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eatles LP 1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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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러가지 문제로 인하여 [Let it be]가 70년 5월에 발표되어 Final Album이 되었으나, [Abbey Road]가 실질적인 Beatles의 최후 작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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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다. 새로운 비틀즈, 새로운 클래식
[김작가의 음담악담] 22년을 기다린 '바로 그' 리마스터
기사입력 2009-09-10 오전 8:55:14
리버풀을 찾는 여행자는 딱 둘 중 하나라고 봐도 좋다. 리버풀 FC의 팬이거나, 비틀즈의 열렬한 팬이거나. 그러다보니 비틀즈 투어라는 게 따로 존재한다. 리버풀 시내의 매튜 스트리트에 있는 캐번 클럽에서 초기 비틀즈가 공연했던 흔적을 찾는 걸 비롯해서, 머지 강가에 있는 비틀즈 박물관도 들르고, 교외로 나가 페니 레인과 스트로베리 필즈 등을 돌아보는 코스가 있다. 폴 매카트니와 존 레넌의 생가를 둘러 보는 코스도 있다.
▲비틀즈, 새로운 클래식. ⓒApple Corps Ltd. |
2009년 7월. 스트로베리 필즈, 리버풀
하지만 투어 상품을 사지는 않았다. 어느 여행이든지, 투어를 하게 되면 그건 '나만의 여행'이 아니게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직접 발품을 팔며 좀 헤매기도 해야 여행답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버스를 탔다. 시내버스 중 딱 한 노선이 스트로베리 필즈로 간다고 했다. 좁디 좁은, 그래서 걸어서 20분이면 가로지를 수 있는 시내에 비해 존 레넌이 어린 시절을 보낸 동네는 한참이나 가야했다. 어느 한적한 길에 이르러, 운전 기사가 여기서 내리라고 했다. 나와 어떤 중년의 백인 여성, 단 둘이 그곳에서 내렸다. 여기가 그 유명한 비틀즈의 명소란 말인가 싶을 정도로, 동네는 고요했다. 비틀즈 기념품을 파는 가게는 고사하고, 생수 한 병 살 수 있는 가게조차 없었다. 함께 내린 아주머니 역시 관광객임에 분명했다. 물었다. "스트로베리로 가시나요?" 아주머니는 그렇다며, 하지만 정확히 스트로베리가 어딘지는 모른다고 했다. 나는 복사해온 지도를 펼치며 이리로 가면 된다고, 반갑게 말했다. 아주머니의 얼굴에서 낯선 곳에 갓 도착한 여행자의 얼굴에 나타나기 마련인, 약간의 두려움이 가신 건 바로 그 때였다.
버스 정류장에서 역방향으로 20미터쯤을 걸어가 좌회전 했다. 좁은 오르막 길이 나왔다. 그 길을 약 100미터 쯤 올랐다. 오른쪽을 봤다. 화강암 석주와 초록색 대문. 그 안에 나무와 풀이 아무렇게나 우거진 빈 뜰이 놓여 있었다. 왼쪽 석주에 씌여 있었다. 'Strawberry Fields'. 비틀즈의 <Magical Mystery Tour>에 담긴 'Strawberry Fields Forever'의 모델이 된 바로 그 장소다. 비틀즈의 흔적이 묻어 있는 수많은 장소 중 이곳에 가장 먼저 온 이유도 'Strawberry Fields Forever'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1967년 1월 폴 메카트니가 만든 'Penny Lane'과 함께 싱글로 발매되었다가 그 후 <Magical Mystery Tour>미국 발매반에 다시 실렸다. 존 레넌이 이 노래를 만들었을 당시, 그는 매우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럴만도 했다. 첫 아내 신시아와의 결혼은 파경을 맞았다. 그 유명한 "비틀즈는 예수보다 위대하다"는 발언 때문에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심지어 미국에서는 골수 기독교 신자들이 비틀즈의 모든 음반을 쌓아놓고 불태우는 분서갱유까지 벌였다.
비틀즈라는 명성은 아무에게나 속마음을 드러낼 자유를 빼앗아간지 오래였다. 그가 도피할 곳은 어린 시절 밖에 없었다. 리버풀 교외에서 미미 이모 내외와 살면서 엘비스 프레슬리, 척 베리에 열광하던 꼬마 시절. 그 때 존 레넌의 마음을 가장 설레게 했던 장소가 스트로베리 필즈였다. 그의 생가에서 걸어서 5분이 채 안 걸리는 이 공터는 원래 구세군병원이 있던 자리다. 존 레넌이 꼬마였을 때, 매년 여름이 되면 구세군악단은 이 곳에서 공연을 벌이곤 했고 그 때 마다 존 레넌은 미미 이모의 손을 잡고 이 공연을 보러 왔다. 공연이 없을 때도 스트로베리 필즈는 존과 친구들의 놀이터였다.
그립지만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에 대한 회상을, 노래는 오롯이 표현한다. 마치 한 편의 아름다운 꿈을 꾸는 듯 나른하게 노래하는 존의 목소리에 실린 멜로디의 높낮이 폭은 그리 넓지 않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이라는 기본 편성의 흐름도 탁월하지만 폴 매카트니가 연주하는 멜로트론, 프로듀서 조지 마틴이 편곡한 첼로와 트럼펫의 조화는 이 노래의 목가적 아름다움을 극상으로 끌어올리는 장치다. '드라마틱'이란 단어의 일반적인 뉘앙스에서는 벗어나있지만 그 어떤 노래보다 드라마틱하고 전체적인 구성은 크게 보아 단조롭지만 그 안에는 들을 때마다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의외의 요소들이 가득하다. 비틀즈의 노래들 중 어느 노래가 그렇지 않겠냐만, 'Strawberry Fields Forever'야말로 그런 면에서는 몇 손가락에 꼽을 수 있는 명곡이다. 신비한 아름다움이랄까, 몽환적 낭만이랄까, 쓸쓸한 기쁨이랄까.
그 외에도 이 노래를 들으며 떠올릴 수 있는 문구들은 너무나도 많다. 때로는 이 노래를 들으며 뭔가 말하고 싶어지지만, 다만 먹먹해질 때조차 있다. 음악 애호가들이 모이는 술집에서 이 노래가 나오면 누구나 이 노래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하게 되고 그 흥얼거림이 모여 합창 비슷한 게 된다. 그 순간 이 노래는 연민과 환희가 기묘하게 교차하는, 기묘한 합창곡이 된다. 나는 그런 경험을 몇 번이나 했다. 'Strawberry Fields Forever'는 그런 노래다. 그런 노래의 토대가 된 장소에 와 있는 것이다. 역시 비틀즈 때문에 리버풀을 찾은, 백인 아주머니와 함께.
아주머니의 이름은 마리안. 미국 오하이오에서 왔다고 했다. 흔히 유럽에서 만나게 되는 미국인들은 뭔가 거만하고 불친절하다고 들었는데, 마리안 아주머니는 뭐랄까, 씩씩하면서도 친절한 인상이었다. 스트로베리 필즈 앞에서 사진을 찍어주며, 마리안 아주머니와 얘기를 나눴다. 학교 선생님으로 일하는 그녀는 평생 비틀즈의 열렬한 팬이었고 비록 비틀즈의 공연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의 솔로 공연은 모두 봤다고 했다. 존 레넌의 공연을 직접 보지 못한 게 일생의 가장 아쉬운 일이라던 그녀가 하필이면 지금 리버풀을 찾은 건 "9월 9일이 오기 전에 비틀즈의 자취를 밟아 보기 위해서"였다.
▲2009년 9월 9일 오전, 광화문 핫트랙스로 내려가는 길에는 '그들'이 있었다. 우리 모두는 (알든 모르든) 비틀마니아다. 팝음악을 듣는 한. ⓒ프레시안 최형락 |
2009년 9월 9일 9시 9분 9초. 광화문, 서울
2009년 9월 9일은 비틀즈 마니아들이 오랫동안 기다려 온 날이다. 지난 4월 비틀즈 측에 의해 공식적으로 '비틀즈의 모든 음반들이 디지털 리마스링되어 9월 9일을 기해 발매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음반은 크게 레코딩과 믹싱, 마스터링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노래와 연주를 마이크를 통해 녹음하는 과정이 레코딩이다. 믹싱은 따로 녹음된 노래와 연주를 잘 섞어서 밸런스를 맞추고 듣기 좋게 만드는 과정을 말한다. 그리고 마스터링은 이렇게 만들어진 음원의 위치를 보정하고 최종적으로 소리들을 다듬는 과정이다. 음향 기술이 발전하면서 믹싱과 마스터링 기술 또한 계속 발전했다. 옛날에 녹음된 음악보다 지금 녹음된 음악의 소리가 좋은 건 그 때문이다. 밥 딜런, 롤링 스톤즈 같은 대가들의 음악이나 명반이라 일컬어지는 대부분의 음반들은 발매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 새롭게 다시 마스터링을 걸쳐 동시대에 어울리는 소리로 태어나게 된다.
비틀즈의 음원은 오랫동안 다듬어지지 않았다. 1987년 그들의 음반이 CD로 발매되면서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지휘 아래 마스터링 과정을 거쳤고, 그 후로 지금까지 대부분의 음원이 줄곧 그대로다. CD가 80년대 초반 보급되기 시작했으니 다른 뮤지션에 비해 CD화 작업도 늦은 셈이었고, 2000년대 들어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통한 음반 복원 작업이 보편화됐지만 비틀즈는 줄곧 1987년 음원으로 옛, 혹은 새로운 청취자들을 만나온 셈이다.
그러나 비틀즈에게 있어 시점이란 건 다만 숫자의 문제일 뿐이다. 1987년 비틀즈의 음반이 CD로 발매되면서 CD는 LP가 차지하던 음반 시장의 비율을 급속도로 갉아먹었고, 결국 가장 보편적인 음원저장매체의 자리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미 디지털 리마스터링이 더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지금, 비틀즈의 음반이 디지털 리마스터링되어 재발매된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마치 이것이 최첨단의 기술인양 세계 음악 시장과 언론이 들썩인 것도 비틀즈라는 이름의 가치를 말해주는 게 아닐까. 비유하자면 애플이 아무리 신기술을 내놔도 마이크로소프트의 소프트웨어가 세계 시장의 표준이 되는 현상과 비슷하다. 이는 전체 음악 시장에서 가요와 팝의 비중이 9:1이라는 기형적 구조를 보이는 한국에서조차 9월 9일 각 공중파의 TV뉴스에서 비틀즈 재발매가 기사화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리고 9월 9일 9시 9분을 기해 세계 동시발매된 이 앨범을 사기 위해 서울의 대형 음반가게에는 이른 시간 부터 200여명의 팬들이 줄을 서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중년의 올드 팬부터 갓 스물을 넘긴 새로운 팬들까지, 과연 비틀즈앞에는 세대가 없었다. 사전 예약으로만 5만장이 판매될 정도로 새로운 비틀즈를 기다리는 이들이, 국내에도 많았다는 얘기다.
그렇게 공개된 비틀즈의 '새 소리'는 두가지 버전으로 나뉘어 있다. <Please Please Me>부터 <Beatles For Sale>까지 초기 넉 장 모노 앨범을 포함, 전작이 스테레오 믹싱으로 리마스터링된 버전이 하나다. 그리고 역시 <Please Please Me>부터 '화이트 앨범'이라 불리는 <The Beatles>까지의 앨범의 모노 믹싱을 살린 모노 버전이 또 하나다. 박스 세트와 낱장으로 발매된 전자가 1960년대에 녹음된 비틀즈 음원의 현대적 해석이자 21세기에 21세기적 모습으로 부활한 비틀즈를 만나는 일이라면, 박스 세트로만 제작된 모노 버전은 1960년대로 돌아가 비틀즈의 원류를 느껴보는 체험을 하게 한다. 전자가 복원이라면 후자는 발굴인 셈이다. 이 작업을 위해 비틀즈의 대부분 음원이 녹음된, 그 이유만으로 런던의 관광명소가 된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들이 4년을 오롯이 매달렸다.
그 결과는 오랜 팬과 새로운 팬의 기호를 모두 만족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비틀즈의 첫 앨범 <Please Please Me>의 첫 곡, 'I Saw Her Standing There'의 스테레오 버전을 들었을 때 살짝 소름이 돋았다. 양쪽에서 쏟아져나오는 기타와 베이스, 드럼의 홍수. 패기롭게 불러제끼는 노래와 어우러져 지금껏 듣던 이 노래에 드리워 있던 시간의 베일이 걷어졌다. 그 자리에는 리버풀에서 갓 상경한 약관의 청년들이 호기롭게 서있다. 저 유명한 'Yesterday'의 현악 연주는 어떤가. 기존의 음원이 1열 종대로 연주하고 있는 느낌이었다면 새로 탄생한 이 노래에서의 연주는 횡대로 늘어서 입체감을 얻는다. 'Strawberry Fields Forever'의 첼로는 활 긁히는 소리가, 트럼펫은 연주자의 날 숨이 들릴 정도다. 모든 노래의 달라진, 격상된 소리는 일일히 열거할 수 없을 정도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이 작업에 대해 "멋지다거나 선연하거나 그런 문제가 아니다. 리얼함이다. 우리들이 만든 소리 그 자체다. 존이 바로 옆에 있는 것 같다"라고 한 폴 매카트니의 언급이면 충분하다. 그저 감동하고 또 감동할 뿐이다. 분석과 평가라는 업을 잠시 잊은 채, 다만 듣고 또 들을 뿐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비틀즈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수많은 밴드들이 비틀즈보다 우월했던 건, 그저 사운드였을 뿐이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장인들의 노력과 첨단의 기술이 만나 이제 그 사운드마저 '지금의 것'으로 끌어 올려졌다. 음악에 있어 하나의 준거점이 리뉴얼된 것이다. 비틀즈를 따라잡고자 노력했던, 또한 노력하고 있는 수많은 뮤지션들의 탄성이 들리는 듯하다. 과연, 달리 비틀즈가 아닌 것이다. 레너드 번스타인은 그들을 슈베르트나 쇼팽에 비교했다. 그런 클래식 거장들의 길을 비틀즈도 가고 있다. 슈베르트와 쇼팽이 시대에 맞게 해석되고 연주되듯, 시대에 맞는 음원으로 계속 재탄생되고 있는 것이다. 다른 어떤 뮤지션들도 누릴 수 없는, 압도적인 관심과 애정과 함께.
▲새로운 비틀즈. 한국도 들끓었다. ⓒ프레시안 최형락 |
우리는 모두 비틀마니아
비틀즈의 재탄생과 함께 국내 출시된 서적 하나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컴플리트 비틀즈 크로니클>, 해석하자면 '완전판 비틀즈 연대기'랄까. 이름에 걸맞는다. 세계적 비틀즈 연구가인 마크 루이슨이 쓴 이 책은, 말하자면 실록이다. 비틀즈라는 왕조의 공식실록. 1957년 존 레넌이 친구들과 함께 쿼리멘이라는 밴드를 결성한 시점부터 1970년 비틀즈 해체 직후까지 모든 기록의 집대성이다.
한 명이 비틀즈의 모든 공연과 녹음 일정, 그리고 방송 출연을 모두 수집하는 것도 놀랍지만 단순히 딱딱한 숫자와 사실의 나열이 아니라 이를 토대로 이야기를 엮어나가며 써내려가는, 그야말로 연대기를 구성하는 능력은 더욱 치밀하다. 비틀즈 입문자에게는 이야기를, 마니아에게는 확고 부동한 정보를 주는 양수겸장의 서적이다. 국내반에는 각 챕터마다 각계 각층의 비틀즈 애호가들이 쓴 짧은 글이 붙어 있다. 아마 소설가 김훈과 시인 김경주, 시나리오 작가 심산과 경제학자 우석훈을 한 자리에 불러 모을 수 있는 책은 정말 드물지 않을까. 그 드문 일을 가능케 하는 것도 다름아닌 비틀즈이기 때문이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비틀즈를 찬찬히 한 장 한 장 다시 듣고 있자니, 다시 리버풀이 떠오른다. 스트로베리 필즈가. 그 뒤를 이어 갔던 존 레넌의 생가와 폴 매카트니의 생가, 그리고 페니 레인이. 존의 집에서 폴의 집으로 가는 동안 운좋게 얻어탄 투어 버스안에서 흘러나오던 'Something' 'In My Life' 같은 비틀즈의 노래들이. 그 노래들을 들을 때 마다 왠지 모르게 촉촉해졌던 눈가가. 페니 레인 앞에서 헤어지며 'We Are Good Team'이라며 엄지 손가락을 들며 짓던 마리안 아줌마의 미소가. 마리안 아줌마도 지금 새로운 비틀즈를 만나고 있을테지. 최소 수억 명의 인류와 함께.
/김작가 대중음악평론가
비틀스 ‘디지털 재림’에 세계 팬들 취하다 | |
영원한 팝의 전설, 비틀스의 디지털 리마스터 앨범이 지난 9일 전세계에서 동시에 공개되면서 발매가 시작됐다. 지난 4월 영국 음반사 이엠아이(EMI)가 비틀스의 리마스터 시디를 조만간 발매할 것이란 소식이 전해진 뒤부터 마니아를 비롯한 세계 음악 애호가들의 이목은 온통 9월9일에 집중돼 있었다.
리마스터 작업을 위해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팀들이 4년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였다. 그 결과 리마스터 앨범에 담긴 사운드가 한층 더 깊어지고 입체감이 도드라졌으며, 각각의 악기 소리들은 또렷하게 들리게 됐다. 기존 앨범에서 불만을 샀던, 부실했던 속지 역시 멤버들의 미공개 사진과 제작 일지 등을 추가해 풍성하게 만들었다. 음반 재발매에 대한 세계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개 전부터 269달러짜리 모노 박스 세트가 사전 예약만으로 5만장 모두 팔려나갔다. 국내에서는 서울 광화문의 핫트랙스 음반점이 이례적으로 이날 9시9분 문을 열었고, 미리 줄을 서 있던 100여명의 팬이 몰려들어 시디를 사는 진풍경이 펼쳐졌다. 음반 수집가 천국인 일본의 반응은 더욱 열광적이다. 9일부터 나온 앨범을 사기 위해 도쿄 등 대도시 음반점 앞에는 팬 수백명이 줄을 섰고, 수많은 현지 음악잡지들 표지는 비틀스로 뒤덮였다. 이엠아이 쪽은 50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리마스터 음반들은 스테레오와 모노, 두 가지 박스 세트로도 제작됐다. 스테레오 박스는 정규 앨범 13장과 싱글 모음집 <패스트 마스터스>, 다큐멘터리를 담은 디브이디로 구성되어 있다. 모노 박스 세트는 비틀스 마니아들과 수집가들을 위해 제작된 측면이 강하다. 후반기 세 작품인 <옐로 서브마린 >, <애비 로드>, <렛 잇 비>를 제외한 정규 앨범 10장만 수록돼 있지만 미니 엘피(LP) 형태의 한정반으로 제작해 가치를 높였다. <헬프!>와 <러버 솔> 앨범은 제작 당시의 오리지널 스테레오 믹스를 덤으로 추가했다. 또다른 관심거리인 온라인 디지털 음원 발매는 논의를 계속하고 있으나 아직 결정된 것은 없는 상태다. 비틀스는 지금껏 영화음악이나 광고 배경음악 등은 물론 온라인 내려받기 및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절 허락하지 않고 있다. 리마스터 앨범 재발매를 계기로 다른 비틀스 관련 문화 상품들도 속속 공개됐다. 비틀스의 역사를 가장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대기 책인 <더 컴플릿 비틀스 크로니클>과 멤버들의 에피소드를 담은 <만화로 보는 비틀스-러브 미 두>가 발간됐다. 또한 그들의 노래를 연주하고 부를 수 있는 게임 ‘더 비틀스: 록 밴드’도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김학선 객원기자 studiocarrot@naver.com, 사진 워너뮤직 제공 (2009-09-1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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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림한 비틀즈, 축제는 다시 시작됐다
새 노래가 뒤늦게 발견된 것도, 새롭게 제작된 앨범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비틀즈에 대한 관심이 왜 이리 뜨거운 걸까. "비틀즈는 예수보다 유명하다"는 존 레넌의 발언을 42년 만에 교황청이 용서했다는 것만으로도 약간의 답은 될 것이다. 비틀즈에 대한 지구적인 관심은 이들이 해체한 지 40년이 다 돼가고 있음에도 변함이 없다.
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그룹 비틀즈의 위상은 스테레오와 모노 버전 두 가지로 부활한 앨범들이 전세계 음반 차트에서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증명된다. 미국 빌보드 음반 판매량 차트에서도 1주일 만에 상위권을 장식할 예정이며 미국, 영국, 일본 등 아마존닷컴 음반 판매 사이트에서는 이미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예약판매만으로 5만장을 기록했다.
비틀즈의 앨범을 한 장이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 나온 앨범이 대체 뭐가 대단하기에 이런 난리일까'라는 생각이 들 것이다. 비틀즈의 팬이 아니라면 기존의 앨범을 집에 두고 지갑을 또 열어야 할까 하는 의문이 생길 만도 하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틀즈의 팬도 아니고, 이미 갖고 있는 앨범 한두 장만으로 만족한다면 굳이 새롭게 구매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같은 가수에 같은 노래다. 그러나 비틀즈의 팬이라면, 비틀즈의 앨범을 구입할 생각이라면 새로 발매된 앨범들은 최선의 선택이 될 것이다.
'디지털 리마스터'라고 새롭게 발매된 앨범들을 설명하지만 1987년 발매됐던 비틀즈의 CD들도 모두 같은 문구를 달고 있다. 마스터테이프의 음원을 CD로 옮겼다는 것 자체만으로 디지털 리마스터인 것이다. 그러니 '090909' 버전이 최초의 디지털 리마스터라는 표현은 틀린 정보다. 컴필레이션 형식의 '옐로 서브머린(Yellow Submarie)'과 '러브(Love)' 등이 다시 한 번 디지털로 깨끗하게 리마스터돼 발매된 적도 있다.
지난 9일 공개된 비틀즈의 새로운 리마스터 앨범들은 영국 애비 로드 스튜디오의 엔지니어 팀들이 4년이 넘는 시간 동안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들이다. 스테레오 버전 박스세트를 비롯해 낱장으로 발매된 앨범들은 모노로 발표된 초기 네 장의 앨범을 포함해 모두 스테레오로 리마스터됐다.
LP에 담긴 풍성한 음역의 음원과 달리 1987년 초판 CD들은 상대적으로 뚜렷하지 않은 음향과 정리돼지 않은 채 뒤섞여 있는 악기 배치로 인해 팬들의 불만을 샀다. 부실한 속지 또한 불평의 대상이었다. 새롭게 리마스터된 음원은 이전에 비틀즈의 CD에서 느낄 수 없었던 신세계를 보여준다기보다는 훨씬 명료하고 잘 정리된 듯한 인상을 주는 수준으로 완성됐다.
초기 모노 레코딩을 스테레오로 리마스터한 초기 앨범들은 1960년대 녹음기술의 한계로 인해 현대적인 입체감을 주는 것이 아니니 너무 큰 기대를 가질 필요는 없다. 악기와 목소리가 좌우로 나뉘어 들리는 정도다.
대표적 히트곡 '예스터데이(Yesterday)'가 수록된 '헬프!(Help!)' 이후 앨범들은 원래 스테레오 녹음을 좀더 깔끔하게 다듬었다. 플라스틱 주얼 케이스에 덜렁 종이 몇 장이 담긴 게 전부였던 앨범들은 다채로운 사진들과 해설, 에세이 등으로 채워졌다. 퀵타임(QuickTime) 포맷의 짧은 다큐멘터리가 각각의 CD에 담겨 있는데 10여년 전 나온 다큐멘터리 DVD '앤솔로지(Anthology)'와 겹치는 부분이 많다.
팬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것은 모노 버전을 모은 박스세트다. 모노 박스세트에는 '옐로 서브머린' '애비 로드(Abbey Road)'와 '렛 잇 비(Let It Be)'가 제외돼 있어 전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박스세트라 해놓고 왜 모든 앨범을 채워 넣지 않았을까? 이유는 당시의 레코딩 방식 때문이다. 모노에서 스테레오로 옮겨가던 시기였던 1960년대 비틀즈는 모노와 스테레오 버전을 따로 만들었고 이번에 미공개 버전을 새로 공개한 것이다. 자세히 들으면 음원 자체가 약간 다르다. 앞서 언급한 세 앨범은 스테레오 믹스만 녹음됐기 때문에 모노 버전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모노 박스세트에는 스테레오로 발매된 앨범들의 모노 믹스 버전을 최초로 수록하고 '헬프!'와 '러버 소울(Rubber Soul)'에는 오리지널 스테레오 믹스도 추가로 수록했다. 모노 박스세트는 낱개 앨범으로 발매되지도 않아 일본에서 특수 제작한 LP미니어처 재킷과 함께 마니아들의 구매욕을 자극한다. 그 덕에 이미 국내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품절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1만장 한정판매라지만 조만간 추가 발매할 것이라고 비틀즈의 음원을 갖고 있는 애플 측은 밝혔다.
22년 만에 새롭게 옷을 갈아입고 나온 비틀즈의 앨범들에 대해 대다수의 팬들은 만족하고 있지만 '쇼킹할 만한' 업그레이드가 아니라는 점에 대해 불평하는 팬들도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비틀즈의 음악을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훨씬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음향적으로든 시각적으로든 가치 있는 재발매다.
더불어 비틀즈를 소재로 한 게임 '비틀즈: 록밴드'도 9일 음반과 함께 발매됐다. 플레이스테이션, X박스, 위 등으로 즐길 수 있다. 비틀스의 역사를 가장 정확하게 기록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대기 서적 '더 컴플리트 비틀즈 크로니클', 만화의 형식으로 보는 비틀즈 이야기 '만화로 보는 비틀스-러브 미 두'도 발간됐다. 바야흐로 올 가을은 비틀즈 축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경석 기자 kave@asiae.co.kr / 기사입력 2009.09.16
‘리마스터드앨범' 판매 전 세계서 불티… ‘전설의 가치’가 구매욕 자극
비틀즈 | Apple Corps Ltd |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잘 팔리는 앨범은 비틀스의 리마스터드 CD들이다. 기존에 모두 출시된 음반들이어서 신곡이 있는 것도 아닌 데도 현재 레코드 매장에서 물량이 하루만에 동날 정도로 불티나게 팔려 나가고 있다. 굳이 새로운 게 있다면 ‘리마스터드(remastered)’ 앨범이라는 사실 정도다. 리마스터드 앨범은 기존의 마스터 테이프를 이 시대의 청취감각에 맞춰 소리를 조정하거나 개량한 앨범을 일컫는다.
비틀스 앨범을 내는 EMI사는 리마스터드라는 타이틀을 내걸어 비틀스가 활동 기간에 발표한 전 앨범을 세트로 묶어 발매하는 전략을 취했다. 또한 디지털로 리마스터 작업한 앨범이 싫은 사람들을 위해 모노 세트도 동시에 내놓았다. 세트 전략, 이게 통했다. 낱개로도 물론 구매가 가능하지만 ‘이번 기회에 비틀스만은 앨범 전체를 사겠다’는 사람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10대와 20대 초반 구매자 많아
현재 판매량은 놀랍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가 추정한 미국 판매량은 이틀 사이 60만장을 돌파했다. 보통 최고 인기가수라고 해 봤자 한 주에 30만장 정도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가위 광풍이라 할 정도의 판매 열기다. 한국도 마찬가지여서 모노의 경우 사전 예약으로 900세트가 품절됐고 리마스터드 앨범 역시 1500세트가 이틀만에 동이 났다. 국내에서 비틀스 앨범을 판매하는 워너뮤직 측은 “구매자들이 리마스터드든 모노든 너무 적게 물량을 찍은 게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비틀스 앨범이 왜 판매 열풍을 야기하고 있는 걸까. 음악 관계자들은 먼저 ‘전설의 가치’를 으뜸 요인으로 풀이한다. 대중음악의 전설이기 때문에 그 자체로 호기심을 부르고, 이로 인해 전 앨범 소장 의욕을 자극한다는 것이다.
비틀스를 잘 알지 못하는 10대와 20대 초반 구매자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한 대학생은 “30만원이 넘는 돈이 들지만 구입했어요. 비틀스 앨범을 사지 않으면 레전드에 대한 무지를 드러낼 것 같아서요. 의무감으로 산 거죠”라고 말했다.
이번 비틀스 열풍은 다시 한 번 지금은 베스트 원 시대가 아니라 온리 원(Only one) 시대임을 말해 주고 있다. 그토록 빼어난 1960년대의 그룹과 가수가 많았고 무수한 전설이 있었지만 사람들은 오로지 하나, 최고의 록그룹인 비틀스만을 기억하고 숭앙한다. 해산과 함께 역사 속으로 사라진 지 올해로 39년이란 장구한 세월이 흘렀지만 역사가 선택한 단 하나, 온리 원의 존재이기에 비틀스는 늘 때가 되면 다시 돌아오는 특전을 누리는 것이다.
1995년 <앤솔로지> 앨범과 DVD가 나왔을 때도 대대적인 비틀스 열풍이 불었고, 2000년에는 영미 1위곡을 모은 <원(1)> 앨범이 당대 최고 인기그룹 백스트리트 보이스의 신보 판매량을 누르면서 또다시 비틀스를 현재진행형 그룹으로 만들었다. 이 앨범은 국내에서도 78만장이 팔려 새천년 최고 판매고의 팝 앨범으로 남아 있다. 이번 리마스터드 앨범에 대한 글로벌 선풍은 비틀스만의 영예라고 할 ‘리사이클링’이 또 한 차례 가동됐음을 가리킨다.
리마스터드 앨범에 대한 소비자 평가는 엇갈린다. 분명 꿍꽝거리던 소리는 부드러워지고, 약한 악기음은 찰진 느낌으로 바뀌는 등 세련됐다는 사람이 많지만 이에 못지 않게 그래도 옛날 소리가 더 낫다는 사람도 많다. 이번 리마스터링 작업은 영국 런던 소재의 EMI 애비 로드 스튜디오에서 일하는 게이 메이시, 스티브 룩, 샘 오켈, 폴 힉스, 숀 매기 등의 엔지니어 팀에 의해 무려 4년 동안 진행됐다.
비틀스 리마스터드 공식 포스터. |Apple Corps Ltd |
이들은 최신의 디지털 레코딩 기술을 동원하되 우리에게 익숙한 아날로그 레코딩 음반의 순수성을 건드리지 않아야 했기 때문에 고민이 깊었다고 한다. 잘못했다가 차이가 확연하면 전설과 추억에 대한 훼손이라는 준엄한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엔지니어들은 이를 위해 비틀스가 활동하던 당시의 스튜디오 장비를 활용하는 지혜로운 접근법을 취해 비틀스 사운드의 본래적 정체성을 유지하는데 성공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왜 전 세계 음악계가 아직도 비틀스에 매달릴까. 왜 사람들은 그런 음악계의 기획에 순순히 응하며 끊임없이 비틀스 마니아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단적으로 비틀스 음악은 시대적 가치, 예술적 가치,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는 까닭이다. 시대적 가치는 “우리는 1960년대의 대변자”였다는 폴 매카트니의 말로 압축된다. 비틀스의 등 명반에는 1960년대를 살아간 청춘들의 소외, 미래 불안, 시스템에 대한 반발, 사이키델릭 등 반전과 공민권운동 시대의 저항 정서가 숨 쉬고 있다.
예술적 가치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 탁월한 음악은 당대에 클래식 진영도 두 손 들었다. 뉴욕필의 지휘자였던 레너드 번스타인은 <Sgt. Pepper’s...>의 수록곡 전체를 “슈만의 작품에 견줄 만하다”고 고평가했다. 대중음악, 로큰롤음악에 대한 유서 깊은 멸시가 비틀스 음악에 의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1966년부터 해산한 1970년까지의 고급스런 음악 이전의 ‘I want to hold your hand’와 같은 초기 로큰롤 음악을 선호하는 사람도 의외로 많다.
그들 음악에 시대적·교육적 가치
가장 중요한 것은 교육적 가치다. 비틀스는 노동계급의 자손들로 정말 어렵게 음악을 했다. 독일 함부르크로 가서 연주력을 연마하던 시절에는 ‘눈물 젖은 빵’을 먹으며 밑바닥을 기었다. 또한 미국의 음악 트렌드를 면밀히 주시했다. 미국음악에 관한 한 비틀스는 모르는 게 없었다. 그러면서도 성공, 미국 정복에 대한 신념을 잃지 않았다. 심심할 때 존 레넌,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링고 스타는 이런 대화를 나누었다고 한다. “우리 어디로 가는 거지, 존?”, “우린 정상으로 가는 거지”, “어떤 정상?”, “가장 대중적이면서 가장 높은 정상이지!”
지금의 젊음은 그들의 이상 정열 신념을 배워야 한다. 천재이기 이전에 피와 땀과 눈물을 흘렸기에 그들은 후대의 존경을 부단하게 획득하고 있는 것이다. 그들은 내는 앨범마다 지속적으로 발전했으며, 하나하나마다 대중음악 역사상 획을 그었다. 첫 앨범 <Please Please Me>부터 마지막 <Let It Be>까지 순서대로 청취하면 성공하기 이전 비틀스의 노력, 이후의 실험과 시도에 기초한 성장 및 시대와의 상호작용을 읽을 수 있다. 우리의 경우는 시대적, 예술적, 교육적 가치보다 전설적 가치가 압도하는 것 같다. 전설은 우리를 압박한다. 또 ‘온리 원’ 전설이 돌아왔으니 그 압박감도 돌아온다.
임진모<대중음악평론가> 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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