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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China

하롱베이, 곤명 석산

by Wood-Stock 2009. 6. 26.

세월이 빚고 바람이 깎은 ‘신의 정원’

 

ㆍ베트남 하롱베이 & 중국 쿤밍

섬 뒤에 섬이, 돌 옆에 돌이 겹겹이 펼쳐진다. 비와 바람의 세월이 석회암에 새겨졌다. 침식지형인 카르스트의 두 절경, 베트남 하롱베이와 중국 윈난성 석림을 만나러 가는 길이다.

용의 전설 깃든 그림같은 바다… 2000개 섬, 하늘서 흩뿌린 듯

#물 위의 하룻밤, 할롱베이 크루즈

 

하노이에서 버스로 3시간30분을 달리면 할롱베이(下龍灣)에 닿는다. 외적의 침략에 맞서 용이 내려와 베트남을 지켰다는 전설이 서린 잔잔한 내해에 2000여개의 섬이 흩어져 있다. 영화나 CF의 장면들로 익숙한 할롱베이에서 한국인을 마주치는 것은 흔한 일이다. 복작임을 피해 호젓함을 누리고 싶다면 크루즈 여행을 선택할 만하다.

하롱베이를 항해하는 크루즈선.
갑판에 올라 느긋하게 풍경을 감상하다 보면 수상마을이 나타난다. ‘처녀 뱃사공’이나 그을린 얼굴의 아저씨들이 관광객 서넛을 태우고 자신의 삶터로 노를 저어 간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선생님과 공부를 하고, 아낙은 불을 피워 저녁을 짓는다. 떠다니는 집에서 고기잡이와 양식으로 생계를 꾸리는 물의 사람들. 뭍의 사람들은 그저 스쳐 지나갈 뿐이다.

크루즈 일정에는 동굴 관람이 포함되고 다양한 선상활동을 즐길 수 있다. 월남쌈 요리배우기, 밤낚시, 카약타기, 스노클링, 아침 기체조 등. 이것저것 귀찮다면 꼭대기인 선데크에 놓인 긴 의자에서 지는 노을을 벗 삼아 맥주를 홀짝이는 호사도 좋겠다.

바다밑서 솟아오른 ‘돌의 숲’… 협곡·석굴·神田은 조각한 듯

#시간이 깎아낸 돌숲, 쿤밍 석림

베트남의 수도 하노이에서 중국 남부 윈난(雲南)성의 성도 쿤밍(昆明)까지는 비행기로 1시간30분. 이제 할롱베이와 마찬가지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인 석림(石林)으로 향한다.

2억7000만년 전에 바다 밑이었다가 지각변동으로 융기한 뒤 풍화를 거치며 형성된 석림의 해발은 1750m. 전동차에서 내려 탁 트인 외석림의 원경을 바라보다, 너른 정원 같은 소석림을 거닐고, 계단을 오르며 손에 잡히는 대석림의 근경에 빠진다.

빼족빼족 갖가지 형상으로 솟은 돌조각의 향연. 이름 그대로 돌의 숲에서 잠시 말을 잊는다. 눈으로 끝간 데 없이 잇대어 서 있는 바위와 하늘의 경계를 좇는다. 최고 40m 높이의 돌무더기를 가르고 그어진 금은 과거 해수면의 흔적이다.

쿤밍은 요 몇년 새 내외국인들이 몰려드는 여행지가 됐다. 석림에서 차로 30분 거리인 주샹(九鄕)동굴은 먼저 보트로 협곡을 구경한 다음 들어가서 리프트를 타고 나온다. 높이 30m의 쌍폭포인 자웅폭포, 계단식 논 모양에 물이 고인 신전(神田) 등이 눈길을 끈다. 시산(西山·해발 2350m)에는 절벽을 파서 만든 룽먼(龍門)석굴이 있다. 쿤밍시 전역과 약 330㎢ 넓이의 호수인 뎬츠(일명 쿤밍호)를 내려다보는 장쾌한 전망을 자랑하나 많이 흐릴 때는 희부연 안개와 쭉쭉 뻗은 나무만 보이니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시산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뎬츠를 건너면 윈난민족촌과 연결된다. 윈난성에는 중국의 56개 민족 가운데 25개 소수민족이 산다. 민족촌은 이들의 풍속과 문화를 보여주는 커다란 공원이다.

구획을 지어 민족별로 주거시설과 대표적인 건축물을 재현해놓고 전통의상을 입은 남녀가 마당에 나와 공연도 한다. 박제화된 느낌이 있지만 여러 민족을 한 번에 살펴보려면 감수할 부분이겠다.

옮기려던 발걸음을 들려오는 노래가 붙든다. 뒤돌아보니 모계사회로 유명한 모쒀(摩梭)족 여인. 귀를 파고드는 높고 맑은 목소리가 가슴에 남았다.

길잡이

*베트남항공(www.vietnamairlines.co.kr)은 하노이와 쿤밍을 연계해 운항한다. 인천~하노이 매일 2회, 부산~하노이 주 2회(목·토요일), 하노이~쿤밍 주 4회(월·수·금·토요일). (02)757-8920, (051)465-4828

*할롱베이 1박2일 크루즈는 대개 정오에 출발에 이튿날 낮 12시 전에 돌아온다. 요금은 1인당 100~200달러대. 하노이부터 왕복 차량을 제공한다. 업체별 정보는 www.cruiseshalong.com, www.halongcruisejunk.com(영문 사이트) 참조.

*쿤밍 관광지 입장료는 석림 150위안(13인승 전동차 대당 200위안), 주샹동굴 90위안(리프트 30위안), 윈난민족촌 70위안, 시산삼림공원 30위안(케이블카 40위안).

<할롱베이·쿤밍 | 한진기자 greysno@kyunghyang.com> 입력 : 2009-06-09 17: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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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롱베이, 2천개 작은섬 환상적 海霧…바다의 `구이린`

 

 Take 1  바다숲 비경에 탄성 절로

중국 구이린(桂林) 얘기를 좀 해야겠다. 산수(山水)가 천하제일(甲天下)이란 구이린의 자랑은 분명 허풍이 아니다. 울쑥불쑥 기기묘묘한 석회바위 봉우리 사이로,금계(金桂)의 샛노란 꽃향이 진하게 흐를라치면 달나라 선녀 항아가 금방이라도 내려올 것만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 구이린이다. 그러나 그 빼어난 산수 자랑은 구이린 안에서만 유효한 법.사람의 눈과 마음이란 게 간사한 것이어서 어느 다른 근사한 풍경을 만나기라도 하면 바로 그게 천하제일 자리를 차지하곤 하기 때문이다.

하롱베이가 딱 그런 절경 중 하나로 꼽힌다. '바다의 구이린'이라고 하는 하롱베이는 사실 구이린을 '육지의 하롱베이'라고 부르게 할 만한 매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최고의 바다경승.베트남 북부 통킹만 안쪽에 펼쳐진 1500㎢의 해역을 일컫는다. 2000개에 가까운 석회암섬과 에메랄드빛 바닷물이 어울려 빚어내는 풍광이 환상적이다. 400㎢가량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돼 있다.

하롱베이는 유람선을 타고 구경한다. 대개는 당일 크루즈를 택하지만 바위섬 풍경이 아기자기한 만 위쪽의 바이틀롱 해역과 섬 무리의 선이 굵은 아래쪽 하롱 해역을 모두 둘러보는 1박2일 크루즈가 괜찮다. 선착장을 나서 1시간 정도 유람하면 호수처럼 잔잔한 바닷물 위에 떠 있는 섬과 기암이 마중한다. 멀리서 보면 한몸으로 이어진 산줄기처럼 보이는데 사실은 제각각 떨어져 있다. 형태도 각양각색이어서 코끼리,낙타,주전자 등 이름이 붙여진 것만 1000여 개를 헤아린다고 한다.

하롱베이는 베트남 사람들에게 바다의 절경 그 이상이다. 수호신인 용이 침략자를 무찌르고 베트남을 지킨 성스런 공간이다. 하늘에서 내려온 수호신 용이 보석과 구슬을 내뿜으며 바닷길로 쳐들어온 적을 물리쳤는데 이때 흩어진 보석과 구슬이 섬과 기암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하롱이란 이름도 용(龍)이 내려온다(下)는 뜻이다.

 Take 2  바다동굴과 수상마을

하롱베이의 섬들은 석회암으로 이뤄져 있어 크고 작은 동굴들이 발달돼 있다. 동굴은 50여 개를 헤아린다. '놀라운 동굴','하늘궁전 동굴','나무 감춘 동굴' 등 3개의 동굴이 개발돼 있다. '놀라운 동굴'이 하롱베이 안에서 가장 크고 넓은 동굴이다.

이 동굴 내부는 크게 세개의 공간으로 구분되는데 갈수록 입을 벌리며 놀라게 된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여졌다. 과연 그 크기에 놀라 벌린 입을 다물 수 없다. 남녀가 포옹하며 입을 맞추고,닭이 목을 빼고 우는 것 같은 종유석이며 석순의 형태도 놀랍다. 천장의 선명한 물결무늬와 거대한 용의 모습에도 눈을 뗄 수 없다.

수상마을도 신기하다. 아무리 바닷물이 잔잔하다고 해도 육지와 멀리 떨어진 이 바다 위에 어떻게 집을 짓고 살 수 있을까. 하롱베이 일대에는 20~30가구가 모여 있는 수상마을 5곳이 있는데 봉비엔이 가장 아름다운 수상마을로 꼽힌다.

깊은 산속의 오지처럼,섬으로 빙 둘러쳐진 바다 한쪽에 조용히 자리한 마을이다. 크루즈에서 내려 대여섯명 정원의 카약을 타고 들어간다.

수상마을이라고 해서 육지의 여느 마을과 별 차이는 없다. 바지선 비슷한 것을 연결해 '땅'을 만들고 그 위에 집을 지었다는 게 다른 점이라고 할까. 바지선 위를 마당 삼아 놀고,학교에서 공부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귀엽다.

과일이며 생선을 배에 싣고 팔러 나가고,시간을 내 은행에서 일을 보는 어른들의 일상도 똑같다. 심심하다는 듯 늘어지게 하품을 하는 진주양식장의 누렁이 모습도 눈에 익는다.

여행TIP

베트남의 정식 국명은 베트남사회주의공화국이다. 수도는 북부의 하노이다. 국토는 한반도의 1.5배.인도차이나반도 동쪽 해안 전체에 걸쳐 있다. 인구는 8200만명.54개 민족을 헤아린다. 남과 북이 서로 다른 기후특성을 보인다. 남부는 건기와 우기가 뚜렷하다. 우리나라의 가을부터 봄까지가 건기다. 북부는 영하로 떨어지지는 않지만 사계절이 있다. 높은 산악지대에는 눈도 내린다. 통화단위는 동.요즘 환율은 1달러에 1만7500동 선이다. 한국보다 2시간 늦다. 하노이 시내의 대우호텔과 서호변의 쉐라톤호텔이 좋다.

베트남항공(02-757-8920)이 인천에서 매일 두 차례(오전 10시35분,오후 7시30분),부산에서는 매주 목·토요일 두 차례(오후 5시,8시25분) 하노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4시간30분 걸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인천~하노이 직항편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하노이에서 하롱베이까지는 중간 휴식시간을 포함해 버스로 4시간가량 소요된다. 180㎞밖에 안 되지만 도로사정이 좋지 않아 시간이 많이 걸린다. 당일 또는 1박2일 일정의 크루즈를 선택할 수 있다.
 
 

[`봄의 도시` 중국 쿤밍] 땅 위 바위숲…땅 밑 구향동굴…神이 빚은 샹그릴라

오색 나비가 날개를 세우고 앉아 있나? 이족 여인의 화관 위로 쫑긋한 채접(彩蝶)장식이 예쁘다. 두 개의 온전한 삼각 채접장식은 그 주인이 아직 시집 가기 전이라는 증거.화관의 알록달록한 색감 덕에 한층 화사해보이는 처녀의 미소도 예쁘다. 조선족 가이드 김장성씨가 웃으며 던진 충고 한마디."화관에 손을 대면 안됩니다. 채접장식을 빼면 결혼하자는 뜻인데 여자가 거절할 경우 3년간 그 집에서 머슴살이를 해야 되니까요. " 독특한 풍습의 소수민족이 많은 중국이지만 남자입장에서는 너무나 터무니없는 풍습이다. 그러나 그 독특한 풍습도 이 기이한 돌기둥 무리 풍경보다 더 괴이할 수는 없는 일.쿤밍의 바로 이 울울창창한 돌기둥 숲,석림(石林) 말이다.

 

 Take1  돌기둥 숲과 동굴

석림은 쿤밍 동남쪽으로 80㎞쯤 떨어진 곳에 있는 석회암(카르스트)지형의 명승이다. 석림의 석회암 지형은 세상에서 가장 넓어 이족자치현 내 350㎢에 걸쳐 펼쳐져 있다. 볼거리가 가득한 대석림,소석림,외석림 등 11.3㎢가 개발돼 있다. 중국 내 최초의 AAAAA급 풍경구이며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목록에도 올라 있는 곳이다.

석림이 있는 곳은 무척 높다. 우리나라 한라산 꼭대기와 맞먹는 고지대다. 이 높은 곳이 아주 옛날에는 바다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김씨의 설명대로라면 2억7000만년 전의 석림 일대는 깊은 바다 밑바닥이었다. 지각운동이 시작되면서 솟아올랐고, 또다시 가라앉았다 융기하기를 반복하면서 7000만년 전에야 지금의 모습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석림의 돌기둥에서 석림 일대가 바다 밑바닥이었던 흔적을 확인할 수 있다. 돌기둥 목부분에 한결같이 뚜렷하게 굵은 선처럼 파인 자국이 남아있다. 돌기둥 목부분 위와 아래가 서로 떨어진 듯 깊게 파인 선 자국 아래가 바다 밑 흙속에 파묻혔던 부분이라는 것이다.

석림 관광의 중심은 대석림과 소석림이다. 거미줄처럼 얽혀 돌기둥 사이사이를 파고드는 탐방로가 잘 조성돼 있다. 소석림의 돌기둥은 오밀조밀 아기자기한 게 마음을 편안히 가라앉혀준다. 일본의 정원처럼 잘 다듬어진 바위 정원을 보는 듯하다. '아시마바위'가 하이라이트다. 돌기둥으로 둘러싸인 파릇한 잔디밭 길을 꺾어 돌아가면 제법 넓고 얕은 연못이 있는 광장 비슷한 곳이 나온다. 그 연못 맞은편에 서 있는 바위가 아시마바위다. 머리에 쓴 화관이 영락없는 이족 처녀 모습인데 뒤에서 포옹하고 있는 연인과의 사랑에 문제가 있는지 그 분위기가 유쾌하지는 않다.

대석림은 소석림과 달리 사내다움이 물씬 풍긴다. 대석림의 들머리는 석병풍.키가 들쭉날쭉한 돌기둥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그 중앙의 돌기둥 가슴팎에 빨간색의 '林石' 두 글자가 새겨져 있다. 석림 글자 아래에 쓰인대로 '하늘이 만들어낸 기이한 풍경'(天造奇觀)속으로 들어가는 관문이다. 돌기둥 사잇길을 지나자마자 두 개의 커다란 돌기둥 머리에 걸쳐진 바위 파편이 떨어질 듯 위태로워 보인다. 양심불량인 사람이 지나가면 떨어진다고 해서 양심바위라고도 한다.

양심바위를 지나면서 탐방로를 따르는 데각별히 신경써야 한다. 탐방로가 여러 갈래여서 자칫 일행과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대석림에서 가장 높은 바위기둥에 있는 정자인 망봉정을 중간 목적지로 삼으면 걱정할 게 없다.

몸이 낄 것 같은 바위구멍을 통과하고, 양옆 돌기둥의 풍채가 위협적인 계단길을 지나 오르는 망봉정에서의 전망이 기막히다. 침엽수림처럼 빽빽하게 모여 하늘을 찌르는 돌기둥 숲이 장관을 이룬다. 망봉정에서 내려오는 바위틈의 돌이 유리처럼 반질반질 빛난다. '석림의 심장'으로 불리는 돌이라는데 남자는 왼손,여자는 오른손으로 만지면 무병장수,만사형통한단다.

석림이 지상의 볼거리라면 구향동굴(九鄕洞窟)은 지하선경이다. 석림에서 쿤밍 쪽으로 34㎞ 떨어져 있다. 발견된 지 3년 뒤인 1992년 일반에 공개된 종유동이다. 동굴탐사로는 3.2㎞,계단만 1300개를 헤아린다. 입구로 들어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60m 계곡 아래로 내려간다. 10인승 배를 타고 10분 정도의 협곡유람을 즐긴 다음 본격적인 동굴탐험에 나선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동굴은 한여름 동굴음악회도 열었던 2만명 수용 규모의 동굴광장을 지나 자웅폭포로 이어진다. 김희선과 청룽이 주연한 영화 '신화'의 배경으로도 등장한 동굴속 폭포인데 물줄기의 기세가 대단하다. 신의 밭(神田)이 경이롭다. 다랑논 형태로 된 석회암 지형으로 터키 파묵칼레 풍경에 비견된다. 

 Take 2  시산 루멍석굴과 민족촌

김씨가 룽먼석굴(龍門石窟)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다. 둔황의 막고굴,윈강석굴과 함께 중국 3대 석굴로 꼽히는 석굴군인 낙양의 룽먼석굴을 얘기하는 줄 착각했다. 쿤밍에도 룽먼석굴이 있기는 하다. 시산(西山)의 룽먼석굴이다.

시산은 산세가 미인이 잠자고 있는 듯하다 해서 '잠자는 미인산'이라고도 한다. 얼핏 보면 여자가 누워있는 모습으로 보인다. 한 남자가 시산 절벽에 룽먼석굴을 뚫어 자손만대에 복을 빌겠다고 했고 여자는 그런 남자와의 혼인을 약속했다. 그러나 마지막 신의 왼손에 들려있어야 할 연필 끝이 계속 부러져 완성시키지 못한 채 산 아래로 몸을 던졌다. 그래서 여자는 시산에 누워 슬퍼하다 그대로 봉우리가 됐다는 것이다.

해발 2500m의 시산은 중턱의 주차장에서 리프트를 타고 25분 정도,해발 2280m까지 올라간 뒤 걸어내려 온다. 그 코스 중간에 룽먼석굴이 있다. 전체가 수직절벽인 지점인데, 천대에서 달천각까지 절벽 안쪽으로 굴을 파 길을 낸 것이다. 3대 70여년에 걸쳐 이어진 대역사였다고 한다. 도교와 불교사원이 곳곳에 이어져 있어 눈길을 끈다. 산 아래 중국에서 여섯 번째로 큰 전지호수 풍경이 시원하다.

윈난민족촌도 찾아보자.중국 내 56개 소수민족 중 26개 민족이 윈난성에 흩어져 사는데 이 민족촌에 13개 소수민족마을을 꾸며놓았다. 우리나라의 용인민속촌 격이라고 보면 되는데 그 크기가 정말 크다. 특이한 민족도 많다.

모소인족이 56개 소수민족 중 제일 특이한 민족으로 꼽힌다. 모계사회를 유지하고 있는 민족이다. 결혼이라는 제도가 없다. 길거리에서 눈이 맞은 남자가 집으로 찾아와 하룻밤을 보내면 혼자 아이를 낳아 키운다. 남자에게는 아이와 여자를 부양할 의무가 없다. 아이도 아버지가 누구인지 평생 모른다고 한다. 집안의 어른은 할머니이며 힘을 쓰는 남자 역할은 아이의 외삼촌이 맡는다고 한다. 아이를 낳을 때나 죽어 장사를 치를 때 들어간다는 '생사방'도 눈에 띈다.

여행 TIP

쿤밍은 중국 윈난성의 성도다. 해발 1892m의 고원도시다. 성 인구의 13%인 560만명이 살고 있다. 사계절이 봄과 같다고 해서 춘성(春城)이라고 한다. 차마고도의 관문이며 보이차(푸얼차)로 잘 알려져 있다. 시내 거리에 보이찻집이 많이 보인다. 꽃으로도 유명하다. 중국 내에서 가장 많은 꽃이 재배되고 있다. 꽃 종류만 6000여종을 헤아린다. 원예사업을 하는 한국인도 많다. 잎담배의 질도 알아준다. 버섯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버섯샤부샤부가 별미다. '이조원' 등 한식당이 있다. 시내중심 5성급 뱅크호텔을 알아준다. 대부분의 호텔이 1999년 세계원예박람회 이후 지어졌다.

한국보다 1시간 늦다. 통화단위는 위안.요즘 환율은 현금 매입 기준 1위안에 212원 선.대한항공 등이 쿤밍 직항편을 운항한다. 베트남항공(02-757-8920)을 타고 하노이로 향해 하롱베이를 구경하고 쿤밍을 둘러보는 여행일정을 짜는 것도 괜찮다. 베트남항공은 인천에서 매일 두 차례(오전 10시35분,오후 7시30분),부산에서는 매주 목·토요일(오후 5시,8시25분) 인천~하노이 직항편을 운항한다. 4시간30분 걸린다. 당일 연결되는 하노이~쿤밍 노선은 월·수·금·토요일 하루 두 차례 다닌다. 1시간반 소요된다.

쿤밍(중국)=글/사진 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 입력: 2009-05-03 17:32 / 수정: 2009-05-04 09: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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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하롱베이 & 중국 곤명

ㆍ흩뿌린 섬은 전설을 품고 거친 바위숲은 세월을 빚고
ㆍ곤명 석림 7000만년전에 형성된 기암괴석…운남민속촌 필수코스
ㆍ하롱베이 수묵화 같은 1500km 바다정원…수상마을도 볼거리


바다에서 산을 만나고 육지 위에서 섬을 본 4박6일. 세계자연문화유산 두 곳을 찾아가는 길은 듣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따사로운 햇살을 기대했던 베트남의 바다는 종일 안개가 걷히지 않았고, 사시사철 꽃이 피어 ‘봄의 도시’라고도 불린다는 중국의 곤명은 오락가락 비가 내렸다. 하지만 물과 뭍의 경계를 나누는 일이 무색한 대자연의 걸작 앞에서 궂은 날씨는 아무 의미가 없었다. 흐리면 흐린 대로 수천, 수만 가지 표정을 만날 수 있다는 현지 가이드의 위로는 괜한 말이 아니었다.

#물 위의 산, 하롱베이(下龍灣)

베트남의 천년수도 하노이에서 남동쪽으로 버스를 타고 4시간을 꽉 차게 달려야 만날 수 있는 1500㎢ ‘바다 정원’ 하롱베이. 하늘에서 내려온 용이 외적을 물리치기 위해 내뿜은 여의주가 바다에 점점이 박혀 3000여 개의 섬이 됐다는 전설을 품은 곳이다.

유람선에 몸을 싣고 자욱한 물안개를 헤치다 보면 거대한 산줄기 같은 섬무리가 환영처럼 얼굴을 내민다. 섬 너머 섬이 겹겹 병풍으로 끝도 없이 늘어섰다. 실제 풍경이라기보다는 농담을 잘 살린 무채색 수묵화 같다.

잔물결도 잔바람도 하나 없이 고요하다. 바다에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이다. 푸짐한 해물요리를 곁들여 베트남 소주 ‘넵모이’를 홀짝이니 천국이 따로 없다.

기다란 바구니 배 ‘삼판’으로 갈아타고 찾아가는 수상촌은 또 다른 볼거리.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노만 젓는 가냘픈 처녀 뱃사공의 모습에 함께 간 남자 관광객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안쓰러운 표정이 된다. 나무로 얼기설기 얽은 집 20~30채가 모여 있는 수상마을이 모두 5곳. 물 위에서 어찌 살까 싶지만 쓸데없는 이방인의 걱정일 뿐 사람들의 표정은 한없이 느긋하다. TV며 학교, 은행 등 있을 건 다 있다. 해먹에서 낮잠을 청하려던 청년도, 빨래를 널던 아낙도, 우리나라 시골집에서 데려온 듯한 누렁이도 무심한 눈길로 관광객을 맞는다.

‘하늘궁전 동굴’ ‘놀라운 동굴’ 등 억겁의 신비를 간직한 종유동굴을 탐험하고 진주양식장을 둘러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뭍 위의 섬, 석림(石林)

곤명 대석림


하롱베이가 마음을 열어줄 듯 말 듯 망설이는 여인의 마음 같다면 석림은 큰소리치기 좋아하는 사내를 닮았다.
바다를 뚫고 나와 하늘로 바삐 달려가는 거친 돌기둥의 기세에 하롱베이에서 가라앉은 마음이 다시 들썩이기 시작한다.

운남 민속촌

중국 운남성의 성도 곤명에서 남동쪽으로 1시간 반 떨어진 석림은 2억7000만년 전 지각운동으로 바닷속에 있던 지형이 융기한 뒤 물에 잠겼다 빠지기를 거듭한 끝에 생긴 400㎢의 카르스트 지형이다. 지금의 모습은 7000만년 전에 형성됐다.

거짓말처럼 커다란 돌기둥과 뾰족뾰족 하늘을 찌를 듯한 송곳바위의 미로숲을 헤매다 보면 어느 순간엔가 현실감이 사라진다. 마치 무협영화의 세트장에 잘못 들어선 기분이랄까. 걸어서는 다 둘러보기 힘들 만큼 넓은 외석림을 전동차로 한 바퀴 둘러보고 본격적으로 대석림 탐방에 나선다. 발을 딛고 선 이곳이 수억년 전에는 바닷속이었다는 생각에 갑자기 코끝이 찡해온다.

엄청난 규모에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수십미터 돌숲을 헤집다 보면 화려한 전통복장의 ‘얼짱’ 소수민족 처녀들이 반긴다. 기념촬영을 부탁하자 수줍어 얼굴이 발개지면서도 선뜻 응해준다. 웅장한 대석림에 비해 아기자기한 소석림은 거대한 수석을 전시해 놓은 인공정원 같다. 석림 입장료 150위안, 13인승 전동차는 200위안.

구향동굴

석림에서 북쪽으로 30분 거리에 있는 구향(九鄕)동굴도 놓치면 후회할 비경이다. 1989년 발굴돼 현지인들에게도 낯선 이 거대한 석회암 동굴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야 볼 수 있다. 동굴 내 거대한 자웅폭포는 성룡과 김희선이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 ‘신화’의 배경이 되기도 했다. ‘신의 밭’이라고 불리는 계단식 석회암 지형과 햇빛을 보지 못해 눈이 멀어버린 물고기가 눈길을 끈다.

중국 내 55개의 소수민족 가운데 운남성에 살고 있는 26개 부족의 의식주를 그대로 재현해 놓은 운남민속촌도 곤명 관광의 필수 코스. 시간만 잘 맞추면 전통공연에 직접 참가해 현지인들과 어울려 함께 춤을 추는 이색경험을 맛볼 수도 있다. 

■ 귀띔

- ‘씨클로 시내일주’ 강추 석림 기념품점 바가지 조심! -
하노이의 속살을 보고 싶다면 씨클로 시내일주를 권한다. 1시간에 3.5달러. 오토바이 떼에 시달리고 싶지 않은 사람은 출퇴근 시간은 피할 것.

하롱베이 1박2일 럭셔리 크루즈 여행도 강추. 세 끼 해물뷔페에 수상촌, 하늘궁전 동굴 관광을 포함한 가격이 2인1실 280달러이다. 중국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마약이 반입된다는 곤명공항은 소지품 검색이 삼엄하다. 마약 탐지견의 검사도 통과해야 한다.
석림, 구향동굴 등 관광지 기념품점의 무시무시한 바가지도 조심. 수십만원이라던 보석함이 몇차례 흥정을 거치면 몇천원이 되기도 한다.

하롱베이와 석림을 동시에 둘러보려면 베트남항공(www.vietnamairlines.co.kr)을 이용하면 편리하다.
인천에서 하노이행 노선을 매일 두차례(오전 10시35분, 오후 7시30분) 운항하고, 부산에서는 매주 2회(목, 토요일 오전 10시5분) 운항한다. 4시간40분 소요. 하노이~쿤밍은 월, 수, 금, 토요일(오후 5시, 8시25분) 하루 두차례 왕복한다. 2시간 소요. (02)757-8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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