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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노래 이야기

Vera Lynn

by Wood-Stock 2009. 9. 17.
<비틀스 누른 92세 英 국민가수>
 

영국 앨범 차트 1위에 오른 92세 베라 린(AP=연합뉴스)
(런던=연합뉴스) 이성한 특파원 = 영국의 국민 여가수 베라 린이 컴백한 비틀스를 눌렀다.


올해 92세인 베라 린이 낸 `우리 다시 만날거야'((We'll meet again)를 타이틀곡으로 한 베라 린 선곡집이 지난주 영국에서 비틀스와 영국의 유명 록밴드 그룹 등을 누르고 앨범 차트 1위에 오르는 노익장을 과시했다. 지금까지 최고령 앨범 차트 1위 기록은 지난 4월 앨범을 낸 밥 딜런(68)이 갖고 있었다.


1917년 런던에서 태어난 베라 린은 2차 세계대전중에 앨범을 발표하면서 수백만 군인들의 연인으로 떠올랐다.   이후 한국의 이미자에 필적하는 국민가수로서의 자리를 확고히 하면서 왕실로부터 남성의 기사와 같은 데임(Dame)이란 작위를 받았다.



그녀의 앨범이 마지막으로 1위에 올랐던 것은 1952년으로 비틀스가 첫번째 싱글 앨범을 내기 10년 전이다. 이번에 2차 세계 대전 발발 70주년을 기념해 발매된 앨범에는 전시 군인들의 심금을 울렸던 주옥같은 노래 24곡이 실려있다.


공교롭게도 그녀는 전쟁이 발발하던 해에 22살의 나이로 `우리 다시 만날거야'라는 노래를 선보였었다.





그녀의 앨범 차트 1위 등극은 비틀스의 모든 앨범을 디지털로 리마스터한 음반이 9일 전세계에서 동시 발매돼 한창 맹위를 떨칠 때였기 때문에 더욱 의미있는 것이라고 더타임스는 평가했다.


이 신문은 악틱 몽키즈와 킹스 오브 레온 같은 영국의 가장 인기있는 록밴드 그룹도 92세의 국민가수 앞에 머리를 숙였다고 전했다. 베라 린은 "앨범이 1위에 오를 줄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며 "그 자리에 오르도록 해준 팬들에게 어떻게 고마움을 표시해야할지 모르겠다"고 기뻐했다.


ofcours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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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세 할머니가 영국 음반차트 1위에
 
올해 92세 할머니의 음반이 영국 팝차트 1위를 차지하는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졌다. 화제의 주인공은 1964년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에 삽입됐던 ‘We’ll Meet Again’을 부른 베라 린.
앨범 타이틀은 ‘We’ll Meet Again-The Very Best of Vera Lynn’,
 

지난달 말 처음 차트에 재진입,계속 순위를 끌어올리더니 이번 주에 지난 주 1위 아틱 몽키스를 4위로 끌어내리고 대신 그 자리에 올라섰다고 BBC가 14일 전했다.독일에 대한 영국의 선전포고 70주년(지난 3일)을 기념해 재발매된 이 앨범은 리마스터링 출시된 비틀스의 4개 음반을 누르고 정상을 차지해 더욱 놀라움을 안겨준다.’Sgt Pepper’s Lonely Hearts Club Band’가 5위,’Abbey Road’가 6위,’Revolver’가 9위,’Rubber Soul’이 10위였다.
 
1939년 로스 파커가 만들고 휴지 찰스가 가사를 붙인 ‘We’ll Meet Again’은 ‘푸른 하늘이 열리고 먹구름이 흩어질 때’를 기약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고 읊어 낙관을 노래했다.


1943년 뮤지컬 영화 ‘We’ll meet again’을 비롯,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 삽입됐고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됐으나 큐브릭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마지막 장면에서 린의 다정다감한 노래와 지구 멸망을 알리는 버섯구름이 묘하게 교차되면서 통렬한 슬픔을 불러일으킨 명장면으로 영화사에 전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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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l meet again -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1964)



■ We'll meet again

We'll meet again
Don't know where
Don't know when
But I know we'll meet again
Some sunny day

Keep smiling through
Just like you always do
'Till the blue skies
Drive the dark clouds far away

So, will you please say hello
To the folks that I know
Tell them I won't be long
They'll be happy to know
That as you saw me go
I was singing this song

We'll meet again
Don't know where
Don't know when
But I know we'll meet again
Some sunny day


 


■ 베라 린의 'We'll meet again'
   
 
 
 


Ross Parker가 만들고 Hughie Charles가 가사를 붙인 곡을 영국 출신 가수 Vera Lynn(사진)이 부른 1939년 곡. "푸른 하늘이 열리고 먹구름이 흩어질 때"를 기약하며 "언젠가 다시 만나리"라는 낙관을 노래했다. 1943년 뮤지컬 영화 'We'll meet again'을 비롯,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삽입됐고 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됐으나 가장 유명한 것은 큐브릭 감독의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였다. 지구 멸망을 알리는 핵폭발 장면 속에 울려 퍼지는 'We'll meet again'은 영상과 음악의 냉소적 병치를 통해 풍자의 효과를 거두는 것은 물론 통렬한 슬픔을 불러일으키는 명장면으로 영화사에 기록됐다.



"당신과 만나고 싶어요, 제발"

2차 대전에서 사용된 모든 폭발물의 16배 위력을 가진 50메가톤의 핵폭탄을 장착한 미 B52 폭격대가 소련의 군사요충지를 향해 출격한다. 소련이 이를 포착하고 전면 공격을 펼치게 될 시간은 앞으로 15분후. 예상 가능한 소련의 전면 공격을 저지하기위한 선제공격을 논의 중인 백악관 전시상황실에 경악스런 소식이 전해진다. 적의 침공시 소련의 '심판의 무기'가 자동 작동될 때 치명적 낙진으로 인해 지구는 93년 동안 방사선 장막에 휩싸이게 된다는 것,

                              

 
▲ "햇빛 찬란한 언젠가 다시 만나리." 거대한 버섯구름은 그 모든 기대와 낙관을 방사능 낙진처럼 만든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다. 영원히….



# "국가와 국민을 위해"

너무 기가 막히거나 어찌할 수 없을 두려움을 만나게 되면 진지해지기보다 헛웃음이 나온다. 피터 조지의 1958년작 '적색경보Red Alert'를 영화화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도 마찬가지였을까. 미소 양국의 어리석은 군사대립으로 인류가 절멸하고야마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혹은:어떻게 걱정하기를 멈추고 폭탄을 사랑하게 되었는가'(1964)는 '핫라인 서스펜스 코미디'를 표방한 통렬한 풍자물로 만들어졌다.

1946년부터 시작된 수돗물 불소사업이 사상 최대의 극악무도하고도 위험한 공산주의자들의 음모임을 확신하는 전쟁광 리퍼 장군(스털링 헤이든)으로부터 모든 것은 시작된다. 프랑스 클레망소 수상의 말처럼 "전쟁은 군인 손에 맡기기엔 너무 중요하"지만 "오늘날 정치인에겐 더욱 맡길 수 없다"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을 위해' '국가와 국민을 위해''신의 뜻대로' 대소 공격개시를 명령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러브'는 인류에게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는 순간'을 보여준다. 전쟁광 한 사람으로 야기된 인류절멸의 위기가 어떻게 해소되지 않고 막다른 골목까지 달려가는가를 내내 키들거리는 듯한 화법으로 이야기하는 것이다. "폭격기를 불러들일 방법이 없단 말이오?"의 순진한 질문, "어떻게 해제할 방법은 있겠죠"의 허무한 기대, 그리고 "어떻게 자동작동하면서 저지가 불가능한 게 가능하단 말이오?"의 때늦은 문제제기를 가볍게 무시하며 시계바늘은 더 빠르지도 늦지도 않게 마지막 순간을 향해 나아간다.
 





# 햇빛 찬란한 날에 만나요



더러운 빨갱이 집단을 혐오하는 자본주의자들과, 사악한 미 제국주의를 경멸하는 공산주의자들은 너무 늦게 깨닫는다. 전 인류와 지구의 생존을 담보로 한 저열한 게임에서 그들은 한 배를 탄 운명이었음을. 타자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바탕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적대와 파괴행위가 프로그래밍된 전쟁 기계였음도 뒤늦게 깨닫는가 싶은 순간, "We'll meet again", 이보다 더 달콤할 수 없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2차 대전 당시 비참한 전쟁터에서 수많은 미군 병사들의 향수와 두려움을 달랬다던 베라 린의 노래는 그러나 그 모든 것이 끝나버리는 버섯구름의 장렬한 이미지 위로 처연하게 흐른다. 공포와 슬픔을 웃음으로 비트는 풍자의 화법은 가장 아름다운 음악과 가장 참혹한 이미지를 배치시키는 통렬한 대위법으로 마무리되는 것이다. 물론 천만다행으로, 영화 도입부 자막은 영화 속 사건들을 방지할 수 있다는 미 공군의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인간의 선의지가 얼마나 무력한가를 뼛속 깊이 체험한 지라 그 말을 믿기는 솔직히 힘들다. 하지만 진심으로 믿고 싶다. 햇빛 따사로운 언젠가, 우리는 '인류'라는 이름으로 다시 반갑게 만나고 싶으므로.

/ 박인영·영화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