국내 한 언론이 화산의 전조현상이 아니냐고 추측보도하면서 그런 얘기가 확 퍼졌습니다."
우리나라 불교인들은 방생할 때 주로 물고기로 하지만 중국인들은 뱀을 용처럼 여겨 방생하는 관습이 있다. 중국인들 중에서도 특히 청나라의 후손들은 백두산을 장백산으로 부르며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 방생지로 자주 선택하는 데서 발생한 해프닝이라는 설명이다.
나무가 고사한 것과 관련해 윤 교수는 "2004년에 천지 주변의 많은 나무가 말라죽었는데 처음에는 병충해를 원인으로 생각했으나 나중에 분석해 보니 당시 단층 절리를 따라 흘러나온 화산가스(이산화탄소)에 의해 질식사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말했다.
백두산의 높이를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2744m가 아닌 2750m라고 주장한다는 것에 대해 윤 교수는 "만주지역의 지각변동과 화산활동으로 산이 융기돼 어느정도 높아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화산폭발은 언제쯤 일어나게 될까. 일부 언론에서는 2014년에 폭발할 가능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 보도는 잘못됐습니다. 기상청 세미나에서 한 질문자가 '2014년에 백두산 화산이 폭발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제게 물어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화산학적으로 봤을 때 100년 이내의 가까운 장래라고 대답했는데 그렇게 보도가 나가더군요. 화산폭발이 꼭 언제다 하고 못 박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과학적으로 접근하면서 계속 모니터링을 하고, 최소 일주일 전에 예측이 가능하도록 해 대피명령을 내리고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것이 관건이지요. 남북한이 공동으로 계속 연구해 나가면 예측의 가능성은 좀 더 정확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한의 공동연구는 우리 민족의 미래를 위한 국가 안보적 차원뿐만 아니라 백두산의 지질, 자연환경, 생태계 연구와 같은 학문적 차원과 중국의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 발해역사 왜곡을 막아 백두대간을 올바로 세우는 민족정립의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더 나아가 백두산에 대한 포괄적인 연구를 위해 지질, 생물, 역사, 물리탐사공학 등을 포함하는 최정예 학술연구단을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화산 전문가 양성 또한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당장 연구할 과제는 천지 지하의 마그마 양을 파악하고, 마그마의 이동 방향과 속도, 깊이 등을 알아내는 것이라고 윤 교수는 말했다.
그가 백두산 화산에 대한 연구를 시작한 것은 20년 전. 부산대에서 박사과정을 마치고 교수로 임용된 지 얼마 안 된 1990년이었다. 이 무렵에 논문 '화산구조 칼데라'를 발표하기도 했다.
"당시 독일에서 국제 화산학회가 열렸는데, 백두산에 대한 논문이 하나 있더라고요. 그런데 논문을 쓴 사람이 일본학자였어요. 우리 민족의 영산으로 여겨지는 백두산 논문을 일본인이 썼다는 생각에 자존심이 좀 상했습니다."
이때부터 백두산 화산연구로 방향을 잡은 윤 교수는 이듬해 옌볜의 지질학자와 함께 백두산에 처음 올랐다.
"산에 오르는 순간 살아 있는 화산임을 단번에 알았습니다. 분화구를 보면서 여러번 화산활동을 했구나 하는 점과 과거에 폭발한 것도 그리 오래되지 않았음을 알게 됐지요. 지진이 끊임없이 일어난 흔적도 있었고 온천물도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도 직접 느꼈습니다."
이후 매년 시간만 나면 백두산에 갔다. 1996년에는 중국에 교환 연구원으로 가서 백두산에서 아예 살다시피 했다. 그는 연구하면 할수록 '백두산은 1만년 전부터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젊은 화산'이라는 것을 실감했다.
"중국인들은 처음에 '백두산이 활화산'이라는 것을 믿지 않았습니다. 1996년 당시 중국에서 국제지질학회 회의가 열렸고 서양 학자들도 백두산을 답사했지요. 그들이 위험한 화산이라고 하자 그때서야 중국의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중국은 1999년 '천지화산관측소'를 세우는 등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후 1000년 전의 백두산 대폭발이 인간이 역사를 기록한 이래 최대였다는 점도 밝혀졌다. 그 이전까지 유사 이래 최대 화산 폭발은 1815년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으로 알려져 있었다. 이 폭발로 화산재가 지구 전체를 떠돌아 유럽에 미니 빙하기와 대기근을 몰고 오기도 했다.
그는 백두산과 천지에 대한 연구 열의로 한때 중국에서 간첩이란 오해를 받아 일주일 동안 공안당국의 조사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그런 고초가 그의 열정을 꺾지 못했다. 일본과 뉴질랜드 등을 다니면서 칼데라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는 백두산에 대해서는 국제 공동연구가 시급하다고 거듭 강조한다.
"다시 말하지만 대폭발이 일어나면 북한 함경도는 화산재로, 백두산의 중국 쪽은 홍수로 초토화되며 일본 홋카이도와 혼슈 북부에는 화산재가 함박눈처럼 내리게 됩니다. 분화 경험이 풍부하고 첨단 연구실적을 가진 일본의 도호쿠대학, 실제적으로 '천지화산관측소'를 운영하는 중국 국가지진국 활화산연구센터, 그리고 러시아와 북한의 핵심연구자들과 함께 협력교류를 통한 백두산 연구에 박차를 가해야 합니다."
편집위원 km@seoul.co.kr
●윤성효 교수는
경남 함안 출생인 그는 1976년 부산 중앙고를 나와 부산대 사범대를 졸업(1980년)했다.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1982)와 박사(1987년) 과정을 마쳤다. 1989년 부터 지금까지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로 몸담고 있다. 현재 사단법인 제주화산학연구소 운영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백두산 대폭발의 날'(해맞이, 201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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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판 내부 위치 마그마방 많아 폭발 땐 ‘지구 대재앙’
에너지 축적됐다 한꺼번에 터져 강력 ... 1000년전 분화땐 VEI 7.4규모 추정
1만년 동안 5번 정도밖에 발생 안해… 印尼 규모6 화산 폭발때 여름 사라져
정부가 2017년 백두산 폭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 마련에 나서고, 북한도 서둘러 남측에 공동연구를 제안할 정도로 백두산의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전문가들은 역사상 가장 큰 폭발 사례로 추정되는 백두산 화산은 지각을 구성하는 판(Plate) 내부에 위치하고, 마그마 방이 여러 개여서 아주 강력한 폭발력을 지닌 구조라고 설명하고 있다. 자칫 백두산 화산 폭발로 한반도를 포함한 동북아 지역은 물론 전 지구적 재앙도 우려된다.
백두산, 판구조상 폭발력 크다
화산은 보통 지하 30∼50㎞ 지점에서 우라늄 등의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면서 나오는 '열'로 인해 마그마가 만들어진다. 이 마그마는 지각의 갈라진 틈을 타고 지표로 분출되면서 폭발한다.
대부분의 화산은 일본과 같이 지각 판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지만, 일부는 판 내부의 '열점'(hot spot)에 위치하기도 한다. 백두산과 한라산, 울릉도 등 우리나라에 위치한 모든 화산은 모두 판 내부에 위치하고 있다. 판 내부에 존재하는 화산의 공통점은 폭발력이 크다는 것이다. 간헐적으로 폭발해 열을 발산하는 판 경계 화산과 달리 에너지가 응축한 상태에서 한꺼번에 분출되기 때문이다.
1998년 중국 지질연구소가 인공 지진파를 통해 분석한 결과 백두산 지하에는 4개의 마그마 방이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하 10㎞에 가장 큰 방이 있고, 나머지는 지하 20㎞, 27㎞, 32㎞ 지점에 각각 존재한다. 카이스트(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채장수 박사는 "마그마 방이 많고 그 규모가 크면 폭발력이 크다"면서 "마그마 방이 여러 개라면 하나가 활성화될 경우 옆의 것에도 영향을 미쳐 서로 상승작용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백두산은 천지 부근에 20억t가량의 물을 담고 있어 분화할 경우 화산 폭발의 규모는 더욱 커진다. 화산 내부에 있는 마그마가 물과 만나면서 화산재로 바뀌는데, 백두산은 화산의 진앙이 천지 내에 있어서 그 폭발력이 더욱 크다는 의미다.
최근 국립환경과학원이 발표한 '백두산 폭발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도 화산에서 분출된 황산화물(용암가스와 화산재에 있는 황산입자가 혼합된 물질)이 지상에서 8㎞ 이상 상승한 후 북미와 그린란드 대륙까지 확산된다는 결론이 나왔다. 하늘로 올라간 황산화물이 햇빛을 반사해 한반도 등 동아시아 일대 기온이 두 달간 2도가량 떨어뜨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폭발 가상 시나리오는
백두산은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화산 가운데 가장 위협적인 존재다. 약 1000년 전 기록으로 보면 백두산의 화산폭발지수(VEI)는 7.4 정도로 추정된다. 이때 날아간 화산재가 일본 혹카이도 남부와 혼슈 북부에 5∼10㎝ 두께로 쌓여 아직도 관찰되고 있을 정도다.
'VEI'는 화산 분화에 따른 분출물의 규모에 따라 화산 위력을 평가하는 척도로, 총 8단계로 나뉜다. 지난해 폭발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파야트라요클 화산의 VEI가 4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유럽의 항공 교통을 마비시켰다. 백두산 화산의 폭발력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1815년 VEI 6 규모였던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경우는 더 충격적이다. 당시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아사자가 속출했고,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태양 빛을 차단해 여름이 사라졌다. 심지어 미국·캐나다 동부 지역은 6월 눈폭풍이 발생했다.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도 분출 여파로 인해 몇년간 서늘한 여름이 계속됐다. 5년 후인 1888년 적도 지방인 인도네시아에 눈이 내릴 정도였다.
정부가 내부적으로 백두산 화산 폭발 가능성에 대한 대책을 마련 중이고, 남북 간 협의채널이 긴박하게 가동한 것도 이런 위기의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백두산 정도의 대규모 화산 폭발은 지난 만년 동안 5번 정도밖에 없었다"면서 "이 정도 규모라면 우리나라뿐 아니고 광역적인 재앙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꾸준한 관측을 통해 폭발 예측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확률을 높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나기천·김유나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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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대폭발 땐 적도까지 눈 내린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문산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에 남북한 지질 전문가들이 모였다. 백두산의 화산 분화(噴火·화산성 물질이 지구 내부에서 표면으로 방출되는 현상)에 대한 공동 연구방안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조만간 2차 회의도 북측 개성에서 열릴 전망이다. 이번 회의가 아니더라도 지난해부터 학계를 중심으로 부쩍 백두산 분화와 폭발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백두산이 분화한다면 언제쯤이고, 어떤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을까. 최근 전문가들 사이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궁금한 점을 알아본다.
"백두산이 1000여 년 전 수준으로 폭발한다면 그 후유증이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사고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심각할 것이다." 부산대 윤성효(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5일 "백두산이 10세기처럼 대규모로 분화·폭발할 경우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며 "한 예로 '화산성(性) 겨울'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백두산 폭발 시 피해 규모는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 분출이나 1883년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화산 분출과 비교하면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다고 윤 교수는 설명했다.
탐보라 화산이 분출한 1815년은 화산재와 이산화황(SO2) 가스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태양빛을 차단하는 바람에 '여름이 없던 해'로 기록됐다. 미국·캐나다 동부 지역은 6월에 눈폭풍이 발생했고, 7~8월에도 호수와 강에서 얼음이 관찰됐다. 1883년 크라카타우 화산 분출 때도 이후 몇 해 동안 서늘한 여름이 계속됐다. 5년 후인 1888년 적도 지방인 인도네시아에 눈이 내리기도 했다.
이들 화산의 분화는 화산폭발지수(VEI) 6등급으로 분류된다. 그런데 946~947년 발생한 백두산 분출은 VEI 7등급으로 규모가 더 컸다. 인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최대 규모였다. 분화 당시 개성에서도 그 소리가 들렸고, 화산재는 멀리 일본 혼슈와 홋카이도까지 날아갔다. 발해가 갑작스럽게 멸망한 것도 백두산 분출 탓이라는 주장도 있다.
백두산은 휴화산이 아닌 활화산이다. 지난 1000년 동안 10여 차례 소규모 분화를 했다. 가장 최근에 분화한 것이 1903년이다.
윤 교수는 "지금 백두산은 1000년 단위의 대분출 주기와 100년 단위의 소규모 분출 주기가 함께 도래했기 때문에 정확한 시기를 예측할 수는 없지만 가까운 시일 내에 분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두산 주변에서는 전조(前兆)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2002년 6월 중국 동북부에서는 규모 7.3의 지진이 발생했다. 여기에다 2003년에는 균열·붕괴·산사태가 이어졌다. 2004년 계곡 숲에서는 원인 모르게 말라죽은 나무들이 관찰됐다. 지하 틈새를 통해 지표로 방출된 유독가스 탓으로 추정됐다.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을 이용한 분석 결과 2002~2007년 천지 주변이 10㎝ 이상 부풀어 오른 것이 확인됐다. 윤 교수는 "지난해 11월 백두산에서 화산 기체인 이산화황이 솟아오르는 게 인공위성에서 관찰됐다"고 말했다.
백두산 분화는 땅속 마그마가 꿈틀대기 때문이다. KAIST 인공위성연구센터 채장수 박사는 "백두산 아래 마그마가 들어차 있는 '마그마 방(magma chamber)' 2~4개가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조용한 마그마 방에 뜨거운 마그마가 밀려들면 마그마 방 전체가 출렁거리고, 휘발성 가스와 수증기가 나오면서 압력이 커진다. 이렇게 쌓인 압력을 해소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화산이 폭발한다는 것이다.
백두산 아래 마그마의 움직임은 지각판의 이동과 관련 있다. 태평양 바다 아래 지각판인 태평양판이 일본 동해안 쪽에서 유럽·아시아 대륙을 이루는 지각판인 유라시아판과 만난다.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파고 들어가고, 그로 인해 결국은 백두산 아래 마그마 방에 마그마가 채워지는 것이다.
백두산이 또다시 대규모로 분화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화산재와 용암의 분출 외에 홍수와 '라하르(lahar)'가 우려된다. 라하르는 인도네시아말로 홍수와 함께 토석이나 진흙이 뒤섞여 흐르는 상황을 말한다. 천지 호수를 채우고 있는 20억㎥의 물이 '공중 쓰나미'로 변해 장백폭포 쪽으로 흘러넘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주변 지역이 매몰되고 황폐화될 수 있다. 도로와 주택 등 인공시설물뿐만 아니라 하천과 숲 등 생태계까지 파괴될 수 있다. 이산화탄소(CO2)가 대거 배출되면서 인근 주민들이 질식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이윤수 박사는 "천지 호숫물의 순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밑바닥에는 섭씨 4도의 낮은 온도와 2~3메가파스칼의 높은 압력으로 인해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액체·기체의 혼합상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1986년 아프리카 카메룬의 니오스 호수 밑에서 화산이 폭발해 이산화탄소가 대거 분출되면서 주민 1700명이 순식간에 사망한 것과 같은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그러나 "목격자가 생존할 수 있었던 1903년 사례에서 보듯 백두산이 분출하더라도 항상 대규모로 폭발하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백두산 분화 가능성을 작게 보는 주장도 있다. 무엇보다 2006년 이후에는 지진 발생빈도가 낮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지진국 지질연구센터 활화산연구실 쉬젠둥(許建東) 연구원은 "백두산 화산이 아직 폭발 단계에 이르지는 않았다"고 지난해 밝혔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8월 백두산 분출에 대비해 교육과학기술부·국토해양부·기상청·소방방재청 등 7개 부처로 소위원회를 구성, 국가 차원에서 대응하고 있다.
기상청은 천리안 위성으로 화산 활동이나 화산재 확산을 감시하고 화산 분화와 폭발을 감지하기 위한 음파관측소도 연내 설치할 계획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 envirepojoongang.co.kr >
◆화산폭발지수
(VEI, Volcanic Explosivity Index)=화산폭발의 강도를 나타내는 수치로 화산폭발의 지속시간, 분출 높이, 분출물의 양 등을 종합해 산출한다. 1등급에서 시작해 8등급까지 1등급씩 올라갈 때마다 분출물의 양이 10배씩 증가한다. 예를 들어 분출물의 양이 0.1~1㎦이면 4등급, 1~10㎦이면 5등급에 해당한다.
◆탐보라산
(Mt. Tambora)=인도네시아 숨바와섬에 있는 활화산(높이 2722m). 1815년 4월, VEI 6등급에 해당하는 엄청난 분화가 일어났다. 분화 당시 2000㎞ 떨어진 수마트라섬에서도 폭발 소리가 들렸다. 1만1000~1만2000명이 직접적인 피해로 사망했고, 흉작으로 굶어 죽은 사람만 7만여 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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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재해 주기설? 믿자니 두렵고 안믿자니 찜찜
백두산 폭발 : 100년 주기설·1000년 주기설…공통적으로 맞는 시기 ‘긴장’
■ 백두산 폭발 위기 정부가 최근 백두산 분화 대비책을 마련하기로 하고, 남북간 협의가 열리는 등 백두산 폭발은 사회적 관심사가 됐다. 백두산을 연구하는 국내외 학자들은 역사적 기록을 토대로 지금이 화산 분화 100년 주기와 1000년 주기가 공통으로 해당하는 시기여서 폭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오창환 교수는 “지진과 달리 화산은 커다란 힘이 일정하게 작용하는 것이 아니어서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수학적으로 주기성을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역사적 사실로 존재하기 때문에 전조 현상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사람의 일생이 100년이라도 지질현상으로 보면 극히 짧은 기간”이라며 “그러나 학생들에게 백두산이 ‘활화산이다’ ‘휴화산이다’라고 가르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 태양폭발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공군회관에서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온 천문학자들이 모여 태양활동에 대한 전망과 대응을 토론했다. 연구자들은 “2013년에 태양주기상 극대기에 진입해 태양폭발에 의한 피해가 작지 않을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우려했다. 태양은 불덩어리 유체다. 옆으로도 돌고 위아래로도 돈다. 내부가 돌아가는 속도와 외부가 돌아가는 속도가 다르다. 이에 따라 엔(N)극과 에스(S)극이 수시로 바뀌는데 그 주기가 11년이다. 엔극이 다시 엔극이 되려면 22년이 걸린다. 이 주기에 따라 자력선의 변화로 흑점이 형성되고, 태양플레어에서 발생한 태양폭풍이 불어 지구의 자기장에 영향을 끼친다. 천문학자들은 1755~1766년을 1주기로 정했다. 올해는 태양활동 24주기의 상승기에 해당한다. 박영득 한국천문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태양의 성분이 옆으로, 위아래로 도는지,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는 태양 내부를 볼 수 있는 관측장비가 없어 이론적으로 추정할 뿐”이라고 말했다.
■ 124년 가뭄설 변희룡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는 곧 발간될 <한국방재학회지>에 ‘백두산과 다음 대가뭄’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할 예정이다. 변 교수는 논문에서 “가뭄을 수자원이 부족해 생태계 교란이 초래된 경우만으로 한정해 따져보면 주기성이 나타난다”며 “짧은 주기는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지만 124년 간격으로 일어나는 극대가뭄은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대와 중세의 왕조 멸망이 124년 가뭄 주기 축에서 발생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변 교수는 더 나아가 “백두산 재폭발이 한반도의 극대가뭄 주기와 동시에 발생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며 2025년이 재앙의 정점이 될 것으로 추론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권원태 국립기상연구소장은 “주기설이 과학적 설득력을 가지려면 주기성을 만드는 강제력(포싱)이 무엇인지 밝혀져야 한다”며 “밀란코비치의 지구운동 주기설이 그나마 정설로 받아들여진다”고 말했다. 밀란코비치는 지구의 공전궤도 이심률과 자전축 경사, 세차운동을 근거로 빙하주기설을 정립했다. 권 소장은 “자연현상을 만드는 강제력이나 메커니즘은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에 가뭄 등 자연현상의 주기에 대해서는 조심스럽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근영 선임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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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살아있다 - 백두산엔 300년에 한번씩 숨쉬는 괴물이 산다
760~960년께 최대 분출, 발해 멸망 불씨 가능성
최근 들어 다시 기지개, 달마다 10~15차례 지진
“하늘과 땅이 갑자기 캄캄해졌는데 연기와 불꽃 같은 것이 일어나는 듯하였고 비릿한 냄새가 방에 꽉 찬 것 같기도 하였다. 큰 화로에 들어앉아 있는 듯 몹시 무덥고…흩날리던 재는 마치 눈과 같이 산지사방에 떨어졌는데 그 높이가 한 치가량 되었다.”
1702년 (숙종 28년) 6월3일 함경도 부령과 경성에서 벌어진 일을 <조선실록>은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는 “백두산 천지의 화산분출의 영향을 약 150㎞ 동쪽에 위치한 함경도에서 관찰한 것”이라며 “천지 칼데라 화산의 분출은 이것 말고도 1413년, 1668, 1903년의 분출을 역사기록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960억㎥ 분출물, 성층권인 25㎞ 치솟아…화산재는 홋카이도까지
그러나 백두산의 분화가 황화수소 가스와 화산재를 뿌리는 정도에 그쳤을 것으로 본다면 오산이다. 최근 과학자들의 연구결과 백두산의 화산분출은 지구기후에까지 영향을 끼쳤으며, 지난 2000년 동안 지구상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분출 가운데 하나임이 드러나고 있다. 독일의 세계적 화산학자인 한스 울리히 슈민케 박사팀이 북한 당국의 허가 아래 백두산의 지질을 조사해, 2000년 <화산학 회보>에 발표한 논문은 학계의 관심을 모았다. 슈민케는 이 논문에서 서기 969년 백두산이 대규모 폭발을 일으켜 960억㎥의 분출물을 성층권인 25㎞ 상공까지 뿜어 올렸다며 “단기간의 분출이지만 지구기후에 상당한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백두산의 분출규모가 이보다 컸다는 주장도 적지 않다. 윤성효 교수는 “슈밍케는 일본에 쌓인 백두산 화산재의 두께를 1㎝로 보고 계산했지만 실제로 재면 5㎝까지 나온다”며 실제 분출량은 150㎦(1500억㎥)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정도면 백두산 분출은 1815년 지구촌에 ‘여름 실종’ 사태를 부른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폭발과 뉴질랜드 타우포 호 분출 등과 함께 역사기록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산활동인 셈이다.
천지 분화구에서 분출한 화산재와 가스는 서풍을 타고 북한의 함경도를 거쳐 1000㎞ 이상 떨어진 동해와 일본 동북부와 홋카이도까지 퍼졌다. 궈 젱푸 중국 과학아카데미 연구원은 당시 불화수소 약 2억t과 아황산가스 2300만t이 함께 나와 야생동물과 가축의 질식, 산성비, 나아가 성층권의 오존층 파괴도 일으킨 것으로 추정했다.
시속 100여㎞ 속도로 덮치는 화산쇄설류에 앉은채로 ‘억!’
그러나 화산폭발에서 정작 무서운 것은 하늘로 올라가는 게 아니라 땅으로 흘러내리는 것이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화산재와 바위가 섞여 물처럼 쏟아져 내리는 화산쇄설류와 뜨거운 가스와 돌조각이 섞여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밀려드는 화쇄난류가 치명적인 재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백두산에서 화산쇄설류는 분화구로부터 반경 35㎞에 걸쳐 3~83m 두께로 쌓여 있다. 거대한 돌덩이가 든 레미콘 반죽과 같은 화산재가 지축을 울리며 계곡을 흘러내렸을 것이다. 화쇄난류는 화산쇄설류보다 훨씬 빠르고 계곡을 건너뛰기도 해 더 큰 피해를 준다. 핵실험과 9·11 테러 때 공중으로 솟는 버섯구름과 동시에 수평으로 확산되던 먼지구름이 바로 화쇄난류이다. 1631년 베수비오 화산폭발 때 폼페이 시민 1만 8천여 명이 미처 문을 열고 집 밖으로 빠져나갈 틈도 없이 목숨을 잃은 것도 이 때문이었다.
백두산의 이런 대규모 분출이 언제 발생했는지는 아직 논란거리다. 유력한 단서가 밀려오는 화산쇄설류에 묻혀 타고남은 탄화목의 탄소연대를 측정하는 것이다.
손영관 교수는 “백두산이 수백 년에 걸쳐 여러 차례 분출했으며 가장 규모가 큰 것이 약 1천 년 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장기간의 화산활동으로 인한 자연재해와 농경지 피해로 발해가 멸망했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2000m가 넘는 천지 20억t의 물이 순식간에 터져 쏟아진다면
문제는 백두산이 다시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천지 주변에는 매달 10~15차례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지진파 측정 결과 백두산 지하에는 거대한 마그마 방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그마는 살아있는 생물이 숨 쉬듯이 오르내리면서 지표를 밀어올리거나 함몰시킨다. 괴물은 천지 물속이 아니라 백두산 땅속에 살고 있는 것이다.
역사시대의 대규모 분출기록과 최근의 전조증상을 바탕으로 화산학자들은 백두산을 ‘고위험 화산’으로 분류한다. 중국 국가지진국은 1999년 천지온천 북쪽에 천지화산관측소를 설립해 다음 분출에 대비하고 있다. 천지화산관측소가 마그마 공급속도를 근거로 계산한 백두산의 분출 잠복기는 약 300년으로, “다음 100년 안에 분출할 확률이 매우 높다.”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 관측소가 내다본 최악의 시나리오는 재앙적이다. 격렬한 폭발과 함께 날아간 6㎝ 이상의 화산탄은 건물의 지붕과 벽을 관통할 만큼 위력적이다. 화산재가 10~15㎝ 두께로 쌓이면 건물 지붕이 무너진다. 지난번 분출 때는 1만 4천~3만 3천㎢ 범위에 10~30㎝ 두께로 화산재가 쌓였다. 화산재가 1㎝만 덮여도 농작물은 치명적 피해를 입는다. 마그마에 포함된 다량의 불소는 유독가스가 돼 사람과 가축을 질식시킬 것이다. 관측소는 천년 전 분출이 되풀이된다면 중국과 북한, 일본 북부 등에서 남한 면적의 7배인 70만㎦가 농업과 주거환경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측했다. 무엇보다 20억t의 물이 2000m가 넘는 높이에 고여있는 천지가 화구 붕괴와 함께 쏟아진다면 백두산 일대에 가공할 홍수피해를 일으킬 것이다.
북한은 풍향으로 볼 때 중국에 못지않은 피해를 입을 수 있지만 백두산 화산 연구의 주도권을 중국에 내어준 채 2000년대 이후 연구성과를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 남·북한은 2007년 백두산에 지진계를 설치해 화산활동을 공동으로 연구하기로 합의하고 지난해까지 실무협의를 했으나, 남북관계가 악화하면서 사실상 무산된 상태이다.
손영관 교수는 “백두산은 2천 만년에 걸쳐 분출한 화산이어서 폭발적 분출의 빈도 등을 알려면 적어도 몇십만 년에서 100만 년 동안의 지질역사를 알아야 한다”며 “이를 위해 북한, 중국과의 공동연구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유문암질 마그마 분화시 전 지구적인 재앙 초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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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윤성효 교수는 “마그마가 상당히 가까이까지 도달해 있다”며 “천지의 수면 높이가 2,189m 임을 감안할 때 거의 해발고도 0에 해당하는 해수면 높이까지 마그마의 일부가 상승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자료 : 윤성효 교수 제공) |
윤 교수에 따르면 백두산 지하에는 4층으로 구성된 마그마 방이 있다. 하부의 2층은 현무암질 마그마로 이루어져 있고 상부의 2층은 조면암질 내지 유문암질 마그마로 채워져 있다.
만일 하부의 더 뜨거운 현무암질 마그마가 교란돼 위로 이동해 상부의 조면암질과 유문암질 마그마에 열을 가할 경우 상부 마그마 방에서 폭발적인 분화가 촉발될 수 있다.
반면 현무암질 마그마가 이들을 피해 지표로 상승한다면 소규모의 폭발을 동반한 현무암 용암이 분출되면서 제주도의 오름과 유사한 작은 소화산체를 만들거나 계곡의 골짜기를 따라 용암이 물처럼 흘러가면서 주위의 산림을 불태우게 된다.
하지만 천지가 20억 톤의 물을 담고 있는 ‘칼데라 호수’인 이상 기대만큼 조용한 분출로 끝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천지의 물이 마그마와 접촉하게 되는 순간 엄청난 양의 수증기와 화산재가 분출되면서 폭발적인 분화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윤 교수는 “화산재는 구름기둥이 되어 대류권을 뚫고 성층권까지 도달해 한국이 속한 중위도에서 편서풍과 제트류를 타고 동쪽으로 진행하고 일부는 지구 상층을 몇 바퀴 돌게 될 것”이라며 특히 “유문암질 마그마가 대규모로 분화할 경우 전 지구적인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천지 칼데라의 외륜산이 파괴되는 순간 엄청난 양의 물이 백두산 사면을 타고 쏟아지면서 대홍수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한다. 동시에 화산재와 화산암 덩어리가 물과 함께 섞여 흘러가는 토석류로 변하면서 화산체 사면의 저지대와 압록강, 두만강 유역을 덮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화산이 폭발하게 되면 북한의 경우 직접적인 화산재의 공격을 받아 함경도 쪽은 화산재로 피복돼 큰 피해를 면할 수 없다. 그 외 지역에서도 미세한 화산재에 의한 에어로졸 발생과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 장애 등에 시달릴 전망이다. 더구나 북풍이 분다면 화산재가 휴전선을 넘어 남한까지 날아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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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천 년 전에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화산재는 상층으로 25km 이상 솟구쳐 동해를 건너 일본까지 날아가 ‘화산재 비’를 내리고 태평양 쪽으로 이동했다. 일본까지 날아간 ‘B-Tm ash’ 즉, ‘백두산-토마코마이 화산재’의 두께는 약 1~5cm로 알려져 있다. (자료 : 일본 전문가 마치다 교수의 그림, 자료제공 - 윤성효 교수) |
천지화산관측소는 백두산 천지가 불을 뿜게 될 경우 격렬한 폭발과 함께 6cm 이상 되는 화산탄이 날아가 건물의 지붕과 벽을 관통하는가 하면 화산재가 10~15㎝ 두께로 쌓이면서 건물 지붕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를 입게 될 지역은 백두산 주변은 물론 북한, 중국 연변 조선족 자치주 그리고 러시아 원동 남부(두만강-동해 부근)와 일본의 홋카이도, 혼슈 북부 등이며 총 피해면적은 약 70만㎦로 남한 면적의 7배에 달한다.
약 1천 년 전에 화산이 폭발했을 당시 화산재는 상층으로 25km 이상 솟구쳐 동해를 건너 일본까지 날아가 ‘화산재 비’를 내리고 태평양 쪽으로 이동했다. 일본까지 날아간 ‘B-Tm ash’ 즉, ‘백두산-토마코마이 화산재’의 두께는 약 1~5cm로 알려져 있다.
中, 2012 백두산에 핵발전소 건립 추진
중국 지린성은 백두산 서쪽 바이산시 징위현에 2012년 125만kw 가압경수로 6기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불행한 사고나 화산폭발과 같은 대형재난이 발생할 경우 그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는 한반도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백두산 지역과 같은 화산지대에 원자력 발전시설을 세울 경우 적어도 규모 8.0 이상의 강진에 견딜 수 있어야 하며 화산재해 발생지역에서 충분히 벗어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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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뒤에 백두산 천지가 폭발한다?
윤성효 교수(부산대·지구과학교육과)가 기상청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은 6월 중순. 통화 내용은 간단했다. 최근 국내 방송이 중국 학자들의 말을 인용해 '2014~2015년에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보도했는데 그 근거를 설명해달라는 요청이었다. 며칠 뒤 윤 교수는 기상청을 방문해 관련자들에게 백두산이 요즘 화산학적으로 어떤 상태이며, 그 화산이 언제쯤 폭발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설명했다.
문제는 며칠 뒤 불거졌다. 세미나에 참석하지 않은 기자들이 다른 기사를 '베껴 쓰는' 과정에서 마치 윤 교수가 '2014~2015년에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말한 듯이 보도한 것. 이후 그 기사들에 백두산 대폭발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드러낸 댓글이 붙었고, 내용을 비교적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연구비를 타내려고 폭발 위험을 부풀렸다'는 오해성 비난이 나왔다.
부산대 연구실에서 만난 윤성효 교수는 답답해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오해도 이런 오해가 없다"라고 말했다. 그럴 만도 했다. 백두산 폭발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는 뜻에서 '2014~2015년 폭발설'에 대해 부정도 긍정도 하지 않고 "백두산이 화산 활동을 시작해 이제는 잠재적으로 언제든지 폭발할 위험이 있다"라고 말한 내용이 '2014~2015년 백두산이 폭발한다'고 알려졌으니 억울할밖에.
일부 화산·지진 연구자들은 백두산 밑에서 이미 마그마가 활동을 시작한 것으로 추정한다.
10세기 때처럼 백두산이 폭발하면 20억t의 천지 물이 엄청난 재앙을 몰고 온다.
그동안 그의 주장은 한결같았다. 백두산 지하 5~35km에 커다란 마그마 방 4개가 존재하고, 그 마그마들이 언제 어떻게 칼데라(천지)를 통해 폭발할지 모르니 대비하자는 것. 근거가 있었다. 그가 중국에서 연구할 때 입수한 중국 국가지진국 지구물리학연구소 '저널'에 실린 그림 자료(오른쪽 그림)였다. 이 자료에 따르면, 백두산 밑에는 수십~수백㎦에 달하는 마그마 방이 4개 층으로 나뉘어 존재한다.
그 사실은 국가지진국이 지진파를 이용해 유추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교수에 따르면, 국가지진국은 백두산 인근 장바이(江白)에서 인공 지진을 발생시킨 뒤 백두산 밑을 통과하는 지진파를 분석했다. 그 결과 다른 지역의 지진파 속도는 거의 일정한데, 백두산 천지 밑에서는 속도가 상당히 떨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마그마 방의 존재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그러나 마그마 방이 고체 형태인지 액체 형태인지는 알 수 없었다(마그마가 뜨거울수록 폭발 위험이 크다. 윤 교수는 요즘 백두산에서 일어나는 여러 화산성 현상을 근거로 마그마 방이 액체 상태일 것으로 추정한다).
"백두산 밑에 마그마 300㎦나 있다"
마그마 방의 존재 가능성을 높이는 자료는 또 있다. 바로 백두산의 '이력'이다. 백두산이 예전에 폭발했는지, 폭발했다면 어느 정도 규모였는지를 알면 백두산의 현재와 미래 상태를 대강 예측할 수 있다. 그런데 백두산 이력에는 10세기께 대폭발이 있다. 최근 < 백두산 대폭발의 비밀 > (사이언스북스)을 펴낸 소원주 박사의 추정치에 따르면, 당시 백두산 폭발로 인해 발생한 테프라(화산 폭발 시 방출되어 지표에 퇴적한 쇄설물) 총량은 100㎦ 이상이었다.
이는 지난 4월 중순 유럽에 항공대란을 일으킨 아이슬란드 화산 폭발 때 분출된 테프라 총량(0.1㎦)의 1000배로 남한 전 지역을 무려 1m 높이로 덮을 수 있는 양이다. 게다가 당시 백두산의 마그마 방은 마그마를 10분의 1밖에 분출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소 박사는 "백두산의 이력만 놓고 보면 현재 백두산 밑에 300㎦나 되는 어마어마한 마그마가 존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라고 말한다.
윤 교수가 중국에서 입수한 국가지진국의 < 백두산에서 발생한 화산성 지진의 진앙 분포도 > (아래 그림)를 보면 백두산 마그마가 이미 활동을 개시했음을 알 수 있다(진앙은 지표면의 지진 발생지를 뜻한다. 반면, 땅속 지진 발생지는 진원이라 한다). 즉 2002~ 2008년에 발생한 화산성 지진의 90% 이상이 천지 칼데라 호수 밑에서 발생한 것이다. 이는 백두산의 마그마가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1999년 이전에는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감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데 2002년 6월 중국 옌지(延吉) 북동쪽 왕청 현에서 7.3 규모의 지진이 발생한 뒤 상황이 급변했다. 화산이 활동하면 나타나는 미소(微小) 지진이 급증하고, 지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 중 헬륨 양이 1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헬륨 양이 늘면 폭발 위험이 커진다). 심지어 화산 주변 지표가 10cm 이상 부풀어 오르는 모습이 관측되기도 했다. "지진이 마그마 방을 흔들어놓았을 가능성이 높다"라고 윤 교수는 추정했다.
그렇다면 유라시아판 밑으로 파고든다는 태평양판은 백두산 폭발과 관계가 없을까. 윤 교수는 가능성이 낮다고 믿는다. 태평양판이 파고들어도 두만강 동쪽까지밖에 영향을 못 미치는 데다, 태평양판이 무겁고 차가워 열을 발생할 확률이 적기 때문이다. 게다가 백두산 화산암에는 암석 화학적으로 해양판인 태평양판의 영향을 받은 흔적이 전혀 없다. 그러나 윤 교수는 "일본·중국 학자들 사이에서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라며 여지를 남겼다.
윤 교수의 이 같은 여러 주장에 모든 사람이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지진 연구자 홍태경 교수(연세대·지구시스템학과)는 태평양판이 백두산 폭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에 따르면, 지구 내부를 영상화하면 이미 태평양판은 지하 600km에서 (유라시아판의) 한반도 최북단 두만강 지역을 지나 베이징까지 파고들어와 있다. 문제는 그 판이 지금도 연간 9~10cm 속도로 빠르게 이동 중이라는 점이다. "판의 움직임이 빨라 백두산 아래 마그마를 더 뜨겁게 달굴 확률이 꽤 높다"라고 홍 교수는 말한다.
백두산 폭발하면 엄청난 항공 대란 발생
홍 교수는 백두산 밑에 마그마 방이 4개 존재한다는 추론에도 이의를 제기한다. 그 이유를 그는 "지진파나 지진 발생 분포도를 보고 파악할 수 있는 사실은 마그마가 충전되는 상황뿐이다"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이 가설이 사실이라면 과학적으로 중대한 발견이므로, 당연히 < 네이처 > 나 < 사이언스 > 등에 먼저 발표해 검증 받아야 마땅하단다. 이 같은 문제 제기에 대해 윤 교수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중국이 자료를 내놓지 않고, 백두산 조사도 막고 있는 상황에서는 추론을 할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자신이 백두산을 수없이 드나들고, 어렵사리 중국에서 입수한 자료로는 그 정도 결론밖에 얻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두 교수는 '백두산이 폭발하면 엄청난 재앙이 일어난다'는 추론에 대해서는 의견이 비슷하다. 천지가 20억t의 물을 지니고 있는 데다, 10세기 폭발 규모와 비슷하거나 더 강력한 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 것이다.
과연, 천지가 폭발하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먼저, 마그마가 지하 압력에서 해방되면 천지 물을 만나 잘게 부서져 엄청난 화산재가 발생한다. 그 화산재는 수증기로 변한 천지 물과 함께 엄청난 속도로 솟구친다(10세기 분화 때는 그 폭발 기둥이 25km까지 치솟았다).
이후 화산재는 10세기에 그랬던 것처럼 편서풍을 타고 중국 동북부와 동해·일본 등지로 날아간다. 그 여파는 자못 심각하다. 항공 대란이 일어나고, 태양 복사를 차단해 많은 농작물이 냉해를 입을 것이다. 곡식이 줄면서 기근이 일어나고, 그 여파로 사회·경제적 혼란이 발생할 수도 있다. 혹여 북풍이 불면 화산재가 한반도 이남까지 내려와 반도체·자동차 공장의 미세 공정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다.
천지에서도 엄청난 일이 벌어진다. 남은 천지 물이 쓰나미를 일으켜 주변 산봉우리들을 무너뜨리거나, 그 무너진 틈으로 화쇄류가 쏟아져 내린다. 800℃ 이상의 화산재와 부석으로 구성된 화쇄류는 태풍 같은 속력으로 산의 사면을 질주하면서 인간과 가옥 그리고 삼림이나 농지를 태우거나 뒤덮어버릴 것이다.
현대 과학기술로 이같이 끔찍한 피해를 줄이는 방법은 단 하나, 폭발에 앞서 예측하고 대피하는 길뿐이다. 그 확률을 높이려면 지금부터라도 백두산 화산 연구를 꼼꼼히 해나가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갑갑하다. 중국 쪽은 동북공정의 일환인지 백두산 조사 길을 좀처럼 내주지 않고 있고, 북한 쪽은 '냉전 중'이라 노크조차 할 수 없는 형편이다. 그래서 지진·화산 학자들은 정부가 나서서 북한·중국과 공동 연구 등을 추진해주기를 기대한다. 언제 있을지 모를 백두산 폭발이 학자들의 숙제만이 아니라, 정부의 숙제인 까닭이 여기에 있다.
오윤현 기자 / 2010.07.17 / nom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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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천지 화산 재폭발 위험 고조
최근 지진활동 왕성...대규모 홍수 발생할 수도
(서울=연합뉴스) 이돈관 편집위원 = 휴화산으로 분류되고 있는 백두산(중국명 창바이산(長白山)) 천지 화산지구의 지진활동이 2002년 7월 이후 뚜렷하게 증가하면서 그 규모도 커지는 추세를 보임에 따라 천지 화산의 재폭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지진국 지구물리연구소 우젠핑(吳建平) 연구원 등은 '지구물리학보' 2007년 7월호에 게재된 '창바이산 천지 화산지구의 군발지진활동 연구'라는 논문에서, 지질.지구화학 등의 연구를 통해 천지 화산지구 부근에 비교적 큰 범위의 '마그마방(magma chamber)'이 분포돼 있음을 확인했다면서 "천지 화산지구의 폭발 위험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중국지진국 지질연구소 웨이하이취안(魏海泉) 연구원은 천지 화산의 100년 내 재폭발 확률을 100분의10-20으로, 화산 폭발을 일으키는 마그마(액체상태의 녹은 암석)의 체적을 0.1-0.5㎦로, 분출물질의 퇴적 범위를 반경 5㎞로 예측한 바 있다.
이같이 비교적 큰 규모의 화산 폭발 예측과 관련해 천지 화산 폭발시 관할 지역에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지린(吉林)성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 정부는 중앙정부의 방침에 따라 2003년 4월 '창바이산 천지 화산재해 응급대책'을 새로 제정해 공포했다.
중국 과학자들은 1990년대 후반 이후 천지 화산에 대한 감측과 연구를 본격화해 백두산이 중국에서 큰 잠재적 폭발 위험성을 가진 '활화산'의 하나임을 확인하고 천지 부근의 화산활동으로 빚어질 수 있는 재해를 줄이기 위한 연구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편, 북한 화한연구소 김항명 소장은 2006년 9월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 인터뷰를 통해 "2006년 중국 동북지방에서 리히터규모 7.3의 지진이 일어난 이후 백두산의 화산성 지진이 약 5배로 증가했다"면서 "백두산은 사화산이나 휴화산이 아니라 '활화산'이라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한 바 있다.
◇ 잇단 위험 전조(前兆)현상들 = 천지 주변의 지진활동에 관한 중국측 자료와 연구논문 등에 따르면, 1999년 7월부터 실시한 감측기록 분석 결과, 2002년 7월 이전 천지 화산지구에서 발생한 화산성 지진은 월 평균 30여 차례에 불과했고 진도도 대체로 리히터규모 2.0을 넘지 않았다.
그러나 2002년 6월28일 천지로부터 280㎞ 떨어진 지린성 왕칭(汪淸)현에서 심도가 578㎞에 이르는 실체파규모(mb) 7.1의 심발지진(深發地震)이 발생한 이후 천지 화산지구의 지진이 월 평균 80여 차례로 크게 증가했다. 특히 2005년 7월에는 무려 228차례의 화산성 지진이 감측됐다.
천지 화산 부근에서 발생한 화산성 또는 구조성 지진의 최대 규모는 ▲2002년 리히터규모 2.9 ▲ 2003년 3.2 ▲2004년 3.8 ▲2005년 4.0으로 점차 커졌다. 2004년 12월17일에는 천지 남쪽 20㎞ 밖에 있는 왕톈어(望天鵝) 화산지구에서 4.4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 같은 지진의 증강추세와 함께, 한정된 지역에서 일정 시간에 잇달아 여러 차례 일어나는 작은 지진들을 일컫는 '군발지진(群發地震)'도 잦아져 2002년 7월부터 2005년 10월 사이에 모두 38차례의 군발지진이 발생했다.
천지 서남부에서 2002년 8월20일 발생한 최대 규모 2.3의 군발지진과, 그 부근에서 2003년 7월13일 발생해 12시간 동안 800여 차례의 미진이 지속된 군발지진은 진원(震源)의 위치가 천지 수면 아래 5㎞도 되지 않는 곳으로 확인됐다.
2004년 9월8일 발생한 리히터규모 3.8의 구조성 지진은 1999년 7월 천지 고정 지진감측소 가동 이후 그 때까지 천지 화산구로부터의 거리가 채 10㎞도 되지 않는 곳에서 감측된 지진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것으로 기록됐다.
백두산 화산의 분화가 임박했다고 보고 남북한.중국.일본의 국제공동연구를 추진하고 있다는 화산지질학자 윤성효 부산대 교수는 2002년 이후 북한과 중국에 의해 관찰된 전조현상이 활발한 화산성 지진활동뿐만 아니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그 사례로 2003년의 천지 화산체 내 암석 붕괴, 2003년 8월23일 규모 2.3의 지진 후 지린성 안투(安圖)현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상류의 암반 균열 발생, 유독 화산가스 이산화탄소 방출이 원인인 것으로 추정되는 천지 외륜산 주변 수목의 국지적 고사 등을 들었다.
그는 중국측 지진 기록과 지각변동 관측, 온천 성분 분석 등을 통해 파악된 2002-2005년 사이 백두산 정상부의 10㎝ 팽창, 2002년 9월부터 2005년까지 천지 주변 지층의 7㎝ 이상 융기, 2002-2003년 사이 천지 온천수의 수소 및 헬륨 함량 비정상적 증가 등도 화산 폭발의 전조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 홍수 가능성..천지 물이 넘친다? = 중국지진국 지질연구소는 2003년 11월 '지린 동부 화산의 미래 폭발위험성 연구'라는 보고서에서 천지의 산사태로 인한 홍수재해 발생 가능성을 처음으로 공식 제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연합뉴스가 입수한 이 보고서는 전체 축수량(蓄水量)이 20억400만㎥에 이르는 천지 화산이 다시 폭발하거나 대규모 화산성 지진, 산사태 등이 발생할 경우 광범위한 재해와 파괴가 뒤따라 주변 주민들의 생명 및 재산에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활화산지구에서 일어나는 화산성 지진과 산사태는 화산활동이 안정적인 시기에도 흔히 나타나는 현상으로서 보통 화산의 경우 광범위한 재해를 초래하지 않지만 천지 화산은 대규모 칼데라호이기 때문에 그같은 현상이 심상치 않는 의미를 갖는다는 것.
더구나 최근 수년 동안 화산성 지진의 빈도가 증가하면서 그 규모까지 커지고 천지 주변 분화구의 퇴적물에도 불안정한 요소가 남아 있어 빗물의 양이나 지진의 강도에 따라 크고 작은 산사태가 일어나고 이로 인해 천지의 수체(水體) 균형이 깨져 대량의 홍수를 유발할 수도 있다.
홍수는 화산 분화구에서 분출된 후 천지 둘레에 쌓여 있던 퇴적물 가운데 일정한 양이 산사태의 작용으로 수체로 들어가 수면의 해발이 높아지면 천지폭포 상류인 퉁톈허(通天河)를 주된 출구로 삼아 얼다오바이허 방향으로 배출될 것으로 예측됐다.
◇ 천지 화산 = 남북 길이가 4.8㎞, 동서 폭이 3.3㎞, 수면 넓이가 9.2㎢, 주변 길이가 13.6㎞, 최대 수심이 312.7m, 수면 해발이 2천188m에 이르는 천지는 1962년 북.중 양국의 국경조약에 의해 수면 위로 국경선이 그어져 있다.
약 4천여년 전, 기원전 1-2세기경, 1천여년 전에 알칼리 유문암질 또는 조면암질 부석(浮石)과 화산재의 대분출로 성층 화산체의 산정부(山頂部)가 파괴, 함될돼 생겨난 천지는 그동안 여러 차례의 폭발이 있었다.
그 가운데 서기 1000년(서기 1200년께라는 설도 있음)에 일어난 분화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대폭발로 알려져 있다. 분화물의 부피가 120㎦에 이르고, 화산재가 동쪽에 있는 일본 홋카이도(北海道)까지 날아가 5㎝의 두께로 쌓였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천지의 폭발은 그 이후에도 이어져 1413년, 1597년, 1668년, 1702년에 분화물의 부피가 각각 1㎦ 안팎인 폭발이 있었던 것으로 미국 스미소니언연구소 자료 등에 의해 확인됐다. 중국 과학자들은 불과 100여년 전인 1903년에도 천지 화산지구에서 화산 폭발이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 지진연구소 김항명 소장은 "김책공업대학과 협력하여 마그마의 깊이를 조사한 결과 1997년 당시보다 많이 올라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같은 연구소 강진석 실장은 "우리나라에서도 언제 큰 지진이 닥칠지 모른다는 관점에서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7.10.10 / d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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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은 언제라도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남북한 공동 대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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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화산 활동 증가
백두산의 화산 활동이 지난 2003년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되면서 백두산 화산 폭발에 대한 심층적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외 화산학자들은 백두산을 활화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언제라도 화산을 분출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는 백두산이 화산 활동을 멈추고 이미 죽어버린 사화산이 됐을 것이라는 그동안의 평가와 반대되는 것이다.
백두산 화산 분출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은 지진 발생 빈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백두산의 화산성 지진은 1985년 3회, 1986년 12회, 그리고 1991년에는 29회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03년 6월과 11월, 그리고 2005년 7월에는 월 250회 가까운 지진이 발생했다.
이 지진은 백두산 천지의 2∼5km 지점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화산 분출을 위한 에너지가 축적돼 발생하는 화산성 지진이다. 수년전 천지 아래 5~10km 지점에서 관측됐던 마그마 챔버(magma chamber)들은 현재 2~3km 지점까지 올라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그마 챔버는 마그마가 거대한 덩어리 형태로 뭉쳐져 있는 것인데, 수직으로 성장하며 상승하면 곧 분출로 이어지게 된다.
백두산의 높이는 2,750m다. 이 같은 점을 고려하면 2~3km 아래 지점에 있는 마그마 챔버는 해수면 기준으로 0m 지점까지 올라와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마그마 챔버들의 존재 유무보다는 수직 방향으로 성장해 왔다는 것. 즉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의 지각변동이 발생할 경우 언제라도 분출할 수 있는 힘을 모으고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백두산은 과거 9세기와 10세기경 세계적으로 손꼽을 만큼 큰 규모의 화산 분출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불과 1,000여 년 전인 9세기와 10세기의 분출로 약 120㎦에 달하는 유독성 화산재를 쏟아냈으며, 이때 분출된 화산재가 편서풍을 타고 일본의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방까지 날아가 약 5cm 두께의 지층을 형성한 것이 확인되고 있다.
또한 이때 분출된 화산재의 양은 약 10만㎢ 면적의 남한 전역을 평균 1.2m 두께로 덮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이 때문에 백두산 화산이 다시 분출한다면 과거와 같은 대규모 분출이 우려되며, 북한지역의 경제상황을 극한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
백두산은 명백한 활화산
현재 화산학자들은 활화산이냐, 아니냐를 평가하는 잣대로 과거 1만년 이내에 대규모 분출이 있었느냐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전제로 한다면 9, 10세기에 대규모 분출이 있었던 백두산은 명백히 ‘활화산’이며, 특히 당시의 분출 규모는 역사시대 이후 손에 꼽을 만한 규모였다.
화산의 분출 규모를 규정하는 화산분출지수(VEI;volcano explosivity index)를 기준으로 할 때 10세기에 있었던 백두산의 화산 분출은 7급에 해당하는 대규모 분출이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VEI는 1~8단계로 화산 분출 규모를 구분하는데, 화산재의 양과 화산재가 상승한 높이 등을 기준으로 한다. 현재까지 8급에 해당되는 분출은 없었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당시 백두산은 지상 25km 높이까지 화산재가 솟구쳤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지질기반정보연구부의 이윤수 박사는 판구조의 변동에 따른 화산 분출을 우려하고 있다.
이 박사는 “일본지역에 지진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지각구조상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이 충돌하는 지점이기 때문”이라며 "여기에서 대규모 충돌에 따른 지진이 발생할 경우 화산 분출을 위한 에너지를 축적하고 있는 백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판구조 운동에 따라 일본열도 밑으로 들어가고 있는 태평양판의 잔해가 백두산 아래 약 670km 지점에 있는 상부맨틀과 하부맨틀의 경계부에 영향을 미치고, 이어 천지 아래에 있는 마그마 챔버에 충격을 줘 화산 활동에 직접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 박사는 또 “백두산은 전 세계적으로 작은 규모의 화산이 아니다”면서 “특히 유문암질과 조면암질의 점성 높은 마그마가 형성되기 때문에 엄청난 양의 분출 가스를 붙잡아 둘 수 있다”고 설명한다. 즉 점성이 낮은 마그마는 가스를 붙잡아 두는 힘이 약해 소규모 폭발이 일어나는 반면 점성이 높은 마그마는 최후의 순간까지 분출을 억제해 대규모 폭발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마그마로 백두산 높아져
부산대학교 과학교육학부 윤성효 교수는 백두산 화산 분출 우려를 국내에 최초로 알린 화산학자다. 윤 교수는 “백두산의 경우 다량의 화산재를 만들어내는 유문암질 마그마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대규모 화산재 없이 현무암질 용암이 흘러내리는 하와이 등의 화산과는 피해 규모가 다를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 교수는 또한 “현재 백두산 높이가 약 2,750m로 과거에 측정했던 것보다 다소 높아졌다”면서 “이는 마그마의 성장에 따라 융기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현재 북한과 우리나라는 해수면 높이가 달라 이를 기준으로 측정한 백두산의 높이는 6m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같은 차이를 감안해도 백두산의 높이가 융기된 것은 분명하다.
10세기에 발생한 화산 분출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는 현재 일본 홋카이도와 도호쿠 지역에 남아 있는 6~10cm 높이의 화산재 지층을 보면 알 수 있다.
일본에 의해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이 화산재 지층은 일본 내에서 발견되는 화산재 지층과 는 전혀 다르다. 오히려 백두산에 남아 있는 화산재 지층과 비슷하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백두산에서 분출된 화산재가 동해를 거쳐 일본까지 날아가 퇴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윤 교수는 “화산재가 퇴적돼 형성된 지층의 두께가 6~10cm에 달한다는 것은 당시 이 지역에 화산재가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김규한 교수 역시 “백두산 관련 지진횟수 등이 활발히 증가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며 화산 분출 우려를 표시했다. 그는 현재 일본 도쿄 대학과 함께 백두산 지역의 온천에서 발생하는 가스 분석을 통해 화산 분출 가능성을 연구하고 있다.
백두산 정상의 칼데라 호수인 천지의 경우 최대 수심이 372m에 달하고 약 20억톤의 물을 담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여건이 화산 폭발을 억제할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지질자원연구원의 이윤수 박사는 “천지의 물이 고열과 만나면 수증기로 부피가 팽창해 오히려 폭발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한다. 특히 백두산의 화산 폭발이 반드시 정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측면에서 분출할 경우 20억톤에 달하는 천지의 물이 대규모 홍수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남북한 공동 연구 시급
화산학자들은 백두산 화산의 분출 규모나 시기 문제와 관련해 섣부른 예측을 우려하고 있다.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 확보가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의 연구 자료를 기초로 한다면 화산성 지진의 증가와 마그마 챔버 상승 등의 우려는 분명하다. 하지만 이는 중국 국경 부근에서 이루어진 연구 자료가 대부분이다. 반면 보다 많은 연구 자료를 얻을 수 있는 북한지역에서의 연구 자료는 전무한 실정이다.
김규한 교수는 “백두산 화산 폭발과 관련해 지진활동이 증가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구체적인 연구 데이터가 부족한 상황에서 폭발 위험성이 크다거나 또는 언제쯤이라거나 하는 식의 주장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윤성효 교수 역시 “학자 입장에서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한 채 언제 분출할 것이라고 예측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한다.
하지만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공동연구의 시급성에 대해서는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분출이 시작되는 시기와 분출 규모를 예측하기는 어렵지만 과거의 분출 사례 등을 볼 때 분출로 인한 피해 규모는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이 한국이나 중국보다 백두산 화산 연구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과거 10세기 분출의 결과물인 화산재가 일본에 퇴적지층으로 남아 있는 것을 볼 때 북한을 제외한 가장 큰 피해 지역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1991년 폭발한 필리핀 피나투보(Pinatubo) 화산의 경우 폭발 자체에 따른 피해도 컸지만 화산재에 따른 피해로 미 공군 기지가 철수하기까지 했다. 이는 화산재로 인해 공군기지를 운용하는 것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처럼 화산재는 정밀기계와 전자를 다루는 모든 영역에 상당기간 지속적인 피해를 입히게 된다.
김 교수는 “일본 도호쿠 대학은 백두산을 전문으로 연구하는 연구조직을 가지고 있으며, 막대한 예산으로 우리가 해야 할 백두산 연구를 대신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한다. 윤 교수 역시 “일본은 지난 2000년부터 중국 국가지질국과 길림대학, 북한 사회과학원 산하 지리연구원 등과 함께 백두산에 대한 3국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라고 지적했다. 윤 교수는 당시 3개국 공동연구에 개인자격으로라도 참여할 예정이었지만 동북공정에 주력하고 있던 중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지난해 12월 정부는 제1차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 합의에 따라 진행된 보건의료·환경보호협력분과위원회 회의에서 백두산 화산 활동에 대해 공동 연구하기로 합의하고 이를 위한 실무협의를 올 2월 평양에서 개최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현재 이에 대한 세부 협의가 진행 중인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며, 정치·외교적인 판단에 따라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있다.
윤 교수는 백두산 화산에 대한 남북공동연구에 대해 “현재 북한이 보유한 지진관측 장비는 대부분 중국으로부터 넘겨받은 노후장비”라면서 “우리가 최신 관측장비를 백두산 주변지역에 설치, 측정된 데이터를 공동연구하는 형태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물론 정치·외교적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있기 때문에 과학자가 거론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부분이 있다. 하지만 국내 화산학자들과 지질자원연구원 등은 북한과의 공동연구를 위한 다양한 준비작업을 진행 중이며, 2~3개의 세부적인 연구모델까지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2008/05/21 / 강재윤기자 hama9806@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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