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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ur/Tour - 대한민국

백두산 천지 & 장백폭포

by Wood-Stock 2009. 9. 8.

"백두산에 올라가 대뜸 천지 보겠다는 사람은 '천치'"

 

"백두(白頭)산 천지는 백(百) 번 올라가야 두[二] 번 정도 볼 수 있다."

"백두산에 올라가서 천지(天池)를 본 사람은 몇 안 되고, 못 본 사람이 도리어 천지(天地, 매우 많다는 뜻)이다."

"백두산에 한 번 올라가서 대뜸 천지를 보겠다는 사람은 천치(天痴)."

 

백두산에 올라 천지의 장관을 가슴 시원하게 한번 바라보리라 마음을 먹고서 박진관의 <신간도 견문록> 등 관련 서적을 여러 권 탐독하고, 인터넷을 뒤져 갖가지 기행문을 읽으면서 얻은 결론은 "천지를 시원하게 구경하는 일은 정말 어렵겠구나"였다. 백 번 올라야 두 번 정도 볼 수 있다느니, 올라간 사람들 중 못 본 사람이 오히려 천지라느니, 한번 등정에 곧장 천지를 보겠다는 사람은 그야말로 바보 천치라느니 하니, 저절로 그런 마음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백두산 천지 일대는 연간 안개 일수가 평균 267일이라고 한다. 게다가 비가 오는 날이 209일, 눈이 내리는 날이 145일이나 된다고 한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리는 날이 354일이라는 이야기이다. 맑은 날은 그러면 11일? 그렇다면 짙은 안개가 자욱하여 천지를 볼 수 없는 날은 몇날일까? 1년 365일 중 비가 오는 날, 눈이 내리는 날에 안개가 자욱한 날을 합하면 621일이나 된다고 한다. 어떤 날은 안개가 낀데다가 비까지 오고, 또 어떤 날은 안개가 자욱한 판에 비가 오다가 다시 눈이 내리기도 한다는 말이다. 

 

621일과 365일의 날짜수를 견줘볼 때, 비나 눈과 관계되는 날짜의 수인 621일이 1년 전체인 365일보다 훨씬 많다는 사실은 결국 맑은 날이 거의 없다는 뜻이다. 이만 하면 '부자가 하늘나라로 들어가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기보다 어렵다'가 아니라 '백두산에 올라 천지를 온전히 구경하는 일은 코끼리가 모기장 구멍을 지나가기보다 어렵다'고 하는 게 나을 성싶다.

 

안개가 짙으면 앞이 잘 보이지 않는다. 비가 오거나 눈이 내려도 마찬가지다. 특히 만년설이 높고 높은 산봉우리 꼭대기에 사시사철 녹지도 않고 쌓여 있는 판에 안개와 비가 흩뿌리고, 그 위에 폭풍한설까지 몰아친다면 보통 사람들로서는 감히 범접할 마음조차도 먹기 어렵게 된다.

 

그런 까닭에, 북한 땅에 위치하고 있으면서 웅대한 장백산맥의 머리[頭]인 최정상 꼭대기답게 언제나 흰[白] 눈으로 덮혀있는 백두봉(2,749m)과, 중국 땅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로서 항상 흰[白]구름[雲]에 싸여 있어 언제 보아도 산정인지 구름덩어리인지 가늠하기가 어려운 백운봉(2,691m) 주위에 살아온 민족들이 이 산을 신령스럽게 여기고 숭앙해온 것은 당연한 일일 터이다.

 

▲ 백두산(남파)으로 가는 길 오늘 아침, 멀리서 바라보는 백두산 쪽의 풍경은 땅에 닿은 곳은

하늘이 하얗게 맑고, 위로 갈수록 구름이 짙다. 과연 나는 오늘 천지를 볼 수 있을까.

 

 

우리만이 아니라 만주족들도 백두산을 자기들의 발상지로 믿어온 것은 마찬가지여서, 청나라를 세운 뒤 기세등등하던 당시에는 한족들의 출입을 금지하기까지 한 신산(神山)이 바로 백두산인데, 그 꼭대기까지 올라야 비로소 두 눈 부릅뜨고  생생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세계 최고(最高, 해발 2,189m)의 산정 호수 천지를 어찌 단숨에 구경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사람들은 백두산에 오르려는 마음을 쉽게 버릴 수 없다. 평소에 덕을 많이 쌓은 사람만이 천지를 보게 된다는데, 어찌 호기심이 작동하지 않겠는가. 우리 민족이 하늘에서 내려와 첫 삶을 영위하기 시작한 곳이 바로 백두산인데, 어찌 가보지 않겠는가. 높고 흰[白] 봉우리들이 끝없이 길게[長] 이어진 장백산맥의 웅대함도 놀랍지만, 그 중에서도 특출히 아름다움과 험악함을 동시에 거느린 채 신비로 넘쳐흐르는 천지까지 품고 있는 이름 그대로 흰머리[白頭]산을 어찌 오르지도 않고 노래만 부를 터인가.

 

"동해물과 백두산이 마르고 닳도록"을 수십 번 수백 번 목청이 터지도록 애창했는데, 어찌 산 아래에서 하늘만 쳐다보고 돌아올 것인가.

 

사람들은 오르는 길을 여럿 만들었다. 물론 세상 천지가 동서남북 사방(四方)이니 천지에 오르는 길도 네 갈래이다. 이름하여 그 네 길을 사람들은 동파, 서파, 남파, 북파라 부른다. 파(東坡)는 '언덕길'[坡] 정도의 뜻이니, 동파는 동쪽으로 백두산을 오르는 길이고, 서파는 서쪽으로, 남파는 남쪽으로, 북파는 북쪽으로 각각 등반하는 산길을 말한다.

 

▲ 천지 과연 나는 오늘 이렇게 맑은 천지를 볼 수 있을까? 백두(白頭)산은

백(百)번 올라야 단 두[二]번만 깨끗하고 투명한 천지의 장관을 보여준다는데......

 

 

하지만 우리 남한 사람들이 이 네 길 모두를 밟아보며 천지에 오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동파는 무산에서 출발하여 삼지연을 거쳐 천지까지 이르는 길로 북한에서만 출발할 수 있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그 외 서파, 남파, 북파 세 길은 열려 있다. 그 중 북파 여정은 버스로 산 턱밑까지 들어간 사람들을 관광사무소가 지프에 갈아태워 금세 천지 턱밑까지 데려다주는 길이기 때문에 실제 걷는 길은 약 5분에 불과하다는 장점 덕분에 일반 관광객이 가장 많이 이용한다. 또 북파 관광 코스에는 유명한 장백폭포 관람도 포함되어 있어 더욱 사람들을 끄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장백폭포라는 이름이 낯설지 않다. 폭포의 사진도 많이 보아 단 한 번도 가보지 않았는데도 그 장관이 눈에 선하다. 그러나 이 장백폭포의 우리식 이름은 구룡(九龍)폭포이다. 흔히들 구룡폭포라면 금강산의 것만 떠올리지만, 백두산의 장백폭포도 본디 이름은 구룡폭포였다. 그랬는데 어느샌가 중국식 이름인 장백폭포가 우리입에도 굳어져 버렸다. 이렇게 가다가는 백두산 이름도 그들 방식인 장백산으로 고정화될지도 모른다.

 

중국에서 백두산은 아득한 하, 은, 주, 진나라 때에는 불함산(不咸山)으로, 당나라 시절에는 태백산(太白山)으로 불렸는데 금나라 이후 장백산으로 굳어졌다. 물론 지금도 중국은 교과서와 언론 등에서 장백산이라는 명칭만 사용하며, 백두산이라 부르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그러므로 중국 사람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백두산을 백두산이라 명명한 적이 없다. 장백산맥 최고의 봉우리인 백두봉이 지금의 북한 땅에 있고, 가장 높은 봉우리인 백두봉은 중국에서도 우리나라에서도 언제나 그 이름이 백두봉이었던 까닭에, 예나 지금이나 백두산이라는 이름으로 민족의 영산을 기리고 있는 우리와 중국은 사뭇 다르다는 말이다. 따라서 우리는 백두산의 폭포 중 최고의 명성과 위용을 자랑하는 장백폭포도 구룡폭포라 불러야 마땅하다. 백두산이 장백산이 아니라면 구룡폭포도 장백폭포가 아닌 것이다.

 

 

▲ 백두산의 구룡폭포 중국식 이름은 장백폭포이다. ▲ 금강산의 구룡폭포 백두산(중국식 이름 장백산)의 구룡폭포

(중국식 이름은 장백폭포)를 사람들이 자꾸만 "장백폭포"라 부르는 바람에 구룡폭포라는 이름은 금강산이 거의 독차지하게 되었다.

 

 

그나저나 동파를 오를 수는 없으니 서파, 남파, 북파 중 한 곳부터 올라야 한다. 세 길을 모두 오를 계획이니 서두를 것도 없다. 그냥 동서남북 순서대로, 그러니까 서파부터, 뒤이어 남파와 북파를 오르기로 한다.

 

그러나 쾌청한 저녁 날씨를 즐기면서 기분좋게 잠자리에 들었지만, 새벽에 일어나니 이게 무슨 변고인가, 구름이 많다. 하루에도 수십 번 날씨가 뒤바뀌는 곳이 백두산 일대라는 말은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지만, 그래도 설마 이렇게 빛나는 하늘이 어찌 불과 몇 시간 뒤인 내일 아침에 마귀같이 변할 리가 있으리오, 하며 거듭거듭 안심을 했었는데, 눈을 떠보니 햇살이 가득한 아침인지 저녁 어스름이 밀려오는 늦은 오후인지도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창밖이 어둡다.

 

어젯밤에 시원하게 들이킨 맥주 몇 잔이 새삼스럽게 목에 걸리고 가슴에 채워지는 듯 너무나 속이 답답하다. 눈을 부비며 숙소 밖을 자꾸만 내다보고, 금강송 너머로 자그맣게 드러난 하늘을 쳐다본다. 문득, 내 바람 덕분인지, 구름 너머로 새파란 하늘 한쪽이 미소를 머금고 나타났다. 어쩌면! 발이 방바닥을 떠나 허공으로 솟아오르는 듯하다. 그래도! 아직은 온통 검은 구름 천지(天地)인데……. 이래서야 천지(天池)를 볼 수 있겠나?

 

불안한 기분과 희망에 기대는 애틋함이 뒤섞여 마음을 종시 다잡을 수가 없다. 숙소에서 한참을 걸어본다. 하늘이 새파란 얼굴을 보이는 곳까지 한번 걸어보리라 다짐하는 것이다. 새벽 공기가 싸느란데 인기척에 놀랐는지 꿩이 날아오르고, 조금 더 가니 노루까지 물가에서 놀다가 깜짝 놀라 달아난다.

 

곳곳에 출입금지 팻말이 무성하고, 우리식으로 말하면 자연보호 구호가 난무한다. 그 덕분인지 함부로 버린 쓰레기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보통 때 같으면 너무나 청정한 공기에 매혹되어 아침 식사를 거를 각오 정도도 쉽게 할 지경이지만, 오늘 날씨가 맑게 갤 것인지 아니면 구름과 우천으로 망치고 말 것인지 그게 걱정이 되어 산책길이 도무지 상쾌한 줄을 모르겠다.

 

마음이 몸을 지배할진대,  걱정이 (백두산의 옛날 이름 중 하나인) 태산 같이 이렇게 무거워서야 아무리 생전 처음 와본 백두산 아래에서 누리는 아침 산책의 여유라 할지라도 모두 하릴없는 일이다. 걷는 둥 마는 둥 아침 산책을 하다가 숙소로 돌아온다. 그래도 어느샌가 아침 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천지를 구경하리라는 원대한 꿈을 품은 채 이런저런 여장을 꾸리고 있다.

 

하늘 절반을 검은 먹구름이 덮고 있고, 나머지 절반쯤은 흰구름과 푸른 창공으로 얼룩덜룩 꾸며져 있는 오늘, 나는 백두산을 오른다. 과연 나는 천지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중국과 우리 조국의 국경선을 뚜렷하게 목격할 수 있을 것인가. 두근거리고 불안한 마음으로 나는 백두산으로 향하는 남파 앞에 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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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야, 너는 정녕 ‘창바이’가 돼 가는가

ㆍ압록강~두만강 1400㎞ 답사…中, 백두산을 탐내다

2009년은 북·중수교 60년이 되는 해이다. 북한과 중국은 올해를 ‘조·중(중·조) 우호의 해’로 정해놓고 기념행사를 갖고 있다. 그러나 북핵 문제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발생하면서 양국간 교류·협력이 크게 확대되는 모습은 아니다. 그럼에도 압록강과 두만강을 사이에 둔 양국의 국경지대에는 미묘한 변화가 감지된다. 이들 국경지대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경향신문은 지난 4~11일 ‘백두산 역사탐방단’(명예단장 이이화)과 함께 압록강 하구 단둥에서 두만강 하구 훈춘에 이르는 1400㎞를 답사, 양국 국경지대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국의 움직임을 취재했다.

 
연합뉴스

“타이 피야오량!(매우 아름답다)” 지난 8일 백두산 서파(西坡) 능선을 타고 천지로 향하던 천리핑(陳麗萍)씨가 고개를 돌려 능선 아래를 내려다보며 외쳤다. 천지로 이어지는 1365개나 되는 긴 돌 계단 아래에는 넓은 백두산의 초원지대가 펼쳐져 있었다.

지린성 퉁화시에서 슈퍼마켓을 한다는 천씨는 남편과 함께 시내 여행사가 조직한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이름) 관광단에 참가해 백두산을 찾았다. 처음 백두산에 왔다는 천씨는 “퉁화 시내에는 380위안(약 7만6000원) 하는 창바이산 1일 여행상품이 꽤 인기를 끌고 있다”며 “창바이산의 절경을 보니 결코 돈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돌 계단의 끝은 백두산의 서쪽 봉우리 백운봉(2691m)이었다. 정상에 도착하니 벌써 100여명의 관광객이 천지의 장관을 담느라 분주하게 사진을 찍고 있었다. 커다란 글씨로 새긴 ‘천지’라는 팻말과 조·중(朝中)경계비 5호가 이곳이 북한과 중국의 국경선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발 아래 굽어보이는 천지는 티 한점 없는 비췻빛이었다. 모두들 천지와 병풍처럼 둘러진 백두산 봉우리의 장관에 눈을 떼지 못했다.

백두산을 뒤덮는 중국인의 발길

백두산에 중국인이 몰려들고 있다. 예전 같으면 수학 여행단이나 일부 중산층의 관광지 정도로 알려진 백두산이 이제는 웬만한 중국 서민들도 찾을 수 있는 친숙한 휴양지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백두산이 중국의 대표적인 국민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중이다.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주요 도시의 여행사들은 창바이산 관광상품을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고객 확보에 나섰다. 지린성 정부는 중국중앙텔레비전 등의 매체를 통해 연일 창바이산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백두산으로 통하는 길목인 얼다오바이허(二道白河), 쑹장허(松江河), 창바이현(長白縣) 등에는 ‘신기(神奇), 신성(神聖), 신비(神秘)한 창바이산’, ‘산 하나에 사계절이 있고, 10리만 벗어나도 날씨가 다르다’(一山有四季 十里不同天)와 같은 광고 간판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백두산이 중국인의 국민관광지로 부상하는 데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밑받침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8월 백두산 서쪽의 푸쑹현(撫松縣)에 창바이산 공항을 건설, 백두산 알리기에 나섰다. 지난해 8월3일 베이징~푸쑹간 직항로가 개설된 이후 지금까지 상하이, 광저우, 창춘에서도 백두산행 항공길이 열렸다.

 
백두산 남파 산문에서 천지로 향하는 길

백두산과 동북지방의 주요 도시를 잇는 고속도로와 주요 간선도로들도 대대적으로 건설되고 있다. 지난해 지린시와 백두산 북쪽 도시인 옌지시를 연결하는 지옌고속도로가 건설된 데 이어 창춘~푸쑹간 고속도로(2011년 완공예정), 바이산~창바이산공항(2012년 예정), 옌지~얼다오바이허간 고속도로가 건설 중이거나 예정돼 있다. 또 백두산의 북파, 서파, 남파를 연결하는 얼다오바이허~쑹장허~창바이현의 순환도로가 건설 중이다. 백두산 순환도로가 건설되면 하루만에 백두산 등산코스 3곳을 모두 자동차로 등정할 수 있게 된다.

교통망과 함께 백두산 관광 편의시설도 대대적으로 확충되고 있다. 지린성 정부는 지난해부터 서파와 남파 산문을 정비했다. 대규모 주차장을 마련하고 상점, 휴게소, 매표소 등을 갖추었다. 서파 산문의 휴게소에는 백두산 전경을 담은 미니어처를 설치하고 대형 TV화면을 통해 백두산의 사계를 담은 동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북파에 비해 개발이 덜 된 백두산 서파와 남파를 백두산 관광의 중심지구로 개발하려는 중국 정부의 뜻을 읽게 한다.

이러한 관광기반 시설에 힘입어 백두산 관광객은 최근 들어 크게 늘고 있다. 지린성 발전개혁위원회는 2007년 73만명이었던 백두산 관광객 수가 올해에는 1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년의 여름 휴가철 백두산 1일 관광객 수는 8000~9000명인데 반해 올해에 2만명을 상회했다.

그러나 중국의 창바이산 관광지 개발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지린성 정부는 지난달 백두산 서쪽 푸쑹현에 30평방킬로미터 규모의 ‘창바이산국제휴양지구’ 기공식을 가졌다. 2013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되는 휴양지구에는 다롄의 완다그룹 등 4개 민간기업에서 200억위안(약 3조6000억원)을 투자해 6성급 호텔, 국제회의장, 스키장, 수렵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와 함께 지린성 정부는 창바이산공항과 별도로 북파와 서파, 남파 세곳에 헬기장을 건설, 헬리콥터를 이용한 백두산 관광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초현대식 시설을 갖춘 백두산 서파 산문

백두산 아래의 안투(安圖)현도 지난달 ‘창바이산관광상품생산기지’ 건설 계획을 내놓으며 2000만위안대의 투자자 유치에 나섰다. 안투현은 백두산의 명성에 비해 특색 있는 관광상품을 찾아볼 수 없다며 단지가 조성돼 본격적인 상품 개발에 나선다면 3년 안에 투자금액을 회수할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다. 창바이산관리위원회는 최근 백두산의 자연생태를 관광산업자원으로 활용, 백두산을 세계적인 생태경제시범구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다. 이러한 구상이 실현되는 2020년 백두산의 연간 관광객은 350만명에 달하고 전체 관광수입은 입장료 15억위안을 포함해 120억위안(약 2조7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퇴색하는 민족의 영산

중국이 창바이산이란 이름으로 백두산을 개발하고 선전하면서 우리 민족의 영산이라는 이미지는 크게 퇴색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백두산 가는 전형적인 코스는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얼다오바이허에서 북쪽 산문을 거쳐 천지와 장백폭포에 이르는 북파 노선이었다. 그러나 최근 서파와 남파가 개발되고 중국 관광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면서 한국인 관광객의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실제로 기자가 지난 7~9일 백두산 역사탐방단의 일원으로 백두산의 북, 서, 남쪽 코스를 모두 등정하는 동안 부딪치는 관광객은 대부분 중국인이었다. 중국의 ‘홍색’ 관광 인파 속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금융위기와 인민폐 절상으로 한국인의 백두산 관광이 줄어든 대신 교통 및 기반시설 확충으로 중국인 관광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시작한 백두산 남파지구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창바이산조선족자치현에 속하는 남파의 등산로는 북한과 국경선을 맞대고 있어 북한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지역이다. 남파의 천지 정상에서는 맑은 날에는 개마고원까지도 조망할 수 있어 한국인에게는 남다른 감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남파를 통해 백두산을 올라가는 한국인 관광객은 아직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 창바이산 남파 관광 유한회사의 주강(朱剛) 부경리는 “지난해 남파를 찾은 관광객 10여만명 가운데 한국인은 10%가 채 되지 않는다”며 “한국인 등산객의 대다수는 창바이산 야생화를 보려는 트레족”이라고 말했다. 오히려 중국 측은 남파 지구를 찾는 중국인 관광객이 늘어나자 월경 등으로 빚어질지 모를 북측과의 갈등을 우려해 지난해부터 북·중 국경선에 철조망을 가설하고 있다.

옌지에 사는 한 조선족은 “과거에는 옌볜조선족자치주에서 백두산 관광 사업의 관리 감독권을 행사했는데 최근 사업의 대부분이 지린성 정부로 이관됐다”며 백두산에 대해 우리 민족의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 것을 우려했다. 백두산에서 만난 한 한국인 관광객은 “중국이 최근 백두산 개발을 서두르고 관광객 유치에 목소리를 내는 것은 국경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동북공정의 일환이 아니겠느냐”며 남북한 모두 중국화되어가는 백두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두산 | 글·사진 조운찬특파원 sidol@kyunghyang.com> / 입력 : 2009-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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