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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Sports Record

평창 동계올림픽

by Wood-Stock 2011. 7. 7.

 

평창 올림픽? 범죄자를 위한 저 거국적 헛발질!

[정희준의 '어퍼컷'] 평창 동계 올림픽에 반대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에 이의를 제기하면 돌아오는 반응은 이런 거다. "이제까지 가만히 있다가 이광재 낙마하니까 뒷북이냐." "이명박이 싫다고 그러는 거냐."

아 니다. 4년 전부터 이야기 했다. 그때가 노무현 때였다. 이런 반응도 있다. 내가 부산 사람이라는 것을 알고는 "부산이 하계 올림픽 유치에 나서려고 평창을 훼방 놓는 거냐"고 그런다. 나는 부산 올림픽, 부산 한복판에서 반대했다. 가장 많이 듣는 건 이런 거다. "도대체 네가 뭔데 강원도 일을 반대하냐." 올림픽을 유치하게 되면 거기엔 내 세금도 들어간다.

온 국민이 염원한다고 한다. 그러나 온 국민은커녕 강원도민 중에도 시큰둥한 사람들 많다. 도내 영서 지역을 중심으로 이런 냉소적인 분위기는 적지 않다. 특히 최근의 사례들을 통한 '학습 효과'도 있다. 아시안게임 유치했다가 재정난에 벌써부터 헐떡거리는 인천이나 F-1이라는 자동차 대회를 '세계적 이벤트'라며 유치했다가 흥행 '대박 실패'로 쪽박을 차게 된 전라남도가 그 사례들이다.

그 때문인지 몇 년 전 부산에서는 올림픽 유치 도전 분위기가 '백대빵'의 무시무시한 수준이었는데 이젠 60대40 정도로 '제 정신'을 찾아가고 있다.

'숭고한 올림픽?' 소가 웃는다

올림픽은 썩었다. 오래전부터 썩었고, 심하게 부패했다. 그럼 얼마나 썩었을까.

국 제올림픽위원회(IOC)와 함께 세계 스포츠계의 양대 기구인 국제축구연맹(FIFA)은 부패와 스캔들에서도 IOC와 쌍벽이다. 작년 FIFA의 제프 블라터 회장은 2018년과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과정에서 매표가 있었음을 시인해야할 정도였다. 그런데 그렇게 썩은 FIFA의 블라터마저 "썩었다"고 손가락질 하는 곳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IOC. 블라터는 지난 1월 "IOC는 부패 집단이고 IOC 위원들은 가정주부처럼 쇼핑이나 즐긴다"고 비난했다.

그런 IOC가 '숭고'니 '평화'니 '화합'이니 떠들며 올림픽 가지고 장사하는 모습은 한 편의 블랙 코미디다. 또 FIFA와 함께 이 시대 최후의 '독점 기업' IOC가 장사하는 방식은 '봉이 김선달'을 연상케 한다. 아무런 자본도 재산도 없는 IOC는 개최권을 가지고 각국의 도시들을 경쟁케 하면서 귀족 행세를 하고 다니면서 칙사 대접을 받는다.

그리고 4년에 한 번씩 스폰서십과 중계권료를 받아 챙기면서 엄청난 부를 쌓아왔다. 과거 한국이나 중국이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자행한 엄청난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해서는 '국내 문제,' '정치 불개입'의 이유로 입을 닫았다. 한마디로 돈만 벌고 튀는 것이다.

다시 보자 올림픽, 속지 말자 올림픽

지금 올림픽 정국이다. 언론의 평창 띄워주기는 대단하다. 낯 뜨거운 아전인수 해석은 유치위원회나 언론이나 매한가지다. 그곳 주민들도 꿈에 부풀어 있는 듯하다.

그 러나 최근 몇 년 전국 각지에서 스포츠 이벤트 유치 광풍이 불어 닥쳤던 사실에서 경험했듯 지금 '평창 올림픽'을 열망하는 강원도민은 올림픽이 자신들을 잘 살게 해 줄 것이라고 착각을 하고 있다. 사실 이는 '재개발'과 '뉴타운'이 자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거라 착각하고 보수 정당에 몰표를 준 우리들의 사고방식과 다르지 않다. 그러나 이는 엄청난 착각이다.

2005년 학회 참석을 위해 일본에 갔을 때 정말 오랫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던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 기차를 타고 가며 마주 앉은 미디어마케팅 교수와 스포츠마케팅 회사인 덴츠의 임원에게 물었다. "1998년 나가노 올림픽이 나가노 주민들에게 좋은 것이었나?" 1초의 머뭇거림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는데 지금도 기억이 난다. 두 사람이 어쩜 그렇게 똑같이, 입을 맞춰, 동시에, 절레절레 고개를 흔들며 "노~~~노~~(아니죠~~~ 아니죠~~)" 그러는 것이었다. '노'라고 말하는 데 4~5초가 걸린 것이다.

나 가노는 올림픽 폐막과 함께 경제 불황에 빠져들었고 나가노 시는 그 엄청난 시설들 때문에 매년 막대한 유지 관리비를 쏟아 부어야 했다. 그래서 영국의 경제학자 쉬맨스키는 올림픽 폐막 후 "나가노 주민들은 추운 겨울에 밖에서 비 맞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이번에도 강원도는 올림픽으로 인한 경제 효과가 부가가치 포함 30조 원에 육박하고 고용 효과는 23만 명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느 경제학자가 그랬다. 경제를 배우는 이유는 바로 거짓말을 잘 하기 위한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가 나라를 먹여 살릴 쾌거라며 최대 업적으로 꼽는 세계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의를 예로 들어보자. 이 이틀짜리 회의가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경제 효과가 어느 기관은 24조 원이라 발표했다. 그랬더니 다른 기관은 '충성 경쟁'이라도 하는지 경제 효과가 무려 450조 원에 이른다고 완전히 정신 나간 헛발질을 했다. 그런데 우리는 G20보다 더 큰, 21개국 정상 회담(APEC)을 2005년에 이미 치른 바 있다. (국민의 정부 때는 ASEM도 치렀다.) APEC 때의 경제 효과는 고작 7000억 원이었다. (그래서 난 이명박 정부의 산수를 안 믿는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주에서 엿보이는 사기성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한 국보다 5개월 전 G20을 치른 캐나다의 경우 G20의 경제 효과는 1000억 원을 조금 상회하는 정도였고 토니 클라크 폴라리스 연구소장은 "(경제 효과의) 증거를 본 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한국의 산수와 캐나다의 산수(?)가 얼마나 다른지는 모르겠지만 캐나다는 2010년 밴쿠버 올림픽을 결산하면서 약 1조2000억 원의 적자가 났다고 발표했다.

그렇다. 올림픽은 돈 쓰려고 하는 것이다. 다른 것 다 관두고 안전, 보안 비용에만 1조에서 2조 원을 써야 한다.

서커스가 떠나고 나면…

올림픽이 개최 도시에 가져다주는 여러 문제의 가장 큰 원인은 이것이 '종합 대회'라는 것이다.

강 원도는 개최를 위해 엄청난 액수의 지방채를 발행할 것이다. 빚을 진다는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많은 경기장과 숙박 시설들을 폐막 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서커스가 떠나고 나면 마음이 허전한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그 시설들은 강원도 주민들의 호주머니를 수십 년간 쏙쏙 털어갈 것이다.

생각해보자. 올림픽을 유치하면 강릉엔 빙상장만 무려 다섯 개가 들어선다. 그 중 하나는 폐막 후 철거해 원주로 옮기고 하나는 컨벤션센터로 전환한단다. 그렇게 되면 인구 21만 명의 강릉엔 국제 규격의 빙상장 3개와 컨벤션센터 하나가 남게 된다. 괜찮겠나. 강릉은 매년 적어도 100억 원에서 많게는 200억 원의 유지 관리비를 각오해야 한다. 사후 유지비만 이 정도고 개최 준비를 위해 진 빚은 따로 계산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는 대구시의 결정은 썩 괜찮은 것이었다. 선견지명이었는지, 장님이 문고리를 잡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단일 종목 대회이기 때문에 일단 경기장에 대한 부담은 가지지 않아도 되고 숙박 시설도 도시 규모를 생각해 볼 때 어느 정도 융통성을 발휘하면 수용이 가능하다.

또 하나의 문제는 투기꾼들의 치고 빠지기다. 원래 평창 지역 토지의 60% 이상이 외지인들의 소유였는데 평창이 동계 올림픽 유치에 나선 이후 이곳 땅을 사들인 사람의 거의 90%가 외지인들이었다. 그 와중에 평창의 땅값은 2006년 무렵엔 무려 11%가 뛰기도 했다. 유치가 확정되면 평창과 강릉 인근 땅값은 다 뛰어오를 것이다.

문제는 개최 직전이면 이들 투기꾼들은 다 빠져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부동산 폭락과 이로 인한 경기 침체는 우리가 이제까지 수도 없이 보고 겪은 것이다. 40억 원짜리 콘도가 들어서는 알펜시아리조트가 이미 강원도 역사상 최대의 애물단지가 된 사례에서 보듯 평창 올림픽 프로젝트는 너무 원대하게 설계도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사실상 '부동산 프로젝트'가 되어버렸다. 강원도의 경제를 뭉개버릴 재앙의 씨가 뿌려진 것이다.

▲ 평창 동계 올림픽을 위해서 건설한 알펜시아 리조트. 이미 강원도 역사상 최대의 애물단지가 되었다. ⓒ뉴시스

유치 위원회는 전과자 클럽?

앞 에서 IOC의 부패와 비리를 언급했다. 영국 브라이튼 대학의 알란 톰린슨 교수는 IOC 내엔 IOC가 범죄의 온상으로 여겨지는 등 너무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올림픽 정신의 회복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비등해지고 있다고 한다. 그는 만약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결국 올림픽 유치를 위해 범죄자들을 사면한 프랑스와 한국이 탈락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사면의 주인공은 체육청소년부 장관을 지낸 프랑스의 기 드뤼 IOC 위원, 그리고 한국의 이건희 회장이다.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도 2008년 '부패한 비리 집단' IOC를 비난하는 기사에서 이 회장 등을 지목하며 "평화와 인권을 중시한다는 조직에 왜 '범죄자 사진 대장(rogues' gallery)에나 나올 법한 인물들이 필요한지 미스터리"라고 비꼰 바 있다.

사실 평창이 이번에도 어려운 이유는 여럿 있다. 이런 것들이다. 1) 평창 지역의 온난화 문제, 2) 올림픽이 백인의 제전이라면 동계 올림픽은 유럽인의 텃밭이라는 점, 3) 독일과 프랑스의 경쟁 때문에 평창이 어부지리를 얻는 게 아니라 평창이 1차에서 과반 득표를 얻지 못하면 2차에서 유럽은 뭉친다는 점, 4) 최근 들어 후보 국가 대통령의 인기와 영향력이 중요한데 그러한 측면에서 메르켈과 사르코지에 비해 이명박은 현저하게 밀린다는 점 등이 있다. 그러나 평창이 이번에 힘든 이유는 유치전의 선두에 서있는 자들 때문이다.

우선 이건희. 그의 비리는 너무 거대하다. 그는 2007년 에버랜드 전환 사채 증여, X파일, 불법 대선 자금 등의 문제로 궁지에 몰리자 법을 피해가기 위해 국면 전환용으로 사재 8000억 원을 냈고 2009년엔 주주들에게 끼친 손해액 2500억 원을 변제했으며 형 확정으로 벌금 1100억 원을 부과받았다.

이렇게 해서 이건희가 죄 값으로 낸 돈은 모두 1조2000억 원, 즉 10억 달러에 달한다. 경제 사범으로서 그는 '세계 챔피언'이다. 그럼에도 그의 형량은 고작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이었다. 외국은 어떨까. 2000년 5000억 원짜리 푼돈 사기로 구속된 미국의 숄람 와이스는 845년형을 구형받았다.

2009년 법질서를 무너뜨린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유죄 판결 3개월 밖에 안 된 이건희 회장을 사면한 이유는 오로지 올림픽 유치였다. 올림픽 유치에 전념하라는 청와대의 의지였다. (참고로 이게 그에게 두 번째 사면이었다.) 그러나 그가 사면 받은 이후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회장으로의 복귀와 아들 이재용으로의 세습, 그리고 역시 삼성 지분을 물려받을 딸들 데리고 다니면서 (본인 표현대로) "딸 자랑"하는 것이었다.

그러고 남는 시간에 찔끔찔끔 유치 활동에 나섰다. 청와대가 강변한 '올림픽 유치 전력'은 핑계였을 뿐이다. 청와대가 정말 올림픽 유치를 바랬다면 IOC 위원들과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이건희 회장을 사면할 게 아니라 김운용 전 IOC 부위원장에게 뭔가 일을 맡겼어야 했다.

'나눠먹는 사면'의 맛은 '뺏어먹는 라면'보다 맛있다!

문제는 유치 활동을 하는 전과자가 이건희 회장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우선 대한체육회장 박용성. 2006년 두산그룹의 회장이던 그는 분식회계와 횡령 및 증권거래법 위반 등으로 유죄를 받았던 인물이다. 형량은? 놀라지 마시라. 이건희와 똑같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 런데 해가 바뀌기도 전에 사면을 받았다. 그 이유? 세상에! 바로 올림픽 유치였다. 그러고 2007년 유치에 실패했다. 올림픽 유치 때문에 사면을 받았는데 실패했으면 사면이 없던 게 되었는가. 그렇지 않다. 그는 입을 싹 씻었다.

현실은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다고 했다. 또 있다! 조양호 유치위원장. 그 역시 1999년 세무 조사에서 탈루 소득 1조895억 원에 추징금 5416억 원이라는, 당시로서는 사상 최고의 탈루액과 추징액을 기록한 인물이다. 그의 형량은? 오타가 아니다. 역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그도 곧 사면 받았다.

이렇게 해서 평창 올림픽 유치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트로이카가 이끌고 있는 것이다. 원래 친하지도 않았지만, 가뜩이나 비리에 예민한 IOC 위원들이기에 이들 트로이카가 IOC 관련 모임에서 환영 받기는 쉽지 않다. 역설적으로 부패는 부패를 멀리 하기 마련이다. '올림픽 정신'이 강조되면 평창은 최우선 탈락 대상이다.

한 사람 더 이야기해야 한다. 바로 강원도지사였던 김진선. 그는 강원도정보다도 올림픽 유치에 매진해 강원도에 '잃어버린 10년'을 선사한 인물이다. 사실 박용성 회장과 이건희 회장은 김 전 지사에게 빚을 졌다. 그가 있었기에 사면 받을 수 있었다. 실제로 박 회장과 이 회장 사면의 총대를 멨던 인물이 바로 그다.

그러면 그는 왜 그렇게 올림픽 유치에 매진했을까. 그에게 올림픽은 도지사 3선 이후 중앙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이었다. 올림픽을 유치한 인물, 국제적 인물로 부상하기를 꿈꿨다. 강원도 사람들이 그랬다. 그가 "용꿈 꾸고 있다"고.

자, 이게 올림픽이다. 올림픽도 썩었고 올림픽 유치도 썩었다. 그들만의 올림픽이다. 개인의 정치적 야욕과 부를 위해 국가의 법질서와 사회 정의마저 무시하고 무너뜨리며 이용해 먹는 것이 올림픽 유치다. 그래서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그랬다. "이건희 (전) 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주장하는 인사 대부분이 '전과자'라는 점도 볼썽 사납다"고.

그 지역 주민들에겐 환상만 심어주고 올림픽으로 인한 부는 자기들이 챙긴다. 온 국민의 혈세를 가지고 정작 재미 보는 사람은 항상 따로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역 주민들은 무엇을 얻는가. 그들에게 주어지는 메뉴는 바로 '뒷감당'이다.


기사입력 2011-02-18 오전 8:25:41 /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올림픽의 저주', 과연 평창을 피해 갈까?"

[정희준의 '어퍼컷'] '평창의 감격' 그 너머엔…

 

 

평창의 2018년 동계 올림픽 유치가 드디어 이루어졌다. 지난 10년간의 열정이 만들어낸 쾌거다. 강원도민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다.

그런데 그 꿈이 현실화될 경우 우리는 예기치 않은 문제와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이제 평창의 감격에서 조금씩 깨어나 앞으로의 일을 고민해야 한다. '동계 올림픽 개최'라는 과제는 냉정한 현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부인하고 싶어도 '메가 이벤트의 저주'는 분명히 존재한다. 많은 사람은, 특히 강원도민은, 지역이 개최하는 대형 이벤트 한 방으로 온 동네가 부자가 될 것으로 착각하지만 현실은 정반대다.

언론을 보니 경제 효과가 21조 원이라는 기사도 있고 65조 원이라는 기사도 눈에 띤다. 이런 경제 효과 수치는 과학이 아니라 신념의 문제다.

주 문하는 쪽에서 원하면 높여줄 수도 있고 낮춰줄 수도 있다. 나한테 세 시간만 주면 100조 원으로도 만들어 줄 수 있다. 200조 원도 가능하다. 하루만 주면. 서울서 개최했던 주요 20개국(G20) 정상 회담의 경제 효과도 24조 원에서 450조 원까지 천차만별이었지 않았나?

그리고 경제 효과라는 게 사실은 벌어들이는 돈이 아니라 써야할 돈이다. 강원도가 경기장 하나 짓느라 3000억 원이 들어가는 경우 어떤 이는 이를 경제 효과라 할 것이다. 그런데 그 돈은 서울의 대형 건설 업체가 먹는 돈이다.

그럼 그 돈은 어디서 나와? 바로 강원도민의 주머니에서, 그리고 국민의 세금에서 나가는 거다.
▲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평창 선정 결과를 공개했다. ⓒAP=연합뉴스

메가 이벤트의 저주

최 각규 전 강원도지사에 의해 기획되고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추진한 평창 동계 올림픽 프로젝트는 그들이 스포츠 애호가라서 시작한 게 아니었다. 한 마디로 말해 '개발 프로젝트'다. 그러나 우리가 뉴타운 사업에서 보았듯 멀쩡히 수십 년을 살아온 지역 주민들을 쫓아내는 발칙한 괴물이 바로 이런 부류의 개발 프로젝트다.

평창 지역은 지난 10여 년 동안 전국에서 땅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이다. 올림픽 유치에 나서면서 유치위원회 관계자와 투기꾼이 이곳 땅을 많이 사들였다는 이야기는 그쪽에서는 다 아는 이야기다. 이제 유치가 확정 됐으니 더 뛸 것이다. 빙상 종목 개최지인 강릉 시내 땅값도 많이 뛸 것이다.

개발이 본격화하면 올림픽 시설물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과 자영업자들은 다른 곳을 알아봐야 한다. 그런데 좀 멀리 알아봐야 할 것이다. 인근 땅값이 다 뛰었을 테니까. 결국 개최지역 주민들에게 적대적인 것이 바로 올림픽과 같은 메가 이벤트다.

더 큰 문제는 경기장과 사회 기반 시설 건설에 쏟아부어야 할 신규 투자 비용과 대회 폐막 후 발생하게 될 유지 관리비다. 신규 투지 비용은 수십조 원의 국비, 도비, 시비를 요구할 것이다. 여기에 추후 발생하는 유지 관리비는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매년 수백억 원을 강제할 것이다.

먼저 준비 과정에서의 문제. 강원도는 올림픽 유치에 성공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문제는 너무 일을 크게 벌렸다는 것이다.

우 선 알펜시아리조트. 알펜시아리조트는 추후 강원도의 미래를 발목 잡을 사업이다. 사실상 폭탄이다. 최문순 도지사도 알펜시아 이야기만 나오면 한숨을 쉰다고 한다. 강원도 역사상 전무후무한 1조4000억 원짜리 프로젝트지만 우리나라에 40억 원짜리 별장을 소유할 만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실속 없이 너무 큰 이벤트를 유치하는 바람에 우리가 감당해야 할 부담은 너무 크다. 인천공항부터 경기장까지 철도를 놓고 춘천에서 속초까지 고속철도를 놓는다고 한다. 적자가 뻔한 사업에 대규모 국고 투입을 하는 것이다. 유치위원회가 계획한 대로 대회를 준비할 경우 경기장과 사회 기반 시설 등에 들어갈 돈은 10조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이다. 참고로 올림픽은 보안 및 안전을 위한 비용에만 2조 원이 필요하다.

이번엔 폐막 이후의 문제. 강릉시는 동계 올림픽 개최를 위해 빙상장만 다섯 개가 필요하다. 폐막 후에는 컨벤션센터, 체육관, 수영장 등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라지만 전환 비용만도 수백억 원이 들 뿐 아니라 인구 20만 명의 강릉시에 과도하게 많고 또 너무 큰 시설들이다. 컨벤션센터도 현재 서울, 부산을 제외하면 모조리 적자다. 대회 폐막 후 강릉시는 매년 200억 원 가까운 유지 관리비가 필요할 것이다.

인천과 전남의 교훈

인천은 지금 2014년 아시안게임 개최를 준비 중이다. 2007년 인천이 개최 도시로 확정됐을 때 온 국민이 환호했다.

그 렇다면 지금의 현실은 어떠한가. 얼마 전 여론조사에서 인천 시민의 80퍼센트가 대회 반납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말이면 인천시의 부채가 10조 원에 달하는 상황인데 민간 투자 유치도 원활치 않고 생각했던 만큼의 국고 지원도 내려오지 않자 개최 분위기가 급냉각된 것이다.

하나 더 있다. 바로 전라남도. 전남은 야심차게 추진했던 F-1 자동차 경주를 2010년에 개최했지만 말 그대로 쪽박을 찼다. 그래서 올해 벌금을 물더라도 대회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지역 사회에서 나오고 있다. 대회 반납에 따르는 벌금이 무려 400억 원. 이런 엄청난 벌금을 물고라도 대회를 포기하자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회를 강행했을 경우 예상되는 손실이 무려 1200억 원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원도의 선택은?

이 제까지 동계 올림픽 개최가 몰고 올 환경 파괴와 지역의 경제적 손실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어왔지만 강원도는 이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지 않아왔다. 물론 이해한다. 강원도와 도민이 지니고 있는 오랜 피해의식이 '한'이 되었고, 그 한이 동계 올림픽 개최에 대한 집착을 가져온 것이다.

사실 이에 대한 올바른 해법은 올림픽이 아니라 국가 균형 발전이다. 그런데 국가 균형 발전이 불가능해지자 강원도는 올림픽을 선택했다. 그러나 올림픽은 강원도를 겉으로는 많이 바꿀 수 있겠지만 깊은 내상을 안길 가능성이 크다. 깊고도 오래 갈 내상을 말이다.

그렇다면 이를 최소화할 방안은 무엇일까.

첫째, 신규 스포츠 시설물 건설을 최소화해야 한다. 짓더라도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 둘째, 이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의 협상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개최가 확정된 상황이니만큼 IOC 위원들의 마음을 사기 위해 준비했던 화려한 계획들을 뒤로 미루고 현실에 맞는 새로운 계획을 짜야 한다. 경기장 규모나 위치, 개·폐막식 등 행사나 부대시설 등은 모두 협상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 끈질기게 협상해야 한다. 셋째, 민간 투자를 최대한 이끌어 내야 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을 생각해 볼 때 가장 큰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은 첫째 조건이다. 1992년 릴리해머 동계 올림픽의 경우 조직위원회는 상당수 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센터를 가건물로 지었다. 그래서 기자와 선수들은 컨테이너박스 같은 곳에서 지냈다. 이는 폐막 후의 경제적 부담과 환경 파괴의 소지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래서 릴리해머 올림픽은 역대 최고의 실속 올림픽, 환경 올림픽으로 꼽히고 있다.

마 지막으로 우리가 버려야 할 버릇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우리는 '크게 놓고 크게 먹자'는 성향이 있다. 올림픽은 '작게' 치러야 한다. 마케팅 하는 사람들은 수익 사업을 해서 비용을 충당하자는 말도 할 것이다. 거기에 속으면 안 된다. 마케팅을 하기 시작하면 살림이 커진다.

몇 푼 벌지도 못한다. 올림픽은 몇 십억, 몇 백억짜리 행사가 아니다. 조 단위의 이벤트다. 몇 십억 벌겠다고 인력과 자원을 투자 하는 것은 바보짓이다. '짠돌이 살림'을 해야 한다. 과장해서 말하면 아무 것도 하지 말아야 한다.

또 하나는 외국인을 칙사 대접하는 버릇이다. 사실 이건 학계에서도 벌어지는 현상이다. 외국인 칙사 대접해봐야 그들의 기분이 조금 좋을까 말까 정도다. 그들은 줄서서 기다리는 것에도 익숙하고 시골스러운 동네도 새롭다고 감탄한다. 그런데 그들 기분 조금 좋으라고 우리가 골병 들 필요는 없다. 잔치는 우리도 좋으라고 하는 것이다.

최고의 실속 올림픽이 되길 바란다. 그래서 대회 때 모두 함께 신나고 대회 폐막 후엔 가뿐하게 뿌듯해하는 강원도민을 보고 싶다.


기사입력 2011-07-07 오후 12:19:44 / 정희준 동아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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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대인, 평창올림픽 환영않는 이유

 

1)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감격하는 많은 분들께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저는 환영하지 않습니다. 대중스포츠에 대한 예산지원은 쥐꼬리만 한 가운데 환경을 파괴하고 토건산업 먹여 살리는 방식으로 동계올림픽 유치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 저는 의문입니다.

 

2) 그 어떤 동계올림픽 개최 국가들보다 더 많은 시설 투자를 해야 하는 평창올림픽은 가뜩이나 막대한 공공부채를 쌓아놓은 중앙정부와 지자체에 막대한 재정 부담을 안기는 반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으로 끝나지 않는 단발성 행사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3) 한국은 개발연대 시절의 대규모 개발 사업이나 행사 유치 등을 통한 '한방 신화'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열망도 그런 환상이 빚어낸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한방'으로 한국경제가 좋아질 거라는 신화는 말 그대로 환상입니다.

 

4) 언론에서 보도하듯 10년 안에 국제대회 그랜드슬램 이뤄낸 최초의 국가라는 표현의 이면을 생각해 보십시오. 우리처럼 대중 스포츠에 대한 저변 확대와 지원에는 인색한 나라가 목숨 걸다시피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에 나서는 나라가 어디 있는지.

 

5) 올림픽의 경제적 효과 들먹이는데, 우리가 이미 월드컵도 개최하고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부산과 인천 아시안게임도, F1그랑프리 대회도 유치했습니다. 모두 엄청난 경제효과를 가진 것처럼 포장됐습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발전하고 서민들 삶이 좋아졌나요?

 

6) 현대경제연구원 등의 보고서 바탕으로 언론에서 떠들어대는 경제효과는 거의 사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보다 겨울스포츠 저변이 넓고 관광지로 훨씬 더 각광받은 밴쿠버 동계올림픽의 경제효과가 최대 3조원 정도로 집계. 그런데 20조~60조원이라뇨?

 

7) 경제효과 20조~60조라고 하는 것에는 세금 투입한 효과가 상당 부분 동계올림픽 개최를 명분으로 경기장과 인천공항부터 인국 몇 만~몇 십만 도시까지 고속철 까는 등 막대한 건설투자. 이런 건설투자는 꼭 동계올림픽이 아니어도 똑같은 효과 발생.

 

8) 동계올림픽을 명분으로 10조원 가까운 건설투자 이뤄질 겁니다. 그런데 거기에 재정 투입되는 동안 문화, 교육, 복지, 과학기술 투자 예산은 상대적으로 위축될 것. 건설대기업과 평창에 투기한 부동산 부자들이야 좋겠지만 여러분의 삶도 좋아질까요?

 

9) 막대한 세금 들여 짓고 난 뒤 남겨진 평창올림픽 시설들 이후 얼마나 활용할까요? 대도시에 지어진 아시안게임과 월드컵 시설도 활용되지 않는데, 동계스포츠가 활성화되지 않은 나라의 중소도시에서 얼마나 활용될까요? 이후 시설운영관리에 들 세금은요?

 

10) 이번 동계올림픽 유치로 강원도에는 많은 재정 투자가 이뤄지겠지만 국가 전체적으로는 결코 효과적인 재정투자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당장은 좋아 보이겠지만 결국 토건족 먹여 살리는 빚잔치로 끝날 가능성 농후합니다.

 

11) 밴쿠버나 휘슬러 가보신 분들 알겠지만 그곳은 동계올림픽 치를 기본 시설 다 돼 있어서 시설투자 비용이 수천억 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동계올림픽 유치한답시고 10조원 가까운 건설투자 해야. 그런데도 밴쿠버 시는 재정적 어려움 겪고 있죠.


12) 동계올림픽 유치한다고 한국경제도 강원도 경제도 구조적으로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명박과 이건희와 건설대기업과 그들의 광고를 받는 언론들과 평창에 선투자한 부동산 부자들은 좋아해도 되지만 평범한 시민들은 빚잔치 좋아할 이유가 없습니다.

 

13) 유치 찬성 이유로 동계스포츠 저변확대를 말씀하시는 분들 계십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비용 10분의 1만 대중스포츠 확대하고 선수들 여건 개선하는데 쓰고, 시민들 스포츠 관람료 낮추는데 지원해보십시오. 동계올림픽 유치보다 더 큰 효과 날 겁니다.

 

14) 이제는 속지 맙시다. 양극화 등 사회경제의 문제는 스포츠행사 한방, 개발 한방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같은 개발신화, 한방신화 벗어나서 사회경제적 토대를 건전하게 하고 우리 아이들의 몸과 마음과 두뇌를 튼튼히 하는데 투자해야 합니다.

 

15) 언론들이 이명박과 이건희를 미화하는 동안 대규모 재정적자 메우느라 이미 간접세인 부가가치세 부담 늘어난 상태에서 저소득층이 주로 소비하는 술, 담배, 패스트푸드 부담금 올리려 합니다. 스포츠쇼비니즘 선동하는 언론에 휩쓸리지 말고 냉철해 지시길요.

 

16) 기득권언론/정치권에서는 우리 아이들 밥 먹이는데 쓰는 700억 원은 시민들 요구와는 상관없이 포퓰리즘이라 비판. 지자체장과 토호세력, 건설대기업과 부동산부자들 먹여 살리는 행사 유치는 절대 포퓰리즘이라고 안 하고 '국민적 지지' 들먹이죠.

 

17) 향후 세금혁명당에서 평창동계올림픽 등 각종 스포츠행사 유치를 통한 예산 집행 실태와 효과 등에 대해 면밀히 감시하고 추적하겠습니다. 취지에 공감하시는 분들의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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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품기 전의 평창 ‘50년간의 인류학적 탐사기’ - `한국의 마을총서’ 시리즈 첫책
서당·점쟁이 사라지고 도시화, 개발될수록 인구수는 감소해, 서낭당 등 전통문화는 그대로

 

강원도 평창이 2018년 겨울올림픽 개최지로 결정됐다. 대회 개막식과 폐회식, 그리고 스키점프와 봅슬레이, 크로스컨트리 경기가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 알펜시아 리조트에서 열릴 예정이다. 알파인 종목들도 같은 용산리에 있는 용평리조트에서 열린다.

 

겨울올림픽이 펼쳐질 두 리조트가 자리잡은 평창군 대관령면 용산리의 50년 전 모습은 어떠했을까? 알펜시아 리조트는 1949년 12월1일 도암초등학교 용산분교로 시작해 2000년 폐교가 된 용산초등학교를 허물고 지었다. 1960년 학교 건물이 완성되기 전에는 귀틀집과 움막집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여기서 6㎞가량 떨어져 있던 용산2리와 14㎞ 떨어져 있던 봉산리 아이들은 학교가 너무 멀어 서당을 다녔다. 아이들은 댕기를 땋고 한복 차림이었다. 학생들은 천자문과 동몽선습을 1년 동안 배우고 중급 과정으로 명심보감, 통감, 소학을 6년 동안 배웠다. 1960년 당시 봉산리 주민의 98%가, 용산2리 주민의 77%가 초등학교를 다닌 적이 없다.

 

 

 

주민들마저 잊어버렸을 오지마을의 50년 전 모습을 한상복 서울대 명예교수(문화인류학)가 생생하게 복원했다. 한 교수가 최근 내놓은 <평창 두메산골 50년>은 당시나 지금이나 오지로 꼽히는 용산2리와 봉산리의 50년 전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정밀하게 대조한 다큐멘터리 같은 책이다. 연구 보고서지만 진귀한 사진과 사람 중심으로 풀어가는 이야기여서 흡입력이 대단하다.

 

지은이는 1959년 겨울 대학 2학년 복학생 시절 두 마을을 처음 찾아 첫 문화인류학 조사를 했다. 당시 이 두 마을을 선정한 것은 이곳이 오대산, 박지산(두타산), 계방산 등 1000m가 넘는 산으로 둘러싸인 오지였기 때문이다. 봉산리는 지금도 비포장도로로 20㎞를 달려야 닿을 수 있는 두메로 강원도가 선정한 대표적 오지 관광지의 하나다. 그는 이듬해인 1960년에는 40여일을 머물며 두 마을의 생활양식을 들여다봤고, 이후 몇 차례 다시 방문해 두 마을의 의식주, 가족의 구성, 신앙과 의례, 교육 등을 조사했다. 그리고 이 결과를 졸업 논문과 석사 논문으로 썼다.

 

»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개회식과 폐회식이 열리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50년 전 대관령면 용산리 용산초등학교를 허물고 지었다. 1960년 새로 지은 용산초등학교 교정에서 학생들이 풀을 뜯고 있는 모습과 알펜시아 리조트 스키 점프대의 모습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사진 한상복·엄상빈 교수 제공

 

스물다섯살 대학생에서 일흔다섯살 노학자가 된 한 교수는 학문 인생의 출발지였던 이곳으로 지난해 다시 들어갔다.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이 우리 이웃들의 생활사를 들여다보자는 의미로 기획한 ‘한국의 마을 총서’ 시리즈 작업에 참여하면서 두 마을을 여러 차례 찾아가 지금의 현실을 정리했다. 한국의 마을 총서 시리즈는 20세기민중생활사연구단이 2002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과거와 자취를 말살하는 반달리즘에 맞서 이를 지키고 증언하겠다는 취지로 준비한 프로젝트로, 첫 권으로 나온 이 책 <평창 두메산골 50년>에 이어 앞으로 경상도의 농촌 마을, 전라도의 평야 마을, 청계천 판자촌 등을 다룬 책들이 계속 출간될 예정이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마을 인구와 학교 학생 등의 통계를 비교하는 것은 물론 마을을 떠난 이들까지 찾아가 수십명을 인터뷰했다. 50년간 마을의 변화에 대한 정량적 접근은 물론이고 마을 사람들의 달라진 생활과 문화를 최대한 담았다. 지역 주민들의 편지와 시 등도 수록돼 산골 마을 주민들의 일상을 볼 수 있는 것도 큰 즐거움이다. 특히 50년 전과 지금을 나란히 비교한 사진들이 압권이다. 50년 전 사진은 한 교수가 직접 찍었고 최근의 사진은 엄상빈 상명대 교수가 찍었다.

 

용산2리와 봉산리, 두 마을은 50년 동안 어떻게 바뀌었을까. 두메산골에 올림픽 경기장이 들어서는 것처럼 두 지역은 상전벽해가 됐다. 역시 드라마틱한 것은 인구수다. 봉산리는 1960년 221명에서 2010년 29명으로, 용산2리는 427명에서 63명으로 줄었다. 50년 전 주민들은 감자와 옥수수를 생계형 농업으로 키웠고 부족한 식재료를 (산나물처럼) 산에서 구했다. 하지만 지금 주민들은 대부분 가구별로 몇만㎡ 규모의 농지에서 고랭지 채소를 재배한다. 그리고 도시 사람들처럼 시장에서 식재료를 사서 먹는다.

 

그러나 여전한 것들도 있다. 특히 전통문화는 그대로다. 공동체 신앙과 의례의 상징인 서낭당은 50년 동안 변하지 않았고, 지금도 두 마을에선 마을의 안녕을 비는 서낭제를 매년 치른다. 지은이는 책에서 “월정사를 통해 용산리로 들어갈 때 마치 어린 연어가 민물을 떠나 바다를 돌아보다 나이를 먹어 고향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회고했다.

 

권은중 기자 detail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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