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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영화 이야기

대부와 실제 마피아들

by Wood-Stock 2009. 10. 21.

<대부>와 진짜 마피아들

 

  
» 마리오 푸조의 소설을 영화화한 <대부>의 주인공 비토 콜레오네로 분한 말론 브랜도.
 
 
영화 <대부>(1972·프랜시스 코폴라 감독)는 미국 영화 사상 최대 걸작의 하나로 꼽히는 만큼 대중문화에 미친 영향은 크다.

첫째, 이 영화는 갱스터 영화나 범죄 영화의 새로운 문법을 썼다. 기존의 갱 영화나 범죄 영화가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그저 잔인하게 묘사하거나 범죄자의 측면에서만 접근했다. 반면, <대부>는 그들을 인간적 측면에서 조명했다. 말론 브랜도가 분한 주인공 돈 콜레오네는 마피아 조직원들에게는 권위있는 ‘절대군주’이다. 그러나 그는 가족들과의 일상에서는 자상한 가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는 어둠침침한 사무실에서 턱시도어를 입고 조직원들로부터 손에 키스를 받으며 충성을 맹세받는 마피아 보스이다. 하지만 집에서는 허름한 셔츠를 입은채 손자들과 놀고 퇴근길에 가족들의 먹을 것을 사가려고 식료품점에 들르는 생활인일뿐이다.

 

<대부>는 마피아의 이런 인간적 측면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그들을 심지어 ‘명예의 사람’들로까지 장중하게 묘사했다. 이 때문에 <대부>가 마피아 등 조직범죄를 미화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않다. <대부>가 조직범죄자들을 인간적 측면에서 접근하고 미화에 가깝게 묘사하게 된 것은 이후 갱스터영화의 한 문법이 되기도 한다.

 

<대부>의 중심 플롯은 주인공 비토 콜레오네가 신흥 마피아인 숄로조의 마약사업 동업 제안을 거부하자, 그로부터 암살을 당하는 것이다. 막내 아들인 마이클은 이를 복수하고 새로운 대부로 오른다. 콜레오네는 마약은 흑인들이나 애용하는 물건으로 자신들의 선량한 이웃들이 사용해서는 안되는 ‘더러운 사업’이라며 거절한다. 이 대목은 마피아가 나름대로 도덕적 잣대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비추어지게 한다.


하지만 이는 진실과 한참 먼 대목이다. 마피아들은 마약사업에 언제나 깊숙히 개입했다. 한때 마약사업을 중단을 공공연히 밝힌 적은 있으나, 이는 어디까지나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현실적 선택일뿐이었다. 미국은 1956년 강력한 마약통제법을 통과시켜, 마약사범의 형량을 강화했다. 초범에게는 5년, 재범에게는 10년, 3번째 범죄면 무려 40년이나 징역형을 의무적으로 부과하게 했다. 가석방, 보석, 집행유예도 없애버렸다. 체포된 마약사범들이 공모자들의 범죄에 대해 증언하면, 형량을 낮춰주는 제도도 강화했다. 마피아의 불문율인 ‘침묵의 법칙’도 위태롭게 됐다. 이에 미국 마피아들은 마약거래를 하지않겠다는 선언을 잇따라 낸 바 있다.

 

 

» <대부>의 주인공 비코 콜레오네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카를로 감비노. 왼쪽 두 사진은 젊은 시절 찍은 수사기관의 자료사진.

오른쪽은 그가 죽기 직전의 모습.

» 찰스 럭키 루치아노. 미국 마피아를 본격적으로 성장시킨 인물. 구세대 마피아 세대를 척결한 그는 마피아를 기업형으로 성장시킨 인물이다.

 

 

어쨌든 <대부>는 1940~50년대 미국 마피아들의 실제 상황에 바탕해 만든 소설이자 영화이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주인공인 돈 콜레오네의 실제 모델이 누구냐이다. 주인공으로는 마피아 역사상 가장 교활한 두목으로 평가되는 카를로 감비노가 꼽힌다. <대부>의 콜레오네는 점잖고 신의있게 묘사된다. 감비노는 ‘교활’하다는 평가처럼 그런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그가 뉴욕의 지하세계를 석권해 최강자 마피아에 오른 지략과 능력은 영화에서 묘사되는 콜레오네와 유사하다.

1940년대 뉴욕 지하세계의 다섯개 패밀리 마피아는 패권을 잡기 위해 이합집산과 이전투구를 거듭하고 있었다. 당시 최강자였던 전설적인 마피아 보스 찰스 럭키 루치아노가 당국의 추적을 피해 이탈리아 시실리로 사실상 ‘망명’ 중이었다. 그 공백을 메우려는 다툼은 더욱 치열했다.

 

루치아노의 조직은 프랭크 코스텔로가 대신 관리중이었다. 그는 대외 교섭과 기능적인 조직 관리 능력은 뛰어났다. 그러나 조직범죄의 생명인 ‘폭력’이 부족했다. 그 자신뿐만 아니라 조직원들도 완력와 배짱이 부족했다. 이에 망가노 패밀리의 보스인 앨버트 아나스타시와 동맹을 맺었다. 카를로 감비노는 그 망가노 패밀리에서 아나스타시 밑에서 부두목을 하고 있었다.

 

 

이들의 경쟁자가 비토 지노베세이다. 1957년 지노베세는 뉴욕 지하세계의 패자인 코스텔로-아나스타시 동맹을 와해시키지 위해 코스텔로를 저격한다. 그가 보낸 저격수는 아파트로 들어가는 코스텔로를 저격했으나, 총알은 그의 머리를 스쳐만갔다. 저격이 실패했다는 소식을 들은 지노베세는 코스텔로가 아나스타시를 시켜 자기에게 보복할 것임을 짐작하고, 아예 아나스타시를 없애버린다. 그는 2명의 암살자를 보내, 이발소에서 느긋하게 이발을 하던 아나스타시를 암살한다. 이 암살자가 바로 감비노였다. 감비노는 자신의 보스를 배반한 것이다.

 

아나스타시가 제거되자, 코스텔로도 자신을 뒷받침해줄 무력이 부족함을 깨닫고 은퇴를 선언한다. 지노베세는 뉴욕 마피아의 최강자로 오르고, 감비노도 망가노 패밀리의 보스로 등극한다.

 

문제는 지노베세가 감비노를 너무 얕봤다는 것이다. 감비노는 은퇴한 코스텔로와 다시 화해했을뿐만 아니라 전 보스인 루치아노, 또 루치아노와 함께 전국 범죄조직은 만든 메이어 랜스키에도 접근했다. 이들 모두는 지노베세가 마피아의 패권을 잡는 꼴을 두고 보지 못했다. 지노베세는 감비노가 자기 편에 있는한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이는 치명적인 패착이었다.

 

   

위로부터 프랭크 코스텔로, 비노 지노베세, 앨버트 아나스타시. 이들은 카를로 감비노와 함께 럭키 루치아노 이후 마피아 세계의 패권을 놓고 각축을 벌이다 결국 루치아노에게 패권을 내줬다.

지노베세가 코스텔로를 암살하려다 실패하자, 보복이 두려워 코스텔로의 동맹자인 아나스타시를 살해한 현장인 이발소. 아나스타시 살해는 그의 부하인 감비노가 감행했다. 이 사건으로 감비노는 마피아 세계의 권력을 틀어질 기반을 닦는다.

구세페 마세리아

④ 벅시 시걸. 영화 <벅시>의 실제 주인공인 그는 루치아노, 자노베세, 아나스타시와 함께 구세대 마피아의 대부 마세리아를 암살해, 마피아의 새로운 시대를 연다.

 

 

<대부>에서처럼 사건은 마약거래에서 불거졌다. 지노베세는 마약거래에 가장 깊숙히 개입한 마피아였다. 감비노를 비롯해 코스텔로 등 4명의 마피아 보스들은 음모를 꾸몄다. 그들은 푸에리토리코의 마약거래상에게 10만달러를 주는 한편 협박해 지노베세를 물고 늘어지게 했다. 즉 수사당국에 협조하란 것이었다. 이 공작으로 지노베세는 수사당국에 의해 검거돼 제거된다. 1959년 지노베세는 마약거래 혐의로 15년을 선고받았다. 그는 수감 10년째 사망했다.

 

루치아노는 망명중이었고, 코스텔로는 세금횡령으로 수사당국에 의해 묶여있어, 뉴욕의 지하세계는 감비노의 수중으로 떨어졌다. 이후 감비노는 롱아일랜드에서 <대부>의 콜레오네가 살던 요새같은 대저택에서 살다가 76살 심장마비로 사망한다.

 

<대부>의 또 다른 백미는 알 파치노가 분한 마이클이 아버지의 저격을 복수하기 위해 숄로조와 그의 후견인인 경찰간부를 식당에서 죽이고, 새로운 대부로 떠오르는 대목이다. 이 대목도 미국 마피아 역사에서 벌어졌던 한 장면을 원용한 것이다.

 

1920년대 미국 뉴욕의 마피아는 신구세대 갈등에 휩싸이고 있었다. 신세대 마피아들은 시실리 출신의 구세대 마피아들이 시대에 뒤떨어진 조직운용을 하고 있다는 불만에 차있었다. 즉 자신들을 부자로 만들어준 주변 사람들에게 행패만 부리고 있다는 불만이었다. 그 대표적인 구세대 마피아가 구세페 마세리아이다. 그는 뉴욕의 지하세계를 장악하고 있었다. 마세리아의 2인자가 찰스 럭키 루치아노였다. 그는 마세리아 밑에 있었으나, 비합리적인 구세대 마피아들을 제거하려는 각 마피아 패밀리의 신세대들과 은밀한 연대를 구축했다.

 

1931년 4월15일 루치아노는 뉴욕 코니아일랜드의 한 식당으로 마세리아를 초대했다. 두 사람은 식사를 즐기고, 카드게임에 들어갔다. 오후 3시30분께 루치아노는 화장실에 가겠다고 양해를 구했다. 영화에서 마이클은 돌아와 총을 난사하지만, 루치아노는 다시 나타나지 않고 화장실에서 총성을 기다렸다. 총을 든 4명의 괴한이 난입해, 마세리아에게 난사했다. 그 암살자들은 비토 지노베세, 앨버트 아나스타시아, 벅시 시걸, 조 아도니스였다.

 

지노베세와 아나스타시는 앞서 본 것처럼 20년 뒤 뉴욕의 지하세계 패권을 놓고 일전을 벌였다. 벅시 시걸은 영화 <벅시>에서 나온 것 처럼 라스베이거스를 건설한 마피아이다. 이 사건으로 지노베세는 이탈리아로 도망가 있었다. 그는 2차대전이 일어나자, 이탈리아로 진군한 미군의 정보당국을 도와 암시장 단속에 공을 세워 사면을 받는 한편 암시장의 이권을 장악하기도 한다. <대부>에서 마이클도 아버지의 복수를 한 뒤 이탈리아로 피신한다.

 

<대부>에서 마이클은 대부에 오른 뒤 조직을 확대하기 위해 그는 조직을 뉴욕에서 아리조나로 옮긴다. 이는 1960년대 뉴욕의 유명한 마피아 보스인 조지프 보낸노가 아리조나가 회사를 차리고 서부 지역으로 영역을 확대한 것을 원용한 대목이다. 그는 카스트로 혁명 전 쿠바의 카지노 사업에 엄청나게 투자한다. <대부Ⅱ>에서도 마이클은 쿠바의 도박산업에 투자했다가 혁명이 일어나자 서둘러 철수하는 장면이 나온다.

 

미국의 전통적인 시실리계 마피아는 앞서 언급한 강력한 마약단속법에다가 쿠바혁명으로 과거의 영화를 상실하게 된다. 국내에서 마피아에 대한 단속이 엄해진데다, 새로운 근거지였던 쿠바를 상실함으로써 설자리가 없게지게 된 것이다.

 

정의길 기자 Egil@hani.co.kr

(*이 기사는 네티즌, 전문가, 기자가 참여한 <블로그> 기사로 한겨레의 입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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