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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노래 이야기

노찾사-문진오

by Wood-Stock 2010. 1. 14.

세상이 흉할수록 난로같은 노랫말

‘노찾사’ 문진오, 세번째 솔로 앨범
“나에게 소중한 건 노래보다 노랫말, 백번 패하면서 한걸음 가는게 진보”

 

문진오씨, 먼저 고백부터 해야겠네요. 사실 당신의 이름 석 자보다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 출신’이라는 타이틀에 더 눈이 갔습니다. 당신의 음악보다 ‘광야에서’ ‘솔아 솔아 푸르른 솔아’ ‘사계’ 같은 노찾사의 예전 노래들이 더 크게 들렸습니다. 최근에야 비로소 당신의 노래, 당신의 가슴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문득 당신의 얘기가 듣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인터뷰를 청했습니다.

 

당신은 1989년 노찾사 공개 오디션 얘기부터 꺼냈습니다. 2집 발매 뒤 안치환 등이 빠진 공백을 메울 새 멤버를 구한다는 <한겨레신문> 기사를 보고 무작정 지원했다지요? 150명이 몰린 오디션장에서 당신은 노래보다 인터뷰를 잘해서 합격한 것 같다고 했죠. 군대에 다녀와 취업 준비에 힘써야 할 복학생이 “앞으로의 삶을 노래 운동에 바치겠다”고 당차게 말하는 모습을 기특하게 봐준 것 같다고 말이죠.

 

노찾사에 들어간 뒤, 당신은 참 바쁘게 지냈어요. 대학 대동제, 노동자 집회 등 부르는 곳이면 방방곡곡 어디든 갔죠. 한 달에 스무 차례 넘게 공연을 하던 그 시절이 힘은 들었어도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어느새 활동이 잦아든 노찾사가 결성 20돌을 맞은 2004년 다시 기지개를 켤 때도 당신은 기꺼이 달려갔죠. 광우병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와이티엔>(YTN) 낙하산 사장 반대 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모문화제에서 당신은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험해진 세상이 노찾사를 다시 거리로 불러낸 건가요?

 

당신이 ‘햇빛세상’이라는 포크 그룹을 결성했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노찾사에서 서울 구로 지역 노동자들이 모인 ‘산돌 노동자 합창단’으로 파견 나가 노래를 가르친 게 발단이었다지요?

 

1995년 햇빛세상으로 재창단한 이후 3집까지 냈다지요. 프로가 아니어서 음악적 기량은 좀 모자랄지언정 음악에 대한 애정과 진정성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그들과 함께 당신은 올봄 다시 뭉칠 계획이라고 했어요. 오랜만에 햇빛세상 새 앨범을 내고 싶다고도 했죠. 그 앨범, 꼭 들을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당신은 자신의 독집 앨범 얘기를 제일 마지막에 했습니다. 2005년 1집, 2007년 2집에 이어 이번에 발표한 3집 <작고 푸른 점> 얘기를 말이죠. 독집에서는 노찾사의 무게를 덜어내고 개인적이면서도 남들도 공감할 수 있는 얘기를 담고 싶었다고 당신은 말했어요.

 

“친구여 이젠 우리도 나이 들어가나 보다/ 깊어진 두 눈 패인 주름살 흐려진 미소/ …/ 허나 친구여 우리의 젊음은 5월처럼 찬란했지/ 그런 젊음이 있었기에 우리 지금 여기 서 있지 않나/ 그대 가슴을 펴고 크게 한번 웃어줘 젊은 태양처럼/ 그대 그렇게 밝게 웃어준다면 내 삶에도 다시 해가 뜬다네.”

 

 

 

386 세대에게 바치는 타이틀곡 ‘친구여’를 듣고는 식어버린 가슴이 다시 뜨거워졌습니다.

당신은 황규관 시인의 시를 노래한 ‘패배는 나의 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죠. “백번 패배하면서 한걸음 나아가는 게 진보입니다. 지금 상황이 어렵다고 패배주의에 빠져선 안 돼요. 패배하면서 강해져야 한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앨범에 포크, 보사노바, 록 등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는 것 같다는 말에 당신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내 음악의 중심은 노랫말입니다. 노랫말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장르를 고르는 것뿐이죠. 내겐 어떤 스타일의 음악을 할 것인지가 아니라 무슨 말을 할 것인지가 가장 중요해요.”

 

문진오 - 길위의 하루  

 

 

“요즘은 대중음악이 너무 상품 쪽으로만 기울어 사람 사는 얘기를 해 보자는 것 자체가 노래 운동이 된 것 같다”며 “인디 음악인들이 하고 싶은 음악과 얘기를 자유롭게 하는 것 또한 노래 운동”이라고 말하는 당신. “노래 운동 대신 안정적인 직장을 택했다면 지금처럼 행복하진 않았을 것 같다”는 당신. 이제야 노래 운동을 하는 ‘사람’ 문진오를 제대로 알게 된 것 같네요.

당신이 지치지 않고 계속 노래할 수 있도록 곁에서 응원하겠습니다.

 

문진오씨, 새해 우리 다 같이 힘냅시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