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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 & Culture/노래 이야기

자선 음악공연 - We're the World

by Wood-Stock 2011. 3. 27.

빈곤·지진보다 강한 ‘위 아 더 월드’의 힘 - 희망 메시지 전해온 자선 음악공연

 

71년 방글라 돕기 시작부터 작년 아이티 지원 공연까지
최고의 팝스타 대거 참여…“음악은 최고의 재난 치유제”

 

지난 (2011.3월)18일 저녁 서울 홍대 앞 브이홀에서는 김창완밴드, 크라잉넛, 장기하 등 20팀에 이르는 음악인들이 여섯 시간 동안 릴레이 공연을 펼쳤다. ‘와이 온 어스’라는 제목으로 펼쳐진 일본 지진 피해자 돕기 자선공연에 500여 관객들이 마음을 모았다.

 

주최쪽이 전액 기부하기로 한 입장료(1인당 1만5000원) 수입을 모두 합치면 1천만원에 못 미친다. 배용준 등 스타들이 많게는 10억원까지 낸 데 견주면 턱없이 적은 금액이다. 하지만 많은 음악인들이 한마음으로 뜻을 모아 재능을 기부했다는 사실에는, 돈의 액수를 넘어서는 큰 울림이 있다. 특히 고통의 당사자인 일본인들에게는 그 울림이 더 크게 전달된다. 김창완밴드의 일본인 기타리스트 하세가와 요헤이는 “자선공연 소식이 인터넷으로 일본에도 알려졌는데, 많은 일본인들이 감동하고 있다”며 “센다이의 한 일본인은 트위터를 통해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해달라’고 부탁까지 했다”고 전했다.

 

엄청난 재난 앞에 무력한 인간의 고통에 공감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파하는 자선공연의 역사는 깊다. 그 효시는 1971년 8월1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방글라데시를 위한 콘서트’.

 

벵골족 출신의 시타르 연주자 라비 샹카르는 방글라데시 독립 전쟁과 사상 최악의 태풍으로 수십만명이 숨지고 수십만의 난민이 기아와 질병에 허덕이던 방글라데시를 돕고자 친구인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과 손을 잡고 행동에 나섰다. 둘은 각각 ‘조이 방글라’와 ‘방글라데시’라는 싱글을 발표하고 공연을 준비했다. 이 무대에는 비틀스의 링고 스타, 밥 딜런, 에릭 클랩턴 등이 참가해 힘을 실어줬다.

 

 

역사적 이정표는 84년에 다시 한번 세워졌다. 당시 영국 <비비시>(BBC)가 전한 아프리카 에티오피아 기아 참상은 서구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굶주린 아이들을 보고 충격을 받은 영국 펑크록 밴드 붐타운 래츠의 리더 밥 겔도프는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들떠 있는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담은 노래 ‘두 데이 노 이츠 크리스마스?’(그들도 크리스마스라는 걸 알까요?)를 만들었다.

 

 

그리고 동료 음악인들을 설득해 ‘밴드 에이드’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해 이 노래를 녹음했다. 유명 반창고 상표에서 따온 ‘밴드 에이드’는 음악 밴드로 도움을 준다는 뜻도 담은 중의적 이름이었다. 여기에는 필 콜린스, 컬처 클럽, 듀란 듀란, 조지 마이클, 스팅, 유투, 폴 영 등 당대 영국 최고 가수 40여명이 참여했다. 이 노래는 곧바로 영국 싱글 차트 1위에 올랐고, 300만장 넘게 팔리며 그때까지 영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싱글로 기록됐다.

 

 

이에 자극받은 미국 음악인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마이클 잭슨, 라이어넬 리치, 퀸시 존스 등은 85년 초 ‘유에스에이 포 아프리카’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이는 ‘아프리카를 돕는 미국’(United States of America For Africa)으로 읽히기도 했지만, 실은 ‘아프리카를 돕는 예술가 연합’(United Support Of Artists For Africa)이라는 뜻이었다. 레이 찰스, 스티비 원더, 케니 로저스, 빌리 조엘, 밥 딜런, 브루스 스프링스틴 등 이름만으로도 무게감이 넘치는 음악인 50여명이 모였다. 이들이 내놓은 싱글 ‘위 아 더 월드’는 역사상 가장 빨리 팔려나간 음반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결국 2000만장이 넘는 기록적 판매고를 올렸다.

 

 We're the World

 

 Tears are not Enough

 

도움의 물결은 캐나다로도 이어져 브라이언 애덤스 등 캐나다 음악인들이 ‘티어스 아 낫 이너프’라는 싱글을 발표하기도 했다. 로니 제임스 디오를 주축으로 모인 헤비메탈 음악인들은 ‘히어 앤 에이드’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결성하고 ‘스타스’라는 싱글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도켄, 주다스 프리스트, 아이언 메이든, 잉베이 말름스틴, 콰이어트 라이엇 등 쟁쟁한 헤비메탈 밴드들이 동참했다.

 

 Stars - Here and Aid

 

* 1985년 7월13일 영국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라이브 에이드’ 모습

 

이런 흐름은 85년 7월13일 역사적인 대규모 자선공연 ‘라이브 에이드’로 이어졌다. 영국 런던과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동시에 열린 이 무대에는 밥 겔도프, 엘비스 코스텔로, 비비 킹, 스팅, 유투, 엘턴 존, 조지 마이클 등 내로라하는 별들이 모두 참가해 16시간 동안 노래했다. 이 공연은 140개 나라 20억 시청자가 지켜본 것으로 추산된다. 밴드 에이드와 라이브 에이드를 주도한 밥 겔도프는 86년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다. 영국 황실은 그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했다.

 

 Led Zeppelin - Live Aid

 

 Mick Jagger & Tina Turner - Live Aid

 

라이브 에이드를 경험한 미국 음악인들은 그해 어려움에 빠진 농민들을 돕기 위한 자선공연 ‘팜 에이드’를 기획했다. 여기엔 밥 딜런, 닐 영, 윌리 넬슨 등이 주도적으로 참여했고, 이후 이는 연례행사로 자리잡았다.

 

 Farm Aid 1985

 

대규모 자선공연 전통은 2005년 아프리카 빈곤 퇴치를 위한 공연 ‘라이브 8’, 2008년 지구온난화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공연 ‘라이브 어스’ 등으로 이어졌다.

 

 Live Earth

 

지난해 1월에는 아이티 지진 피해자를 위한 자선공연 ‘호프 포 아이티 나우’가 미국과 영국에서 동시에 열렸다. 아이티 출신 음악인 와이클레프 장과 할리우드 배우 조지 클루니가 주도한 이 행사에는 얼리셔 키스, 콜드플레이, 마돈나, 비욘세, 스티비 원더, 유투, 제이지 등이 참여해 순식간에 5800만달러(660억원)를 모았다.

 

» 2010년 1월 ‘호프 포 아이티 나우’에서 노래하는 마돈나

 

 

김작가 대중음악 평론가는 “이런 사례들은, 백 마디 말보다도 한 곡의 음악이 주는 힘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준다”며 “특히 한 명보다는 열 명, 열 명보다는 백 명이 모였을 때 숫자 이상의 시너지를 내는 게 바로 음악이 가진 저력인 것 같다”고 말했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