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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문화예술 관련글

스타는 미쳤다...

by Wood-Stock 2009. 4. 7.
슈퍼스타의 필수조건 ‘경계성 성격장애’?  

약물중독·자해행위·우울증 겪던 유명인 30여명의 삶 분석해보기
이들에게 장애는 곧 매력이었다
  허미경 기자 

»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다이애나 왕세자비·마이클 잭슨·메릴린 먼로·빌리 홀리데이·커트 코베인·짐 모리슨·엘비스 프레슬리·재니스 조플린.
<스타는 미쳤다>
보르빈 반델로 지음·엄양선 옮김/지안·1만5000원

 

스타는 미쳤다? 대중의 입맛을 자극하려는 듯 사뭇 도발적인 제목으로 들이대는 이 책의 원제는 ‘유명인들’을 뜻하는 ‘셀러브리티스’이다.

 

짐 모리슨, 커트 코베인, 재니스 조플린, 메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다이애나 왕세자비…. 이들의 공통점은 특별한 재능과 대중을 열광케 하는 마력으로 이른바 ‘슈퍼스타’가 된 이들이다. 이들의 또다른 공통점은 이들이 ‘성격장애’를 앓았고 그로 인해 고통 속에 살다 자살과 타살이 불분명한 죽음을 맞았다는 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전설적 록밴드 도어스의 짐 모리슨과 1960년대 록 무대를 뒤흔들었던 ‘히피의 여신’ 재니스 조플린. 둘은 모두 27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숨졌다. 록밴드 너바나의 커트 코베인 역시 27살에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했다. 메릴린 먼로는 사회공포증을 달래다 수면제 과다복용으로 숨졌고, 다이애나 왕세자비는 섭식장애와 추적망상, 자해 충동에 시달렸다. 이들은 모두 ‘경계성 성격장애’(=정서불안 성격장애)를 지녔던 스타들이다.

 

우울증·불안증 같은 심리질환이 대개 일시적이며 적당한 처치로 호전될 수 있는 반면, 성격장애는 일생 동안 지속되는 장기적 특징을 보인다. 이 중 가장 심각한 질환이 경계성 성격장애다. 자해행위도 서슴지 않을 만큼 자기파괴적이며, 감정 기복이 심하고 공허감과 혐오감, 권태감에 시달린다. 삶에 집착이 없어서, 살아남는 일에 정상인처럼 조급해 하지 않는다. 철로에 앉아 있기, 차가 다니는 도로를 건너기, 다리 난간에 올라가 균형잡기 등 위험도 높은 행동이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 〈스타는 미쳤다〉
<스타는 미쳤다>는 이 슈퍼스타 30여명의 삶을 성격장애라는 분석틀로 들여다보는 책이다. 이 책은 그러나 단순히 호사가들에게 대중스타들에 대한 뒷얘깃거리를 제공하려는 책이 아니다. 그들의 화려한 성취와 뛰어난 재능 뒤에 숨은 비극적 삶과 죽음을 분석함으로써, 성격장애와 매력, 곧 스타성의 상관관계에 대한 리포트를 제출하고 있다.

 

정신장애 분야의 세계적 학자이자 현재 독일 괴팅겐의대 정신과 전문의인 지은이 보르빈 반델로가 보기에, 성격장애의 배후에는 인체의 ‘보상시스템’이 놓여 있다. 뇌 속에서 작동하는 이 시스템은 말하자면 인체의 생존과 번식을 위한 장치다. 이 시스템은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자연산 마약이자 행복호르몬인 엔도르핀(내부의 모르핀이라는 뜻)과 도파민에 의해 작동된다. 엔도르핀의 임무는 보상시스템을 작동시켜 위기상황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을 높이는 데 있다. 예컨대, 사람이 섹스나 음식물 형태로 보상을 받으면 뇌 속에서 엔도르핀과 도파민이 분비되어 신경계가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다. 섹스가 강한 행복감을 주지 않는다면 껴안고 뒹구는 수고를 그리 자주 않을 것이고, 허기를 채우고도 만족감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배고플 때 먹는 일을 쉽게 잊을 터이다.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건 단지 돈을 벌기 위한 게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분비되는 행복호르몬을 얻기 위한 것이다.” 뇌의 보상시스템을 면밀히 살펴보면 예술 창작의 기쁨(행복)과 성격장애(심리장애)의 연관관계도 분명해진다고 지은이는 말한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앓는 이들은 ‘보상’이 미뤄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끊임없이 행복감을 얻으려고 하는 것이다. 이 장애를 지닌 이들이 치명적 마약에 취약한 이유도 거기 있다.

 

경계성 성격장애 환자들에게는 보상시스템과 처벌시스템이 과도하게 나타난다. 음식을 먹어 생긴 만족감을 구토를 통해 없던 일로 만드는가 하면(거식증), 섹스 쾌락을 느낀 뒤에는 의도적으로 외로움을 타는 방법으로 속죄한다. 이들은 즉시 충족되지 않으면 금세 좌절하고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이들에게 최고의 행복감에 도달하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뇌의 자연스러운 작동을 통한 엔도르핀 분비가 아니라, 마약을 혈관에 직접 주입하는 것이다.

 

지은이가 보기에, 이 스타들의 매력과 성격장애는 깊은 연관이 있다. 예술적 성취와 행복감을 얻기 위해서, 절망과 불안, 자기파괴 충동과 싸우며 피나는 노력을 하는 것이다. “(슈퍼)스타는 심리적 장애에도 불구하고, 아니 바로 그런 장애 때문에 뛰어난 아티스트가 된 것이다.” 경계성 성격장애의 긍정적 힘이다. 역으로, 더 많은 스타와 예술가들에겐 예술적 성취와 사회적 인정이 더 강력한 효과를 내는 현실적인 마약이 되는 것이다.

 

대중은 자신들과 정반대로 분열적이고 격정적인 그들에게, 바로 그 때문에 열광한다. 고통 속에 핀 장밋빗 인생에 대한 열광. 자신들에겐 금지된 환상의 대리만족인 것이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기사등록 : 2009-04-03 오후 07:56:50 / 기사수정 : 2009-04-05 오후 12: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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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는 미쳤다 …보르빈 반델로 | 지안  

 

[책과 삶]성격장애가 스타를 만든다?

 

ㆍ감정조절 불능·충동적인 행동 성향
ㆍ경쟁은 자극제…추진력이 되기도
ㆍ슈퍼스타 30인 심리 흥미롭게 접근

 

대중의 갈채와 환호작약을 먹고 사는 스타들에게는 화려한 조명이나 명성과는 달리 기구한 삶과 자살이 유독 어른거린다. 이들의 이면을 훔쳐보면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보는 것이 외려 어렵다. 대부분 약물·알코올 중독, 우울증, 불안증세에 시달리거나 섹스 스캔들, 폭력, 낭비벽 같은 기행으로 언론을 장식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는 세태다.

실제로 미국 심리학자 아널드 루드빅의 연구에서 이 같은 현상이 입증된다. 루드빅은 각 예술 분야를 대표하는 유명인 1000여명의 전기를 정신병적 관점에서 들여다봤다. 그는 성격장애 문제에 관한 한 가수, 배우 같은 공연예술 종사자의 숫자가 단연 앞선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특히 음악가들에게서는 술, 마약 문제가 가장 많이 나타났지만 우울증, 자살충동, 성적 장애, 연기 중독도 대부분 관찰됐다. 시인과 소설가들의 3분의 1에서 성격 장애가 나타났다는 영국 심리학자 펠릭스 포스트의 분석보고서도 부쩍 눈길이 간다.

음악가나 배우처럼 자신의 성공을 무대에서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계통의 예술가들이 작곡가나 작가처럼 창작의 열매를 오랫동안 기다려야 하는 예술가들에 비해 ‘경계성 성격장애’ 증상이 훨씬 더 많다는 점도 이채롭다.


독일 정신병리학자인 보르빈 반델로 괴팅겐 의대 교수는 심리적 질환과 성격장애가 스타나 탁월한 예술가로 성장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는 역설적인 분석을 내놓았다. 약간 과장하면 스타를 만든 것은 성격장애였다는 논리가 가능하다. 천재에게서 광기가 발견되는 것과 흡사하다. 스타와 성격장애가 인과관계는 아닐지라도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고 보면 마이클 잭슨,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 로비 윌리엄스, 휘트니 휴스턴, 에디트 피아프, 지미 헨드릭스에서부터 심지어 다이애나 왕세자비에 이르기까지 하나같이 반델로가 제시한 공통분모가 발견된다.

불안증세 분야에서 선구적인 업적을 쌓아온 반델로는 <스타는 미쳤다>(원제 Celebrities)에서 30여 슈퍼스타들의 빼어난 예술성 뒤에 가려져 있는 비극적 인생을 정신의학적으로 해부했다.

세계적인 가수 잭슨은 ‘경계성 성격장애’의 기준을 완벽하게 충족시키는 스타다. 잭슨은 극단적인 자아도취, 파트너 관계의 문제, 자기 비판력 부족, 신체 감각 장애, 중독증, 강박증 등 온갖 증후군을 고루 지녔다. J M 베리의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피터 팬처럼 어른이 되지 않으려 했을 뿐만 아니라 소아애호증이라는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기도 하다.
먼로도 전설적인 성공을 거두었지만 언제나 불행이란 단어와 씨름해야 했다. 먼로의 어린 시절은 트라우마의 연속이었다. 다른 스타들도 대개 문제 많은 유년기를 보낸 것이 특징적으로 드러난다. 그는 죽을 때까지 여러 심리치료사에게 많으면 일주일에 다섯 번까지 치료를 받았다. 성공을 위해서라면 일흔이 다 된 제작자와 잠자리를 갖는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놀라운 것은 많은 창조적인 예술가들이 너무 젊은 나이에 죽는다는 사실이다. 이는 ‘경계성 성격장애’가 20세에서 30세 사이에 가장 활발하게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추정한다.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의 분류법에 따르면 성격장애는 세 개의 상위그룹과 아홉 개의 세부군으로 나뉜다. 상위그룹은 ‘불안장애’ ‘괴상하고 엉뚱한 장애’ ‘극적·감정적·변덕스러운 장애’가 그것이다. ‘불안 장애’에는 ‘불안-기피성’ ‘강박성’ 성격장애가 있다. ‘괴벽, 엉뚱한 성격장애’는 ‘편집성’ ‘분열성’ ‘분열증 유형’으로 세분한다. ‘극적, 감정적, 변덕스러운 장애’에는 나르시시즘으로 불리는 자아도취성, 연극성, 일명 사이코패스인 반사회성, 경계성 성격장애 등 네 가지가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성격장애는 대부분 ‘경계성 성격장애’다. 이는 가장 심각하고 치료하기 힘든 증상인 데다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불안정한 대인관계, 감정조절 불능, 충동적인 행동 성향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경계성 성격장애자 열 명 가운데 한 사람 꼴로 자살을 선택한다. 저자는 음악 비즈니스가 주먹다짐까지 벌여야 하는 무자비한 사업이어서 경쟁자의 목에 잔인한 무기를 들이대야 할 때도 있음을 지적한다. 이런 ‘범죄적 에너지’는 강인한 자아도취적 동기부여에서 얻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스타들이 별난 행동을 벌이면서 열정을 발산하는 것은 금지된 환상의 대리만족을 요구하는 대중 때문이라고 지은이는 분석한다. 스타들은 ‘성취감이란 이름의 마약’을 마시며 자란다. ‘경계성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들은 늘 버림받는 것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다. 불안증은 삶의 질을 심각하게 떨어뜨리기도 하지만 극단적인 경쟁에서 스스로를 다그쳐 추진력을 제공해 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지은이는 예술과 심리적 질병을 연관지어 살펴보는 게 스타나 예술인들의 명예를 실추시키려는 의도가 아니라 심리적 문제 때문에 탁월한 예술가가 된다는 점을 보여주려 한다.

쉽지 않은 주제인 정신분석을 다루지만 글의 전개는 더없이 흥미만점이다. 낯익은 스타들의 정신적 이면을 조곤조곤 풀어나가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대중친화적이고 감칠맛 나는 글쓰기로 인해 책을 들추면 중도에 놓기 쉽지 않다. 엄양선 옮김. 1만5000원

<김학순 선임기자 hskim@kyunghyang.com>

입력 : 2009-04-03 17:37:14수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