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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대한민국

가회동, 통의동 & 북촌(北村)

by Wood-Stock 2009. 5. 14.
가회동 ~ 한옥 운치, 담장 밖에서만 즐기면 뭐해
예부터 이어져온 명당 자리에 배타적 고급 주택가 이미지 덧입혀져
한겨레  
락고재는 풍류를 즐기며 한국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이다. 숙박도 가능하다.
가회동 골목길을 걷다보면 한옥을 경험하는 외부인들의 태도가 달라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한옥에 살지 않는 이방인들에게 가회동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9월의 마지막 토요일인 27일 오후, 가회동의 전통 한옥 체험 공간인 게스트 하우스 ‘락고재’(樂古齋)에서는 30여명의 관객들이 젊은 아쟁 연주자 윤서경씨가 튕기는 산조 가락에 흥을 돋우고 있었다. ‘2008 젊은 산조/젊은 가락’ 음악회의 마지막 날, 북촌 한옥마을을 품고 있는 가회동에선 이처럼 전통문화 공연을 보는 일이 일상적이다. 물론 마음먹고 좁고 오래된 골목을 누벼 우연히 이곳에 닿거나, 입소문을 듣고 부지런을 떨어야 한옥에서 풍류를 즐길 수 있지만 말이다. ‘악당(樂黨) 이반’과 이 음악회를 공동 기획한 문화재단 ‘아름지기’의 고정아씨는 “한옥 안에 어떤 콘텐츠를 담을까 고민하던 중 젊은 국악인의 연주회를 기획했다. 젊은 세대 관객들의 참여가 특히 적극적이었다”고 말했다.
 

? 나무가 우거진 가회동길에 서면 고층빌딩의 도심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진다.

‘나랏님’ 배출한 가회동 31번지

 

젊은 세대들은 락고재를 비롯한 아기자기한 한옥을 찾아 디지털 카메라 셔터를 누르며 적극적으로 그 풍경을 담아간다. 체험하지 못한 대상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는 젊은 층들은 전통 창호를 만드는 가회동 ‘청원산방’의 대문도 스스럼없이 연다. “대학생들 덕에 여러 번 사진 모델이 되었다니까요. 창호에 대해서 잘 몰라도 ‘너무 예쁘다’는 반응을 보이는 어린 학생들을 보면 반갑죠.” ‘청원산방’을 운영하는 심용식씨는 실제 주거 공간이자 공방인 한옥을 개방해, 문 밖에 선 이들을 안으로 초대한다. 가회동을 찾은 일반인들이 한옥 지붕이나 대문밖에 볼 수 없는 것에 문제의식을 가져 실제 한옥 내부를 느낄 수 있도록 한 것. “이름만 요란하게 ‘한옥 지역이다’, ‘북촌 한옥마을이다’ 말하지만 사실 개방된 한옥도 없는데 뭘 보라는지 안타까웠어요.” 이곳을 발견한 이들은 행운이지만, 사실 가회동에 와도 마땅한 한옥 운치를 느끼기란 쉽지 않다. 탐정이나 도둑처럼 주변을 배회하거나 서성이기 십상이다.

 

아파트에 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낮은 처마 지붕의 한옥은 점점 ‘내 것이기 힘든’ 고급 주택의 이미지가 덧씌워지고 있다. 사실 가회동 31번지는 옛말로 치자면 ‘나랏님’을 배출한 동네로 올해 초 특히 유명세를 탔다. 이미 가회동은 고급 한옥이 밀집한 지역으로 알려져 있고, 풍수지리에서는 예부터 오랜 전통이 숨쉬는 명당으로 꼽혀 왔다. 특히 2000년 초 시작된 서울시의 ‘북촌 가꾸기’ 프로젝트 이후 가회동과 삼청동 일대엔 많은 이들이 사적과 민속자료, 문화공간, 그리고 좋은 자연 풍광을 따라 이 근방을 찾는다. 한옥을 새로 꾸며 현대 가옥으로 탈바꿈시키는 가회동 안주인들이 늘어나며 몇 년 전부터는 집값도 대폭 올랐다. 가회동에서 40년간 부동산을 운영한 고아무개씨는 “옛날에는 택시가 들어오기 꺼려하는 구불구불한 길목이었는데, 어느새 있는 자들이 탐내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 계동에 위치한 중앙고등학교는 1908년 설립됐다. 드라마 <겨울연가>의 배경이 된 후 일본 관광객들의 필수코스가 된 곳.

중앙고와 공간사 건물도 주목하길

 

2004년 이후 가회동 일대 한옥 여러 채를 개조한 건축가 황두진씨는 “가회동에 필요한 것은 인위적인 한옥 박물관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한옥 이외에 가회동의 특성에 다양한 시선을 보내자고 주장한다. 그는 “가회동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정신사적으로 중요한 위치인 것”은 분명하지만 “전통 한옥이 많다는 것만이 가회동의 유일한 특성일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근래 젊은이들에게도 매력적인 정취를 가진 곳으로 인식되는 가회동은 일반 주민들이 이곳을 떠나지 않는, ‘자발적인 주거지역’으로 남아 있어야 인사동이나 삼청동이 겪은 상업화에서 비껴날 수 있다는 말이다. 황씨는 한옥뿐 아니라 인근에 있는 중앙고등학교나 공간사 건물을 주목해야 할 풍경으로 꼽았다. 3.1 독립운동의 거사가 배태된 중앙고는 명문 학교들이 모두 강남으로 이전할 때에도 강북에 남았다. 공간사는 한국 현대건축의 1세대로 꼽히는 건축가 김수근이 1971년 설계한 건물로 여전히 정교하고 세련된 구조물로 꼽힌다. 황씨는 “어떤 동네든 사람이 살기 좋은 주거지일 때 그 색깔이 마모되어도 빛날 수 있는 법”이라고 덧붙였다.

 

 

 

가회동 올드 & 뉴 ~ 카메라는 지금 가회동을 누빈다

? 종로구 가회동 맛집 가회헌
2008년 가을, 서울 종로구 가회동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눈에 띄게 늘었습니다. 디지털 카메라를 들고, 아이팟 음악을 들으며 이곳에서 나름의 풍류를 즐기는 이들입니다. 테라스형 카페에서 담소를 나누고 정독도서관에서 책을 읽고 때때로 한옥 안에는 뭐가 있나 눈을 반짝입니다. 사실 가회동은 북한산 자락과 종로통을 낀 북촌 한옥마을과 전통이 숨 쉰다는 곳곳의 문화유산으로 예부터 이름난 ‘명소’였지요. 행정동인 가회동은 법정동인 가회동·계동·재동·원서동을 끼고 있어, 정독도서관과 헌법재판소, 창덕궁을 아우릅니다. 이 동네는 밤 10시만 되면 낮은 건물의 불빛이 꺼지고 저멀리 북한산의 성곽조명이 별처럼 다가옵니다.
 
고층빌딩이나 자극적인 상점 간판 대신 간간이 한옥의 처마지붕이 눈에 들어오지요. 고즈넉하다면 고즈넉하고, 주변의 인사동이나 삼청동처럼 사람들을 단번에 휘어잡을 만큼 어필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많은 이들이 이곳의 은근한 정취가 좋아, 이곳의 낡은 듯 새로운 움직임이 좋아 오래된 마을 가회동을 찾습니다. 놀기 좋아했던 18세기의 천재 박지원도 가회방에 친구들을 불러 모아 ‘술 먹고 가야금 튕기고 시 쓰며’ 놀았다고 합니다. 가회동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있어 고관대작과 왕실 종친이 많이 살았습니다. 몇 백년이 흐른 지금 가회동 언덕길의 고급 한옥 주택은 완상용 산수화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가회동을 배경으로 2008년 우리는 어떤 감상을 남길 수 있을까요? 동화 속 타임머신 여행이나 박제된 엄숙한 박물관은 따분합니다. 밖으로 나와 풍문으로만 듣던 이 동네의 풍류를 내 것으로 한번 만들어 보는 거죠.
 

? 종로구 가회동 북촌 한옥마을

 


? 홍대 지역에 위치했던 ‘갤러리 스케이프’는 가회동으로 이전한 후 다양한 관람객들의 방문이 늘었다.

카메라는 지금 가회동을 누빈다

 

인사동과 삼청동의 번잡함을 벗어나 이곳으로 모여드는 사람들


홍대 앞에서 좀 놀아본 것과 청담동에서 놀아본 것의 ‘어감’ 차이를 아는 사람이라면 각자 즐기는 문화에 따라 제각각 발길이 닿는 곳이 다를 수밖에 없음을 실감할 것이다. 다방이 좋은 이에겐 테라스형 카페가 불편하고, 디제이의 음악에 열광하는 이에겐 라운지 뮤직이 불편하다. 최근 정독도서관과 재동초등학교 사이로 쭉 뻗은 가회동 골목에는 몇 년 새 카페 ‘투고’가 눈에 띄는 만남의 장소로 떠올랐다. 그 앞 고급 레스토랑인 ‘에프터 더 레인’, ‘가회헌’, ‘달개비’ 등을 넘어 삼청동으로 통하는 아트선재센터 앞 길목엔 주말이면 카메라를 든 젊은이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독일교포인 그래픽 아티스트 권이지씨(33)는 얼마 전 친구의 소개로 정독도서관 앞길에서 가회동을 걸어봤다. 고층빌딩이나 현란한 간판이 넘치는 서울과 달리 한적하고 고즈넉한 곳이 마음에 들었지만 “한옥과 낮은 건물, 전통음식을 파는 식당 분위기는 분명 ‘어르신’들이 좋아할 만한 느낌인데, 세련된 옷을 차려입은 20∼30대 젊은이들이 많아 의아했다”고 했다. 가회동이 좋아 이곳을 찾는 이들이 지금까지 ‘북촌 한옥마을’로 대변되는 전통문화에 애착을 가진 윗세대였다면, 근래 가회동은 젊은 계층이 나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트렌디한 장소가 되고 있다. 직장인 한혜진(31)씨는 “몇 년 전부터 정독도서관과 삼청동에서 놀다가 우연히 산책길로 가회동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인사동이나 삼청동보다는 사람들 발길이 드물어 조용하고 주변 계동, 원서동, 인사동, 화동에는 맛집이나 아기자기한 볼거리가 많아 ‘오감이 즐겁다’는 것이 그가 가회동을 찾는 이유다.

 

? 가회동 골목 끝의 ‘체어스 온 힐’은 카페 겸 가구샵인 문화공간이다. 지하와 2층에선 젊은 작가들의 전시도 열린다.

갤러리와 작업실도 이곳의 매력에 빠지다

 

말 그대로 여가를 즐기기 위해 가회동을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은 가회동 부근의 상점, 식당 주인, 주민들이 모두 피부로 느끼는 변화다. 흥미로운 것은 근래 가회동 주변에 자기 작업을 하는 젊은 문화예술인들의 작업실 겸 대중과의 소통 공간도 늘고 있다는 사실이다. 가회동사무소와 북촌미술관 사이 골목길로 걸어 들어가면 경사진 담벼락 밑에 ‘체어스 온 더 힐’이라는 카페 겸 가게가 모습을 드러낸다. 의자디자이너 한정현씨가 운영하는 이곳은 이름 그대로 언덕 위에서 의자를 파는 곳, 최근 입소문을 타 적잖은 사람들이 호기심을 안고 이곳을 찾는다. “막다른 골목 끝에 자리 잡아 문을 연 지 1년 반이 됐는데 아직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좀 유별난 결정이었죠. 가구 가게는 강남에 많은데, 그래도 한적하고 조용한 곳에서 작업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외국에서 가구디자인을 전공하고 돌아온 그는 옛 궁의 정취와 산자락의 풍경, 한옥 지붕의 이음매에 매료되어 이곳을 아지트 삼기로 결정했다. 그의 표현대로 ‘그림 같은 가회동’ 풍경을 볼 수 있게 됐지만 디자인한 작업을 세상에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더 바쁘게 뛰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씨에게 가회동의 ‘체어스 온 더 힐’은 여러 실험이 가능한 작업공방이자 그의 취향을 고집하며 놀 수 있는 놀이터다.

 

가회동사무소를 나와 가회동 성당 쪽으로 펼쳐진 대로에는 최근 한씨처럼 동네 고즈넉한 정취를 배경 삼아 작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가회동 대로에 한옥 갤러리를 연 ‘원앤제이’나 특색 있는 장난감 가게를 운영하며 다양한 디자이너나 예술가들과 협업 프로젝트를 선보이는 ‘델리 토이즈’, 젊은 작가들의 개인전을 적극적으로 유치하는 ‘갤러리 스케이프’ 등이 자리하고 있다. 홍대 부근에 있던 갤러리를 가회동으로 옮긴 ‘갤러리 스케이프’의 심소미 큐레이터는 “조용하고 한적한 이곳에서 오히려 새로운 전시를 과감하게 열 수 있다”고 말한다. 홍대 앞, 인사동, 삼청동이라는 너무나 잘 알려진 이름이 갖는 고정된 느낌을 벗어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 또 주요 갤러리가 많은 삼청동과도 가까워 관람객들과의 만남 또한 쉽다고 전한다.

 

임대료가 싸지 않은 이곳을 자기 공간으로 향휴하는 이들에겐 가진자의 여유가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들이 가회동을 선택한 데는 일종의 고집도 담겨 있다. 너무 상업적이거나 요란하지 않은 곳을 택해, 고즈넉한 분위기 아래서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느껴졌다. 꽃 체인점인 ‘소호 앤 노호’를 운영하는 소아무개씨도 가회동의 고즈넉한 분위기에 매력을 느껴 이곳에 지점을 낸 후, 대기업 사원에서 아예 전문 플로리스트로 전업한 경우다. 그는 인근 공방을 찾는 젊은이들이나 북촌 한옥마을에 온 외국인들의 입소문을 타 근래에는 손님이 확연히 늘었다고 말한다. 처음 가게를 낸 뒤 2년 동안은 유동인구가 적어 고전을 면치 못한 것에 비하면 상당한 변화다.

 

? 가회동사무소를 지나 가회동 성당으로 펼쳐진 대로에는 작은 상점과 꽃집, 갤러리가 하나둘씩 생겨났다.

최근엔 드라마, 영화 촬영장소로 인기

 

최근의 변화 아래 가회동에서 ‘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한옥뿐 아니라 세련된 카페 정경도 찍을 수 있는 이곳은, 출사 나온 ‘사진동호회’ 회원들에겐 명당자리다. 30대 직장여성인 민아무개씨는 최근 복잡한 도심과 가까우면서도 분위기 좋은 것으로 입소문을 타는 가회동에 대한 이중적인 감정을 피력한다. “가회동은 뭔가 있어 보이죠. 고급스럽고 품위 있어서 좋아요. 도시에 지쳐 있고 또 마땅한 고향이 없는 사람들이 정체성을 찾아 가회동에 간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정말 그곳에서 테라스형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으면, 진짜 내 정체성이 뭔가 다시 생각하게 되죠.” 근래 가회동 주변은 최근 방송이나 영화 관계자들이 찾는 최적의 ‘헌팅’ 장소다. 드라마 <식객>의 김래원은 가회동 길목에서 봉고차를 몰았고, 김기덕 감독의 최신작도 가회동 한 카페를 배경으로 촬영했다. 현재 푸른 천으로 덮인 가회동의 한양슈퍼도 사연을 듣고보니 갤러리로 변신 중이다. 가회동의 오래된 청풍 아래를 누비는 새로운 발걸음들이 트렌디한 풍경과 겹쳐 새로운 문화적 거점이 되고 있다.

 

 

? 도심에서 보기 힘든 고풍스런 한옥이 밀집된 가회동엔 아기자기한 카페와 문화공간이 많다.

 

2천원짜리 떡볶이에서 궁중요리까지 대령하오 ~ 가회동 숨은 맛집 찾기

 

가회동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음식점이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몇 발자국만 걸어도 첩첩이 겹쳐진 맛집을 만나는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과는 사뭇 다르다. ‘이곳 사람들은 어디서 먹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찬찬히 살펴보면 2천원짜리 떡볶이 집부터 고관대작이나 갈 만한 궁중요리 집까지 그 색과 향이 여러 가지다. 최근 몇 년 사이 뉴욕풍의 커피집과 우아한 이탈리아 레스토랑까지 가세해서 맛뿐만 아니라 눈도 황홀지경이다.

 

가회동 대표 스타 맛집은 <오 키친>이다. 이미 한국의 미식가들 사이에서 너무 유명한 푸드아티스트 오정미씨와 일본인 요리사 스스무 요나구니씨가 자신의 제자들과 만든 집이다. 에도 요리 칼럼을 연재했던 스스무씨는 20대 초반에 일본을 떠나 영국, 뉴욕, 이탈리아 등지에서 요리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그가 부린 마술 같은 맛이 이곳에 있다. (02-744-6420)

 

한국의 대장금이라고 불렸던 황혜성 선생의 맛을 이은 한정식집도 있다. <궁연>은 황혜성 선생의 큰딸 한복려씨가 만든 집이다. ‘궁궐잔치’란 뜻의 <궁연>은 조선시대 궁궐음식의 맛을 느낄 수 있다. (02-3673-1104) 자연음식점을 내세우는 <달개비>나 서울 전통 종가 음식을 하는 탤런트 이정섭씨가 운영하는 <종가>도 이 동네 한정식집의 대표 주자다.

 

이렇게 유명하고 거창한 맛집만 있는 건 아니다.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들과 엄마들이 긴 줄을 선 떡볶이 집이 있다. 한 접시 2천원인 <쪼아 떡볶이>는 채소나 달걀, 쫄면 등이 들어가는 여느 떡볶이 집과 다르다. 오직 떡과 어묵만이 빨간 소스 안에서 춤춘다. 주인장만의 비법으로 만든 소스로 ‘정직’한 아이들의 혀를 사로잡았다. 삼청동에서 솥밥집 <라마마>를 운영했던 재일동포 장정은씨의 <북촌>도 가벼운 마음으로 맛을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식 입맛에 맞게 바꾼 일본라멘과 돈가스 등이 쫄깃하고 탄력이 있다. 라멘에 올라간 차슈는 장씨가 직접 양념하고 굽고 찐 것이다. 탱탱한 맛이 아기 볼 같다.(02-741-0270)

 

2006년부터는 고급스럽고 아기자기한 인테리어로 무장한 맛집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회헌>은 광화문 네거리의 유명한 레스토랑<나무와 벽돌>의 주인 윤영주씨가 만든 곳이다. 맛도 그곳과 같다. 광화문 본점처럼 이곳 1층에도 빵을 파는 베이커리가 있다. 오후 5시부터 새벽 2시까지는 와인바로 변신한다.(02-747-1592) 옆집 <애프터 더 레인>에는 타이 요리가 있고, 그 앞집 <투고>는 달콤한 와플과 고소한 커피향이 발길을 붙잡는다. 최근 새롭게 단장해서 마치 뉴욕 소호거리 한 모퉁이에 앉아 있는 느낌이다. 우리나라 고유 브랜드 ‘테라로사’의 커피들이다.(02-720-5001)

 

골목골목 빠짐없이 발품을 파는 이라면 옆골목의 <소원>을 발견할 수 있다. <소원>은 스팸밥과 인절미토스트, 콩가루아이스크림 등 생각만 해도 신기한 음식들이 주인을 기다린다.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판매하는 수입 인테리어 용품들을 구경해도 좋다.(02-722-3252)

 

가회동 거리를 조금 비켜나서 화동 정독도서관 앞으로 가면 맞은편에도 맛 골목이 형성되어 있다. 노점에서 파는 두툼한 꼬치구이 닭요리를 먹으려고 긴 줄을 선 연인들이나, 중국인이 빚은 만두를 찾아서 늦은 밤까지 <천진포자>를 기웃거리는 사람들이 있다. 이 땅 ‘식신’들이 이곳, 오래된 듯 새로운 가회동을 별처럼 떠돈다.

 

 

글 현시원 기자 qq@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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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행간에 깃든 ‘문화 향기’…‘청와대 가는길’ 통의동

청와대로 가는 길에 통의동이란 동네가 있다. 이 지역엔 골목 입구마다 경찰들이 서있다. 죄지은 일도 없는데 괜히 마음이 불편해지는 곳이다. 오랜 세월 권력의 기세에 눌려 산 탓일까. 통의동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듯 숨죽이고 있는 동네다. 서울 한가운데에 있지만 외지인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다. 통의동이라는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통의동 골목에서 바라본 가구카페 mk2.

최근 1~2년 사이 이 조용한 동네에 변화가 일고 있다. 건축가와 화가, 사진작가 등 문화·예술인들이 통의동으로 모여들고 있다. 이들은 여기서 건물을 올리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를 연다. 지금도 새로 문을 열 화랑 공사가 곳곳에서 한창이다. 과거 인사동과 삼청동이 누렸던 문화·예술 거리의 지위를 통의동이 물려받는 모양새다.

통의동에 둥지를 튼 문화·예술인들은 “통의동만은 삼청동의 전철을 밟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소비 문화와 자본에 밀려 인사동·삼청동을 떠난 사람들은 이 작은 동네가 자신들의 마지막 아지트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문화·예술마을로 변신하는 통의동

한때 낭만의 대명사였던 삼청동은 더 이상 고즈넉하지 않다. 못 보던 음식점과 카페가 바쁘게 들어선다. 주말이면 몰려드는 인파로 북새통을 이룬다. 삼청동은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삼청동의 고요를 사랑했던 미술인들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사동을 떠났을 때처럼 이제 삼청동도 관광객들에게 양보해야 하는 것일까. 삼청동을 내주면 어디로 갈 것인가. 이들이 찾아낸 대안이 경복궁의 서편, 통의동이다. 통의동은 경복궁의 서문(西門)인 ‘영추문(迎秋門)’과 마주보고 있는 동네다. 이 지역은 삼청동이나 가회동, 소격동처럼 화려하지 않다. 눈길을 끄는 큰 기와집이 없고, 사진에 담고 싶은 돌담도 경복궁 담을 제외하면 없다. ‘인사동 지구단위계획’ ‘북촌가꾸기 사업’처럼 서울시가 벌이는 각종 보존 사업에도 포함된 적이 없다.

서울시가 굳이 ‘보존’하려고 노력하지 않은 덕분에, 역설적이게도 통의동은 원형을 유지할 수 있었다. 조선의 정궁이었던 경복궁이 가까이 있으면서도, 궁의 동편과 달리 소란스럽지 않다는 통의동의 매력은 예술가들을 끌어들이기 충분했다. 이들은 통의동과 창성동을 나누는 영추문길을 중심으로 갤러리와 독특한 카페, 책방을 열었다. 주민들 외엔 유동 인구가 거의 없던 이곳에 문화·예술인들의 공간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3월 문을 연 가구 카페 ‘mk2’의 주인 이종명씨도 이들 중 한 사람이다. 사진 작가인 이씨의 작업실은 본래 북촌길 정독도서관 앞에 있었다. 삼청동에서 가회동으로 이어지는 지점, 그러니까 맛집을 찾아다니는 미식가들과 카메라를 든 출사족들이 성지 순례하듯 휩쓸고 지나가는 그 길이다. 작업실 주변은 복잡했다. 주말엔 사람들에게 떼밀려 다녀야 했다. 한적한 곳으로 이사하고 싶었다.

 

그는 통의동에 작은 가게를 열고 평소 수집했던 빈티지 가구 몇 점을 진열했다. 들어와서 구경하고 마음에 들면 사가라는 뜻이었다. 가구만 내보이는 게 싱거워 커피도 팔았다. 손님들은 진열된 가구에 앉아 차를 마신다. 가구가 팔리면 자연스레 카페 인테리어도 바뀐다. 이씨는 “커피만 마시고 가는 카페가 아니라 미술·문화계 사람들이 모여서 뭔가 작당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커피 팔아 돈 벌기 위해 카페를 연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것이 통의동 카페의 특징이다. 단순히 먹고 마시고 소비하는 공간에 그치지 않는다. 대안공간 ‘브레인 팩토리’ 옆에 있는 카페 ‘FAN’은 건물과 인테리어 자체가 작품이다. 본업이 큐레이터, 회화 작가, 설치 작가 등인 사장 4명이 설계부터 인테리어, 마감 공사까지 직접 했다. 간판과 창문, 그릇, 조명 등은 동료 예술가들의 작품으로 채웠다. 카페 ‘고희’도 갤러리와 카페의 기능을 겸하는 곳이다. 매달 작가 1명을 선정해 그의 작품을 카페 내부에 전시한다. 사장이 직접 빚은 도자기도 진열해 놓는다.

“자본의 관심은 반갑지 않다”

통의동은 예술인 공동체의 새로운 가능성도 보여주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책방 ‘가가린’이다. 가가린은 회원들이 중고 서적을 맡기면 이를 대신 팔아주는 위탁 헌책방이다. 가가린은 장소만 제공할 뿐, 헌책에 값을 매겨 책방에 내놓는 것은 회원들이 직접 한다. 이 때문에 같은 책인데도 가격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다. 주인이 미리 책값을 치르고 헌책을 대량 수집·판매하는 중고 서점과는 운영 방식이 다르다.

이 독특한 책방엔 주인이 따로 없다. 가가린은 영추문길 이웃사촌인 mk2와 디자인 스튜디오 ‘워크룸’, 갤러리 ‘팩토리’, 건축가 서승모씨가 공동 출자해 세운 책방이다. 이들이 손잡게 된 데는 절박한 사연이 있었다.

어느날 대형 음식점이 영추문길의 빈 점포 한 곳과 임대 계약을 맺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통의동에 자본이 들어오는구나. 이것은 통의동의 삼청동화(化)를 예고하는 신호탄 같은 사건이었다. 통의동마저 망가지게 내버려둘 수 없었다. 또 다른 빈 공간이 나오자마자 이들은 각각 수백만원씩 돈을 모아 그곳을 덜컥 빌려버렸다. “책을 내놓고 팔면 재미있지 않을까?” 누군가 아이디어를 냈고 지난 여름 그 자리는 책방이 됐다.

가가린은 그 흔한 인터넷 웹사이트 하나 없다. 모든 가입·판매 절차가 오프라인에서 이뤄진다. 회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직접 가가린에 찾아가 종이로 된 가입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어떤 책이 있는지 컴퓨터로 검색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데이터베이스를 따로 만들지 않아서다.

아날로그가 주는 나름의 매력 때문일까. 회원 수가 어느새 200여명에 달한다. 단골 중엔 출자자의 지인들도 있지만 동네 주민들도 많다. 예술인들의 공동 작업이 지역 주민들의 생활 속으로 녹아든 것이다. 워크룸의 그래픽 디자이너 김형진씨는 “워크룸과 mk2는 이 근처에 계신 분들과 주로 작업하거나 동네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면서 지역 기반화됐다”며 “동네 찻집, 동네 디자인 스튜디오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주민들과 접점을 넓히며 골목과 동네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젊은 예술인들이 통의동에서 재미나게 산다는 소문은 이미 ‘업계’에 파다한 듯하다. 새 식구들이 이사올 채비를 하고 있다. 화랑 신축 공사가 여기저기서 진행 중이다. 카페 고희 뒤편으로는 국립현대미술관장을 지냈던 미술평론가 오광수씨가 미술관을 짓고 있다.

전시회를 열려는 작가들도 통의동 화랑을 선호하는 추세다. 갤러리 팩토리에서 전시회를 하고 있는 작가 권혁씨는 “예전엔 이 근처에 올 일이 없었다”면서 “최근 갤러리들이 이곳에 모이고 새로운 문화가 형성되면서 작가들 사이에 통의동이 점점 알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통의동 사람들은 이곳이 삼청동처럼 급속도로 달라지지는 않으리라고 본다. 청와대 코 밑이라는 지리적 특수성이 있고, 골목이 길게 이어지는 곳이 없어 거대 상권이 형성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종명씨는 “삼청동처럼 변질돼서는 안 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뜬다’는 동네엔 자본도 관심을 보이게 되어있다. 지금 통의동에는 대기업이 레스토랑을 열기 위해 자리 몇군데를 사놓았다는 풍문이 돈다. 이태원의 유명한 식당 주인도 점포를 계약하고 갔다는 이야기가 있다. 김형진씨는 “구멍가게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누군가 건물을 짓고 있더라”며 “조만간 임대료가 큰 폭으로 상승해 우리도 쫓겨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내년 봄의 통의동은 지금과 얼마만큼 달라져 있을까. 통의동 예술가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다.

<글 최희진·사진 정지윤기자 daisy@kyunghyang.com> 입력 : 수정 : 2008-12-04 09: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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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박물관 ~ 박물관과 골목들 세월의 쌈지에 싸둔 듯
한겨레  
» 가회민화박물관
서울 북촌이라면 종로 위쪽,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의 동네를 이르는 말이다. 행정상으로는 소격동·삼청동·안국동·가회동·계동·재동·원서동 일대다. 조선 600년 세월이 풍경 속에 담긴 마을이다. 하지만 그 세월은 쌈지 속, 창호지에 싸둔 옥반지처럼 몇 겹 꺼풀을 벗겨야 제 모습을 보여준다. 대충 정보 없이 가면 ‘도대체 북촌이 어디야?’ 하고 돌아서야 한다.
 
처음 찾는 이들이 즐기는 곳은 사간동~삼청동 길. 예쁜 화랑과 이름난 식당들이 많아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다. 금호·몽인·아트선재 등 미술관과 현대·국제·학고재·피케이엠·아라리오·공근혜갤러리 등 화랑들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코스다. 그러나 여기까지는 북촌스러울 뿐 북촌이 아니다. 이 코스에서 한꺼풀 안으로 들어가면 나오는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진짜 북촌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북촌 박물관 나들이는 크게 보아 두 코스로 나눌 수 있다. 삼청동길과 나란히 산허릿길인 복정길을 따라 둥지를 튼 북촌 서쪽 박물관과, 가회동 11번지에 들어선 북촌 동쪽 박물관이다. 우선 북촌 서쪽 코스는 정독도서관 입구 왼쪽 골목 티베트박물관에서 시작해 장신구박물관, 토이키노박물관, 북촌생활사박물관을 거쳐 금융연수원 뒤쪽 부엉이박물관으로 마무리된다.

 

북촌생활사박물관(02-736-3957)은 이경애 관장이 수집한 오리지널 북촌 생활용품들을 전시한다. 강남 아파트 바람이 불면서 그곳으로 옮겨가는 북촌 사람들한테서 나온 물건들로, 대부분 버려진 것이나 엿 바꿔먹은 것들을 알뜰살뜰 모은 것이다. 100년 넘은 놋대야, 저울, 양은그릇, 쇠절구, 석쇠, 주걱, 시루방석, 사기 밥그릇, 곱돌솥 등. 단박에 “이것 우리집에도 있던 건데” 하는 말이 튀어나올 정도로 친숙하다.

 

 

» 북촌 골목길 풍경

» 부엉이박물관

토이키노박물관(02-723-2690)은 손원경씨가 20여년 국내외에서 모은 장난감과 캐릭터 3만여점이 가득하다. 1관은 영화 캐릭터와 미국 장난감, 2관은 한국 고전 장난감과 일본 캐릭터다. 70년대 것부터 <반지의 제왕> <매트릭스> 등 2000년대 캐릭터까지 망라돼 있다.


부엉이박물관(02-3210-2902)은 ‘부엉이 엄마’ 배명희씨가 30년 동안 모은 세계 각국의 부엉이들을, 장신구박물관(02-730-1610)은 세계 곳곳의 장신구 2천여점을, 티베트박물관(02-735-8149)은 ‘영혼의 나라’ 티베트의 물품을 모아 전시한다.

 

북촌 동쪽 코스에선 가회동 성당 맞은편 한옥마을에 자리잡은 서울닭문화관, 가회박물관, 한상수자수박물관, 동림매듭박물관과 원서동의 한국불교미술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 세계장신구박물관
서울닭문화관(02-763-9995)은 김초강 관장이 35년 동안 모은 닭과 관련된 모든 것을 전시한다. 1층은 세계 각국에서 수집한 닭모양 자기, 닭문양 접시와 주방용품 등을, 2층은 상여의 앞뒤에 장식했던 나무로 깎은 꼭두닭을 전시한다. “장례는 반상의 차별이 없는 의례로 마을에 하나밖에 없는 상여를 이용한다. 상여 만들기나 상여 메기 역시 울력과 품앗이로 이뤄지는 나눔의 공간이다.” 김 관장은 꼭두닭은 사라진 우리 나눔문화의 전통을 보여주는 상징이라고 말한다. 그는 또 “프랑스와 포르투갈에서도 닭은 요사스러운 귀신을 물리치는 벽사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며, 동서양의 문화를 비교해 볼 것을 권했다. 오전 10시~오후 6시.

 

가회박물관(02-741-0466)은 윤열수 관장이 수집한 민화·부적을 중심으로 한 민속자료 1500여점 가운데서 뛰어난 것만을 골라 전시한다. 특히 책거리·문자도·모란도 등 민화를 종류별로 감상할 수 있으며, 문틀 위에 붙였던 각종 부적을 볼 수 있다. 귀신 얼굴 기와를 탁본해 볼 수도 있다.

 

 

» 한국불교미술관
한국불교 미술관(02-766-6000)은 보물로 지정된 의겸등필수월관음도, 청량산괘불탱 등 전통 불교미술품 6천여점을 소장하고 있으며, 4개의 전시실에 바꿔가며 전시하고 있다. 이 밖에 한상수자수박물관(02-744-1545), 동림매듭박물관(02-3673-2778)은 이름 그대로 자수와 매듭을 진열해 두고 있다.

 

북촌 서쪽 코스와 북촌 동쪽 코스의 박물관은 각각 1만5000원, 1만원짜리 관람권으로 한꺼번에 구경할 수 있다. 대체로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열고 월요일은 쉰다. 하지만 확인을 하고 가는 편이 좋다.

 

진짜 북촌은 박물관 발품을 팔고 나면 비로소 보인다. 곳곳에 제비집처럼 숨은 한옥과 좁은 골목길과 처마선 너머 보이는 인왕산, 남산, 그리고 푸른 하늘.

 

임종업 선임기자 blitz@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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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 8경 선정 및 포토 스팟 설치 완료 - 북촌을 상징하는 대표 경관


▲ 북촌 4경

 

 

서울시는 한옥 주거지로서의 북촌의 장소성을 강화하는 동시에 북촌을 서울의 대표적 고급 문화관광지로 육성, 경쟁력있는 세계문화유산으로 만들어 나가기 위한 일환으로 북촌을 대표하는 경관 8곳을 지정하여 방문객들을 위한 포토 스팟을 설치, 완료하였다.


북촌 8경에 대한 장소 선정은 북촌의 중심적인 관광자원이라 할 수 있는 한옥 경관과 한옥이 주도하는 골목길 풍경에 초점을 두었다.


주거지로서의 북촌을 감안하여 대상지내 사진촬영대(포토 스팟)는 도로 폭 대비, 규격을 최대한 제한(직경 30cm, 두께 1.5cm)하여 주민들의 불편이 없도록 하였으며, 또한 유지관리가 용이한 신주를 사용하여 견고성을 높였다. 디자인은 600년 역사문화도시 서울의 중심, 북촌의 전통과 삶을 상징한 문양(기와와 장독대)을 선정, 사용하였다.


골목골목 마다 숨어있는 북촌 8경 찾아가 보자


북촌은 걷는 곳이다. 비밀을 간직한 듯 미로처럼 얽혀있는 북촌 골목길은 우리가 살아온 삶의 흔적이자, 문화이자, 보물이다. 북촌 8경을 따라 걸으면서 마주하게 되는 골목길 풍경 속에서 깊은 역사와 굴곡진 세월의 한 켠에서 묵묵하게 살아남은 북촌을 만나보자.


북촌 1경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들이 거처했던 창덕궁, 돌담 너머로 창덕궁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이다. 북촌문화센터에서 나와 북촌 길 언덕을 오르면 첫 번째 포토 스팟이 등장한다. 여기서 바라다보는 창덕궁은 북촌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경관으로 궁장 너머로 새로이 복원된 규장각 권역 및 구선원전이 먼저 보이고 그 뒤로 인정전의 측면이 보인다.


북촌 2경 

 

고즈넉한 향기가 묻어있는 원서동 창덕궁 돌담길을 따라 걷노라면 불교미술관과 연공방을 지나 골목 끝 즈음 궁중음식원의 정갈한 마당과 기와문양의 담이 보이는 그 자리에 북촌의 두 번째 포토 스팟이 보인다. 왕실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재미를 더해주는 길이다.


북촌 3경 

 

한옥 내부를 감상할 수 있는 가회동 11번지 일대,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자수박물관을 지나 가회박물관, 매듭공방으로 내려가는 길에 북촌의 세 번째 포토 스팟이 보인다. 가회동 11번지는 한옥과 함께 소박함과 전통이 살아 숨쉬는 있는 그대로의 북촌 문화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다.


북촌 4경


가회로를 건너 돈미약국 옆 골목으로 들어가면 본격적으로 한옥밀집지역인 가회동 31번지가 펼쳐진다. 축대 위로 올라가서 바라보는 전경은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 눈에 조망해 볼 수 있는 지점으로 북촌을 대표하는 경관임에 부족함이 없다. 넘실거리는 기와지붕 사이로 북촌한옥마을 꼭대기에 위치한 초록색 박공지붕의 이준구 가옥이 북촌의 풍경에 독특한 인상을 더해준다.


북촌 5경


북촌에서 특히 뛰어난 한옥들이 잘 보존된 가회동31번지 골목길에 다섯 번째 포토 스팟을 발견할 수 있다. 키 큰 회나무 집을 돌아 올라가면 처마를 서로 맞대고 빼곡하게 늘어선 예스런 한옥들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이곳은 서울시 북촌한옥보존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인 골목보호 정책으로 밀집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이다.


북촌 6경 

 

북악을 닮은 기와지붕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는 가회동 31번지 한옥 골목길을 따라 올라가면 언덕길 막바지에 여섯 번째 포토 스팟이 보인다. 이 곳에서 한옥 지붕 사이로 펼쳐지는 서울 시내의 풍경은 단연 북촌의 백미이다.


북촌 7경


북촌 5경과 6경이 많은 방문객들에게 사랑받는 골목길이라 한다면 북촌의 일곱 번째 장소는 한옥이 주는 고즈넉함과 작은 여유로움을 만날 수 있는 소박한 골목 전경이다. 담을 맞대고 이웃한 집 계단 위에 놓여 있는 아기자기한 꽃 화분 속에서 주민들의 일상이 친근하게 느껴진다.


북촌 8경


빼곡한 한옥들의 지붕과 경복궁, 인왕산, 청와대의 조망이 좌측으로 펼쳐지는 복정길을 따라 오르다보면 삼청동길로 내려가는 돌계단이 흥미롭다. 삐뚤 빼들, 넓어졌다 좁아지는 돌계단을 끝까지 내려가면 북촌의 마지막, 여덟 번째 포토 스팟이 있다. 여기서 바라보는 돌계단은 아무렇게나 생긴 듯 볼품없어 보이지만 커다란 하나의 암반을 통째로 조각해서 만든 계단이라는 점에서 독특한 골목길 경관을 조성한다.

 

‘북촌 8경과 함께하는 북촌 골목길 여행’은 북촌 storytelling 콘텐츠 자료 및 북촌 관련 책자와 도보관광지도에 적극 활용되어 북촌 홍보 및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서울시는 이처럼 북촌의 역사, 문화, 관광 자원의 대중적 활용을 높이고 북촌의 브랜드 가치를 상승시킬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예정이다.

 

박원일 기자, 2008-10-11 10:5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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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발로 감상하는 서울 - 북촌, 정동, 길상사



■전통 한옥의 아름다운 자태, 북촌ㆍ운현궁 코스

 

북촌은 종로구 가회동, 재동, 삼청동 일대를 아우르는 곳으로, 미로 같은 골목길을 거니는 것만으로도 전통 한옥의 멋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옛 대신들과 권문세가들이 살았던 이곳에는 한옥과 역사 문화 자원, 박물관, 공방들이 자리하고 있어 흥미롭게 돌아볼 만하다.

운현궁에서 시작되는 도보 관광은 북촌문화센터와 불교미술박물관, 한상수 자수박물관, 가회박물관, 매듭공방, 한옥체험관, 서울무형문화재 교육ㆍ전시장을 돌아보는 코스와 북촌문화센터, 서울무형문화재 교육ㆍ전시장, 옻칠공방, 가회동 31번지 한옥촌, 세계 장신구 박물관, 티베트박물관, 종친부를 돌아보는 코스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코스를 선택해도 기와지붕이 닿을 듯한 한옥들의 멋과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고, 흥미로운 전통문화도 경험할 수 있다.

도보 관광이 시작되는 운현궁은 조선 고종이 왕위에 오르기 전에 12세까지 살았던 곳이자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했던 개인 주택이다. 당시 흥선대원군의 권세가 전해져오는 건물이다.

북촌문화센터는 조선 말기 세도가였던 민형기의 가옥으로 ㄷ자 형 문간채와 ㄱ자 형 사랑채와 안채, 전시관으로 이용되고 있는 행랑채로 이루어져 있다. 북촌의 역사와 문화재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는 곳으로 근대 한옥 건축을 엿볼 수 있다. 이곳 사랑채에서는 국악, 서예, 민화, 보자기 등 다양한 전통문화 강좌를 열고 있다.

불화, 불상, 조각 공예품을 전시하는 불교미술박물관, 전통 자수의 맥을 잇고 있는 중요무형문화재 보유자 한상수 씨의 자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한상수 자수박물관, 부적과 민화, 민속 자료 등을 소장하고 있으며 부적, 기와탁본, 단청엽서 만들기 등의 체험을 할 수 있는 가회박물관, 무형문화재 기능보유자들이 옹기와 민화, 나전칠기, 옻칠 등의 제작 과정을 보여주는 서울무형문화재 교육·전시장 등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또 갖가지 사연과 내용을 담고 있는 세계 각국의 전통 장식품들이 전시된 세계장신구박물관, 티베트 라마승의 의복과 제기, 불상 등을 전시하는 티베트박물관 등도 흥미롭게 돌아볼 만하다.

▷도보 거리 = 3.5/4㎞ ▷소요 시간(전통 문화 체험 시간 제외) 3시간/3시간 30분 ▷도보 코스 = 1코스 : 운현궁-북촌문화센터-한국불교미술박물관-한상수 자수박물관-가회박물관-매듭공방-한옥체험관-서울무형문화재 교육ㆍ전시장, 2코스 : 운현궁-북촌문화센터-서울무형문화재 교육ㆍ전시장-옻칠공방(화문석공방)-가회동 31번지 한옥촌-세계장신구박물관-티베트박물관-종친부 ▷만남 장소 = 운현궁 수직사 앞(운현궁 매표 후 오른편) ▷찾아가기 = 3호선 안국역 4번 출구



■낭만의 돌담길이 있는 문화 산책로, 덕수궁ㆍ정동 코스

 

덕수궁 돌담길을 따라 경향신문사로 연결되는 정동길은 서울의 으뜸가는 산책로로, 낭만을 찾는 연인들과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주변으로는 덕수궁을 비롯해 (구)러시아공사관, 중명전, 서울역사박물관 등이 자리하고 있어 자녀들과의 역사 탐방 코스로도 손색이 없다.

이 코스는 매일(월요일 제외) 오전 11시와 오후 2시, 3시 30분에 왕궁수문장 교대의식이 진행되는 덕수궁의 대한문 앞에서 시작된다. 대한문을 들어서면 고층 빌딩 안쪽으로 단정한 모습의 정원과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대한문에서 정면의 길을 따라가면 오른쪽으로 중화문을 지나 임금이 하례를 받거나 국가 행사를 거행하던 중심 건물인 중화전에 닿는다. 이곳은 고종 황제가 당시 경운궁이라 불렸던 덕수궁에 재위하는 동안 정전으로 사용했던 건물로, 규모는 작지만 망국의 위기에 처했던 당시의 역사를 엿보게 하는 곳이다.

중화전을 지나면 침전이었던 석어당과 즉조당, 편전이었던 함녕전과 덕홍전을 볼 수 있고, 대한제국 시기에 지어진 석조전, 정관헌 등의 서양식 건물들도 자리하고 있다. 특히 석조전 서관은 한국의 근대 미술과 관련된 전시를 여는 덕수궁 미술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미술관은 6월 28일까지 보수 공사로 휴관한다.

5월에 덕수궁을 방문하면 석조전 뒤 오솔길에서는 산철쭉, 함녕전 뒤에서는 모란, 석조전 앞 분수대 인근에서는 영산홍이 꽃을 피우는 화려한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석조전 뒤쪽의 문을 통해 나오면 이문세의 노래‘광화문 연가’가 자연스럽게 흥얼거려지는 낭만적인 정동길이 이어진다. 1885년에 설립된 한국 최초의 감리교 교회인 정동제일교회와 정동극장을 지나며 한가롭게 걷다 보면 오른쪽의 골목길 안쪽으로 중명전이 나타난다.

중명전은 1900년 덕수궁 별채로 건립된 서양식의 아담한 2층 건물로 고종이 헤이그 밀사를 접견한 장소이자, 을사늑약이 체결된 비운의 장소이다. 정동길을 따라 다음 골목에는 고종이 을미사변 후 파천해 1년간 머물렀던 (구)러시아공사관이 자리하고 있다.

이후 경향신문사 앞길을 건너면 경희궁으로 이어진다. 경희궁은 조선 후기 대부분의 왕이 승하 또는 즉위했던 곳으로 일제에 의해 강제 철거됐으나 현재 숭전정, 흥화문 등 일부 전각이 복원되어 있다.

정동제일교회 건너편의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거나 경희궁 가는 길의 오른쪽에 위치한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도보 거리 = 1.4㎞ ▷소요 시간 = 2시간 ▷도보 코스 = 덕수궁-중명전-(구)러시아공사관-경희궁 ▷만남 장소 = 덕수궁 매표소 앞 ▷찾아가기 = 지하철 1호선 시청역 2번 출구, 2호선 12번 출구

 


■도심 속 사색 공간, 최순우 옛집ㆍ길상사 코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로 유명한 혜곡 최순우 선생의 옛집을 비롯해 만해 한용운과 소설가인 상허 이태준의 고택 등 역사ㆍ문화 관련 선인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코스이다.

도보 관광은 최순우 옛집에서 시작된다. 이곳은 내셔널 트러스트 문화유산기금으로 보존되고 있는 ‘시민문화유산 1호’의 기와집으로, 최순우 선생은 1976년부터 1984년 작고할 때까지 이곳에 머물렀다. ㄱ자 형 안채와 ㄴ자 형 바깥채로 된 ㅁ자 형 집으로 아담한 안마당과 뒷마당이 조화롭게 배치돼 있다. 내부는 유리창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데, 최순우 선생이 사용했던 책상과 고서들이 단정하게 정리돼 있다.

최순우 옛집을 빠져나와 서울과학고등학교 뒤편의 조선시대 성곽을 돌아본 후, 조선 세종이 누에치기를 장려하기 위해 누에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선잠단지를 잠깐 둘러보면 도보 코스는 주택가 골목길을 따라 길상사까지 곧장 이어진다.
  

 

길상사는 1997년에 설립된 절로 역사가 오래되진 않았지만‘도심에 이렇게 아름다운 경내를 가진 절이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고즈넉하며 편안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단청이 없는 건물들은 소박하면서도, 울창한 초록빛 숲이 우거진 주변 경관과 어우러져 단정한 아름다움을 전한다. 경내를 한가롭게 돌아보면 마음마저 평안해진다.

다시 왔던 길을 되돌아 내려와 성북초등학교 앞길을 지나면 역사 속 인물들의 옛 가옥들이 자리하고 있다. 조선시대에 새우젓 장사로 갑부가 된 이종석의 별장이었다는 이재준 가옥에서는 당시 부유한 상인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이재준 가옥 바로 옆 골목 안쪽에는 만해 한용운이 옥고를 치른 후 머물렀던 심우장이 있다. 심우장은 한옥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북향집으로, 한용운은 남향으로 터를 잡으면 조선총독부와 마주보게 되므로 반대편 산비탈을 집터로 선택했다. 한용운이 쓰던 방에는 만해의 글씨, 옥중공판기록 등이 있고, 마당에는 그가 직접 심은 향나무가 서 있다.

심우장 골목을 빠져나와 성북2동 주민센터를 마주보고 왼쪽으로 걸음을 옮기면 소설가 이태준의 고택이 있다.‘가마귀’,‘달밤’,‘복덕방’등의 단편 현대소설을 남긴 이태준의 고택은 현재‘수연산방’이라는 전통찻집으로 따스한 차를 마시며 소설가의 손때 묻은 흔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도보 거리 = 4㎞ ▷소요 시간 = 3시간 ▷도보 코스 = 최순우 옛집-서울성곽-선잠단지-길상사-이재준 가옥-심우장-이태준 가옥(수연산방) ▷만남 장소 = 홍익중고교 입구 버스정류소 ▷찾아가기 = 지하철 4호선 한성대입구역 6번 출구에서 1111, 2112번 버스, 03번 마을버스를 이용해 홍익중고교 입구에서 하차, 도보로는 15분


글/임동근 기자(dklim@yna.co.kr), 사진 및 지도/서울시청 제공    (대한민국 여행정보의 중심 연합르페르, Yonhap Rep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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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점이 있는 뉴스 프레시안

[화제의 책] 김유경의 <서울, 북촌에서> ~ 서울 북촌, 골목따라 이어진 '시간의 풍경'

기사입력 2009-11-14 오후 4:27:18

 

"봉건과 현대가 공존하는 서울의 중첩된 의미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디 사는 누구인지를 알게 해 주는 것이다. '북촌'은 보통 이르는 삼청동과 가회동 일대 어느 한정된 지역이라기보다, 친근한 숨은 힘 같은 것이 느껴지는 서울 생활의 한 전형이다."

지난 2004년부터 5년 동안 <프레시안>에 연재돼 독자들의 좋은 반응을 얻었던 언론인 김유경의 '북촌 기행'이 책으로 묶여 나왔다. 5년 동안의 취재와 집필 끝에, 골목 구석구석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각은 더 농밀해졌고 그 속에 묻어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욱 풍성해졌다. 언론인 김유경의 신작, <서울, 북촌에서>(김유경 글, 하지권 사진, 민음인 펴냄)다.

북촌,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곳

가르마처럼 이어진 골목길, 나란히 어깨를 맞댄 한옥 지붕, 그리고 마치 20년 전 풍경이 정지된 듯한, 오래된 떡집과 대중목욕탕…. <서울, 북촌에서>는 북촌 구석구석에서 만난 수많은 주민과 상인, 문화인들의 삶의 모습을 옴니버스처럼 엮어낸 책이다. 세련된 도시의 얼굴 뒤에 숨겨진,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공간들의 이야기다.

▲ 서울, 북촌에서>(김유경 글, 하지권 사진, 민음인 펴냄) ⓒ민음인
그 골목골목의 정취 속에, 북촌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소격동 철물점 주인의 말 속에는 북촌 풍경의 변화상이 드러나고, 30년 동안 안국동 골목길에서 피마자를 키워온 송영각 선생에게선 옛 선비의 모습이 겹쳐진다. 57년 째 피맛골에서 빈대떡과 막걸리를 팔아온 '열차집'은 대학생부터 30년 단골까지 서민들의 삶의 향취가 그대로 묻어나는 공간이다.

600년 고도의 정수, 서울의 어제와 오늘이 드러나기도 한다. 조선의 마지막 황후 순정효 윤씨의 송현동 친정집은 시대의 흐름을 온 몸으로 보여준다. 일제 강점기에는 일본 식산은행의 관사 터로 넘어갔다가, 해방이 되자 미국대사관 직원 사택 단지로 쓰이고, 지금은 삼성전자가 소유한 빈 터로 남아있다는 대목은 씁쓸하기까지 하다.

군사정권 시절의 이면을 엿볼 수 있는 삼청각과 세종문화회관의 건축 뒷 이야기도 흥미롭다. 1972년 남북협상을 위해 지은 뒤 '요정 정치'의 산실이었던 삼청각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불도저 정신'의 산물이다. 군 공병대까지 투입해 산자락을 깎고 다져 1년여 만에 완공됐다. 세종문화회관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재래식으로 만들 것을 집요하게 요구했지만, 건축가 임덕문 씨가 뜻을 굽히지 않아 미학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다.

그밖에도 대한제국 황실 유물이 제자리를 찾지 못하게 된 사연, 북촌 곳곳의 커다란 양반집이 사라지고 근대 도시 한옥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1930년대의 옛 이야기들이 차분한 어조로 이어진다. 중견 사진작가 하지권 씨가 찍은 200여 장의 사진도 이야기 풀이에 힘을 보탠다.

'옛 풍경'이 사라진 도시…'잘려나간' 골목과 삶

전통과 현대, 관과 민, 개발과 보존, 그리고 자본과 문화가 교차하는 곳이 바로 '북촌'일 것이다. 저자는 무분별한 재개발 정책으로 북촌의 풍경이 훼손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낸다. 이른바 '디자인 한옥' 계획으로 건물이 획일화되고, 도시 계획 명목으로 골목길이 확장되면서 많은 전통 가옥들이 잘려나갔다는 것이다.

"지원금을 받아 새로 고치는 한옥마다 무슨 연립 주택처럼 똑같은 담과 창문, 대문, 통일된 색깔로 획일화되는 게 보인다. 빤질거리는 새까만 기계 기와와 아스팔트 바닥에 서울 토박이의 세련됨보다는 촌스럽기 그지없는 황당한 '디자인 한옥'이 넘쳐난다. 좁은 골목길도 변했다. 안국동 네거리에서 헌법재판소를 지나 감사원까지 이르는 가회로는 소방 도로 확충과 도시 계획이라는 명목 아래 무지막지한 왕복 4차선 직선 도로가 뚫리면서 양 옆의 잘생긴 한옥들이 중간에서 무 중동 잘리듯 했다. 심지어는 명성 황후가 자란 집도 잘려 나갔다."

2002년 서울시의 '북촌 가꾸기 기본계획'이 본격화되면서, 북촌 풍경은 많이 달라졌다고 한다. 개발업자들이 집을 사들이기 시작하면서 집값은 몇 배로 뛰었고, 업자들은 콘크리트와 시멘트를 사용해 한옥을 개조하기 시작했다. 기와 밑에 흙 대신 콘크리트가 채워진 탓에 지금 한옥 지붕은 더 이상 숨을 쉬지 못한다. 골목을 따라 내려가면 집집마다 풍겨오는 밥 짓는 냄새를 더 이상 맡을 수도 없다.

서울 도심에서 북악산으로 이어지는 삼청동 길은 호젓한 주택가에서 인파가 북적이는 상가로 변신했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희비의 시선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 눈요깃거리를 찾는 사람들과 세련된 포장 속에 정작 사라지고 있는 것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묻어났던 북촌 골목의 사람들과 그들의 이야기이다.

"한번 이사 오면 30년 이상 살게 된다는 북촌의 매력은 무엇일까. 나는 골목 굽이굽이마다 켜켜이 내려앉은 사람들의 역사를 들추며, 경쟁 사회 속 우리가 잃어버린 삶의 정수와 만났다. 전통과 현대, 개발과 보존, 자본과 문화가 교차하는 곳, 북촌에는 이야기가 있다."

얼마 전 한옥에 반해 30년 동안 북촌에서 살아온 한 영국인이 북촌 개발에 반대하다 시력을 잃은 안타까운 사연이 공개됐다. 자고 일어나면 천정부지로 치솟는 집값과 여기저기 솟아나는 뉴타운, 그 속도전과 개발 논리에 피맛골이 그랬듯, 북촌 역시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북촌 풍경이 보존해야 할 문화 유산이며, 지원해야 할 관광 명소임은 분명하다. 그러나 한옥의 보존이나 볼거리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곳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의 이야기'라는 것을 저자는 역설한다. 책이 소개하는 풍경이 값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개발 논리와 승자 독식의 경쟁 사회에서, 이들의 '북촌 이야기'는 곧 독자들에게도 잃어버린 삶의 정수를 찾아가는 여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선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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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여행자도 감탄한 '북촌 한옥마을'

 

고층 빌딩과 아파트가 빼곡하게 들어 차 숨이 막힐 것만 같은 서울, 사람과 자동차의 홍수를 이루고 있는 거리는 발을 내 딛기에도 버겁다. 이런 도심에서 한숨 돌리고 한적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은 없을까? 있다. 바로 지척에 두고도 우리가 무관심하게 지나쳐 버린 "북촌 한옥마을"이 그곳이다. 21세기 최첨단 문명사회에서 고색창연한 기와지붕으로 둘러싸인 정겨운 골목길을 걷는 것은 분명히 매력적인 일이다.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남산에 가보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너무 가깝고, 도심에 있는데다가 한적한 교외로 나들이를 즐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울 촌놈(?)이라는 말도 생겨났는지모른다. 기자는 벌써 4일째 북촌 한옥마을의 골목길을 서성거리고 있다.

 ▲ 북촌 한옥마을 가회동 31번 한옥촌. 서울 도심에 위치한 "북촌 한옥마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여행을 할 수 있는 매력적인 곳이다

 

북촌의 좁은 골목길을 거닐다보면 마치 프라하의 황금소로나, 중국 윈난성 리장고성의 좁은 골목길을 거니 듯 한 기분이들기 때문이다. 서울에 40년 넘게 살면서 북촌에 관심을 가지고 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북촌길은 걸으면 걸을수록 한국의 정취를 풍기며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북촌(北村)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옛 주거지역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진 이곳은 크게 보면 가회동과 삼청동 두 개의 행적구역으로 나눠진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하면 재동, 계동, 원서동, 안국동, 송현동, 사간동, 소격동, 화동, 팔판동 등 11개 법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 북촌 한옥마을 19세기 옛 조선시대의 정취가 그대로 남아있는 북촌은

중국 윈난성의 "리장고성"이나 프라하의 "황금소로"처럼 매력있는 곳이다

 

그래서 북촌은 생각보다 의외로 넓다. 북촌을 여행할 때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촌은 좁은 길로 어우러져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기가 어렵고 언덕이 많아 자전거로 다니기에도 만만치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다리로 걷는 것이다. 두 번째는 큰길에서 보이지 않는 골목 구석구석에 쏠쏠한 볼거리와 재미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북촌 전체를 하루 만에 거닐기에는 무리가 따른 다는 것이다.

 

북촌(北村)은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위치한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옛 주거지역이다. 청계천과 종로의 윗동네라는 이름에서 '북촌(North Village)'이란 이름으로 불리어진 이곳은 크게 보면 가회동과 삼청동 두 개의 행적구역으로 나눠진다. 이를 좀 더 세분화하면 재동, 계동, 원서동, 안국동, 송현동, 사간동, 소격동, 화동, 팔판동 등 11개 법정동으로 이루어져 있다.

 

▲ 북촌 한옥마을 돌담의 예쁜 문양과 낮으면서도 아늑한 한옥 골목은 우리 한옥만이 같고 있는 장점이다.

 

그래서 북촌은 생각보다 의외로 넓다. 북촌을 여행할 때 미리 알아두어야 할 것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북촌은 좁은 길로 어우러져 있어 자동차로 이동하기가 어렵고 언덕이 많아 자전거로 다니기에도 만만치가 않다. 가장 좋은 방법은 두 다리로 걷는 것이다. 두 번째는 큰길에서 보이지 않는 골목 구석구석에 쏠쏠한 볼거리와 재미가 숨어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북촌 전체를 하루 만에 거닐기에는 무리가 따른 다는 것이다.

 
북촌 한옥마을 도보여행은 대략 세 가지 테마를 가지고 접근을 해야 제대로 음미를 할 수가 있다. 첫째는 공간여행이다. 이 길은 삼청동 길과 가회동 31번지를 오가는 이색적인 길이다. 두 번째는 시간여행이다. 계동 길과 가회동 11번지, 그리고 창덕궁 길로 이어지는 길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시간여행이 열리는 길이다. 세 번째는 사람여행이다. 북촌길과 별궁길, 감고당길과 사간동으로 이어지는 길은 왁자지껄하게 떠드는 학생과 돌담길을 걷는 연인들의 다정한 모습은 보기만해도 정겨운 풍경이다.

 

▲ 북촌 한옥마을 미로처럼 이어지는 골목길에 나타나는 아기자기한 한옥들의 풍경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시대를 넘나드는 '공간여행'

 

축대 하나를 사이에 두고 윗동네인 가회동 31번지에는 조선시대의 한옥마을이, 아랫동네인 삼청동에는 현대식 거리가 어우러져 있다. 현대와 조선시대를 잇는 좁은 언덕길은 분명 이색적인 길이다. 하나의 길이 여러 갈래로 나뉘었다가 또 다른 길로 이어지는 가회동 31번지 골목. 마치 나뭇가지처럼 뻗은 길을 따라 걸으면 어느덧 새로운 골목으로 접어든다. 돌아서는 골목에 드러나는 한옥풍경들은 그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낮은 한옥 사이로 남산타워와 고층빌딩이 삐쭉삐쭉 내보이는 그것은 감동의 '미로'다.

 

가회동 31번지 미로를 서성거리다가 기자는 어느 서양인 중년여자를 만났다. 홀로 지도를 들고 한옥들을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은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진을 찍다가 그녀와 시선이 마주쳤다. 서로가 씩 웃으며 눈인사를 했다. 홀로 길을 걷는 사람들은 서로의 마음을 그냥 안다. 그것은 오랫동안 홀로 다닌 배낭여행에서 터득한 진리다.

 

"원더풀! 이 골목길과 집들이 너무 아름다워요!"

"호오, 어디서 오셨길래."

"독일이서 왔어요."

"독일 어디?"

"뮌헨."

 

뮌헨은 수도사들이 살았던 고장으로 오래된 건물들이 많다. 우테 베버(51)라고 자신을 소개한 독일여행자는 동양의 오래된 거리를 좋아하여 중국과 일본을 자주 여행을 하던 차에 한국에도 '한옥마을'이 있다는 정보를 알고 이곳까지 오게 되었다고 한다.

 

마침 기자는 독일의 뮌헨과 퓌센을 여행을 한 적이 있어 서로 대화가 통했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가회동 골목을 걷는 동행자가 되었다. 그녀는 중국의 리장(麗江)과 핑야오(平遙)의 고성도 여행을 다녀왔다고 했다. 그곳이 너무나 좋아 틈 만 있으면 중국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 기자도 몇 년 전에 그 지역을 다녀온 바가 있어 우리는 골목길을 걸으며 중국고성에 대한 여행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때마침 31번지 한옥촌 골목길에는 예비 신랑신부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었다. 한복을 입은 신랑신부가 한옥의 돌담과 절묘하게 어울린 풍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기자가 보기에도 너무 아름다웠다. 우리는 그 풍경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다가 더 위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가회동 31번지에서 위로 쭉 올라가면 '하늘물빛'이란 공방이 나온다. 그곳에서 정점을 찍고, 좌측으로 내려가면 갑자기 뚝 떨어지는 언덕이 나온다. 화개1길 축대는 안국동 길까지 길게 이어진다. 길 건너편에는 국무총리 공관 뒤로 청와대 뒷산과 인왕산이 아스라이 이어진다.

 

"오, 뷰티풀!"

 

갑자기 확 트인 공간에 나오자 우테가 환성을 질렀다. 11월의 짧은 해가 인왕산으로 기울고 있었다. 석양노을 속으로 도심의 빌딩들이 침잠하며 점점 어둠 속으로 묻혀가고 있었다. 전통 공방과 한옥이 모여 있는 화개1길 축대위에서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리면, 현대적인 예쁜 카페와 레스토랑, 그리고 숍과 갤러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삼청동 길이 펼쳐진다. 현대와 과거가 공존하는 공간이 펼쳐지고 있는 곳이다.

 

▲ 북촌 한옥마을 화개1길에서 바라본 삼청동의 일몰.

이곳은 과거와 현대가 시공을 초월하여 만나는 공간여행길이다.

 

 

독일여행자와 함께한 '삼청동 수제비'

 

짧은 해가 순식간에 인왕산으로 자취를 감추자 거리는 갑자기 어두워지고, 빌딩의 전등과 자동차의 불빛이 은하계의 별처럼 반짝 거리기 시작했다. 하루 종일 걸어서인지 갑자기 배가 고팠다.

 

"우테, 저녁 시간이 괜찮다면 함께 저녁이나 할까요?"

"흠, 시간은 상관없는데 한국 돈이 떨어지고 없어요."

"돈은 ATM에 찾으면 되요. 그리고 오늘 저녁은 내가 쏠 테니 걱정 말아요."

 

 

우테는 매우 명랑했다. 그러나 독일인들은 계산이 매우 철저하다. 남의 신세를 지지않으려고 하는 것이 그들의 국민성이다. 북촌 길을 거닐며 서로의 마음이 통한 우리는 이미 친구가 되어 있었다. 이는 배낭여행 길에서 만난 세계의 배낭여행자들 사이에는 흔히 있는 일이다. 배낭여행자들은 게스트 하우스나 여행길에서 만나면 10년 지기처럼 금방 친해진다. 그리고 함께 팀을 이루어 여행을 하다가 미련없이 헤어지곤 한다.

 

▲ 심청동 수제비 뮌헨에서 온 독일 여행자 우테 베버가 삼청동 수제비를 맛있게 먹고 있다. 그녀는 오래된 동양의 전통마을을 여행하는 것이 취미라고.  

 
돌계단 길을 걸어 내려온 우리는 '삼청동 수제비' 집으로 들어갔다. 그녀에게 한국 전통 음식을 맛보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였다. 삼청동 수제비를 한 그릇을 시켜 먹으며 우테와 기자는 다시 여행 체험담으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중국 리장과 핑야오 고성을 거닐던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누들이 아주 부드럽고 맛이 있군요."

"김치 맛은 어떤가요? 맵지않으세요?

"호호, 이미 한국김치 맛에 벌써 길들여져 있어서 괜찮아요."

"호오, 오늘 한국의 한옥마을을 걸어본 느낌이 어때요?"

"아주 좋았어요. 중국 리장이나 핑야오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또 다른 무엇을 느꼈어요. 성안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움이랄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화장실 등 관광객을 위한 시설이 부족한 것 같아요. 한옥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도 부족하고 중국에 비하여 비싸다는 점이 흠이랄까? 호호호."

"그렇군요. 서울 물가는 중국보다 많이 비싸지요."

 

동양의 맛에 흠뻑 젖은 우테는 수제비와 김치를 곧잘 먹었다. 우테는 북촌 한옥마을을 잘 개발하면 중국 리장보다 자유로운 분위기를 갖는 멋진 명소가 탄생 할 것이라고 소감을 말했다.

 

'북촌 한옥마을'을 중국 '리장고성'처럼 개발할 수 없을까?

 

리장고성은 나시족들의 오랜 터전으로 구시가지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보호를 받고 있는 고성이다. 1996년 기록적인 대지진이 리장 일대를 휩쓸어 콘크리트 건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지만 나시족이 지은 전톤 가옥은 멀쩡했다. 이에 놀란 중국정부는 구시가지를 복구하면서 성 전체를 나시족 전통가옥으로 대체를 했다.

 

▲ 리장고성 중국 윈난성 해발 2400m 오지에 들어 서 있는 나시족 마을 리장 고성. 사계절 여행자들이 북적거린다

 

▲ 리장고성 도심으로 시냇물이 흐르고, 청사초롱을 밝힌 카페와 기념품점이 늘어서 있다, 밤이면 관광객들이 문전 성시를 이룬다.

 

리장고성의 오래된 나시족 집에는 대문마다 청사초롱이 걸려있고, 거리에는 작은 시냇물이 흘러 내린다. 옥룡설산에서 흘러내린 물을 흑룡담이라는 저수지에 고이게 하여 물길을 리장고성으로 흘러내려 보내는 것이다. 거리에는 오리엔탈리즘에 빠진 서구인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서구의 콘크리트 빌딩과 현대문명에 염증을 느낀 그들이 낭만을 찾아 시간여행을 떠나온 것이다. 삼청동 수제비를 후루룩 빨아대고 있는 독일인 우테도 마찬가지다.

 

과거 북촌에도 북쪽 능선을 따라 몇 줄기 물길이 흐르고 있었다. 이 남북방향의 물길들은 서울의 주요 젖줄 중의 하나로 각 동네로 흘러 내렸다. 경복궁 동쪽 담장을 따라 흐르고 있는 제법 큰 하천이 중학천이다. 중학천의 좌우에는 삼청동과 소격동, 사가동이 있다. 다시 그 동쪽에는 작은 두 물길 주변으로 화동과 안국동 송현동이 있다. 가회동에서 운현궁으로 흐르는 가회동 물길 역시 제법 풍부한 하천이었다. 이들 북촌 물길들은 마을의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무분별하게 개발되면서 메워져 도로로 바뀌고 말았다. 그러나 물길의 기억은 여전히 마을의 옛 이름으로 남아있다.

 

사실 청계천보다는 한옥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북촌 한옥마을의 물길을 복원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큰 관광자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청계천은 복원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청계천 주변은 이미 현대화된 콘크리트 빌딩으로 가득 차 있어 물이 흘러간다는 것일 뿐 깊은 매력은 없다. 거기에 비하면 북촌은 과거의 한옥이 그대로 남아있고, 주민들이 그 공간에서 생활을 하고있는 매력 넘치는 옛 공간이다. 사람들은 그런 공간에서 체험을 하고 싶어한다. 그곳에 시냇물이 흐른다면 환상적인 동네가 될 것이다.

 

사람은 오래된 것을 좋아하고 꼬불꼬불하게 변화가 있는 길을 좋아한다. 오르락내리락 하며 오래된 골목길을 걷는 재미는 여행의 백미다. 청계천이 한국인들이 즐겨 찾는 명소라면 북촌 한옥마을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즐겨찾는 곳이다. 북촌 한옥마을에 가면 무리지어 다니는 일본인 관광객과 지도 한장을 들고 서성거리는 서양인들을 흔히 만날 수 있다.

 

▲ 창덕궁 돌담길 지도 한장을 들고 창덕궁 돌담길을 걷고 있는 외국인.

외국인 관광객은 청계천보다는 북촌 한옥마을에 더 많다.

 

독일인 우테는 명륜동의 어느 한옥을 인터넷에서 뒤져 예약을 하고 왔다고 했다. 14일 여정으로 한국을 찾은 우테는 내일 뮌헨으로 떠난다고 했다. 그 동안 제주도와 부산, 경주를 다녀왔고, 광주에 가서 담양 소쇄원을 둘러보고 김치를 담는 체험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서울에서는 한옥 체험을 하고 있다고 했다.

 

현대적인 여행은 체험과 테마여행으로 변하고 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 북촌 한옥마을을 물길을 복원하고 리장고성처럼 개발하여 보존 한다면 한옥문화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들이 줄을 서지 않을까?

 

2009.11.25 Ohmynews최오균 (challaok)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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